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第八十六回 難張溫秦宓逞天辯 破曹丕徐盛用火攻

제86회 진복이 하늘을 논하여 장온을 놀라게 하고 서성이 화공으로 조비를 깨뜨린다

卻說東吳陸遜自退魏兵之後,吳王拜遜為輔國將軍江陵侯,領荊州牧;自此軍權皆歸於遜。張昭、顧雍啟奏吳王,請自改元。權從之 ,遂改為黃武元年。 忽報魏主遣使至,權召入。使命陳說:「蜀前使人求於魏,魏一時不明,故發兵應之;今已大悔,欲起四路兵取川, 東吳可來接應。若得蜀土,各分一半。」

한편, 동오의 육손이 위나라 병력을 물리치자 오왕 손권이 육손을 보국장군 강릉후 형주목으로 임명한다. 이로부터 모든 군권이 육손에 게 넘어간다. 장소와 고옹이 오왕에게 동오 스스로 개원(연호를 고침)할 것을 청한다. 그런데 위나라 군주 조비가 사자를 보냈다 하므 로 손권이 불러들인다. 사명(사자)이 설명한다.

“촉나라에서 지난날 구원을 요청하니 위나라가 한때나마 현명하지 못하게 출병해서 응했습니다. 이제는 크게 후회하고 네 갈래 병력을 일으켜 서천을 취하려는데 동오도 접응해야겠습니다. 촉나라를 얻으면 절반씩 나누겠습니다.”

權聞言,不能決,乃問於張昭、顧雍等。昭曰:「陸伯言極有高見,可問之。」權即召陸遜至。遜至,奏曰:「曹丕坐鎮中原,急不可 圖;今若不從,必 為讎矣。臣料魏與吳皆無諸葛亮之敵手。今且勉強應允,整軍預備,只探聽四路如何。若四路兵勝,川中危急,諸葛亮 首尾不能救,主上則發兵以應之,先取成都, 此為上策;如四路兵敗,別作商議。」

손권이 그말을 듣고 결정하지 못한다. 이에 장소와 고옹 들에게 물으니 장소가 말한다.

“육백언(육손)에게 반드시 높은 식견이 있을 테니 물어보소서.”

손권이 곧바로 육손을 불러들인다. 육손이 이르러 아뢴다.

“조비가 중원을 틀어잡았으니 서둘러 도모하지 못합니다. 이제 따르지 않으면 원수가 되고말겠지만 소신이 보건대 위나라와 오나라는 제갈량의 적수가 아닙니다. 우선은 부득이 응낙하고 군대를 정비하며 위나라의 네 갈래 병력이 어찌되나 탐청해야겠습니다. 네 갈래 병 력이 이기면 천중이 위급해져서 제갈량이 앞뒤로 구원하지 못합니다. 이때 주상께서 곧바로 출병해서 접응해 서천을 선취하는 것이 좋 은 계책입니다. 네 갈래 병력이 패전하면 그때 따로 상의하겠습니다.”

權從之,乃謂魏使曰:「軍需未辦,擇日便當起程。」使者拜辭而去。權令人探得西番兵出西平關,見了馬超,不戰自退;南蠻孟獲起 兵攻四郡,皆被魏延用疑兵計殺退回洞去了;上庸孟達兵至半路,忽然染病不能行;曹真兵出陽平關,趙子龍拒住各處險道,果然一將守 關,萬夫莫開---。曹真屯兵於斜谷道,不能取勝而回。

*疑兵計 /의병계/ 가짜로 진지를 만들어 적병을 현혹시키는 계책.

손권이 그말을 따라서 위나라 사신에게 말한다.

“군수를 아직은 갖추지 못했으니 날을 골라서 길을 떠나겠소.”

사자가 작별을 고하고 떠난다. 손권이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니 서번의 병력이 서평관으로 출병하나 마초를 보더니 싸우지도 않고서 스 스로 물러났다. 남만왕 맹획도 병력을 일으켜 네 고을을 공격하나 위연이 의병계疑兵計로써 모두 무찌르자 본거지로 돌아갔다. 상용의 맹달도 병력을 이끌고 가다가 병에 걸려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위나라 조진이 병력을 이끌고 양평관으로 출격하나 조자룡이 곳곳 의 험로를 틀어막으니 과연 장수 하나가 지키는 관문을 만 명이 열지 못하는 형세였다. 조진이 야곡도에 병력을 주둔하나 마침내 이기지 못하고 돌아갔다.

孫權知了此信,乃謂文武曰:「陸伯言真神算也。孤若妄動,又結怨於西蜀矣。」忽報西蜀遣鄧芝到。張昭曰:「此又是諸葛亮退兵之 計,遣鄧芝為說客 也。」權曰「當何以答之?」昭曰:「先於殿前立一大鼎盛,貯油數百斤,下用炭燒。待其油沸,可選身長面大武士一 千人,各執刀在手,從宮門前直排至殿上,卻喚芝入見。休等此人開言下說詞,責以酈食其說齊故事,效此例烹之,看其人如何對答。」

손권이 이러한 소식을 듣고서 문무관리에게 말한다.

“육백언이 참으로 귀신같이 헤아리오. 고가 함부로 움직였다면 서촉의 원한을 샀겠소.”

그런데 서촉에서 사신 등지를 보냈다 한다. 장소가 말한다.

“이것도 제갈량이 적병을 물리치려는 계책입니다. 등지를 세객(유세객)으로 보냈습니다.”

“어떻게 답해야겠소?”

“먼저 전각 앞에 커다라 솥을 세우고 수백 근의 기름을 담습니다. 그 밑은 숯불을 놓고 기름을 펄펄 끓여 키 크고 얼굴이 큰 무사 천 사람을 가려뽑아 제각기 칼을 쥐고서 궁문에서 전각 위까지 늘어세웁니다. 그 뒤 등지를 불러들여 그가 사설을 늘어놓게 기다리지 마시고 여 식기(한고조 유방을 위해 제나라에서 유세했다가 결국 솥에 삶아졌다)가 제나라에서 유세했던 옛 이야기를 꺼내서 그를 꾸짖으며 여식 기처럼 삶아버리겠다 말씀하셔서 어떻게 답하는지 보소서.”

