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28회 관공이 채양을 죽여서 형제가 의혹을 풀고 군신이 고성에서 다시한번 뜻을 모운다

    관공이 손건과 함께 두 형수를 모셔 여남으로 출발하는데 뜻밖에 하후돈이 2백여 기병을 이끌어 뒤쫓은 것이다. 손건이 수레를 보호 해 먼저 가고 관공이 말머리를 돌려 칼을 잡고 묻는다.

    "네가 나를 뒤쫓아 승상의 큰 도량을 손상하구나."

    "승상께서 그런 문서를 보내지 않았다. 네가 도중에 사람들을 해치고 내 부하장수를 죽여 무례하기 이를 데 없다! 내 너를 잡아 승상께 바 쳐 처리할 따름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박차를 가해 창을 꼬나들어 싸우려 한다. 그런데 뒤에서 1기가 쏜살같이 달려와 크게 외친다.

    "운장과 교전하지 마시오!"

    관공이 말고삐를 잡아당겨 멈춰선다. 달려온 사자가 공문을 꺼내 하후돈에게 말한다.

    "승상께서 관 장군의 충의를 경애하십니다. 관문에서 가로막을까봐 저더러 공문을 가지고 곳곳에 알리라 하셨습니다."

    하후돈이 말한다.

    "관 아무개가 도중에 관문 수비 장수들을 죽였는데 승상께서 아시는가? 모르시는가"

    "그건 아직 모르십니다."

    "내가 저자를 승상께 사로잡아 가서 승상의 처분을 기다리겠다."

    관공이 노한다.

    "내가 어찌 너를 두려워하겠냐!"

    박차를 가해 칼을 쥐고 곧장 하후돈에게 달려든다.

    하후돈이 창을 쥐고 맞이한다. 둘이 붙어 싸우기 30 합을 못 넘기는데 1기가 달려오며 크게 외친다.

    "두 장군께서 잠시 멈추시오."

    하후돈이 창을 거둬 달려오는 사자에게 묻는다.

    "승상께서 관 아무개를 잡아오라 하시더냐?"

    "아닙니다. 승상께서 관문의 장수들이 관 장군을 가로막을까봐 저더러 공문을 전해 길을 터주라 하셨습니다."

    "승상께서 운장이 도중에 사람들을 해친 걸 아시는가? 모르시는가?"

    "아직 모르십니다."

    "아직 사람들을 해친 걸 모르시니 통과시킬 수 없다."

    수하 병사들을 지휘해서 관공을 에워싸게 한다. 관공이 크게 노해 칼을 휘두르며 싸우러 나아간다.

    양쪽이 싸우려 하고 있는데 뒤에서 쏜살같이 말을 달려와 한 사람이 크게 외친다.

    "운장, 원양 싸움을 멈추시오!"

    모두 바라보니 바로 장요다. 두 사람이 각각 말고삐를 당겨 세운다. 장요가 가까이 와서 이야기한다.

    "승상의 균지 (지엄한 지시)를 전하오. 운장이 관문을 돌파하고 장수들을 죽인 것을 들으시고 또 다시 가로막을까 걱정하셨소. 일부러 저를 곳곳에 보내 관공을 통과시키도록 명령을 전하라 하셨소."

    하후돈이 말한다.

    "진기는 채양의 생질인데 그가 내게 맡겼소. 지금 관 아무개가 죽였는데 어찌 싸움을 그치겠소?"

    "제가 채 장군을 만나 풀어드리겠소. 승상께서 큰 도량으로 운장을 놓아 보내셨으니 승상의 뜻을 막아선 안 되오."

    하후돈이 할 수 없이 군마를 이끌고 조금 물러선다. 장요가 말한다.

    "운장께서 어디로 가십니까?"

    "형장께서 이제 원소 진영에 안 계시다니, 내 지금 천하를 두루 다녀서라도 찾고 말겠소."

    "현덕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다시 승상을 찾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관공이 웃는다.

    "어찌 그럴 수 있겠소! 문원이 승상께 돌아가 부디 내 대신 사죄해주시오."

    말을 마치고 장요에게 두손 모아 인사하고 헤어진다.

