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48회 조조가 장강에서 연회를 베풀어 시를 짓고 북군이 쇠사슬로 전선들을 묶어 무력을 쓴다

    한편, 방통, 그 말 듣고 한바탕 놀라, 급히 고개 돌려 보니 바로 서서 徐庶, 고인 故人(옛친구)이라 가슴이 그제야 가라앉는다. 아무도 없 나 둘러보고 말한다.

    "그대가 내 계책을 설파 說破하면 애석히도 강남 12주 백성 모두 희생되오!"

    서서가 웃는다.

    "여기 있는 82만 인마들 성명 性命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직, 진실로 내 계책을 깰테요?"

    "제가 유황숙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아직 잊지 못합니다. 조조가 제 모친을 핍박해 죽여 제 이미 말했듯 종신토록 그를 위해 아무 계책 도 바치지 않을 터, 이제 어찌 형의 좋은 계책을 깨겠습니까? 다만 저 역시 군대를 따라 여기 머물다 병패 兵敗하면 옥석을 가리지 않고 죽일 텐데 어찌 어려움을 벗어나겠습니까? 군께서 제게 몸을 빼어 벗어날 길을 가르쳐 주시면 바로 입을 다물고 멀리 피하겠습니다."

    방통이 웃는다.

    "원직이 이토록 높고 멀리 내다보는데 가져 참으로 무엇이 어렵겠소!"

    "선생께서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방통이 그 귓가에 대고 간략히 몇마디 말하자 그가 크게 기뻐하며 절 올려 사례한다. 방통이 서서와 작별해, 배 타고 강동으로 되돌아간다.

    한편, 서서는 그날밤 가까운 사람을 시켜 각 영채마다 몰래 요언 謠言(유언비어)을 퍼뜨린다. 다음날, 영채 안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대고 귀를 대고 소곤거린다. 얼마 뒤 탐사인 探事人(정보를 캐는 사람)이 조조에게 알린다.

    "군중에 떠도는 말이, 서량주 西涼州 한수, 마등이 모반해, 허도 許都로 쳐들어 올 것이라 합니다."

    조조, 크게 놀라 급히 뭇 모사를 불러 상의한다.

    "내 병력을 이끌고 강남을 정벌하며 속으로 우려하는 것은 한수, 마등 뿐이오. 군중 요언이라 비록 허실을 가리지 못하나 방비해야겠소."

    말이 미처 끝나기 앞서 서서가 진언한다.

    "제가 승상으로부터 봉록을 받고도 보답할 아무 촌공 寸功도 세우지 못해 한스럽습니다. 청컨대 3천 인마를 얻어 밤낮 산관 散關 (섬서 성에 위치한 대산관의 별칭)으로 달려가 애구 隘口(좁고 험나한 길목)를 틀어막겠습니다. 만약 긴급한 일이 생기면 다시 보고해 드리겠 습니다."

    조조, 기뻐하며 말한다.

    "원직이 간다면 내 아무런 걱정 없겠소. 산관 위에도 역시 군병이 있으니 공께서 그들을 통령하시오. 지금 당장 3천 마보군 馬步軍(기병 과 보병)을 뽑아, 장패를 선봉으로, 밤낮 행군해 늦지 않도록 하시오."

    서서가 조조와 작별해 장패와 더불어 떠난다. 이것이 바로 방통이 서서를 구해주는 계책이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조조, 남쪽을 정벌하며 날마다 걱정한 것은 마등, 한수 창칼을 드는 것.
    봉추 선생 한 마디 서서를 가르쳐 마치 물고기가 낚시를 벗어나듯하구나.

    조조, 서서를 떠나 보내 마음이 자못 놓여 말을 타고 강을 따라 늘어선 한채 旱寨(육상진지)를 둘러보고 이어서 수채 水寨(수상진지) 를 둘러본다. 큰 배 한 척에 올라 중앙에 '장수 수 帥'자 깃발을 세우고 양쪽으로 수채 水寨를 벌여 배 위에 궁노 弓弩(활과 쇠뇌) 1천 장 張을 매복한다. 조조는 그 위에 머문다. 이때가 건안 12년 겨울 11월 15일인데 날씨가 청명하고 바람도 물결도 고요하다. 조조, 명령한다 .

    "큰 배 위에 술을 내고 악사를 불러 놓아라. 내 오늘 저녁 장수들을 불러 모으리라."

