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58회 마맹기가 원한을 씻으려 군을 일으키니 조아만이 머리를 자르고 옷을 벗고 달아난다

    계책을 바친 이는 바로 치서시어사 진군 '장문'이다. 조조가 묻는다.

    "진장군에게 좋은 계책이 있소?"

    "이제 유비와 손권이 맺어져 입술과 이빨처럼 되어 있습니다. 유비가 서천을 취하려 한다면 승상께서는 가히 상장에게 군을 이끌고 합비의 군대와 만나 강남을 침공하게 하십시오. 그러면 손권은 필시 유비에게 구원을 구합니다. 유비는 마음이 서천에 가 있을테니 보나마나 손권을 구하는데 관심이 없을 테지요. 손권에게 구원병이 오지 않으면 힘은 모자라고 병력은 쇠해 강동은 승상 차지가 될 것이옵니다. 강동을 얻기만 하면 형주는 일고에 평정할 수 있습 니다. 형주를 평정한 뒤 천천히 서천을 도모하시면 천하를 평정하게 됩니다."

    "장문의 말씀이 바로 내 뜻이오."

    즉시 30만 대병을 일으켜 강남으로 내닫는다. 합비에 주둔한 장요에게 군량을 준비하게 한다.

    재빨리 세작이 손권에게 알린다. 손권이 장수들을 불러모아 상의하자 장소가 말한다.

    "노자경에게 형주로 서찰을 보내어 현덕이 우리와 협력하여 조조를 막게 하십시오. 자경은 현덕에게 은인이니 반드시 따를 것입니다. 게다가 현덕은 동오의 사위이니 의리를 봐서도 사양할 수 없습니다. 현덕이 와서 돕는다면 강남은 아무 우환이 없습니다."

    손권이 그 말을 따라서 노숙에게 사람을 보내어 현덕에게 구원을 요청하라 한다. 노숙이 글을 다듬어 현덕에게 보낸다. 현덕이 서찰을 살피고 동오의 사자를 관사에 머물게 하고 남군의 공명을 부른다. 공명이 형주에 도착하자 서찰을 공명에게 보여준다. 공명이 말한다.

    "강남의 병력을 움직일 필요도, 형주 병력을 움직일 필요도 없이 조조가 동남쪽을 넘보지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노숙에게 답서를 보내어 베개를 높이 베고 편히 지내라 한다. 북병 北兵이 침범한다면 황숙에게 나름대로 물리칠 계책이 있다고 한다.

    사자가 떠나자 현덕이 묻는다.

    "조조가 삼십만 대군을 일으켜 합비의 병사와 한덩이로 몰려오는데 선생이 무슨 계책으로 물리치겠습니까?"

    "조조는 늘 서량의 병력을 걱정합니다. 이제 조조가 마등을 죽였지만 아들 마초가 지금 서량인들을 통솔하니 틀림없이 조조놈에게 이를 갈 것입니다. 주공께서 마초에게 글을 써서 그에게 출병하여 관문을 침입하라 하시면 조조는 강남을 넘볼 틈이 없을 것입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심복에게 글을 써주고 서량주 西涼州로 달려가게 한다.

    한편 마초는 서량주에서 그날밤 꿈을 꾼다. 눈밭에 누웠는데 호랑이떼가 달려와 무는지라 놀라서 깨어난다. 속으로 의혹이 일어 부장들을 소집하여 꿈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한다. 누군가 회답한다.

    "상서롭지 못한 징조입니다."

    마초의 심복인 교위 방덕 '영명'이다. 마초가 묻는다.

    "영명의 소견은 어떤 것이오?"

    "눈밭에서 호랑이를 만남은 꿈에 가장 나쁜 징조입니다. 아무래도 노장군께서 허창에서 변고를 당하신 듯합니다."

    말을 마치기 전에 누군가 비틀거리며 들어와 통곡하며 엎드린다.

    "숙부와 아우 모두 죽었소!"

    마초가 바라보니 그는 마대다. 마초가 놀라서 묻자 마대가 말한다.