    이에 장요가 하후돈과 더불어 병사들을 거느려 돌아간다. 관공이 수레를 뒤따라 손건에게 그일을 이야기해 알린다. 두 사람이 말머리를 나란히 해 간다. 며칠을 가다 갑자기 큰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짐을 모조리 적신다. 멀리 작은 산 둘레에 어느 장원이 보여 관공이 수레를 이끌어 거기 숙박하려 한다. 장원 안에서 노인이 나와 맞이한다. 관공이 찾아온 뜻을 자세히 말한다. 노인이 말한다.

    "제 이름은 곽상입니다. 대대로 여기 살았습니다. 장군의 큰 명성 들은지 오래인데 다행히 뵙고 인사드립니다."

    양을 잡아 술을 내어 대접하고 두 부인을 후당으로 모셔 잠시 쉬도록 청한다. 곽상이 관공과 손건을 초당에 모셔 음주한다. 한편으로 짐을 말리고 말들을 먹인다.

    해질무렵 어느 소년이 몇사람을 이끌고 장원으로 들어와 초당으로 올라온다. 곽상이 불러 말한다.

    "애야 이리 와서 장군께 인사올려라."

    그리고 관공에게 말한다.

    "제 못난 아들놈입니다."

    관공이 어디서 왔냐 물어 곽상이 말한다.

    "사냥하다 방금 돌아왔습니다."

    소년이 관공을 보고 즉시 아래로 내려간다. 곽상이 눈물흘려 말한다.

    "늙은이가 농사짓고 독서하며 대대로 계승해 겨우 아들놈 하나인데 본업에 힘쓰지 않아 오로지 사냥만 합니다. 가문의 불행입니다!"

    관공이 말한다.

    "지금 한창 난세인데 무예가 뛰어나면 역시 공명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째서 불행하다 하십니까?"

    "얘가 무예를 즐겨 익힌다면 뜻있는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오로지 놀기만 좋아해 하지 않는 짓이 없어 늙은이의 근심거리일 뿐입니다!"

    관공 역시 탄식한다. 밤이 깊어 곽상이 인사하고 나간다. 관공이 손건과 더불어 이제 자려고 하는데 뒷뜰에서 말들이 울부짖고 사람들이 외친다. 관공이 급히 종인들을 부르나 아무도 오지 않아 관공이 손건과 함께 검을 들고 달려간다. 곽상의 아들이 땅바닥에 엎어져 비명을 지르고 있고 종인들이 장원의 하인들과 마구 싸우고 있다. 종인들이 말한다.

    "이자가 적토마를 훔치다 말굽에 짓밟혔습니다. 저희가 비명을 듣고 일으켜 살펴보는데 장원의 하인들이 몰려와 난투하였습니다."

    관공이 노한다.

    "쥐새끼가 어찌 감히 내 말을 훔치냐!"

    화를 내는데 곽상이 급히 달려와 고한다.

    "못난 아들놈이 이런 못된 짓을 해 그죄가 만번 죽어 마땅합니다. 그러나 늙은 어미가 아들놈을 몹시 사랑해 부디 장군께서 인자하게 용서해주시기 간청합니다."

    "아들이 과연 불초합니다. 노옹께서 방금 말씀하신대로 참으로 아들이 아버지만 못합니다. 제가 노옹의 얼굴을 봐서 용서하겠습니다."

    종인들에게 분부해 말들을 돌보게 한다. 장원의 하인들을 꾸짖어 쫓아버리고 손건과 함께 초당으로 돌아와 쉰다. 다음날 곽상 부부가 초 당에 와 인사하고 사죄한다.

    "강아지가 호랑이 같은 위엄을 모독했으나 장군께서 은혜롭게 용서해주셔서 깊이 감사합니다."

    관공이 아들을 부르도록 한다.

    "제가 좋은 말로 타이르겠습니다."

    곽상이 말한다.

    "그놈이 4경 무렵 몇몇 무뢰배들을 이끌고 나가버려 어디 갔는지 모릅니다."

    관공이 곽상과 고별하고 두 형수를 수레에 모셔 장원을 나간다. 손건과 함께 말머리를 나란히 수레를 호위해 산길을 간다. 30리를 못 가 산뒤에서 백여 명이 떼지어 나온다. 앞장선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있다. 앞은 머리에 누런 두건을 두르고 전포를 입었고 뒤는 바로 곽상의 아들이다. 누런 두건을 두른 자가 말한다.