權從其言,遂立油鼎,命武士立於左右,各執軍器,召鄧芝入。芝整衣冠而入。行至宮門前,只見兩行武士,威風凜凜,各持鋼刀、大 斧、長劍、短戟, 直列至殿前。芝曉其意,並無懼色,昂然而行。至殿前,又見鼎鑊內熱油正沸。左右武士以目視之,芝但微微而笑。近 臣引至簾前,鄧芝長揖不拜。

*短戟 /단극/ 짧은 자루에 여러 갈래의 칼날이 붙은 창.
*鼎鑊 /정확/ 죄인을 삶는 큰 솥.
*昂然 /앙연/ 당당하게.
*長揖 /장읍/ 두손을 모아 허리를 굽히는 인사.

손권이 그 말을 따라서 기름솥을 세운다. 그 좌우에 무사들을 세워서 제각기 무기를 쥐여서 등지를 부른다. 등지가 옷과 갓을 바로잡고 들어온다. 궁문 앞에 이르자 무사들이 양쪽에 위풍도 늠름하게 제각각 강철 칼, 큰 도끼, 긴 검, 짧은 가지 창 들을 들고서 전각 앞까지 늘어섰다. 등지가 그 뜻을 깨닫고도 아무런 두려운 기색 없이 떳떳히 나아간다. 전각 앞에 이르니 죄인을 삶는 큰 솥 속에서 기름이 뜨겁 게 끓어오른다. 좌우 무사들이 바라보니 등지는 오히려 빙긋이 웃고 있다. 측근 신하가 주렴 앞으로 끌고가나 등지는 두 손 모아 허리를 굽힐 뿐 절을 올리지 않는다.

權令捲起珠簾,大喝曰:「何不拜!」芝昂然而答曰:「上國天使,不拜小邦之主。」權大怒曰:「汝不自料,欲掉三寸之舌,效酈生 說齊乎?可速入油 鼎!」芝大笑曰:「人皆言東吳多賢,誰想懼一儒生!」權轉怒曰:「孤何懼爾一匹夫耶?」芝曰:「既不懼鄧伯苗, 何愁來說汝等也?」權曰:「爾欲為諸葛亮作 說客,來說孤絕魏向蜀,是否?」芝曰:「吾乃蜀中一儒生,特為吳國利害而來。乃設兵陳 鼎,以拒一使,何其局量之不能容物耶?」

손권이 주렴을 걷어올려 크게 꾸짖는다.

“어째서 절하지 않냐!”

등지가 앙연히 답한다.

“큰 나라 천자의 사신은 작은 나라 임금에게 절을 올리지 않소.”

손권이 크게 노해 말한다.

“네놈이 주제를 모르고 세치 혀만 믿으며 여생(여식기)이 제나라에서 유세한 옛일을 흉내내냐? 어서 기름솥으로 들어가라!”

등지가 크게 웃으며 말한다.

“동오에 어진 이가 많다고 말들 하지만 한낱 글쟁이를 두려워할 줄 누가 알았으랴!”

손권이 더욱 화노해서 말한다.

“고가 어찌 네까짓 필부놈이 두렵겠냐!”

“등백묘(등지)가 두렵지 않다면서 어째서 유세하러 온다고 두려워하시오?”

“네놈이 제갈량을 위해서 세객으로 왔으니 위나라와 절교하고 촉나라로 돌아서라 말하지 않겠냐?”

“나는 촉나라의 한낱 유생이지만 일부러 오나라의 이해를 위해서 찾아왔소. 그런데 군대를 배치하고 기름솥을 늘어놓아 한낱 사자를 거 부하니 어찌 그런 도량으로 사람들을 받아들이겠소?

權聞言惶愧,即叱退武士,命芝上殿,賜坐而問曰:「吳、魏之利害若何?願先生教我。」芝曰:「大王欲與蜀講和,還是欲與魏講和 ?」權曰;「孤正欲與蜀主講和;但恐蜀主年輕識淺,不能全始全終耳。」芝曰:「大王乃命世之英豪,諸葛亮亦一時之俊傑;蜀有山川之 險,吳有三江之固:若二國連和,共為脣 齒,進則可以兼吞天下,退則可以鼎足而立。今大王若委贄稱臣於魏,魏必望大王朝覲,求太子 以為內侍;如其不從,則興兵來攻,蜀亦順流而進取,如此則江南之 地,不復為大王有矣。若大王以愚言為不然,愚將就死於大王之前, 以絕說客之名也。」

*全始全終 /전시전종/ 처음부터 끝까지 원만하게 나아감.
*命世 /명세/ 당세에 이름나는 것.
*朝覲 /조근/ 황제를 알현하는 것.

손권이 그 말�� 듣더니 어쩔 줄 모르게 부끄럽다. 곧바로 무사를 내쫓고 등지를 전각으로 부른다. 등지를 앉혀서 묻는다.

“오나라와 위나라의 이해가 어떻소? 선생이 가르쳐 주시기 바라오.”

“대왕께서 촉나라와 화친을 맺으시면서 위나라와도 화친을 맺으시렵니까?”

“고는 이제라도 촉주(촉나라 군주)와 화친을 맺고 싶소만 촉주가 어리고 식견이 얕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지내지 못할까 걱정이오.”

“대왕께서 당세의 이름난 영웅호걸이시고 제갈량도 한 시대의 준걸입니다. 촉나라는 산천이 험하고 오나라는 장강이 굳게 막아줍니다. 두 나라가 화친을 맺으면 서로 입술과 이처럼 되니, 나아가면 천하를 함께 삼키고 물러나면 솥발처럼 설 수 있습니다. 이제 대왕께서 인 질을 보내서 스스로 위나라의 신하라 일컬으면, 위나라는 반드시 대왕은 위나라 황제를 알현하고 태자는 황궁 안에서 황제를 모시라 요 구할 것입니다. 그것을 따르지 않아서 위나라가 병력을 일으켜서 온다면 촉나라도 물길을 따라서 진격할 것이고, 이렇다면 강남은 더 이상 대왕이 가지지 못합니다. 대왕께서 제 못난 소견을 그럴 듯하다 여기지 않으시면, 저는 당장 대왕 앞에서 죽어서 세객 노릇을 끝내 겠습니다.”

言訖,撩衣下殿,望油鼎中便跳。權急命止之,請入後殿,以上賓之禮相待。權曰:「先生之言,正合孤意。孤今欲與蜀主連和,先生 肯為我介紹乎?」 芝曰:「適欲烹小臣者,乃大王也;今欲使小臣者,亦大王也;大王猶自狐疑未定,安能取信於人?」權曰:「孤意已 決,先生勿疑。」

그 말을 마치고 옷을 걷어 올려서 기름솥 안으로 뛰어들려는데 손권이 서둘러 막아서 후전으로 불러들여 상빈으로 대우한다. 손권이 말 한다.

