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51회 조인이 동오의 군대와 크게 싸우고 제갈공명이 주공근을 격노시킨다

    한편 공명은 운장을 참하려 한다. 현덕이 말한다.

    "지난날 우리 세 사람이 결의할 때, 생사를 같이 하기로 맹서했습니다. 이제 운장이 비록 범법했으나, 차마 지난 맹서를 어기지 못하겠습 니다. 바라건대 잠시 그 허물을 접어두고, 장차 공을 세워 속죄하도록 해주십시오."

    공명이 비로소 용서한다.

    한편 주유는 군을 거두고 장수들을 불러, 각각 공훈을 헤아려, 오후에게 신보 申報(상급자에게 보고함)한다. 항복한 병졸들을 모조리 데리고 강을 건넌다. 3군을 크게 호궤하고, 진병해 남군을 취하려 한다. 선두 부대는 강가에 영채를 세워, 앞뒤 5개 영채로 나눈다. 주유가 가운데에 머문다.

    주유가 사람들과 더불어 진격 계책을 상의하고 있는데, 홀연히 보고가 들어온다.

    "유현덕이 손건을 보내 도독께 축하드린다 합니다."

    주유가 불러 들인다. 손건이 인사를 마치고 말한다.

    "주공께서 특별히 제게 명해 도독의 큰 덕에 엎드려 감사드리라 하시며, 보잘 것 없는 예물이나마 바치라 하셨습니다."

    "현덕은 지금 어디 계시오?"

    "현재 유강 油江 어귀로 옮겨 병력을 주둔하고 계십니다."

    주유가 놀라 말한다.

    "공명 역시 유강에 있는 것 아니오?"

    "공명도 주공과 함께 유강에 있습니다."

    "족하께서 먼저 돌아가시오. 내 직접 찾아뵙고 사례 드리리다."

    주유가 예물을 거두고, 손건을 먼저 되돌아가게 한다. 노숙이 말한다.

    "방금 도독께서 왜 놀라셨소?"

    "유비가 유강에 주둔하니 필시 남군을 취할 뜻을 가졌소. 우리가 허다한 군마를 쓰고, 허다한 전량을 들여, 목하 (바로 지금) 남군은 손 만 뻗으면 얻을 수 있게 됐소. 저들 심회 心懷가 어질지 못해 가로채려 하지만, 이 주유가 죽지 않았는데 어림없소!"

    "어떤 계책을 써서 그들을 물리쳐야겠소?"

    "내 직접 가서 그들과 이야기하겠소. 좋게 풀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남군을 취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유비를 끝장내 겠소!"

    "저도 따르겠소."

    이에 주유가 노숙과 더불어 3천의 경기 輕騎(경기병)를 이끌고, 유강 어귀로 서둘러 간다.

    한편 앞서 손건은 되돌아가 현덕을 만나, 주유가 몸소 찾아와 사례할 것이라 말한다. 현덕이 이에 공명에게 묻는다.

    "찾아오는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어찌 그 같은 박례 薄禮를 받고서 기꺼이 사례하러 오겠습니까? 다만 남군 때문에 오는 것입니다.

    "그가 병력을 이끌고 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겠습니까?"

    "그가 오면 바로 이러이러하게 답해 응하십시오."

    유강 어귀에서 전선들을 전개하고, 강기슭에 군마들을 배치한다.

    보고가 올라온다.

    "주유와 노숙이 병력을 이끌고 옵니다."

    공명이 시켜 조운이 몇 기를 이끌고 영접하러 간다. 주유가 보니 군세가 웅장하여, 마음이 몹시 불안하다. 영문 밖에 이르니, 현덕과 공명 이 영접해 막사 안으로 들인다. 각각 인사를 마쳐, 연회를 베풀어 대접한다. 현덕이 술잔을 들어 격전을 치룬 일을 치사 致謝한다.

    술잔이 몇 순 돌자, 주유가 말한다.

    "예주께서 병력을 이곳으로 옮기시니, 혹시 남군을 취할 뜻을 품으신 것은 아닙니까?"

    현덕이 말한다.