    "내가 바로 천공장군 장각의 부장이다. 적토마를 내놓으면 살려 보내주마!"

    관공이 크게 웃는다.

    "무지한 미친 도적아! 네가 장각을 따라 도적이 되어 유, 관, 장 삼형제의 이름을 듣지 못하였냐?"

    "얼굴이 붉고 수염이 긴 사람이 관운장이라 들어봤지만 아직 본 적은 없다. 너는 누구냐?"

    관공이 칼을 내리고 말을 세워 수염주머니를 풀어헤쳐 긴 수염을 드러낸다. 그자가 말에서 급히 내려 곽상의 아들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끌어내리고 말아래 엎드려 절한다. 관공이 성명을 물어 그자가 고한다.

    "제 이름은 배원소입니다. 장각이 죽은뒤 여태 주인없이 산적이 되어 잠시 여기 숨어지냈습니다. 지금 이놈이 와서 집의 손님이 천리마를 가지고 있으니 함께 빼앗자 하였습니다. 장군을 뵐 줄 몰랐습니다."

    곽상의 아들이 엎드려 목숨만 살려달라 한다. 관공이 말한다.

    "내가 네 아버지의 얼굴을 봐서 네 목숨을 살려주겠다!"

    곽상의 아들이 머리를 감싸 쥐새끼처럼 달아난다. 관공이 배원소에게 말한다.

    "그대는 내 얼굴을 모르면서 어찌 내 이름을 알았소?"

    "여기서 20리 밖에 와우산이라 있습니다. 산위에 관서사람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주창이고 양팔로 천근을 듭니다. 생김새는 수염이 곱슬곱슬해 매우 괴상합 니다. 원래 황건적 장보의 부하장수여서 장보가 죽어버리자 산적이 됐습니다. 그가 여러차례 제게 장군의 높은 이름을 이야기해오기에 찾아뵐 길 없어 한스러웠습니다."

    "녹림은 영웅호걸이 있을 만하지 않소. 그대들은 이제부터 산적을 떠나 옳은 길을 가서 몸을 망치지 마시오."

    배원소가 삼가 감사드린다.

    이야기하고 있는데 멀리 한떼의 인마가 몰려온다. 배원소가 말한다.

    "틀림없이 주창입니다."

    관공이 말을 세워 기다린다. 과연 한 사람이 검은 얼굴에 키가 큰데 창을 쥐고 말달려 사람들을 이끌고 도착한다. 관공을 보더니 놀라고 기뻐해 말한다.

    "관 장군이시군요!"

    급히 말을 내려와 머리숙여 길가에 엎드려 말한다.

    "주창이 참배(예를 갖춰 인사)드립니다."

    "장사는 어디서 관 아무개를 알았소?"

    "예전에 황건적 장보를 따라다니다 존안을 알았습니다. 한스럽게 도적떼에 빠져 장군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오늘 다행히 인사드립니다. 장군께서 버리시지 않아 졸병으로 거둬 아침저녁으로 말고삐를 잡아 수행할 수 있다면 죽음도 달게 받겠습니다."

    관공이 그뜻이 매우 참돼보여 말한다.

    "그대가 나를 따라오면 그대 수하들은 어떻겠소?"

    "따르고 싶으면 모두 따를 겁니다. 따르고 싶지 않는지 들어보면 됩니다."

    그러자 모두, 따르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관공이 말에서 내려 수레로 가 두 형수께 물어본다. 감부인이 말한다.

    "숙숙께서 허도를 떠나 길을 홀로 다녀 여기까지 오셔 적잖이 어려우셨습니다. 아직 따르는 병사들이 없어 예전에 요화가 따르려 했으나 숙숙께서 거절하셨는데, 이제 어째서 주창의 무리를 유독 받아들이려 하십니까? 저희들은 여자들의 좁은 소견이니 숙숙께서 처리하십 시오."

    "형수 말씀이 옳습니다."

    관공이 주창에게 말한다.

