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09회 촉한 장수가 기책으로 사마소를 포위하고 위나라 조방이 인과응보로 쫓겨난다

    촉한 연희 16년 가을 장군 강유가 병사 2십만을 일으켜 요화와 장익을 좌우 선봉으로 삼고 하후패를 참모로 장의를 운량리( 군량의 운송을 맡은 관리 )로 해 대군이 양평관을 나가 위나라를 정벌한다. 강유가 하후패와 더불어 상의한다.

    "지난번에 옹주를 공격했지만 이기지 못하고 돌아왔소. 이제 다시 출병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준비를 했을 것이오. 공의 고견을 듣고 싶 소."

    "농상의 여러 군 가운데 남안의 전량( 재물과 식량 )이 가장 많소. 만약 그곳을 선취하면 족히 근본으로 삼을 수 있소. 지난번에 이기지 못하고 온 것은 큰 원인이 강인들의 군대가 오지 않은 것이오. 이제 사람을 먼저 보내 농우에서 강인들과 합세한 뒤 진격해 석영으 로 나가서 동정을 따라 남안을 바로 취해야 하오."

    강유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공의 말씀이 절묘하오!"

    곧 각정을 사자로 삼아서 황금구슬과 촉나라 비단을 가지고 강인의 땅으로 가서 강왕( 강인의 왕 )과 맹호를 맺게 한다. 강왕 미당이 예 물을 받자 곧 병사 5만을 일으켜 강나라 장수 아하소과를 선봉으로 삼아 군을 이끌고 남안으로 가게 한다.

    위나라 좌장군 곽회가 이를 듣고 낙양에 급보한다. 사마사가 여러 장수에게 묻는다.

    "누가 용감히 촉군을 대적하러 가겠소?"

    보국장군 서질이 말한다.

    "제가 가겠습니다."

    사마사가 평소 서질의 영용英勇( 용맹 / 영웅적 용맹 )이 남다름을 알기에 마음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즉시 서질을 선봉으로 삼고 사마소 를 대도독으로 삼아 군대를 거느리고 농서를 향해 진발하게 한다. 군대가 동정에 이르러 마침 강유와 조우해 양군이 전투 태세를 갖춘다. 서질이 개산대부( 산을 쪼갤 듯이 큰 도끼 )를 들고 말을 타고 도전한다. 촉나라 진영에서 요화가 출격한다. 싸움이 불과 몇 합을 못 넘겨 요화가 칼을 늘어뜨리고 달아나서 오니 장익이 말을 몰아 창을 꼬나쥐고 서질을 영격한다. 싸움이 몇 합 지나지 않아 장익도 패해 촉나라 진영으로 달아난다. 서질이 군대를 지휘해 엄습하니 촉군이 대패해 3십 리 남짓 퇴각한다. 사마소도 군대를 거 두어 각자 진을 친다.

    강유가 하후패와 상의한다

    "서질이 심히 용맹하니 무슨 수로 그를 잡아야겠소?"

    "내일 지는 척해 복병을 이용하는 계책으로 이길 수 있소."

    "사마소는 중달의 아들인데 어찌 병법을 모를 리 있겠소? 엄폐된 지세를 보면 틀림없이 추격하지 않을 것이오. 내가 보니 위군이 누차에 걸쳐 아군의 양도( 군량 수송로 )를 끊었으니 이제 오히려 이 계책을 이용해 유인하면 서질을 참할 수 있소."

    곧 요화에게 이렇게저렇게 분부하고 장익에게도 이렇게저렇게 분부한다. 두 사람이 병력을 이끌고 떠난다. 그러면서 병사들을 시켜 길 에 철질( 쇠로 만든 마름쇠 / 방어용 장애물의 일종 )를 뿌리고 영채 밖에 녹각( 사슴뿔처럼 생긴 방어용 장애물의 일종 )을 많이 설치하 여 장기전에 대비함을 보여준다. 서질이 날마다 군을 이끌고 싸움을 걸지만 촉군이 나오지 않는다. 초마( 정찰병 )가 사마소에 게 보고한다.

