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5회 태사자가 소패왕과 한바탕 싸우고 손백부가 엄백호와 격전하다

    한편, 장비가 검을 뽑아 자결하려는데 현덕이 달려나와 껴안고 검을 빼앗아 땅에 던진다.

    "옛말에 형제는 손발 같고 처자식은 옷과 같아서, 옷이야 찢어지면 다시 기우면 되지만, 손발이 잘리면 어찌 다시 붙이겠는가 하였다. 우리 세 사람이 복숭아 밭에서 의형제로 맺을 때 같이 태어나지는 못했을 망정 같이 죽기를 원하였지. 지금 비록 성지 城池와 가소 家小를 잃었지만 어찌 차마 형제를 중도에 죽게 하겠어? 하물며 그 성지도 본래 내 것이 아니고, 식구가 비록 잡혔지만 여포는 분명히 죽이지 않을 것이니 아직 꾀를 내어서 구할 수 있다. 아우가 잠시 잘못했다만 어찌 이렇게 황망히 죽으려 한단 말이냐!"

    유비가 말을 마치고 통곡한다. 관, 장이 모두 감격해서 운다.

    한편, 여포가 서주를 습격한 걸 원술이 알고서, 그날밤 사람을 여포의 거처에 보내서 양곡 5만 곡, 말 5백 필, 금은 1만냥, 비단 1천 필을 주겠으니 유비를 협공하자고 한다. 여포가 기뻐하며 고순을 시켜 병력 1만 5천으로 현덕의 배후를 습격하라고 한다. 현덕이 이 소식을 듣고 음우陰雨(오래 내리는 음산한 비)를 틈타 철병해 우이를 포기하고 동쪽으로 달아나 광릉을 취하려 한다. 고순의 군대가 왔을 즈음 현덕은 이미 떠나고 없다. 고순이 기령을 만나 원술이 주기로 한 물자를 찾는다. 기령이 말한다.

    "공께서는 일단 회군하세요. 주공께 허락을 받아야겠군요."

    고순이 기령과 헤어지고 회군해 여포에게 기령의 말을 자세히 고했다.

    여포가 뒤늦게 의심하는데 원술의 서찰이 당도한다. 내용은 이렇다.

    '고순이 왔지만 유비를 없애지 못했소. 다시 유비를 잡으면 그때 맞춰 허락한 물자를 보내겠소.'

    여포가 화가 나서 원술의 실언을 욕하고 출병하여 그를 치려 한다.

    "불가합니다. 원술이 수춘을 점거해 병력이 많고 양식이 넘치니 가벼이 맞서지 마세요. 현덕을 불러 소패에 머물게 해 우리의 날개로 삼는 게 낫습니다. 언젠가 현덕을 선봉으로 삼아 먼저 원술을 취하고 그뒤 원소를 취하면 천하를 종횡할 수 있겠지요."

    여포가 진궁의 이 말을 옳게 여겨 사자에게 서찰을 줘 현덕을 맞이해 돌아오게 한다.

    한편, 현덕이 병력을 이끌고 동쪽으로 가서 광릉을 빼앗으려다가 도리어 원술 군의 습격을 받아 병력 절반을 잃는다. 돌아가는 길에 마침 여포의 사자를 만났다. 사자가 서찰을 바치자 현덕이 읽고 크게 기뻐한다. 관, 장이 말한다.

    "여포는 의리 없는 인간이니 믿을 수 없습니다."

    "그가 이렇게 좋은 뜻으로 나를 대하는데 어찌 의심하겠냐?"

    곧 서주로 향한다. 현덕이 의심할까 두려워 여포가 먼저 가족을 송환한다. 감부인과 미부인이 현덕을 만나 여포가 병사들을 시켜 가족을 지키고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시첩을 시켜 물건을 보내주며 여태 결례가 없었음을 모두 말한다. 현덕이 관, 장에게 말한다.

    "나는 여포가 절대로 내 식구를 해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

    성으로 들어가 여포에게 사례한다. 장비는 여포를 원망해 따라가려 하지 않고 두 형수를 모시고 먼저 소패로 가버린다.

