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第八十八回 渡瀘水再縛番王 識詐降三擒孟獲 

제88회 공명이 노수를 건너서 오랑캐왕을 두번째 사로잡고, 항복을 가장한 맹획을 세번째 잡는다

卻說孔明放了孟獲,眾將上帳問曰:「孟獲乃南蠻渠魁,今幸被擒,南方便定;丞相何故放之?」孔明笑曰:「吾擒此人,如囊中取 物耳。直須降伏其心,自然平矣。」諸將聞言,皆未肯信。當日孟獲行至瀘水,正遇手下敗殘的蠻兵,皆來尋探。眾兵見了孟獲,且驚且 喜,拜問曰:「大王如何能夠回來?」獲曰:「蜀人監我在帳中,被我殺 死十餘人,乘夜黑而走;正行間,逢著一哨馬軍,亦被我殺之, 奪了此馬:因此得脫。」 眾皆大喜,擁孟獲渡了瀘水,下住寨柵,會集各洞酋長,陸續招聚原放回的蠻兵,約有十餘萬騎。

*渠魁 /거괴/ (반란군 등의) 수괴, 우두머리, 두령, 수령

한편, 공명이 맹획을 놓아주자 장수들이 군막으로 들어와 묻는다.

“맹획은 바로 남만의 수괴입니다. 이제 다행히 잡아 남방을 곧 평정할 것인데 승상께서 무슨 까닭으로 풀어주십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내가 그를 잡는 것은 마치 주머니 속 물건을 꺼내는 것과 같을 뿐이오. 반드시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자연스럽게 평정될 것이오.”

장수들 모두 그 말을 듣고도 아직은 기꺼이 믿지 못한다. 그날 맹획이 노수瀘水에 이르러, 수하의 남만 패잔병들을 마주치니 모두 그를 찾아온다. 병사들이 맹획을 보더니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절을 올리며 묻는다.

“대왕께서 어떻게 쉽게 돌아오셨습니까?”

“촉인들이 나를 가두었으나 내가 열 사람 남짓 죽이고 야음을 틈타 빠져나왔소. 도중에 보초를 서는 마군(기병)을 만나, 역시 죽이고 말을 빼앗았소. 이렇게 빠져나온 것이오.”

모두 크게 기뻐하며 맹획을 호위해 노수를 건너, 채책(진지)을 세우고 각 고을에서 추장을 소집한다. 원래 풀려난 남만병들을 줄줄이 불 러모으니 10만 기 남짓이다.

此時董荼那、阿會喃已在洞中。孟獲使人去請,二人懼怕,只得也引洞兵來。獲傳令曰:「吾已知諸葛亮之計矣,不可與戰,戰則中 他詭計。彼川兵遠來勞苦,況即日天炎,彼兵豈能久住?吾等有此瀘水之險,將船筏盡拘在南岸,一帶皆築土城,深溝高壘,看諸葛亮如 何施謀!」眾酋長從其計,盡拘船筏於南岸,一帶築起土城:有依山傍崖之地,高豎敵樓;樓上多設弓弩炮石,準備久處之計。糧草皆是 各洞供運。孟獲以為萬全之策,坦然不憂。

*炮石 /포석/

이때, 동도나와 아회남이 고을에 있었다. 맹획이 사람을 시켜 부르자 두 사람이 두려워하며 그제서야 고을의 병력을 이끌고 온다. 맹획 이 전령한다.

“내 이미 제갈량의 계책을 알았소. 더불어 싸우지 말아야 하니 싸우면 속임수에 빠지오. 천병(서천과 양천의 병력)이 멀리 오느라 피로 한데다 이제 날씨까지 불볕더위니 어찌 오래 주둔하겠소? 이렇게 노수가 험준하니 배와 뗏목으로 모조리 남쪽 물가로 옮겨 그곳 일대 에 토성을 쌓고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게 쌓은 채, 제갈량이 어떤 꾀를 부리는가 보겠소!”

추장들이 그 계책을 따를 뿐이다. 배와 뗏목으로 모조리 남쪽 물가로 넘어가 일대에 토성을 쌓아올린다. 산기슭과 절벽에 높이 적루(적 병을 감시하는 망루)를 쌓고 그 위에 궁노(활과 쇠뇌)와 포석(돌 포탄)을 잔뜩 올려 오래 머물 셈이다. 군량과 말먹이풀은 각 고을에서 함께 운반한다. 맹획이 만전萬全의 계책으로 여겨 마음 놓고 아무 걱정이 없다.

卻說孔明提兵大進,前軍已至瀘水,哨馬飛報說:「瀘水之內,並無船筏;又兼水勢甚急,隔岸一帶築起土城,皆有蠻兵守把。」時值 五月,天氣炎熱,南方之地,分外炎酷,軍馬衣甲,皆穿不得。孔明自至瀘水邊觀畢,回到本寨,聚諸將至帳中,傳令曰:「今孟獲兵屯 瀘水之南,深溝高壘,以拒我兵;吾既提兵至此,如何空回?汝等各各引兵,依山傍樹,揀林木茂盛之處,與我將息人馬。」乃遣呂凱離 瀘水百裡,揀陰涼之地,分作四個寨子;使王平、張嶷、張翼、關索各守一寨,內外皆搭草棚,遮蓋馬匹,將士乘涼,以避暑氣。

*草棚 /초붕/ 초막. 초가집.
*乘涼 /승량/ 뜨거운 열기를 피해, 바람이 통하는 시원한 곳에서 쉬는 것.

한편, 공명이 병력을 거느리고 크게 나아가 선두 병사는 이미 노수에 이르렀는데 초마(정찰병)가 급보를 올린다.

“노수 물 위에 아무런 배나 뗏목이 없고 게다가 물살이 몹시 빠른데 강 건너 일대에 토성을 쌓아 올리고 모두 남만병들이 지키고 있습니 다.”

