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98회 왕쌍이 한군을 추격하다가 죽고 무후가 진창성을 습격하여 승리를 거둔다

    한편, 사마의가 아뢴다.

    “신이 일찍이 폐하께 아뢰며 공명이 반드시 진창으로 나올 것이니 학소로 하여금 지키게 해야 한다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과연 그렇습니 다. 그가 진창을 점령해 침범하면 군량 수송이 심히 편합니다. 이제 다행히 학소와 왕쌍이 지켜 그가 감히 이 길로 식량을 운반하지 못하 고 나머지 샛길은 식량을 나르기 힘듭니다. 신이 헤어리건대 촉병은 가져온 식량이 겨우 한달치라 서둘러 싸워야 그들에게 유리합니다. 그러므로 아군은 오로지 지구전을 펼쳐야 합니다. 폐하께서 조서를 내리시어 조진으로 하여금 각처 애구( 요충지 )를 굳게 지키며 절대 나가 싸우지 말라 하십시오. 불과 한달이 안 돼 촉병은 스스로 물러갈 것입니다. 이때 빈틈을 노려 습격하면 제갈량을 잡을 수 있습니다. ”

    조예가 기쁜 표정으로 말한다.

    “경에게 선견지명이 있는데 어찌 스스로 1군을 이끌고 적병을 치지 않소?”

    “제 몸을 아끼거나 목숨을 중시해서가 아니오라 참으로 이곳 병력을 보존해 동오의 육손을 막고자 할 뿐입니다. 손권은 머지않아 존호를 참칭할 것인데 존호를 참칭하면 폐하께서 정벌하실까 두려워 동오가 반드시 먼저 침범할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신이 병력을 보존해 대 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갑자기 곁에서 모시는 신하가 아뢴다.

    “조 도독께서 군정을 보고하였습니다.”

    사마의가 말한다.

    “폐하께서 즉시 사람을 보내 조진을 고계告戒해야 합니다. 촉병을 추격할 때마다 반드시 그 허실을 살펴야 하며 중지重地( 군사 거점 ) 에 들어가 제갈량의 계략에 빠져선 안 된다 하십시오.”

    조예가 즉시 조서를 내려 태상경 한기에게 부절을 주며 조진에게 ‘절대 싸우지 말고 신중히 수비하는데 힘쓰고 오로지 촉병이 퇴각하기 를 기다려 공격하라'고 전하게 한다. 사마의가 성 밖에서 한기를 전송하며 부탁한다.

    “내가 이번 공로를 자단( 조진 )에게 양보할 생각이오. 공께서 자단을 만나거든 절대 내가 간했다 말하지 말고 다만 천자께서 조서를 내 리시며 수비가 상책이라 하셨다 말하시오. 수행하는 사람도 반드시 세심한 이로 뽑고 절대 성급한 이로 수행하게 해선 안 되오.”

    한기가 인사를 하고 간다.

    한편, 조진이 군막으로 나가서 군무를 의논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알리기를, 천자께서 태상경 한기에게 부절을 주어 보냈다 한다. 조진이 영채를 나가 맞이해 조서를 받아든 뒤 물러나 곽회, 손례와 토의하니 곽회가 웃으며 말한다.

    “이것은 사마중달의 의견입니다.”

    “이 의견이 어떻소?”

    “이것은 제갈량의 용병을 잘 알고 하는 것입니다. 먼훗날 촉병을 막을 이는 틀림없이 사마중달입니다.”

    “촉병이 물러가지 않으면 또 장차 어찌하겠소?”

    “몰래 왕쌍에게 사람을 보내 병력을 이끌고 샛길을 순찰하라 지시하면 저들은 감히 군량을 운반하지 못합니다. 군량이 떨어져 병력이 물러가기를 기다려 그 틈을 노려 추격하면 완승을 거둘 수 있습니다.”

    손례가 말한다.

    “제가 기산으로 가서 군량을 운반하는 병사로 가장해 수레마다 마른 장작과 모초( 띠 )를 쌓고 유황과 염초를 들이부은 뒤 사람을 시켜 농서에서 군량을 운반해 온다 떠들겠습니다. 촉병에게 군량이 없다면 반드시 빼앗으러 올 테니 그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려 수레에 불을 지르고 바깥에 복병을 두어 응한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조진이 기뻐하며 말한다.