    "촉나라 군이 철롱산 뒤에서 목우유마를 써서 군량을 운반해 장기전을 도모하며 강족 군대가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사마소가 서질을 불러 말한다

    "지난날 촉나라를 이긴 것은 그들의 양도를 끊어서요. 이제 촉나라가 철롱산 뒤에서 군량을 운송하니 그대가 오늘밤 병사 5천을 거느리 고 그 양도를 끊으면 촉나라 군은 저절로 물러갈 것이오."

    서질이 명령을 받아 초경 무렵에 군을 이끌고 철롱산으로 가니 과연 촉나라 병사 2백여 인이 1백여 량의 목우유마를 몰고 군량을 적재 해 간다. 위군이 한바탕 함성을 지르고 서질이 앞장서 가로막으니 촉군이 군량을 모두 버리고 달아난다. 서질이 병력을 나눠 절반은 군량을 노획해 영채로 돌아가고 서질이 나머지 절반을 이끌고 추격한다. 추격이 십 리를 지나지 않아 앞쪽에 수레와 병장 기가 놓여져 갈길을 막아놓았다. 서질이 병사들을 시켜 말에서 내려 수레와 병장기를 살피는데 홀연히 양쪽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서질에 급히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지만 뒷쪽의 산 속 외지고 좁은 곳에도 수레와 병장기 따위가 갈길을 차단하고 불빛이 솟아 오른다. 서질을 비롯한 이들이 연기를 무릅쓰고 불길을 뚫어 말을 몰아 나간다. 한차례 포성이 울리더니 양쪽에서 병사가 달려든다. 왼쪽은 요화가, 오른쪽은 장익이 한바탕 크게 무찌르니 위나라 군이 대패한다. 서질이 죽기살기로 싸워 홀로 달아나지만 사람도 말도 지친다.

    한참 달아나는데 그 앞으로 1군이 몰려오니 바로 강유가 이끄는 군대다. 서질이 크게 놀라 미처 손 쓰지 못하는 사이에 강유가 창으로 찌르니 서질이 말 아래로 꼬꾸라진다. 서질이 나눈 나머지 절반의 병사들도 군량을 노획해 가다가 역시 하후패에게 잡혀서 모 조리 투항한다. 하후패가 위나라 군의 갑옷을 벗겨서 촉나라 병사들에게 입히고 위나라 군의 말들을 타게 해 위나라 군의 깃발을 들고 지름길을 따라 위나라 영채로 질러간다. 위나라 군이 자대 병력이 돌아오는 줄 알고 문을 열어 들어오게 하니 촉나라 군이 영채 안으로 쇄도한다.

    사마소가 크게 놀라 말에 오르는데 앞쪽에서 요화가 달려든다. 사마소가 전진하지 못해 급히 물러나려 하지만 강유가 군을 이끌고 지름길을 따라 쇄도한다. 사마소가 사방으로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군을 이끌고 철롱산을 올라 거수據守( 점거해 지킴 )한다. 원래 이 산에는 길이 한 갈래 있는데 사방이 모두 험준해 오르기 어렵고 그 위에 오로지 샘이 하나 있어 겨우 수백 사람이 마실 수 있다. 이 때 사마소의 수하에 6천 인이 있는데 강유가 길 입구를 차단해 산 위��� 샘물까지 갈 수 없다. 사마소가 하늘을 우러러 장탄식한다.

    "내가 이곳에서 죽겠구나!"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읊었다.

    강유가 묘책을 내니 얕볼 수 없구나
    위나라 군이 철롱산에서 포위되니
    방연이 처음에 마릉의 길로 접어들고
    항우가 구리산에서 포위된 것과 같네

    주부 왕도개가 말한다.

    "지난날 경공이 포위됐을을 때 우물에 절해 샘물을 얻었습니다 장군께서 왜 그를 본받지 않으십니까?"

    사마소가 그 말을 따라 곧 산 위의 샘물가로 올라가서 거듭 절하며 축원한다.

    "제가 천자의 조서를 받들어 촉나라 군을 물리치려 왔사오니 만약 제가 죽어야 마땅해 감천이 고갈되면 저는 스스로 목을 베고 저희 병사들은 모조리 투항시키겠습니다. 만약 저의 목숨과 운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바라옵건대 창천이시여 어서 감천을 샘솟게 하시어 뭇 사람의 목숨을 살려주소서!"

