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04회 한나라 승상이 큰별이 떨어지자 하늘로 돌아가고 위나라 도독이 나무인형을 보고 간담이 떨어진다

    한편, 강유는 위연이 등불을 밟아서 꺼트리자, 마음 속으로 분노해, 검을 뽑아 죽이려 한다. 공명이 막으며 말한다.

    “내 목숨이 끊어질 운명이지, 문장( 위연의 자 )의 잘못이 아니오.”

    이에 강유가 검을 거둔다. 공명이 피를 수차례 토하더니, 침대 위에 쓰러져 누워, 위연에게 말한다.

    “이것( 사마의가 군대를 보낸 것 )은 사마의가 내게 병이 있는 줄 알고, 사람들을 시켜 허실을 캐어보려 온 것이오. 어서 나가서 대적하시 오.”

    위연이 명령을 받고, 장막을 나가 말에 올라 군을 이끌고 영채 밖으로 달려간다. 하후패가 위연을 보고, 황망히 군을 이끌고 퇴각한 다. 위연이 2십 리 남짓 추격하고서야 돌아온다. 공명이 위연에게 본진으로 돌아와 파수把守( 호위/ 경비 )하라 한다.

    강유가 군막으로 들어가, 공명의 침상 앞으로 바로 가서 문안한다. 공명이 말한다.

    “내가 본래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중원을 회복하고, 한실( 한나라 황실 )을 중흥하려 했소. 그러나 하늘의 뜻이 이와 같으니, 내가 단석( 아침저녁 / 짧은 시간 / 곧 )에 죽을 것이오. 내가 평생에 배운 것을 이미 24편의 책, 14112 자字로 그 안에 팔무八務( 여덟 가지 필 요 사항 ), 칠계七戒( 일곱 가지 주의 사항 ), 육공六恐( 여섯 가지 공포 ), 오구五懼( 다섯 가지 두려움 )를 저술했소. 내가 여러 장수를 두루 살폈지만, 아무도 이 책을 받을 수 없고, 오로지 그대에게만 내 책을 전할 수 있겠소. 절대 소홀하지 마시오!”

    강유가 소리내어 울며 절을 올리고 받는다. 공명이 다시 말한다.

    “내게 ‘연노법( 연발로 쏘는 쇠뇌의 사용법 )'이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못했소. 그 연노법에서 화살 길이는 8촌이고 연노 하나로 화살 열 개를 쏘는데, 모든 도본( 설계도 )을 완성했소. 그대가 그 법에 따라 만들어 쓰시오.”

    강유가 역시 절을 올리고 받는다. 공명이 다시 말한다.

    “촉나라 안의 여러 도로는 모두 크게 걱정할 것이 없소. 오로지 음평을 반드시 자세히 살펴야 하니, 이 땅은 비록 험준하지만, 먼훗날 틀림없이 위험이 닥칠 것이오.”

    다시 마대를 군막 안으로 불러 귓속말로 비밀 계책을 전하며, 부탁한다.

    “내가 죽은 뒤, 이 계책을 실행하시오.”

    마대가 계책을 받고 나간다.

    잠시 뒤, 양의가 들어온다. 공명이 침상 앞까지 불러서, 비단 주머니 하나를 주며, 은밀히 부탁한다.

    “내가 죽으면 위연이 틀림없이 반역할 것이오. 반란이 일어나기를 기다려, 이 주머니를 열어보시오. 그때 위연을 벨 사람이 저절로 나타 날 것이오.”

    공명이 하나하나 지시를 마치더니, 곧 혼절해 쓰러져, 저녁이 돼서야 깨어나, 그날 밤 후주에게 표를 올려 아뢴다. 후주가 표를 듣고 크게 놀라, 급히 상서 이복에게 한밤중에 군중으로 가서 문안하고 아울러 뒷일을 묻게 한다. 이복이 어명을 받고 길을 재촉해 오장원으로 가 서 공명을 만나러 들어가 후주의 명을 전하고 문안을 마친다. 공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내가 불행히 중도에 사망해, 국가대사를 저버리니, 천하에 죄를 짓는 것이오. 내 사후에 공들께서 마땅히 충성을 다해 주상을 보필하시 고 국가의 옛 제도는 변경하지 마시오. 내가 등용한 사람들도 함부로 폐하지 마시오. 내 병법은 모두 강유에게 전수하니, 그는 스스로 능 히 내 뜻을 이어, 국가를 위해 힘을 다할 것이오. 내 목숨이 이미 단석에 걸렸으니, 즉시 표를 보내 천자께 아뢰야겠소.”

