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96회 공명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참하고 주방이 머리털을 잘라 조휴를 꾀어낸다

    한편, 계책을 바친 이는 바로 상서 벼슬에 있는 손자孫資다. 조예가 묻는다.

    "경에게 어떤 묘계( 묘책 )가 있소?"

    손자가 아뢴다.

    "지난날 태조 무황제( 조조 맹덕 )께서 장로를 거두어들일 당시에 위기에 처하기도 하셨으나 결국 성공하셨습니다. 일찌기 신하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남정南鄭 지역은 참으로 천옥天獄( 하늘이 내린 감옥/ 지형이 몹시 험한 곳 )이오, 라고 하셨습니다. 야곡을 지나가는 길 은 5백 리에 걸친 석혈石穴( 암석으로 이루어진 동굴/ 석동/ 석굴 )이라서 결코 용병할 만한 곳이 못 됩니다. 이제 천하의 병력을 모두 일으켜 촉나라를 정벌하려고 하면 곧 동쪽 오나라가 침범할 것입니다. 차라리 현재의 병력을 나누어 대장들에게 곳곳의 험요( 요충 지 )를 지키게 하면서 양정축예養精蓄銳( 실력을 배양하며 적당한 시기를 기다림 )하는 것만 못하옵니다. 불과 몇년이 지나지 않아 중국( 중원 곧 위나라 )은 나날이 번성하고 오, 촉 두 나라는 틀림없이 서로 해칠 것이니 그때 그들을 도모한다면 어찌 승산이 없겠습니까?"

    조예가 이에 사마의에게 묻는다.

    "이런 의견은 어떻소?"

    "손 상서가 드린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조예가 그 말을 따라 사마의에게 명해 장수들을 뽑아 보내 곳곳의 요충지를 지키게 하고 곽회와 장합을 남겨 장안을 지키게 한다. 삼군을 크게 호궤하고 어가를 타고 낙양으로 돌아간다.

    한편, 공명은 한중으로 되돌아가 병사들을 점호하는데 다만 조운과 등지 두 사람만 보이지 않아 마음 속으로 몹시 우려한다. 이에 관흥 과 장포에게 명해 각각 한 무리 군을 이끌고 접응接應( 호웅해 도와줌 )하도록 한다.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누군가 알리기를, 조운과 등지가 사람 한 명, 말 한 필 잃지 않고 왔다는 것이다. 또한 치중輜重( 군수 물자 )이나 각종 무기 등도 전혀 유실하지 않 았다고 한다. 공명이 기뻐하며 몸소 장수들을 이끌고 맞이하러 나간다. 조운이 황망히 말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말한다.

    "패군지장( 패전한 군대의 장수 )을 어찌 승상께서 수고롭게 멀리 맞이하러 나오십니까?"

    공명이 조운을 급히 부축해 일으키며 손을 잡고 말한다.

    "현명한 이와 어리석은 이를 내가 분별하지 못해 이렇게 된 것이오! 곳곳의 병사와 장수들이 모두 패전하고 손실을 입었는데 오로지 자룡만이 사람 한 명, 말 한 필 잃지 않다니 어찌된 까닭이오?"

    등지가 고한다.

    "제가 병력을 이끌고 먼저 가고 자룡께서 홀로 후방을 차단하고 적장을 참해 공을 세우니 적들이 놀라고 두려워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군수 물자나 각종 집물( 집기 )을 유실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장군답구려!"

    곧 황금 5십 근을 조운에게 준다. 또한 비단 1만 필을 조운의 부하 병졸들에게 포상한다. 조운이 사양한다.

    "삼군( 전군 )이 한 치의 공도 세우지 못해 저희 모두 죄를 졌습니다. 그런데도 도리어 포상을 받는다면 이는 승상의 포상과 징벌이 현 명하지 못한 것입니다. 우선 국고에 넣어두고 금년 겨울이 오기를 기다려 병사들에게 주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공명이 찬탄한다.

    "선제께서 생전에 늘 자룡의 덕을 칭찬하셨는데 지금 보니 과연 그렇구려!"