    “이 계책이 절묘하오!”

    즉시 손례에게 병력을 이끌고 계책대로 행하라 한다. 또한 사람을 보내 왕쌍은 샛길을 순찰하고 곽회는 병력을 이끌고 기곡과 가정으 로 진군하도록 지시하며 각처의 군대로 하여금 험요( 험준한 요충지 )를 지키게 한다. 조진이 또한 장요의 아들 장호를 선봉으로 삼고 악진 의 아들 악림을 부선봉으로 삼아 함께 두영( 지휘부의 군영 )을 지키게 하며 나가서 싸우지는 못하게 한다.

    한편, 공명이 기산 영채에 머물며 날마다 사람을 시켜 도발하나 위병은 굳게 지킬 뿐 출전하지 않는다. 공명이 강유를 불러 상의한다.

    “위병이 굳게 지키며 나오지 않으니 이는 아군에게 군량이 없다 여겨서요. 이제 진창으로 귀로가 열리지 않고 나머지 샛길로 운반하는 것도 곤란하오. 내가 계산하니 불과 한 달치뿐인데 어찌해야겠소?”

    이렇게 주저하고 있는 순간, 누군가 보고하기를, 농서를 출발한 위병이 기산 서쪽으로 수레 수천 량에 군량을 싣고 오는데 지휘관은 손 례 라고 한다. 공명이 “그가 누구인가?” 라고 묻자 어느 위나라 사람이 고한다.

    “그는 일찍이 위나라 임금을 따라 대석산에서 사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사나운 범이 놀라서 뛰쳐나와 곧바로 임금 앞으로 달려 들자 손례가 말에서 뛰어내려 검을 뽑아 참했습니다. 이 때문에 상장군으로 봉했습니다. 조진의 심복입니다.”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이것은 위나라 장수가 아군 식량이 궁핍하다고 계책을 쓰는 것이오. 수레에 실은 것은 모초 같은 인화물이 틀림없소. 내 평소 화공이 전 문인데 저들이 어찌 이런 계책으로 나를 유인하겠소? 우리가 군량을 빼앗으려 가면 도리어 저들은 우리 영채를 습격하러 올 것이오. 장 계취계( 적군의 계책을 역이용함 )해야겠소.”

    곧 마대를 불러 분부한다.

    “그대는 병사 3천을 거느리고 위병이 군량을 쌓은 곳으로 가시오. 영채로 들어가지 말고 바람을 등진 채 불을 지르시오. 수레와 병장기가 불붙으면 위병이 반드시 우리 영채를 습격하러 올 것이오.”

    다시 마충과 장의에게 각각 병사 5천을 주어 바깥에서 포위해 안팎으로 협공하게 한다.

    세 사람이 계책을 받고 떠난다. 다시 관흥과 장포를 불러 분부한다.

    “위병의 두영(지휘 본부)은 사방으로 길이 통하오. 오늘 저녁 기산 서쪽에서 불길이 치솟으면 위병이 반드시 우리 영채를 공격할 것이 오. 그대 두 사람은 위나라 영채 좌우에 매복해 그들이 영채를 나오면 공격하시오.”

    다시 오반과 오의를 불러 분부한다.

    “그대 두 사람은 각각 1군을 이끌고 영채 밖에 매복해 위병이 오거든 귀로를 끊으시오.”

    공명이 분부를 마치고 스스로 기산 위 높은 곳에 자리잡고 앉는다. 위병은 촉병이 군량을 빼앗으러 오는 걸 탐지하고 황망히 손례에게 알린다. 손례가 조진에게 사람을 보내 급히 알린다. 조진이 두영으로 사람을 보내 장호와 악림에게 분부한다.

    “오늘밤 기산 서쪽에서 불길이 치솟으면 반드시 촉병이 구원하러 올 것이오. 군대를 동원해 ‘이렇게저렇게’ 하시오.”

    두 사람이 계책을 받고 사람을 시켜 망루에 올라 화호( 불을 피워 신호함 )를 살피게 한다.

