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4회 조맹덕이 어가를 옮겨 허도로 천도하고 여봉선이 서주를 야습한다

    이악이 군을 이끌고 이각, 곽사를 사칭하며 거가를 추격하니 천자가 크게 놀란다.

    "이건 이악이네요."

    양봉이 이렇게 말하고서 서황을 시켜 맞서자 이악이 스스로 출전한다. 두 말이 맞붙어 1합만에 서황이 단번에 도끼로 찍어 낙마시킨다. 나머지 무리를 무찌르고 거가를 보호해 기관箕關을 지난다. 태수 장양이 속백粟帛(식량과 비단/일용품)을 구비해 갈랫길에서 거가를 맞이한다. 황제가 장양을 대사마에 봉한다. 장양이 황제에게 인사를 올리고 야왕野王 (현재 중국 허난 성의 한 곳)에 둔병(병력을 주둔시킴)하러 간다.

    황제가 낙양에 들어가보니 궁실이 모두 불타 사라졌고, 거리가 황무荒蕪하고, 눈에 가득 들어오는 건 모두 고초蒿草 (쑥/잡초)뿐이고, 궁원宮院 가운데 보이는 거라곤 무너진 담벼락이므로 양봉에게 명해 작은 궁의 지붕을 수리해 거주한다. 백관이 조정에 나와서 하례하는데, 모두가 형극 荊棘(엉겅퀴와 가시나무) 가운데 서 있을 지경이다. 조서를 내려 연호를 흥평興平에서 건안建安 원년元年으로 바꾼다.

    이해 크게 흉년이 든다. 낙양에 거주하는 백성이 겨우 수백 가구이고, 먹을 게 아무 것도 없어서 모조리 성 밖으로 나가서 나뭇껍질을 벗기고 풀뿌리를 파서 먹었다. 상서랑尚書郎 이하 관리들도 모두 스스로 출성해 땔나무를 벤다. 죽은 이들이 너무 많아, 무너진 담장 사이로 시체들이 즐비하다. 한나라 말기에 기운이 쇠미하기가 이보다 심할 수 없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탄식했다.

    망탕芒碭에서 백사白蛇를 죽여 피흘리고
    붉은 깃발 나부끼며 사방을 종횡으로 누볐네
    진나라 사슴을 쫓아내고 사직을 일으키고
    초나라 오추마를 쓰러뜨려 천하를 평정했네
    그러나 이제 천자가 나약하고 간신들이 일어나니
    종묘사직은 기울고 도적들이 미쳐 날뛰네
    낙양과 장안 두 서울 모두 참담한 지경이라
    눈물 없는 철인鐵人도 슬퍼 어쩔 줄 모르네

    (한나라 고조가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항우와 싸워서 애써 이룬 한나라가 망하게 된 걸 한탄하는 내용)

    태위 양표가 황제에게 아뢴다.

    "예전에 조서를 내리셨으나 아직 보내지 못했네요. 지금 조조가 산동에 있는데, 병력이 강하고 장수들이 대단하니 조정에 불러서 왕실을 보필하도록 하시지요."

    "짐이 이미 조서를 내렸으니 경이 다시 아뢸 필요 있겠소? 지금 즉시 사람을 서둘러 보내세요."

    양표가 성지를 받들고 즉시 사자에게 명해 산동으로 가서 조조를 불러들이게 한다.

    한편 조조가 산동에 있으면서, 거가가 이미 낙양으로 돌아온 것을 듣고 모사들을 불러모아 상의한다. 순욱 荀彧이 진언한다.

    "예전이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주周나라 양왕 襄王을 받들자 제후가 복종했지요. 한나라 고조가 의제 義帝의 상을 치뤄주자 천하의 마음이 그를 향했고요. 이제 천자께서 몽진蒙塵하시니, 장군께서 참으로 이때 앞장서서 의병 義兵을 거느리고 가셔서, 천자를 받들어 중망眾望을 얻으시는 것이야말로 불세不世의 계략입니다. 어서 도모하지 않으면, 다른 이가 우리를 앞서 차지할 것입니다."

    조조가 크게 기뻐한다. 준비를 마치고 출병하려는데 천자의 사자가 조서를 지니고 와서 선소宣召(임금의 부르심)를 전한다. 조조가 조서를 접하고 날을 정해 출병한다.

    한편, 황제가 낙양에 머물지만, 모든 것이 미비하고, 성곽도 무너져서 고치려해도 아직 고칠 수 없다. 그런데 이각과 곽사가 군을 이끌고 쳐들어온다고 하니 황제가 크게 놀라서 양봉에게 묻는다.

    "산동으로 간 사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 곽의 군대가 다시 온다니 어찌해야겠소?"

    양봉과 한섬이 말한다.