    이에 공명이 자룡을 더욱 흠경欽敬( 흠모하고 존경함 )한다.

    그런데 마속, 왕평, 위연, 고상이 왔다고 알리니 공명이 먼저 왕평을 군막 안으로 불러들여 꾸짖는다.

    "내 그대에게 마속과 더불어 가정을 지키라 하였거늘 어찌 제대로 간언하지 않아 일을 그르쳤소?"

    "제가 거듭 길목에 토성을 쌓고 지켜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참군( 마속의 관직 )이 크게 화를 내며 따르지 않기에 저 스스로 5천 병력을 이끌고 산에서 십 리 떨어진 곳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위병들이 몰려와 산을 사방으로 포위하므로 제가 병력을 이끌고 십여 차례 나 돌격하였으나 번번이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마치 토붕와해土崩瓦解(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짐 )하듯이 무너져 항복한 이들이 무수하였습니다. 저의 군대는 고립되어 버티기 어려운지라 위문장( 위연 )에게 구원을 요청하러 갔습니다. 도중에 산골짜기 안에서 위병 들에게 포위되었으나 제가 죽을힘을 다해 뚫고 나왔습니다. 이윽고 영채에 가보니 이미 위병들이 점령한 뒤였습니다. 다시 열류성으 로 가는 도중에 고상을 만나 병력을 셋으로 나누어 위나라 영채를 습격하러 가면서 가정을 되찾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정으로 가는 길에 적의 복로군( 길에 매복해 정탐하는 병사/ 보초를 서는 병사 )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까닭에 의심이 들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서 바라보니 위연과 고상이 위병들에게 포위되어 있어서 제가 즉시 두터운 포위를 뚫고 두 장수를 구출한 뒤 곧 참군과 함께 군대를 한 데 합쳤습니다. 저는 양평관마저 빼앗길까 두려워서 서둘러 돌아와 수비하고자 하였습니다. 결코 제가 간언하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승상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각부 장교들에게 물어보십시오."

    공명이 왕평을 호통쳐서 내보내고 다시 마속을 불러들이니 마속이 스스로 몸을 결박한 채 군막 앞��� 무릎꿇는다. 공명이 낯빛을 고쳐 말 한다.

    "그대는 어려서부터 병서를 두루 읽고 전법을 충분히 익혔소. 내가 누차에 걸쳐 거듭 당부하며 가정은 아군의 근본이라고 주의를 주었 고 그대도 온 집안의 목숨을 걸고 이러한 중임을 맡았소. 그대가 앞서 왕평의 간언을 들었다면 어찌 이런 재앙이 있겠소? 이제 패전하고 장수들을 잃고 땅과 성을 빼앗긴 것은 모두 그대의 잘못이오! 만약 군율을 명백히 바로잡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들을 복종시키겠소? 그대 가 이제 군법을 어긴 것이니 나를 원망하지 마시오. 그대가 죽은 뒤 그대의 가소家小( 집안 식구 )에게는 내가 그대의 월급에 따라서 녹 미( 봉급으로 주는 쌀 )를 줄 테니 그대는 괘심挂心( 근심 )하지 마시오."

    좌우의 사람들에게 소리쳐 마속을 끌어내어 처형하라고 한다. 마속이 눈물흘리며 말한다.

    "승상께서 저를 아들처럼 보시고 저는 승상을 아버지처럼 여겼습니다. 저의 죽을 죄는 참으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으나 바라옵건대 승상 께서 순 임금이 우 임금의 부친 곤鯀을 죽이고도 우 임금을 썼던 대의를 생각하신다면 저는 비록 죽더라도 구천에서 아무 한이 없을 것 입니다!"

    말을 마치고 크게 소리내어 운다. 공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나와 그대는 그 의가 형제와 같소. 그대의 아들은 곧 나의 아들이니 더 부탁하지 않아도 되오."

    좌우의 사람들이 마속을 원문轅門( 옛날 군영이나 관청의 바깥 문 ) 밖으로 끌고나가 곧 참하려고 한다. 참군 장완이 성도에서 오다가 무 사들이 마속을 참하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큰 소리로 외치며 사람들을 제지한 뒤에 들어와 공명에게 말한다.