    한편, 손례가 군을 이끌고 기산 서쪽에 매복해 촉병 오기만 기다린다. 이날밤 2경 마대가 병력 3천을 이끌고 오는데 사람은 모두 함매( 떠들지 못하게 입에 물리는 것 )를 물고 말은 모두 입에 재갈을 물린다. 곧장 기산 서쪽에 이르자 허다한 수레와 병장기가 중중첩첩( 겹 겹이 ) 둘러쌓여 군진을 이루고 수레에 각종 깃발이 공허히 꽂혀 있다. 때마침 서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마대가 병사들에게 영채 남쪽으로 달려가 불지르게 하니 수레와 병장기가 모조리 불붙어 불꽃이 하늘을 찌른다.

    손례는 촉병이 위나라 영채로 들어와서 불을 피워 신호하는 줄 여기고 서둘러 병력을 이끌고 습격하러 온다. 그런데 배후에서 북과 피리 소리 하늘을 울리며 양쪽에서 병사들이 몰려오는데 바로 마충과 장의의 병력이다. 이들이 위병을 에워싸니 손례가 크게 놀란다. 다시 위나 라 군중에서 함성이 일며 1군이 불빛 속에서 달려온다. 바로 마대의 군대다. 안팎으로 협공하니 위병이 대패한다. 불길이 맹렬 하고 바람이 거세니 사람과 말이 어지러이 달아나다 죽은 이가 무수하다. 손례가 상처투성이 군을 이끌고 연기를 뚫고 불길을 무릅쓰 며 달아난다.

    한편, 장호는 영채 안에 머물다 멀리 불빛이 하늘을 찌르자 영채 문을 활짝 열고 악림과 더불어 인마를 모조리 이끌고 촉나라 영채로 달 려오지만 영채 안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급히 군대를 거두어 돌아가려는데 오반과 오의가 양쪽에서 군을 이끌고 몰려나와 귀 로를 차단한다. 장, 악 두 장수가 황급히 두터운 포위를 뚫고 나와 본진으로 돌아오지만 토성土城 위에서 화살이 메뚜기 떼처럼 쏟아진 다. 알고보니 관흥과 장포가 영채를 벌써 습격했다. 위나라 군이 대패해 모두 조진의 영채로 달아나 들어가려는데 한 무리 패잔병 무리가 몰려온다. 바로 손례가 이끄는 군대다. 결국 함께 영채로 들어가 조진을 만나 제각기 계략에 빠진 것을 이야기한다.

    조진이 이를 듣고 본진을 신중히 지키며 역시 출전하지 않는다. 촉병이 승리를 거두고 돌아가 공명을 만난다. 공명이 은밀히 사람을 보 내어 위연에게 계책을 주는 한편, 영채를 뜯어내고 모두 떠나라 지시한다. 양의가 말한다.

    “이제 이미 대승을 거두어 위병의 예기를 모두 꺾었거늘 무슨 까닭으로 도리어 병력을 거둡니까?”

    “아군은 군량이 없으니 싸움을 서둘러야 유리하오. 이제 저들이 굳게 지키며 출전하지 않아 내게 병이 생길 지경이오. 저들이 이제 잠시 패전했다지만 중원은 반드시 증강할 것이오. 저들이 경기( 경기병 )로써 양도( 식량 수송로 )를 습격하면 돌아가려 해도 불가능하오. 이 제 위병이 패전해 감히 촉병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니 출기불의( 적군이 예상하지 못하게 행동함 )해 이 틈에 퇴각해야겠소. 다만 걱 정은 다만 위연이 이끄는 1군이 진창 갈목에서 왕쌍을 막고 있어 급히 빠져나오기 어렵소. 내 이미 사람을 보내 왕쌍을 죽일 밀계( 비 밀 계책 )를 전해 위병이 감히 추격하지 못하게 만들고 후대( 후방 부대 )를 먼저 가게 하겠소. “

    이날밤 공명이 북과 징을 영채에 남겨두어 타경打更( 징을 두드리며 야간 순찰을 도는 것 )하게 한다. 하룻밤 사이에 군대가 모두 퇴각하고 영채는 텅 빈다.