    "내가 받아들일 뜻이 적지 않지만 두 부인께서 따르지 않으시오. 그대들이 산중으로 돌아가면 내가 형장을 찾아뵙고 틀림없이 부르겠소."

    주창이 땅에 머리를 찧어 고한다.

    "제가 어리석은 사내라 잘못해 도적이 됐습니다. 이제 장군을 뵈어 어둠속에서 태양을 만난 듯하야 어찌 차마 다시 포기하겠습니까? 이 사람들 모두 따르는 게 불편하시면 모조리 배원소에게 보내겠습니다. 저 혼자 걸어서라도 장군을 수행해 비록 만릿길도 사양치 않겠습 니다!"

    관공이 다시 이 말을 두 형수께 고해 감부인이 말한다.

    "한두 사람이 따라오는 것이야 무방합니다."

    관공이 주창에게 명령해 사람들을 배원소에게 딸려보내게 한다. 배원소가 말한다.

    "저 역시 장군을 따르고 싶습니다."

    주창이 말한다.

    "자네가 떠나면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버리네. 잠시 거느리게. 내가 관 장군을 따라가 주둔할 데가 정해지는대로 자네를 부르겠네."

    배원소가 풀죽어 작별한다. 주창이 관공을 모셔 여남으로 떠난다. 며칠을 길가다 멀리 산성이 보인다. 관공이 토인들에게 묻는다.

    "저건 어떤 곳이요?"

    "저곳은 고성이라 부릅니다. 몇달전 이름이 장비라는 장군이 수십 기를 데려와 현청의 관리를 쫓아버리고 고성을 점거해 병사들을 모으고 말들을 사들이고 식량과 말먹이풀을 쌓았습니다. 지금 병사들이 삼오천명에 이르러 주위에서 무적입니다."

    관공이 기뻐해 말한다.

    "내 아우를 서주에서부터 잃어버려 여태 거처를 몰랐는데 여기에 있을 줄이야!"

    손건을 먼저 성안으로 보내 두 형수를 영접하러 오라 한다. 그런데 장비는 망탕산 속에서 한달 남짓 지내다 바깥으로 나와 현덕의 소식을 알아보다 우연히 고성을 지나게 됐었다. 현청에 들어가 식량을 빌려달라 했으나 현청의 관리가 거부했다. 장비가 노해 현청 관리를 쫓아내고 현청의 관인 官印을 빼앗아 성지(고을/도시)를 점거해 잠시 몸을 보전하고 있었다.

    그날 손건이 관공의 명령을 받들어 성으로 들어가 장비를 만난다. 인사를 마쳐 자세히 이야기한다.

    "현덕께서 원소를 떠나 여남으로 가셨습니다. 지금 운장께서 허도를 곧장 빠져나와 두분 부인을 모셔 이리 오셨습니다. 장군께서 나와 맞으시길 청하십니다."

    장비가 듣고 나서 말없이 갑옷을 입고 장팔사모를 들고 말에 올라 1천기를 이끌고 북쪽으로 성문을 빠져나간다. 손건이 아! 놀라지만 감 히 묻지 못하고 뒤따라 성문을 나갈 뿐이다. 관공이 달려오는 장비를 바라봐 기쁨을 이기지 못한다. 칼을 주창에게 맡겨 말에 박차를 가 해 맞이한다. 그러나 장비는 고리눈을 부릅뜨고 호랑이수염을 치세워 천둥처럼 고함지르고 장팔사모를 휘휘 돌리며 관공을 찌르려 한다 . 관공이 크게 놀라 재빨리 피해 외친다.

    "아우야! 왜 이러냐? 어찌 도원결의를 잊었냐?"

    장비가 꾸짖는다.

    "네놈이 의리없이 무슨 면목으로 나를 찾아왔냐?"

    "내가 어째서 의리없냐?"

    "네가 형장을 저버려 조조에게 투항해 작록을 받았다. 이제 다시 나를 잡을테냐! 내 오늘 너와 생사를 결판내겠다!"

    "네가 원래 알지 못해 나도 말하기 어렵다. 지금 두분 형수께서 여기 계시니 아우가 물어봐라."

    두 부인이 들어 주렴을 걷어 부른다.

    "삼숙 三叔이 왜 이러오?"