    "신들이 역적들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폐하를 보위하겠습니다."

    동승이 말한다.

    "성곽은 견고하지 못하고 병력은 적은데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다시 어찌되겠소? 우선 거가를 받들어 산동으로 피하는 것만 못하지요."

    황제가 그말을 따라서 그날 거가를 일으켜 산동으로 떠난다. 백관百官이 타고갈 말도 없이 모두 거가를 따라 보행步行한다.

    낙양을 나가고 얼마 못 가서 먼지가 피어올라서 하늘을 가리고 징소리 북소리 하늘을 뒤흔드는데 끝없는 인마가 다가오니 황제와 황후가 전율해 입이 열리지 않는다. 갑자기 1기가 달려오는데 바로 앞서 산동에 보냈던 사명使命(사신)이다. 수레 앞에 와서 절하고 여쭌다.

    "조 장군이 산동의 병력을 모조리 일으켜서 조서에 응해 달려왔습니다. 이각과 곽사가 낙양을 범한다고 듣고 먼저 하후돈을 선봉으로 상장 열 명과 정병 5만을 이끌고 달려와 거가를 보위하도록 했습니다. "

    황제가 그제야 안심한다. 잠시 뒤 하후돈이 허저와 전위 등을 이끌고 거가 앞으로 와서 천자를 뵙고 모두 군례를 올린다. 황제가 노고를 치하하자 정동쪽에서 1군이 온다고 한다. 황제가 명하니 하후돈이 가서 살피고 돌아와서 "바로 조조 장군의 보군 步軍 (보병부대)입니다"라고 아뢴다.

    잠시 뒤 조홍曹洪, 이전李典, 악진樂進이 거가를 찾아뵌다. 통명通名을 마치고서 조홍이 아뢴다.

    "신의 형이 적병이 접근함을 알고 하후돈 홀로는 어려울까 걱정해 신들에게 달려가서 도우라 하였습니다."

    "조 장군은 진실로 사직의 신하요!"

    황제가 이렇게 말하고서 거가를 호위해 전진하라 한다. 탐마探馬(정찰기병)가 돌아와 알린다.

    "이각과 곽사가 병력을 이끌고 거세게 몰려옵니다."

    황제가 명령해 하후돈이 2로로 나눠 대적한다. 하후돈과 조홍이 좌우익으로 나눠 마군馬軍이 먼저 출격하고 보군이 뒤따라 힘껏 공격한다. 이각과 곽사 역적의 병력이 대패해 참수斬首가 1만을 넘었다. 이리하여 다시 낙양의 옛 궁궐로 돌아간다. 하후돈은 성 밖에 둔병屯兵한다.

    이튿날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당도한다. 군영을 차린 뒤 입성해 황제를 뵙고 궁전 계단 아래에서 절한다. 황제가 평신平身 (절한 뒤 몸을 다시 펴는 것)을 분부하고 노고를 치하하니 조조가 말한다.

    "신이 일찍이 국은 國恩을 입은 바, 마음에 새기고 보답하려 했습니다. 이제 이각과 곽사 두 도적의 죄악이 넘치므로, 신이 정병 2십여만을 이끌고 순리를 따라 토벌하면, 이기지 못함이 없을 것입니다. 폐하께서 아무쪼록 용체龍體를 보전하시고 종묘사직을 중히 여기소서"

    황제가 조조를 사예교위司隸校尉 가절월假節鉞 녹상서사錄尚書事로 삼는다.

    한편, 이각과 곽사는 조조가 멀리서 온 걸 알고서 속전速戰하려 한다. 가후가 간언한다.

    "불가해요. 조조의 병력이 정예하고 장수는 용맹하므로 항복해 면죄를 바라는 게 낫지요."

    이각이 노해 말한다.

    "감히 나의 예기銳氣를 꺾을 셈이냐!"

    검을 뽑아서 가후를 베려하자 여러 장수가 말린다. 이날 밤 가후가 홀로 말을 몰고 고향으로 가버린다.

    이튿날 이각의 군마가 조조 병력을 치러 온다. 조조가 먼저 허저, 조인, 전위에게 명해 3백 철기鐵騎를 이끌고 이각의 진중으로 세 차례 돌격할 것을 명하고 포진한다. 포진을 마치자 이각의 조카 이섬과 이별이 진 앞으로 출마한다. 이들이 뭐라 입도 열기 전에 허저가 나는듯이 말을 몰아 단칼에 이섬을 벤다. 이별이 크게 놀라 낙마하는 것을 허저가 역시 베고 머리를 쌍으로 묶어서 돌아온다. 조조가 허저의 등을 두드리며 "그대는 진실로 나의 번쾌요!" 라고 말한다.

