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01회 제갈량이 농상으로 출병하여 귀신처럼 꾸미고 장합이 검각으로 달려가다가 함정에 빠진다

    한편, 공명이 병력을 줄이고 아궁이를 눌리는 방법으로 한중으로 병력을 물린다. 사마의는 매복이 있을까 두려워 감히 뒤쫓지 못하고 역 시 병력을 거둬 장안으로 떠난다. 이 때문에 싸움을 끝내면서 한 사람도 잃지 않는다. 공명이 삼군을 크게 호궤하고나서 성도로 돌아가 후주를 만나러 들어가 아뢴다.

    “노신이 기산으로 나가서 장안을 취하려는데, 폐하께서 조서를 내려서 불러들이셨습니다. 무슨 큰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후주가 대답할 말이 없다. 한참이 지나 이윽고 말한다.

    “짐이 오래도록 승상의 얼굴을 못 보아서 마음 속으로 몹시 사모해 일부러 불러들인 것이지 별일은 없소.”

    “이것은 폐하의 본심이 아니오라, 틀림없이 간신이 참언을 하며, 신에게 다른 뜻이 있다, 하였을 것입니다.”

    후주가 이 말을 듣고 묵묵히 아무 말이 없다. 공명이 말한다.

    “노신이 선제의 두터운 은혜를 입고 맹세코 죽음으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이제 내부에 간사한 신하가 있다면, 신이 어찌 능히 역적을 토 벌하겠습니까?”

    “짐이 환관의 말을 잘못 들고 일시에 승상을 불러들였소. 오늘에야 모색茅塞( 마음이 막힘 )이 열리지만 후회막급이오.”

    공명이 곧 뭇 환관을 불러 구문究問( 캐물음 )해 비로소 구안이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을 알게 된다. 급히 사람들을 시켜 체포에 나서지 만, 이미 위나라로 가버린 뒤다. 공명이, 망녕되게 상주한 환관을 주살하고, 나머지 모두를 궁 밖으로 폐출廢出( 쫓아서 내보냄 )하고, 또한 장완과 비위 등이 간사를 각찰覺察( 눈치챔 )하지 못하고 천자를 규간規諫( 올바른 도리로 간언함 )하지 못한 것을 몹시 질책한다.

    공명이 후주에게 인사를 올리고, 다시 한중에 도착해, 한편으로 이엄에게 격문을 보내, 양초( 식량과 말먹이풀 )를 응부應付( 공급 )해, 군전軍前( 싸움터, 전초기지 )으로 운반하라 하고, 한편으로 출병을 다시 논의한다. 양의가 말한다.

    “앞서 수차례 출병하여, 군력( 군사력 )이 피폐하고, 식량 또한 떨어졌습니다. 이제 병력을 둘로 나누고, 석달을 기한으로, 만약 2십만 병 력이라면, 십만 병력만 거느리고 기산으로 나가서, 3개월 머물고, 다시 다른 십만 병력으로 바꾸며, 순환하도록 하여, 병력을 지치게 않 게 함만 못합니다. 그런 뒤 서서히 진군하면 중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이 참으로 내 뜻과 합치하오. 내가 중원을 정벌하는 일은 일조일석에 이뤄질 일이 아니니 마땅히 이렇게 멀리 내다보는 계책을 써 야 할 것이오.”

    곧 명령을 내려, 병력을 둘로 나눠, 1백 일을 기한으로, 순환하며 교대하게 하고, 기한을 어기는 자들을 군법으로 처벌하게 한다.

    건흥 9년 봄 2월, 공명이 다시 위나라를 정벌하러 출병한다. 이때 위나라는 태화 5년이다. 위나라 군주 조예는 공명이 다시 중원을 정벌 하는 것을 알고 서둘러 사마의를 불러 상의한다. 사마의가 말한다.

    “이제 자단( 조진 )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신이 바라옵건대 저 한 사람의 힘을 다해 구적寇賊( 국경을 침범하는 외적 )을 초제剿除( 소멸 )함으로써 폐하께 보답하겠습니다.”

    조예가 크게 기뻐하며 연회를 베풀어준다. 다음날 누군가, 촉나라 병력이 침범해 위급하다, 보고한다. 조예가 즉시 사마의에게, 병력을 일으켜 적병을 막으라, 명하고 친히 어가를 타고 성 밖으로 나가서 환송한다. 사마의가 위나라 군주에게 인사를 올리고, 곧장 장안으 로 가서 제로( 여러 방면 ) 인마( 병력/ 군대 )를 크게 모아, 촉병을 깨뜨릴 계책을 토의한다. 장합이 말한다.

    “내 바라건대 1군을 이끌고 옹성과 미성을 지키러 가서, 촉병을 막겠소.”

    사마의가 말한다.