이때 5월이라 날씨가 불볕인데 남쪽의 땅은 유달리 불같이 더워 병사들이 옷이며 갑옷을 모두 입지 못한다. 공명이 몸소 노수의 물가에 이르러 관찰하더니 본채로 되돌아와 장수들을 군막 안으로 불러모아, 전령한다.

“이제 맹획이 노수 남쪽에 주둔해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여 아군을 막으려 하오. 내 이미 병력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거늘 어찌 빈손 으로 돌아가겠소? 그대들은 각각 병력을 이끌고 산과 숲 가까이 나무가 우거진 곳을 골라, 인마들을 쉬게 하시오.”

이에 여개를 노수에서 백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 그늘지고 서늘한 곳을 골라, 영채 네 곳을 따로 세운다. 왕평, 장의, 장익, 관색을 시켜 , 한 곳씩 지키고, 안팎으로 모두 풀로 지붕을 이어, 말들을 덮어주고, 장수와 병사들도 서늘한 곳에서 더위를 피한다.

參軍蔣琬看了,入問孔明曰:「某看呂凱所造之寨甚不好,正犯昔日先帝敗於東吳時之地勢矣,倘蠻兵偷渡瀘水,前來劫寨,若用火 攻,如何解救?」孔明笑曰:「公勿多疑,吾自有妙算。」蔣琬等皆不曉其意。

참군 장완이 이런 모습을 보더니, 들어와 공명에게 묻는다.

“제가 보기에 여개가 만든 영채가 몹시 좋지 않습니다. 바로, 지난날 선제 폐하를 동오에게 패전하게 만든 지세地勢와 같습니다. 남만병 들이 몰래 노수를 넘어, 영채를 쳐들어와, 화공을 쓴다면, 어떻게 구원하겠습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공은 더 의심하지 마시오. 내게 묘책이 있소.”

장완을 비롯해 모두 그 뜻을 깨닫지 못한다.

忽報蜀中差馬岱解暑藥並糧米到。孔明令入。岱參拜畢,一面將米藥分派四寨。孔明問曰:「汝將 帶多少軍來?」馬岱曰:「有三千 軍。」孔明曰:「吾軍累戰疲睏,欲用汝軍,未知肯向前否?」岱曰:「皆是朝廷軍馬,何分彼我?丞相要用,雖死不辭。」孔明曰:「今 孟獲拒住瀘水,無路可渡。吾欲先斷其糧道,令彼軍自亂。」岱曰:「如何斷得?」孔明曰:「離此一百五十裡,瀘水下流沙口,此處水慢 ,可以紮筏而渡。汝提本部三千軍 渡水,直入蠻洞,先斷其糧,然後會合董荼那、阿會喃兩個洞主,便為內應。不可有誤。」

그런데 촉나라에서 마대가, 더위를 풀어주는 약과 군량미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공명이 불러들이니, 마대가 인사를 마치고, 쌀을 네 곳 의 영채로 나눠 보낸다. 공명이 묻는다.

“그대는 군대를 얼마나 거느려 왔소?”

“병사 3천입니다.”

“아군이 여러차례 싸워 피곤하니, 그대의 병사를 쓰고 싶은데, 기꺼이 앞으로 가겠소?”

“모두 조정의 군마들인데, 어찌 너와 나를 가리겠습니까? 승상이 쓰고 싶으시면, 비록 죽더라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맹획이 노수를 막아, 건널 곳이 없소. 내 먼저 그들의 양도(식량 수송로)를 끊어, 적군을 저절로 혼란에 빠뜨리겠소.”

“어떻게 끊으시겠습니까?”

“여기서 150 리 떨어진 곳에, 노수 하류에 사구沙口(지명)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물살이 느리니, 뗏목으로 건널 수 있소. 그대는 휘하 의 3천 병사를 거느리고 노수를 건너, 곧바로 남만의 고을로 침입해, 먼저 그들의 양도를 끊고, 그뒤 동도나와 아회남 동주 두 사람을 만 나, 그들로 하여금 내응하게 하시오. 실수가 없도록 하시오.”

馬岱欣然去了,領兵前到沙口,驅兵渡水;因見水淺,大半不下筏,只裸衣而過,半渡皆倒;急救傍岸,口鼻出血而死。馬岱大驚,連 夜回告孔明。孔明隨喚向導土人問之。土人曰:「目今炎天,毒聚瀘水,日間甚熱,毒氣正發,有人渡水,必中其毒;或飲此水,其人必 死。若要渡時,須待夜靜水冷,毒氣不起,飽食渡之,方可無事。」孔明遂令土人引路,又選精壯軍五六百,隨著馬岱,來到瀘水沙口, 紮起木筏,半夜渡水,果然無事,岱領著二千壯軍,令土人引路,徑取蠻洞運糧總路口夾山峪而來。

마대가 흔쾌히 떠나, 병력을 이끌고 사구에 이르러, 병력을 내몰아 물을 건너게 한다. 물이 얕아 보여, 태반이 뗏목도 타지 않고, 옷만 벗 은 채 건너는데, 물을 반쯤 건너자 모조리 쓰러진다. 서둘러 구해, 물가로 데려오지만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죽는다. 마대가 크게 놀라 , 그날밤 공명에게 돌아가 알린다. 공명이 길앞잡이 토인(원주민)을 불러 물으니 토인이 말한다.

“지금 불볕더위라, 독소가 노수에 쌓이는데 며칠새 몹시 뜨거워, 독기가 한창 피어오르니 누구라도 물을 건너면 중독되고 맙니다. 누구 라도 물을 마시면 반드시 죽습니다. 꼭 건너야 한다면 반드시 고요한 밤에 물이 차가워져 독기가 오르지 않기를 기다려, 배불리 먹고 건 너야 비로소 무사합니다.”

공명이 토인에게 길을 안내하게 명하고, 정장精壯(몸과 마음이 튼튼함)한 병사 5, 6백을 뽑아, 마대를 딸려 보낸다. 노수의 사구로 가서 나무를 묶어 뗏목을 만들어, 한밤에 건너니 과연 무사하다. 마대가 튼튼한 병사 2천을 이끌고, 토인을 길앞잡이 삼아, 남만 고을의 군량을 모두 나르는 길이 있는 좁은 산골짜기를 쳐들어간다.