    조조가 영을 내리자 하후돈이 좌로, 조인이 우로 군을 이끌고 출격하고, 조조가 친히 중군을 이끌고 진격한다. 북소리 크게 울리며 3군이 일제히 진격한다. 적군이 막아내지 못하고 대패해 달아난다. 조조가 친히 보검을 뽑아들고 독전하며 대군을 거느리고 그날밤 추격하니 초륙剿戮(죽임)이 극히 많고 투항자를 헤아릴 수 없다. 이각과 곽사가 서쪽으로 허겁지겁 달아나니 상갓집개 꼬라지다. 이로부터 아무데도 몸둘데 없어서 할 수 없이 산중으로 들어가 산적이 된다.

    조조가 병력을 되돌려 낙양성 밖에 주둔한다. 양봉과 한섬 두 사람이 상의한다.

    "이제 조조가 큰 공을 세워 크게 권력을 잡을 텐데 우리를 어찌 용납하겠소?"

    들어가서 천자에게 아뢰어, 이각과 곽사를 쫓아가서 죽이겠다는 핑계로 휘하병력을 이끌고 대량으로 가서 주둔한다.

    황제가 어느날 사람을 보내 조조에게 입궁해 의사하도록 한다. 천자의 사자가 온 걸 조조가 듣고 불러들여 만난다. 그를 바라보니 눈썹이 짙고 눈이 빼어난 게 활력이 넘친다. 조조가 속으로 생각한다.

    '지금 동군에 크게 흉년이 들어서 군관민이 모두 굶주리는데 이 자는 어찌 홀로 살쪘단 말인가?'

    이리해 물어본다.

    "공의 존안이 기름져 보이는데 무엇으로 조리해 이렇습니까?"

    "제게 다른 방법이 없고 음식을 싱겁게 30년을 먹었지요."

    조조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묻는다.

    "그대는 지금 벼슬이 무엇이지요?"

    "저는 효렴으로 뽑혀서 원래는 원소와 장양에게 종사하였습니다. 이제 천자께서 환도하심을 듣고서 조정으로 찾아가니 정의랑의 벼슬을 내려주셨습니다. 저는 제음의 정도 출신의 동소 '공인'입니다."

    조조가 자리를 피해 말한다.

    "명성을 들은지 오래요! 다행히 이렇게 만나게 됐구려."

    술을 내어 장중에서 대접하고 순욱도 불러 만나게 한다. 누군가 보고를 올린다.

    "1개 부대가 동으로 가는데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조조가 급히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하니 동소가 말한다.

    "이건 바로 이각의 옛 장수 양봉과 백파사 한섬이군요. 명공께서 이리 오시자 병력을 이끌고 대량으로 가려는 것이지요."

    "이 조조를 의심한단 말인가요?"

    "이들은 무모한 무리이니 명공께서 어찌 우려하시겠습니까?"

    "이각과 곽사 두 역적이 이번에 달아난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지요?"

    "호랑이가 발톱이 없고 새가 날개가 없는 격이라 머지않아 명공께 붙잡힐 것이니 개의介意하실 것 없지요."

    동소의 말이 큰 줄기를 잘 잡는 걸 보고 조조가 조정 대사를 물으니 동소가 답한다.

    "명공께서 의병을 일으켜 폭란暴亂을 제거하고 입조入朝해 천자를 보좌하니 이것은 옛 오백五伯(제나라 문공 등 다섯 제후)의 공과 같습니다. 다만 (다른 지방의) 여러 장군은 사람이 다르고 뜻이 다르니 아직 반드시 복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여기 머무신다면 불편한 일이 있을까 두렵군요. 거가를 허도로 옮겨 도읍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리하여 조정을 옮겨 새 경사京師(서울)로 가면 원근遠近에서 우러러보고, 이로써 하루아침에 안정을 바랄 수 있습니다. 이번에 거가를 옮기실 때는 민심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무릇 비상한 일을 하여야 비상한 공을 이루는 법이지요. 바라건대 장군께서 이것을 결단하세요."

    조조가 동소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내 본래의 뜻이군요. 다만 양봉이 대량大梁에 포진하고 대신들이 조정에 있으니 다른 변고는 없겠는지요?"

    "쉬운 일입니다. 양봉에게 글을 보내 먼저 안심시키십시오. 대신들에게는 서울에 식량이 없어서 거가를 허도로 옮기려 한다고 밝히시고 가까운 노양魯陽에서 식량을 가져오면 거의 흠결欠缺이 없겠지요."

    조조가 크게 기뻐한다. 동소가 작별인사를 올린다. 조조가 손을 잡고 말한다.

    "제가 도모하는 바를 이룬다며 오로지 공께서 가르쳐주신 덕이오."

    동소가 사례하며 떠난다.

