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74회 방영명이 관을 들고와서 결사의 각오로 싸우고 관운장이 강물을 방류하여 7군을 수장한다

    한편 조조가 번성을 구원하러, 우금을 보내면서 장수들 가운데 누가 선봉을 맡아보겠냐 물으니, 곧바로 한 사람이 가기를 원한다. 조조가 바라보니 방덕이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관모 關某(관운장을 낮춰 부르는 말)의 위세가 화하(중원)를 뒤흔드나 아직 맞수를 만나지 못했소. 이제 영명(방덕의 자)을 만나니 참 으로 경적 勁敵(강한 적수)이오.”

    곧 우금에게 정남장군의 작위를 더하고, 방덕에게 정서도선봉의 작위를 내려, 크게 7 군 軍을 일으켜 번성으로 전진한다. 이들 7 군은 모두 북방의 강장 強壯한 사람들이다. 이들 군대를 이끄는 두 사람의 장교가 있으니, 한 사람은 동형 董衡, 또 한 사람은 동초 董超다. 그날 두목 頭目들마다 우금에게 참배 參拜(여기서는 예를 갖춰 인사하는 것)하는데, 동형이 말한다.

    “이제 장군께서 일곱 갈래의 중병 重兵 (강력한 대군)을 거느려 번성의 위기를 풀러 가시며 반드시 이길 것을 바라실 것이온데, 방덕을 선봉으로 쓰시다니, 어찌 일을 그르치지 않겠습니까?”

    우금이 놀라서 그 까닭을 묻자 동형이 말한다.

    “방덕은 원래 마초 밑의 부장으로 있었으나 어쩔 수 없어 위나라에 투항한 것입니다. 이제 그 옛 주인이 촉나라에 있으며 그 지위가 오호 상장 ���虎上將입니다. 하물며 그 친형 방유 龐柔도 서천에서 벼슬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를 선봉으로 삼으니 이것은 기름을 끼얹어 불을 끄겠다는 것입니다. 장군께서 어찌 위왕께 아뢰어 다른 사람을 불러 쓰지 않으십니까?”

    우금이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한밤에 부중으로 들어가 조조에게 아뢰자 조조가 깨닫는다. 즉시 방덕을 섬돌 아래로 부르더니, 선봉의 지 위를 내놓으라 한다. 방덕이 크게 놀라 말한다.

    “제가 마침 대왕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하려 하거늘, 무슨 까닭에 저를 쓰려고 하지 않으십니까?”

    “고에게 본래 아무 시의 猜疑(시기하고 의심함)가 없소만 이제 마초가 서천에 있고 그대의 친형 방유도 서천에 있으며 모두 유비를 보좌 하니, 내 비록 의심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입을 어찌하겠소?”

    방덕이 듣더니 갓을 벗고 머리를 바닥에 찧는다. 피가 얼굴 가득 흐르는 채 고한다.

    "제가 한중을 떠나서 대왕께 투항한 뒤 늘 두터운 은혜를 느껴서 비록 간뇌도지 肝腦塗地 (간과 뇌가 터져 땅을 덮음)하더라도 보답할 수 없다 여기거늘, 대왕께서 어찌 저를 의심하십니까? 제가 지난날 고향에 있을 때 형과 함께 살았으나 형수가 몹시 어질지 못해, 제가 술김 에 살해했습니다. 형이 뼛속까지 저를 미워해 결코 저를 보려 하지 않아, 형제의 사랑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옛 주인 마초는 용맹은 있으 되 무모해, 싸움은 지고 땅은 빼앗겨 홀로 서천으로 들어가, 이제 저와는 각각 따로 주인을 섬기니, 옛 의리는 이미 끊어졌습니다. 제가 대왕의 은우 恩遇 (은혜로운 대우)에 감격했거늘 어찌 감히 다른 뜻을 품겠습니까? 대왕께서 살펴주소서!”

    조조가 이에 방덕을 일으켜 세우며 달랜다.