那夾山峪,兩下是山,中間一條路,止容一人一馬而過。馬岱佔了夾山峪,分撥軍士,立起寨柵。洞蠻不知,正解糧到,被岱前後截 住,奪糧百餘車,蠻人報入孟獲大寨中。此時孟獲在寨中,終日飲酒取樂,不理軍務,謂眾酋長曰:「吾若與諸葛亮對敵,必中奸計。今 靠此瀘水之險,深溝高壘以待之;蜀人受不過酷熱,必然退走。那時吾與汝等隨後擊之,便可擒諸葛亮也。」言訖,呵呵大笑。

이곳 협산夾山 골짜기는 양쪽이 산이고, 중간에 외길이 있는데 폭이 좁아 겨우 사람 하나와 말 하나만 동시에 지날 수 있다. 마대가 산골 짜기를 점령하고, 군대를 나눠 채책을 세운다. 동만洞蠻(남쪽 소수민족)이 아직 모르고 군량을 운반해 오는데 마대가 앞뒤를 끊어, 1백 수레 남짓의 식량을 빼앗는다. 남만인들이 맹획의 대채(본진)로 알리러 들어간다. 이때 맹획이 영채 안에서 하루종일 술을 마시고 음악을 즐기며 군무(군사업무)를 처리하지 않고, 추장들에게 말한다.

“내가 만약 제갈량과 대적하면 반드시 간사한 꾀에 빠질 것이오. 이제 험한 노수에 의지해,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아 기다리 겠소. 촉인들이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달아나고 말 것이오. 그때 그대들과 더불어 추격한다면, 제갈량을 잡을 수 있소.”

말을 마치고, 껄껄 크게 웃는다.

忽然班內一酋長曰:「沙口水淺,倘蜀兵透漏過來,深為利害;當分軍守把。」獲笑曰:「汝是本處土人,如何不知?吾正要蜀兵來渡 此水,渡則必死於水中矣。」酋長又曰:「倘有土人說與夜渡之法,當復何如?」獲曰:「不必多疑。吾境內之人,安肯助敵人耶?」正言 之間,忽報蜀兵不知多少,暗渡瀘水,絕斷了夾山糧道,打著「平北將軍馬岱」旗號。獲笑曰:「量此小輩,何足道哉!」即遣副將忙牙長 ,引三千兵投夾山峪來。

*透漏 /투루/ 몰래 도망침. 몰래.

그런데 자리에서 추장 하나가 말한다.

“사구의 물이 얕아, 촉병이 몰래 넘어오면 몹시 해롭습니다. 마땅히 군대를 나눠 보내, 지켜야겠습니다.”

맹획이 웃는다.

“그대가 이곳의 토인인데 어찌 모른단 말이오? 촉병들이 그곳을 건너러 온다면 건너는 즉시 물 속에 빠져 죽게 되니 내가 마침 바라는 것이오.”

추장이 다시 말한다.

“토인이 밤에 건너는 법을 알려준다면 또다시 어떻게 막겠습니까?”

“너무 의심할 것 없소. 우리나라 사람이 어찌 기꺼이 적인들을 돕겠소?”

이렇게 말하는데 급보가 날라든다. 그 수를 알 수 없는 촉병들이 몰래 노수를 건너, 협산의 양도를 절단냈는데 ‘평북장군 마대’의 깃발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맹획이 웃으며 말한다.

“그 따위 소인배쯔,는, 말할 가치도 없소!”

즉시 3천 군을 이끌고 협산 골짜기로 가도록 부장 망아장을 보낸한다.

卻說馬岱望見蠻兵已到,遂將二千軍擺在山前。兩陣對圓,忙牙長出馬,與馬岱交鋒,只一合,被岱一刀,斬於馬下。蠻兵大敗走回 ,來見孟獲,細言其事。獲喚諸將問 曰:「誰敢去敵馬岱?」言未畢,董荼那出曰:「某願往。」孟獲大喜,遂與三千兵而 去。獲又恐有 人再渡瀘水,即遣阿會喃引三千兵,去守把沙口。

한편, 마대는 남만병들이 오자 2천 병사를 협산 앞에 전개한다. 양쪽 진영이 둥글게 맞서자 망아장이 출마出馬해서 마대와 교전하나 1합 만에 한칼에 베여져 말 아래 나뒹군다. 남만병이 크게 져서 달아나, 맹획을 만나 그 일을 자세히 아뢴다. 맹획이 장수들을 불러 묻는다.

“누가 감히 마대를 대적하러 가겠소?”

말을 미처 마치기 앞서 동도나가 나오며 말한다.

“제가 가겠습니다.”

맹획이 크게 기뻐하며 3천 병사를 딸려 보낸다. 맹획은 다시 노수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을까도 두려워 즉시 아회남을 보내며 3천 병력을 이끌고 사구를 지키러 가라 한다.

卻說董荼那引蠻兵到了夾山峪下寨,馬岱引兵來迎。部內軍有認得是董荼那,說與馬岱如此如此。岱縱馬向前 大罵曰:「無義背恩之 徒!吾丞相饒汝性命,今又背反,豈不自羞!」董荼那滿面慚愧,無言可答,不戰而退。馬岱掩殺一陣而回。董荼那回見孟獲曰:「馬岱 英雄,抵敵不住。」獲大怒曰:「吾知汝原受諸葛亮之恩,今故不戰而退,正是賣陣之計!」喝教推出斬了。眾酋長再三哀告,方才免死, 叱武士將董荼那打了一百大棍,放歸本寨。

한편, 동도나가 남만병을 이끌고 협산 골짜기에 이르러 영채를 세우니 마대가 병력을 이끌고 요격한다. 부하 병사 가운데 동도나를 알아 보는 이가 마대에게 ‘이러이러하게’ 말한다. 마대가 말을 몰아 나오며 크게 욕한다.