    "지난날 초나라가 장군 득신을 죽이자 진나라 문공이 기뻐했습니다. 아직 천하가 평정되지 않았는데 지모 있는 인물을 죽인다면 어찌 안 타깝지 않겠습니까?"

    공명이 눈물을 떨구며 답한다.

    "지난날 손무( 병법가 손자 )가 천하에서 능히 적군을 제압하고 승리를 거둔 것은 군법을 엄명하게 시행했기 때문이오. 이제 사방이 갈 라져 다투어 병교兵交( 교전 )를 막 시작하는데 만약 군법을 폐해야 한다면 무엇으로 도적들을 토벌하겠소? 처형하는 것이 합당하오."

    잠시 뒤 무사가 마속의 수급을 섬돌 아래 갖다 바친다. 공명이 크게 통곡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장완이 묻는다.

    "이제 유상( 마속의 부르는 자 )이 죄를 지어 이미 군법대로 엄정히 다스렸거늘 승상께서 무슨 까닭으로 통곡하십니까?"

    "내가 마속 때문에 운 것이 아니오. 생각하건대 선제께서 일찍이 백제성에서 위기에 처하셨을 때 내게 당부하시며, 마속은 말이 실제 능 력을 넘어서니 크게 써선 안 된다 하셨소. 이제 과연 그 말씀대로 됐으니 나의 현명하지 못함을 통탄하며 선제의 현명하심을 떠올렸소. 이 때문에 통곡할 뿐이오!"

    대소장사(지위가 높고 낮은 징수와 병사 )들이 눈물 흘리지 않는 이가 없다. 마속의 향년 39세다.

    이때가 건흥 6년 여름 5월이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 가볍지 않으니
    마속의 헛된 용병술 참으로 한심하구나
    원문에 목을 베어 매달아 군법을 엄히 하고
    눈물 닦으며 선제의 현명함을 떠올리네

    한편 공명이 마속을 참한 뒤 그 수급( 잘린 머리 )을 각 진영마다 두루 보이고 실로 꿰매어 시체에 봉합해 관을 갖추어 장례를 치른다. 공명 스스로 제문을 지어서 제사를 올린다. 마속의 가소( 집안 식구 )를 각별하게 위로하고 마속의 월급에 따라 녹미( 녹봉으로 주는 쌀 ) 를 준다. 그리고 공명이 직접 표문을 작성해 장완을 시켜 후주 유선에게 아뢰며 자신이 승상 직위에서 물러날 것을 청한다. 장완이 성 도로 돌아가 후주를 만나러 들어가 공명의 표장( 신하가 임금에게 바치는 글 )을 진상한다. 후주가 뜯어서 읽어보니 이렇다.

    "신은 본래 범용한 재주를 가젔을 뿐인데 분수에 넘치는 자리에 앉아서 친히 모월旄鉞( 깃대 장식과 도끼 즉 장수의 지휘권을 상징 )을 잡고 삼군을 독려했습니다. 능히 법을 가르치고 밝히지 못하고, 일을 함에 있어서 신중하지 못하여, 마침내 가정에서 명령을 어기고 기 곡에서 지키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허물은, 신이 명철하지 못하고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며 일을 계획할 때 몹시 어리석 은 데 있습니다. 춘추에서 책비責備( 현자에게 완벽한 기준을 지키도록 요구함 )하였듯이 어찌 저의 죄를 피할 수 있겠습니까? 청하옵 건대 스스로 3등급을 낮춤으로써 제 잘못을 벌하고자 합니다. 신은 부끄러움과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고개 숙여 엎드린 채 폐하의 명을 기다릴 뿐입니다!"

    후주가 읽기를 마치고 말한다.

    "승부는 병가에서 늘 있는 일이거늘 승상이 어찌 이런 말을 하시오?"

    시중 비의가 아뢴다.

    "신이 듣자니 나라를 다스리는 이는 모름지기 봉법奉法( 법령을 준수함)을 중시해야 합니다. 승상이 패적敗績( 군대가 궤멸되고 패전함 )한 탓에 스스로 강등을 행하는 것은 참으로 마땅한 것입니다."