    한편, 조진이 영채 안에 머물며 근심에 빠져 있는데 누군가 알리기를, 좌장군 장합이 병력을 이끌고 왔다 한다. 장합이 말에서 내려 군막 안으로 들어와 조진에게 말한다.

    “제가 성지聖旨를 받들고 특별히 도독의 조견( 작전 배치 )을 들으러 왔소.”

    “중달을 만나고 오지 않았소?”

    “중달이 분부하기를, 아군이 승리하면 촉병은 절대 물러가지 않을 것이나 아군이 패전하면 촉병은 틀림없이 즉시 퇴각할 것이오, 라고 했소. 이제 아군이 패전했는데 도독께서 사람을 보내 촉병을 정탐하지 않으셨소?”

    “아직이오.”

    이에 즉시 사람을 보내 정탐하니 과연 영채가 텅 빈 채 다만 깃발 수십 개만 꽂혔는데 촉병이 떠난 지 이틀째다. 조진이 후회해 마지않 는다.

    한편, 위연이 밀계를 받고 이날밤 2경 영채를 거두어 서둘러 한중으로 돌아간다. 재빨리 세작이 왕쌍에게 알리니 왕쌍이 군마를 크게 동 원해 전력을 다해 추격한다. 2십여 리를 추격해 점점 따라잡아 위연의 깃발이 앞에 보이자 왕쌍이 크게 외친다.

    “위연아! 거기 서라!”

    촉병이 그래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왕쌍이 말을 몰아 뒤쫓는데 뒤에서 위병이 크게 외친다.

    “성 밖 영채 안에서 불길이 치솟습니다. 적의 간계에 빠진 게 아닐까 두렵습니다.”

    왕쌍이 말고삐를 당겨 급히 뒤돌아보니 한 줄기 불빛이 하늘을 찌르고 있어 황망히 병사들에게 후퇴를 명한다. 산비탈 왼쪽으로 가자 갑 자기 누군가 말을 몰아 숲 속에서 나오며 크게 외친다.

    “위연이 여기 있다!”

    왕쌍이 크게 놀라 미처 손 쓰지 못한 채 위연의 한 칼에 베여 말 아래 떨어진다. 위병이 매복을 두려워해 사방으로 흩어져 도주한다. 위연 이 수하에 겨우 3십여 기뿐이지만 한중으로 천천히 간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공명의 묘책, 손빈과 방연 뛰어넘으니
    장성*이 일방一方을 비추듯이 밝게 빛나네
    진퇴와 용병, 귀신도 헤아리지 못하니
    진창성 길목에서 왕쌍을 참하네

    알고보니 위연이 공명에게서 묘계( 묘책 )를 받은 뒤 먼저 부하 3십 기에게 지시해 왕쌍 영채 주변에 매복하게 했다. 그들은 왕쌍이 병력을 일으켜 추격하기를 기다려 영채로 들어가 불 지르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기습해 그를 참한 것이다. 위연이 병력을 이끌고 왕쌍을 참한 뒤 한중으로 돌아가 공명을 만나 인마를 인계한다. 공명이 연회를 크게 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장합이 촉병을 더 이상 뒤쫓지 못하고 영채로 돌아온다. 그런데 진창성에서 학소가 사람을 보내 보고를 올려 왕쌍이 죽은 것을 알린다. 조진이 듣고 상심해 마지않는다. 이 때문에 근심하다가 병이 생겨 결국 낙양으로 돌아가고 곽회, 손례, 장합에게 장안으로 통하 는 여러 길목을 지키라 한다.

    한편, 오나라 군주 손권이 조회를 여는데 어느 세작이 알린다.

    “촉나라 제갈 승상이 두 차례 출병해 위나라 도독 조진이 병사와 장수를 잃으며 패전했습니다.”

    이에 신하들 모두 오나라 임금에게 병력을 일으켜 위나라를 정벌해 중원을 도모하라 권하지만 손권이 머뭇거리며 결단하지 못한다. 장 소가 아뢴다.