    "숙부께서 시랑 황규와 공모해 조조를 죽이고자 했으나 불행히 누설돼 모두 저잣거리에서 참수되고 둘째아우도 살해됐소. 나 홀로 떠돌이장사꾼으로 변장하여 그날밤 탈주했소."

    마초가 그 말을 듣고 통곡하며 쓰러진다. 장수들이 부축하지만 마초는 이를 갈며 조조놈을 몹시 원망한다. 그런데 유황숙이 서찰을 보냈다고 누군가 알린다. 마초가 뜯어보니 대략 이렇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한실이 불행해 조조가 전권을 쥐고 임금을 속이고 업신여기니 백성이 조락하고 쇠퇴하였소. 저는 지난날 그대 선친과 함께 밀조를 받아 이 도적을 주살하기를 다짐했소. 이제 선친께서 조조에게 살해되니 조조는 장군께서 천지를 함께할 수도, 일월을 같이할 수도 없는 원수요. 만약 서량의 병력을 통솔해 조조의 우측을 공격하신다면 저는 형양의 무리를 일으켜 조조의 전면을 치겠소. 이렇다면 역적 조조를 가히 사로잡고 간사한 도당을 멸해 원수와 치욕을 되갚고 한실을 중흥할 수 있소. 글로써 말을 다하지 못하나 회답을 기다리겠소."

    마초가 읽고 나서 즉시 눈물을 떨구며 답서를 지어 사자에게 줘서 돌려보내고 서량의 군마를 일으킨다. 출발하려는데 서량태수 한수가 사람을 보내어 마초를 초대한다. 마초가 한수의 부중에 이르자 한수가 조조의 글을 보여준다. 내용은 이렇다.

    "마초를 사로잡아 허도로 오면 그대를 서량의 후작으로 봉하겠소."

    마초가 절을 올려 땅에 엎드려 말한다.

    "청하옵건대 숙부께서는 저희 형제 두 사람을 포박해 허창으로 압송해 과극지로 戈戟之勞(무기를 드는 수고)를 면하소서."

    한수가 부축해 일으켜 말한다.

    "내가 네 부친과 의형제를 맺었거늘 어찌 차마 해치리오! 네가 흥병하겠다면 마땅히 도우겠다."

    마초가 절을 올려 사례한다. 한수가 조조의 사자를 끌어내 베고 수하 8부의 군마를 뽑아 함께 출발한다. 그 8부는 정은, 이감, 장횡, 양흥, 성의, 마완, 양추다. 여덟 장수가 한수를 따라 마초의 수하 방덕, 마대와 합쳐 2십만 대병을 일으켜 장안으로 내닫는다. 장안군수 종요가 조조에게 급보하며 군을 이끌고 들판에 포진한다. 서량주의 선봉 마대가 병사 만오천을 이끌고 호호탕탕 산과 들을 뒤덮어온다. 종요가 출마해 회답하지만 마대가 보도 한 자루를 들고 종요와 교전한다. 1합이 못 돼 종요가 대패해 달아나니 마대가 칼을 쥐고 뒤쫓는다. 마초와 한수도 대군을 이끌고 당도해 장안을 에워싸자 종요가 성으로 들어가 수비한다.

    장안은 서한의 도읍을 세운 곳이라 성곽이 견고하고 해자가 깊어 급히 몰아쳐도 함락하지 못한다. 연속해 열흘을 포위해도 격파하지 못하자 방덕이 계책을 낸다.

    "장안 성중은 땅이 척박한데다 물이 짜서 잘 먹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장작도 없는데 이제 열흘째 포위해 병사와 백성이 굶주릴 것이니 잠시 군을 거둠만 못합니다. 다만 이러이러하면 따로 손쓰지 않고도 장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듣고나서 마초가 말한다.

    "이 계책이 참으로 훌륭하오!"

    즉시 '영 令'자 깃발을 각 부대에 전해 모조리 군을 물리라 지시하고 마초 스스로 뒤를 맡고 각 부대의 군마들이 차차 퇴거한다.