    축원을 마치자 샘물이 용출하니 이를 길어서 갈증을 푼다. 이로써 인마들이 죽지 않는다.

    한편, 강유는 산 아래에서 위나라 군을 포위해 여러 장수에게 말한다.

    "지난날 승상께서 상방곡에서 사마의를 잡지 못해 내가 몹시 한스러워했소 이제 사마소가 틀림없이 내게 잡힐 것이오."

    한편. 곽회는 사마소가 철롱산 위에서 포위 당한 것을 듣고 군을 이끌고 가려 한다. 진태가 말한다.

    "강유가 강병( 강족의 군대 )과 회합해 남안을 선취하려 합니다. 이제 강병이 왔는데 장군께서 철병해 구원하러 가면 강병이 그 틈을 타서 우리 배후를 습격할 것입니다. 먼저 사람을 강인들에게 거짓으로 항복시켜 중간에서 공작하게 하십시오. 이들 강병을 물러나게 해 야 비로소 철롱의 포위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곽회가 이를 따라 곧 진태를 시켜 병사 5천을 이끌고 강왕의 영채로 가게 한다. 진태가 갑옷을 풀고 들어가 눈물흘리며 강왕에게 절을 올 리고 말한다.

    "곽회가 망녕되게 스스로를 크게 높이고 늘 저를 죽일 마음을 품은지라 투항하러 왔습니다. 곽회 군중의 허실을 제가 모두 압니다. 오늘 밤 1군을 이끌고 영채를 습격하러 가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군을 이끌고 위나라 영채로 가면 그 안에서 내응할 것입니다. "

    강왕 미당이 크게 기뻐하며 곧 아하소과에게 명해 진태와 함께 위나라 영채를 습격하라 한다. 아하소과가 진태에게 지시해 항복한 병사들을 뒤에 두고 진태로 하여금 강병들을 이끌고 선두에 서게 한다. 이날바 2경에 마침내 위나라 영채에 이르니 영문이 크게 열려 있 다. 진태가 홀로 말을 타고 먼저 들어간다. 아하소과가 말을 몰아 창을 잡고 영채로 따라 들어가다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사람과 말이 함께 함정 속으로 거꾸러진다. 진태가 뒤에서 달려들고 곽회가 왼쪽에서 달려드니 강병들이 대혼란에 빠져 서로 짓밟아 죽은 이가 무수 하고 살아남은 이는 모두 항복한다. 아하소과는 스스로 목을 베어 죽는다.

    곽회와 진태가 군을 이끌고 강인들의 영채로 곧바로 쇄도하니 강왕 미당이 급히 군막을 나와 말에 오르다가 위나라 병사들에게 사로 잡혀 곽회 앞으로 끌려간다. 곽회가 황망히 말에서 내려서 친히 그 결박을 풀어주고 좋은 말로써 위무한다.

    "조정에서 평소 공을 충의롭다 여겼거늘 이제 무슨 까닭으로 촉나라 사람들을 돕는 것이오?"

    미당이 부끄러워하며 죄를 청한다. 이에 곽회가 미당에게 말한다.

    공께서 이제 선두에 서서 철롱산의 포위를 풀러 가서 촉군을 물리치면 내가 천자께 상주해 공께 두터운 포상을 내리게 하겠소."

    미왕이 이를 따라 곧 강병들을 이끌고 앞서고 위나라 군이 뒤따라 철롱산으로 달려간다. 시각이 2경에 이르러 먼저 사람을 보내 강유 에게 알리니 강유가 크게 기뻐하며 안으로 들어와서 만나자 한다. 위나라 군 태반이 강인들 부대 속에 섞여 든다. 이들이 촉나라 영채 앞 에 이르자 강유가 대군은 모두 영채 밖에 머물라 하고 미당은 백여 명을 이끌고 군막 앞으로 오라 한다. 강유, 하후패, 두 장수가 나가서 맞이한다. 위나라 장수가 미당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배후에서 달려든다. 강유가 크게 놀라 황급히 말을 타고 달아난다. 강인들과 위군이 일제히 돌입하니 촉나라 군이 사분오락四紛五落( 사망으로 무질서하게 흩어짐 )해 각자 목숨을 구해 달아 난다.