    “고는 평소 경의 충의를 알고 있었소. 앞의 말들은 일부러 사람들의 마음을 가라앉히려 한 것이오. 경은 공을 세우는데 노력하여, 고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오. 고 역시 경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방덕이 고개숙여 사례하고 집으로 돌아가, 장인들에게 명해 나무 관을 하나 짜게 한다. 다음날 벗들을 불러모우고, 당 위에 나무 관을 갖다 놓는다. 친우들이 그것을 보더니 모두 놀라서 묻는다.

    “장군께서 출사하시는데 하필 이런 상서롭지 못한 물건을 쓰십니까?”

    방덕이 술잔을 들며 친우들에게 말한다.

    “내가 위왕의 두터운 은혜를 받아, 맹세코 죽을 각오로 보답하겠소. 이제 번성으로 가서, 관모와 결전하니, 내가 그를 죽이지 못하면, 그 에게 죽게 될 것이오. 곧 그가 죽이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 죽어 마땅하오. 그러므로 먼저 이 관을 준비해, 헛되이 돌아올 뜻이 없음을 보 이는 것이오.”

    사람들 모두 탄식한다. 방덕이 그 아내 이 씨와 아들 방회를 불러내서, 아내에게 말한다.

    “내 이제 선봉에 서니, 강장 疆場(국경/ 변경)에서 목숨을 바쳐 마땅하오. 내 만약 죽으면 그대는 아이를 잘 돌보시오. 우리 아이는 이 상 異相(기이한 관상)을 가졌으니 자라나면 반드시 나를 위해 복수해줄 것이오.”

    아내와 아들이 통곡하며 송별하는데, 방덕은사람들에게 관을 떠받치고 갈 것을 명한다.

    행군에 즈음해 부장들에게 말한다.

    “내 이제 관 아무개와 죽기로 싸우러 가니 만약 관 아무개에게 죽는다면, 내 시체를 서둘러 이 관 속에 넣으시오. 내가 관 아무개를 죽이 면, 역시 즉시 그 목을 이 관 속에 넣어, 위왕께 돌아가 바치겠소.”

    부장들 오백 사람 모두 말한다.

    “장군께서 이토록 충용하신데 저희가 감히 힘껏 돕지 않겠습니까?”

    이에 군을 이끌고 전진한다. 누군가 이 말을 조조에게 알리자 조조가 기뻐하며 말한다.

    “방덕이 이토록 충용하니 고가 무엇을 걱정하랴!”

    가후가 말한다.

    “방덕이 혈기 넘치는 용맹을 믿고 관모와 죽기로 싸우려 드니, 신은 아무래도 걱정스럽습니다.”

    조조가 그렇다 여겨, 급히 사람을 보내 방덕에게 경계의 말을 전한다.

    “관모는 지용쌍전 智勇雙全 (지혜와 용맹을 모두 갖추고 있음)이니 절대 함부로 맞서지 마시오. 취할 수 있으면 취하되, 취할 수 없다면 삼가 수비해야 할 것이오.”

    방덕이 명을 듣고, 장수들에게 말한다.

    “대왕께서 어찌 관모를 중시하시냐 말이오? 내 생각은 이대로 가서 관모의 삼십년 성가(명성)를 꺾는 것이오.”

    우금이 말한다.

    “위왕의 말씀은 따르지 않을 수 없소.”

    방덕이 분연히 병사들을 내몰아 번성에 다다라, 요무양위 耀武揚威 (무력과 위풍을 떨침)하며 징을 울리고 북을 친다.

    한편 관공이 장중에 앉아 있는데 홀연히 탐마(정찰기병)가 달려와 급보한다.