“선생의 말씀은 고의 뜻과 들어맞소. 고가 이제 촉주와 화친을 맺으려는데 내 말을 전달해 줄 수 있겠소?”

“방금 소신을 삶으려던 분도 대왕이시요 이제 소신을 사신 삼으려는 분도 대왕이십니다. 대왕께서 여우처럼 의심이 많아서 결정하지 못 한다면 어찌 남 말을 들으시겠습니까?”

“고의 뜻은 벌써 정했으니 선생은 의심하지 마시오.”

於是吳王留住鄧芝,集多官問曰:「孤掌江南八十一州,更有荊、楚之地,反不如西蜀偏僻之處也:蜀有鄧芝,不辱其主;吳並無一 人入蜀,以達孤 意。」忽一人出班奏曰:「臣願為使。」眾視之,乃吳郡吳人:姓張,名溫,字惠恕,現為中郎將。權曰:「恐卿到蜀見 諸葛亮,不能達孤之情。」溫曰:「孔明亦 人耳,臣何畏彼哉?」權大喜,重賞張溫,使同鄧芝入川通好。

이에 오왕이 등지를 머물게 하고서 많은 관리를 모아서 묻는다.

“고가 강남의 여든 두 주를 손에 넣고 형주와 양양을 가졌지만 도리어 서촉의 외진 곳보다 못한 셈이오. 촉나라는 등지가 있어서 군 주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데 오나라는 아무도 촉나라로 들어가 고의 뜻을 전할 사람이 없구려.”

그런데 누군가 자리에서 나와서 아뢴다.

“소신이 사신으로 가겠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보니 오군의 오 출신의 장온 '혜서'이다. 현재는 중랑장이다. 손권이 말한다.

“경이 촉나라로 가서 제갈량을 만나 고의 뜻을 잘 전하지 못할까 걱정이오.”

“공명도 사람일 뿐인데 소신이 어찌 두려워하겠습니까?”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장온에게 큰 상을 내리고 등지와 함께 서천으로 들어가 우호를 맺으라 한다.

卻說孔明自鄧芝去後,奏後主曰:「鄧芝此去,其事必成。吳地多賢,定有人來答禮。陛下當禮貌之,令彼回吳,以通盟好。吳若通和 ,魏必不敢加兵於蜀矣。吳、魏寧靖,臣當征南,平定蠻方,然後圖魏。魏削則東吳亦不能久存,可以復一統之基業也。」後主然之。

한편, 공명은 등지가 떠난 뒤에 후주 유선에게 아뢴다.

“등지가 이번에 가서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오나라는 어진 이가 많으니 틀림없이 누군가 답례하러 올 것입니다. 폐하께서 사신을 예우해 그가 오나라로 돌아가 맹호를 맺도록 만드십시오. 오나라와 화친하면 위나라는 함부로 촉나라에 출병하지 못하게 됩니다. 위나라와 오나라가 평안하면 소신은 남쪽을 정벌해 오랑캐 나라를 평정하고 그 뒤에 위나라를 도모하겠습니다. 위나라가 꺾이면 동오도 오 래가지 못하니 다시금 천하를 하나로 묶는 기업基業을 이룰 것입니다.”

후주가 옳다고 여긴다.

忽報東吳遣張溫與鄧芝入川答禮,後主聚文武於丹墀,令鄧芝、張溫入。溫自以為得志,昂然上殿,見後主施禮。後主賜錦墩,坐於 殿左,設御宴待之。 後主但敬禮而已。宴罷,百官送張溫到館舍。次日,孔明設宴相待。孔明謂張溫曰:「先帝在日,與吳不睦,今已晏 駕。當今主上:深慕吳王,欲捐舊忿,永結盟 好,併力破魏。望大夫善言回奏。」

*丹墀 /단지/ 황제의 궁궐로 이어지는 붉은 계단.
*晏駕 /안가/ 황제의 죽음. 붕어.
*郵亭 /우정/ 고대에 문서를 전달하는 사람이 도중에 쉬도록 마련한 곳. 역관.

그런데 동오에서 장온을 보내서 등지와 더불어 서천으로 들어와 답례한다고 한다. 후주가 문무관리를 궁궐로 모아서 등지와 장온을 불 러들인다. 후주가 예의를 다해 마지않는다. 연회를 끝내고 모든 관리가 장온을 숙소까지 배웅한다. 다음날 공명이 연회를 베풀어 접대한 다. 공명이 장온에게 말한다.

“선제(유현덕)께서 생전에 오나라와 화목하지 못했으나 이미 붕어하셨소. 지금의 주상께서 오왕을 깊이 사모해 옛 원한을 잊고서 영원 히 맹호를 맺고서 힘을 모아서 위나라를 깨고자 하시오. 바라건대 대부께서 돌아가 좋은 말씀을 드리기 바라오.”

張溫領諾。酒至半酣,張溫喜笑自若,頗有傲慢之意。次日,後主將金帛賜與張溫,設宴於城南郵亭之上,命眾官相送。孔明慇懃勸 酒。正飲酒間,忽一 人乘醉而入,昂然長揖,入席就坐。溫怪之,乃問孔明曰:「此何人也?」孔明答曰:「姓秦,名宓,字子勑;現為 益州學士。」溫笑曰:「名稱學士,未知胸中曾學事否?」

*郵亭 /우정/ 고대에 문서를 전달하는 사람이 도중에 쉬도록 하는 곳. 역관.

장온이 응낙한다. 술이 제법 거나하자 장온이 즐겁게 웃으며 마음을 놓아서 제법 오만한 마음도 든다. 이튿날 후주가 황금과 비단을 장 온에게 내리며 성곽 남쪽에 있는 우정郵亭 위에서 잔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서 배웅한다. 공명이 은근히 술을 권한다. 그렇게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누군가 술 취한 채 들어와서 당당히 인사하더니 자리에 앉는다. 장온이 괴이하게 여겨서 공명에게 묻는다.

“이 사람이 누굽니까?”

“현재 익주에서 학사로 있는 진복 '자칙'입니다.”

장온이 웃으며 말한다.

“학사라면 무엇을 배워서 가슴 속에 쌓았는지 궁금하오.”

宓正色而言曰:「蜀中三尺小童,尚皆就學,何況於我?」溫曰:「且說公何所學?」宓對曰:「上至天文,下至地理,三教九流,諸 子百家,無所不 通;古今興廢,聖賢經傳,無所不覽。」溫笑曰:「公既出大言,請即以天為問。天有頭乎?」宓曰:「有頭。」溫曰:「 頭在何方?」宓曰:「在西方。《詩》云:『乃眷西顧。』以此推之,頭在西方也。」

진복이 정색하고 말한다.