    "형수들께서 가만 계십시오. 제가 의리를 저버린 인간을 죽여 형수들을 성으로 모시겠습니다."

    감부인이 말한다.

    "이숙 二叔이 그대들이 있는 데를 몰라 잠시 조 씨에게 몸을 맡겼소. 지금 그대 가가께서 여남에 계셔 일부러 험한 길을 마다 않고 우리를 데리고 여기 왔소. 삼숙이 오해를 푸시오."

    미부인이 말한다.

    "이숙께서 허도에 계셨던 건 원래 어쩔 수 없어서요."

    "형수들께서 저놈에게 속으셨습니다! 충신은 죽더라도 욕된 짓을 못합니다. 대장부가 어찌 두 주공을 모시겠습니까!"

    "아우야! 오해를 풀어라."

    손건이 말한다.

    "운장께서 일부러 장군을 찾아 오셨습니다."

    장비가 꾸짖는다.

    "어떻게 자네도 터무니없이 말하는가? 저자가 거기에 호의를 품었다! 틀림없이 나를 잡으러 왔다!"

    관공이 말한다.

    "내가 너를 잡으러 왔으면 병사들을 데려왔지."

    장비가 손으로 가리킨다.

    "저기 오는 게 군마들 아니냐!"

    관공이 고개 돌리니 과연 먼지가 자욱하니 한떼의 인마들이 몰려온다. 바람에 깃발들이 나부끼는데 틀림없이 조조 병사들이다. 장비가 크게 노한다.

    "지금 또 감히 얼버무리냐?"

    장팔사모를 꼬나쥐고 찌르러 온다. 관공이 급히 제지한다.

    "아우야! 잠깐 멈춰라! 내가 저기 달려오는 장수를 베어 내 진심을 드러내겠다."

    "네가 진심이라면 내 여기서 북을 세번 치는 동안에 베어 와라!"

    관공이 응낙한다.

    잠시후 조조군이 도착했다. 맨앞의 장수는 바로 채양이다. 칼을 들고 말달려 크게 꾸짖는다.

    "네놈이 내 생질 진기를 죽이고 도망쳐 여기 있었구나! 승상의 명을 받들어 너를 잡으러 왔다!"

    관공이 대꾸 않고 칼을 들어 바로 베려한다. 장비가 직접 북을 두드린다. 한차례 북소리가 끝나기 전에 관공의 한칼에 채양이 머리가 베여 땅에 구른다. 병사들이 모두 달아난다. 관공이 깃발을 든 졸병을 잡아 무슨 까닭으로 왔는지 물어 졸병이 고한다.

    "채양이 장군께서 그 생질을 죽인 걸 들어 십분(완전히) 분노해 하북으로 달려가 장군과 싸우려 했습니다. 승상께서 허락하지 않고 그를 여남으로 보내 유벽을 치게 한 것입니다. 뜻밖에 여기서 장군을 만났습니다."

    관공이 듣고나서 그를 장비에게 보내 사정을 고하게 한다. 관공이 허도에서 지낸 일을 장비가 자세히 묻고 졸병이 처음부터 끝까지 두 루 이야기해 장비가 그제서야 믿는다.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성중에서 병사가 달려와서 알린다.

    "남쪽 성문 밖에서 10기가 달려와 매우 접근했는데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장비가 의심해 남문으로 돌아나와 바라보니 과연 10기가 작은 활과 짧은 화살로 무장해 오고 있다. 장비를 보더니 급히 말에서 내린다. 바라보니 바로 미축과 미방이다. 장비도 말에서 내려 인사한다. 미축이 말한다.

    "서주에서부터 흩어져 저희 형제 두사람은 고향으로 피난하였습니다. 사방으로 알아봐 운장이 조조에게 항복하고 주공께서 하북에 계신 걸 알았습니다. 또한 간옹 역시 하북으로 갔습니다. 장군 소식만 몰랐습니다. 어제 길에서 나그네들이, 장 씨성의 장군이 모양이 이러저 러한데 고성을 지금 점거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희 형제가 틀림없이 장군이라 여겨 찾아와 다행히 만났습니다!"