    현덕이 들어가서 여포를 만나 절을 올려 사례한다.

    "내가 원래 성을 빼앗으려 한 게 아니었습니다. 영제令弟(남의 아우를 높이는 말) 장비가 당시 술에 취해 사람을 죽이고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지켜주러 왔을 뿐이지요."

    "제가 형님께 양보하려 한 지 오랩니다."

    여포가 거짓으로 현덕에게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현덕이 애써 사양하고 소패로 돌아가 주둔한다. 관, 장이 내심 불평하는데 현덕이 말한다 .

    "몸을 숙여 분수를 지키다가 천시天時를 기다려야지 목숨을 걸고 다퉈서는 안 되지."

    여포가 식량과 비단을 보내준다. 이로부터 양가兩家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한편, 원술이 수춘에서 문무관리를 모아 크게 연회를 베풀고 있는데, 손책이 여강廬江 태수 육강陸康을 정벌해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다고 한다. 원술이 부르자 손책이 대청 아래에서 절한다. 원술이 노고를 위로한 뒤 술자리에 앉힌다. 원래 손책은 부친의 상을 치른 뒤 강남江南으로 퇴거해 어진 이들과 재능 있는 이들을 예우했다. 그 뒤 도겸과 손책의 외숙부 단양태수丹陽太守 오경吳璟이 불화하자 손책이 모친과 식구를 모두 곡아曲阿로 옮기고 자신은 원술을 찾아갔다. 원술이 그를 매우 아껴 늘 탄식했다.

    "내게 손랑孫郎(손책) 같은 아들 하나 있다면 죽은들 무슨 한이 있겠냐고!"

    그래서 손책을 회의교위懷義校尉로 삼고 병력을 이끌고 경현涇縣의 태사太師 조랑祖郎을 치게 하니 승전을 거두었다. 손책의 용맹을 보고 원술이 다시 육강을 공격하게 했는데 이제 또 이겨서 돌아온 것이다.

    그날 술자리가 파하고 손책이 군영으로 돌아온다. 원술이 자신을 대하는 예가 심히 오만한 걸 보고 마음이 울민해 안뜰을 달빛 아래 거닌다. 부친 손책이 그토록 영웅이셨건만 이제 자신은 이토록 윤락하니 자신도 모르는 새 통곡한다. 그런데 누군가 들어오며 크게 웃으며 말한다.

    "손백부께서 어째서 이러지요? 존부께서 생전에 나를 많이 쓰셨습니다. 그대에게 결단하지 못할 일이 있다면 어찌 내게 묻지 않고 이토록 울고 있습니까?"

    손책이 바라보니 단양 고장 출신의 주치 '군리'이다. 손견의 옛 종사관이다. 손책이 눈물을 거두고 그를 자리에 앉힌다.

    "제가 운 것은 다만 부친의 뜻을 잇지 못해서지요."

    "강동으로 가서 오경을 구하겠다는 핑계로 원공로에게 병력을 빌려서 대업을 도모하지 않으시고, 어찌 남의 밑에서 오랫동안 고생하세요?"

    이렇게 의논하는데 누군가 홀연히 들어와서 말한다.

    "공들이 도모하는 바를 내가 알고 있었습니다. 내 수하에 정예한 장사가 1백인 있으니 백부를 도와 맹세코 한팔 거들지요."

    손책이 그를 바라보니 원술의 모사로서 여남 세양 출신의 여범 '자형'이다. 손책이 크게 기뻐하며 불러 앉혀 함께 의논한다. 여범이 말한다.

    "단지 원공로를 졸라서는 선뜻 병력을 내어주지 않겠지요."

    "제게 선친께서 남기신 전국옥새가 있으니 그걸 맡기지요."

    "원공로가 얻고자 한지 오래지요! 그걸 맡기면 반드시 병력을 내어줄 겁니다."

    세 사람이 토의하고 이튿날 손책이 원술을 만나 소리내어 울며 절한다.