    조조가 이로부터 날마다 여러 모사들과 은밀히 천도 遷都를 상의한다. 당시 '시중 태사령' 왕립이 은밀히 종정 유애에게 말한다.

    "내가 천문을 살피니 지난 봄부터 태백이 진성을 두우에서 범해서 천진을 지나고, 형혹(화성)도 역행해 천관에서 태백과 만나는군요. 금金과 화火가 서로 만나니 반드시 새 천자가 나실 겁니다. 내가 보기에 대한의 기수가 끝나고 진과 위에서 반드시 흥하는 자가 있겠습니다."

    다시 은밀히 헌제에게 아뢴다.

    "천명도 거취가 있고 오행도 늘 성한 것은 아닙니다. 화火를 대신하는 건 토土입니다. 한을 대신해 천자가 되는 이는 마땅히 위魏에 있을 겁니다."

    조조가 듣고 사람을 보내 왕립에게 고하게 한다.

    "공께서 조정에 충성하는 걸 내가 알고 있소. 그러나 천도가 심원하니 아무쪼�� 여러 말씀을 하지 마세요."

    조조가 이걸 순욱에게도 알리니 순욱이 말한다.

    "한나라는 화덕火德으로 왕이 되었는데 명공께서는 토명土命이시지요. 허도가 토에 속하니 거기로 가면 반드시 흥할 겁니다. 화가 토를 낳을 수 있고 토는 목木을 왕성하게 하니 동소와 왕립의 말에 부합합니다. 언젠가 반드시 흥하게 될 것입니다."

    조조의 뜻이 굳어진다. 이튿날 입궁해 황제에게 아뢴다.

    "동도가 황폐한지 오래라서 집을 고치고 지붕을 이을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아울러 식량을 대는 것도 간신합니다. 허도는 노양에 가깝고 성곽과 궁실, 돈과 양식, 백성의 물자를 넉넉히 쓸 수 있습니다. 신이 감히 청하오니 허도로 거가를 옮기소서. 폐하의 분무만 따르겠습니다."

    황제가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신하 모두 조조의 위세가 두려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날을 정하여 거가(황제의 수레)를 일으킨다. 조조가 군을 이끌고 호위하고 백관이 모두 뒤따른다. 행렬이 몇 정程 못 가서 높은 언덕에 이른다. 갑자기 함성이 크게 일더니 양봉과 한섬이 병력을 이끌고 가로막는다. 서황이 선두에서 크게 외친다.

    "조조야 거가를 겁박해 어디로 가냐!"

    조조가 출마해 바라보니 서황이 위풍늠름 한지라 마음 속으로 찬탄한다. 허저를 출마시켜 서황과 교봉한다. 칼과 도끼를 주고받기 50여 합을 싸워도 승패가 나지 않는다. 조조가 즉시 징을 쳐서 군을 거두고 모사들을 불러 상의한다.

    "양봉과 한섬은 말할 가치도 없소만 서황은 정말 뛰어난 장수요. 내 차마 힘으로 그를 아우를 수는 없고 마땅히 계책을 써서 불러야겠소."

    행군종사 만총이 말한다.

    "주공께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서황과 일면식이 있으니 오늘 저녁 졸병으로 분장해 군영에 침투해서 진심으로 투항하도록 설득하겠습니다."

    조조가 흔쾌히 만총을 보낸다.

    그날밤 만총이 소졸小卒로 꾸며서 적진으로 혼입混入해 서황의 막사까지 침투한다. 서황은 촛불을 밝히고 갑옷을 입은 채 앉아 있다. 만총이 그앞까지 뚫고 가서 읍揖하며 말한다.

    "아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무양하세요?"

    서황이 놀라 일어나서 살펴보고 말한다.

    "산양의 만백녕 아니신가요! 어찌 여기 오셨습니까?"

    "저는 조장군께 종사하고 있지요. 오늘 진앞에서 아는 이를 보고서 한말씀 드리고자 죽음을 각오하고 찾아왔네요."

    서황이 그를 앉히고 찾아온뜻을 물으니 만총이 말한다.

    "공의 용기와 지략은 세상에 드물거늘 양봉과 한섬 따위에게 몸을 굽히세요? 조장군은 당세의 영웅으로서, 그가 현인을 좋아하고 선비를 예우하는 것은 천하가 알지요. 조장군께서 오늘 진앞에서 공의 용맹을 보고 십분 경애하여 차마 건장을 시켜 죽도록 싸우게 하지 않고 일부러 저를 보내셨습니다. 공께서 어찌 어둠을 버리고 밝음을 찾아 함께 대업을 이루지 않겠습니까?"

    서황이 한참 신음하다가 한숨을 쉬며 크게 탄식한다.

