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2회 도공조가 서주를 세번 양도하고 조맹덕이 여포와 크게 싸운다

    조조가 황망히 달아나는 순간, 정남쪽에서 한떼의 병력이 달려온다. 바로 하후돈이 군을 이끌고 구원하여 여포를 가로막고 크게 싸운다. 황혼 무렵까지 계속 싸우다가 큰비가 쏟아지자 각자 회군한다. 조조가 진지로 돌아와 전위를 크게 포상하고 영군도위로 삼는다.

    여포가 영채에 이르러 진궁과 상의하니 그가 말한다.

    "복양성 안에 부호富戶 전씨田氏라고 있는데 가동家僮(종)이 천백千百에 이를 정도로 일군一郡의 거실巨室(거대 가문)이지요. 은밀히 사람을 조조 진지로 보내 서찰에 '여 온후 溫侯가 잔폭 殘暴하고 어질지 못해 민심이 크게 원망하므로 이제 여양 黎陽으로 병력을 이동하려 합니다. 고순 高順 혼자 성 안에 있으니 오늘밤 진병 進兵하시면 제가 내응하겠습니다'라고 쓰십시오. 조조가 온다면 입성하도 록 꾀어 네 곳의 성문에 방화하고 밖에는 복병을 두십시오. 조조가 비록 경천위지 經天緯地(천하를 다스림)의 재주를 가졌다고 한들 이 지경이 되고서야 어찌 탈출할 수 있겠습니까?"

    여포가 계책을 따라 은밀히 전씨에게 사람을 조조 진지로 보내라 한다. 조조가 방금 패해 주저하는데 전 씨가 사람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가 바친 밀서는 이렇다.

    '여포가 이미 여양으로 가서 성중이 공허하네요. 만백성이 공께서 어서 오시기만 바라고 있사오니, 오신다면 마땅히 내응해야지요. 성 위에 백기를 꽂고 크게 '의 義' 자를 써서 암호로 삼지요.'

    조조가 기뻐한다.

    "하늘이 내게 복양을 주시는구먼!"

    찾아온 사자를 크게 포상하고 출병한다. 유엽이 말한다.

    "여포가 무모하나 진궁은 꾀가 많아요. 무슨 속임수가 있지 않을까 두려우니 대비를 해야지요. 명공께서 가시겠다면 삼군을 3대로 나눠 2대는 성밖에서 접응하고 1대만 입성하는 게 좋겠네요."

    조조가 따라서 군을 3대로 갈라 성 아래로 간다. 조조가 먼저 가서 살펴보니 성 위에 두루 기번 旗旛(각종 깃발)을 꽂았는데 서문西門 위에 '의 義' 자가 적힌 백기가 하나 꽂혔으니 속으로 기뻐한다. 이날 정오에 성문이 열리자 두 장수가 군을 이끌고 출전한다. 전군前軍은 후성이요 후군後軍은 고순이다. 조조가 즉시 전위를 출마出馬시켜 후성에게 달려들게 한다. 후성이 대적하지 못하고 말을 돌려 성 안으로 달아난다.전위가 뒤쫓아 조교弔橋(적교 吊橋의 틀린 말) 가까이 이르니 고순도 막아내지 못하고 모두 성 안으로 퇴각한다. 황급한 상황에서 어느 군인이 틈을 타서 군진을 넘어와 조조를 만나 밀서를 바치는데 대략 이렇다.

    "오늘밤 초경初更 무렵 성 위에서 징을 울리거든 바로 진병 進兵하세요. 제가 문을 열어드리지요."

    조조가 하후돈은 좌군을 이끌고 조홍은 우군을 이끌게 하고 자신은 하후연, 이전, 악진, 전위 네 장수와 함께 군을 이끌고 입성한다. 이전이 말한다.

    "주공께서 성 밖에 계시지요. 저희가 먼저 입성하겠습니다. "

    "내가 몸소 앞장서지 않고서야 누가 기꺼이 앞으로 가겠냐!"

    선두에서 군을 이끌고 들어간다.