“의리도 없이 은혜를 저버린 놈아! 우리 승상께서 네 목숨을 덤으로 살려주셨거늘 이제 또다시 배반하다니 어찌 부끄럽지도 않냐!”

동도나가 얼굴 가득 처참해져 아무 대답도 못하고 싸우지도 않고 물러난다. 마대가 한바탕 무찌르고 돌아간다. 동도나가 돌아가 맹획을 만나 말한다.

“마대는 영웅이라 막을 수 없습니다.”

맹획이 크게 노해 말한다.

“네놈이 원래 제갈량의 은혜를 입더니 이제 싸우지도 않고 물러난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냐! 이것이 바로 매진지계賣陣之計(적군에게 매 수돼 일부러 패전하는 것)구나!”

그를 끌고나가 베어버리라고 소리친다. 추장들이 거듭 애고哀告(탄원)하니 그제서야 죽음을 면해준다. 무사들에게 소리쳐 동도나에게 매질을 1백 대 가한 뒤 본채로 돌아가게 풀어준다.

諸多酋長皆來告董荼那曰:「我等雖居蠻方,未嘗敢犯中國;中國亦不曾侵我。今因孟獲勢力相逼,不得已而造反。想孔明神機莫測 ,曹操、孫權尚自懼之,何況我等蠻方乎?況我等皆受 其活命之恩,無可為報。今欲舍一死命,殺孟獲去投孔明,以免洞中百姓塗炭之苦 。」董荼那曰:「未知汝等心下若何?」內有原蒙孔明放回的人,一齊同聲應曰:「願往!」於是董荼那手執鋼刀,引百餘人,直奔大寨而 來。

*死命 /사명/ 죽을 목숨.

추장들 모두 동도나에게 와서 고한다.

“우리가 비록 오랑캐 나라에 살지만 아직까지 감히 중국을 침범하지 않았거와 중국도 우리를 침략하지 않았소. 이제 맹획이 힘으로 핍박 해 어쩔 수 없이 반란을 일으켰소. 공명의 신기神機(신묘한 기략)는 아무도 헤아리지 못해 조조나 손권조차 두려워했거늘 하물며 우리 같은 오랑캐 나라가 어찌하겠소? 게다가 우리 모두 그에게서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입었으나 아무 보답도 하지 못했소. 이제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맹획을 죽이고 공명에게 투항해 고을의 백성들을 도탄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소.”

동도나가 말한다.

“그대들의 결심이 어떤지 모르겠구려.”

이들 가운데 원래 공명이 풀어줬던 사람들이 있어 일제히 소리높여 응답한다.

“함께 가고 싶소이다!”

이에 동도나가 무쇠칼을 집어들고 1백 사람 남짓을 거느려 곧바로 대채로 쳐들어간다.

時孟獲大醉於帳中。董荼那引眾人持 刀而入,帳下有兩將侍立。董荼那以刀指曰:「汝等亦受諸葛丞相活命之恩,宜當報效。」二將 曰:「不須將軍下手,某當生擒孟獲,去獻丞相。」於是一齊入帳,將孟獲執縛已定,押到瀘水邊,駕船直過北岸,先使人報知孔明。

이때 맹획은 군막 안에서 크게 취해 있다. 동도나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칼을 쥐고 뛰어들려는데 군막 앞에 장수 두 사람이 지키고 섰다. 동도나가 칼을 들어 가리켜 말한다.

“너희도 제갈 승상이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받았으니 마땅히갚아야 할 것이다!”

두 장수가 말한다.

“장군께서 손 쓰실 것 없이 저희가 맹획을 사로잡아 승상께 바치러 가겠습니다.”

이에 일제히 군막 안으로 들어가 맹획을 붙잡아 묶는다. 노수까지 압송해 배를 타고 북쪽으로 건너가 먼저 사람을 보내 공명에게 알린 다.

卻說孔明已有細作探知此事,於是密傳號令,教各寨將士,整頓軍器,方教為首酋長解孟獲入來,其餘皆回本寨聽候。董荼那先入中 軍見孔明,細說其事。孔明重加賞勞,用好言撫慰,遣董荼那引眾酋長去了,然後令刀斧手推孟獲入。孔明笑曰:「汝前者有言:但再擒 得,便肯降服。今日如何?」獲曰:「此非汝之能也;乃吾手下之人自相殘害,以致如此。如何肯服!」孔明曰:「吾今再放汝去,若何? 」孟獲曰:「吾雖蠻人,頗知兵法;若丞相端的肯放吾回洞中,吾當率兵再決勝負。若丞相這番再擒得我,那時 傾心吐膽歸降,並不敢改 移也。」孔明曰:「這番生擒,如又不服,必無輕恕。」令左 右去其繩索,仍前賜以酒食,列坐於帳上。孔明曰:「吾自出茅廬,戰無不 勝,攻無不取。汝蠻邦之人,何為不服?」獲默然不答。

한편, 공명은 이미 세작에게서 이 일을 듣고 몰래 호령(명령)을 전한다. 영채마다 장사들로 하여금 군기軍器(병장기)를 정돈하게 한 뒤 우두머리 추장에게, 맹획을 끌고 들어오라 한다. 나머지 추장은 모두 본채로 돌아가 기다리게 한다. 동도나가 먼저 중군으로 들어가 공 명을 만나, 자세히 말한다. 공명이 크게 상을 내리고 좋은 말로 위무한다. 동도나더러 추장들을 이끌고 떠나도록 한 뒤 도부수들에게, 맹 획을 끌고 들어오라 한다.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그대는 지난날 말하기를, 또다시 잡힌다면 바로 항복하겠다고 하였는데 오늘 어찌하겠소?”

“이것은 그대가 잘해서가 아니라 내 수하들이 스스로 잔인하게 해치는 바람에 이렇게 됐소. 어찌 기꺼이 투항하겠소?”

“내 이제 다시 그대를 풀어주면 어떻겠소?”