    "운장 형께서 손건과 더불어 두 형수를 모셔 방금 왔소. 가가께서 어디 계신지도 알아냈소."

    미 씨 형제가 크게 기뻐해 함께 관공을 만나 두 부인께 인사올린다. 장비가 두 부인께 청해 입성한다. 관아에 이르러 좌정해 두 부인이 관 공의 지난 일을 설명해 비로소 장비가 크게 울고 운장에게 절한다. 미 씨 형제 역시 감동한다. 장비 역시 헤어진 뒤의 일을 이야기하고 한 편으로 연회를 베풀어 축하한다.

    다음날 장비가 관공과 더불어 여남으로 가 현덕을 만나려 한다. 관공이 말한다.

    "아우는 두 형수를 보호해 이 성중에 잠시 머물고 내가 손건과 더불어 먼저 형장의 소식을 알아보겠다."

    장비가 응낙해 관공이 손건과 더불어 몇기를 거느려 여남으로 간다. 유벽과 공도가 맞이해 관공이 묻는다.

    "황숙께서 어디 계시오?"

    유벽이 말한다.

    "황숙께서 며칠 머무셨소. 병력이 적다고 하북의 원본초에게 상의하러 가셨소."

    관공이 크게 실망한다. 손건이 말한다.

    "우려하실 게 없습니다. 힘들어도 서둘러 말달려 다시 하북으로 가 황숙께 알려 더불어 고성으로 모셔야 합니다."

    관공이 그말을 따라 유벽과 공도를 작별해 고성으로 돌아가 장비에게 이야기한다. 장비가 같이 하북으로 가려 해 관공이 말한다.

    "이 성 하나가 우리가 안식할 곳이어서 가볍게 포기할 수 없다. 내가 손건과 더불어 원소 땅으로 가 형장을 찾아 모셔오겠다. 아우는 이 성을 굳게 지켜라."

    "형이 안량과 문추를 베었는데 어떻게 가시겠소?"

    "괜찮다. 거기 도착해 알아서 행하겠다."

    관공이 주창을 불러 묻는다.

    "와우산 배원소에게 인마들이 얼만가?"

    "사오백쯤 됩니다."

    "내가 지름길로 가 형장을 찾겠다. 자네는 와우산으로 가서 그 인마들을 불러모아 큰 길로 와서 우리를 맞이하게."

    주창이 명령을 받들어 간다. 관공이 손건과 더불어 20기 남짓 이끌어 하북으로 간다. 경계에 이르러 손건이 말한다.

    "장군께서 쉽게 들어가실 수 없으니 여기 잠깐 머무십시오. 제가 먼저 들어가 황숙을 만나 따로 상의할테니 기다리십시오."

    관공이 그말을 따라 먼저 손건을 타발(파견)한다. 멀리 바라보니 앞마을에 어느 장원이 있어 종인들을 데리고 투숙한다. 장원의 늙은이 가 지팡이를 짚고 나와 관공에게 인사한다. 관공이 사실대로 알린다. 늙은인가 말한다.

    "제 이름은 관정 關定입니다. 크나큰 명성 오래 들었는데 다행히 만나뵙습니다."

    두 아들을 불러 인사시키고 관공을 환대해 머물게 한다. 종인들도 장원 안에 머물게 한다.

    한편, 손건 1기 홀로 기주로 들어가 현덕을 만나 지난 일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현덕이 말한다.

    "간옹 역시 여기 있어 몰래 불러 의논해야겠소."

    잠시후 간옹이 도착해 손건과 더불어 인사하고 탈출할 계책을 함께 의논한다. 간옹이 말한다.

    "주공께서 내일 원소를 만나 형주로 가서 유포를 만나 함께 조조를 깰 것을 의논하겠다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기회를 봐 떠날 수 있습니 다."

    "이 계책이 참으로 좋소. 다만 그대가 나를 따라갈 수 있겠소?"

    "제게 나름대로 탈출할 계책이 있습니다."

    상의가 정해져 이튿날 현덕이 들어가 원소를 만나 고한다.

    "유경승이 형양의 아홉 군을 장악해 병사들은 정예하고 식량은 넉넉해 마땅히 서로 동맹해 함께 조조를 칠 수 있습니다."