    이때는 초경初更 쯤이지만 달빛은 아직 비추지 않는다. 서문 위에서 법라法螺(소라껍데기로 만든 악기) 소리, 딱딱이 소리, 함성 일고 문 위에 화파火把(횃불)들이 어지러이 비추고 성문이 활짝 열리자 조교 弔橋(적교)가 내려진다. 조조가 앞다퉈 말을 몰고 들어간다. 서주 관아로 바로 가니 길에 아무도 안 보인다. 조조가 계략인 걸 깨닫고 황망히 말을 세워 되돌리며 "퇴병 退兵하라!" 크게 외친다. 관아 안에서 호포 한발 울리더니 4문에서 열화 烈火(맹렬한 불길)가 굉천轟天(하늘을 울림)하고 징소리, 북소리 일제히 울리고 함성이 강번해비 江翻海沸((강이 뒤집어지고 바다가 용솟음침) 같다.

    동쪽 거리에서 장요가 돌아나오고 서쪽 거리에서 장패가 돌아나와 협공한다. 조조가 북문으로 달아나지만 길옆에서 학맹과 조성이 돌아나와 다시 한바탕 무찌른다. 조조가 급히 남문으로 달아나니 고순과 후성이 막아선다. 전위典韋가 눈을 부릅뜨고 어금니를 악물고 충살衝殺하니 고순과 후성이 거꾸로 성밖으로 달아난다.

    전위가 조교까지 쇄도해 고개 돌리니 조조가 보이지 않는다. 몸을 돌려 다시 성 안으로 급히 들어가다가 문 아래에서 이전과 마주친다 .

    "주공께서 어딨소?" 전위가 물으니 "나도 찾았으나 못 봤소" 라고 이전이 답하자 전위가 말한다.

    "성밖에서 어서 구원군을 재촉하시오. 내가 들어가서 주공을 찾아보겠소."

    전위가 성 안으로 뛰어들어 조조를 찾지만 안 보인다. 다시 성밖으로 나와 해자 근처에서 악진과 마주친다.

    "주공께서 어딨소?" 악진이 묻자 전위가 말한다.

    "내가 두번이나 오가며 찾았으나 보이지 않소."

    악진이 말한다.

    "어서 함께 들어가 주공을 구합시다!"

    두 사람이 문 앞으로 가니 성 위에서 불덩이와 돌덩이 (원문에 '火砲滾下 화포가 거세게 내리친다'라 돼 있지만 삼국시대는 화포 즉 총 포류가 없을 때이므로 불덩이와 돌쇠뇌 '砲'에서 쏘는 돌덩이로 번역)가 거세게 떨어지므로 악진이 말을 타고 들어갈 수 없는데 전위가 연기를 무릅쓰고 불길을 뚫고 돌입해 도처到處(가는 곳)마다 조조를 찾는다.

    한편 전위가 급히 나가는 걸 조조가 봤지만 사하四下(사방)에서 인마人馬가 가로막자 남문으로 나가지 못하고 북문으로 몸을 돌리는데 불빛 속에서 여포가 극을 들고 말 달려 온다. 조조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채찍을 가해 말을 몰아 여포 곁을 지난다. 여포가 말을 몰고 따라와 극으로 조조의 투구를 툭 치며 "조조는 어딨냐?" 물으니 조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저 앞에 누런 말을 탄 놈입니다."

    여포가 이 말을 듣고 조조를 놔두고 말을 몰아 앞으로 추격한다. 조조가 말머리를 돌려 동문으로 달아나다가 마침내 전위를 만난다. 전위가 조조를 옹호擁護(부축해 보호)하며 거세게 혈로血路를 뚫어 성문 가까이 이르니 화염火燄이 극성하고 성 아래로 시초柴草(불붙이는 풀)가 쏟아져 온통 불바다다. 전위가 극을 휘둘러 길을 열고 나는듯이 말 달려 연기를 무릅쓰고 불을 뚫으며 앞장선다. 조조가 뒤따라나온 다. 성문 가까이 이르니 성문 위에서 불붙은 대들보 하나가 무너져내려 조조가 탄 말의 뒷다리 사타구니에 맞아 말이 엎어진다. 조조가 손으로 대들보를 밀어 빠져나오지만 손이고 팔이고 수염이고 머리카락이고 모조리 소상燒傷(화상)을 입었다.