    "도독께서 남군을 취하려 하신다 들어, 도우러 왔소. 도독께서 취하지 않는다면, 내가 취하고 말겠소."

    주유가 웃으며 말한다.

    "우리 동오는 오래전부터 한강 漢江을 병탄하려 하였고, 이제 남군도 벌써 손아귀에 들어온 셈인데 어찌 취하지 않겠습니까?"

    "승부란 예정할 수 없소. 조조가 돌아갈 때 조인에게 명해 남군 등지를 지키게 하여, 틀림없이 기묘한 계책을 주었을 것이오. 게다가 조 인의 용맹은 맞설 수 없으니, 도독께서 취하지 못할까 걱정할 따름이오."

    "제가 취하지 못하면, 그때 공께서 취하시게 하겠습니다."

    "공명과 자경(노숙)이 여기서 증인이 되니, 도독께서 후회하지 마시오."

    노숙이 주저해 대답하지 못한다. 주유가 말한다.

    "대장부 한마디를 이미 내뱉고, 어찌 후회하겠습니까!"

    공명이 말한다.

    "도독의 이 말씀은 바로 공론 公論입니다. 먼저 동오가 취하러 가도록 양보하겠습니다. 만약 함락하지 못하면, 주공께서 취하실 것이니, 어찌 안 될 게 있겠습니까?"

    주유가 노숙과 더불어, 현덕, 공명에게 작별하고, 말에 올라 떠난다. 현덕이 공명에게 묻는다.

    "방금 선생께서 제게 그렇게 대답하라 시켜, 비록 일단 그렇게 말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봐도, 아직 그 까닭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몸은 외롭고, 발 하나 뻗을 땅도 없어, 남군을 얻어 잠시 몸을 두고자 합니다. 만약 주유에게 먼저 취하게 시켜, 그 성지가 이미 동오에 속 해버리면, 어떻게 얻을 수 있겠습니까?"

    공명이 크게 웃는다.

    "당초에 제가 주공께 형주를 취하라 권해도, 주공께서 듣지 않으신 것은 이제 잊으셨단 말입니까?"

    "그것은 경승(유표)의 땅이라 차마 취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은 조조의 땅이라 취해 마땅합니다."

    "주공, 우려하실 것 없습니다. 비록 주유가 가서 싸우더라도, 조만간 주공이 남양 성중에 높이 앉게 만들 것입니다."

    "어떤 계책을 써야겠습니까?"

    "다만 이러이러하게 하시면 됩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 다만 강 어귀에 주둔하여,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관망할 뿐이다.

    한편 주유와 노숙은 영채로 돌아간다. 노숙이 말한다.

    "도독께서 어째서 현덕더러 남군을 취하라 허락하셨소?"

    "내 손가락만 튕겨도 남군을 얻을 수 있으니, 겉으로나마 인정을 표시한 것뿐이오."

    아래 장사들에게 묻는다.

    "누가 용감히 앞장서 남군을 취하겠소?"

    한 사람이 답하며 튀어나오니 바로 장흠이다. 주유가 말한다.

    "그대가 선봉이 되고, 서성, 정봉이 부장이 되어, 정예 군마 5천을 거느려, 먼저 강을 건너시오. 뒤이어 내가 병력을 이끌고 접응하겠소."

    한편 조인은 남군에 머물며, 조홍에게 분부해 이릉을 지키게 해, 기각지세 犄角之勢를 이룬다.

    "오병 吳兵이 한강을 이미 건넜습니다."

    라고 보고하자, 조인이 말한다.

    "견고히 지키며, 절대 나가서 싸우지 않는 게 상책이다."

    효기 驍騎 우금 牛金 (유명한 그 우금 于禁이 아니다)이 분연히 진언한다.

    "적병이 성밑에 이르렀는데 출전하지 않는 것은 비겁합니다. 하물며 우리 병력이 얼마 전 패하였으니, 더욱 우리의 날카로운 기세를 떨 쳐야 마땅합니다. 바라건대 제게 정병 5백을 주시면, 한바탕 죽기살기로 싸우겠습니다."