    후주가 이를 따라 조서를 내려 공명을 우장군으로 강등하되 승상의 일을 계속 보게 하고 예전처럼 군마를 총지휘하게 한다. 곧 비의에게 명해 조서를 가지고 한중으로 가도록 한다.

    폄강貶降( 벼슬을 강등시킴 )을 허락하는 조서를 공명이 받자, 비의가 공명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힐까 걱정해 공명을 추켜세운다.

    "촉나라 백성들이 승상께서 처음에 위나라 네 개 현을 빼앗은 것을 알고 몹시 기뻐했습니다."

    공명이 낯빛을 고쳐 말한다.

    "무슨 말씀이시오? 얻었다가 다시 잃은 것은 같을 수가 없소. 공이 이것으로 나를 위로한다면 참으로 나를 얼굴이 빨개지도록 부끄럽게 만들 따름이오."

    비의가 다시 말한다.

    "요새 승상께서 강유을 얻은 것을 들으시고 천자께서 몹시 기뻐하셨습니다."

    공명이 노해 말한다.

    "패전한 군대를 거느리고 돌아오고 일찍이 한 치의 땅도 빼앗지 못했으니 이것은 나의 큰 죄요. 기껏 강유 한 사람을 얻은들 위나라에 무 슨 손해가 있겠소?"

    비의가 다시 말한다.

    "승상께서 현재 웅사( 강력한 군대 ) 십만을 통수하고 계시니 다시 위나라를 정벌할 수 있지 않으십니까?"

    "지난번에 대군이 기산과 기곡에 주둔할 당시에 아군이 적병보다 많았으나 적병을 격파하지 못하고 도리어 적병에게 격파되었소. 이러 한 실패는 병력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주장主將의 역량에 좌우될 뿐이오. 이제 병력과 장수를 줄이고 형벌을 명백히 집행하고 과오를 반 성하며 장래에 있어서 변통할 수 있는 길을 헤아려 보고자 하오. 그렇지 못한다면 비록 병력이 많은들 무슨 쓸모가 있겠소? 지금부터 국 가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기탄없이 나의 잘못을 공격하고 나의 단점을 꾸짖어야,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고 적병을 멸할 수 있으 며 빠른 시일 내에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오."

    비의와 장수들이 모두 그 견해에 탄복한다. 비의는 성도로 돌아가고 공명은 한중에 머물면서 병사들과 백성을 아끼며 보살피고 병기를 정비하고 병사들을 독려해 강무( 군사 훈련 )를 실시한다. 성을 공격하거나 물을 건너는 데 쓰이는 기구를 만들고 군량을 축적하고 전벌 戰筏( 싸움배/ 전선 )을 예비해 훗날을 도모한다. 세작( 첩자 )이 탐지해 낙양으로 들어가 보고한다.

    위나라 군주 조예가 이를 듣고 즉시 사마의를 불러 서천( 촉의 근거지 )을 정복할 계책을 상의한다. 사마의가 말한다.

    "촉나라는 아직 공격할 수 없습니다. 이제 천도天道( 날씨 )가 몹시 뜨거워서 촉병들이 싸우러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아군이 그 땅을 깊 숙히 들어간다면 그들은 험요( 지형이 험준한 요충지 )를 지킬 테니 쉽게 함락하기 어렵습니다."

    "적병이 다시 국경을 침범한다면 어찌하겠소?"

    "신이 헤아려보건대 이번에 제갈량은 필시 한신이 썼던 암도진창暗度陳倉 ( 정면에서 적병을 현혹시키면서 측면을 돌파한 것으로 진창은 한중 지방의 주요 통로 )의 계책을 본뜨려 할 것입니다. 신이 한 사람을 천거해 진창의 입구로 보내 성을 쌓아 방어한다면 만에 하나도 잘못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키가 9 척이고 활을 잘 쏘는데 모략도 몹시 깊사옵니다. 제갈량이 입구( 적병이 국경을 침범함 ) 하더라도 이 사람이라면 족히 막아낼 것입니다."