    전위가 말을 돌려와 구하는데 다행히 하후연夏侯淵도 온다. 두 사람이 함께 조조를 구해 일으키고 불을 뚫고 나간다. 조조가 하후연의 말을 타고 전위가 크게 길을 열어 달아난다. 혼전 끝에 날이 밝아서야 조조가 진지로 돌아오니, 여러 장수가 절하며 문안問安하자 조조가 얼굴을 들어 웃는다.

    "필부의 계책에 어쩌다 넘어갔구먼. 반드시 되갚고 말겠어!"

    "어서 계책을 세워야지요." 곽가가 말하자 조조가 말한다.

    "이제 장계취계 將計就計(저편의 계략을 이용해 이편의 계략을 씀)뿐이네. 내가 화상을 입어 화독火毒이 차올라 5경에 벌써 죽었다고 말을 퍼뜨리게. 내가 마릉산 馬陵山 속에 복병伏兵한 뒤 적병이 반쯤 지나기를 기다려 친다면 여포를 잡을 수 있을 거야."

    "정말 좋은 계책이군요"라고 곽가가 말했다. 이에 따라 병사들에게 상복을 입혀서 발상하고 조조가 죽었다고 거짓말한다. 금세 누군가 복양으로 가서 여포에게 조조가 온몸에 화상을 입어 진지로 돌아와 죽었다고 한다. 여포가 군마를 일으켜 마릉산으로 달려간다. 조조 진지에 이르자 북소리 크게 울리며 복병이 사방에서 쏟아져나온다. 여포가 죽기살기로 싸워서 탈출하지만 허다한 인마를 잃고 패해 복양으로 돌아간 뒤 굳게 지킬 뿐 출전하지 않는다.

    이해에 황충 蝗蟲(메뚜기)이 갑자기 창궐해 벼를 모조리 갉아먹는다. 관동 일대에서 곡식 1곡(10말)이 5십전에 달할 만큼 귀해져 인민이 서로 잡아먹을 지경이다. 조조가 군중에 양식이 바닥나자 견성으로 급히 간다. 여포도 병력을 이끌고 산양에 주둔해 양식을 찾는다. 이러므로 두 진영 모두 당분간 싸움을 파한다.

    한편, 서주의 도겸은 벌써 63세인데 갑자기 병에 걸려 금방 위중해지자 미축과 진등을 불러 의논한다. 미축이 말한다.

    " 조조군이 물러간 것은 여포가 연주를 습격했기 때문이고, 이제 흉년이 들어 싸움을 파했지만 오는봄에 반드시 쳐들어오겠지요. 부군께서 두번이나 유현덕에게 양위하셨지만 당시는 부군께서 아직 강건하시므로 현덕이 받지 않았습니다 . 이제 병세가 위중하니 이런 모습을 보이고 넘겨주시면 현덕도 사양하지 않겠지요."

    도겸이 크게 기뻐하며 소패로 사람을 보내 군무를 의논할 게 있다며 현덕을 부른다. 현덕이 관, 장과 더불어 수십 기를 대동하고 서주에 이르니 도겸이 침실로 불러들인다. 현덕이 문안하자 도겸이 말한다.

    "현덕 공을 부른 건 다른 일 때문이 아니에요. 이 늙은이가 병세가 위독해 아침저녁을 장담하기 어렵군요. 공께서 한가의 성지가 위태로움을 가련하게 여겨 서주의 패인을 받아주기를 만인이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이 늙은이가 죽어도 편히 눈을 감겠네요."

    "군께 두 아들이 있는데 어찌 물려주지 않으세요?"

    "장남 상과 차남 응은 재주가 모두 감당할 수 없습니다. 늙은이가 죽은 후에 오히려 명공께서 그들을 가르쳐주시되 절대로 서주의 일은 맡기지 마세요."