    종요가 다음날 성을 올라 바라보니 적군이 모두 물러났는데 계책이 있을까 두렵다. 사람을 시켜 초탐 哨探(정탐)하니 과연 멀리 떠난 것 이라 비로소 방심한다. 병사와 백성들에게 성을 나가 장작을 구하고 물을 기르게 하며 성문을 크게 열어 사람들이 드나들도록 한다. 닷새째에 이르러 마초의 병사들이 다시 왔다는 보고가 올라와 병사와 백성들이 서둘러 성 안으로 들어가고 종요도 다시 성문을 닫고 굳게 지킨다.

    한편, 종요의 아우 종진 鍾進은 서쪽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3경 무렵에 이르러 성문에서 한줄기 불길이 치솟자 종진이 서둘러 구하러 가 는데 성벽을 돌아나와 한 사람이 칼을 쳐들고 말을 내달려 크게 외친다.

    "방덕이 여깄다!"

    종진이 미처 손쓰지 못한 채 방덕에게 한칼에 베여져 말 아래 구른다. 방덕이 병사들을 쫓아버리고 성문 빗장을 끊어 마초와 한수의 군 마들이 입성하도록 길을 터준다. 종요가 동문을 나와 성을 버리고 달아난다. 마초와 한수가 성지 城池(성읍)를 얻은 뒤 3군을 포상하고 위로한다.

    종요가 후퇴해 동관 潼關 (현재 섬서성에 위치)을 지키며 조조에게 급보한다. 장안을 잃자, 조조는 감히 남쪽 정벌을 재론하지 못하고 조홍 曹洪과 서황 徐晃을 불러 분부한다.

    "우선 1만의 인마를 거느려 종요를 대신해 동관을 견고히 수비하시오. 열흘이 못 돼 관애 關隘 (요새와 길목)를 지켜내지 못하면 모두 참 하겠소. 열흘이 지나면 그대 두 사람의 책임이 아니오. 내가 대군을 통솔해 뒤따라 곧 도착하리다."

    두 사람이 장령을 받아 그날밤 행군한다. 조인 曹仁이 간언한다.

    "조홍은 성급하니 일을 그르칠까 참으로 걱정입니다."

    조조가 말한다.

    "그대는 나와 함께 양초(식량과 말먹이)를 맡아 곧 뒤따라 접응할 것이오."

    한편 조홍과 서황은 동관에 당도해 종요를 대신해 요새를 견고히 지킬 뿐 출전하지 않는다. 마초가 군을 거느려 관 아래 이르러 조조의 3대까지 모욕을 하자 조홍이 크게 노해 병력을 이끌고 동관을 내려가 시살(교전)하려 한다. 서황이 간한다.

    "이는 마초가 장군을 격동시켜 시살하게 만드는 것이니 출전은 절대 불가하오. 승상의 대군을 기다리면 반드시 계획이 있을 것입니다."

    마초의 병사들이 밤낮으로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며 와서 욕하자 조홍이 시살하려고만 하나 서황이 애써 가로막는다. 9일째 이르러 동관 위에서 보니 서량군 모두 말들을 동관 앞 풀밭에 풀어놓고 앉아 있는데 태반이 지쳐서 땅 위에 누워 자고 있다. 조홍이 곧 말을 준비하게 하고 3천 군을 뽑아 동관 아래로 급히 돌진한다. 서량 병사들이 말을 버리고 무기를 내던진 채 달아나니 조홍이 쉬지 않고 뒤쫓는다.

    이떼 서황은 관문 위에서 양초를 점검하고 있었는데 조홍이 관 아래 시살하러 갔다는 것을 듣는다. 급히 병력을 이끌고 뒤따라가며 크게 외쳐 조홍더러 말머리를 돌리라 한다. 그런데 배후에서 함성이 크게 진동하더니 마대가 군을 이끌고 돌진한다. 조홍과 서황이 급히 되돌 아 달아나는데 북소리 한차례 울리자 산 뒤쪽에서 양갈래 군마가 끊어 나온다. 좌측은 마초, 우측은 방덕인데 한바탕 마구 죽인다. 조홍 이 막아내지 못해 군을 태반 잃은 채 두터운 포위를 뚫어 동관으로 서둘러 올라간다. 서량 병사들이 뒤쫓자 조홍 등이 동관을 포기하 고 달아난다. 방덕이 곧장 동관을 지나 추격하다가 조인의 군마들이 조홍 등의 1군을 구원하는 것을 마주친다. 마초가 방덕을 접응해 동관으로 올라간다.