    “우리 전군前軍( 선두부대 )이 홀로 공명의 대군을 막을 수도 없고, 또한 병력을 앞뒤로 나눠도 승산이 없소. 병력을 주둔해, 상규上邽( 현재 중국의 감숙성 천수시 )를 지키고 나머지 병력은 모두 기산으로 가는 것만 못하오. 공께서 선봉에 서시겠소?”

    “내 평소 충의를 품고 마음을 다해 나라에 보답하고자 했으나 지난날 이 마음을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했소. 이제 도독께서 기꺼이 중 임을 맡기시니 비록 만번 죽더라도 사양하지 않겠소.”

    이에 사마의가 장합을 선봉으로 삼아, 대군을 총지휘하게 하고, 곽회에게 농서 지방의 여러 군현을 수비하게 한다. 나머지 장수들도 각 각 길을 나눠 진군한다. 선두부대의 초마( 정찰기병 )가 달려와 보고한다.

    “공명이 대군을 이끌고 기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전방의 선봉으로 왕평, 장의가 곧장 진창으로 나가, 검각을 지나, 산관을 경유해, 야곡으로 오고 있습니다.”

    사마의가 장합에게 이른다.

    “이제 공명이 장구대진長驅大進( 장거리를 크게 진격함 )하니 틀림없이 농서 일대의 밀을 베어서 군량을 삼으려 할 것이오. 그대는 기산 에 결영結營( 영채를 세워 주둔함 )하시오. 나는 곽회와 더불어 천수 일대의 여러 군을 돌며 적병이 밀을 베는 것을 막겠소.”

    장합이 응낙하고 곧 4만 병력을 이끌고 기산을 수비한다. 사마의는 대군을 이끌고 농서를 향해 간다.

    한편, 공명의 병력이 기산에 이르러, 영채를 세우고나서 바라보니, 위수 물가에 위나라 병력이 방비하고 있는 것이 보여, 공명이 여러 장 수에게 말한다.

    “이것은 사마의가 틀림없소. 우리가 지금 당장 영채 안에 군량이 모자라, 여러 차례 이엄에게 사람을 파견해 군량미를 보내라 재촉했지 만 여태 보내오지 않고 있소. 내가 헤아리건대 농상隴上( 현재 중국의 섬서 북부, 감숙 등 서부지역 )의 밀이 익었을 것이니, 몰래 병력을 이끌고 가서 밀을 베어야겠소.”

    이에 왕평, 장의, 오반, 오의 네 장수를 남겨서 기산의 영채를 지키게 하고, 공명 스스로 강유, 위연 등 여러 장수를 이끌고 노성鹵城으로 간다. 노성의 태수는 평소 공명이 누군지 아는지라 황망히 성문을 열고 나와 투항한다. 공명이 위무( 위로 )를 마치고 묻는다.

    “지금쯤 어디에 밀이 익었소?”

    태수가 고한다.

    “농상의 밀은 이미 익었습니다.”

    공명이 이에 장익과 마충을 남겨 노성을 지키게 하고, 스스로 여러 장수와 아울러 3만 군을 이끌고 농상으로 간다.

    그런데 앞서 가던 병사들이 되돌아와 보고한다.

    “사마의가 병력을 이끌고 이곳에 와 있습니다.”

    공명이 놀라 말한다.

    “이 자가 내가 밀을 베러 올 줄을 미리 알았구나!”

    즉시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더니, 똑같이 형태의 사륜거( 네바퀴수레 ) 3량을 밀고 오게 한다. 수레마다 같은 모양으로 장식했다. 이 수레 들은 공명이 촉나라에 있을 때 미리 만들었던 것이다. 공명이 강유에게, 1천 군을 이끌고 수레를 호위하고 5백 병사는 북을 요란히 두 들기며 상규上邽의 뒷쪽에 매복하라, 한다. 마대는 우측에, 위연은 우측에 역시 각각 1천 군을 이끌고 수레를 호송하고 5백 병사는 북을 요란히 두드린다. 수레 1량마다 2십 인을 쓰고 검은 옷에 맨발로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쥐고, 북두칠성이 그려진 검은 깃발을 손에 들고, 좌우에서 수레를 밀게 한다.

    세 사람이 계책을 받고 병력을 이끌고 수레를 밀며 간다. 공명이 다시 3만 병사에게, 제각기 낫과 짐을 묶는 노끈을 들고 밀을 베기를 기 다리라, 한다. 그리고 2십 인의 건장한 병사를 뽑아 각각 검은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쥐고 사륜거를 호위하게 하고, ‘추거사 자推車使者’로 삼는다. 관흥에게, 천봉天蓬( 하늘의 신 )처럼 차려 입게 하고, 북두칠성이 그려진 검은 깃발을 손에 쥐고, 수레 앞을 걸어 가게 한다. 공명은 위에 단좌해 위나라 진영 쪽으로 온다.