    "저 같은 자가 어찌 이런 대임 大任을 맡겠습니까?"

    "제가 한 사람을 천거할테니 공을 보좌할 만해요. 북해 출신의 손건 '공우'를 종사(보좌)로 삼으세요."

    도겸이 미축에게 말한다.

    "유공은 당세 인걸이시니 잘 모시게."

    현덕이 끝까지 핑계를 대며 거절하자 도겸이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키며 죽는다. 모든 병사가 애도를 표하고 패인을 두손모아 현덕에게 바친다. 현덕이 고사한다. 이튿날 서주 백성이 부중 앞에 몰려들어 울고 절한다.

    "유사군께서 이 고을을 다스리지 않으신다면 저희 모두 편안히 살 수가 없네요."

    관, 장 2 공도 거듭 권한다. 현덕이 마침내 서주를 맡겠다고 한다. 손건과 미축에게 보좌를 맡기고 진등을 막관으로 삼는다. 소패의 군마를 모조리 불러 입성시키고 방문을 붙여서 백성을 안심시킨다. 한편으로 도겸의 장례를 치른다. 현덕이 상하 군인들과 함께 상복을 입고 크게 제전을 거행한다. 제전을 마치고 황하의 들에 묻는다. 도겸의 유표를 조정에 알린다.

    조조가 견성에 있다가 도겸이 죽고 유현덕이 서주목이 된 걸 알고 대로한다.

    "내 복수를 아직 못했는데 그놈은 화살 하나 쏘지 않고 앉아서 서주를 먹다니! 내 반드시 유비를 죽이고 도겸의 시체를 육시해 돌아가신 부친의 원한을 풀겠다!"

    즉시 호령을 전하고 날을 골라서 출병하여 서주를 치려한다. 순욱이 들어와 간언한다.

    "옛날 고조가 관중을 지키고 광무제가 하내에 웅거함은 모두 근본을 튼튼히 함이니 이로써 천하를 바로잡았지요. 나아가 적에게 이기기에 족하고 물러나 굳게 지키기에 족하니 비록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마침내 대업을 이루었습니다. 명공께서 본래 연주에서 군을 일으켰고 하제는 천하의 요지로서 옛날의 관중, 하내와 같아요. 이제 서주를 공격할 때 여기에 병력을 많이 두면 서주를 공격하는데 부족하고, 여기에 적게 남겨두면 여포가 틈을 타서 쳐들어와 연주를 잃지요. 그러다가 서주마저 못 얻으면 명공께서 돌아가실 데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도겸이 죽었다 해도 유비가 지키고 있고, 서주 백성이 유비를 따르니 유비를 도와 결사 항전하겠지요. 명공께서 연주를 버리고 서주를 취하려는 건 큰걸 버리고 작은걸 취하는 것이요 근본을 버리고 말단을 구하는 것이요 안정된 걸 위급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니, 깊이 생각하시기 바라오."

    "이제 흉년이 들어 양식이 모자라니 여기 둔병하는 것도 결국 좋은 계책은 아니지."

    "진지를 동쪽으로 옮겨 군을 먹이세요. 여남과 영천에서 황건잔당인 하의와 황초 등이 주군을 약탈해 금백金帛과 양식이 많다고 하네요. 이들 적도는 용이하게 격파할 수 있으니 그 양식을 취해 3군을 양성하면 조정에서도 기뻐하고 백성도 즐거워할테고 하늘을 따르는 일이지요."

    조조가 기뻐하며 이를 따라 하후돈과 조인을 남겨 견성 등을 지키고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진지를 거둬 여남과 영천으로 간다. 황건적 하의와 황초가 조조군의 도착을 알고 무리를 이끌고 양산으로 몰려나온다. 당시 적병이 수는 많아도 모두 여우나 개떼 같이 대형을 갖추지 못한다. 조조가 강한 활과 쇠뇌로 사격해 저지한 뒤 전위를 출마시킨다. 하의도 부원수를 출전시키지만 3합이 안 돼 전위의 극에 찔려 낙마한다. 조조가 무리를 이끌고 기세를 타고 추격해 양산을 넘은 뒤 영채를 세운다.