“촉에서 삼척동자도 배우러 나서는데 나 같은 이가 배우지 않겠소?”

“그렇다면 무엇을 배우셨소?.”

진복이 대답한다.

“위로는 천문이요 아래로는 지리와 삼교구류, 제자백가,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소. 고금의 흥망성쇠, 성현의 경전 經傳(경전과 해석서), 읽지 않은 것이 없소.”

장온이 웃으며 말한다.

“큰소리치니 하늘의 일을 묻겠소. 하늘은 머리가 있소?”

“머리가 있소.”

“머리는 어느 쪽에 있소?”

“서쪽에 있소. 시경에, 내권서고乃眷西顧(이에 서쪽을 돌아보다)라 했으니 이로써 미루어 머리는 서쪽에 있소.”

溫又問:「天有耳乎?」宓答曰:「天處高而聽卑。《詩》云;『鶴鳴於九皋,聲聞於天。』無耳何能聽?」溫又問:「天有足乎?」宓曰 ;「有足。《詩》云:『天步艱難。』無足何能步?」

*天高聽卑 /천고청비/ 하느님이 높은 곳에 있지만 인간 세상의 선악을 들어 살피고 복과 재앙을 내림.
*九皋 /구고/ 연못 깊은 곳.

장온이 또 묻는다.

“하늘은 귀가 있소?”

“하늘은 높이 있으면서 낮은 곳의 소리를 들어서 살피오. 시경에, 두루미가 저 깊은 연못에서 울어도 하늘에서 듣는다, 하였소. 귀가 없이 어찌 듣겠소?”

장온이 또 묻는다.

“하늘은 발이 달렸소?”

“발도 있소이다. 시경에, 하늘이 힘들고 어렵게 걷는다, 했으니 발이 없이 어찌 걷겠소?”

溫又問:「天有姓乎?」宓曰:「豈得無姓!」溫曰:「何姓?」宓答曰:「姓劉。」溫曰:「何以知之?」宓曰:「天子姓劉,以故知之 。」溫又問曰:「日生於東乎?」宓對曰:「雖生於東,而沒於西。」

진복이 또 묻는다.

“하늘도 성姓이 있소?”

“어찌 성이 없겠소?”

“무슨 성이오?”

진복이 답한다.

“유 씨요.”

“어찌 아오?”

“천자의 성이 유 씨인 것으로 알 수 있소.”

진복이 또 묻는다.

“해는 동쪽에서 생기오?”

“비록 동쪽에서 생기나 서쪽에서 지는 것이오.”

此時秦宓語言清朗,答問如流,滿座皆驚。張溫無語。宓乃問曰:「先生東吳名士,既以天事下問,必能深明天之理。昔混沌既分,陰 陽剖判;輕清者上 浮而為天,重濁者下凝而為地;至共工氏戰敗,頭觸不周山,天柱折,地維缺;天傾西北,地陷東南。天既輕清而上浮 ,何以傾其西北乎?又未知輕清之外,還有何 物?願先生教我。」

*共工氏 /공공씨/ 중국 고대의 전설에 나오는 사람. 불의 신 축융에게 패전한 것에 화가 나서 하늘을 받치는 기둥에 박치기를 해서 하늘 이 기울고 중국의 강이 남동쪽으로 흐르게 됐다고 한다.

이때 진복의 말소리가 맑고 대답이 물 흐르듯하니 자리 앉은 이들이 모두 놀란다. 장온이 아무 말도 못하자 진복이 묻는다.

“선생은 동오의 명사인데 하늘의 일을 물으셨으니 반드시 하늘의 이치를 잘 아실 것이오. 오래전에 천하가 혼돈한 상태에서 갈라지고 음양이 나뉘어졌소. 가볍고 맑은 것은 위로 떠올라 하늘이 되고, 무겁고 탁한 것은 아래로 굳어서 땅이 됐소. 공공씨가 싸움에 지고 불주 산에 박치기를 해서 하늘의 기둥이 부러지고 땅이 엎어졌소. 하늘이 서북쪽으로 기울고 땅은 동남쪽으로 주저앉았소. 하늘은 이미 가볍 고 맑은 것이 위로 떠오른 것인데, 무엇 때문에 서북쪽으로 기울었겠소? 또한 가볍고 맑은 것 밖에 무엇이 둘러싸고 있겠소? 선생께서 가르쳐주시오.”

張溫無言可對,乃避席而謝曰:「不意蜀中多出俊傑!恰聞講論,使僕頓開芧塞。」孔明恐溫羞愧,故以善言解之曰:「席間問難,皆 戲談耳。足下深知安邦定國之道,何在脣齒之戲哉?」溫拜謝。孔明又令鄧芝入吳答禮,就與張溫同行。張、鄧二人拜辭孔明,望東吳而 來。

*茅塞 /모색/ 띠풀이 우거져서 길이 막힘. 어리석고 무지함.

장온이 대답할 말이 없어 자리를 피하며 사례한다.

“뜻밖에도 촉나라에 준걸이 많구려! 강론을 듣고서야 제 무지몽매를 깨우쳤소.”

공명은 장온이 부끄러울까 걱정해서 좋은 말로 풀어준다.

“술자리에서 질문이 어려웠지만 모두 농담일 뿐이오. 족하께서 나라를 편안케 하는 길을 깊이 아시겠지 어찌 말장난을 아시겠소?”

장온이 고개숙여 고마워한다. 공명이 또한 등지에게 다시 오나라로 들어가 답례하라며 함께 가도록 한다. 장온과 등지 두 사람이 공명에 게 작별을 고하고 동오로 찾아간다.

卻說吳王見張溫入蜀未還,乃聚文武商議。忽近臣奏曰;「蜀遣鄧芝同張溫入國答禮。」權召入。張溫拜於殿前,備稱後主、孔明之 德,願求永結盟好, 特遣鄧尚書又來答禮。權大喜,乃設宴待之。權問鄧芝曰:「若吳、蜀二國同心滅魏,得天下太平,二主分治,豈不 樂乎?」芝答曰:「『天無二日,民無二王』。 如滅魏之後,未識天命所歸何人。但為君者,各修其德;為臣者,各盡其忠,則戰爭方息 耳。」權大笑曰:「君之誠款,乃如是耶!」遂厚贈鄧芝還蜀。自此吳、蜀 通好。卻說魏國細作人探知此事,火速報入中原。

*誠款 /성관/ 성심. 진심.