    조인이 그 말을 따라, 우금에게 명해 병력 5백을 이끌고 출전하게 한다. 정봉이 말을 내달려 덤빈다. 약 4, 5합 싸워, 정봉이 거짓으로 패하니, 우금이 군을 이끌고 뒤쫓아 적진으로 돌입한다. 정봉이 병사들을 지휘해 우금을 진중에서 포위한다. 우금이 좌충우돌하지 만, 탈출하지 못한다. 조인이 성위에서 멀리 바라보니 우금이 포위돼 곤란하므로, 갑옷을 걸치고 말위에 올라, 휘하 장사 수백 기를 이 끌고 성을 나와, 힘을 떨쳐 칼을 휘두른다. 동오 진영으로 돌입하니, 서성이 맞이해 싸우나 막아내지 못한다. 조인이 포위 한가운데로 치 고 들어가, 우금을 구출하지만, 되돌아보니 아직 수십 기가 적진에 있어 탈출하지 못한지라, 몸을 돌려 돌입해 두꺼운 포위에서 구출 한다. 마침 장흠이 가로막는데, 조인이 우금과 더불어 힘을 떨쳐 쫓아버린다. 조인의 아우 조순 역시 병력을 이끌고 접응한다. 한바탕 무 찌르자, 오군 吳軍이 패주하여, 조인이 승리를 거둬 돌아온다.

    장흠이 병패 兵敗하여, 돌아가 주유를 만나자, 주유가 노해 그를 참하려 하지만, 장수들이 살려달라 고한다.

    주유가 병력을 거느려, 몸소 조인과 결전하려 한다. 감녕이 말한다.

    "도독! 아직 서두르시면 안 됩니다. 조인이 명해 조홍이 이릉을 수비하니 기각지세 犄角之勢입니다. 바라건대 제게 정병 3천을 주시면, 바로 이릉을 취하겠으니, 그 뒤에 도독께서 남군을 취하십시오."

    주유가 그 의견을 따라, 먼저 감녕에게 지시해 3천 병력을 이끌고 이릉을 치라 한다. 벌써 세작(첩자)이 조인에게 알려주자, 조인이 진교 陳矯와 상의한다. 진교가 말한다.

    "이릉을 잃으면, 남군 역시 지켜내지 못합니다. 어서 구해야 합니다."

    조인이 조순에게 명해 조인과 더불어 몰래 병력을 이끌고 조홍을 구하라 한다. 조순이 먼저 사람을 보내 조홍에게 알려, 조홍더러 출성해 적병을 꾀도록 한다. 감녕이 병력을 이끌고 이릉에 당도하자, 조홍이 나와서 감녕과 더불어 창칼을 부딪힌다. 20합 남짓 싸우 다, 조홍이 패주한다. 감녕이 이릉성을 빼앗는다. 황혼 무렵, 조순과 우금 병력이 당도하여, 양쪽이 합쳐, 이릉성을 에워싼다.

    탐마(정찰기병)이 주유에게 급보하기를, 감년이 이릉 성중에 포위돼 있다 하니, 주유가 크게 놀란다. 정보가 말한다.

    "어서 병력을 나눠 구해야 합니다."

    주유가 말한다.

    "이곳은 요충 지역이라, 만약 병력을 나눠 구하러 갔다가, 조인이 병력을 이끌고 내습한다면, 어찌하겠소?"

    여몽이 말한다.

    "감흥패는 바로 강동의 대장인데, 어찌 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내 스스로 구하러 가고 싶소만, 다만 여기 누가 남아, 나를 대신해야겠소?"

    "능공속을 남겨 맡기십시오. 제가 앞장설 터이니, 도독께서 뒤를 맡으십시오. 열흘이 안 돼, 필시 개가(승전가)를 울릴 것입니다."

    "능공속이 기꺼이 내 임무를 잠시 맡을지 모르겠소."

    능통이 말한다.

    "열흘 기한이라면, 맡을 수 있습니다. 열흘을 넘기면, 그 임무를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유가 크게 기뻐하며 1만 남짓의 병력을 남겨, 능통에게 주고, 그날 대군을 일으켜 이릉으로 간다. 여몽이 주유에게 말한다.