    하늘빛이 저녁을 향하자 동쪽 산은 달이 떠올라 휘영청 비춰 대낮 같고, 장강 일대, 하얀 비단을 두른 듯하다. 조조, 큰 배 위에 앉고 좌우 에 수백 인이 시립해 모두 수놓은 비단옷을 입고, '과'와 '극'을 갖췄다. 문무 관리들이 차례대로 앉았다. 조조, 바라보니 남쪽 병산이 그림 같고 동쪽 시상의 경계가 보이고, 서쪽 하구의 강이 눈에 들어오고, 남쪽 번산이 저멀리 있고, 북쪽 오림이 눈에 들어와, 사방 어디나 드넓어 속으로 환희가 일어나서 관리들에게 이른다.

    "내, 의병을 일으킨 이래, 국가를 위해 흉악하고 해로운 자들을 제거해, 맹세코 사해를 청소하고 천하를 삭평하려 했소. 아직 얻지 못한 것은 강남인데, 이제 백만대군을 거느리고 여러분이 명령을 받드니 어찌 성공치 못할까 걱정하겠소? 강남을 거둬 복종 시켜 천하가 무사태평하면 여러분과 더불어 부귀를 누려 태평세월을 즐기리다."

    문무 관리 모두 일어나 사례한다.

    "어서 승전가를 울리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종신토록 승상을 의지해 복음 福蔭을 받겠습니다."

    조조, 크게 기뻐하며 좌우에 명해 술을 돌린다.

    반야 半夜 (깊은 밤)에 이르도록 마셔 조조, 술에 취해 멀리 남쪽 강기슭을 손가락질해 말한다.

    "주유, 노숙이 천시 天時를 알지 못하구나. 이제 다행히 투항자들이 있어 그들에게 심복 心腹의 우환이 될 테니,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순유, 말한다.

    "승상, 말을 삼가십시오. 누설될까 두렵습니다."

    조조, 크게 웃으며 말한다.

    "자리에 앉은 여러분들이나 가까이 지키는 좌우나 모두 심복, 어찌 꺼리끼겠소?"

    다시 하구 夏口를 가리켜 말한다.

    "유비, 제갈량, 너희는 주제를 모르고 누의 螻蟻(땅강아지와 개미)의 힘으로 태산을 흔들겠다니 어찌 그리 어리석냐!"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내 이제 쉰다설 살, 강남을 얻으면 내게 기쁜 일이 생길 것이오. 지난날 교 공 喬公이 나와 서로 뜻이 맞았는데 두 딸 모두 국색 國色이었 소. 뒷날 뜻밖에 손책, 주유가 그들을 아내로 맞았소. 내 이제 새로 동작대를 장수 상류에 지어 올린데다 만약 강남까지 얻으면, 마땅히 두 교 씨를 맞아 들여 동작대에 두고 모년 暮年(노년)을 즐길 것이니 그것으로 내 소원은 족하오."

    말을 마치고 크게 웃는다. 당나라 사람 두목 杜牧이 시를 지어 말했다.

    극이 부러져 모래에 꽂혀 아직 삭지 않았는데, 갈고 닦아 보니 옛 왕조 유물일세.
    동풍이 주유 편을 들지 않았더라면 봄날 동작대에 두 교 씨를 꼭 붙들어 놓았겠지.

    조조, 한창 담소하는데 갈가마귀가 남쪽으로 울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 묻는다.

    "이 까마귀 떼는 어찌 밤에 우는가?"

    좌우에서 답한다.

    "달이 밝아 동이 튼 줄 알아 나무를 떠나 웁니다."

    조조, 다시 크게 웃는데, 이미 취해 배 위에 삭 槊 (창의 일종)을 잡고 술을 강물에 바치고 석잔 가득 마신다. 삭을 비껴 잡고 장수들에게 이른다.

    "내 이 삭을 쥐고 황건적을 깨부수고, 여포를 잡고, 원술을 멸하고, 원소를 거두고, 새북 (만리장성 이북)을 깊이 침입하고, 요동에 곧장 다다라 천하를 종횡해 자못 대장부의 뜻을 저버리지 않았소. 이제 이런 광경을 대하니 몹시 강개 慷慨가 일어나오. 내 마땅히 노래를 지 어 그대들과 함께 하리다."