한편, 오왕은 장온이 촉나라로 들어가 아직 돌아오지 않자 문무관리를 모아서 상의한다. 그런데 측근 신하가 아뢴다.

“촉나라가 등지를 장온과 함께 보내,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답례한다고 합니다.”

손권이 불러들인다. 장온이 전각 앞에 엎드려 후주와 공명의 덕을 두루 칭송하며 촉나라가 맹호를 영원히 맺고자 일부러 상서 등지를 보 내어 답례한다 말한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술자리를 베풀어 대접한다. 손권이 등지에게 묻는다.

“오나라와 촉나라가 한마음으로 위나라를 멸하면 천하가 태평하고 두 임금이 나눠서 다스릴 테니 어찌 기쁘지 않겠소?”

“하늘에 두 개의 해가 없고 백성에게 두 임금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위나라를 멸한 뒤에 천명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아직은 알지 못합니 다. 다만 임금 된 이는 덕을 갈고닦고 신하 된 이는 충성을 다해서 전쟁을 치뤄야 안식이 올 따름입니다.”

손권이 크게 웃는다.

“그대의 충심이 참으로 이와 같구려!”

등지에게 크게 상을 내리고 촉으로 돌려보낸다. 이로부터 오나라와 촉나라가 우호를 맺는다. 한편, 이 일을 위나라의 세작인(간첩)이 탐지해서 부리나케 중원으로 알리러 들어간다.

魏主曹丕聽知,大怒曰:「吳、蜀連和,必有圖中原之意也。不若朕先伐之。」於是大集文武,商議起兵伐吳。此 時大司馬曹仁、太尉賈 詡已亡。侍中辛毗出班奏曰:「中原之地,土闊民稀,而欲用兵,未見其利。今日之計,莫若養兵屯田十年,足食足兵,然後用之,則吳、 蜀 方可破也。」丕怒曰:「此迂儒之論也!今吳、蜀連和,早晚必來侵境,何暇等待十年?」即傳旨起兵伐吳。司馬懿奏曰:「吳有長江 之險,非船莫渡。陛下必御駕 親征,可選大小戰船,從蔡潁而入淮,取壽春,至廣陵,渡江口,逕取南徐:此為上策。」

위나라 군주 조비가 듣고서 크게 화내며 말한다.

“오나라와 촉나라가 화친을 맺다니 틀림없이 중원을 도모할 속셈이오. 짐이 먼저 정벌하는 것만 못하겠소.”

이에 문무관리를 크게 모으더니 병력을 일으켜 오나라를 치는 것을 상의한다. 이때 대사마 조인과 태위 가후는 이미 죽고 없다. 시중 신 비가 자리에서 나와서 아뢴다.

“중원은 지금 땅은 넓지만 백성이 적으니 병력을 일으킨들 아직은 이롭지 않습니다. 오늘날 쓸 계책은 앞으로 십 년은 병력을 기르며 둔 전을 실시해서 식량과 병력을 넉넉히 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그런 뒤 병력을 운용해야 오나라와 촉나라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조비가 화내며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비의 이야기오! 이제 오나라와 촉나라가 화친을 맺으면 조만간 국경을 침범할 텐데 어찌 한가롭게 십 년을 기다리겠 소?”

곧바로 교지를 내려서 병력을 일으켜 오나라를 치려는데 사마의가 아뢴다.

“오나라는 장강이 험해 배가 없으면 건너지 못합니다. 폐하께서 반드시 어가를 타고 몸소 정벌하시려면 크고 작은 싸움배를 갖추어 채 영 땅에서 진격해서 수춘을 빼앗고 광릉에 이르서 강구를 건너서 곧바로 남서를 빼앗는 것이 상책입니다.”

丕從之。於是日夜併工,造龍舟十隻,長二十餘丈,可容二千餘人;收拾戰船三千餘隻。魏黃初五年秋八月,會聚大小將士,令曹真 為前部,張遼、張 邰、文聘、徐晃等為大將先行,許褚、呂虔為中軍護衛,曹休為合後,劉曄、蔣濟為參謀。前後水陸軍馬三十餘萬,剋 日起兵。封司馬懿為尚書僕射,留在許昌。凡 國政大事,並皆聽懿決斷。

조비가 이 말을 따른다. 이날부터 밤낮없이 공사를 다그쳐서 용주(용처럼 폭이 좁고 긴 배) 열 척을 만드니 길이가 스무 길 남짓으로 이 천 사람도 실을 만하다. 싸움배를 삼천 척 넘게 만든다. 위나라 황초 오 년 가을 팔 월에 높고 낮은 장수와 관리를 불러모아 명령을 내리 니 조진을 선봉으로 삼고, 장요, 장합, 문빙 들을 대장으로 삼아서 앞서게 한다. 허저, 여건은 중군에서 호위를 맡고 조휴가 합후(선봉의 반대)를 맡는다. 유엽, 장제는 참모가 된다. 앞뒤로 물과 뭍으로 병사들이 삼십만이 넘는데 날을 골라서 병력을 일으킨다. 사마의를 상서 복야로 앉혀서 허창에 머물게 해서 모든 나랏일은 모두 사마의에게 물어서 처리하게 한다.

不說魏兵起程。卻說東吳細作探知此事,報入吳國。近臣慌奏吳王曰:「今魏王曹丕,親自乘駕龍舟,提水陸大軍三十餘萬,從蔡潁 出淮,必取廣陵,渡 江來下江南,甚為利害。」孫權大驚,即聚眾文武商議。顧雍曰:「今主上既與西蜀連和,可修書與諸葛孔明,令起 兵出漢中,以分其勢;一面遣一大將,屯兵南徐 以拒之。」權曰:「非陸伯言不可當此重任。」雍曰:「陸伯言鎮守荊州,不可輕動。」 權曰:「孤非不知:奈眼前無替力之人。」

*利害 /이해/ “재앙”이란 뜻도 있다.

위나라 병력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동오의 세작이 탐지해서 오나라로 알리러 들어간다. 측근 신하가 허겁지겁 오왕에게 아뢴다.

“이제 위왕 조비가 몸소 용주를 타고서 물과 뭍에서 삼십만이 넘는 대군을 거느리고 채영에서 출진해서 틀림없이 광릉을 취하려는데, 장 강을 건너서 강남에 상륙한다면 큰 재앙입니다.”

손권이 크게 놀라서 곧바로 문무관리를 불러모아 상의한다. 고옹이 말한다.