    "부친의 원수도 갚지 못했는데 이제 외숙부 오경마저 양주자사 유요에게 핍박을 받네요. 제 노모와 식구가 모두 곡아에 있는데 아무래도 해를 입을 것 같습니다. 송구하오나 제게 수천 병력만 빌려주시면 장강을 건너가 구원하고 일가친척을 돌보겠습니다. 명공께서 불신하실까 두려워, 망부께서 남겨주신 옥새를 담보로 남기겠습니다."

    원술이 옥새가 있음을 듣고 가져오게 한다. 옥새를 살피고 크게 기뻐한다.

    "자네 옥새가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당분간 여기 남겨두게. 3천 병력과 말 5백 필을 자네에게 줄테니 평정하고 속히 돌아오게나. 자네 직위가 비천해 대권을 잡기 어려울 것 같구먼. 내가 표를 올려 자네를 절충교위 진구장군에 임명하지. 날을 정해 출병하게."

    손책이 절을 올려 사례하고 군마를 거느리고 주치,여범,손견의 옛 장수 정보,황개,한당 등을 대동해 날을 골라 기병한다. 역양까지 행군하자 1군이 당도한다. 앞장선 사람은 자질이 풍류가 있고 용모가 수려하다. 손책을 보더니 말에서 내려 절을 한다. 손책이 보니 여강의 서성 출신의 주유 '공근'이다. 원래 손견이 동탁을 토벌할 때 집을 서성으로 옮겼는데 주유와 손책이 동년배라 아주 친밀히 사귀어 곤중(형제)의 의를 맺었다. 손책이 주유보다 두달 빨라 주유가 손책을 형으로 섬겼다. 주유의 숙부 주향이 단양태수가 되자 이제 일가친척을 찾아오다가 손책을 만난 것이다.

    손책이 주유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주유가 말한다.

    "제가 견마지로를 다해 함께 대사를 도모하지요."

    "내 이제 공근을 얻었으니 대사를 이루겠구먼."

    주치와 여범 등을 만나게 하니 주유가 손책에게 말한다.

    "형께서 대사를 이루고자 하는데 강동의 두 장 씨도 아세요?"

    "두 장 씨라니?"

    "한 사람은 팽성의 장소로서 자포라 불리며, 또 한 사람은 광릉의 장굉으로 자강이라 불립니다. 둘 다 경천위지 經天緯地의 재주를 가졌으나 여기로피난하여 은거하니 형께서 초빙하시지요."

    손책이 기뻐하며 사자에게 예물을 주어 보내 초빙하나 모두 사양하며 오지 않는다. 손책이 몸소 집을 찾아가 함께 이야기하더니 크게 기뻐하고 힘써 초빙하자 두 사람이 허락한다. 손책이 장소를 장사 長史로 임명하고 아울러 무군중랑장을 겸직케 한다. 장굉을 '참모정의교위'로 삼고 유요를 공격하는 것을 상의한다.

    한편, 유요 '정례'는 동래 모평 출신의 한실종친으로 태위 유총의 조카이자 연주자사 유대의 아우다. 원래 양주자사로서 수춘에 주둔하다가 원술에게 강동으로 쫓겨 곡아까지 온 것이다. 그때 손책군이 오자 황급히 장수들을 모아 상의한다. 부하 장수 장영이 말한다.

    "제가 1군을 거느리고 우저에 주둔하면 백만대군이라도 접근할 수 없지요."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부하 중 하나가 소리 높여서 외친다.

    "제가 선봉에 서겠소."

    여럿이 바라보니 동래 황현 출신의 태사자다. 태사자가 스스로 북해의 포위를 푼 뒤 유요를 찾아오자 유요가 부하로 거뒀다. 그날 손책이 오자 선봉을 자원한 것이다.

    "네 나이 아직 어려서 대장이 될 수 없구나. 내 옆에서 명을 받지."

    이 말을 듣고 태사자가 기쁘지 않은 마음으로 물러난다.