    이복이 그 언어言語를 받들어, 총총히 작별하고 떠난다.

    공명이 병든 몸을 억지로 끌고, 좌우 사람들에게 그를 작은 수레로 부축해 태우게 하더니, 영채를 나가서 각각의 영채를 두루 살핀다. 가 을바람이 얼굴에 불어오고,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지자, 장탄식한다.

    “다시는 전장에서 역적을 토벌하지 못하겠구나! 유유한 푸른 하늘아, 언제나 이 슬픔이 끝나랴!”

    한참을 탄식하다가 군막 안으로 돌아오니, 병세가 더욱 위중해져, 양의를 불러 분부한다.

    “왕평, 요화, 장의, 장익, 오의 들은 모두 충의지사忠義之士로서, 오랫동안 전쟁을 경험하고, 부지런히 많은 일을 했으니, 믿고 쓸 수 있 소. 내가 죽은 뒤 무릇 모든 일은 옛 법에 따라 행하시오. 천천히 군대를 물려야지, 급하게 서두르지 마시오. 그대는 모략에 통달하니, 그 대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부탁할 필요는 없겠소. 강백약( 강유 )은 지혜와 용기를 족히 갖추어, 능히 단후斷後( 군대 철수 시 후방의 엄 호 )를 할 수 있을 것이오.”

    양의가 눈물 흘리며 절을 올리고 명령을 받는다. 공명이 문방사보文房四寶( 종이, 붓, 묵, 벼루 )를 가져 오게 하여, 침대 위에서 표를 써 서 후주에게 전하게 한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제가 듣기에, 생사유상生死有常( 죽고 사는 것은 정해져 있음 )이니, 정해진 운수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저의 죽음이 곧 닥쳐올 것이니, 바라옵건대 저의 충정을 다할까 합니다. 신 ‘량’은 천성이 어리석고 못난데, 어려운 시대를 만나, 벼슬을 받아 부절을 쥐고, 국가의 중책을 장악해, 군대를 일으켜 북쪽을 정벌하려 했으나,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찌 질병이 고황까지 들어가 목숨이 단석 에 걸릴 줄 알았겠습니까? 폐하를 끝까지 모시지 못하게 됐으니 한을 머금음이 무궁합니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마음을 맑게 하고 욕 심을 적게 하시며,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백성을 사랑하십시오. 선황先皇( 선대 황제 즉 유현덕 )께 효도를 다하시고 폐하께서 다스리는 사람들에게 인애와 은덕을 베푸십시오. 숨은 선비를 선발함으로써 덕성과 재능이 있는 이들을 등용하십시오. 간사한 무리를 제거함으 로써 풍속을 아름답게 하십시오.’

    ‘신의 집이 성도에 있사온데, 뽕나무 8백 그루, 박전薄田( 곡물이 잘 자라지 않는 밭 )이 15 경頃( 100묘畝 또는 6.7 헥타르의 넓이 )이라, 자제子弟가 입고 먹는 것은 넉넉합니다. 신이 외지에서 근무하게 되어, 따로 가져오는 것 없이, 제 신변의 옷과 음식은 모두 관청에 의뢰 하였으나 따로 생계에 한 치도 보태지 않았습니다. 신이 죽는 날에 안으로 착복한 비단이나 밖으로 축적한 재산이 드러나서 폐하의 신 의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공명이 쓰기를 마치고, 다시 양의에게 부탁한다.

    “내가 죽은 뒤 발상發喪하지 마시오. 큰 감龕( 신주를 모시는 장이나 작은 방 / 승려 등의 시신을 넣는 관 )을 하나 만들어, 내 시신을 그 속에 앉히시오. 쌀 일곱 알을 내 입 안에 넣고, 다리 아래에 밝은 등잔을 하나 켜시오. 군중에서 평소와 같이 안정安靜하고, 절대 거애舉 哀( 큰 소리로 통곡하며 애도를 표시함 )하지 마시오. 그러면 내 장성將星( 장군별 / 대장의 별자리 )이 떨어지지 않소. 사마의는 장성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틀림없이 놀라고 의심할 것이오. 아군에게 명을 내려, 뒷쪽 영채부터 먼저 가게 하고, 그 뒤에 영채 하나하나 천천히 퇴각하시오. 사마의가 뒤쫓으면 그대가 진세陣勢( 전투 대형 )를 갖추어 군대를 돌려 반격反鼓하시오. 그가 오기를 기다려, 내 가 미리 깎아둔 목상木像을 수레 위에 앉혀 병사들 앞으로 끌고 나오고, 대소장사大小將士( 지위가 높고 낮은 여러 장졸 )에게 그 좌우로 나눠 서게 하시오. 사마의가 이를 보고 틀림없이 놀라서 달아날 것이오.”