    “조조가 우금을 대장으로 보내서, 일곱 갈래의 정예 병력을 이끌고 옵니다. 전부 前部의 선봉을 맡은 방덕은 나무 관을 앞세우고, 입으로 불손한 말을 지껄이며 맹세코 장군과 더불어 한바탕 죽기로 싸우겠다 하옵니다. 그들 병력이 성 밖 3십 리 거리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관공이 그 말을 듣더니 발연히 낯빛을 바꾸고, 그 아름다운 수염을 꿈틀거리며 크게 노해 말한다.

    “천하의 영웅들도 내 이름을 들으면 두려워하며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다. 방덕 어린 녀석이 어찌 감히 나를 묘시 藐視(깔봄)한단 말이 냐! 관평이 번성을 치는 동안, 내 직접 가서 이 필부 놈을 참해서, 내 한을 씻으리라!”

    관평이 말한다.

    “부친께서 태산 같은 무게로써 하찮은 돌멩이와 더불어 높낮이를 다퉈서는 안 되십니다. 이 못난 자식이 바라건대 부친을 대신해 가서 방덕과 싸우겠습니다.”

    “네가 한번 가보거라. 내 뒤이어 바로 가서 접응하겠다.”

    관평이 장중을 나가, 칼을 들고 말에 올라서, 병력을 이끌고 방덕을 맞이하러 간다. 양쪽 진영이 전투 대형을 갖추자, 위나라 진영 한쪽에 서 검은 깃발에 ‘남안 방덕’ 흰 글자 네 개를 크게 써놓았다. 방덕이 푸른 전포에 갑옷을 걸치고, 강철로 만든 칼을 들고 백마를 탄 채, 진 앞에 서 있다. 배후에는 5백 명의 군병이 바짝 붙어 따르고, 보졸 몇몇이 나무 관을 짊어지고 나온다. 관평이 방덕을 크게 욕한다.

    “주인을 배신한 도적놈아!”

    방덕이 부하 졸병에게 “이 사람은 누구냐?” 물으니 어떤 이가 “이 사람은 관공의 의자 관평입니다.”라고 답한다. 방덕이 외친다.

    “내가 위왕의 교지를 받들어, 네 아비의 목을 가지러 왔다! 너는 보잘것없는 어린애이거늘 어찌 죽이겠냐! 어서 네 아비를 불러와라!”

    관평이 크게 노해,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방덕에게 덤빈다. 30합을 싸워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둘이 잠시 쉰다.

    어느새 누군가 관공에게 이를 알리니, 관공이 크게 노해, 요화더러 번성을 치라 명하고, 자기는 스스로 방덕을 대적하러 온다. 관평이 영 접해, 방덕과 교전했으나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것을 말한다. 관공이 곧이어 칼을 비껴들고 출마해, 크게 외친다.

    “관운장이 여기 있다! 방덕은 어서 나와 목을 바쳐라!”

    북소리 울리며, 방덕이 출마해 말한다.

    “내가 위왕의 교지를 받들어, 일부러 네 목을 취하러 왔다! 네가 못 믿을까 걱정돼서, 관을 여기 가져왔다. 죽기 싫거든, 어서 말에서 내 려 항복하라!”

    관공이 크게 욕한다.

    “네깟 필부 놈이 무엇을 어찌하겠냐! 내 청룡도로 너 같은 쥐새끼를 참하는 게 아깝구나!”

    말을 내달려 칼을 휘두르며 방덕에게 덤빈다. 방덕도 칼을 빙빙 돌리며, 나와서 맞이한다. 두 장수가 백여 합을 싸워도 정신 精神(기력/ 정력)은 오히려 갑절로 늘어난다. 양쪽 병사들이 지켜보느라 치매 癡呆(여기선 넋이 나갔다는 뜻)한다. 위나라 군은 방덕이 잘못될까 두려워 서둘러 징을 쳐서 군대를 거두고, 관평도 부친이 연로한 게 걱정스러워 역시 급히 징을 친다. 두 장수 각각 물러난다.

    방덕이 뭇 사람에게 말한다.

    “남들이 관공을 영웅이라 하더니, 오늘 비로소 믿겠소.”