“내 비록 오랑캐이지만 자못 병법을 알고 있소. 만약 승상께서 정말로 풀어줘 고을로 돌아가게 해주신다면 마땅히 병력을 인솔해 다시 승부를 겨루겠소. 승상께서 이번에 다시한번 나를 잡는다면 그때 경심토담傾心吐膽(진심을 다함)으로 투항하고 감히 다시는 바꾸지 않겠소.”

“이번에 사로잡히고도 복종하지 않는다면 결코 가볍게 용서하지 않겠소.”

좌우의 사람에게 명해 포박을 풀어주고 예전처럼 술과 음식을 내리고 윗자리에 나란히 앉게 한다. 공명이 말한다.

“내가 오두막집을 나온 이래, 싸워서 이기지 못한 적이 없고, 쳐서 빼앗지 못한 적이 없었소. 그대 오랑캐 나라 사람이 어째서 복종하지 않소?”

맹획이 묵묵히 대답하지 않는다.

孔明酒後,喚孟獲同上馬出寨,觀看諸營 寨柵所屯糧草,所積軍器。孔明指謂孟獲曰:「汝不降吾,真愚人也。吾有如此之精兵猛將 ,糧草兵器,汝安能勝吾哉?汝若早降,吾當奏聞天子,令汝不失王位,子子孫孫,永鎮蠻邦。意下若何?」獲曰:「某雖肯降,怎奈洞中 之人未肯心服。若丞相肯放回去,就當招安本部人馬,同心合膽,方可歸順。」孔明忻然,又與孟獲回到大寨。飲酒至晚,獲辭去;孔明 親自送至瀘水邊,以船送獲歸寨。

*意下 /의하/ 의견, 심중.
*同心合膽 /동심합담/ 함께 마음과 뜻을 모음.

공명이 술을 마친 뒤 맹획을 불러 함께 말을 타고 영채를 나가 여러 영채에 쌓아둔 군량과 군장비를 둘러보게 한다. 공명이 가리키며 맹 획에게 말한다.

“그대가 항복하지 않으면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오. 내게 이토록 정예한 병력과 용맹한 장수들과 군량과 병장기가 있는데 어찌 나를 이 기겠소? 어서 항복하지 않으면 내가 천자께 상주해 그대 왕위를 빼앗고 자자손손 영구히 오랑캐 나라를 복종시키겠소. 그대 의견은 어 떻소?”

“제가 비록 항복하더라도 고을 사람들이 아직은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승상께서 풀어줘 돌아가게 해주시면 바로 부하 인마들을 달래어 마음과 뜻을 모아 귀순하겠습니다.”

공명이 흔쾌히 다시 맹획과 함께 대채로 돌아온다. 술을 마시다 저녁이 되자 맹획이 작별을 고하고 떠난다. 공명이 몸소 노수 물가까지 전송하고 맹획에게 배를 내어줘 영채로 돌아가게 한다.

孟獲來到本寨,先伏刀斧手於帳下,差心腹人到董荼那、阿會喃寨中,只推孔明有使命至,將二人賺到大寨帳下,盡皆殺之,棄屍於 澗。孟獲隨即遣親信之人,守把隘口,自引軍出了夾山峪,要與馬岱交戰,卻並不見一人;及問土人,皆言昨夜盡搬糧草,復渡瀘水,歸 大寨去了。

맹획이 본채로 돌아오더니 먼저 도부수들을 군막 안에 숨기고 심복을 동도나와 아회남 영채로 보낸다. 공명에게서 사명(사자)이 왔다는 핑계로 두 사람을 속여 군막 안으로 오게 하더니 모조리 죽이고 시체를 골짜기에 버린다. 맹획이 미더운 측근을 보내 요충지를 지키고 스스로 군을 이끌고 협산 골짜기를 나와 마대와 싸우려 한다. 그런데 촉병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 토인들에게 물으니 모두 말하기를 , 어젯밤 군량과 마초를 모조리 싣고 다시 노수를 건너 대채로 돌아갔다고 한다.

獲再回洞中,與親弟孟優商議曰:「如今諸葛亮之虛實,吾已盡知,汝可去如此如此。」孟優領了兄計,引百餘蠻兵,搬載金珠、寶貝 、象牙、犀角之類,渡了瀘水,徑投孔明大寨而來;方才過了河時,前面鼓角齊鳴,一彪軍擺開:為首大將乃馬岱也。孟優大驚。岱問了 來情, 令在外廂,差人來報孔明。孔明正在帳中與馬謖、呂凱、蔣琬、費等共議平蠻之事, 忽帳下一人,報稱孟獲差弟孟優來進寶貝。

맹획이 다시 고을로 돌아와, 친동생 맹우와 상의한다.

“이제 제갈량의 허실을 우리가 이미 모조리 알았으니 너는 가서 ‘이렇게저렇게’ 하여라.”

맹우가 형의 계책을 따라 남만병 1백 남짓을 거느려 황금, 진주, 보패寶貝(진귀한 조개/ 보물), 상아, 코뿔소뿔 따위를 싣고, 노수를 건 너 곧바로 공명의 대채로 향한다. 강을 건너자 앞쪽에서 북소리 피리소리 일제히 울리며 1군이 가로막는다. 앞장선 대장은 마 대다. 맹우가 크게 놀라는데 마대가 그들에게 오는 까닭을 묻더니 바깥에 머물라고 명하고 사람을 보내 공명에게 알린다. 공명이 군막 안에서 마속, 여개, 장완, 비위 등과 더불어 남만 평정을 함께 의논하고 있는데 누군가 맹획의 아우 맹우가 보물을 진상하러 왔다고 알린 다.

孔明回顧馬謖曰:「汝知其來意否?」謖曰:「不敢明言。容某暗寫於紙上,呈與丞相,看合鈞意否?」孔明從之。馬謖寫訖,呈與 孔明。孔明看畢,撫掌大笑曰:「擒孟獲之計,吾已差派下也。汝之所見,正與吾同。」遂喚趙雲入,向耳畔分付如此如此;又喚魏延入, 亦低言分付;又喚王平、馬忠、關索入,亦密密地分付。各人受了計策,皆依令而去,方召孟優入帳。

*密密地 /밀밀지/ 촘촘히, 빈틈없이, 빠짐없이.