    양의가 모두 따르겠다 한다. 이날밤 공명이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나와서 북두北斗( 북두칠성 )를 우러러 보더니, 멀리 별 하나를 가리키 며 말한다.

    “저것이 나의 장성이오.”

    뭇 사람이 바라보니 그 별의 색이 흐려지고 흔들흔들하며 떨어지려 한다. 공명이 검으로 가리키며 입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주문을 마 치고 급히 군막으로 돌아가지만 불성인사不省人事( 인사불성 / 의식을 잃음 )에 빠진다. 뭇 장수가 두려워 어쩔 줄 모르는데, 상서 이복 이 다시 온다. 이복이 공명이 혼절한 것을 보고 아무 말도 못하다가 크게 소리내어 울며 말한다.

    “내가 국가의 대사를 그르쳤구나!”

    잠시 뒤 공명이 다시 깨어나 눈을 뜨고 둘러보더니, 침대 앞에 서 있는 이복을 본다. 공명이 말한다.

    “내 이미 공께서 다시 온 이유를 알고 있소.”

    이복이 고마워하며 말한다.

    “제가 천자의 명을 받들고, 승상께 앞으로 백년 동안 누가 국가의 대사를 맡아야 하는지 묻고자 했습니다. 제가 바삐 서두는 바람에, 승 상께 여쭈어보는 것을 잊었기에, 다시 왔을 뿐입니다.”

    “내가 죽은 뒤 대사를 맡을 만한 이는 장공염蔣公琰( 장완 )이 적임이오.”

    “공담의 뒤에는 누가 계승해야 합니까?”

    “비문위費文偉( 비위 )가 계승해야 하오.”

    이복이 다시 묻는다.

    “문위의 뒤에는 누가 마땅히 계승해야 합니까?”

    공명이 대답하지 않는다. 뭇 장수가 가까이 가서 보니, 이미 훙서薨逝( 고귀한 이가 죽음 )했다. 이때가 건흥 12년 가을 8월 23일이고, 그의 나이 54세다. 뒷날 두공부( 두보 )가 시를 지어 탄식했다.

    큰 별이 어젯밤 앞 군영에 떨어져 선생께서 이날 돌아가심을 알리네.
    호장虎帳에서 내리던 호령 들리지 않으니 기린대에 누가 다시 훈명勳名을 떨치리오.
    문하에 3천 객客을 공허히 남겨놓고, 흉중의 십만 대군 같은 지략을 쓰지 못하네.
    푸른 수풀 그늘지고 맑은 낮은 아름답건만, 이제 다시는 그 맑은 노래 들을 수 없구나!

    백낙천도 시를 지었다.

    선생이 행적을 숨기고 산림에 누웠으나 성군이 삼고초려하며 찾았구나.
    물고기가 남양에서 물을 얻고 용이 은하수로 날아올라 비를 뿌렸네.
    고아를 맡기며 두터운 예를 다하니 나라에 보답하며 충성을 바쳤구나.
    앞뒤로 군대를 일으키며 표를 남기니 읽는 사람마다 눈물로 소매 적시네.

    처음에, 촉나라 장수의 교위 요립閑散이 스스로 재주와 명성이 공명에 버금간다고 일컬었는데, 일찍이 그 직위가 보잘것없는지라, 불만을 품고 불평하며, 원망하고 비방해 마지않았다. 이에 공명이 그를 폐하고, 서인庶人( 평민 )으로 만들어, 문산에 귀양 보냈다. 그런데 공명의 죽음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나는 끝내 좌임左衽( 오랑캐 / 변방에서 삶 )으로 남겠구나!”

    이엄도 이를 듣고, 크게 소리내어 울더니 병이 들어 죽는다. 원래, 이엄이 일찍이 공명이 자신을 다시 거둬들여 지난날의 잘못을 고치기를 원했다. 공명이 죽은 뒤에 다른 사람들이 그를 쓰지 못할 것을 헤아린 까닭이다. 후세에 원미지元微之가 공명을 기리는 시를 지었다.