    "내 일찍이 사자를 보내 동맹하려 했으나 뜻밖에 그가 따르지 않았소."

    "그가 저와 같은 종친이어서 제가 설득하면 문제 없습니다."

    "내가 유표를 얻으면 유벽보다 훨씬 나을 것이오."

    현덕에게 가도록 명한다. 원소가 다시 말한다.

    "요새 듣자니 관운장이 조조를 떠나 하북으로 오겠다 하오. 내 당연히 그를 죽여 안량과 문추의 원한을 풀겠소!"

    "명공께서 예전에 그를 쓰려 하셔 제가 그를 불렀습니다. 이제 어찌 그를 죽이려 하십니까? 안량과 문추는 그에 비해 사슴들이고 운장은 호랑이입니다. 사슴들을 잃어 호랑이를 얻어 어찌 한스럽겠습니까?"

    원소가 웃는다.

    "내 진실로 그를 아껴 농담했을 뿐이오. 그대는 다시 한번 그를 불러 어서 오라 하시오."

    "즉시 손건을 보내 그를 불러오면 됩니다."

    원소가 크게 기뻐하고 따른다. 현덕이 나가자 간옹이 원소에게 진언한다.

    "현덕이 이렇게 가서 틀림없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제가 같이 가고 싶습니다. 첫째 함께 유표를 설득하고 둘째 현덕을 감시하고자 합니 다."

    원소가 옳다 여겨 간옹을 현덕과 동행하게 한다. 곽도가 원소에게 간언한다.

    "유비가 예전에 유벽에게 가서 설득한 것도 아직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다시 간옹과 더불어 형주로 가면 틀림없이 돌아오지 않습니 다."

    "그대는 의심이 많소. 간옹은 나름대로 견식이 있소."

    곽도가 아아! 한탄하며 나간다.

    한편, 현덕이 먼저 손건을 성밖으로 보내 관공에게 알린다. 또한 간옹이 원소에게 작별해 말에 올라 성을 나선다. 경계에 이르러 손건이 맞이해 함께 관정의 장원으로 간다. 관공이 문에서 맞이해 절하고 손을 잡아 통곡해 마지않는다. 관정이 두 아들에게 초당 앞으로 가서 절하게 한다. 현덕이 성명을 물어 관공이 말한다.

    "이 분은 저와 같은 성씨입니다. 아들이 둘인데 맏이 관령은 글을 배우고, 둘째 관평은 무예를 익힙니다."

    관정이 말한다.

    "지금 제 소견은 둘째놈더러 관장군을 수행하게 하고 싶은데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습니다."

    현덕이 말한다.

    "몇살입니까?"

    "열여덟입니다."

    "어르신의 후의를 입었고 제 아우는 아직 아들이 없어 지금 아드님을 양자로 삼는 건 어떨런지요?"

    관정이 크게 기뻐하고 관평더러 관공에게 절해 아버지로 받들고 현덕을 큰아버지라 부르게 한다. 현덕이 원소의 추격을 걱정해 서둘 러 짐을 꾸려 출발한다. 관평이 관공을 수행하고 모두 길을 나선다. 관정이 한참을 배웅해 돌아간다. 관공이 와우산으로 길을 잡는다.

    길을 가는데 별안간 주창이 수십 인을 이끌고 상처투성이로 온다. 관공이 그를 현덕에게 인사시킨다. 어째서 다쳤는지 물어 주창이 말한 다.

    "제가 와우산 앞에 갔는데 앞서 어떤 장수가 홀로 말달려와 배원소와 싸워 1합에 찔러죽였답니다. 나머지 부하들도 모조리 항복받고 거 느려 산채를 점거해 있었습니다. 제가 거기서 사람들을 끌어모았지만 몇몇만 넘어올뿐 나머지는 모두 두려워 감히 떠나려 하지 않았습 니다. 뜻밖에 그 장교와 싸워보았지만 잇따라 이기지 못해 몸이 세군데를 찔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주공께 달려와 알려드립니다."

    현덕이 말한다.

    "그사람은 어찌 생겼던가? 성명은 어떻고?"

    "매우 웅장한데 성명은 모릅니다."