    강유가 손에 아무 무기가 없고 허리에 부무장으로 활과 화살을 차고 있었는데 황망히 달아나다 보니 화살이 모두 땅으로 떨어져 화살통 이 텅 빈다. 강유가 산 속으로 달아나자 곽회가 군을 이끌고 뒤쫓아간다.강유의 손에 촌철( 작은 쇠붙이 / 작은 무기 )도 없는 것을 보 고 곽회가 말을 몰아 창을 꼬나쥐고 뒤쫓는다. 점점 따라붙자 강유가 빈 활 시위를 당기니 잇달아 십여 차례 활 쏘는 소리가 들린다. 곽회 가 연속해 피하지만 화살이 날아오지 않자 마침내 강유에게 화살이 없을 알아차린다. 이에 구리 창을 옆에 걸어놓고 화살을 활시위에 매겨서 쏜다. 강유가 민첩하게 피하더니 손으로 잡아서 바로 활 시위에 매겨서 곽회가 접근하기를 기다려 이마를 향해 힘껏 쏘아 날린 다. 곽회가 활 시위 소리와 함께 낙마한다.

    강유가 말머리를 돌려 곽회를 죽이려 가는데 위군이 몰려온다. 강유가 미처 죽이지 못하고 다만 곽회의 창을 집어들고 떠난다. 위나라 병사들이 감히 추격하지 못하고 곽회를 구출해 영채로 돌아간다. 화살촉을 뽑아내지만 피가 그치지 않아 사망한다. 사마소가 산을 내려와 군을 이끌고 추격하던 도중에 돌아온다. 하후패가 뒤따라 피신해 강유와 함께 달아난다. 강유가 허다한 인마를 잃고 1 로( 한 개 방면)의 영채도 수습하지 못한 채 한중으로 철수한다. 비록 패전했지만 곽회를 사살하고 서질을 격살해 위나라의 위세를 좌동挫動( 좌절 시키고 동요 시킴 )하니 그 공이 그 죄를 덮는다.

    한편, 사마소가 강족의 병사들을 호궤해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낸 뒤 군대를 거두어 낙양으로 돌아가 그 형 사마소와 더불어 조정의 권 력을 전제專制하니 신하들이 감히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다. 위나라 군주 조방은 사마소가 조정에 들어오는 것을 볼 때마다 전율해 마지 않는다. 어느 날 조방이 조회를 여는데 사마소가 검을 차고 전각을 올라오니 조방이 황망히 용상을 내려가 맞이한다. 사마소가 웃으며 말한다.

    "어찌 임금이 신하를 맞이하는 예법이 있겠습니까?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온편穩便( 온당하고 원만함 )하십시오."

    잠시 뒤 신하들이 상주하자 사마소가 모두 스스로 부단剖斷( 판결 / 판단 )하며 위나라 군주에게 계주啟奏( 신하가 임금에게 말씀 드리 거나 글을 올림 )하지 않는다. 얼마 뒤 사마소가 물러가며 거만하게 전각을 내려가 수레를 타고 나가는데 앞뒤로 옹위하는 이들이 적어 도 수천 사람은 된다. 조방이 후전으로 물러나서 좌우를 살펴보니 겨우 세 사람이 남아 있을 뿐인데 바로 태상 하후현, 중서령 이풍, 광록 대부 장집이다. 장집은 장 황후의 부친이요 조방의 황장皇丈( 황제의 장인 )이다. 조방이 근시들을 꾸짖어 내쫓더니 세 사람과 함께 밀 실로 가서 상의한다. 조방이 장집의 손을 잡고 곡하며 말한다.

    "사마사가 짐을 어린 애 보듯하고 백관을 초개처럼 여기니 종묘사직이 조만간 그 자에게 넘어가고 말겠소!"

    말을 마치고 크게 곡한다. 이풍이 아뢴다.

    "폐하 걱정하지 마소서. 신이 비록 재주 없사오나 바라옵건대 폐하의 밝은 조서를 받아 사방의 영웅들을 모아 이 역적을 없애겠나이다."

    하후현이 아뢴다.