    이렇게 노래한다. (조조의 단가행 短歌行)

    술을 마주하면 마땅히 노래해야지 인생 얼마나 길겠는가?
    아침 이슬처럼 짧은 게 인생인데 지나간 날들 고생 많았네.
    분개하고 한탄을 했지만 근심과 걱정 떨치기가 어려웠어라.
    무엇으로 근심을 풀어야 하겠는가? 두강이 빚던 술뿐이리라.
    푸르고 푸른 그대 옷깃 생생한데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 마음.
    우우 사슴 우는 소리 들리네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는구나.
    반가운 손님 찾아 오시면 거문고 뜯고 생황 불어 맞으리라.
    달처럼 휘영청 밝게 비추는 것을 어느 때인들 그치게 되리오?
    근심은 마음 속에서 찾아오니 잘라 끊어 내버릴 수가 없구나.
    사방 길을 지나고 도랑을 건넜지만 옳고 그른 것이 함께했네.
    오랫만에 다시 만나 술을 함께하며 옛 은혜를 새겨 보리라.
    달빛이 밝아 별빛이 흐린데 까막까치 남쪽으로 날아가서,
    나무를 세겹으로 둘러 앉으니 더 의지할 나뭇가지 없구나.
    산은 끝이 없이 높고도 높고, 물은 한이 없이 깊고도 깊어라.
    밥을 먹다 말고 선비를 맞던 주공, 천하가 진심으로 따랐네.

    노래를 마치자, 사람들 모두 호응해 함께 기뻐하며 웃는다. 그런데 누군가 진언한다.

    "대군끼리 서로 맞서, 장졸들이 명령을 받드는 때에 승상, 무슨 까닭에 이토록 불길하게 말씀하십니까?"

    조조가 바라보니 바로 양주자사로 있는 패국의 상 출신의 유복 '원영'이다. 유복은 합비에서 일어나 치주를 창립했고, 피난민들을 모으고 학교를 세우고 둔전을 넓히는 등 정치와 교화를 진흥시키며 조조를 오래 섬겨 공적이 많았다. 그자리에서 조조가 삭을 비껴들고 묻는다.

    "내 말이 왜 불길한가?"

    "달이 밝아 별빛이 흐린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가 나무를 세겹으로 둘러 앉아 의지할 가지가 없다, 라고 하시니 불길합니다."

    조조가 크게 노해 말한다.

    "네 어찌 감히 내 흥을 깨냐!"

    삭으로 유복을 찔러죽인다. 사람들 모두 당황하고 무서워 술자리를 끝낸다.

    다음날 조조, 술에서 깨어, 뉘우치고 괴로워해 마지않는다. 유복 아들 유희가 아버지 시신을 거둬 고향으로 돌아가 장례를 치루겠다 청하자 조조가 흐느껴 말한다.

    "내 어제 만취해 실수로 네 부친을 죽여 한없이 후회스럽구나. 삼공의 예로써 후하게 장례하라."

    군을 뽑아 영구를 호송해 그날 돌아가 장례 지내게 한다. 다음날 수군 도독 모개와 우금이 찾아와 청한다.

    "크고 작은 선박 모두 쇠사슬을 탑재하고, 깃발들과 싸움도구를 낱낱이 갖췄습니다. 승상께서 하명하시면, 날을 맞춰 진병하겠습니다."

    조조가 수군의 한가운데 큰 싸움배에 자리잡고 앉아 장수들을 불러모아 각각 군령을 듣게 한다. 수륙 양군이 오색깃발을 구비해 나눠선다. 수군에서, 중앙의 황기는 모개와 우금, 전군의 홍기는 장합, 후군의 조기(검은 깃발)은 여건, 좌군의 청기는 문빙, 우군의 백기는 여통이다. 마보군 馬步軍 (기병과 보병)에서 전군의 홍기는 서황, 후군의 조기는 이전, 좌군의 청기는 악진, 우군의 백기는 하후연이다. 수륙 양군을 하후돈과 조홍이 지원하게 한다. 조조를 호위하고 전투를 감독하는 것은 허저와 장요를 시킨다. 기타 용장들이 각각 대오를 맡는다.