    장영이 병력을 거느리고 우저에 다다라 양곡 10만을 저각에 쌓는다. 손책이 병력을 이끌고 오자 장영이 출영한다. 양군이 우저의 모래톱에서 만났다. 손책이 출마하자 장영이 크게 욕하니 황개가 나와 장영과 싸운다. 몇합만에 갑자기 장영의 군중이 크게 혼란한데 진지 안에 누가 방화했다고 한다. 장영이 급히 퇴군하자 손책이 병력을 이끌고 달려들어 기세를 타고 덮친다. 장영이 우저를 포기하고 깊은 산중으로 달아난다.

    원래, 진지 뒤에서 방화한 이는 두 사람의 건장(굳센 장수)이다. 한 사람은 바로 구강 수춘 출신의 장흠 '공혁'이다. 다른 한 사람은 구강 하채 출신의 주태 '유평'이다. 두 사람 모두 세상의 난리를 만나 사람을 모아 양자강에서 노략질로 살아갔다. 오래전부터 손책이 강동의 호걸로서 현자와 선비를 초빙함을 듣고 그 무리 3백여 인을 이끌고 이리로 온 것이다. 손책이 크게 기뻐하며 거전교위로 삼는다. 우저의 저각에 쌓인 양식과 병기를 거두고 항복한 군졸 1천여 인을 아울러 신정으로 진격한다.

    한편, 장영이 패하고 돌아가 유요를 만나자 유요가 노해 베려다가, 모사 착융과 설예가 사면을 권하자 장영에게 영릉성에 주둔해 적을 맞도록 한다. 유요가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신정의 고개 남쪽에 진지를 세우고 손책은 고개 북쪽에 진지를 세운다. 손책이 토인에게 말한다.

    "근처 산에 한나라 광무제의 묘당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고개 위에 있지요."

    "내 꿈에서 광무제께서 부르셨으니, 가서 기도해야겠소."

    장사 장소가 말한다.

    "불가해요. 고개 남쪽이 유요의 진지인데 만약 복병이라도 있으면 어쩌게요?"

    "신인이 나를 보우하시는데, 무엇이 두려워요?"

    갑옷을 걸쳐입고 창을 들고 말을 타고 정보, 황개, 한당, 장흠, 주태 등을 이끌고 모두 13 기가 함께 진지를 나선다. 고개를 올라 묘당에서 분향한다. 말에서 내려 참배를 마치고 손책이 앞으로 무릎 꿇고 축원한다.

    "제가 강동에서 대업을 이뤄서 선친의 터전을 부흥한다면, 즉시 묘당을 중수해 사시에 제사를 모시겠습니다."

    축원을 마치고 묘당을 나와 말을 타더니 고개 돌려 여러 장수를 보며 말한다.

    "고개를 넘어 유요의 진지를 자세히 살펴야겠습니다."

    여러 장수 모두가 불가하다고 하지만 손책이 따르지 않으므로 함께 고개를 올라 남쪽으로 수풀을 바라본다. 길가에 잠복하던 군졸이 금세 유요에게 급보하니 유요가 말한다.

    "이것은 손책이 유인하는 계략이 틀림없으니 쫓아서는 안 되겠소."

    태사자가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이때 손책을 잡지 못하면 언제 다시 잡겠습니까?"

    유요의 장령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갑옷을 걸치고 말을 탄다. 창을 들고 군영을 나서며 외친다.

    "담기膽氣 있는 자 모두 나를 따르라!"

    여러 장수가 부동不動한데 오로지 하급 장수 하나가 말한다.

    "태사자야말로 진실로 맹장이구만! 내가 돕지요!"

    말을 몰아 동행한다. 장수들이 비웃는다.

    한편, 손책이 한참 살피고 말머리를 돌려 고개를 넘으려는 찰나 고개 위에서 누군가 외친다.

    "손책은 거기 서라!"

    손책이 머리를 돌려 보니 말 두 필이 나는듯이 고개를 내려온다. 손책의 장수 13기가 일제히 전개한다. 손책이 창을 비껴들고 말을 세워 고개 아래에서 기다린다. 태사자가 외친다.