    조홍이 동관을 잃고 급히 조조를 만나자 조조가 말한다.

    "내 그대에게 열흘 기한을 주었거늘 어째서 9일째에 동관을 잃었소?"

    "서량 군병들이 백반 百般 (온갖 방법)으로 모욕하는데 적군이 느슨해진 모습을 보여 그 틈을 타서 뒤쫓다가 뜻밖에 도적들의 간계에 빠 졌습니다."

    "조홍은 어리석고 성급하다 치고 서황 그대는 사태를 깨달았어야지!"

    서황이 말한다.

    "거듭 간언했지만 따르지 않았습니다. 당일 제가 동관 위에서 양초를 점검하느라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소 小 장군께서 동관 아래로 내 려간 뒤였습니다. 잘못될까 두려워 황망히 뒤쫓았으나 이미 도적들의 간계에 빠진 뒤였습니다."

    조조가 크게 노해 조홍을 참하라 호통치자 관리들이 살려달라 고해 조홍이 복죄 服罪 (자기의 잘못을 인정함)하고 물러난다. 조조 가 병력을 전진시켜 바로 동관 아래 이른다. 조인이 말한다.

    "먼저 채책 寨柵(영채)을 세우고 동관을 쳐도 늦지 않습니다."

    조조가 명령해 수목을 베어내어 채책을 세워 3개의 영채로 나눈다. 왼쪽 영채는 조인, 오른쪽 영채는 하후연 夏侯淵, 중앙의 영채는 조 조가 머문다. 다음날 조조가 3채의 대소 장교를 이끌고 동관 앞으로 내달리다 바로 서량 군마들과 마주친다. 양쪽이 각각 포진하자 조조 가 문기 아래 출마해 서량 병력을 살피니 사람마다 용맹하고 건장하며 낱낱이 영웅이다. 또한 마초는 생김새가 얼굴은 분을 바른 듯하 고 입술은 주사 朱沙를 바른 듯이 붉다. 허리는 가는데 어깨는 넓고 목소리는 우렁차고 기력이 강대하다. 하얀 전포에 은색 갑옷을 입고 손에는 장창을 쥐고 진 앞에 말을 세워 있다. 앞쪽은 방덕이요 뒤쪽은 마대다. 조조가 속으로 칭찬하고 스스로 말을 내달려 마초에게 말 한다.

    "그대는 한조 漢朝 명장의 자손이거늘 무슨 까닭으로 배반하는가?"

    마초가 이를 갈며 크게 욕한다.

    "조조 도적아! 기군망상하니 네 죄는 주살을 면치 못하리라! 내 부친과 아우를 살해한, 같은 하늘 아래 살지 못할 원수야! 내 마땅히 너를 사로잡아 네 고기를 씹어주마!"

    말을 마쳐 창을 꼬나쥐고 바로 쳐들어온다. 조조 배후에서 우금 于禁이 출영 出迎 (나가서 맞이함)한다. 둘이 교전해 8, 9합을 겨뤄 우 금이 패주한다. 장합 張郃이 출영하나 20 합을 싸워 역시 패주한다. 이통 李通이 출영하자 마초가 더욱 힘을 내어 몇합만에 한창에 이통을 찔러 말 아래 떨군다. 마초가 창을 들어 뒤쪽을 부르자 서량병 西涼兵들이 일제히 돌격해 조병 操兵이 대패한다. 서량병이 맹렬한 기세로 덤비자 좌우의 장좌 將佐 (고급장교)들 모두 막아내지 못한다. 마초, 방덕, 마대가 1백여 기를 이끌고 바로 중군으로 들어가 조조 를 잡으려 한다. 조조가 어지러운 병사들 가운데 있는데 서량 병사들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홍포(붉은 전포)를 입은 놈이 조조다!"

    조조가 말 위에서 급히 홍포를 벗어버리지만 다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수염이 긴 놈이 조조다!"