    "이름 남쪽 지름길이, 남군으로 가기에 몹시 편합니다. 병사 5백을 보내 수목을 잘라내어, 그 길을 막게 하십시오. 적군이 패하면, 반드시 그 길로 달아납니다. 말들이 지나갈 수 없어, 틀림없이 말을 버리고 달아날테니, 우리가 그 말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유가 그 말을 따라, 병사들을 뽑아 보낸다. 대군이 이릉에 이르자 주유가 묻는다.

    "누가 포위를 뚫고 들어가, 감녕을 구하겠소?"

    주태가 가기를 원하여, 즉시 칼을 거머쥐고 말을 내달려, 곧장 조군 曹軍 한 가운데 돌입하여, 바로 성 아래 이른다. 감녕이 내다보니 주 태가 다다른지라, 스스로 출성해 맞이한다. 주태가 말한다.

    "도독께서 몸소 병력을 이끌고 오셨소."

    감녕이 병사들에게 전령해 장비를 엄히 챙기고 배불리 먹어, 내응을 준비한다.

    한편 조홍, 조순, 우금은 주유 병력이 다다른 것을 듣고, 먼저 사람을 남군으로 보내 조인에게 알리는 한편, 병력을 나눠 적병을 막는다. 오병이 이르자, 조병 曹兵이 요격한다. 창칼을 부딪히기에 이르러, 감녕, 주태가 2로에 걸쳐 급히 쳐들어오니, 조병이 크게 혼란하여, 오병이 사방에서 마구 무찌른다. 조홍, 조순, 우금이 과연 그 지름길로 달아난다. 그러나 나뭇더미가 어지러이 길을 막아, 말들이 나아가 지 못하니, 모조리 말들을 버리고 달아난다. 오병이 말 500필 남짓을 노획한다. 주유가 병력을 독려해 그날밤 남군까지 뒤쫓다, 마침 조인 부대가 이릉을 구하러 오는 것과 마주친다. 양군이 부딪혀, 한바탕 혼전한다. 어느새 저녁이 되자, 각자 병력을 거둔다.

    조인이 성중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상의한다. 조홍이 말한다.

    "지금 바로 이릉을 잃고, 형세가 위급한데, 어찌 승상께서 남긴 계책을 뜯어 살펴 이 위기를 풀지 않으십니까?"

    "자네 말이 바로 내 뜻과 맞네."

    곧 서찰을 뜯어 살피더니, 크게 기뻐하며, 곧 명을 내려 5경에 밥을 짓게 한다. 평명 平明(동틀 무렵)에, 대소 군마들이 모조리 성을 포기 하고 나온다. 성 위에 두루 정기(각종 깃발)를 꽂아, 허장성세를 부리고, 군대가 세 군데 성문으로 나눠 출성한다.

    한편 주유는 감녕을 구출해, 남군성 밖에 병력을 포진한다. 조병이 세 군데 성문으로 나눠 나오자, 주유가 장대 將臺를 올라 살핀다. 그런 데 살펴보니, 여장 女牆 (요철 모양의 담장으로 구멍을 통해 활을 쏜다) 주변에 정기를 공허히 꽂아, 아무도 수호하지 않는다. 게다가 군 사들이 허리 아래 각각 보따리를 차고 있다. 주유가 암촌 暗忖 (속으로 헤아림)하기를, 조인이 필시 먼저 달아날 길을 준비하는 것이라 여겨, 곧 장대를 내려와 호령하여, 양쪽 부대를 좌익과 우익으로 분포한다. 전군 前軍이 승리를 거두면, 오로지 앞으로 추격하게 하고, 징 소리가 울려야만, 비로소 퇴보를 허락한다. 대진해 북소리 울리는 곳으로, 조홍이 출마해 익전 搦戰(도전)한다. 주유 스스로 문기 門旗 아래 이르러, 한당을 시켜 출마하여, 조홍과 더불어 교봉 交鋒(창칼을 부딪혀 교차함)하게 한다. 싸움이 30합 남짓 이르러, 조홍이 패주하자 조인 스스로 나와서 접전한다. 주태가 종마 縱馬(말을 내달림)해 맞이한다. 10합 남짓 싸워, 조인도 패주하니, 진세 陣勢가 착란 錯亂(어지럽고 질서가 없음)하다.