    명령을 마치고, 수군 영채 중앙에서 북을 세차례 울리자 각각 대오마다 전선들이 문을 빠져나온다. 이날 서북풍이 갑자기 불어 배들마다 돛을 올려,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데 평지를 가듯 흔들리지 않는다. 북방 병사들이 배 위에서 도약하며 용맹을 뽐내 창을 겨누고 칼을 휘두른다. 전후좌우 각군에서 각종 깃발이 엄정하다. 또한 작은 배 5십여 척이 왕래하며 순찰하고 독려한다. 조조가 장대 위에 서서 조련을 참관하다가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필승의 방법이라 여긴다. 돛을 천천히 거둬 차례대로 영채로 돌아간다. 조조가 군막으로 들어가 모사들에게 말한다.

    "하늘이 나를 돕는 게 아니라면, 어찌 봉추의 묘계를 얻었겠소? 쇠사슬로 배들을 이으니 과연 강을 건너도 평지를 걷듯하구려."

    정욱이 말한다.

    "배들 모두 사슬로 이어 고정하니 흔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저들이 화공을 쓴다면 회피하기 어렵습니다. 방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조가 크게 웃는다.

    "정중덕이 비록 멀리 내다보기는 했으나 헤아리지 못한 것이 있소."

    순유가 말한다.

    "중덕의 말이 심히 옳습니다. 승상께서 무슨 까닭으로 웃으십니까?"

    "무릇 화공을 쓰려면, 반드시 풍력 風力을 빌려야 하오. 바야흐로 이제 융동 隆冬(엄동)의 계절, 다만 서풍, 북풍이 있을 뿐, 어찌 동풍, 남풍이 있겠소? 우리는 서북 쪽에 머물고, 적병은 남쪽 기슭에 있으니 바로 자기 병력을 태울 것이니 내 어찌 두렵겠소? 만약 지금이 10 월 소춘 小春 (음력 10월. 날씨가 온난해 봄과 비슷.)이라면, 내 벌써 방비했을 것이오."

    모두 엎드려 절을 올려 말한다.

    "승상의 고견, 뭇 사람이 미치지 못하겠습니다."

    조조,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청주, 서주, 연주, 대주 사람들은 배를 타는 데 서투오. 지금 이 계책이 아니면, 어찌 험한 대강을 건너리오!"

    그런데 반부 班部 (조회에 참가한 행렬) 가운데 두 장수, 몸을 빼내어 나오며 말한다.

    "소장들, 비록 유주, 연주 출신이나 배를 능숙히 탑니다. 이제 바라건대, 순선 巡船 (순찰 경계 선박) 20척을 주시면, 북쪽 강구 江口 (두 갈래 강물이 만나는 곳)로 가서 깃발과 북을 빼앗아 돌아와, 북쪽 병사들도 배를 능숙히 탈 수 있음을 보이겠습니다."

    조조, 그들을 바라보니, 바로 원소 수하 옛 장수들, 초촉 焦觸, 장남 張南이다. 조조, 말한다.

    "자네들 모두 북방에서 생장해 배를 타는 게 서툴까 걱정일세. 강남 병력은 수상을 왕래하며 연습해 몹시 익숙하니, 자네들 절대 함부로 목숨을 애 장난하듯 가벼이 여기지 말게."

    초촉, 장남, 크게 외친다.

    "만약 이기지 못하면, 군법을 감수 甘受하겠습니다."

    "전선들을 이미 모조리 쇠사슬로 연결해, 오로지 작은 배들만 있네. 배마다 20명만 탈 수 있으니 접전하기에 적당할까 걱정이네."

    "만약 큰 배를 쓴다면, 어찌 족히 뛰어나다 하겠습니까? 작은 배 20여 척만 붙여 주십시오. 저와 장남, 각각 절반씩 이끌고, 바로 오늘 강 남 수채로 쳐들어가 깃발을 빼앗고 장수를 베어 돌아 오겠습니다."

    "내, 자네에게 20척을 줄테니 정예병 5백인을 가려 뽑아, 모두 긴 창과 강한 쇠뇌를 갖추도록 하게. 내일 날이 밝거든 대채 大寨에서 배가 강물 위로 출동해 멀리서 돕는 형세를 취하게 하겠네. 또한 문빙더러 순선 30척을 거느리고 자네들이 돌아오면 접응하도록 하겠 네."

    초촉, 장남 크게 기뻐하며 물러난다. 다음날 4경에 밥을 지어 5경에 벌써 마쳐, 어느새 수채 가운데 북과 징을 울린다. 배들이 모두 수채를 빠 져 나가, 강물 위에 분포한다. 장강 일대, 청색, 홍색 깃발이 뒤섞인다. 초촉과 장남이 초선 哨船(순시 경계 선박 = 순선) 20척을 거느리 고, 수채를 빠져나와 강남 쪽으로 출발한다.