    이렇게 말하는데 우금이 도착한다. 인사를 마쳐 우금이 말한다.

    “듣자니 장군이 관공과 싸워 백 합이 넘도록 아직도 이기지 못했다는데, 어째서 우선 군대를 물려서 피하지 않소?”

    방덕이 분연히 말한다.

    “위왕께서 장군을 대장으로 삼으셨거늘 어찌 이렇게 연약하시단 말이오? 내 내일 관 아무개와 함께 죽기로 한바탕 싸울 것이니, 맹세코 후퇴하지 않겠소!”

    우금이 감히 저지하지 못하고 돌아간다.

    한편, 관공은 영채로 돌아와 관평에게 말한다.

    “방덕의 도법(무술 가운데 칼을 다루는 기법)이 숙련된 것이 참으로 나의 적수구다.”

    “속담에 이르기를, 갓난 송아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른다, 하였습니다. 부친께서 비록 그 자를 참하더라도 결국 한낱 서강의 소졸일 뿐 입니다. 만약 소우 疏虞(소홀/ 부주의)가 있게 되면, 백부(큰 아버지 유현덕)의 부탁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그 자를 죽이지 못하면, 어찌 한을 풀겠냐? 내 뜻은 정해졌으니, 다시는 여러 말 마라!”

    다음날 말에 올라 병력을 이끌고 전진한다. 방덕 역시 병력을 이끌고 맞이해, 양쪽 군대가 대원 對圓(전투대형을 갖춤)을 이룬다. 두 장 수가 동시에 나오더니 아무런 대화 없이, 말을 몰아 교봉한다. 싸움이 5십여 합에 이르자 방덕이 말머리를 돌려 칼을 끌며 달아난다.

    관공이 뒤따라 추격한다. 관평은 혹시 잘못될까 두려워, 역시 뒤따라간다. 관공이 소리내어 크게 욕한다.

    “방덕 도적 놈아, 타도계(칼을 끌며 달아나는 척하다가 돌아서서 갑자기 반격하는 계책)를 쓰는구나! 내 어찌 너 따위를 두려워하겠냐!”

    알고보니, 방덕은 타도계를 쓰는 척하면서, 도리어 칼은 말안장에 걸어놓고, 몰래 조궁 雕弓(무늬를 아로새긴 좋은 활)을 당겨서, 화살을 매겨, 곧 쏘려 한다. 관평의 눈이 좋아, 방덕의 활을 당기는 것을 보고, 크게 외친다.

    “적장아! 냉전(몰래 쏘는 화살)을 쏘지 마라!”

    관공이 급히 눈을 부릅뜨지만 활시위 소리와 함께 어느새 화살이 날아오니 미처 얼른 피하지 못하고, 왼팔에 맞는다. 관평이 말을 몰아 와서 부친을 구해 영채로 돌아간다.

    방덕이 말머리를 돌려 칼을 휘두르며 뒤쫓는데 본채에서 징소리가 크게 울린다. 알고보니, 방덕이 관공을 쏴맞추자 그가 크게 공을 세워 자신의 위풍을 없앨까 두려운 우금이 징을 쳐서 군대를 거둔 것이다. 방덕이 말을 몰고 돌아와, 징을 친 까닭을 묻자 우금이 말한다.

    “위왕께서 경계하시기를, 관공은 지혜와 용기를 모두 갖추었다고 하셨소. 그가 비록 화살에 맞았더라도 무슨 속임수가 있을까 두려워 징을 쳐서 군대를 거둔 것이오.”

    “군대만 거두지 않았어도 내 이미 그를 참했을 것이오.”

    “속담에 긴행무호보 緊行無好步(서둘러 가서 좋을 게 없다)라 했소. 마땅히 천천히 도모해야 하오.”

    방덕은 우금의 속셈을 알지 못하고, 다만 아쉬워 한탄해 마지않는다.