    군주가 위기에 빠지자 반란을 평정해 구하고, 충성을 다해 탁고*의 중책을 받았네.
    뛰어난 재주는 관중과 악의를 넘어서고 절묘한 계책은 손자와 오자를 능가하네.
    늠름한 출사표! 당당한 팔진도!
    공께서 성덕盛德을 갖추었으니, 고금에 다시 없음을 한탄하노라!

    이날 밤, 하늘도 슬퍼하고 땅도 비통하고, 달빛도 빛나지 않는데, 공명이 암연奄然히( 갑작스럽게 ) 귀천歸天( 하늘로 돌아감/ 죽음 )한 다. 강유와 양의가 공명의 유명을 지켜, 장례를 치르지 않고, 법도에 따라 염을 하고, 감龕 안에 안치해, 심복 장졸 3백 인에게 명해 수 호하게 한다. 이어서 비밀 명령을 전하여, 위연에게 후미를 엄호하게 하고, 곳곳의 영채에서 하나하나 퇴각한다.

    한편, 사마의는 밤에 천문을 살피는데, 큰 별 하나가 붉은 색을 띠고 날카로운 빛을 뿜으며,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흐른다. 촉나라 영채 안으로 떨어져 세 차례에 걸쳐 튀어오르고 은은하게 소리가 들린다. 사마의가 기뻐하며 말한다.

    “공명이 죽었구나!”

    즉시 명령을 전해, 대군을 일으켜 뒤쫓는다. 영채 문을 나오며, 문득 의심이 들어 말한다.

    “공명은 육정육갑六丁六甲의 술법에 능한데, 이제 내가 오래도록 출전하지 않자, 이러한 술법으로 죽은 척하여, 나를 유인해 끌어낼 따 름이다. 이제 뒤쫓는다면, 틀림없이 그 계략에 빠질 것이다.”

    곧 다시 말고삐를 잡고 영채로 돌아가 나오지 않으며, 다만 하후패에게 몰래 수십 기( 기병 )를 이끌고 오장원의 외진 산 속으로 가서 정 탐하게 한다.

    한편, 위연은 자신의 영채에서 어젯밤 꿈을 하나 꾸니, 꿈 속에서 머리에 갑자기 뿔이 두 개 생기는지라, 깨어난 뒤 몹시 괴이하게 여긴다 . 다음 날, 행군사마 조직이 오자, 위연이 불러들여 묻는다.

    “족하께서 역리를 잘 아신다고 들은지 오래요. 내가 밤에 꿈 속에서 머리에 뿔이 두 개 생겼는데, 무슨 길흉의 징조인지 모르겠소. 수고 롭겠지만 족하께서 나를 위해 판단해주시오.”

    조직이 한참 생각하다가 답한다.

    “이것은 크게 길할 징조입니다. 기린의 머리에 뿔이 있고, 창룡蒼龍( 청룡 )의 머리에 뿔이 있으니, 이는 곧 변화해 날아오를 형상입니 다.”

    위연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공의 말씀대로 된다면 당연히 크게 사례하겠소!”

    조직이 작별하고 불과 몇 리를 못 가서 상서 비위와 마주친다. 비위가 어떻게 오는 길인지 묻자 조직이 말한다.

    “위문장( 위연 )의 영채로 갔다가, 문장의 꿈 속에서 머리에 뿔이 생겼다며, 제게 그 길흉을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본래 길조가 아 니지만 바른 말을 했다가 원망을 살까봐, 기린과 창룡으로써 예를 들어 해몽했습니다.”

    “족하는 어떻게 길조가 아닌지 아시오?”

    “뿔 각角의 글꼴은 칼 도刀 아래 쓸 용用이 있는 것입니다. 이제 머리 위에 칼을 사용하니, 몹시 흉합니다!”

    “일단, 군께서 절대 누설하지 마시오.”

    조직이 떠나고, 비위가 위연의 영채로 가서 좌우의 사람들을 물리친 뒤 고한다.

    “어젯밤 3경에 승상께서 별세하셨습니다. 임종하시며 거듭 부탁하시기를, 장군으로 하여금 후미를 엄호해 사마의를 막고, 서서히 퇴각 하며, 발상發喪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병부兵符( 군사지휘권을 나타내는 증표의 일종/ 병권 / 군사지휘권 )가 여기 있으니, 어 서 군대를 일으키시오.”

    “누가 승상의 대사를 대리하오?”

    “승상께서 일체의 대사를 모조리 양의에게 맡기셨소. 용병과 밀법密法( 비밀리에 전수하는 방법 )은 모두 강백약( 강유 )에게 전수하셨 소. 이 병부는 곧 양의의 명령이오.”