    "신의 형 하후패가 촉나라에 귀순한 것은 사마 형제가 모해할까 두려워한 까닭에서 비롯한 것일 뿐입니다. 이제 이 도적을 소제하면 신 의 형은 틀림없이 돌아올 것입니다. 신이 바로 국가의 구척舊戚( 황제의 오랜 친척 )이온데 어찌 감히 저 간사한 역적이 나라를 어지럽히 는 것을 좌시하겠습니까?"

    조방이 말한다.

    "다만 능히 할 수 없을까 두려울 따르이오. "

    세 사람이 곡하며 아뢴다.

    "신들이 맹세코 동심으로 역적을 토벌해 폐하의 성은에 보답하겠나이다!"

    조방이 용봉한삼龍鳳汗衫( 황제가 입는 용과 봉황이 수놓인 적삼 )을 벗더니 손가락 끝을 깨물어 피로써 조서를 써서 장집에게 주며 부 탁한다.

    "짐의 조부 무황제( 조조 맹덕 )께서 동승을 주살할 수 있었던 것은 무릇 동승이 기밀을 지키지 못해서였소. 경들은 반드시 삼가고 신중 해 절대 바깥으로 누설됨이 없게 하시오."

    이풍이 말한다.

    "폐하께서 어찌 이런 불리한 말씀을 하십니까? 신들이 어찌 동승의 무리와 같겠으며 사마사가 어찌 감히 무황제와 같겠습니까? 폐하께 서 걱정하지 마소서."

    세 사람이 조방에게 고별하고 나와서 동화문 좌측에 이르자 마침 사마소가 검을 차고 오고 그를 따라오는 이들이 수백인데 모두 병기를 가지고 있다. 세 사람이 길가에 서니 사마소가 묻는다.

    "세 분이 퇴궐을 어찌 이렇게 늦게 하시오?"

    이풍이 말한다.

    "성상께서 궁정에서 책을 읽으셔서 저희 세 사람이 시독( 임금의 독서할 때 시중을 드는 것 )했을 뿐입니다."

    "무슨 책을 보셨소?"

    "하나라, 상나라, 주나라 삼대의 책입니다."

    "성상께서 그 책을 읽으시고 무슨 고사를 물으셨소?"

    "천자께서 물으신 것은 이윤이 어떻게 상나라를 위하고 주공이 어떻게 섭정하였가입니다. 저희 모두 아뢰기를, 이제 사마 대장군이 바로 이윤과 주공 같은 분이라 했습니다."

    사마사가 비웃는다.

    "너희가 어찌 나를 이윤과 주공에 비하겠냐! 마음 속으로 나를 왕망과 동탁이라고 손가락질하겠지!

    세 사람이 모두 말한다.

    "저희 세 사람이 모두 장군 문하의 사람인데 어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마사가 크게 노해 말한다.

    "너희가 바로 입으로 아첨하는 놈들이구나! 조금 전에 천자와 함께 밀실 안에서 통곡한 것은 무슨 일이냐?"

    "참으로 그런 일이 없습니다."

    사마사가 질타한다.

    "너희 세 사람이 눈물을 흘려 아직도 눈이 빨갛거늘 어찌 저뢰抵賴( 부인 / 자백을 거부함 )하냐!"

    하후현이 거사가 이미 누설된 것을 알고 소리 높여 크게 꾸짖는다.

    "우리가 곡한 것은 네놈이 그 주인을 위협해 장차 찬역을 꾀하기 때문이다!"

    사마사가 크게 노해 무사들에게 호통쳐서 하후현을 잡으라 한다. 하후현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먹을 휘두르며 사마사를 때리려 하지 만 무사들에게 사로잡힌다. 사마사가 장수들을 시켜 각각을 수색하니 장집의 몸에서 용봉한삼이 나오고 그 위에 혈서가 적혀 있다. 사마 사가 보니 바로 천자의 밀조( 비밀 조서 )다. 밀조의 내용이 이렇다.

    사마사 형제가 공히 대권을 장악하고 장차 찬역을 도모하오. 조제詔制( 군주의 명령 )를 행하는 것들도 모두 짐의 뜻이 아니오. 각부의 관병과 장사들은 다함께 충의를 받들어 적신( 역적인 신하 )을 토멸해 사직을 바로잡으시오. 공을 이루는 날에 벼슬과 상을 크게 내릴 것이오.