    "나도 진실로 양봉과 한섬이 대업을 이룰 사람이 아님은 알고 있지만 그들을 따른 지 오래라서 차마 버릴 수가 없네요."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앉고, 현명한 신하는 주인을 가려 섬긴다고 하지 않던가요? 섬길 만한 주인을 만나 그가 반겨주는데도 외면한다면 대장부가 아니지요."

    서황이 일어나 사례한다.

    "공의 말씀을 따르지요."

    "양봉과 한섬을 죽여서 만나는 선물로 가져감이 어떤가요?"

    "신하로써 주군을 죽이는 것은 큰 불의不義이니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공이야말로 진실로 의로운 인물입니다!"

    서황이 부하 수십 기를 이끌고 그날밤 만총과 함께 조조에게 넘어간다. 재빨리 양봉에게 알려지자 양봉이 대로해 스스로 1천 기를 이끌고 추격하며 외친다.

    "서황 반적反賊 놈아 거기 서라!"

    양봉이 추격하는데 호포가 한차례 울리더니 산 위아래에서 횃불이 일제히 타오르고 복병이 사방에서 몰려나온다. 조조가 친히 군을 이끌고 선두에서 외친다.

    "내 여기서 기다린지 오래다! 달아날 생각 마라!"

    양봉이 크게 놀라서 급히 군을 돌리는데 금방 조조 병력이 포위한다. 마침 한섬이 병력을 이끌고 구원하니 양쪽 군대가 혼전하는데 양봉이 달아난다. 조조가 혼란을 틈타서 공격하니 양봉과 한섬의 병력 태반이 항복한다. 양봉과 한섬이 세력이 외롭자 패잔병을 이끌고 원술에게 간다.

    조조가 군을 거두어서 군영으로 돌아가고 만총이 서황을 데리고 들어가서 만난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고 후대한다. 그뒤 천자의 수레를 영접해 허도에 이르고 궁실宮室과 전우殿宇를 축조하고 종묘사직과 성대省臺와 사원司院과 아문 衙門을 세우고 성곽과 부고府庫를 수리한다. 동승 등 13 인을 열후列侯에 봉한다. 상을 내리고 벌을 주는 것 모두 조조가 처치하는대로 한다.

    조조는 스스로 대장군 무평후가 되고 순욱을 시중 상서령, 순유를 군사 軍師, 곽가를 사마제주, 유엽을 사공연조로 삼는다. 모개와 임준은 전농중랑장과 최독전량으로 삼는다. 정욱은 동평상으로, 범성과 동소는 낙양령으로 삼는다. 만총은 허도령이 된다. 하후돈과 하후연, 조인과 조홍은 모두 장군이 된다. 여건, 이전, 악진, 우금, 서황은 모두 교위가 된다 . 허저와 전위는 도위가 된다. 기타 장사도 각각 벼슬을 받는다. 이로부터 대권을 모두 조조가 장악한다. 조정의 큰 사무는 조조에게 여쭌 뒤에야 천자에게 아뢴다.

    조조가 대사 大事를 정한 뒤 후당에서 연회를 베풀어서 여러 모사를 모아서 함께 의논하며 말한다.

    "유비가 서주에 둔병하고 스스로 서주를 다스리고 있소. 근래에 여포가 패잔병을 이끌고 가자 유비가 소패를 내주었으니 두 사람이 한마음으로 병력을 이끌고 침범한다면 가슴속의 우환이 되오. 여러분에게 그들을 도모할 묘책이 있소?"

    허저가 말한다.

    "바라건대 정병 1만을 주시면 유비와 여포의 머리를 베어 승상께 바치지요."

    순욱이 말한다.

    "장군은 용맹하다면 용맹하지만 계략을 쓸 줄 몰라요. 이제 허도가 방금 안정돼서 아직 용병하기 어려워요. 제게 계책이 하나 있는데 이른바 두 호랑이가 먹을 것을 다투게 하는 계책입니다. 이제 유비가 서주를 다스린다지만 아직 조서로써 임명된 건 아니지요. 명공께서 천자께 아뢰어 조서를 내려 유비를 서주목으로 임명하고, 은밀히 서찰을 보내서 여포를 죽이라 하세요. 성사되면 유비는 도와줄 맹사 猛士를 잃을테니 그를 도모해 참할 수 있지요. 성사되지 않더라도 여포가 반드시 유비를 죽일 테니 이것이 '이호경식지계'입니다."

    조조가 그말을 따라서 즉시 조명 詔命(조서로써 임명함)을 주청하여, 사자를 서주로 보내 유비를 '정동장군 의성정후'에 봉하고 서주목을 맡도록 한다. 아울러 밀서를 1봉 함께 보낸다.