    조조가 놀라고 당황해 패검(허리에 차는 검)을 뽑아 수염을 자른다. 군중에서 조조가 수염을 자른 것을 마초에게 알려준 사람이 있어 명 령을 내려 수염이 짧은 놈이 조조이니 잡으라고 외치게 한다. 조조가 이를 듣고 즉시 깃발을 찢어 목을 감싸 도망간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동관에서 패전해 허겁지겁 달아나니 조맹덕이 허둥지둥 전포를 벗네
    검으로 수염을 자르고 간담이 쪼개지니 마초의 명성 하늘을 뒤덮구나

    조조가 한창 달아나는데 배후에서 1 기가 뒤따라 오는지라 고개 돌려 바라보니 바로 마초다. 조조가 크게 놀라지만 좌우 장교들도 마초 를 보자마자 각각 도망쳐 조조를 돌보지 않는다. 마초가 성난 목소리로 크게 외친다.

    "조조야 달아나지 마라!"

    조조가 깜짝 놀라 말채찍을 떨군다. 점점 따라붙어 마초가 뒤에서 창으로 찌르려 한다. 조조가 나무를 따라 돌자 마초가 창으로 찌르다 나무에 박혀 급히 뽑지만 조조는 이미 멀리 달아났다. 마초가 말을 내달려 뒤쫓는데 산기슭에서 한 장수가 돌아나와 크게 외친다.

    "내 주를 해치지 마라! 조홍이 여깄다!"

    칼을 휘두르며 말을 내달려 마초를 가로막아 조조는 목숨을 구해 탈출한다. 조홍이 마초와 더불어 싸워 4, 5십 합이 되자 점점 도법 (무 술에서 칼을 쓰는 형식)이 흐트러지고 기력이 따르지 않는데 하후연이 수십 기를 이끌고 뒤따라온다. 마초 홀로는 당할까 두려워 말머리 를 돌리자 하후연도 뒤쫓지 않는다.

    조조가 영채로 되돌아가니 조인이 죽기살기로 채책을 지켜놓은 덕분에 많은 군마를 잃지는 않았다. 조조가 막사로 들어와 탄식한다.

    "내 만약 조홍을 죽였다면 오늘 필시 마초 손에 죽었겠구나!"

    곧 조홍을 불러 크게 포상한다. 패잔군을 수습하고 채책을 견고히 지키며 해자를 깊게 파고 보루를 높이 쌓게 해 출전을 불허한다. 마 초가 매일 병력을 이끌고 영채 앞에서 욕을 해대며 싸움을 거나 조조는 병사들에게 전령해 견고히 수비하라 하며 난동 亂動 (함부로 움직임)하는 놈은 참하겠다 한다. 장수들이 말한다.

    "서량 병사들 모두 장창을 쓰니 마땅히 궁노로써 맞서야 합니다."

    "싸우고 말고는 모두 내게 달렸지 도적들에게 달린 게 아니니 도적들이 장창을 가진들 어찌 능히 찌르리오! 공들이 다만 견고히 지키며 관망하면 도적들은 저절로 물러갈 것이오."

    장수들 모두 사사로이 상의한다.

    "승상께서 원래 싸움에 나서시면 몸소 앞장서셨거늘 이제 마초에게 패하시더니 어찌 이리 약해지셨단 말이오?"

    며칠 지나 세작이 와서 보고한다.

    "마초가 다시 2만 명의 생생한 병력을 더해 싸움을 돕는데 바로 강인 羌人(강족) 부락입니다."

    조조가 듣고서 크게 기뻐하자 장수들이 말한다.

    "마초가 병력을 더했는데 승상께서 도리어 기뻐하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내가 이긴 뒤 그대들에게 설명하겠소."

    사흘 뒤 다시 보고를 올려, 동관에서 군마를 또 더했다 하자 조조가 또다시 크게 기뻐하며 곧 막사 안에서 연회를 베풀어 축하한다. 장수 들 모두 속으로 비웃는다. 조조가 말한다.

    "공들은 내게 마초를 격파할 아무 계책이 없다 여겨 비웃을 텐데 공들에게 어떤 좋은 계책이 있소?"