    “요새 듣자 하니 무창의 동산에 봉황이 와서 춤을 추고 대강에 황룡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합니다. 주공의 덕이 요임금에 견줄 만하고 주나라 문왕과 무왕처럼 밝으니 황제의 자리에 오르신 뒤 출병하십시오.”

    많은 신하가 모두 호응한다.

    “자포( 장소 )의 말씀이 옳습니다.”

    마침내 여름 4월 병인일을 선정해 무창 남쪽 교외에 대를 쌓아올린다. 이날 신하들이 손권에게 단을 올라 황제에 즉위하라 청하고 황무 8년을 황룡 원년으로 개원하다.

    아버지 손견에게 ’무열황제’의 시호를 올리고 어머니 오 씨는 ’무열황후’가 된다. 형 손책에게 ’장사환왕’의 시호를 올린다. 아들 손등을 황태자로 세우고 제갈근의 장남 제갈각을 ’태자좌보’( 태자를 보필하는 벼슬 )로, 장소의 차남 장휴를 ’태자우필' ( 태자를 보필하는 벼슬 )로 삼는다.

    제갈각은 자를 ’원손’이라 하고 키가 7척인데 극히 총명하고 응대를 잘했다. 손권이 그를 몹시 아꼈다. 나이 6살이었을 때 동오의 연회 에 아버지를 따라가 앉았다. 손권이 제갈근의 얼굴이 긴 것을 보더니 사람을 시켜 나귀를 한 마리 끌고 와서 분필로 그 나귀 얼굴에 ’제 갈자유諸葛子瑜( 제갈근 )’라고 쓰니 모두 크게 웃었다. 제갈각이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분필을 취해 두 글자를 그 아래에 써서 ’제 갈자유지려諸葛子謹之驢( 제갈자유의 나귀 )’로 고치니 좌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놀라지 않는 이 없다. 손권이 크게 기 뻐하며 그 나귀를 그에게 하사했다.

    다시 어느 날, 큰 잔치를 열어 관료를 불러모아 손권이 제갈각더러 술잔을 돌리게 했다. 술잔을 돌리다 장소의 면전에 이르자 장소가 받 아 마시지 않으며 말했다.

    “이것은 노인을 봉양하는 예절이 아니다.”

    손권이 제갈각에세 말했다.

    “자포( 장소 )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할 수 있겠냐?”

    제갈각이 명을 받고 장소에게 말했다.

    “예전에 강상부姜尚父( 강태공 )는 나이 9십에 이르서도 병모장월秉旄仗鉞( 군대의 깃발을 잡고 도끼를 휘두름/ 군대를 지휘함 )하며 그 때까지도 늙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는 전쟁에 나설 때 선생先生( 여기서는 ‘원로'의 뜻 )을 후방에 모시고 음주할 때 앞에 모십니다. 이런데 어찌 노인을 봉양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까?”

    장소가 대답할 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신다. 손권이 이 때문에 더욱 아껴서 그더러 태자를 보좌케 했다. 장소가 오나라 왕을 가까 이 보좌하며 위열位列이 삼공三公( 신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직위 셋 )의 위에 자리한 까닭에 그 아들 장휴가 태자를 곁에서 보필하게 되 었다. 또한 고옹을 승상으로, 육손을 상장군으로 삼아 태자를 보좌해 무창을 지키게 한다.

    손권이 다시 건업으로 돌아온다. 신하들이 함께 위나라를 정벌할 계책을 의논하니 장소가 아뢴다.

    “폐하께서 이제 막 보위에 오르신지라 아직은 함부로 병력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다만 학문을 닦으며 무기를 내려놓고 학교를 증설해 민심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천천히 도모하소서.”

    손권이 그 말을 따라 즉시 사자를 시켜 밤낮없이 서천으로 들어가 촉나라 후주를 만나게 한다. 사자가 예를 마치고 그 일을 자세히 아뢴 다. 후주가 이를 듣고 신하들과 더불어 상의한다. 다수 의견은 손권이 참월僭越( 참람/ 분수에 지나침/ 손권이 주제 넘게 보위에 오른 것을 말함 )했으니 맹호( 동맹 )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완이 말한다.

    “승상에게 사람을 보내 물어봅시다.”