    한편 서주에 머물던 현덕은 황제가 허도로 천도한 걸 듣고, 글을 올려서 경하 드리고자 하는데, 천자의 사자가 왔다고 한다. 성곽을 나가 천사를 영접한다. 절을 올리고 은명恩命을 받은 뒤 연회를 열어, 천자의 사자를 초대한다. 사자가 말한다.

    "군후께서 이러한 은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실은 조장군께서 황제께 추천한 덕분이지요."

    현덕이 사례한다. 사자가 이에 밀서를 꺼내 현덕에게 준다. 현덕이 읽고서 말한다.

    "이 일은 의논해봐야겠네요."

    연회가 끝나고 사자를 역관에 쉬게 한다. 현덕이 그날밤 여럿과 상의한다. 장비가 말한다.

    "여포는 의리 없는 인간이니 죽이는데 무엇을 망서려요?"

    "그가 세력이 궁하여 내게 찾아온 것인데 죽인다면 역시 의롭지 않지."

    장비가 한탄한다.

    "사람이 너무 좋아도 탈이라니까!"

    현덕이 따르지 않는다.

    이튿날 여포가 축하하러 오니 현덕이 불러들인다. 여포가 말한다.

    "공이 조정의 은명을 받았다기에 일부러 축하하러 왔어요."

    현덕이 겸손하게 사례한다. 그런데 장비가 대청에서 칼을 매만지며 여포를 죽이려 하니 유비가 황망히 저지한다. 여포가 크게 놀라 말한다.

    "익덕은 어찌해 나를 죽이려고만 하지요?"

    "조조가 네놈을 의리없는 놈이라면서 우리 형님더러 네놈을 죽이라 했어!"

    장비가 이렇게 외치자 유비가 거듭 고함쳐 내쫓는다. 여포를 끌고 함께 후당으로 들어가서 앞일을 그대로 고한다. 조조가 보낸 밀서를 여포에게 보여주니 여포가 읽고나서 울며 말한다.

    "이것은 조조 놈이 우리 두 사람을 불화하게 만들려는 것뿐이지요!"

    "형께서 걱정 마세요. 이 유비가 맹세코 이런 불의한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여포가 거듭 절하며 사례하고, 유비가 여포를 붙들어 음주하고, 저녁이 돼서야 여포가 돌아간다. 관우와 장비가 말한다.

    "형장은 어찌 여포를 죽이지 않아요?"

    "이것은 조맹덕이 나와 여포가 함께 도모할까 두려워서 계략으로 두 사람을 서로 다투게 하고서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야. 어찌 이용당할 수 있겠냐?"

    관공은 고개를 끄덕이고 옳다고 말했다.

    "난 이 도적놈을 죽여 후환을 없애면 그만이오!"

    장비의 이 말에 현덕이 말한다.

    "장부가 할 짓이 아니다."

    이튿날 사명使命(사자/사신)이 서울로 돌아가니, 현덕이 배웅하면서 은혜에 감사하는 글을 천자께 올리고 아울러 조조에게 답장도 보내는데 천천히 도모하겠다는 내용이다. 사명이 돌아가서 조조에게 현덕이 여포를 죽이지 않은 걸 이야기한다.

    "이 계책이 성공하지 못했으니 어찌하지요?"

    조조의 말에 순욱이 말한다.

    "계책이 또 있으니 이름해 구호탄랑지계驅虎吞狼之計(호랑이를 몰아서 승냥이를 삼키는 계책)입니다."

    "그 계책은 어떤 거요?"

    "몰래 사람을 원술에게 보내 유비가 은밀히 천자께 글을 올려 남군南郡을 친다고 전하십시오. 원술이 듣고 노해서 유비를 공격할 것이니, 공께서는 유비에게 원술을 토벌하라 하세요. 두 사람이 맞서면 여포가 반드시 다른 마음을 품을 겁니다. 이것이 구호탄랑지계입니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먼저 사자를 원술의 근거지로 보내고 서주에도 사자를 보낸다.

    한편, 현덕이 서주에 있다가 사명이 오자 성곽을 나가 영접한다. 조서를 읽어보니 출병하여 원술을 치라는 것이다. 현덕이 명을 받고 먼저 사자를 배웅한다.

    "이것도 조조의 계략이네요."

    미축이 이러자 현덕이 말한다.

    "비록 계략이라도 왕명을 어길 수는 없소."

    군마를 점검하고 날을 맞춰 떠나려 한다.

    "남아서 성을 지킬 사람을 먼저 정하셔야지요."

    손건이 말하자 현덕이 묻는다.

    "두 아우 중 누가 지키겠냐?"

    "제가 남아 성을 지키지요."

    관우의 이 말에 현덕이 말한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너와 의논해야 하거늘 어찌 떨어지겠어?"

    "제가 지키지요."

    장비가 말하자 현덕이 말한다.