    이튿날 황초가 직접 군을 이끌고 온다. 포진을 마치고 한 장수가 걸어나오는데 머리에 누런 두건을 두르고 몸에 녹색 갖옷을 걸치고 손에 철봉을 쥐고 크게 외친다.

    "나는 절천야차 하만이다! 누가 감히 맞서 싸울래?"

    조홍이 고함을 치고 말에서 뛰어내려 칼을 뽑아들고 걸어나간다. 두 사람이 진 앞에서 마구 싸우는데 4, 5십 합에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조홍이 거짓으로 패주하니 하만이 쫓아간다. 조홍이 타도배감(칼을 끌고 달아나다 뒤돌아서 벰)의 계책을 써서 몸을 돌려 뛰어올라 하만을 베고 한칼을 더 휘둘러 마침내 죽인다. 이전이 기세를 타고 말을 달려 적진으로 돌입하니, 황초가 미처 대비하지 못해 이전에게 사로잡혀 온다. 조조군이 적병을 덮쳐 빼앗은 금은비단과 양식이 무수하다.

    하의는 세력이 외롭자 수백 기를 이끌고 갈피으로 달아난다. 가다가 산 뒤쪽에서 1군이 나와 막아선다. 선두의 장사는 신장 8척, 허리 크기는 열 아름인데 큰칼을 들고 갈길을 막는다. 하의가 창을 겨누어 나가서 맞서지만 단지 1합에 그 장사가 사로잡아 꿰차고 가버린다. 나머지 무리도 너무 놀라서 모두 말에서 내려서 포박을 받으니 그 장사가 모두 갈피의 보루 안으로 끌고간다.

    한편, 전위가 하의를 뒤쫓아 갈피까지 가니 그 장사가 군을 이끌고 나와 막아선다.

    "너도 황건적이냐?" 라고 전위가 묻자 장사가 답한다.

    "황건 수백 기는 모두 내가 사로잡아 보루 안에 있다!"

    "어째서 갖다 바치지 않냐?"

    "네 수중의 보도 寶刀를 넘기면 내가 바치마!"

    전위가 크게 노해 쌍철극을 겨누어 돌진해 싸운다. 둘이 진시辰時(오전 7시에서 9시)부터 오시午時(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까지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으므로 각각 잠깐 쉰다. 얼마 안 돼 장사가 다시 나와 도전하니 전위도 나간다. 황혼까지 싸우다가 각자 타는 말이 지쳐 싸움을 멈춘다. 전위의 병사가 급히 조조에게 알리자 조조가 크게 놀라 황망히 여러 장수를 이끌고 보러 간다.

    이튿날 장사가 다시 나와 도전한다. 조조가 그를 살펴보니 위풍이 늠름해 내심 기뻐한다. 전위에게 분부하여 오늘 거짓으로 패하라 한다. 전위가 명을 받고 출전하여 3십여 합을 싸우고 패주해 군진으로 돌아온다. 장사가 진문 안까지 뒤쫓자 궁노의 사격으로 쫓아낸다. 조조가 급히 군을 5리 퇴각하고 몰래 함정을 파고 갈고리를 쓰는 병사를 매복한다. 이튿날 다시 전위에게 1백여 기를 이끌고 나가도록 한다.

    " 패장 주제에 어찌 다시 오냐!"

    장사가 웃더니 말을 몰아 접전한다. 전위가 몇합 싸우자마자 말을 돌려 달아난다. 장사가 앞만 보고 달리다가 사람과 말이 함께 함정 안으로 떨어지니 갈고리 병사들이 포박하여 조조에게 끌고온다. 조조가 장막 아래에서 나와서 병사들을 꾸짖어서 물리치고 친히 포박을 풀어주고 급히 옷을 가져다 입히고 고향과 성명을 묻는다.

    장사가 말한다.