    보초를 서던 병사가 크게 놀라 이게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어 부리나케 사마의에게 알린다. 사마의가 직접 영채를 나가 살펴보니, 공명이 잠관簪冠( 비녀를 꽂은, 머리에 쓰는 관의 일종 )을 머리에 쓰고, 학창의를 입고, 손으로 깃털부채를 흔들며, 수레 위에 단좌해 있다. 좌우로 24 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쥐고 있다. 앞쪽의 한 사람은 손에 검은 깃발을 들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하늘의 신을 닮았 다. 사마의가 말한다.

    “이것도 공명이 작괴作怪( 장난을 침/ 괴이한 일을 벌임 )하는 것이다!”

    곧 2천 인마를 뽑아, 분부한다.

    “너희는 달려가서 수레와 수레를 둘러싼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오너라!”

    위병들이 명령대로 일제히 뒤쫓는다. 공명은 위병이 뒤쫓자 수레를 되돌리라고 지시하고 멀리 촉나라 진영 쪽으로 느릿느릿 간다. 위병 이 모두 말을 몰아 뒤쫓지만 음풍陰風( 음산한 바람/ 찬 바람 )이 슬슬 불고, 차가운 안개가 가득 피어오른다. 있는 힘을 다해 한참을 쫓아도 따라잡지 못한다. 사람마다 크게 놀라며 모두 달리던 말을 멈춰 세우고 말한다.

    “기괴한 일이오! 우리가 급급하게 3십 리를 쫓아왔거늘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도 따라잡지 못하니, 어찌된 일이오?”

    위병이 뒤쫓지 않자 공명이 다시 수레를 밀고 되돌아가게 하니, 위병들이 쉬고 있는 게 보인다. 위병들이 한참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몰아 쫓아온다. 공명이 다시 수레를 돌려 천천히 간다. 위병이 2십 리를 추격해도 앞에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따라잡을 수 없어 모두 멍하니 쳐다볼 따름이다. 공명이 다시 수레를 돌리라 지시하여, 위병들 쪽으로 수레를 밀며 되돌아온다. 위병들이 다시 뒤쫓으려는데 뒤 에서 사마의가 1군을 이끌고 도착한다. 명령을 전한다.

    “공명은 팔문둔갑八門遁甲에 능하고, 육정육갑六丁六甲의 신들을 부를 수 있소. 이것은 <육갑천서六甲天書>에 적힌 ‘축지법’이니, 병사들이 추격해선 안 될 것이오.”

    병사들이 말들을 멈춰 세워 돌아가려는데, 왼쪽에서 전고戰鼓( 전쟁에 쓰는 북 ) 소리 크게 울리며 1군이 달려온다. 사마의가 급히 영을 내려 막게 한다. 그런데 촉병 대열 속에서 스물네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들고 검은 옷에 맨발 차림으로 1 량의 사륜거 를 호위해 오고 있다. 수레 위에 공명이 단좌해, 잠관簪冠을 머리에 쓰고 학창의를 입고 손으로 깃털부채를 흔든다. 사마의가 크게 놀라 말한다.

    “방금 전 저 수레 위에 분명히 공명이 앉아 있어, 5십 리를 추격해도 붙잡을 수 없었는데, 어떻게 여기 또 공명이 있다는 말이냐? 괴이하 도다! 괴이하도다!”

    말을 미처 마치기 전에, 오른쪽에서도 북소리 울리며 1군이 달려오는데 사륜거 위에 역시 공명이 또 하나 앉아 있다. 좌우에도 스물네 사람이 검은 옷에 맨발로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잡고 수레를 호위해 다가온다. 사마의가 마음 속으로 크게 의심해,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이것은 틀림없이 신병神兵이오!”

    병사들 마음이 크게 어지러워져, 감히 맞붙어 싸우지 못하고, 제각기 달아난다. 이렇게 달아나려는데, 갑자기 북소리 크게 진동하며, 다 시 1군이 달려온다. 맨앞의 사륜거 1 량에 공명에 단좌하고, 좌우에서 수레를 밀고 오는 이들도 앞서와 동일하다.

    위병들이 깜짝 놀라지 않은 이가 없다. 사마의는 이들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데다, 촉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 몹시 놀라 고 두려워, 다급히 병사들을 이끌고 상규성 안으로 달아나, 문을 닫고 나오지 않는다. 이때 공명이 재빨리 3만 정병들에게 명하여, 농상 지방의 밀을 모두 베고, 노성鹵城으로 운반해 타작하고 볕에 말리게 한다. 사마의가 상규성 안에 머물며 사흘을 감히 성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 뒤 촉병이 퇴각하자 비로소 병사들을 내보내 정탐하게 한다. 도중에 촉병 하나를 사로잡아 사마의에게 끌고온다. 사마의가 그에게 물으니 그가 고한다.

    “저는 밀을 베던 사람인데 가다가 마필을 잃어 이렇게 사로잡혀 온 것입니다.”