    후주가 즉시 사자를 한중으로 보내 공명에게 물으니 공명이 말한다.

    “사람을 시켜 예물을 가지고 동오로 들어가 하례를 올리며 육손을 시켜 출병해 위나라를 치도록 요청해야 하오. 그러면 위나라는 반드시 사마의를 시켜 막을 것이오. 사마의가 남쪽에서 동오를 막으면 나는 다시 기산으로 나가서 장안을 도모할 수 있소.”

    후주가 그 말을 따라 태위 진진을 시켜 명마와 옥대, 금은보화를 가지고 동오로 들어가 하례를 올리게 한다. 진진이 동오로 들어가 손권을 만나 국서를 바친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연회를 베풀어 대접하고 촉나라로 되돌려 보낸다. 손권이 육손을 불러들여 서촉과 약속해 위나라를 치기로 한 일을 알리니 육손이 말한다.

    “이것은 공명이 사마의의 지모를 두려워해서입니다. 이미 함께 칠 것을 약속했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병력을 일으키는 모 양새만 보이면서 촉병이 움직이는 것을 관망해야 합니다. 공명이 위나라를 쳐서 위급에 빠뜨리면 우리가 그 틈을 노려 중원을 취할 수 있습니다.”

    즉시 영을 내려 형주와 양양 각처에서 인마를 훈련하고 날을 골라 병력을 일으키겠다 한다.

    한편, 진진이 한중으로 되돌아가 공명에게 알린다. 공명이 일찍이 진창으로 쉽게 진격할 수 없음을 걱정해 먼저 사람을 보내 정탐케 하 니 돌아와 보고한다.

    “진창성 안의 학소가 중병이 들었습니다.”

    공명이 말한다.

    “대사가 성공하겠구나!”

    곧 위연과 강유를 불러 분부한다.

    “그대 두 사람은 병력 5천을 거느리고 한밤에 곧장 진창성 아래로 가서 불길이 치솟으면 힘을 합쳐 성을 치시오.”

    두 사람 모두 아직 깊이 믿지 못해 다시 와서 묻는다.

    “언제 실행합니까?”

    “사흘 안에 모두 완비하시오. 내게 인사할 것 없이 완비되는 대로 즉시 떠나시오.”

    두 사람이 계책을 받고 떠난다. 다시 관흥과 장포를 불러 귀에 대고 속삭이며 ‘이렇게저렇게’ 하라고 하니 두 사람이 제각기 밀계( 비밀 계책 )를 받고 떠난다.

    한편, 곽회는 학소가 중병에 걸린 것을 듣고 장합과 상의한다.

    “학소가 병이 깊으니 그대가 어서 가서 교대하시오. 나는 직접 표를 써서 조정에 알리고 따로 결정을 내리겠소.”

    장합이 병력 3천을 이끌고 급히 학소와 교대하러 간다. 이때 학소가 병세가 위급해 이날 밤 신음하고 있는데 누군가 알리기를, 촉병이 성 아래 몰려왔다 한다. 학소가 서둘러 사람들을 시켜 성벽 위로 올라가 수비하게 한다. 이때 성문마다 불길이 치솟으니 성 안이 큰 혼란에 빠진다. 학소가 이를 듣고 놀라서 죽는다. 촉병이 떼지어 성으로 몰려든다.

    한편, 위연과 강유가 병력을 이끌고 진창성 아래 당도해 바라보니 깃발도 하나 없고 타경打更( 징을 두드리며 야간 순찰을 도는 것 )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놀라고 의심스러워 감히 성을 공격치 못한다. 그런데 한차례 포성이 울리며 사방에서 깃발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그런데 한 사람이 머리에 윤건을 쓰고 손에 우선( 깃털 부채 )을 들고 학창도포를 입은 채 크게 외친다.

    “그대 두 사람이 늦었소!”

    두 사람이 바라보니 바로 공명이다.

    두 사람이 황망히 말에서 내려 절을 올리며 땅에 엎드려 말한다.

    “승상! 참으로 귀신 같은 계책입니다!”

    공명이 성으로 불러들여 두 사람에게 말한다.