    주유가 좌우익 병사들을 지휘해 내달려 오니, 조군이 대패한다. 주유 스스로 군마를 이끌고 남군 성 아래까지 뒤쫓아, 조군 모두가 미처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서북쪽으로 달아난다. 한당, 주태가 선두 대열을 이끌고 힘껏 뒤쫓는다. 주유가 보니 성문이 활짝 열린데다, 성 위에 아무도 없어, 곧 병사들에게 명해 성을 빼앗게 한다. 수십 기가 앞장서 들어간다. 주유가 배후에서 말을 내달려 채찍을 가해, 곧장 옹성 甕城 (큰 성 밖의 작은 성으로 성문을 보호하는 역할)으로 들어간다. 진교가 적루(망루) 위에서 바라보니, 주유가 친히 성으 로 들어오는지라, 암암리에 갈채를 보낸다.

    "승상의 묘책! 귀신 같구나!"

    한바탕 방자 梆子 (나무나 대나무로 만든 타악기) 소리 울리더니, 양옆에서 궁노 (활과 쇠뇌)를 일제히 쏘아, 그 형세가 소나기 같다. 선 봉을 다퉈 입성하다가, 모두 함갱 陷坑 (함정)에 굴러 떨어진다. 주유가 급히 말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돌리지만, 쇠뇌 화살 1발이 왼쪽 갈빗대를 명중해, 꼬꾸라져 낙마한다. 우금이 성 안에서 내달려 나와, 주유를 잡으러 온다. 서성, 정봉,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구하러 간 다. 성 안에서 조병들이 돌출하니, 오병들 가운데 서로 짓밟고, 구덩이에 굴러 떨어진 자가 무수하다. 정보가 급히 병사들을 거둬 돌아가 는데, 조홍, 조인이 2로로 병력을 나눠 빠르게 되돌아온다. 오병이 대패한다. 다행히 능통이 1군을 거느려 옆에서 급히 달려와, 조병을 막아선다. 조인이 승리를 거둔 병사들을 이끌고 성으로 진격하자, 정보가 패군 敗軍을 거둬 영채로 돌아간다. 정, 서, 두 장수가 주유 를 구해 막사로 돌아와, 행군의자 行軍醫者 (군의관)을 불러 쇠 겸자 鉗子 (가위 모양의 의료기구)를 써서 화살촉을 발라내고, 금창약 金瘡藥 (창칼에 의한 상처에 쓰는 약)을 창구 瘡口 (상처가 벌어진 부위)에 바르지만, 동통을 견딜 수 없어, 식음을 전폐한다. 의자가 말 한다.

    "이 화살촉은 유독하여, 서둘러 나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노기 怒氣가 치솟으면, 그 상처가 다시 터집니다."

    정보가 3군에 명해 각각 영채를 굳게 지키게 하며, 함부로 출전하는 것을 불허한다. 사흘 뒤, 우금이 군을 이끌고 도전하나, 정보는 안병부동 按兵不動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관망함)한다. 우금이 저녁까지 욕을 퍼붓고서야 돌아가, 다음날 또 와서 욕을 하며 도전한다. 정보는 주유가 화가 날까 두려워, 감히 알려주지 못한다. 사흘째 되는 날, 우금이 영채 문 밖까지 와서 큰 소리로 욕하는데, 소리소리마다 오로지 주유를 자극하려는 것이다. 정보가 사람들과 상의해, 잠시 퇴병 退兵하여, 돌아가 오후를 뵙고, 다시 처리하려 한다.

    한편 주유는 비록 상처가 아프지만, 마음 속에 자기 나름의 주장이 있다. 조병이 매일 영채 앞에 와서 크게 욕하는 것을 주유는 이미 알고 있는데, 장수들은 와서 아뢰지 않는다. 하루는, 조인 스스로 대군을 이글고, 북을 두드리고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와 싸움을 건다. 정보 가 지키고 있을 뿐 출전하지 않는다. 주유가 장수들을 막사로 불러 묻는다.

    "어디서 북소리와 함성이 울리는 것이오?"

    장수들이 말한다.