    조예가 크게 기뻐하며 묻는다.

    "그 사람이 누구요?"

    사마의가 아뢴다.

    "그는 태원 출신의 학소 '백도'입니다. 잡패장군으로서 하수를 지키고 있습니다."

    조예가 이를 따라 학백도를 진서장군에 임명하고 진창의 길목을 수비하도록 명한다. 사자에게 조서를 주어 학소를 찾아가도록 한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알리기를, 양주사마 대도독 조휴가 표를 올렸다고 한다. 조휴가 표를 올려, 동오의 파양태수 주방이 자신의 고을을 바치겠다면서 은밀히 사람을 보내어 국가의 기밀을 누설했다고 한다. 지금이 동오를 격파할 기회이니 어서 출병하여 동오를 치라는 것이다. 조예가 용상에서 읽어고 사마의에게도 보여주니 사마의가 아뢴다.

    "그말이 극히 일리가 있으니 동오는 멸망하겠습니다. 신이 1군을 이끌고 조휴를 돕겠습니다."

    그런데 신하들의 자리에서 누군가 아뢴다.

    "오나라 사람의은 이랬다저랬다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니 깊이 믿을 수 없습니다. 주방은 지모가 있는지라 기꺼이 항복할 이가 아닙니다. 이것은 아군을 유인하는 속임수입니다."

    사람들이 누구인가 쳐다보니 건위장군 가규다. 사마의가 말한다.

    "이런 말씀도 들어야겠지만 이런 기회도 놓치지 못합니다."

    위나라 군주가 말한다.

    "중달이 가규와 함께 조휴를 도우시오."

    두 사람이 어명을 받들어 떠난다. 조휴는 대군을 이끌고 환성으로 쳐들어가고, 가규는 전장군 만총과 동환태수 호질을 데리고 양성을 치고자 동관으로 진군한다. 사마의는 휘하병력을 강릉으로 쳐들어간다.

    한편, 오주 손권은 무창의 동관에서 관리들을 불러모아 상의한다.

    "이제 파양태수 주방이 은밀히 알리기를, 위나라 양주도독 조휴가 침범할 뜻을 가졌다고 하오. 이제 주방이 속임수를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척하며 위군을 중지 重地로 유인하여 기습하고 하오. 이제 위군이 3면으로 진군하는데 경들의 고견은 어떻소?"

    고옹이 진언한다.

    "이러한 중대임무는 육백언( 육손 )이 아니면 맡을 수 없습니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육손을 '보국대장군 평북도원수'로 봉하여 어림군의 대병력을 통수하고 국왕의 일을 대리하도록 한다. 그에게 백모(지휘권을 상징하는 하얀소 꼬리털을 매단 깃발)와 황월(지휘권을 상징하는 황색 도끼)을 주며 문무백관 모두가 그의 지휘를 따르게 한다. 손권이 친히 육손에게 채찍을 집어준다. 육손이 어명을 받들고 성은에 감사드린 뒤 두 사람을 좌우도독으로 추천하여 병력을 나누어 3로에서 위군을 막겠다고 한다. 손권이 그들을 묻자 육손이 말한다.

    "분위장군 주환과 타남장군이 보좌할 만합니다."

    손권이 주환을 좌도독으로, 전종을 우도독으로 임명한다. 이에 육손이 강남 81 주와 형호의 7십여만 대군을 총독하며 주환을 좌측에, 전종을 우측에 두고 스스로 중앙에서 3로로 진군한다. 주환이 계책을 바친다.

    "조휴는 임금의 친척이라 자리를 맡은 것이지 그는 결코 지혜롭거나 용맹한 장수가 아닙니다. 이제 그가 주방의 꾀임에 빠져 우리의 중 지로 깊이 침입하니 원수께서 출병해 공격한다면 조휴는 틀림없이 패전할 것입니다. 그가 패전 후에 틀림없이 두 방면의 길로 달아날 텐데 좌측은 협석夾石이요 우측은 계차桂車( 산의 이름 )입니다. 이 두 갈래 길은 모두 외진 산 속의 좁은 길이고 몹시 험준합니다. 바라 옵건대 제가 전자황全子璜( 전종 )과 더불어 제각기 군을 이끌고 산 속 험준한 곳에 매복해 먼저 뗄나무와 큰 돌들로 그 길을 가로막는 다면 조휴를 잡을 수 있습니다. 조휴를 잡게 되면 곧 계속 진격해 손바닥에 침 뱉듯이 손쉽게 수춘을 점령함으로써 허도와 낙양도 노릴 수 있는 만년에 한 번 올 기회입니다."