    한편, 강 건너 남쪽은 그전날 북소리가 요란히 들려 온데다 조조가 수군을 조련하는 게 보여, 정탐꾼이 주유에게 알려준다. 주유 가 산꼭대기에 올라 살피니, 조조 군대, 이미 거둬 돌아간 뒤다. 다음날, 또다시 갑자기 북소리, 하늘을 울려 병사들이 높이 올라 관망하니 작은 배들이 파도를 가르며 오고 있어 주유에게 급보한다. 주유가 부하들더러 누가 용감히 앞장서 나가겠냐 묻자 한당과 주태가 일제히 나와 말한다.

    "저와 한당, 선봉으로 적병을 깨겠습니다."

    주유, 기뻐하며 전령하기를, 각 영채마다 더욱 엄히 수비해 함부로 움직이지 말도록 하고, 한당, 주태, 각각 초선 5척을 거느려 좌우로 나눠 나간다.

    한편, 초촉, 장남, 한낱 용맹한 기운만 믿고, 작은 배들을 급히 노저어 다가온다. 한당이 가슴갑옷을 입고, 손에 장창을 들고 뱃머리에 선 다. 초촉의 배가 먼저 다다르더니 병사들에게 명해, 한당의 배를 향해 화살을 난사하자, 한당이 방패로 막아낸다. 초촉이 장창을 겨눠 한당과 교봉 交鋒하나, 한당이 한 창에 초촉을 찔러 죽인다. 장남이 뒤따라 크게 외치며 쫓아오자 옆에서 주태의 배가 튀어 나온다. 장남이 창을 꼬나잡고 뱃머리에 서서 양쪽에서 화살을 난사하게 한다. 주태가 한 팔에 방패를 들고, 한 손에 칼을 들어, 양측 배가 7, 8척 거리에 이르자, 훌쩍 몸을 날려, 바로 장남의 배 위로 뛰어 들어, 손을 들어 칼을 내리쳐 장남을 베어 물 속으로 떨구고, 배에 탄 병사들을 마구 죽인다. 배들이 급히 노저어 뱃머리를 돌린다. 한당과 주태가 독려해 추격하다 강물 한가운데 이르러 마침 문빙의 배와 마주친다. 양측 이 배들을 벌여놓고 마구 싸운다.

    한편, 주유, 장수들을 거느리고 산꼭대기에 서서 멀리 바라보니, 북쪽 강물 위에 몽동 전선들이 강물 위에 빽빽히 늘어서고, 각종 깃발들 이 모두 질서가 있다. 눈을 돌리니, 문빙이 한당, 주태와 맞서고 있다. 한당, 주태가 힘을 떨쳐 공격하니 문빙이 막아내지 못하여, 배를 돌 려 달아난다. 한, 주, 두 사람이 급히 배들을 독려해 뒤쫓는다. 두 사람이 너무 적진 깊숙히 들어갈까 두려운 주유가 백기 白旗를 흔들고 징을 울리게 하니 두 사람이 노 저어 돌아온다.

    주유, 산 정상에서 강 건너 전선들을 바라보니, 모조리 수채 水寨로 들어갔다. 주유, 장수들을 뒤돌아 봐 말한다.

    "강북 전선, 마치 갈대처럼 빽빽하오. 게다가 조조, 꾀가 많아 무슨 계책으로 그를 깨야겠소?"

    장수들이 미처 답하지 못하는데 조조 영채 안으로 바람이 불어 중앙의 황기 黃旗가 부러져 강물 속으로 떨어진다. 주유가 크게 웃는다.

    "이것은 불길한 징조다!"

    그렇게 살피고 있는데, 갑자기 광풍이 크게 부니, 강물에서 파도가 일어 강기슭을 때린다. 한바탕 바람이 거세게 일다 깃발 자락이 펄럭 여 주유 뺨을 찰싹거린다. 주유가 갑자기 마음 속에 한 가지 일이 떠올라 크게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입으로 붉은 피를 토한다. 장수들 이 급히 구해 일으키지만 인사불성이다.

    갑자기 웃다 갑자기 외치니 남군을 이끌고 북군을 깨기 어렵겠구나.

    과연 주유의 목숨은 어찌될까?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