    "군중에서 사졸들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주유가 노한다.

    "어찌 나를 속이시오! 내 이미 조병이 늘 영채 앞으로 와서 욕을 퍼붓는 것을 알고 있소. 정덕모 程德謀(정보)께서 병권을 함께 장악하고 계시거늘, 어찌 좌시만 하시오?"

    곧 명을 내려 정보를 청해 막사로 불러들여 묻자, 정보가 말한다.

    "공근의 상처는 의자가 말하길, 절대 노기를 치솟게 하지 말라 하므로, 조병이 도전하더라도, 감히 알려줄 수 없었소."

    "여러분이 싸우지 않겠다면, 주의 主意 (정한 뜻이나 방책)는 어찌되오?"

    "장수들 모두 병력을 거둬 잠시 강동으로 돌아가고자 하오. 공의 전창 箭瘡(화살에 맞은 상처)이 평복 平復(회복)하기를 기다려, 다시 알아서 처리할 것이오."

    주유가 듣고 나서, 침상에서 분연히 벌떡 일어나 말한다.

    "대장부가 기왕에 주군의 녹을 먹으니, 마땅히 전장에서 죽어, 말가죽에 시신을 싸서 돌아가도, 다행이오! 어찌 나 한 사람 때문에, 국가 대사를 폐하겠소?"

    말을 마쳐, 즉시 갑옷을 걸쳐 말에 오른다. 병사들과 장수들 가운데 놀라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는데, 마침내 수백 기를 이끌고 영채 앞으로 나간다. 내다보니 조군이 이미 포진하여, 조인 스스로 문기 아래 말을 세워, 채찍을 휘두르며 크게 욕한다.

    "주유, 어린 놈아! 내가 보니 네놈이 아무래도 요절하여, 다시는 감히 아병 我兵을 노리지 못하겠구나!

    욕을 계속하는데, 주유가 기병들 사이에서 돌출해 말한다.

    "조인, 필부야! 여기 주랑이 안 보이냐!"

    조군 병사들이 보더니, 모두 경악한다. 조인이 장수들을 뒤돌아보며 말한다.

    "실컷 욕하라!"

    병사들이 소리높여 크게 욕한다. 주유가 크게 노하여, 반장 潘璋을 출전시킨다. 미처 창칼을 부딪히기 전에, 주유가 갑자기 외마디 소리 를 지르고, 입에서 피를 분출하며, 말 아래 떨어진다. 조군 병사들이 달려드니, 장수들이 앞으로 나아가 막아, 한바탕 혼전하며, 주유를 구해 일으켜, 막사로 돌아간다.

    정보가 묻는다.

    "도독의 귀체 貴體가 어떠하오?"

    주유가 은밀히 정보에게 말한다.

    "이것은 나의 계책이오."

    "어떤 계책이오?"

    "내 몸이 본래 몹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오. 내가 이렇게 하는 까닭은, 조병으로 하여금 내 병세가 위급하다 여기게 하여, 적들을 기만하 려는 것이오. 심복 병사를 시켜 성중으로 들어가서 거짓으로 항복하게 하여, 내가 벌써 죽었다 하시오. 오늘밤 조인이 틀림없이 영채를 덮치러 올 것이오. 우리가 사방에 매복해 대응하면, 조인을 북소리 한번 울려 잡을 수 있소."

    "이 계책이 절묘하오!"

    곧 막사 안에서 온통 애절하게 운다. 병사들이 크게 놀라, 모두 도독이 화살 맞은 곳이 크게 도져 죽었다고 말하며, 각각 영채마다 모조리 상복을 입는다.

    한편 조인은 성중에서 사람들과 상의하며, 주유의 노기가 치솟아, 금창이 터져, 결국 입에서 피를 내뿜어, 말 아래 떨어졌으니,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이라 말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누군가 알린다.

    "오군 영채에서 병사 열몇이 투항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은, 원래 우리 병사였는데 포로로 잡혀 갔었다 합니다."

    조인이 다급히 불러 들여 물으니 병사가 말한다.