    "저는 초국 초현 출신의 허저 '중강'입니다. 일찍이 도적이 난을 일으키자 종족 수백 인을 모은 뒤 보루를 튼튼히 쌓아 방어했지요. 어느날 도적들이 몰려오므로 제가 사람들에게 돌맹이를 준비토록 하고 제가 앞장서 돌을 던져 맞히니 명중되지 않는 자 없이 백발백중이라 도적들이 물러갔습니다. 어느날 도적들이 다시 몰려왔는데 보루 안에 양식이 떨어져 도적과 화친하고 농사 짓는 소를 쌀과 바꾸었지요. 쌀을 받고 도적들이 소를 몰아 보루 밖으로 갔는데 소들이 모두 달려서 되돌아오기에 제가 두 손으로 소 두 마리 꼬리를 잡고 꺼꾸로 백 보를 끌고 갔는데, 도적들이 크게 놀라 감히 소들을 받을 생각도 안하고 달아나버렸지요. 이로부터 여기를 지키는데 아무 일 없었구먼요."

    "내가 큰 명성을 들은 지 오래요. 내게 넘어오지 않겠소?"

    "참으로 제가 바라는 바네요."

    종족 수백인을 모두 불러 투항시킨다. 조조가 허저를 도위로 삼고 매우 후하게 포상하고 대접한다. 이어서 하의와 황초를 베어버린다. 이로써 여영이 모두 평정됐다.

    조조가 철군하여 조인과 하후돈을 접견하니 세작의 최근 첩보를 말한다. 연주의 설란과 이봉의 병사들이 모두 나와 노략질하느라 성읍이 공허하므로 정예병력으로 치면 북소리 한번으로 함락할 수 있다고 한다. 조조가 군을 이끌고 연주로 질러간다. 설란과 이봉이 예상치 못한 곳을 공격 당하자 어쩔 수 없이 출성해 요격한다.

    "저 둘을 제가 잡아서 주공께 선물로 바치고 싶습니다."

    허저가 말하자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출전시키니 이봉이 극을 들고 돌진한다. 붙어서 2합만에 허저가 이봉을 베어 떨군다. 설란이 급히 진으로 달아나는데 조교 옆에서 이전이 막아선다. 설란이 감히 성으로 돌아 가지 못하고 군을 이끌고 거야로 가는데 여건이 나는 듯이 말을 달려 뒤쫓아 활을 쏘아 한발에 맞히니 설란이 말 아래 떨어 지고 그 군이 무너져 흩어진다.

    조조가 연주를 탈환하자 정욱이 조조에게 복양으로 진격하라고 진언한다. 조조가 허저와 전위를 선봉으로 삼고 하후돈과 하후연을 좌군 左軍으로, 이전과 악진을 우군右軍으로 삼는다. 조조 자신은 중군中軍을 거느리고 우금과 여건에게 후미를 맡긴다. 병력이 복양에 당도하자 여포가 친히 출격하려는데 진궁이 간언한다.

    "출전하지 마세요. 여러 장수가 모이길 기다려야지요."

    "누가 온들 내가 두렵겠어?"

    진궁의 말을 듣지 않고 병력을 이끌고 출진하더니 극을 빗겨들고 크게 욕한다. 허저가 출격한다. 2십여 합을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여포를 혼자서 이길 수 없지."

    조조가 전위를 보내 도우니 두 장수가 협공한다. 좌변에서 하후돈과 하후연, 우변에서 이전과 악진도 우루루 달려와 장수 여섯이 함께 여포를 공격한다. 여포가 견디지 못하고 말을 돌려 성으로 돌아간다. 성 위의 전씨田氏가 여포가 패해 돌아오는 걸 보고 급히 조교弔橋를 걷어올리게 한다.

    "문을 열라구!"

    여포가 크게 외치자 전 씨가 답한다.

    "나는 이미 조 장군께 항복했구먼요."