    "너는 성을 지킬 수 없지. 너는 첫째, 술을 마시면 난폭해져 사졸들을 채찍으로 때린다. 둘째, 일을 경솔히 처리하고 사람들의 간언을 따르지 않으니, 내 마음이 안 놓여."

    "이 아우가 이제부터 음주하지도 않고 병사도 때리지 않고 업무를 보면서 간언도 바로 들을게요."

    "입이 마음을 따르지 못할까 두렵군요"

    미축의 이 말에 장비가 노한다.

    "내가 우리 가가를 따른지 다년이지만 아직 믿음을 잃은 적이 없네. 자네가 어찌 나를 업신여기는가!"

    현덕이 나선다.

    "아우가 비록 이렇게 말하지만 내가 결코 방심할 수 없구나. 진원룡께서 보좌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침저녁으로 술을 적게 마시고 일하는데 실수가 없도록 해주세요."

    진등이 응락한다. 현덕이 분부를 마치고 마보군馬步軍(보병과 기병) 3만을 통솔해 서주를 떠나 남양으로 진발한다.

    한편, 유비가 표를 올려 원술의 고을을 치겠다고 하자 원술이 대로한다.

    "유비, 네 이놈! 돗자리나 짜고 짚신이나 삼던 녀석이 이제 쉽게 큰고을을 점거하고, 제후와 동렬했다고 하기에, 내가 마침 네놈을 토벌하려던 참인데, 도리어 나를 도모하다니! 정말 분하구나!"

    상장 기령에게 십만대군을 일으켜 서주로 달려가라 한다. 양쪽 군대가 우이에서 대치한다. 현덕의 병력이 작아 산과 강을 이용해 진지를 구축한다.

    기령은 산동 사람으로 무게 50근 삼첨도 三尖刀 한 자루를 잘 쓴다. 이날 병력을 이끌고 나가 크게 욕한다.

    "유비 시골뜨기야! 어찌 감히 우리 경계를 침범하냐!"

    "나는 천자의 조서를 받들어서 신하답지 못한 자를 토벌하러 왔다. 감히 맞서러 오다니 그 죄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

    기령이 대로해 말을 몰고 칼춤을 추며 현덕에게 내닫는다.

    "못난 놈아! 날뛰지 마라!"

    운장이 크게 꾸짖고 출마해 기령과 한바탕 싸운다. 잇달아서 30합을 붙어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기령이 잠깐 쉬자고 외치므로 관공이 말을 돌려 돌아가 진앞에 서서 기다린다. 기령이 그러나 부장 순정을 출마시킨다.

    "어서 기령에게 오라 하거라! 그와 자웅을 겨루겠다!"

    "네놈은 이름없는 하급장수일 뿐! 기령 장군의 맞수가 아니구먼!"

    관공이 대로해 순정에게 달려든다. 두 말이 맞붙어 1합만에 순정을 베어 낙마시킨다. 현덕이 병력을 몰아 달랴들자 기령이 대패해 회음의 하구로 물러나 수비할 뿐 교전하지 않는다. 기령이 군대를 보내 진지를 습격하다가 모두 서주군에게 패한다. 그뒤 양군의 대치는 더 이야기할 게 없다.

    한편, 장비가 현덕을 떠나보낸 뒤, 잡무는 모두 진원룡에게 시키고 군사업무와 중요업무만 스스로 챙긴다. 하루는 연회를 베풀어 여러 관리를 초대한다.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장비가 입을 연다.

    "제 형께서 떠나며, 술을 적게 마시라 분부하며, 혹시 제가 실수할까 두려워하셨소. 여러 관리께서 오늘은 실컷 취하고 내일부터 술을 경계하고 저를 도와 성을 지킵시다. 오늘은 모두 실컷 마셔야죠!"

    말을 마치고 일어나 여러 관리에게 술을 권한다. 술이 조표 앞에 이르자 조표가 말한다.

    "저는 원래 술을 못하네요."

    "싸움꾼이 어찌 술을 못 마셔요? 내 기어코 한잔 먹여야겠소!"

    조표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한잔을 마신다.

    장비가 여러 관리에게 술을 돌리고 스스로 큰잔에 술을 따라 연달아 수십 잔을 들이키다 어느새 대취한다. 다시 몸을 일으켜 여러 관리에게 술을 돌린다. 술이 조표에게 다시 이르자 조표가 말한다.

    "저는 정말 술을 못한다고요."

    "네가 방금 마시고서 지금은 왜 못 마시냐?"

    조표가 거듭 안 마시겠다 하는데 장비가 취해 술을 억지로 권하다가 발끈한다.

    "네가 장령을 어기니 백 대를 맞아야겠구나!"

    병사들에게 조표를 잡으라고 호통치니, 진원룡이 말린다.

    "현덕 공께서 떠나실 때 뭐라 분부하셨습니까?"