“이제 주상께서 이미 서촉과 화친을 맺었으니 서신을 가다듬어 제갈공명에게 보내서 병력을 일으켜서 한중에서 출격해서 세력을 나누게 하십시오. 동시에 대장을 한 사람 보내서 남서에 주둔해서 막도록 하십시오.”

“육백언(육손)이 아니면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맡을 수 없겠소.”

“육백언은 형주를 지키고 있어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고가 그것을 몰라서가 아니오. 눈앞에 아무도 그를 대신할 이가 없구려.”

言未盡,一人從班部內應聲而出曰:「臣雖不才,願統一軍以當魏兵。若曹丕親渡大江,臣必生擒,以獻殿下;若不渡江,亦殺魏兵 大半,令魏兵不敢正 視東吳。」權視之,乃徐盛也。權大喜曰:「如得卿守江南一帶,孤何憂哉?」遂封徐盛為安東將軍,總鎮都督建業 、南徐軍馬。盛謝恩,領命而退;即傳令教眾官 軍多置器械,多設旌旗,以為守護江岸之計。

말을 미처 마치기 앞서서 한 사람이 자리에서 재빨리 나온다.

“소신이 비록 재주는 없으나 바라건대 한 무리 군대를 통솔해서 위병(위군)을 막겠습니다. 조비가 몸소 장강을 건넌다면 소신이 기필코 사로잡아서 전하께 바치겠습니다. 장강을 건너지 않더라도 위병의 태반을 죽여서 위병이 감히 동오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손권이 누군가 보니 바로 서성이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경이 강남 일대를 지킨다면 고가 무엇을 걱정하겠소?”

곧 서성을 안동장군으로 봉해서 건업과 남서의 군마를 모두 지휘하게 한다. 서성이 성은에 감사하며 어명을 받들어 물러간다. 곧바로 관 군에게 명령을 내려서 무기와 장비를 잔뜩 갖추고 깃발들을 곳곳에 세워서 강가를 지키는 계책으로 삼는다.

忽一人挺身出曰:「今日大王以重任委託將軍,欲破魏兵以擒曹丕,將軍何不早發軍馬渡江,於淮南之地迎敵?直待曹丕兵至,恐無 及矣。」盛視之,乃 吳王姪孫韶也。韶字公禮,官授揚威將軍,曾在廣陵守禦;年幼負氣,極有膽勇。盛曰:「曹丕勢大,更有名將為先 鋒,不可渡江迎敵。待彼船皆集於北岸,吾自有 計破之。」韶曰:「吾手下自有三千軍馬,更兼深知廣陵路勢,吾願自去江北,與曹丕決 一死戰。如不勝,甘當軍令。」

그런데 한 사람이 일어나서 나오며 말한다.

“오늘 대왕께서 막중한 임무를 장군에게 맡겨서 위병을 깨뜨려 조비를 생포하려는데 장군은 어째서 군마를 빨리 동원해서 강을 건너지 않고, 회남에서 적병을 맡겠다 하시오? 조비 병력이 오기만 기다리다 후회막급할까 두렵소.”

서성이 바라보니 바로 오왕의 조카 손소다. 손소의 자는 공례이며 벼슬은 양위장군으로 일찍의 광릉을 수비했다. 나이가 어리지만 남에 게 지기 싫어하고 담력과 용기가 대단하다. 서성이 말한다.

“조비의 군세가 대단한데다 이름난 장수를 선봉으로 삼았으니 우리가 강을 건너서 칠 수는 없소. 저들의 배가 북쪽 강가에 모두 모이기 를 기다려서 깨뜨릴 계책이 내게 있소.”

“내 수하에 삼천 군마가 있고 광릉의 도로와 지형을 잘 알고 있으니 바라건대 스스로 강북으로 가서 조비와 한바탕 죽기살기로 싸우겠소 . 이기지 못하면 군령을 달게 받겠소.”

盛不從。韶堅執要去。盛只是不肯,韶再三要行。盛怒曰:「汝如此不聽號令,吾安能制諸將乎?」叱武士推出斬之。刀斧手擁孫韶出 轅門之外,立起皂旗。韶部將飛報孫權。權聽知,急上馬來救。武士恰待行刑,孫權早到,喝散刀斧手,救了孫韶,韶哭奏曰:「臣往年 在廣陵,深知地理;不就那裏與曹丕廝殺,直 待他下了長江,東吳指日休矣!」

*轅門 /원문/ 군문. 영문. 군영의 문.
*皂旗 /조기/ 검은 깃발.
*指日 /지일/ 머지않은 날. 요 며칠.

서성이 따르지 않는데도 손소가 고집을 부리며 가겠다 한다. 서성이 들어줄 마음이 없어도 손소는 거듭 가겠다 하니 서성이 화내며 말한 다.

“네가 이렇게 호령(군령)을 듣지 않는다면 내 어찌 장수들을 통제하겠냐?”

무사들에게 소리쳐서 끌어내서 참하라 한다. 도부수(도끼와 칼을 든 무사)들이 손소를 붙잡아서 원문(군문) 밖으로 끌고가서 검은 깃발을 세운다. 손소의 부하장수가 손권에게 급보하니 손권이 서둘러 말을 타고 손소를 구하러 온다. 무사가 이제 형을 집행하려는데 손권이 어느새 도착해서 도부수를 쫓아서 손소를 구한다. 손소가 소리내 울며 아뢴다.

“소신이 왕년에 광릉에 있어서 그곳 지리를 잘 압니다. 그곳으로 나아가서 조비를 무찌르지 않고서 그가 장강을 건너기를 기다린다면 동 오는 머지않아 끝장입니다!”

權逕入營來。徐盛迎接入帳,奏曰:「大王命臣為都督,提兵拒魏;今揚威將軍孫韶,不遵軍法,違令當斬,大王何故赦之?」權曰: 「韶倚血氣之壯, 誤犯軍法,萬希寬恕。」盛曰:「法非臣所立,亦非大王所立,乃國家之典刑也。若以親而免之,何以令眾乎?」權曰 :「韶犯法本應任將軍處治;奈此子雖本姓俞 氏,然孤兄甚愛之,賜姓孫。於孤頗有勞績,今若殺之,負兄義矣。」盛曰:「且看大王之 面,寄下死罪。」權令孫韶拜謝。韶不肯拜,厲聲而言曰:「據吾之見, 只是引軍破曹丕!便死也不服你的見識!」徐盛變色。權叱退孫 韶,謂徐盛曰:「便無此子,何損於吳?今後勿再用之。」言訖自回。是夜人報徐盛,說孫韶引本部 三千精兵,潛地過江去了。盛恐有失 ,於吳王面上不好看,乃喚丁奉授以密計,引三千兵渡江接應。

*典刑 /전형/ 법률. 형법. 처벌규정.
*勞績 /노적/ 공로와 업적.