    “그전의 신병들은 무엇인가?”

    “3로( 세 개 방면 )의 복병 모두 공명이 아니오라, 강유, 마대, 위연이었습니다. 1로마다 겨우 1천 명이 수레를 호위하고, 5백 명의 병사가 북을 두드렸습니다. 다만 먼저 와서 유인하던 수레 위의 사람이 공명이었습니다.”

    사마의가 하늘을 우러러 장탄식한다.

    “공명은 신출귀몰한 계략을 가졌구나!”

    그런데 누군가, 부도독 곽회가 왔다, 알린다. 사마의가 맞아들여 인사를 마치자 곽회가 말한다.

    “제가 듣기에, 촉병이 많지 않고 현재 노성에서 밀을 벤다고 하니, 이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사마의가 자세히 앞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니 곽회가 웃으며 말한다.

    “한때 기만했을 따름이고, 이제 그들의 꾀를 간파했는데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가 1군을 이끌고 그들의 후미를 칠 테니, 공께서 1군을 이끌고 그들의 선두를 치면, 노성을 함락하고 공명을 잡을 수 있습니다.”

    사마의가 이를 따라 곧 병력을 나누어서 간다.

    한편, 공명은 군을 이끌고 노성에서 밀을 수확하면서 장수들을 불러들여 군령을 듣게 한다.

    “오늘밤 적인( 적 )들이 틀림없이 성을 치러 올 것이오. 내가 보니, 노성의 동서쪽 밀밭에 복병을 둘 만하오. 누가 나를 위해 가겠소?”

    강유, 위연, 마충, 마대 네 장수가 나와서 말한다.

    “저희가 가겠습니다.”

    공명이 크게 기뻐하며 강유, 위연에게 명하여, 각각 2천 병력을 이끌고 동남쪽과 서북쪽 두 곳에 매복하게 한다. 마대, 마충도 각각 2천 병력을 이끌고 서남쪽과 동북쪽 두 곳에 매복한다.

    “포성이 울리면 4각( 네 개 방향 )에서 일제히 돌격하시오.”

    네 장수가 병력을 이끌고 계책을 받아 떠난다. 공명이 직접 백여 명을 이끌고 가는데 제각기 화포를 가지고 성을 나가, 밀밭 안에 매복한 다.

    한편, 사마의는 병력을 이글고 곧장 노성 아래 이르는데, 벌써 해가 저물어 컴컴하니, 장수들에게 말한다.

    “밝은 대낮에 진군하면 성중에서 필시 준비할 것이오. 야밤을 틈타서 공격해야겠소. 이곳 성벽이 낮고 해자가 얕으니 곧 함락할 수 있소. ”

    곧 병력을 성 밖에 주둔한다. 1경 무렵에 곽회도 병력을 이끌고 온다. 두 부대가 병력을 합쳐 한차례 포성을 울리고 노성의 4면을 철통 같이 포위한다. 성 위에서 수많은 쇠노가 일제사격하여, 화살과 돌이 빗발치니 위군이 감히 전진하지 못한다. 갑자기 위나라 군 중에서 신포信砲( 신호용 화포 ) 소리 잇달라 올리니, 3군( 전군 )이 크게 놀라지만 어디에서 오는 병사들인지 알지 못한다.

    곽회가 사람들을 시켜 밀밭을 수색하자, 4각( 사방 )에서 불빛이 충천하며 함성이 크게 진동한다. 4로에서 촉병이 일제히 달려들고, 노성 4문이 활짝 열리며, 성 안에서 병력이 달려든다. 안팎으로 호응하고 합치며, 한바탕 크게 무찔러, 위병들 가운데 죽은 이가 무수하다. 사 마의가 패병( 패잔병 )을 이끌고 죽기살기로 싸워 중위( 두꺼운 포위망 )를 뚫고나와 어느 산꼭대기를 점령해 주둔한다. 곽회도 패병을 이끌고 산 뒤로 달아나 영채를 세워 주둔한다. 공명이 성으로 들어가, 네 장수에게 명하여, 4각에 영채를 세우라 한다.

    곽회가 사마의에게 고한다.

    “이제 촉병과 허구한 나날을 대치하지만, 아무 계책이 없으니, 퇴각해야겠습니다. 목하目下( 바로 지금 ) 또다시 한바탕 공격 받아, 3천 여 인을 잃었습니다. 조속히 도모하지 못하면, 얼마 뒤에는 퇴각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어찌해야겠소?”

    “격문을 써서, 옹주와 양주의 인마들과 힘을 합쳐, 초살剿殺( 소멸 )해야겠습니다. 제가 바라건대, 1군을 이끌고 검각을 습격해, 저들의 귀로를 끊고, 아울러 식량을 운반하지 못하게 만들면, 3군이 황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때를 틈타서 공격하면 적군을 멸할 수 있습니다.”