    위연이 말한다.

    “승상께서 비록 돌아가셨지만, 나는 지금 이곳에 있소. 양의는 일개 장사長史( 승상 등 고위관리의 보좌관 )에 불과하거늘 어찌 이런 대 임을 맡겠소? 그는 서천까지 운구해 안장하면 되는 것이오. 내 직접 대군을 이끌고 사마의를 공격해, 공을 세우고야 말겠소. 어찌 승상 한 사람 때문에 국가대사를 폐하겠소?”

    “승상께서 군령을 남기며, 잠시 물러나라 지시하셨으니, 어겨선 안 되오.”

    위연이 크게 노해 말한다.

    “승상이 그때 내 계책을 따랐다면 장안을 오래 전에 점령했소! 내 이제 관직이 전장군, 정서대장군, 남정후이거늘 어찌 장사 따위와 더불 어 후미를 지키는 일이나 하겠소!”

    “장군의 말씀이 비록 맞다 하더라도, 함부로 움직여서 적인들의 비웃음을 사서는 안 되오. 내가 양의를 찾아가 이해득실로써 설득해, 그 로 하여금 장군에게 병권을 양도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위연이 그 말을 따른다.

    비위가 위연에게 작별하고 영채를 나와, 서둘러 본진으로 가서 양의를 만나 위연의 말을 낱낱이 전한다. 양의가 말한다.

    “승상께서 임종하며, 일찍이 비밀리에 저에게, 위연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하셨소. 이제 병부兵符를 그에게 가져가게 한 것은, 실 은 그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소. 이제 과연 승상의 말씀대로요. 내 직접 백약( 강유 )에게 명해 후미를 엄호하게 하겠소.”

    이에 양의가 군대를 거느리고 운구하며 앞서 가고, 강유에게 후미를 엄호하라고 한다. 공명의 남긴 명령에 따라 서서히 퇴각한다. 위연 이 영채 안에 있다가, 비위가 다시 오지 않자 마음 속에 의혹이 일어, 마대에게 명하여, 십수 기를 이끌고 정탐하러 가게 한다. 마대가 돌 아와 보고한다.

    “후군後軍은 강유가 총독하고, 전군前軍은 태반이 골짜기 안으로 들어간 뒤입니다.”

    위연이 크게 노해 말한다.

    “유생 놈이 어찌 감히 나를 속이냐! 내 그를 죽이고야 말겠다!”

    이에 고개돌려 마대에게 말한다.

    “공께서 나를 도와주지 않겠소?”

    “저도 평소 양의에게 원한을 품어, 이제 장군을 도와 그를 치겠습니다.”

    위연이 크게 기뻐하며 영채를 거둬 휘하 병력을 이끌고 남쪽으로 간다.

    한편, 하후패가 군을 이끌고 오장원으로 가서 살피니,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 급히 사마의에게 돌아가 알린다.

    “촉군이 이미 모조리 물러갔습니다.”

    사마의가 발을 구르며 말한다.

    “공명이 정말 죽었구나! 어서 추격하라!”

    하후패가 말한다.

    “도독께서 함부로 추격하지 마십시오. 마땅히 편장( 하급 장수 )에게 명해 먼저 가게 하십시오.”

    “이번에는 내가 직접 가야겠소.”

    곧 군을 이끌고 두 아들을 데리고 일제히 오장원으로 달려간다.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들며 촉나라 영채 안으로 뛰어드는데 한 사람 도 보이지 않는다. 사마의가 두 아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너희가 병사들을 재촉해 뒤따라 오게 하라. 내가 먼저 군을 이끌고 전진하겠다.”

    이에 사마사와 사마소가 뒤에서 병사들을 다그친다. 사마의가 직접 군을 이끌고 앞장서서 산기슭 아래까지 다다르니 촉군이 멀지 않은 거리에 보이는지라 힘을 내어 쫓아간다. 갑자기 산 뒤에서 한 차례 포성이 울리고 함성이 크게 진동하며 촉군이 모두 깃발을 돌려 세우고 북을 두드린다. 나무 그늘 속에서 중군의 큰 깃발이 펄럭이며 나오고, 그 위에 한 줄 큰 글자로 ‘한나라 승상 무향후 제갈량'이라고 적혀 있다. 사마의가 크게 놀라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 뚫어져라 쳐다보니, 중군에서 수십 명의 상장이 사륜거( 네발 수 레 ) 한 량을 호위해서 나온다. 사륜거 위에 공명이 단좌해 있다. 윤건을 쓰고 우선( 깃털부채 )을 흔들며, 학창의를 입고 검은 띠를 둘렀 다. 사마의가 크게 놀라 말한다.