공명이 마속을 돌아보며 말한다.

“저들이 온 뜻이 무엇이라 보오?”

“감히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고 제가 종이 위에 몰래 써서 승상께 바칠 테니 승상의 균의鈞意(의견의 높임말)와 들어맞는지 보시지 않겠 습니까?”

공명이 이를 따르니 마속이 써서 공명에게 바친다. 공명이 보고나서 손뼉을 치며 크게 웃으며 말한다.

“맹획을 잡을 계책을 줘서 보내려던 참이오. 그대 생각이 나와 똑같소.”

조운을 불러 귓가에 대고 ‘이렇게저렇게’ 분부한다. 위연도 불러 역시 목소리를 낮춰 부분한다. 다시 왕평, 마충, 관색을 불러 빠짐없이 분부한다. 제각각 계책을 받고 모두 명령대로 떠난 뒤 맹우를 불러들인다.

優再拜於帳下曰:「家兄孟獲,感丞相活命之恩,無可奉獻,輒具金珠寶貝若幹,權為賞軍之資。續後別有進貢天子禮物。」 孔明曰 :「汝兄今在何處?」優曰:「為感丞相天恩,徑往銀坑山中收拾寶物去了,少時便回來也。」孔明曰:「汝帶多少人來?」優曰:「不敢 多帶。只是隨行百餘人,皆運貨物者。」孔明盡教入帳看時,皆是青眼黑面,黃髮紫鬚,耳帶金環,鬅頭跣足,身長力大之士。孔明就令 隨席而坐,教諸將勸酒,殷勤相待。

*殷勤 /은근/ 정성스러움. 부지런함.

맹우가 거듭 절을 올리며 말한다.

“가형家兄(친형) 맹획이 승상의 살려주신 은혜에 감격하고도 아무 봉헌할 것이 없어 금주보패金珠寶貝(황금, 진주 등의 보물) 약간을 가지고 잠시 병사들을 포상하는 데 쓰라 했습니다. 뒤따라 따로 천자께 바칠 예물이 올 것입니다.”

공명이 말한다.

“그대 형은 지금 어디 있소?”

“승상의 하늘 같은 은혜에 감격해 은갱銀坑(은 광산)이 있는 산속으로 보물을 수습하러 갔으니 곧 돌아올 것입니다.”

“그대는 사람을 얼마나 데려왔소?”

“감히 많이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겨우 백여 명이 수행하는데 모두 화물을 운반하는 이들입니다.”

공명이 모조리 불러들여 보니 모두가 파란 눈에 검은 얼굴, 누런 머릿칼에 자줏빛 수염, 귀에 금 귀고리, 머리털은 헝클어지고 맨발인데, 키 크고 힘센 사람들이다. 공명이 자리에 앉도록 명하고 장수들에게 술을 권하며 부지런히 대접한다.

卻說孟獲在帳中專望回音,忽報有二人回了;喚入問之,具說:「諸葛亮受了禮物 大喜,將隨行之人,皆喚入帳中,殺牛宰羊,設宴 相待。二大王令某密報大王:今夜二更,裡應外合,以成大事。」孟獲聽知甚喜,即點起三萬蠻兵,分為三隊。獲喚各洞酋長分付曰:「 各軍盡帶火具。今晚到了蜀寨時,放火為號。吾當自取中軍,以擒諸葛亮。」諸多蠻將,受了計策,黃昏左側,各渡瀘水而來。孟獲帶領 心腹蠻將百餘人,徑投孔明大寨,於路並無一軍阻當。

*左側 /좌측/ 왼쪽. 부근. ‘황혼좌측黃昏左側’은 ‘황혼 무렵에’.

한편, 맹획이 군막에서 회신을 기다리는데 누군가 두 사람이 돌아온다 알린다. 불러들여 물으니 자세히 말한다.

“공명이 예물을 받고 크게 기뻐하며 수행하는 이 모두 안으로 불러들여 소와 양을 잡아서 잔치를 베풀어 대접했습니다. 이대왕二大王( 대왕의 동생)께서 저를 시켜 몰래 대왕께 아뢰라 했는데 오늘밤 2경 안팎으로 호응하면 대사를 이룰 것이라 했사옵니다.”

맹획이 듣더니 몹시 기뻐하며 즉시 남만병 3만을 뽑아 3대로 나눈다. 맹획이 각 고을 추장을 불러 분부한다.

“각 군은 모두 화구火具(불로 공격하는 데 쓰는 장비)를 휴대하게 하시오. 오늘 저녁 촉군 영채에 이르러 불 붙여 신호할 것이오. 내 직접 중군을 쳐들어가 제갈량을 잡겠소.”

남만 장수들이 계책을 받고 황혼 무렵 각각 노수를 건너간다. 맹획이 심복 남만 장수 백여 사람을 이끌고 곧장 공명의 대채로 쳐들어가는데 도중에 아무 병사도 가로막지 않는다.

前至寨門,獲率眾將驟馬而入,乃是空寨,並不見一人。獲撞入中軍,只見帳中燈燭熒煌,孟優並番兵盡皆醉倒。原來孟優被孔明教 馬謖、呂凱二人管待,令樂人搬做雜劇,殷勤勸酒,酒內下藥,盡皆昏倒,渾如醉死之人。孟獲入帳問之,內有醒者,但指口而已。

영채 문 앞에 이르러 맹획이 장수들을 이끌고 말을 몰아 들어가니 영채가 텅 비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맹획이 중군中軍으로 돌입하나 군막 안에 촛불만 번쩍일 뿐이고 맹우와 번병番兵(오랑캐 병사)들 모두 취해 쓰러졌다. 알고보니 공명이 시킨 대로 맹우를 마속과 여개 가 접대하고, 악사들이 잡극雜劇(음악극)을 연주하며 부지런히 술을 권했다. 술 속에 약을 넣어 모조리 어지러워 쓰러져 술 취해 죽은 사람들 같다. 맹획이 군막 안으로 들어가 물으니 안에서 깨어난 이들도 손으로 입을 가리킬 뿐이다.