    사마의가 이를 따라, 이윽고 격문을 발하여, 그날밤 옹주와 양주로 가서 인마를 조발調撥( 할당하고 이동함 )한다. 하루가 안 돼, 대장 손례가 여러 군의 인마를 거느리고 도착한다. 사마의가 즉시 손례에게 명하여, 곽회와 회합해 검각을 습격하러 가라 한다.

    한편, 공명이 노성에서 오래도록 방어하지만 위병이 출전하지 않자, 마대와 강유를 성으로 불러들여 군령을 듣게 한다.

    “이제 위병이 산험山險( 험준한 산악 지대 )에 주둔해 지키며 우리와 싸우지 않으니 첫째 우리의 밀이 떨어지고 군량이 없어지리라 여겨 서요, 둘째 병력을 보내 검각을 습격해 우리의 양도( 군량 수송로 )를 끊기 위해서요. 그대 두 사람은 각각 1만 군을 이끌고 먼저 험 요( 전략적 요충지 )로 가서 수비하시오. 위병은 우리가 준비한 것을 보고 저절로 퇴각할 것이오.”

    두사람이 병력을 이끌고 떠난다. 장사 양의가 군막으로 들어와 고한다.

    “지난날 승상께 대병( 대군 )에게1백 일에 한번씩 교대하라 명하셨는데, 이제 기한이 다 돼, 한중 지방의 병력이 천구( 서천으로 드나드 는 입구 )를 나오고, 앞서 공문이 이미 도착해, 병력 교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8만 병사 가운데, 안쪽의 4만 병사를 모두 교대해야 합니다.”

    공명이 말한다.

    “이미 군령을 내렸으니, 어서 속행하라 하시오.”

    병사들이 이를 전해듣고, 각각 짐을 꾸린다. 그런데 급보가 올라온다. 손례가 옹주와 양주의 인마 2십만을 거느리고 싸움을 도와 검각을 습격해 취하려 하고 사마의도 직접 병력을 이끌고 노성을 공격하러 온다는 것이다. 촉병 가운데 놀라지 않는 이가 없다. 양의가 들어와 공명에게 고한다.

    “위병이 심히 급하게 몰려오니, 승상께서 교대할 병사들을 우선 머물게 해 적병을 물리치고, 새로 오는 병력을 기다린 뒤 교대하게 하 십시오.”

    “불가하오. 내가 병사들을 부리고 장수들에게 명을 내림은 믿음을 근본으로 하오. 이미 먼저 군령을 내렸는데 어찌 믿음을 저버리겠소? 게다가 촉병 중에 이번에 가야할 이들은 모두 돌아갈 계획을 준비하고 그 부모처자가 문가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내가 이제 큰 곤란에 처하더라도 결코 그들을 붙잡아 두지 않겠소.”

    즉시 명령을 전하여, 떠나기로 예정된 병사들은 당일 바로 가라고 지시한다.

    병사들이 이를 듣고 모두 크게 외친다.

    “승상께서 이토록 은혜를 베푸시니 저희는 바라옵건대 일단 돌아가지 않고 각각 목숨을 바쳐서라도 위병을 크게 무찌르겠습니다!”

    공명이 말한다.

    “너희가 마땅히 집으로 돌아가야 하거늘 어찌 다시 이곳에 붙잡을 수 있겠냐?”

    병사들이 모두 출전하겠다며,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공명이 말한다.

    “너희가 기왕에 나와 함께 출전하겠다니 성 밖으로 나가서 영채를 세우고 위병이 오기를 기다려, 그들에게 쉴 틈을 주지 말고 급히 공격 하라. 이것이 이일대로以逸待勞( 편안히 휴식을 취한 병력으로, 먼 길을 오느라 지친 적군을 기다려서 공격함 )의 병법이다.”

    병사들이 명령을 듣고, 각각 병기를 들고, 기뻐하며 성 밖으로 나가, 진을 치고 기다린다.

    한편, 서량의 인마들은 길을 재촉해 오는지라, 달려온 인마들이 지친다. 막 영채를 세우고 쉬려는데 촉병이 크게 몰려온다. 촉병 한사람 한사람 용맹을 떨치며 그 장수와 병사들이 날래고 굳세니, 위병이 막아내지 못하고 뒤로 달아난다. 촉병이 힘을 떨쳐 추격해 옹주와 양 주의 병사들을 죽이니 그 시체가 들판 가득 나뒹굴고 피가 흘러 도랑을 이룬다. 공명이 성을 나와, 승리를 거둔 병사들을 거두어, 성으로 들어가 공로를 치하한다. 그런데 갑자기 영안의 이엄이 서신을 보내 급히 고한다. 공명이 크게 놀라 서신을 뜯어 읽어보니 이렇다.