    한편, 관공은 영채로 돌아가, 화살촉을 뽑아낸다. 다행히 화살이 깊이 박히지 않아, 금창(창칼 등으로 생긴 상처)에 쓰는 약을 바른다. 관공이 방덕을 몹시 미워해, 뭇 장수에게 말한다.

    “내 맹세코 이 화살 맞은 것을 복수하겠소.”

    뭇 장수가 말한다.

    “장군께서 일단 며칠 안식하시고, 그 뒤에 싸우셔도 늦지 않습니다.”

    다음날, 방덕이 병력을 이끌고 도전한다고 사람들이 보고한다. 관공이 바로 출전하려는데 뭇 장수가 말린다. 방덕이 군졸들을 시켜 욕 설을 퍼붓는다. 관평이 길목을 지키며 뭇 장수더러 관공에게 이를 알리지 못하도록 한다. 방덕이 열흘 남짓 싸움을 걸지만, 아무도 나와 서 맞이하지 않자, 우금과 상의한다.

    “관공은 전창(화살에 의한 상처)이 거발(병세가 일어남)하여, 동작할 수 없는 게 분명하오. 이 기회를 타서 7 군을 거느리고 일제히 적진 으로 쇄도해 번성의 포위를 푸는 게 좋겠소.”

    우금은 방덕이 성공하는 것이 두려워 오로지 위왕의 경계하라는 지시를 핑계로, 동병(출병)을 거부한다. 방덕이 거듭 동병하려 하지만 우금은 응낙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7 군을 옮겨서 산 입구를 돌아 지나서, 번성 북쪽 10 리 지점의 산세에 의지해 영채를 세운다. 우금 스스로 병력을 거느려 대로를 막아서고, 방덕에게 명하여, 골짜기 뒷쪽에 주둔하도록 한다. 방덕이 진군해 성공할 것을 막은 것 이다.

    한편, 관평은 관공의 전창이 벌써 아문 것을 보고, 몹시 기뻐한다. 갑자기 우금이 7 군을 번성의 북쪽으로 이동해서 영채를 옮긴 것을 전 해들은 관평은, 아직 그 까닭을 알지 못한 채, 즉시 관공에게 알린다. 관공이 말에 올라서 몇 기(기병/ 기마)를 거느리고, 높은 언덕을 올 라 바라보니, 번성 위의 기호 旗號(각종 깃발)들은 가지런하지 못하고 병사들은 황란(당황하고 허둥댐)하다. 번성 북쪽 10 리의 산골짜 기 안에 군마들이 주둔한 게 보인다. 게다가 양강의 물살이 심히 급하다. 한참동안(반향 半晌) 바라보더니 향도관(길 안내 관리)을 불 러 묻는다.

    “번성에서 북쪽 10 리의 산골짜기의 지명이 무엇이오?”

    “증구천 罾口川이옵니다.”

    관공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우금은 내게 사로잡히고 말겠구나!”

    병사들이 묻는다.

    “장군께서 어찌 그리 아십니까?”

    “우 于(우금의 성. 여기서는 음이 비슷한 물고기 魚로 봄)가 증구 罾口(그물 입구)로 들어갔으니 어찌 오래 버티겠는가?”

    장수들이 아직 믿지 못하는데 관공은 본채로 돌아간다.

    이때가 (음력) 8월 가을인데, 취우 驟雨(소나기/ 갑자기 쏟아지는 거센 비)가 며칠째 내린다. 관공이 사람들을 시켜 배와 뗏목을 예비하 고, 수구 水具를 수습한다. 관평이 묻는다.

    “육지에서 서로 맞서거늘 어찌 수구를 쓰겠습니까?”

    “네가 알지 못하구나. 우금의 7 군이 넓고 평탄한 곳에 주둔하지 않고, 증구천의 험한 곳에 몰려 있다. 방금 가을 비가 연면 連綿(줄줄이 이어짐)하니, 양강의 물이 반드시 범람할 것이다. 내 이미 사람들을 보내, 곳곳의 물을 막아놓았다. 물이 가득차기를 기다려, 높은 곳 에 올라 배를 타고 물을 방류하면 일시에 번성이 물에 잠길 것이고, 증구천의 병력도 모두 어별 魚鱉(물고기와 자라/ 물에 잠기는 신세) 이 될 것이다.”