    사마사가 읽고나서 벌커덕 크게 노해 말한다.

    "알고보니 너희가 음모를 꾸며 우리 형제를 해치려 했구나! 참으로 용서하기 어렵구나!"

    즉시 영을 내려 세 사람을 저자에서 요참( 대역죄인의 허리를 배어서 처형하는 극형 )하고 그 삼족을 멸하라 한다. 세 사람이 그래도 욕을 멈추지 않는다. 동시( 동쪽 시장 / 처형장 )에 이르러서 치아가 모두 얻어맞아 빠져서그 말소리를 알아듣기 어렵건만 각인이 수차례 욕설을 퍼부으며 죽는다. 사마사가 곧바로 후궁으로 들어간다. 위나라 군주 조방이 마침 장 황후와 이 일을 상의하고 있는데 황후가 말 한다.

    "궁정 안에 지켜보고 엿듣는 눈과 귀가 자못 많은데 만약 이 일이 누설되면 반드시 소첩이 연루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사마사가 들어오니 황후가 깜짝 놀란다. 사마사가 검을 매만지며 조방에게 이른다.

    "신의 부친이 폐하를 임금으로 옹립했으니 그 공덕이 주공보다 밑에 있지 않고 신이 폐하를 섬김이 역시 이윤과 어찌 다르겠습니까? 이 제 오히려 은혜를 원수로 갚고 공을 허물로 여겨서 두세 사람의 소신小臣( 직위가 낮은 관리 / 신하가 스스로 낮춰 부르는 말 )과 더불어 신의 형제를 모해하려 하시다니 무슨 까닭입니까?"

    조방이 말한다.

    "짐은 그럴 뜻이 없소."

    사마사가 소매에서 용봉한삼을 꺼내어 바닥에 던지며 말한다.

    "이것은 누가 쓴 것입니까?"

    조방의 '혼'이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백'이 구소九霄( 구천 )로 흩어져 벌벌 떨며 답한다.

    "이것은 모두 타인이 핍박해 쓴 것이오. 짐이 어찌 감히 이런 마음을 품겠소?"

    "대신을 반역이라고 함부로 무고하면 무슨 죄를 줘야 마땅하겠습니까?"

    조방이 무릎 꿇고 고한다.

    "짐도 함께 죄를 지었소. 대장군께서 용서해 주기를 바라오."

    "폐하 일어나십시오. 국법을 아직 폐할 수 없습니다."

    곧 장 황후를 가리키며 말한다.

    "장집의 딸이니 제거해야 마땅합니다."

    조방이 크게 울며 살려달라 애원하지만 사마사가 듣지 않고 좌우의 장수들에게 소리쳐서 장 황후를 끌고 나가서 동화문 안에 이르러 하 얀 비단끈으로 목을 졸라 죽인다. 후세에 누군가 시를 지었다.

    지난날 복황후가 궁문 밖으로 끌려 나갈 때
    발을 구르며 지존에게 애달프게 작별을 고했네
    사마사가 이 왕조에서 그것을 본받으니
    자손에게 복수가 돌아감을 하늘이 가르치네

    다음날 사마사가 신하들을 크게 모아 말한다.

    "지금의 주상이 황음무도하고 경망스럽기가 창우娼優( 가무에 종사하는 예인 / 기녀 )와 가까우며 참언을 듣고 믿어 현로賢路( 현명한 사람이 벼슬에 오르는 길 )를 막았소. 그 죄가 한나라의 창읍보다 심하니 천하를 다스릴 수 없소. 내가 삼가 이윤과 곽광의 법을 본받아 따로 새 임금을 옹립함으로써 사직을 보전하고 천하를 안정되게 하려는데 어떻겠소?"

    사람들 모두 응답한다.

    "대장군께서 아윤과 곽광의 사례를 행함은 이른 바 하늘의 뜻에 응하고 민심을 따름인데 누가 감히 명을 어기겠습니까?"

    사마사가 곧 많은 관리를 이끌고 영녕궁으로 둘어가 태후에게 주문奏聞( 신하가 임금에게 보고를 올림 )하니 태후가 말한다.

    "대장군은 누구를 임금으로 세우고 싶소?"