    "당신은 문관이니까 문관의 일이나 해! 나한테 잔소리하지 말라고!"

    조표가 어쩔 줄 몰라 호소할 뿐이다.

    "익덕 공, 내 사위를 봐서라도 저를 용서해주세요'"

    "네 사위가 누군데?"

    "바로 여포입니다."

    이 말에 장비가 대로한다.

    "내가 원래 너를 매질하려고 안했다. 그런데 여포를 갖고 나를 겁주다니 기어코 때려야겠어! 내가 널 때리면 바로 여포를 때리는 거야!"

    여럿이 말려도 소용없다. 조표가 채찍질을 5십번 당하고 사람들이 열심히 용서를 빌고서야 그친다.

    술자리가 파하고 조표가 돌아가면서 장비를 깊이 원망해 그날밤 심복에게 서찰을 줘서 급히 소패로 가서 여포를 만나도록 한다. 서찰에 장비의 무례를 낱낱이 적었다. 또한 현덕이 회남으로 갔으니 오늘밤 장비가 취한 틈을 타서 병력을 이끌고 서주를 기습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적었다. 여포가 서찰을 보고 진궁을 불러 상의하니 진궁이 말한다.

    "소패는 본래 오래 머물 곳이 아니지요. 이제 서주에 생긴 틈새를 이용해야지, 이 기회를 놓치고 취하지 않으면 후회하셔도 늦습니다."

    여포가 이를 따라 갑옷을 차려입고 말을 타고 5백 기를 이끌고 먼저 달려가고 진궁을 시켜 대군을 이끌고 뒤따르게 한다. 고순도 뒤따라 출발한다. 소패에서 서주까지 사오십 리라서 말을 타고 곧 도착한다. 여포가 성 아래 이르니 어느새 4경이고 달빛이 밝은데도 성 위에선 눈치를 못 챈다. 여포가 성문 가에서 외친다.

    "유 사군께서 기밀한 일이 있어 사람을 보냈습니다."

    성 위에 있던 조표의 부하가 조표에게 알려준다. 조표가 성을 올라가 살피더니 병사에게 개문토록 한다. 여포가 암호를 외치자 병사들이 일제히 돌입하며 함성을 크게 지른다.。

    장비가 그때 취해서 부중에 누워 있는데 좌우에서 황급히 깨우며 알린다.

    "여포가 속임수를 써서 성문을 열고 쳐들어 옵니다요!"

    장비가 대로해 황망히 갑옷을 챙겨입고 장팔사모를 움켜쥔다. 겨우 부문府門을 나와 말을 타는데 벌써 여포의 군마와 마주친다. 장비가 이때 술이 깨지 않아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 여포가 평소 장비의 용맹을 알고 감히 핍박하지 못한다. 18기의 연燕 출신의 장수들이 장비를 보호해 동문을 서둘러 빠져나가느라 부중에 남은 현덕의 가족을 챙기지 못한다.

    한편, 단지 십수 기가 장비를 호위하는데다, 장비가 취한 것을 업신여겨, 조표가 110 인을 이끌고 추격한다. 장비가 조표를 보고 대로해, 말을 몰고 맞붙는다. 3합만에 조표가 패주하는 것을 강가까지 쫓아가 단번에 등을 정확히 찔러 사람과 말이 함께 강에서 죽는다. 장비가 성밖에서 사졸들을 수습하고, 성을 탈출한 이들을 거느리고 회남으로 떠난다. 여포가 입성해 백성을 안심시키고, 병사 1백 인을 시켜 현덕의 가족을 지키고,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

    한편, 장비가 수십 기만 거느리고서 우이로 달려가 현덕을 만나고, 조표가 여포와 짜고 서주를 야습한 것을 모두 말한다. 모두 얼굴이 창백해진다. 현덕이 탄식한다.

    "무엇을 얻은들 그리 기쁘고 무엇을 잃은들 그리 슬프랴!"

    "형수께서는 안전하시냐?"

    관공이 물었다.

    "모두 성중에 잡혀 계시오."

    장비의 말에 현덕은 묵묵히 말이 없다. 관공이 발을 동동 구르며 원망한다.

    "네가 당초에 성을 지킨다 할 때 뭐라 말했냐? 형장께서 네게 뭐라 분부하셨냐? 오늘 성읍을 잃은데다가 형수님도 잡혀 계시다니 이게 무슨 꼴이냐!"

    장비가 듣고서 두려워서 몸둘 데가 없어서 검을 뽑아 자살하려 한다.

    술잔을 들고 실컷 마셔 정신을 놓더니
    검을 뽑아 죽으려 하지만 뉘우쳐도 늦으리

    장비 목숨이 어찌될까 모르겠구나! 다음 편을 보면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