    ‘근래에 듣자 하니, 동오에서 낙양으로 사람을 보내, 위나라와 화친를 맺으려 합니다. 위나라가 동오에게 촉나라를 치라고 하였으나, 다행히 오나라가 아직 출병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가 이 소식을 탐지했으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승상께서 어서 좋은 계책을 마련하십 시오.”

    공명이 읽고나서 몹시 놀라고 의심이 들어 장수들을 불러모아 말한다.

    “동오가 출병해 촉을 침범할 것이라면 우리는 긴급히 돌아가야 하오.”

    즉시 전령하여, 기산의 대채에 주둔한 인마들에게 우선 서천으로 돌아가라 지시한다.

    “사마의가 우리가 이곳에 군대를 주둔시킨 것을 안다면, 틀림없이 감히 추격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왕평, 장의, 오반, 오의가 병력을 두 갈래로 나눠 서서히 서천으로 퇴각해 들어간다.

    장합은 촉병이 물러나자 계책이 있을까 두려워 감히 뒤쫓지 못하고 병력을 이끌고 사마의를 찾아가 말한다.

    “이제 촉병이 퇴각하는데 그 의중이 무엇인지 모르시겠습니까?”

    “공명은 속임수가 극히 많으니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되오. 차라리 견고히 수비하며 그들의 군량이 바닥나서 자연히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오.”

    대장 위평이 나와서 말한다.

    “촉병이 기산의 영채를 거둬 퇴각하니 참으로 이를 틈타서 추격해야 합니다. 도독께서 안병부동( 군사 활동을 멈추고 정세를 관망함 )하 며 촉병을 마치 호랑이처럼 두려워하니 어찌 천하 사람들이 웃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사마의는 고집을 꺾지 않고 그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한편, 공명은 기산의 병력이 돌아간 것을 알고 마충과 양의를 군막으로 불러들여 밀계( 비밀 계책 )를 주며 먼저 1만 명의 노수( 쇠뇌를 쏘는 병사 )를 이끌고 검각의 목문도木門道로 가서 양쪽에 매복하라 한다. 위병이 추격해 오면, 아군의 포성을 듣는 대로 나무와 돌을 굴 러 떨어뜨려 그 갈 길을 막은 뒤 양쪽에서 일제히 사격하라 한다. 두 사람이 병력을 이끌고 간다. 다시 위연과 관흥을 불러 지시하여, 병 력을 이끌고 후미를 엄호하고 성 위 4면에 정기( 각종 깃발 )를 꽂고 성 안에 시초柴草( 장작과 불쏘시개 풀 )를 마구 쌓아, 연기와 불을 피우는 척하도록 한다. 대병( 대군 )이 목문도를 향해 떠난다.

    위나라 진영의 순초병( 순찰병 )이 사마의에게 보고하러 온다.

    “촉병의 대대( 대규모 집단 )가 이미 퇴각하였습니다만 성 안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남아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마의가 직접 가서 살펴보니 성 위에 깃발이 꽂혔고 성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사마의가 웃으며 말한다.

    “이것은 공성( 비어 있는 성 )이다.”

    사람들을 시켜 살피게 하니 과연 공성이다. 사마의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공명이 퇴각하였는데 누가 용감히 추격해보겠소?”

    선봉 장합이 말한다.

    “내가 가겠소.”

    사마의가 저지하며 말한다.

    “공은 성미가 급하고 거치니 가서는 안 되오.”

    “도독께서 출관( 관문을 나옴/ 변경 밖으로 나옴 )할 때 저를 선봉으로 임명하셨소. 오늘이 바로 공을 세울 때인데 도리어 저를 쓰지 않겠 다니 대체 무슨 까닭이오?”

    “촉병이 퇴각하니 험조한 곳에 필시 매복을 둘 것이오. 반드시 십분 자세히 살핀 뒤에야 추격할 수 있소.”

    “내 이미 알고 있으니 괘려掛慮( 괘념/ 걱정 )하지 마시오.”

    “공께서 직접 가겠다면 절대 후회하지는 마시오.”

    “대장부가 몸 바쳐 국은을 갚는데 비록 만번 죽은들 무슨 한이 있겠소?”

    “공께서 기어코 가겠다면 5천 병력을 이끌고 먼저 가시오. 위평에게도 지시해, 2만 마병( 기마병 )과 보병을 이끌고 뒤따라 행군해 매복을 방비토록 하겠소. 내 직접 3천 병력을 이끌고 뒤따라 접응하겠소.”

    장합이 명령을 받자 병력을 이끌고 부리나케 추격한다. 3십 리 남짓 가자 갑자기 배후에서 함성이 크게 울리며 수풀 속에서 1군이 돌출하는데, 선두의 대장이 칼을 비껴잡고 말을 멈춰 세우더니 크게 외친다.

    “적장은 병력을 이끌고 어디로 가냐!”