獲知中計,急救了孟優等一幹人;卻待奔回中隊,前面喊聲大震,火光驟起,蠻兵各自逃竄。一彪軍殺到,乃是蜀將王平。獲大驚, 急奔左隊時,火光沖天,一彪軍殺到,為首蜀將乃是魏延。獲慌忙望右隊而來,只見火光又起,又一彪軍殺到,為首蜀將乃是趙雲。三路 軍夾攻將來,四下無路。孟獲棄了軍士,匹馬望瀘水面逃。正見瀘水上數十個蠻兵,駕一小舟,獲慌令近岸。人馬方才下船,一聲號起, 將孟獲縛住。

*一幹 /일간/ 패거리.

맹획이 계략에 빠졌음을 알고 서둘러 맹우 등 패거리를 구출한다. 그러나 중대中隊로 달아나자 앞쪽에서 함성이 크게 일고 불빛이 갑자 기 치솟아 남만병들이 제각각 달아나 숨는다. 1군이 쇄도하니 촉나라 장수 왕평이다. 맹획이 크게 놀라 급히 좌대左隊로 달아 나나 불빛이 하늘을 찌르며 1군이 쇄도하니 앞장선 촉나라 장수는 위연이다. 맹획이 허둥지둥 우대右隊로 달아나도 불빛이 치 솟으며 1군이 쇄도하니 앞장선 촉나라 장수는 조운이다. 세 갈래 군사가 협공해 들이닥치니 사방 길이 끊긴다. 맹획이 군대를 버리고 필마단기로 노수 쪽으로 달아난다. 마침 노수 물 위에 남만병 수십 인이 작은 배를 타고 있어 맹획이 황급히 물가로 부른다. 병사들이 배에서 내리자마자 한 마디 신호와 함께 맹획을 붙잡아 묶는다.

原來馬岱受了計策,引本部兵扮作蠻兵,撐船在此,誘擒孟獲。於是孔明招安蠻兵,降者無數。孔明一一撫慰,並不加害。就教救滅 了餘火。須臾,馬岱擒孟獲至;趙雲擒孟優至;魏延、馬忠、王平、關索擒諸洞酋長至。孔明指孟獲而笑曰:「汝先令汝弟以禮詐降,如 何瞞得過吾!今番又被我擒,汝可服否?」獲曰:「此乃吾弟貪口腹之故,誤中汝毒,因此失了大事。吾若自來,弟以兵應之,必然成功。 此乃天敗,非吾之不能也,如何肯服!」

알고보니 마대가 계책을 받고 부하 병력을 이끌고 남만병으로 꾸며 이곳까지 배를 저어 맹획을 꾀어 잡은 것이다. 이에 공명이 남만병들을 초안(달래고 위로함)하니 항복하는 이가 무수하다. 공명이 일일이 위무하며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는다. 나머지 불길도 끄도 록 지시한다. 잠시 뒤 마대가 맹획을 잡아오고 조운이 맹우를 잡아온다. 위연, 마충, 왕평, 관색도 여러 고을의 추장을 잡아온다. 공명이 맹획을 가리키며 웃는다.

“그대가 먼저 아우를 시켜 예물을 가져오며 항복하는 척했다만 어찌 나를 속여 넘기랴! 이번에도 잡혔으니 복종하지 않겠소?”

“이것은 내 아우가 음식을 탐한 까닭에 실수로 그대의 독수毒手에 빠져 대사를 그르쳤소. 내가 직접 오고 아우가 병력을 가지고 호응했 다면 반드시 성공했소. 이것은 하늘이 패하게 한 것이지 내 잘못이 아니니 어찌 항복하겠소!”

孔明曰:「今已三次,如何不服?」孟獲低頭無語。孔明笑曰:「吾再放汝回去。」孟獲曰:「丞相若肯放吾兄弟回去,收拾家下親丁,和 丞相大戰一場。那時擒得,方才死心塌地而降。」孔明曰:「再若擒住,必不輕恕。汝可小心在意,勤攻韜略之書,再整親信之士,早用 良策,勿生後悔。」遂令武士去其繩索,放起孟獲,並孟優及各洞酋長,一齊都放。孟獲等拜謝去了。

*親丁 /친정/ 친척.
*死心塌地 /사심탑지/ 마음을 정해 흔들리지 않음. 변함없이. 한사코. 모든 것을 체념함.

“이제 벌써 세번째인데 어찌 굴복하지 않겠소?”

맹획이 고개 숙이고 아무 말이 없으니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내 다시 그대를 풀어주겠소.”

“승상께서 우리 형제가 되돌아가도록 풀어주신다면 집안친척이라도 끌어모아 승상과 한바탕 크게 싸우겠소. 그때도 잡힌다면 비로소 사 심탑지死心塌地(모든 것을 포기함) 항복하리다.”

“또다시 잡힌다면 반드시 가볍게 용서치는 않을 것이오. 그대는 생각을 조심하고 도략(육도삼략의 병법)을 갈고닦으며 미더운 사람들 로 재정비하고 좋은 계책을 어서 내어서 후회 없도록 하시오.”

무사들에게 지시해 포박을 제거해, 맹획을 풀어 일으키고, 아울러 맹우와 각 고을의 추장도 일제히 모조리 풀어준다. 맹획 등이 작별 인 사를 올리고 떠나간다.