    육손이 말한다.

    "이것은 좋은 계책이 아니오. 내 나름대로 묘책이 있소."

    이에 주환이 불평을 품고 물러간다. 육손이 제갈근 등에게 강릉을 거수拒守( 요충지를 굳게 지킴 )해 사마의를 막도록 명한다. 각 방면의 병사들이 제각각 출동을 완료한다.

    한편, 조휴의 병사들이 환성으로 오자 주방이 맞이하러 나와서 곧바로 조휴의 막사를 찾아간다. 조휴가 묻는다.

    "근자에 족하의 서신을 받았는데 국가의 칠사를 이야기한 것이 매우 이치에 맞아 천자께 상주하였소. 그리해 대군을 일으켜 세 개 방 면으로 진군한 것이오. 강동( 오나라 )의 땅을 얻게 된다면 족하의 공로가 작지 않을 것이오. 누군가 말하기를, 족하의 지모가 대단하다 며 족하의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참으로 걱정하였소. 그러나 내가 보기에 족하는 결코 나를 속일 사람이 아니오."

    주방이 통곡하며 갑자기 종인( 수행원 )이 차고 있던 검을 뽑아서 자문自刎( 스스로 목을 베거나 찌름/ 자살 )하려 한다. 조휴가 황급히 제지하니 주방이 검을 잡고 말한다.

    "내가 칠사를 이야기하면서 내 심간心肝( 양심/ 정의감/ 생각 )을 다 토해내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오. 이제 도리어 의심을 받다니 오나라 사람이 반간지계反間之計( 적국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계책 )를 쓰는 것이 틀림없소. 그들의 말을 듣는다면 나는 죽게 되고 말 것 이고 나의 충심은 하늘만이 알아주실 것이오!"

    말을 마치더니 다시 자살하려 한다. 조휴가 크게 놀라 황망히 잡아당겨 멈추며 말한다.

    "내가 희롱 삼아 말한 것뿐이오. 족하께서 무슨 까닭에 이러시오?"

    이에 주방이 검으로 머리털을 싹둑 잘라 바닥에 던지며 말한다.

    "내가 충심으로 공을 믿고 의지했는데 공이 나를 희롱하니 나는 부모께서 물려주신 머리털을 잘라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소."

    이에 조휴가 그를 깊이 신임해 연회를 열어 대접한다. 술자리가 파하자 주방이 작별인사를 올리고 떠난다. 그런데 누군가 건위장군 가규 가 찾아온 것을 알리니 조휴가 불러들여 묻는다.

    "그대는 무슨 일로 왔소?"

    "제 생각에, 동오의 병력은 모두 환성에 주둔해 있을 것입니다. 도독께서는 가볍게 진격하지 마시고, 제가 양쪽에서 협공하기를 기다리 셔야 적병을 격파할 수 있습니다."

    조휴가 화를 내며 말한다.

    "그대가 내 공을 가로챌 셈이오?"

    "또한 듣자니 주방이 머리털을 잘라 맹서했다던데 이것은 속임수입니다. 옛날에 오나라 자객 요리要離가 자신의 팔을 잘라서 속인 뒤 ( 오나라 왕에게 요청해 자신의 팔을 자르고 처자식을 죽이게 한 뒤 죄를 지어 달아난 것으로 속여서 ) 왕자 경기慶忌를 암살하려 했습 니다. 주방도 아직 깊이 믿어선 안 됩니다."

    조휴가 크게 노해 말한다.

    "내가 이제 출병하려는데 그대가 어찌 이런 말로 우리의 군심軍心( 사기 )을 어지럽히는가!"