    서황이 진언한다.

    "이제 승상께서 이곳에 강성한 병력을 동원하신데다 도적들도 전부 동관 위에 있으니, 여기서 하서 河西 (황하 서쪽 지방 곧 마초의 근거 지)로 가면 그들은 준비가 안 돼 있을 것입니다. 만약 1군을 거느려 몰래 포판진 蒲阪津을 건너 도적들의 돌아갈 길을 끊고 승상께서는 하북 河北으로 질러 가시면 도적들은 양쪽에서 막아내지 못할 테니 그 형세가 필시 위급해집니다."

    "공명 公明의 말이 바로 내 뜻이오."

    곧 서황더러 정병(정예병력) 4천을 이끌고 주령 朱靈과 함께 하서를 바로 습격하되 산골짜기에 매복하다가 자신이 하북으로 건너는 동 시에 습격하라 지시한다.

    서황, 주령이 명을 받들어 먼저 4천 군을 이끌고 암암리에 떠난다. 조조가 명을 내려 먼저 조홍더러 포판진에서 선벌 船筏(배와 뗏목/ 배)을 준비하라 한다. 조인을 남겨 영채를 지키게 하고 조조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위하 渭河 (황하의 지류)를 건넌다. 재빨리 세작이 마 초에게 알리자 마초가 말한다.

    "이제 조조가 동관을 공격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 선벌을 준비해 하북으로 건너려 하니 이는 반드시 우리 배후를 끊으려 하는 것입니다. 내 마땅히 1군을 거느리고 도하해 북쪽 강기슭에서 막겠습니다. 조조 병력이 도하하지 못하면 스무날이 되지 않아 하동에서 군량이 떨 어져 조조 병력은 필시 혼란해질 테니 하남 河南으로 돌아 그들을 치면 조조를 잡을 수 있겠습니다."

    한수가 말한다.

    "그럴 필요 없네. 병법에서 말하지 않던가? '병력이 반쯤 건너면 쳐라.' 그러니 조조 병력이 반쯤 건널 때 네가 남쪽 강기슭에서 그들을 친다면 조조 병력 모두 물에 빠져 죽을 것이네."

    "숙부의 말씀이 심히 옳습니다."

    즉시 사람을 시켜 조조가 언제 도하하는지 탐청하게 한다.

    한편 조조는 병력을 정비한 뒤 병사들을 세 부대로 나눠 위하 渭河를 먼저 건너게 하는데 인마들이 강물 안으로 들어갈 무렵 해가 떠오 른다. 조조가 앞서 정병을 보내 북쪽 강기슭으로 건너가 영채를 개창 開創 (세움/창건)하게 한다. 조조가 몸소 호위병사와 장수 1백 인을 데리고 남쪽 기슭에서 검을 짚고 앉아 병사들의 도하를 지켜본다. 그런데 누군가 알린다.

    "뒤쪽에 백포장군 白袍將軍이 왔습니다."

    모두 그가 바로 마초인 것을 보고 한꺼번에 배로 몰린다. 강변에서 다퉈 배를 오르는 자들의 아우성이 그치지 않지만, 조조는 오히려 앉 아 꼼짝않고 검을 짚은 채, 다투지 말라 지시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함성과 말울음이 들리더니 벌떼처럼 몰려오는데 배 위에서 한 장수 가 강기슭로 도약해 외친다.

    "도적들이 옵니다! 승상 배에 타십시오!"

    조조가 바라보니 바로 허저다. 조조가 머뭇거리며 중얼거린다.

    "도적들이 온들 대수냐?"