    관평이 탄복한다.

    한편, 위군은 증구천에 주둔해 있는데 날마다 큰 비가 그치지 않는다. 독장 督將(독전관) 성하가 우금을 찾아와 말한다.

    “대군이 하천 입구에 주둔하는데 지세가 몹시 낮고 비록 토산(흙산)이 있지만 영채에서 제법 멉니다. 이제 가을 비가 연이어 내리니 군 사들이 힘들어 합니다. 요새 누군가 알려주기를, 형주병들이 높은 언덕으로 이동하고, 한수 입구에 배와 뗏목을 예비한다 합니다. 만약 강물이 범람하면, 아군이 위태롭습니다. 마땅히 어서 계책을 세우십시오.”

    우금이 질타한다.

    “필부 놈이 우리 군심을 어지럽히구나! 또다시 여러 말 하는 자는 참하겠다!”

    성하가 처참히 물러나 방덕을 만나서 이것을 이야기한다. 방덕이 말한다.

    “그대의 말씀이 심히 옳소. 우 장군께서 병력을 옮기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 명일(내일) 군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소.”

    이렇게 토의를 마치는데 이날 밤 비바람이 크게 친다. 방덕이 장중에 앉아 있자니, 수많은 말들이 날뛰고, 정비 征鼙(전투할 때 치는 북 소리)가 땅을 흔드는 것이 들린다. 방덕이 크게 놀라, 급히 장막을 나와서 말에 올라타고 바라보니, 사면팔방(모든 방향)으로 큰 물이 몰 려온다. 7군이 모두 허둥대니, 거센 물살에 휩쓸려간 이들을 헤아릴 수 없다. 평지의 수심은 한길을 넘는다. 우금과 방덕이 장수들과 더불 어, 제각기 작은 산을 올라가서 물을 피한다.

    이윽고 날이 밝자, 관공과 장수들이 깃발을 휘날리고 북을 두드리며, 큰 배를 타고 온다. 우금이 보니, 사방으로 길이 없고, 곁에 겨우 5, 6십 명만 남아 있다. 아무래도 달아날 수 없다 여겨, 항복하겠다고 구칭 口稱(입으로 소리내어 말함)한다. 관공이 명령해 모두 의갑 衣甲 (갑옷)을 벗겨, 배 안으로 잡아들인 뒤, 방덕을 잡으러 온다.

    이때 방덕은 동형, 동초, 성하를 데리고 5백 인의 보졸을 거느리고 모두 의갑을 벗은 채 둑 위에 올라선다. 관공이 오는 것을 보고도 방 덕은 전혀 겁내지 않고 분연히 접전하러 온다. 관공이 선박들로 사면을 둘러싸서 일제히 방전(화살을 쏨)하니, 위병들 태반이 화살을 맞 아 죽는다. 동형과 동초가 이미 형세가 위급한 것을 보고 방덕에게 말한다.

    “병사들 태반이 죽고 다친데다 사하(사방)에 길이 없으니 아무래도 투항하는 것만 못하겠소.”

    방덕이 크게 노해 말한다.

    “우리가 위왕의 두터운 은혜를 입고서 어찌 남에게 절개를 꺾겠냐!”

    곧 친히 바로 앞에서 동형과 동초를 참하며 외친다.

    “또 투항을 이야기하는 자, 이 두 놈처럼 될 것이다!”

    이에 모두 힘껏 적병을 막는다. 평명 平明(해뜰 무렵)부터 일중 日中(정오)까지 용력이 오히려 갑절이 된다. 관공이 다그쳐서 사면에서 급히 공격하니 시석(화살과 돌)이 빗발친다. 방덕이 병사들에게 영을 내려 단병 短兵(칼과 같은 짧은 무기)으로 접전한다. 방덕이 성하 를 돌아보며 말한다.