    “공명이 아직 살아 있다! 내가 함부로 중지重地( 요충지 / 방비가 삼엄한 지역 )로 들어와서 그 계략에 빠졌구나!”

    급히 말고삐를 잡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배후에서 강유가 크게 외친다.

    “적장아 게 섰거라! 네 놈이 승상의 계책에 걸려들었구나!”

    위나라 병사들이 혼비백산하여, 갑옷과 투구를 내버리고, 무기를 내던지고, 제각기 목숨을 구하고자 달아나다가 서로 짓밟아 죽은 이가 무수하다. 사마의가 5십 리 남짓 달아나니 배후에서 위나라 장수 두 사람이 쫓아와서 말 굴레를 잡으며 외친다.

    “도독! 진정하십시오!”

    사마의가 손으로 머리를 더듬으며 말한다.

    “내 머리가 붙어 있냐?”

    두 장수가 말한다.

    “도독, 그만 두려워하십시오. 촉군은 멀리 떠났습니다.”

    사마의가 한참 숨을 헐떡이다가 겨우 얼굴빛이 돌아온다. 눈을 뜨고 바라보니, 바로 하후패와 하후혜다. 이에 서서히 말고삐를 잡고 두 장수와 더불어 지름길을 찾아 그들의 영채로 달려가서, 뭇 장수에게 군을 이끌고 사방으로 흩어져 정찰하라고 한다.

    이틀이 지나, 향민鄉民( 지역 토착민 )이 달려와서 고한다.

    “촉군이 골짜기로 들어올 때 곡하는 소리가 땅을 뒤흔들고, 군중에 백기를 내걸었습니다. 공명이 정말 죽었고, 강유를 남겨 병사 1천을 이끌고 후미를 엄호하게 했습니다. 전날 수레 위의 공명은 나무 인형이었습니다.”

    사마의가 탄식한다.

    “내가 그가 살아 있을 때는 그의 계책을 헤아릴 수 있었는데, 그가 죽은 뒤에 도리어 헤아리지 못했구나!”

    이 때문에 촉나라 사람들 사이에 ‘죽은 제갈공명이 산 중달을 달아나게 만들었다.’ 라는 속담이 생겼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찬탄했다 .

    한밤에 혜성이 북두칠성에서 떨어졌건만,
    사마의는 달아나며 제갈량의 죽음을 의심했네.
    관외關外*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비웃으며,
    머리가 아직도 붙어 있냐 없냐 묻는다네.

    사마의는 공명이 죽은 것이 확실하자, 다시 군을 이끌고 뒤쫓는다. 적안파에 이르니 촉군이 이미 멀리 가버린 뒤라 군대를 이 끌고 되돌아가며 뭇 장수를 돌아보며 말한다.

    “공명이 죽었으니 우리는 베개를 높이 베고 자더라도 아무 걱정이 없게 됐소이다!”

    마침내 군대를 거둬 돌아간다. 가는 도중에 공명의 영채를 세운 곳을 보니, 전후좌우 모두 질서정연한지라, 사마의가 탄식한다.

    “참으로 천하의 기재奇才(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 )로다!”

    이에 군을 이끌고 장안으로 돌아가 뭇 장수를 곳곳에 나눠서 배치해, 제각기 요충지를 지키게 한다. 사마의가 직접 낙양으로 돌아가 군주를 만나러 간다.

    한편, 양의와 강유는 전투 대형을 갖춰 천천히 잔각棧閣( 잔도栈道 / 험중한 산악의 측면에 나무로 만든 통로 )의 입구로 후퇴해 들어간 다. 그런 뒤 옷을 갑아입고 초상을 알리고, 깃발을 내걸고 장례를 거행한다. 촉나라 병사 모두가 머리를 치고 발을 구르며 통곡하고, 심지어 통곡하다가 죽는 이도 생긴다. 그런데 촉나라 군의 선두 대열이 막 잔각 입구에 다다르자, 갑자기 앞에서 불빛이 하늘을 찌르고 함성이 땅을 뒤흔들며 1군이 길을 가로막는다. 뭇 장수가 크게 놀라, 급히 양의에게 알린다.

    위나라 진영의 장수들은 떠났는데
    촉나라에 무슨 병사들인지 모르겠네

    어디에서 오는 군대인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