손권이 곧장 영내로 들어가니 서성이 영접해서 안으로 들여서 아뢴다.

“대왕께서 소신을 도독으로 삼아서 병력을 거느려서 위나라를 막으라 하셨습니다. 이제 양위장군 손소가 군법을 준수하지 않고 군령을 어기니 마땅히 참해야겠는데 대왕께서 무슨 까닭에 풀어주십니까?”

“손소가 혈기가 바야흐로 장한 탓에 군법을 어겼으니 제발 너그럽게 용서하기 바라오.”

“법은 소신이 세운 것도 대왕께서 세우신 것도 아니고 국가의 전형입니다. 친척이라고 풀어주면 어찌 사람들에게 명령이 듣겠습니까?”

“손소가 법을 어긴 것은 마땅히 장군의 처치에 맡겨야 하오. 그러나 이 애는 본래 성이 유 씨인데 고의 형님께서 몹시 아껴서 손 씨 성을 내렸소. 고에게 제법 공로를 쌓았는데 이제 죽인다면 형제의 의리를 저버리게 되오.”

“우선 대왕의 체면을 봐서, 죽을 죄를 잠시 미루겠습니다.”

손권이 손소더러 서성에게 절을 올리라 하지만 손소가 기꺼워하지 않고 오히려 서성에게 소리높여 말한다.

“내 의견을 따르면 반드시 군을 이끌고 조비를 깨뜨릴 수 있소! 죽더라도 그대의 생각을 따르지 못하겠소!”

서성의 낯빛이 바뀐다. 손권이 손소를 꾸짖어 내쫓고 서성에게 말한다.

“이런 녀석 하나 없은들 오나라에 손해가 있겠소? 이제부터 다시는 그를 쓰지 마시오.”

말을 마치고 돌아간다. 이날밤 누군가 서성에게, 손소가 자신의 수하 정병 3천을 거느리고 강을 건넜다 알린다. 서성은 그들이 잘못되면 오왕의 체면을 깎을까 두려워, 곧 정봉을 불러서 비밀계획을 건네주며 3천 병력을 이끌고 강을 건너서 도우라 한다.

卻說魏王駕龍舟至廣陵,前部曹真已領兵列於大江之岸。曹丕問曰:「江岸有多少兵?」真曰:「隔岸遠望,並不見一人,亦無旌旗營 寨。」丕曰:「此 必詭計也。朕自往觀其虛實。」於是大開江道,放龍舟直至大江,泊於江岸。船上建龍鳳日月五色旌旗,鑾儀簇擁,光 耀射目。曹丕端坐舟中,遙望江南,不見一 人,回顧劉曄、蔣濟曰:「可渡江否?」曄曰:「兵法實實虛虛。彼見大軍至,如何不作整備 ?陛下未可造次。且待三五日,看其動靜,然後發先鋒渡江以探之。」 丕曰:「卿言正合朕意。」是日天晚,宿於江中。當夜月黑。軍士 皆執燈火,明耀天地,恰如白晝。遙望江南,並不見半點兒火光。

한편, 위왕 조비가 용주를 타고서 광릉에 이르고, 선봉 조진은 벌써 병력을 이끌고 대강大江(장강) 가에 포진한다. 조비가 묻는다.

“강가에 얼마나 병력이 있소.”

조진이 말한다.

“강 건너 멀리 바라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아무 깃발이나 영채도 없습니다.”

“틀림없이 속임수요. 짐이 직접 그 허실을 살피러 가겠소.”

이에 물길을 크게 열어서 용주를 내어서 대강에 이르러 강가에 정박한다. 용주 위에, 용과 봉황, 해와 달을 그려놓은 다섯가지 빛깔의 깃 발을 세우고 여러가지 황제의 장식물을 가득 채우니, 그 빛이 눈부시다. 조비가 용주 안에 가만히 앉아서 멀리 강남을 바라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고개 돌려 유엽과 장제를 돌아보며 말한다.

“강을 건너도 되지 않겠소?”

유엽이 말한다.

“병법에 실실허허實實虛虛라 했사옵니다. 저들이 대군이 오는데 어찌 정비하지 않았겠습니까? 페하께서 서두르지 마시옵소서. 우선 사 나흘을 기다려서 저들의 동정을 살피고, 그런 뒤에 선봉을 보내서 강을 건너 정탐하도록 하소서.”

“경의 말씀이 내 뜻과 들어맞소.”

이날 날이 저물어 강물 위에서 밤을 보낸다. 이날밤 달이 구름에 가려져 컴컴한데 병사들 모두 등불을 드니, 하늘과 땅을 비추어 흡사 대 낮처럼 밝다. 멀리 강남을 바라보니 역시 불빛 한 점 보이지 않는다.

丕問左右曰:「此何故也?」近 臣奏曰:「想聞陛下天兵來到,故望風逃竄耳。」丕暗笑。及至天曉,大霧迷漫,對面不見。須臾風起, 霧散雲收,望見江南一帶皆是連城;城樓上鎗刀耀日,遍城 盡插旌旗號帶。頃刻數次人來報:「南徐沿江一帶,直至石頭城:一連數百里 ,城郭舟車,連綿不絕,一夜成就。」曹丕大驚。原來徐盛束縛蘆葦為人,盡穿青衣, 執旌旗,立於假城疑樓之上。魏兵見城上許多人馬 ,如何不膽寒?丕歎曰:「魏雖有武士千群,無所用之。江南人物,未可圖也!」正驚訝間,忽然狂風大作,白浪 滔天,江水濺濕龍袍, 大船將覆。曹真慌令文聘撐小舟急來救駕。龍舟上人站立不住。文聘跳上龍舟,負丕下得小舟,奔入河港。忽流星馬報道:「趙雲引兵出 陽平 關,逕取長安。」丕聽得,大驚失色,便教收軍。眾軍各自奔走。背後吳兵追至。丕傳旨教盡棄御用之物而走。龍舟將次入淮,忽然 鼓角齊鳴,喊聲大震,刺斜裏一 彪軍殺到;為首大將,乃孫韶也。魏兵不能抵當,折其大半,淹死者無數。

*望風逃竄 /망풍도찬/ 보자마자 달아남. 강력한 적군이 온다고 듣자마자 달아남.