    "오늘 주유가 진 앞에서 금창이 터져, 영채로 돌아갔으나 죽었습니다. 이제 장수들 모두 상복을 입고 애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정보에게 욕을 당해, 이에 투항하여, 그 일을 갚고자 할 따름입니다."

    조인이 크게 기뻐하여, 곧 오늘밤 영채를 덮쳐, 주유의 시신을 빼앗아, 그 수급을 참하여, 허도로 보낼 것을 상의한다. 진교가 말한다.

    "이 계획은 어서 실행해야지, 지체해 그르쳐서는 안 됩니다."

    조인이 마침내 영을 내려 우금이 선봉을 맡고, 스스로는 중군을 맡고, 조홍, 조순은 합후 合後 (군대에서 뒤를 지킴)하고, 오로지 진교를 남겨 소수의 군을 거느려 수성하게 하며, 나머지 군을 모조리 일으킨다. 초경 初更 (밤7-9시)에 출성하여, 곧장 주유의 큰 영채로 몰려간다. 영채 문 앞에 이르지만, 아무도 안 보이고, 다만 기창 旗槍 (깃발과 창. 깃대)만이 공허히 꽂혀 있다. 계략에 빠졌음을 알아, 황 망히 군을 물린다. 사방에서 포소리 일제히 울리더니, 동쪽은 한당, 장흠이 달려들고, 서쪽은 주태, 반장이, 남쪽은 서성, 정봉이, 북쪽 은 진무, 여몽이 달려든다. 조병이 대패하면서 3로군이 모두 격파돼 앞뒤가 서로 구원하지 못한다.

    조인이 십수 기를 거느려 두터운 포위를 뚫고 나가다, 마침 조홍을 마주쳐, 결국 패잔군마를 함께 거느리고 바삐 달아난다. 5경까지 달아 나, 남군 가까이 이르러, 크게 북소리 나더니, 능통이 또한 1군을 이끌고 가로막아, 한바탕 무찌른다. 조인이 군을 이끌고 옆으로 달아 나지만, 다시 감녕이 나타나 크게 무찌른다. 조인이 감히 남군으로 돌아가지 못하여, 양양 대로를 통해 간다. 오군이 한동안 뒤쫓다, 돌 아간다.

    주유, 정보가 병사들을 거둬, 서둘러 남군성 아래 당도하니, 깃발들이 가득 꽂혔는데, 적루 위에서 한 장수가 외친다.

    "도독! 용서하시오! 내가 군사의 장령을 받들어, 이미 성을 취했소. 나는 바로 상산 조자룡이오."

    주유가 크게 노하여, 곧 공성 명령을 내린다. 성 위에서 어지러이 화살을 퍼붓는다. 주유가 일단 돌아가 상의할 것을 명하고, 감녕에게 수 천 군마를 이끌고, 어서 형주를 취하러 가라 한다. 능통 역시 수천 군마를 거느려, 서둘러 양양을 취하러 가라 한다. 그 뒤 남군을 다시 빼앗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배하는 사이 탐마(정찰기병)가 달려와 급보한다.

    "제갈량이 직접 남군을 취한 뒤, 곧 병부 兵符 (군대 명령을 전할 때 쓰는 증표)를 써서, 형주성을 지키던 병사들에게 그날밤 구하러 오라고 속이는 한편, 장비를 시켜 형주를 습격했습니다."

    다시 탐마가 하나 더 달려와 보고한다.

    "하후돈이 양양에 머무는데, 제갈량이 사람을 통해 병부를 보내, 조인이 구원을 요청한다고 속여, 하후돈을 출병하도록 유인하고는, 운장이 양양을 습격해 취했습니다."

    두곳의 성지가, 전혀 힘들이지 않은 유현덕에게 모두 속하게 된 것이다. 주유가 말한다.

    "제갈량이 어떻게 병부를 얻었단 말인가?"

    정보가 말한다.

    "그가 진교를 붙잡았으니, 병부가 저절로 그에게 들어온 것이오."

    주유가 크게 외마디 소리를 지르자, 금창이 터져버린다. 이야말로,

    여러 군데 성지 城池가 내 몫은 전혀 없으니,
    누구를 위해 한바탕 고생하며 바빴단 말인가?

    그 목숨이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