    고개 돌려 보니 마초가 백보 남짓 밖에 안 떨어져 있다. 허저가 조조를 끌어당겨 배에 태우려 할 때 배는 이미 한 길이나 떨어져 있어 허 저가 조조를 업고 한번에 뛰어올라 배에 오른다. 수행하던 장사들 모두 물로 뛰어들어 배 가장자리를 끌어당기며 다퉈 배에 올라 목숨을 건지려 한다. 배가 작아 곧 뒤집어질 듯하자 허저가 칼을 뽑아 마구 베어버리니 배 둘레에 붙은 손들이 모조리 잘려 물 속으로 굴러떨어 진다. 급히 배를 저어 하류 쪽으로 간다. 허저가 뱃고물 위에 서서 바삐 상앗대를 밀어 배를 나가게 한다. 조조는 허저 다리 곁에 엎드려 있다. 마초가 강기슬까지 뒤쫓지만 배가 이미 강 가운데로 흘러간 것을 보고 곧 활을 들어 화살을 매기며, 효장 驍將들에게 소리쳐 강을 에워싸 쏘게 하니 화살이 빗발친다. 허저는 조조가 다칠까 두려워 왼손으로 말안장을 들어 막는다. 마초가 쏘는 화살은 불허발 不虛發 ( 백발백중)이라 배를 탄 사람들이 시윗소리와 함께 물에 떨어진다. 배 안의 수십 인 모두 화살을 맞아 쓰러져 제대로 저어나가지 못하자 배가 급류 속에서 뱅뱅 돈다. 허저 홀로 신위 神威(귀신 같은 위력)를 떨치니 허벅지 사이에 키를 끼고 배를 조종하며 한손으로 상앗대 를 잡아 배를 밀고 한손으로 말안장을 들어 조조를 보호한다.

    이때 위남현령 渭南縣令 정비 丁斐가 남산 위에서 보니, 마초가 조조를 매우 급히 뒤쫓아 조조 목숨이 상할까 두려워 곧 울타리 안의 우 마 牛馬(소와 말)를 모조리 바깥으로 몰고나온다. 우마가 산과 들 가득하자 서량병들 모두 몸을 돌려 우마를 쟁취하느라 추격에 관심이 없다. 조조가 덕분에 탈출해 북쪽 기슭에 도착하자마자 배에 구멍을 뚫어 침몰시킨다. 조조가 강물 가운데에서 달아난다 들은 장수들 이 급히 구하러 왔을 때 조조는 이미 상륙한 뒤다. 허저가 몸에 두꺼운 갑옷을 입었는데 화살들이 모조리 갑옷 위에 박혀 있다. 장수들이 조조를 보호해 들판의 영채에 이르러 모두 땅에서 절을 올리며 문안하자 조조가 크게 웃으며 말한다.

    "내 오늘 하마트면 도적놈한테 잡힐 뻔했구나!"

    허저가 말한다.

    "만약 누군가 우마를 풀어놓아 도적들을 꾀지 않았다면 도적들이 필시 노력해 도하했을 것입니다."

    "도적들을 꾄 이가 누구요?"

    아는 이가 답한다.

    "위남현령 정비입니다."

    잠시 뒤 정비가 들어와 인사하자 조조가 사례한다.

    "공의 좋은 계책이 아니었으면 나는 도적들에게 잡혔을 것이오."

    곧 명을 내려 전군교위로 삼자 정비가 말한다.

    "도적들이 잠시 물러갔으나 내일 반드시 다시 올 터이니 좋은 계책으로 막아야 합니다."

    "내 이미 준비해두었소."

    곧 장수들을 불러 각각 따로 강을 따라 용도 甬道(통로)를 만들고 잠깐 사이에 채각 寨腳 (진각 陣腳/ 영채의 최전방 부분)으로 삼는다. 만약 적병이 오면 병력을 용도 밖에 포진해 의병 疑兵 (적병을 혼란하게 만드는 위장 병력)이 되게 한다. 강가를 따라 구덩이를 파고, 빈 울타리를 세워 강 건너 남쪽에서 안 보이게 한 뒤 적병을 유인하게 한다. 적병이 급히 오면 반드시 함정에 빠지게 되고, 일단 빠지면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마초는 돌아가 한수를 만나 이야기한다.