    좌우의 사람들에게 소리쳐 그를 끌어내 참하라고 한다. 장수들이 고한다.

    "아직 진병하기 전인데 대장을 먼저 참한다면 우리 군에 불리합니다. 일단 잠시 처형을 면해 주십시오."

    조휴가 이를 따라 가규를 영채에 남겨두어 지시를 따르게 하고 직접 1군을 이끌고 동관을 점령하러 온다. 이때 주방은 가규가 병권兵權( 군대 통수권 )을 빼앗긴 것을 전해듣고 마음 속으로 기뻐한다.

    '조휴가 가규의 말을 받아들였다면 동오가 패전하게 됐을 것이다! 하늘이 나로 하여금 공을 이루게 하는구나!'

    즉시 사람을 몰래 환성으로 보내 육손에게 알린다. 육손이 장수들을 불러 군령을 듣게 한다.

    "앞쪽의 석정은 비록 산길이지만 매복할 만하오. 먼저 석정의 넓은 곳을 점령해 전투 진영을 갖춘 뒤 위나라 군을 기다려야 할 것이오."

    곧 서성에게 선봉을 맡겨 병력을 이끌고 전진하도록 한다.

    한편 조휴는 주방에게 명해 병력을 이끌고 전진하도록 한다. 가면서 조휴가 묻는다.

    "앞으로 가면 어디요?"

    주방이 말한다.

    "앞쪽은 석정이라는 곳인데 병력을 주둔할 만한 곳입니다."

    조휴가 이 말을 따라 대군을 인솔해 수레와 병장기 등을 가지고 모두 석정에 주둔하게 한다. 다음날 보마( 정찰병 )가 알리기를, 앞쪽에 동오 병력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는데 산 어귀를 가로막고 있다고 한다. 조휴가 크게 놀라 말한다.

    "주방이 아무 병력도 없을 것이라 했거늘 어찌 저들이 이렇게 준비했다는 것인가?"

    급히 주방을 찾아서 묻게 하니 누군가 알리기를, 주방이 수십 인을 이끌고 어디론가 갔다고 한다. 조휴가 크게 뉘우치며 말한다.

    "내가 적의 계략에 빠졌구나! 그러나 비록 이렇다 하더라도 아직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곧 대장 장보를 선봉장으로 삼아 병력 수천을 이끌고 오나라 병력과 교전하러 가도록 한다. 양쪽 진영이 전투 대형을 갖추자 장보가 말을 타고 나와 꾸짖으며 말한다.

    "적장은 어서 항복하라!"

    서성이 말을 몰고 나와 맞이한다. 몇 합 싸우지 않아 장보가 맞서지 못해 말머리를 돌리고, 병력을 거둬 돌아가 조휴에게 서성의 용맹을 당할 수 없더라고 이야기한다. 조휴가 말한다.

    "내가 기병奇兵( 적의 의표를 찌르는 병력 운용/ 기습 )으로써 저들을 이겨야겠소."

    곧 장보에게 명해 병사 2만을 이끌고 석정의 남쪽에 매복하게 한다. 또한 설교에게 명해 병사 2만을 이끌고 석정의 북쪽에 매복하게 한다. 조휴가 말한다.

    "내가 내일 직접 병사 1천을 거느리고 싸움을 걸어서 거짓으로 패하는 척 달아나 북쪽 산 앞으로 적병을 유인하겠소. 방포放炮( 포를 쏨) 해 신호할 테니 세 개 방면에서 협공한다면 틀림없이 대승을 거둘 것이오."

    두 장수가 계책을 받아 각각 병사 2만을 이끌고 저녁까지 매복하러 떠난다.

    한편, 육손이 주환과 전종을 불러 분부한다.

    "그대 두 사람은 각각 3만 군을 이끌고 석정의 산길을 따라 조휴의 영채 배후를 습격해 불을 질러 신호하시오. 내 직접 대군을 이끌고 중앙으로 진군한다면 조휴를 잡을 수 있을 것이오."