    장합이 고개 돌려 바라보니 바로 위연이다. 장합이 크게 노해 말머리를 돌려 교봉( 교전 )한다. 불과 십 합을 못 싸우고 위연이 못 이기 는 척 달아난다. 장합이 다시 3십 리 남짓 뒤쫓아 말을 멈추고 고개 돌려보니 전혀 복병이 없는지라 다시 말에 채찍을 가해 추격에 나선 다. 산기슭을 막 돌아나오자 홀연히 다시 함성이 크게 일며 1군이 몰려나오니 선두 대장은 바로 관흥이다. 칼을 비껴들고 말을 멈춰세운 채 크게 외친다.

    “장합은 달아나지 마라! 내가 여기 있다!”

    장합이 곧 말을 몰고 교봉한다. 불과 십 합을 못 넘겨 관흥이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장합이 뒤따라 추격한다. 어느 밀림 안까지 추격하 게 되자 장합이 의심이 들어 사람들을 시켜 사방을 정탐하게 하지만 역시 복병이 없다. 이에 마음놓고 다시 추격한다.

    뜻밖에도 위연이 다시 앞에서 습격한다. 장합이 다시 십 합 남짓 싸우자 위연이 다시 달아난다. 장합이 분노해 뒤쫓는데 다시 관흥이 앞 에서 공격하며, 갈 길을 가로막는다. 장합이 크게 노해, 말을 몰아 교봉한다. 싸움이 십 합을 못 넘겨, 촉병 모두 의갑( 옷과 갑옷 )과 물건을 버리고 달아나니, 도로를 꽉 메운다. 위병들 모두 말에서 내려서 쟁취한다. 위연과 관흥 두 사람이 돌아가면서 교전하고 장합은 용맹을 떨치며 추격한다. 점점 해가 저무는데 목문도 어귀까지 추격하자 위연이 말머리를 돌려 소리높여 크게 욕한다.

    “장합! 역적! 내 너와 싸우지 않았더니 너는 쫓아오기만 했다! 내 이제 너와 한바탕 죽기로 싸우겠다!”

    장합이 십분 분노해, 창을 꼬나쥐고 말을 내달려, 곧장 위연에게 달려든다. 위연이 칼을 휘두르며 맞이해 싸우지만 십 합을 못 넘기고 위 연이 크게 져서 갑옷, 투구, 말을 모조리 버린 채, 패잔병을 이끌고 목문도 안으로 달아난다.

    장합이 살기가 치솟는데다 위연이 대패해 도주하자 말을 몰고 뒤쫓는다. 이때 하늘이 컴컴한데 한차례 포성이 울리더니 산 위에 불빛이 하늘을 찌르고 큰 돌과 장작 더미가 굴려내려와 갈 길을 차단한다. 장합이 크게 놀라 말한다.

    “내가 계책에 빠졌구나!”

    급히 말머리를 돌리는데, 배후는 이미 나무와 돌들로 퇴로가 막히고, 중간에 겨우 한토막 빈 땅이 있을 따름으로, 그 양쪽은 모두 초벽峭 壁( 매우 가파른 낭떠러지 )이라, 장합이 나아가거나 물러날 길이 없다. 갑자기 방자梆子( 대나무나 나무로 만든 악기/ 딱딱이 )가 한차 례 울리더니, 1만 노수( 쇠뇌를 쏘는 군사 )가 일제히 사격하여, 장합과 아울러 백여 명의 부장들이 모두 목문도 안에서 화살을 맞고 죽는 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매복한 쇠뇌에서 일제히 수많은 별처럼 날아서
    목문도 위에서 용맹한 병사들을 쏘았다네
    지금도 검각을 행인들이 지나가며
    아직도 제갈 군사軍師의 옛 명성을 이야기하네

    한편, 장합이 전사한 뒤, 뒤따라 위병들이 도착해, 도로가 막힌 것을 보고, 장합이 계략에 빠진 것을 안다. 병사들이 말머리를 돌려 급히 퇴각한다. 갑자기 산꼭대기 위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제갈 승상께서 여기 계시다!”

    병사들이 쳐다보니, 공명이 불빛 사이에 서서, 병사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내 오늘 사냥으로 ‘말'을 쏘아 잡으려 했는데 잘못돼서 ‘노루'를 잡았구나. 너희 모두 안심하고 돌아가, 중달에게 아뢰어, 조만간 내게 잡 힐 것이라고 하라.”

    위나라 병사들이 돌아가 사마의를 만나, 앞의 일을 자세히 고한다. 사마의가 비통해 마지않더니,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장준의張雋義( 장합 )가 죽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

    이에 병력을 거둬 낙양으로 돌아간다. 위나라 군주가 장합의 전사를 듣고 눈물 흘리며 탄식하고 사람들에게 명해, 그 시신을 거둬, 후하 게 장례를 치르게 한다.