    "조조를 거의 잡을 뻔했으나 한 장수가 용맹을 떨치며 조조를 업고 배에 태워 가버렸는데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듣자니 조조는 극히 건장한 사람을 선발해 장전시위 帳前侍衛 (군중에서 호위하는 사람)로 삼고 '호장군 虎衛軍'이라 일컫는데 효 장 驍將 (용매한 장수) 전위 典韋와 허저로 하여금 지휘하게 했었네. 전위는 죽었으니 이제 조조를 구한 이는 틀림없이 허저네. 이 사람 은 용력이 보통을 넘어서니 모두들 그를 '호치 虎痴'라 부른다네. 만약 그를 만나거든 가볍게 대적해서는 안 되네."

    "저 역시 그 이름을 들은 지 오랩니다."

    "이제 조조가 도하해 곧 우리 후방을 칠 테니 어서 그들을 쳐야지, 그들로 하여금 영채를 창립하게 해선 안 되네. 만약 영채를 세우면 초제 剿除 (섬멸)가 매우 어렵네."

    "조카의 못난 생각으로는 도리어 북쪽 강기슭에 포진해 적들로 하여금 도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조카는 영채를 지키고, 나는 군을 이끌고 강을 돌아 조조와 싸우는 것이 어떻겠는가?"

    "방덕을 선봉에 세워 숙부를 따라 먼저 가게 하겠습니다."

    이에 한수가 방덕과 더불어 병력 5만을 거느리고 위남 渭南으로 바로 달려간다. 조조가 장수들에게 명을 내려 용도 甬道 양 옆에서 그들을 유인한다. 방덕이 먼저 철기 鐵騎 (중장갑기병) 1천 기 남짓을 거느리고 돌격해 온다. 함성이 일어나며 사람과 말이 구덩이에 빠진다. 방덕이 몸을 솟구쳐 흙구덩이를 벗어나 평지에 서더니 곧 몇 사람을 죽이며 걸어서 두터운 포위를 뚫는다. 한수도 이미 해심 垓心 (포위 중심)에서 곤란한데 방덕이 걸어가 그를 구하다 바로 조인의 부장 조영 曹永과 마주치나 방덕이 한칼로 베어 낙마시키고 그 말을 빼앗아 한줄기 혈로를 뚫어 한수를 구출해 동남쪽으로 달아난다. 배후에서 조병들이 뒤쫓자 마초가 군을 이끌고 접응해 조병들을 무찔러 다시 태반의 군마를 구출한다. 싸우다 날이 저물어서야 되돌아간다. 인마를 점검하니 장좌 (고급장교) 정은 程銀, 장횡 張橫을 잃고, 구덩이 에 빠져 죽은 이가 2백 인 남짓이다. 마초가 한수와 상의한다.

    "만약 오래 끌어 조조가 하북에 영채를 세워버리면 적병을 물리치기 어렵습니다. 오늘밤 어둠을 틈타 경기 輕騎(경기병)를 이끌고 야영 野營 (야외의 영채)을 덮치는 것만 못합니다."

    "앞뒤로 병력을 나눠 서로 돕게 해야겠구나."

    이에 마초 스스로 앞쪽을 맡아 방덕, 마대로 하여금 뒤에서 접응하게 해 그날밤 바로 떠난다.

    한편 조조는 병력을 거둬 위북 渭北에 주둔하며 장수들을 불러 말한다.

    "우리가 아직 채책을 세우지 못한 것을 업신여긴 도적들이 필시 우리의 야영을 습격하려 올 것이오. 사방으로 나눠 매복하고, 중군을 비 워 놓으시오. 호포가 울리면 복병이 모조리 나와 일고 一鼓에 잡을 수 있소."

    장수들이 명령에 따라 매복을 마친다. 그날밤 마초가 성의 成宜더러 3천 기를 이끌고 먼저 가서 초탐(정탐)하게 한다. 성의가 보니 아무 인마도 없어 바로 중군으로 들어간다. 서량병들이 온 것을 본 조병들이 곧 호포를 터뜨리자 사면에서 복병이 모두 나와서 3천 기를 에워 싸고 성의는 하후연에게 살해된다. 그러나 마초가 배후에서 방덕, 마대와 더불어 병력을 세갈래로 나눠 벌떼처럼 쳐들어온다.

    비록 복병으로써 능히 적병을 기다렸으나 건장들이 앞다퉈 오는 것을 어찌 당하리오?

    승부가 어찌될는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