    그날 황혼 무렵에 두 장수가 계책을 따라 병력을 이끌고 나아간다. 2경( 밤 9 시에서 11시 ) 무렵, 주환이 1군을 이끌고 위나라 영채 배후 를 습격해 장보의 복병과 마주친다. 장보가 오군이 오는 줄 모르고 물어보러 오다가 주환의 한 칼에 베여서 말 아래 구른다. 위나라 군이 달아나자 주환이 뒤따르는 병사들에게 명해 불을 지르게 한다. 전종도 1군을 이끌고 위나라 영채 배후를 치다가 바로 설교의 군진으로 돌진해 한바탕 크게 무찌른다. 설교가 패주하고 위나라 군이 크게 꺾여 본진으로 달아난다. 후면에서 주환과 전종이 두 개 방면으로 달려드니 조휴의 영채 안에서 큰 혼란이 일어나 서로 치고받는다.

    조휴가 황급히 말에 올라타 협석夾石( 현재 중국 안휘성 지역에 위치한 옛 땅이름 )으로 통하는 길로 달아난다. 서성이 많은 군마를 이끌고 큰 길을 따라 달려온다. 위나라 병사들 가운데 죽은 이를 헤아릴 수 없고, 목숨을 구해 달아나는 이들은 모두 갑옷을 벗고 달아난다. 조 휴가 크게 놀라 협석으로 가는 길로 있는 힘을 다해 달아난다. 그런데 갑자기 1군이 좁은 길에서 튀어나오는데 선두 대장은 바로 가규다. 조휴가 당황한 가운데 조금 안심하고 부끄러워서 말한다.

    "내가 공의 말씀을 듣지 않다가 결국 이처럼 패하고 말았구려!"

    "도독께서는 어서 이 길을 빠져나가십시오. 오나라 병사들이 나무와 돌로써 길을 끊고 막는다면 우리 모두 위급합니다!"

    이에 조휴가 말을 몰아 가고 가규가 후미를 엄호한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험준한 좁은 길에 가규가 깃발을 잔뜩 세워 의병疑兵( 군사 진지 따위를 가짜로 꾸며 적병을 미혹하는 것 )으로 삼는다. 이윽고 서성이 뒤쫓아와보니 산비탈 아래 깃발들이 언뜻 보여 아무래도 복병 이 있을까 의심해 감히 더 뒤쫓지 못하고 병력을 거둬 돌아간다. 이로써 가규가 조휴를 구출한다. 사마의도 조휴가 패전한 것을 전해듣 고 병력을 이끌고 퇴각한다.

    한편, 육손은 첩음( 승전보 )만 기다리는데 잠깐 사이에 서성, 주환, 전종이 모두 온다. 노획한 수레, 소와 말, 나귀와 노새, 군수 물자와 무기 따위를 이루 헤아릴 수 없고 항복한 적병도 수만을 넘는다. 육손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태수 주방과 장수들을 데리고 군대를 거둬 동오로 돌아간다. 오나라 군주 손권이 문무 관료들에게 명해 무창성을 나가 영접하게 하고 어개御蓋( 황제가 쓰는 햇빛 가리개 )를 주 어 육손에게 씌워 들어오게 한다. 장수들 모두 승진시키고 포상한다. 손권이 주방의 머리털이 잘려 없어진 것을 보고 위로한다.

    "경이 머리털을 잘라 대사를 이루다니 그 공명功名으로 죽백竹帛( 서적/ 역사서 )에 이름을 남길 것이오!"

    즉시 주방을 관내후關內侯로 봉하고 연회를 크게 베풀어 병사들을 위로하고 경하한다.

    육손이 상주한다.

    "이제 조휴가 대패해 위나라 군의 간담이 깨졌습니다. 국서國書( 상대 국가 군주에게 전하는 문서 )를 써서 사자를 서천으로 들여보내 어 제갈량으로 하여금 진군해 위나라를 공격하게 하십시오."

    손권이 그 말을 따라 곧 사자를 보내 국서를 지니고 서천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동국( 동오 )이 계책을 잘 쓰더니
    서천도 출병하게 만드는구나.

    공명이 다시 위나라를 정벌하러 가서 승부가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