    이에 관공이 말달려 앞장서고 현덕이 뒤따라 곧장 와우산으로 간다. 주창이 산아래에서 소리질러 욕하자 그 장수가 온몸에 갑옷을 걸쳐 창을 꼬나쥐고 말을 내달려 무리를 이끌고 하산한다. 현덕이 벌써 채찍을 가해 말달려 크게 외친다.

    "거기 오는 사람은 자룡 아니오?"

    그장수가 현덕을 보더니 서둘러 말에서 내려 길가에 엎드려 절한다. 과연 조자룡이다. 현덕, 관공 모두 말에서 내려 인사하고 어쩌다 이 리 왔는지 묻는다. 조운이 말한다.

    "제가 사군을 작별한 뒤 뜻밖에 공손찬이 사람들 말을 들어주지 않아 결국 패전해 스스로 불질러 자살하였습니다. 원소가 거듭 저를 불 렀습니다. 제가 원소는 인재를 쓸 줄 모른다 여겨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뒤 서주로 가서 사군께 귀순하려 했으나 서주가 이미 함락돼 운 장이 조조에게 넘어갔고 사군께서 원소에게 갔다 들었습니다. 제가 몇번이나 찾아가려 했으나 원소가 의심할까 걱정했습니다. 사해를 떠돌아 몸둘데 없었습니다. 예전에 우연히 여기를 지나다 배원소가 하산해 제 말을 빼앗으려 하기에 제가 죽여 여기를 빼앗아 거처하고 있었습니다. 요새 익덕이 고성에 있다 들어 찾아가려 했으나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다행히 사군을 만나뵙습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고 앞선 일을 이야기한다. 관공 역시 앞서 일어난 일을 설명한다. 현덕이 말한다.

    "예전에 처음 자룡을 보고 좋아 헤어지기 싫었소. 이제 다행히 만났소!"

    조운이 말한다.

    "제가 사방을 돌아다녀 주공을 가려가며 섬겼지만 아직 사군 같은 분이 없었습니다. 이제 모시게 돼 평생의 큰 소원을 풀었습니다. 비록 간과 뇌가 터져 길에 뿌려져도 한이 없습니다."

    그날 산채를 불살라 없애고 사람들을 거느린다. 모조리 현덕을 따라 고성으로 간다. 장비, 미축, 미방이 영접해 성으로 들어가 인사를 나 눈다. 두 부인이 운장의 일을 모두 말해 현덕이 감탄해 마지않는다. 이에 소와 말을 잡아 천지에 감사의 제례를 올리고 병사들을 두루 위로한다. 현덕이 형제가 다시 모이고 장수며 보좌진이 채워진데다 조운을 새로 얻고 관공은 관평과 주창을 얻었으니 두 사람이 기쁘기 그 지없어 며칠을 잇따라 음주한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그때 손발이 오이처럼 잘라져 참으로 소식이 끊겨 까마득히 듣지 못했네
    오늘 주군과 신하들이 다시 의리를 함께하니 용호가 풍운을 만난듯하구나

    그때 현덕, 관, 장, 조운, 손건, 간옹, 미축, 미방, 관평, 주창이 마보군(보병과 기병) 모두 사오천을 거느린다. 현덕이 고성을 버리고 떠나 여남을 지키러 가려 하는데 마침 유벽과 공도가 오시라 청한다. 이에 군을 일으켜 여남으로 가서 주둔해 군을 모으고 말들을 사모아 천천히 정벌과 진격을 도모한 것이야 말할 필요없겠다.

    한편, 원소는 현덕이 돌아오지 않아 크게 노해 출병해 토벌하려 한다. 곽도가 말한다.

    "유비는 염려할 게 못 됩니다. 조조가 바로 강적이니 없애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표가 비록 형주에 근거하지만 강성하다기엔 모자랍니 다. 강동의 손백부가 삼강 三江을 장악하고 6군을 아우른데다 꾀많은 신하들과 굳센 무사들이 극히 많아 사람을 보내 그와 맺어 함께 조조를 쳐야 합니다."

    원소가 그말을 따라 글을 다듬어 진진을 사신으로 보내 손책을 만나게 한다.

    하북에서 영웅이 떠나자마자 강동의 호걸을 불러들이구나

    이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다음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