此時蜀兵已渡瀘水。孟獲等過了瀘水,只見岸口陳兵列將,旗幟紛紛。獲到營前,馬岱高坐,以劍指 之曰:「這番拿住,必無輕放! 」孟獲到了自己寨時,趙雲早已襲了此寨,布列兵馬。 雲坐於大旗下,按劍而言曰:「丞相如此相待,休忘大恩!」獲喏喏連聲而去。將 出界口山坡,魏延引一千精兵,擺在坡上,勒馬厲聲而言曰:「吾今已深入巢穴,奪汝險要;汝尚自愚迷,抗拒大軍!這回拿住,碎屍萬 段,決不輕饒!」孟獲等抱頭鼠竄,望本洞而去。後人有詩讚曰:

이때 촉병들이 이미 노수를 건넜다. 맹획 등이 노수를 건너보니 길 어귀에 병사와 장수들이 늘어섰고 깃발들이 분분하다. 맹획이 영채 앞에 이르자 마대가 높은 곳에 앉아 검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이번에 사로잡으면 절대 가볍게 풀어주지 않겠다!”

맹획이 자기 영채 앞에 이르니 조운이 벌써 이곳 영채를 습격해 병마들이 포진했다. 조운이 큰 깃발 아래 앉아 검을 매만지며 말한다.

“승상께서 이토록 대우하시는데 큰 은혜를 절대 잊지 말라!”

맹획이 ‘네, 네’를 연발하며 떠난다. 길 어귀의 산비탈을 나가려는데, 위연이 정병 1천을 거느리고 산비탈 위에 포진해 말을 세워놓고 소 리높여 말한다.

“내 벌써 너희 소굴을 깊숙히 쳐들어가 너희 험요(요충지/ 요새)를 빼앗았다. 네가 일찍이 미련하게 대군에 항거했다만 이번에도 사로 잡힌다면 네 시체를 만 조각으로 찢어버릴 것이니 결단코 가볍게 용서하지 않겠다!”

맹획 무리가 머리를 감싸쥐고 쥐새끼처럼 달아나 본거지로 떠난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五月驅兵入不毛,
月明瀘水瘴煙高。
誓將雄略酬三顧,
豈憚征蠻七縱勞?

*瘴煙 /장연/ 독한 기운을 품은 안개

5월에 병력을 동원해 불모지에 들어오니
달 밝은데 노수의 독안개 높이 피어오르네
웅대한 전략으로 삼고초려를 보답하겠다 맹서했으니
어찌 남만을 정벌하는 7종7금의 수고를 꺼리리오

卻說孔明渡了瀘水,下寨已畢,大賞三軍,聚眾將於帳下曰:「孟獲第二番擒來,吾令遍觀各營虛實,正欲令其來劫營也。吾知孟獲 頗曉兵法,吾以兵馬糧草炫耀,實令孟獲看吾破綻,必用火攻。彼令其弟詐降,欲為內應耳。吾三番擒之而不殺,誠欲服其 心,不欲滅其 類也。吾今明告汝等,勿得辭勞,可用心報國。」眾將拜伏曰:「丞相智、仁、勇三者足備,雖子牙、張良不能及也。」孔明曰:「吾今安 敢望古人耶?皆賴汝等之力,共成功業耳。」帳下諸將聽得孔明之言,盡皆喜悅。

*用心 /용심/ 진심. 마음을 다 바침.

한편, 공명이 노수를 건너 영채를 세운 뒤 3군을 크게 위로하고 뭇 장수를 군막 안으로 불러모아 말한다.

“맹획이 두번째로 잡혀오자 나는 그로 하여금 각 영채의 허실을 두루 살펴보게 하였으니 영채를 습격하러 오게 만들 셈이었소. 나는 맹 획이 병법을 제법 깨우친 것을 알고 일부러 그에게 병마와 군량을 자랑했소. 진짜 속셈은 맹획으로 하여금 우리의 파탄破綻을 보고 반 드시 화공을 쓰도록 만드는 것이었소. 그가 아우를 거짓으로 항복시켜 안에서 응하게 한 것이오. 내가 세번째로 ��를 잡고도 죽이지 않 은 것은 참으로 그 마음을 복종시키려 함이니 그 무리를 멸망시키고 싶지 않소. 이제 그대들에게 똑똑히 말하니 노고를 마다하지 말고 마음을 다 바쳐 국가에 보답하시오.”

뭇 장수가 엎드려 절하며 말한다.

“승상께서 지智、인仁、용勇 삼자를 족히 가지셨으니 자아子牙(주나라 강태공)나 장량張良도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내 이제 어찌 감히 고인들을 넘보겠소? 모두 그대들 덕분이니 함께 공업을 이루기를 바랄 따름이오.”

부하 장수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卻說孟獲受了三擒之氣,忿忿歸到銀坑洞中,即差心腹齎人金珠寶貝,往八番九十三甸等處,並蠻方部落,借使牌刀獠丁軍健數十萬 ,克日齊備,各隊人馬,雲推霧擁,俱聽孟獲調用。伏路軍探知其事,來報孔明,孔明笑曰:「吾正欲令蠻兵皆至,見吾之能也。」遂上小 車而行。正是:

*甸 /전/ 고대의 교외지역.
*獠丁 /요정/ 오랑캐 남자.
*軍健 /군건/ 병졸.

한편, 맹획은 세번 사로잡힌 수모를 당하고 속으로 부글부글 끓으며 은갱이 있는 고을로 돌아온다. 즉시 심복을 시켜 금은보화를 가지고 , 8번 93전 八番九十三甸 ( 여덟 곳의 오랑캐 나라와 아흔 세 곳의 지역)과 남만의 각 부락을 돌아다니며, 방패와 칼, 오랑캐 장정, 병졸 수십만을 빌려서 날짜를 맞춰 일제히 준비해 각 대열의 인마들이 구름이 밀려오고 안개가 끼듯이 모여 모두 맹획의 명령을 듣는다. 잠복하던 병사가 이 사실을 탐지해 공명에게 알리러 오니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나도 마침 오랑캐 병사들 모두 오게 해서, 내 능력을 보일 참이었다.”

곧 작은 수레를 올라타고 길을 떠난다.

若非洞主威風猛,
怎顯軍師手段高!

남만 동주의 위풍이 맹렬하지 않다면,
어찌 제갈 군사의 수단이 뛰어남을 보이랴!

未知勝負如何,且看下文分解。

승부가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