    한편, 공명이 한중으로 들어가, 후주를 만나러 성도로 돌아가려 한다. 도호 이엄이 후주에게 거짓말을 상주한다.

    “신이 이미 군량을 준비하고, 곧 승상의 군전軍前( 전장터/ 전초기지 )으로 운송하려는데, 뜻밖에 승상이 무슨 까닭인지 갑자기 군대를 거둬 돌아온다고 합니다.”

    후주가 상주를 듣고 즉시 상서 비위에게, 한중으로 들어가 공명을 만나 철병한 이유를 묻게 한다. 비위가 한중에 도착해, 후주의 뜻을 전 한다. 공명이 크게 놀라 말한다.

    “이엄이 서신을 보내 위급을 고하며, 동오가 장차 출병해 서천을 침범할 것이라고 해서, 이런 까닭에 군대를 거둔 것이오.”

    비위가 말한다.

    “이엄이 군량을 이미 준비했는데, 승상께서 까닭 없이 회군한다고 상주를 올려, 천자께서 이 때문에 저에게 명하여, 찾아와 묻게 했을 따 름입니다.”

    공명이 크게 노하여, 사람을 보내 방찰訪察( 방문 조사 )하게 한다. 알고보니, 이엄이 군량을 마련하지 못해, 승상에게 처벌 받을까 두 려워, 서신을 보내 회군하게 하고, 도리어 천자에게 거짓말을 아뢰어, 자기의 과오를 숨긴 것이다. 공명이 크게 노해 말한다.

    “필부 놈이 자기 한몸을 위해, 국가대사를 폐하다니!”

    사람들을 시켜 끌고와서 처형하려 한다. 비위가 권한다.

    “승상께서는 선제 폐하의 탁고託孤( 부모가 죽으며 남겨진 자식을 부탁함/ 선주 유현덕이 죽으며 후주 유선을 부탁한 것 )하신 뜻을 생 각하시어, 잠시라도 너그러이 용서하십시오.”

    공명이 이를 따른다. 비위가 즉시 표를 갖춰 천제에게 상주해 소명한다. 후주가 표를 읽고나서, 왈칵 성을 내며, 무사들에게 호통쳐, 이엄을 끌어다가 처형하라 한다. 참군 장완이 자리에서 나와 아뢴다.

    “이엄은 선제께서 탁고의 중임을 맡긴 신하이니, 바라옵건대 아무쪼록 너그러이 용서해주소서.”

    후주가 이를 따라, 즉각 이엄을 서인( 평민 )으로 강등해, 재동군梓潼郡으로 귀양을 보내 조용히 머물게 한다. 공명이 성도로 돌아와, 이엄의 아들 이풍을 장사長史( 승상, 태위 등 고위관료의 보좌 관직 )로 임용한다. 군량을 모으고, 진법을 강론하고 군사를 논하고, 무 기를 정비하고, 장졸들을 존휼存恤( 아끼다/ 돌보다 )하며 삼년 후 출정하기로 한다. 양천( 동천과 서천 )의 인민과 병사들이, 모두 그 은 덕을 우러른다. 광음光陰( 시간/ 세월 )이 점점 흘러, 어느새 3년이 지난다. 때는 건흥 12년 봄 2월이다. 공명이 조정으로 들어가 상주한 다.

    “신이 이제 병사들을 존휼한지 벌써 3년이 경과했습니다. 양초糧草( 군량과 말먹이풀 )는 풍족하고, 군기軍器( 무기/ 군사장비 )는 완비 되고, 인마는 웅장하니, 위나라를 정벌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간당奸黨( 국가와 군주에 반역하는 간사한 무리 )을 쓸어내어, 중원을 회 복하지 못하면, 맹세코 폐하를 뵙지 않겠습니다!”

    후주가 말한다.

    “방금 이미 정족지세鼎足之勢( 솥 다리 세 개처럼 안정된 형세 )를 이뤄, 오나라와 위나라가 침입하지 않는데 상부相父( 제갈 승상을 높 여 부르는 말 )께서 어찌 편안히 태평세월을 누리지 않으십니까?”

    “신이 선제 폐하의 지우지은知遇之恩( 상대의 재능을 알아봐준 은혜 )을 입어, 꿈꾸고 잠든 사이에도, 위나라를 정벌하는 계책을 생각 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힘을 다하고 충성을 다 바쳐, 폐하를 위해 중원을 극복克復( 원래대로 복원하다 )하고, 한실( 한나라 황실 곧 촉한의 황실 )을 중흥하는 것이, 신의 소원입니다.”

    말을 미처 마치기 앞서, 자리에서 한 사람이 나오며 말한다.

    “승상께서 흥병( 출병 )하셔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바라보니 바로 초주譙周다.

    제갈 무후께서 몸바쳐 오로지 나라를 걱정할 뿐인데,
    태사 초주가 천기를 알고 천명을 논하네

    초주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