조비가 좌우의 사람에게 묻는다.

“대체 어찌된 까닭이오?”

측근 신하가 아뢴다.

“생각건대 폐하의 천병(천자의 군대)이 온다고 하자 허겁지겁 달아났을 뿐입니다.”

조비가 속으로 비웃는다. 동틀 무렵 안개가 크게 껴서 천지에 자욱하니 서로 얼굴도 못 알아보겠다. 잠시 뒤 바람이 일더니 안개가 흩어 지고 구름이 걷힌다. 멀리 강남 일대가 모두 연달아 성벽이고, 성루 위에 창칼이 햇빛에 번쩍인다. 성벽 곳곳에 모두 각종 깃발과 호대號 帶(깃대에 매달아 신호하는 긴 명주 띠)가 꽂혔다. 눈 깜빡할 사이에 몇 사람이나 와서 알린다.

“남서의 강변 일대에서 석두성까지 수백 리를 잇달아서 성곽과 배와 수레가 실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모두 하룻밤새 이루어졌습니다 .”

조비가 크게 놀란다. 원래, 서성이 갈대를 엮어서 허수아비를 만들어 모조리 푸른 옷을 입히고 깃발을 쥐어서 가짜 성곽과 보루 위에 세 운 것이다. 위나라 병사들이 성 위에 허다한 인마가 있는 것을 보고 어찌 간담이 서늘하지 않겠는가? 조비가 탄식한다.

“위나라에 무사들 무리가 천을 넘지만 아무 소용이 없구나. 강남의 인물들을 아직은 도모할 수 없구나!”

이렇게 놀라고 있는데 갑자기 미친 듯이 바람이 크게 불어서 하얀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거리고 강물이 튀어서 용포(임금의 옷)를 적신 다. 또한 크고 작은 배들이 뒤집어지려 한다. 조진이 허둥지둥 문빙을 시켜서 작은 배를 저어와서 황제를 구원하게 한다. 용주 위에 사람 이 똑바로 서 있지 못하는데 문빙이 용주 위로 뛰어올라 조비를 업고 작은 배로 내려와서 하항河港(큰 강의 항구)으로 달아난다. 그런데 유성마流星馬(고대의 통신연락병)가 알린다.

“조운이 양평관을 나와서 장안을 공격하러 달려옵니다.”

조비가 듣더니 너무 놀라서 낯빛이 하얗게 질려서 어서 병사들을 거두라 명한다. 병사들이 제각기 달아나는데 그 뒤에서 오나라 병사들 이 뒤쫓아 온다. 조비가 교지를 내려서 천자의 물건도 모조리 버리고 달아나라 한다. 조비가 탄 용주가 곧 회하淮河淮水로 들어가려는 데 갑자기 북소리 피리소리 한꺼번에 울리고 함성이 크게 뒤흔들며 옆에서 1군이 몰려오니 선두 대장은 바로 손소다. 위나라 병사들이 막아내지 못하고 태반이 꺾이고 물에 빠져 죽은 이를 헤아릴 수 없다.

諸將奮力救出魏主。魏主渡淮河,行不三十里,淮河中一帶蘆葦,預灌魚油,盡皆火著;順風而下,風勢甚急;火燄漫空,截住龍舟。 丕大驚,急下小船。傍岸時,龍舟上早已火著。丕慌忙上馬,岸上一彪軍殺來,為首大將,乃丁奉也。張遼急拍馬來迎,被奉一箭射中其 腰,卻得徐晃救了,同保魏主而走;折軍無 數。背後孫韶、丁奉奪得馬匹、車仗、船隻、器械,不計其數。魏兵大敗而回。吳將徐盛,全 獲大功。吳王重加賞賜。張遼回到許昌,箭瘡迸裂而亡。曹丕厚葬之, 不在話下。

장수들이 힘을 떨쳐서 위나라 군주를 구출한다. 위나라 군주가 회하를 따라서 삼십 리를 못 가서 회하 가운데에 갈대밭이 있다. 그곳에 미리 물고기 기름을 부어놓았는데 모조리 불붙는다. 불길이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데 바람이 몹시 거세다. 불꽃이 하늘에 가득 타올라서 조비가 타고 있는 용주를 가로막는다. 조비가 크게 놀라 다급하게 작은 배로 내려간다. 강가에 닿을 때 용주 위에도 어느새 불이 붙었다. 조비가 허둥지둥 말을 타는데 강둑 위에서 1군이 몰려오니 선두 대장은 정봉이다. 장요가 급하게 말을 몰아서 맞이하다가 정봉 이 쏜 화살을 허리에 맞는다. 그러나 서황이 구출해서 위나라 군주를 지키며 달아난다. 꺾인 병사가 무수하다. 그 뒤에서 손소와 정봉이 말, 수레, 무기, 배 들을 빼앗고 거두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위군이 크게 져서 돌아간다. 오나라 장수 서성이 오롯이 큰 공을 세운다. 오왕이 크게 상을 내린다. 장요가 허창으로 돌아가서 마침내 화살 맞은 상처가 터져서 죽는다. 조비가 그를 후하게 장사 지낸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卻說趙雲引兵殺出陽平關之次,忽報丞相有文書到,說益州耆帥雍闓結連蠻王孟獲,起十萬蠻兵侵掠四郡;因此宣雲回軍,令馬超堅 守陽平關,丞相欲自南征,趙雲乃急收兵而回。此時孔明在成都整飭軍馬,親自南征。正是:

*耆帥 /기사/ 사납고 반란을 일으킨 장수.
*整飭 /정칙/ 정돈.

한편, 조운이 병력을 이끌고 양평관에서 출격하는데 갑자기 승상이 보낸 문서가 도착했다고 한다. 익주의 기사耆帥 옹개가 남만왕 맹획과 연결해서 오랑캐 병사 십만을 거느리고 네 고을을 침략했기에 조운더러 군대를 돌리라 이르고, 마초를 시켜 양평관을 굳게 지키게 하고 , 승상은 스스로 남쪽을 정벌하려 한다고 한다. 이에 조운이 급히 병력을 거둬 돌아간다. 이때 공명은 성도에서 군마를 정비해서 몸소 남쪽을 정벌하려 한다.

方見東吳敵北魏,
又看西蜀戰南蠻。

방금 동쪽 오나라가 북쪽 위나라와 맞섰는데
다시 서쪽 촉나라가 남쪽 오랑캐와 싸우겠구나

未知勝負如何,且看下回分解。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