    "손책이 누구냐?"

    손책이 말한다.

    "너는 누구냐?"

    "나는 바로 동래의 태사자다. 손책을 잡으러 왔다!"

    손책이 웃는다.

    "내가 바로 손책이구만. 네놈 둘이 한꺼번에 덤벼도 두렵지 않아! 너를 두려워할 손백부가 아니지!"

    "너희 모두 덤벼도 나 역시 두렵지 않지!"

    태사자가 말 몰아 창을 겨누며 손책에게 내닫는다. 손책도 창을 쥐고 맞선다. 두 말이 맞붙어 5십 합에도 승부가 나지 않으니 정보 등이 감탄한다.

    손책의 창 솜씨가 빈틈이 없자 태사자가 거짓으로 패한 척 손책을 꾀어 달아난다. 태사자가 다른 길로 고개를 올라가 산 뒤로 돌아간다. 손책이 뒤쫓으며 크게 외친다

    "달아나다니 대장부가 아니구나!"

    태사자가 생각한다.

    '저놈은 부하가 열둘이고 나는 하나만 있으니 저놈을 사로잡으려면 다른 무리와 떨어지게 해야지. 다시 한번 유인해서 헤매게 하고서 손을 써야겠군.'

    이로부터 싸우다 달아나기를 반복한다. 손책이 그때 개의치 않고서 줄곧 쫓아서 평탄한 지형까지 다다랐다. 태사자가 말머리를 돌려서 다시 싸워서 50 합에 이른다. 손책이 창을 내지르자 태사자가 날쌔게 피하더니 창을 낚아챈다. 태사자도 창을 내지르자 손책도 낚아챈 다. 둘이 한껏 힘을 쓰다가 같이 낙마해 구른다. 말이 어느새 저리 달아나버린다. 둘이 창을 내던지고 엉켜붙어 치고박아 전포戰袍가 다 찢긴다. 손책이 재빠르게 손을 놀려 태사자의 단극短戟을 뽑았다. 태사자 역시 손책의 투구를 벗겼다. 손책이 단극으로 찌르자 태사자가 투구로 막아낸다.

    갑자기 함성이 뒤에서 일어난다. 소식을 들은 유요군 1천여가 몰려온다. 손책이 황급해하는데 정보 등 12기도 달려온다. 손책과 태사자가 그제서야 서로 떨어지며 손을 놓는다. 태사자가 군중에서 말과 창을 얻어서 다시 달려온다. 손책의 말은 정보가 거두고, 손책도 창을 얻어서 말을 탄다. 유요의 1천군과 정보 등 12기가 혼전하며 이리저리 싸우다가 신정의 고개까지 다다르자 함성이 일더니 주유가 군을 거느리고 달려온다. 유요도 스스로 대군을 이끌고 고개 아래로 온다. 황혼 무렵이 되자 비바람이 몰아치므로 양쪽이 각각 철군한다.

    이튿날 손책이 군을 거느리고 유요 진영 앞으로 가자 유요가 군을 거느리고 나와서 맞선다. 양쪽이 전열을 갖추자 손책이 창 끝에 태사자의 단극을 걸어 진 앞에 세우고 병사들을 시켜 소리치게 한다.

    "태사자가 빨리 달아나지 않았으면 벌써 죽었구나!"

    태사자도 손책의 투구를 진 앞에 걸어놓고서 병사들을 시켜 소리치게 한다.

    "손책의 머리가 여기 있구나!"

    양군의 함성이 떠들썩하고 이쪽은 이겼다 과시하고 저쪽은 더 세다고 자랑한다. 태사자가 출마해 손책과 승부를 내려 하자 손책이 나가려 한다. 정보가 말한다.

    "주공께서 수고하실 것 없이, 제가 잡아 오지요."

    정보가 진 앞으로 나오자 태사자가 말한다.

    "너는 내 적수가 아니구만. 어서 손책에게 출마하라 전하라!"