    “나는 학소가 중병에 걸린 것을 알고 그대들에게 사흘 안에 병력을 이끌고 성을 점령하라 명했지만 이것은 진창성 안의 사람들을 방심시 키기 위해서였소. 나는 관흥과 장포를 시켜 병사를 뽑아 몰래 한중으로 나가게 했소. 나는 곧 군중에 숨어서 한밤에 길을 재촉해 성 아래 로 달려가 저들에게 군대를 부릴 틈을 주지 않은 것이오. 내가 일찍이 성 안에 세작을 두어 불을 지르고 고함을 질러 돕게 하니 위병이 몹 시 놀라고 불안해 했소. 군대에 주장主將이 없으니 저절로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소. 내가 이 덕분에 취한 것이니 마치 손바닥 뒤집듯 이 쉬웠소. 병법에 이르기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나가고 준비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라, 했으니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오.”

    위연과 강유가 탄복한다. 공명이 학소의 죽음을 가엾게 여겨 그 처자식을 시켜 영구를 모시고 위나라로 돌아가 그 충심을 기리게 한다. 공명이 위연과 강유에게 말한다.

    “그대 두 사람은 갑옷을 벗지 말고 병력을 이끌고 산관을 습격하러 가시오. 그곳 관문을 지키는 이들은 병력이 몰려온 것을 알면 틀림없 이 놀라서 달아날 것이오. 조금이라도 늦으면 위병이 관문으로 올 것이니 공격하기 어려워지요.”

    위연과 강유가 명을 받고 병력을 이끌고 산관으로 달려간다. 관문을 지키는 이들이 과연 모조리 달아난다. 두 사람이 관문 위로 올라가 갑옷을 벗으려는데 멀리 관문 밖으로 먼지구름이 크게 일며 위병이 몰려온다. 두 사람이 서로 말한다.

    “승상의 신산神算은 측도測度할 수 없소!”

    급히 망루를 올라 바라보니 위나라 장수 장합이다. 두 사람이 병력을 나눠, 험한 길을 나눠 지킨다. 장합은 촉병이 길목을 수비하는 것을 보고 급히 영을 내려 군대를 물린다. 위연이 뒤쫓아 한바탕 무찌르니 위병의 사망자가 무수하고 장합이 크게 져서 달아난다.

    위연이 관문 위로 되돌아가 사람을 시켜 공명에게 알린다. 공명이 먼저 직접 병력을 거느리고 진창의 야곡으로 나가서 건위建威를 취한다. 뒤에서 촉병이 줄줄이 출발한다. 후주가 다시 대장 진식에게 명해 도우러 오게 한다. 공명이 대군을 동원해 다시 기산으로 나간다.

    영채를 세운 뒤 공명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한다.

    “내가 두번이나 기산을 나와 아직 성공하지 못했소. 이제 다시 이곳까지 왔으나 내가 헤아려보건대 위나라 사람은 틀림없이 옛 싸움터에 의지해 아군에게 맞서려 할 것이오. 저들은 우리가 옹성과 미성 두 곳을 공격할까 의심해 병력을 동원해 막으려 할 것이 틀림없소. 내가 살펴보건대 무도와 음평은 한중과 붙어 있어 만약 이 두 곳을 얻으면 위나라 병력을 갈라놓을 수 있소. 누가 감히 점령하러 가겠소?”

    강유가 말한다.

    “제가 가겠습니다.”

    왕평도 말한다.

    “저도 가겠습니다.”

    공명이 크게 기뻐하며 곧 강유에게 1만 병사를 거느리고 무도를 공격하게 하고, 왕평에게 1만을 거느리고 음평을 공격하게 한다. 두 사 람이 계책을 받고 떠난다.

    한편, 장합은 장안으로 되돌아가 곽회와 손례를 만나 이야기한다.

    “진창을 이미 잃고 학소도 이미 죽은데다 산관마저 촉병이 점령했소. 이제 공명이 다시 기산으로 나와 길을 나눠 진군하고 있소.”

    곽회가 크게 놀라 말한다.

    “이렇다면 틀림없이 옹성과 미성을 취할 것이오!”