    “용장은 죽음을 겁내 구차히 살지 않고, 장사는 목숨을 구해 절개를 꺾지 않는다 들었소. 오늘이 바로 내가 죽을 날이오. 그대도 힘을 다 해 죽기로 싸우시오.”

    성하가 명령대로 나아가다 관공의 화살에 맞아 물에 빠진다. 결국 병사들 모두 항복하고 방덕 홀로 힘껏 싸운다. 형주병 수십 명이 소선 小船을 타고 둑으로 다가온다. 방덕이 칼을 들고 재빨리 껑충 뛰어 어느새 소선을 올라탄다. 바로 십여 명을 죽이자 나머지 모두 배를 버 리고 물에 뛰어들어 달아난다. 방덕이 한손은 칼을 들고 한손은 짧은 노를 쥐어든 채, 번성으로 달아나려 한다.

    그런데 상류 쪽에서 어느 장수가 큰 뗏목을 저어와, 소선을 부딪혀 뒤집으니 방덕이 물에 빠진다. 배 위에서 그 장수가 물 속으로 뛰어내 려, 방덕을 사로잡아 배 위로 올라온다. 사람들이 바라보니 방덕을 잡은 이는 바로 주창이다. 주창은 평소 물의 성질을 잘 아는데다 형주 에서 몇년을 살면서 더욱 숙련되었다. 게다가 힘이 세니 이런 까닭에 방덕을 사로잡은 것이다. 우금이 거느린 7군이 모조리 물에 빠져죽 고, 물에 익숙한 이들도 달아날 길이 없다 여겨서, 역시 모두 투항한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한밤에 북소리, 하늘을 뒤흔들며
    양양 번성의 평지가 깊은 못이 되었네
    관공의 신묘한 꾀를 누가 따라오리오?
    화하에 떨친 위명, 만고에 전하리라

    높은 언덕의 거처로 돌아온 관공이 장중에 들어가서 앉자, 도부수들이 우금을 압송해 온다. 우금이 바닥에 엎드려, 애달프게 살려달라 빌어댄다. 관공이 말한다.

    “네가 어찌 감히 내게 맞섰냐?”

    “상명 上命을 차견 差遣(사람을 시켜 보냄/ 파견)하니 제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바라건대 군후께서 가련히 여겨주시면, 맹세코 죽어 서도 보답하겠나이다.”

    관공이 수염을 스다듬으며 웃는다.

    “내 너를 죽이면 개, 돼지를 죽이는 것과 같을 따름이니, 쓸데없이 도부(칼과 도끼)를 더럽히겠구나!”

    관공이 사람들에게 명하여,우금을 포박해서 형주로 보내서 대뇌(감옥)에 가두고 지켜보도록 시키며, “내가 돌아가면 따로 처리하겠다.”한다. 이렇게 발락 發落 (결정해서 끝냄)을 마치더니 관공은 다시 방덕을 압송해 오라 명한다.

    방덕이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며 꼿꼿이 선 채 무릎 꿇지 않으니 관공이 말한다.

    “네 형이 지금 한중에 있고, 네 옛 주인 마초도 촉에서 대장이 되었다. 너는 어찌 어서 항복하지 않았냐?”

    방덕이 크게 노해 말한다.

    “내 비록 칼날 아래 죽을지언정, 어찌 너에게 항복하겠냐!”

    욕을 그치지 않으니 관공이 크게 노한다. 도부수들에게 소리쳐, 끌어내서 참하게 한다. 방덕이 목을 내밀어 참형을 받는다. 관공이 가련히 여겨서 장례 지낸다. 그리고 수세 水勢(물의 힘/ 물이 흐르는 형세)가 아직 빠지지 않은 것을 틈타서 다시 전선을 타고, 대소 장교들을 이끌고 번성을 공타한다.