    "신이 살펴보건대 팽성왕 조거曹據가 총명하고 인자롭고 효성스러우니 가히 천하의 주인이 될 만합니다."

    "팽성왕은 이 늙은 몸의 숙부인데 이제 임금이 된다면 내가 어찌해야겠소? 현재 고귀향공 조모는 문황제( 조비 )의 손자로 이 사람이 온 화하고 공경하며 겸양하니 옹립할 만하오. 경을 비롯한 대신들이 종장토의從長計議( 천천히 자세하게 상의함 )하시오."

    누군가 상주한다.

    "태후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서 그분을 옹립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바라보니 바로 사마사의 종숙宗叔( 아버지의 사촌 동생 ) 사마부司馬孚다. 사마사가 곧 사자를 원성으로 보내 고귀향공을 부 르게 하고 태후에게 청해 태극전으로 가서 조방을 불러 꾸짖게 한다.

    "너는 황음무도하고 경망스럽기가 창우( 기녀 )와 같아서 천하를 이어받을 수 없다. 마땅히 옥새를 내려놓고 다시 왕의 작위로 돌아가야 할 것이니 당장 길을 떠나라. 앞으로 선소宣召( 임금의 부르심 )가 아니면 조정에 들어오는 것을 불허한다."

    조방이 눈물 흘리며 태후에게 절하고 국새를 바친 뒤 왕의 수레를 타고 크게 곡하며 떠난다. 몇몇 충의로운 신하들만이 눈물을 머금고 환송한다. 후세에 누군가 시를 지었다.

    지난날 조만( 조조 맹덕의 멸칭 )이 한나라의 승상일 적에
    남의 과부와 고아를 업신여겼지
    누가 알았으랴! 사십여 년 뒤에
    후손의 과부와 고아가 그런 꼴 당할 줄을!

    한편, 고귀향공 조모 '언사'는 문제(조비)의 손자로서 동해정왕 조림의 아들이다. 그날 사마사가 태후의 명으로 오게 하니 문무관료가 서야문 밖에 난가 鑾駕(임금의 수레)를 준비해 절을 올려 영접한다. 조모가 황망히 답례하니 태위 왕숙이 말한다.

    "주상께서는 답례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나도 인신이거늘 어찌 답례를 하지 않겠소."

    문무관료가 조모를 부축해 난가에 태워서 입궁하려 하니 조모가 사양한다.

    "태후의 조명詔命( 임금의 조서 )이 어찌된 것인지 모르는데 내가 어찌난가를 타고 입궁하겠소?"

    결국 걸어서 태극동당까지 가니 사마사가 영접한다. 조모가 먼저 몸을 숙여 절하니 사마사가 급히 부축해 일으킨다. 문후를 마치고 태후에게 데려가니 태후가 말한다.

    "내가 보니 너는 어려서부터 제왕의 상을 갖고 있었다. 네가 이제 천하의 주인이 돼야 한다. 반드시 공손하고 부지런하고 절약할 것이며 덕과 인을 베풀어 선제를 욕보이지 말라."

    조모가 두번 세번 사양하지만 사마사가 문무 관료들에게 명해 조모를 태극전으로 청해 그날 바로 새 임금으로 옹립하고 연호를 가 평 6년에서 정원 원년으로 고친다. 천하에 크게 사면령을 내리고 대장군 사마사에게 황월黃鉞( 원래 천자의 의장 )을 내리며 그에게 입 조불추入朝不趨( 황제를 알현하러 조정에 들어올 때 종종걸음을 치지 않을 수 있는 특권 ), 주사불명奏事不名( 임금에게 상주할 때 자신 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특권 ), 대검상전帶劍上殿( 궁전 안에서 검을 차고 다닐 수 있는 특권 )의 명예를 내린다. 문무 백관도 각 각 벼슬과 포상을 받는다. 정원 2년 봄에 세작이 급보하니 진동장군 관구검( 모구검 ), 양주자사 문흠이 폐주( 임금을 폐함 / 사마사가 조 방을 내쫓은 일 )를 명분으로 군대를 일으켜 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마사가 크게 놀란다.

    한나라 신하가 일찍이 근왕勤王의 뜻을 가졌었는데
    위나라 장수 또한 역적을 토벌하는 군대를 일으키네

    어떻게 대적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