    이에 장합을 남겨 장안을 지키게 하고 손례에게 옹성을 지키라 명한다. 곽회 스스로 한밤에 미성으로 가서 방어하면서 표를 올려 낙양으 로 들어가 급히 고하게 한다.

    한편, 위나라 군주 조예가 조회를 열고 있는데 측근 신하가 아뢴다.

    “진창성을 이미 잃고 학소도 이미 죽었습니다. 제갈량이 다시 기산으로 나오고 산관도 촉병이 빼앗았습니다.”

    조예가 크게 놀라는데, 측근 신하는 만총 등이 표를 올렸다고 아뢰면서 이야기한다.

    “동오의 손권이 제호( 황제 호칭 )를 참칭하고 촉과 동맹해 이제 육손을 무창으로 파견해 인마를 훈련하며 조용調用( 작전 배치 )을 기다 리고 있습니다. 조만간에 틀림없이 침범할 것입니다.”

    조예는 두 곳이 위급한 것을 듣고 허둥지둥하며 몹시 놀라고 당황한다. 이때 조진의 병이 아직 낫지 않아 즉시 사마의를 불러 상의한다. 사마의가 말한다.

    “신의 못난 의견으로 헤아려보건대 동오는 틀림없이 거병舉兵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이 어떻게 아시오?”

    “공명은 일찍이 효정猇亭( 유현덕이 육손에게 대패한 곳 )의 원수를 갚을 것을 생각해 지금도 결코 동오를 병탄할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 니다. 다만 중원( 중국의 중심 곧 위나라 )이 그 틈을 노려 공격할까 두려워 잠시 동오와 연맹한 것뿐입니다. 육손도 역시 그 속셈을 아는 까닭에 겉으로 병력을 일으키는 척하며 응하는 것이지 실은 성패成敗를 좌시할 뿐입니다. 폐하께서 동오를 방어할 필요 없이 오로지 촉을 방어해야 합니다.”

    “경은 참으로 고견을 가졌구려!”

    마침내 사마의를 대도독으로 봉해 농서의 제로( 각 방면 ) 군마를 총지휘하게 하고 근신( 측근 신하 )을 시켜 조진의 총병장인總兵將印 ( 병마를 총지휘함을 나타내는 도장 )을 가져오도록 한다. 사마의가 말한다.

    “제가 직접 가서 가져오겠습니다.”

    곧 황제에게 인사하고 조정을 나가 곧바로 조진의 부중으로 가서 먼저 사람을 시켜 부중으로 들어가 알리게 한 뒤에야 사마의가 만나러 들어간다.

    병세를 물은 뒤 사마의가 말한다.

    “동오와 서촉이 회합해 병력을 일으켜 침범하고 이제 공명이 다시 기산으로 나와 영채를 세운 것을 명공께서 아십니까?”

    조진이 아! 놀라며 말한다.

    “우리 집안 사람들이 내 병세가 위중한 것을 알고 내게 알리지 않은 모양이오. 이렇게 국가가 위급한데 어찌 중달을 도독으로 임명해 촉병을 물리치 않는단 말이오?”

    “제가 재주 없고 지혜가 모자라 그런 직분을 감당치 못합니다.”

    “내 대장인을 중달에게 주겠소.”

    “도독께서 염려치 마십시오. 제가 한 팔의 힘이라도 보태겠으나 이 대장인은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조진이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중달이 이 임무를 맡지 않으면 중국( 중원 곧 위나라 )이 위급해지오! 내가 병을 무릅쓰고 천자를 알현해 그대를 추천하겠소!”

    “천자께서 이미 은명恩命( 임금이 내리는 승진이나 사면의 명령 )을 내리셨으나 다만 제가 감히 받지 못했을 따름���니다.”

    조진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중달이 이제 이 직무를 맡는다니 촉병을 물리칠 수 있겠소.”

    사마의가 조진에게 두세 번 대장인을 사양하다가 결국 받은 뒤 위나라 군주에게 인사를 올리고 병력을 이끌고 장안으로 가서 공명과 결 전하고자 한다.

    옛 장수의 대장인을 새 장수가 취하니
    두 장수의 군대가 한데 뭉쳐 오는구나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