    여포가 크게 욕하고서 군을 이끌고 장막張邈이 있는 정도定陶로 달아난다. 진궁이 급히 복양성 동문을 열고 여포의 노소老小(가족)를 보호해 출성出城한다. 조조가 복양을 얻고 전 씨의 옛 죄를 용서한다. 유엽劉曄이 말한다.

    "여포는 바로 맹호猛虎이니 오늘 곤핍困乏하다고 작은 틈이라도 줘서는 안 되지요."

    조조가 유엽 등에게 복양을 지키도록 하고 스스로 군을 이끌고 정도로 뒤쫓는다. 이때 여포가 장요와 장초와 함께 모두 성중에 있는데 고순, 장요, 장패, 후성은 해안을 따라 곡식을 거두느라 아직 없다. 조조가 정도에 이르러 여러 날 계속 싸움이 없자 군을 이끌고 4십 리 물러나 영채를 세운다. 마침 제군의 보리가 익었으므로 조조가 영을 내려 보리를 베어 먹게 한다. 세작이 이걸 여포에게 알리니 여포가 군을 이끌고 뒤쫓는다. 그러나 조조 진지 가까이 가니 왼쪽에 수목이 무성한 것이 복병이 있을까 두려워 돌아간다.

    여포군이 돌아간 걸 조조가 알고 여러 장수에게 말한다.

    "여포가 숲속에 복병이 있을까 두려워할 따름이니, 숲속에 정기旌旗(각종 깃발)를 많이 꽂아 의심하게 만들고, 진지 서쪽 일대에 긴 둑이 말라붙어 물이 없으니 그곳에 정병을 매복시켜야겠네. 내일 틀림없이 여포가 와서 숲에 불을 지를 것이니, 그때 둑의 복병으로 그뒤를 끊으면 여포를 잡을 수 있지."

    이에 따라 고수鼓手(북치는 사람) 5십 인만 진중에 남겨 북을 두드리게 하고, 또한 마을에서 남녀들을 끌고와 진중에서 함성을 지르게 한다. 다수의 정병이 둑 속에 매복한다.

    한편, 여포가 돌아와 진궁에게 알리니 진궁이 말한다.

    "조조는 속임수가 많아 가볍게 맞설 수 없지요."

    "내가 화공을 써서 복병을 깨겠어."

    진궁과 고순은 머물러 성을 지키게 한다. 이튿날 여포가 대군을 이끌고 와서 멀리서 보니 숲속에 깃발이 있다. 그곳으로 군을 이끌고 크게 진격해 4면으로 방화하지만 아무도 안 보인다. 진지 안으로 뛰어들려 하자 북소리 크게 울린다. 어쩔줄 몰라 하는데 갑자기 진지 뒤에서 1군이 나오니 여포가 말을 몰아 추격한다. 이때 호포 소리 터지고 둑 속에서 복병이 우루루 튀어나온다. 하후돈, 하후연, 허저, 전위, 이전, 악진이 말을 몰아 달려드니, 여포가 감당할 수 없어 황망히 달아난다. 뒤따르던 성렴은 악진의 화살 한발을 맞고 죽는다. 여포가 병력 3분의 1을 잃는다. 패한 군졸이 진궁에게 돌아가 알리니 진궁이 말한다.

    "성이 비어 지키기 어려우니 급히 떠나야겠네."

    고순과 함께 여포의 가족을 보호해 정도를 버리고 달아난다. 조조가 승전 병력을 거느리고 성안으로 달려드니 마치 파죽지세다. 장초는 분신자살하고 장막은 원술에게 달아난다. 이렇게 산동이 몽땅 조조의 차지가 된다. 백성을 안심시키고 성을 수리한 건 말할 필요없겠다.

    한편 여포가 달아나다가, 돌아오던 장수들과 만나고, 진궁도 찾아온다. 여포가 말한다.

    "우리 병력이 비록 적지만 아직 조조를 격파할 수 있구먼."

    다시 군을 이끌고 온다.

    싸우다보면 이기고 지는 것은 늘 있는 일인데
    갑옷을 걷고 다시 달려오니 아직 승부를 모르네!

    여포가 이길지 질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