    한편 번성 둘레는 흰 물결이 도천 滔天(물결이 하늘까지 차올라 출렁거림)하고, 수세 水勢가 더욱 심해진다. 성벽이 점점 물에 잠겨 들 어가니 남녀들이 흙과 벽돌을 짊어지고 나르지만, 구멍을 막지 못한다. 조 씨 군대의 뭇 장수들 가운데 간담이 떨어지지 않은 이가 없어, 황망히 조인에게 와서 고한다.

    “오늘의 위기는 어떻게 힘으로 구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적군이 아직 오지 않은 틈에, 배를 타고 한밤에 달아나야 합니다. 비록 성을 잃 더라도 아직 몸은 보전할 수 있사옵니다.”

    한창 상의하고 배를 준비해 달아나려는데, 만총이 간언한다.

    “불가하오. 산에서 물이 갑자기 흘러온 것이니 물이 어찌 오래 머물겠소? 열흘이 안 돼서 물은 저절로 빠질 것이오. 관공이 비록 지금 이곳 번성을 공격하고 있으나, 앞서 따로 장수를 겹하 郏下에 보내두었소. 그가 감히 함부로 진격하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 병사가 그 배후를 습격할까 두려워서요. 이제 번성을 포기하고 달아난다면, 황하 이남은 국가의 소유가 아닐 것이오. 바라건대 장군께서 이곳 성을 지켜서, 국가의 보장으로 삼으십시오.”

    조인이 두손 모아 사례한다.

    “백녕(만총의 자)의 가르침이 아니었으면, 자칫 대사를 그르칠 뻔했소.”

    이에 스스로 백마를 타고 성을 올라, 뭇 장수를 불러모아 맹세한다.

    “내가 위왕의 명을 받아, 이 성을 보수(지킴)하는 것이오. 한마디라도 성을 포기하고 달아나자는 말을 꺼내는 자는 참하겠소!”

    장수들 모두 말한다.

    “저희도 죽을 각오로 지키겠습니다.”

    조인이 크게 기뻐하며 성 위에 궁노 수백을 배치한다. 병사들이 밤낮으로 방호하며, 감히 해이하지 못한다. 남녀노소 거민(주민)들이 흙 과 돌을 날라 성벽의 틈을 메운다. 열흘이 못 돼, 과연 수세가 점점 물러간다.

    관공이 위나라 장수 우금을 스스로 잡으니, 위세가 천하에 진동하고 놀라지 않는 이가 없는데, 갑자기 둘째 아들 관흥이 영채를 찾아와 성친 省親(친척을 방문함)한다. 관공이 관흥에게 명하여, 관리들의 공적을 기록한 문서를 가지고, 성도로 가서 한중왕을 만나뵙고, 각각 의 승천 陞遷 (승직/ 벼슬이 오름)을 구하게 한다. 관흥이 부친에게 작별하고 성도로 떠나간다.

    한편 관공은 병력절반을 나눠서 겹하(땅이름)로 보내고,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사면에서 번성을 공타한다. 이날 관공 스스로 북문으로 와서 말을 멈춰세우고 채찍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너희 쥐새끼 무리가 어서 항복하지 않고 언제까지 기다릴 테냐?”

    이렇게 말하는데 조인이 적루(망루)에 있다가 관공이 엄심갑(가슴 갑옷)만 걸치고 녹포(녹색 군복)를 일부 벗은 것을 발견한다. 서둘러 궁노수 오백 명을 불러서 일제히 방전한다. 관공이 황급히 말고삐를 당겨서 돌아가는데 오른쪽 팔뚝에 노전 弩箭 (쇠노에서 발사하는 화 살) 한 발이 맞아서 몸이 뒤집히며 낙마한다.

    7 군을 수장해 적군의 간담을 떨어뜨렸는데
    성중에서 갑자기 화살 한 발 날아와 몸을 다치네

    관공의 목숨이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