    정보가 크게 노해서 창을 겨누고 태사자에게 내닫는다. 두 사람의 말이 교차하며 30 합을 싸우는데 유요가 서둘러 징을 쳐서 철군한다.

    "제가 적장을 잡을 참인데 어찌 철군하십니까?"

    유요가 말한다.

    "주유의 군대가 곡아를 습격해 탈취했는데 여강 송자 출신의 진무 '자열'이 주유와 접응해 들어갔다는 보고가 들어왔네. 내 터전을 이미 잃었으니 여기 오래 머물 수 없지. 어서 말릉으로 가서 서예와 착융의 군마와 만나서, 급히 접응해야겠네."

    태사자가 유요를 호위하며 퇴각하는데 손책이 추격하지 않는다.

    "적군이 주유에게 곡아를 습격당해 빼앗겨 전의를 잃었으니, 오늘밤 적진을 습격하기 아주 좋겠습니다."

    장사 장소의 이 말을 옳다고 여긴 손책이 그날밤 병력을 5로로 나눠서 크게 진격한다. 유요의 군병이 대패해 모두 사방으로 흩어지고 무너진다. 태사자 홀로 당하기가 어렵자 수십 기를 이끌고 그날밤 경현으로 간다.

    한편, 손책이 다시 진무를 보좌로 삼는데 그 신장이 7 척, 얼굴이 누렇고 붉은 눈동자로 생김새가 괴이하다. 손책이 그를 경애해 교위에 임명하고 선봉으로 세워서 설예를 공격한다. 진무가 십수 기를 이끌고 적진에 돌입해서 5십여 명을 참수한다. 설예가 문을 닫고 감히 출격하지 못한다.

    손책이 성을 공격하려는데, 급보가 날아든다. 유요가 착융과 합세해 우저를 탈취했다는 것이다. 손책이 크게 노해서 스스로 대군을 이 끌고 우저로 달려간다. 유요와 착융이 출마한다. 손책이 말한다.

    "내 여기까지 왔거늘 너는 어찌 항복치 않냐?"

    유요 배후에서 한 사람이 창을 들고 출마하니 부장 어미다. 손책과 싸워서 3합이 못 돼서 손책이 사로잡아서 말을 돌려 진으로 돌아간다. 유요의 장수 번능이, 어미가 잡힌 걸 보고서 창을 움켜쥐고 뒤쫓는다. 그의 창이 손책의 등 가운데를 세게 찌르려 하자, 손책 진영의 병사들이 크게 외친다.

    "배후에 몰래 따라옵니다!"

    손책이 고개 돌려보니 번능의 말이 접근하므로 고함을 치는데 마치 큰 우레와 같다. 번능이 크게 놀라 말 아래로 꼬꾸라지며 땅을 들이받아 머리가 깨져 죽는다. 손책이 군문의 깃발 아래로 와서 어미를 내려놓는데, 이미 몸이 으스러져 죽은 상태다. 삽시간에 장수 하나는 몸을 으스러뜨려서 죽이고, 하나는 고함쳐서 죽인 것이다. 이로부터 모두 손책을 소패왕 小霸王이라 부른다.

    그날 유요 병력이 대패하고 인마 태반이 손책에게 투항한다. 손책 군이 1만을 넘게 참수한다. 유요와 착융이 예장으로 달아 나서 유표에게 의탁한다. 손책이 병력을 돌려서 다시 말릉을 공격하는데, 몸소 성의 해자 가까이 가서 설예에게 항복을 권하다. 성 위에서 몰래 화살을 날려 손책의 왼쪽 넓적다리에 명중하니 손책이 낙마한다. 여러 장수가 급히 부축해 일으키고 진지로 돌아가서 화살을 뽑고, 금창약 金瘡藥 (칼에 베인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바른다. 손책이 명령해 주장 主將이 화살을 맞아서 죽었다고 거짓으로 알리게 한다. 군중에서 장례를 치르고 진지를 철거해 일제히 떠난다.

    손책이 죽었다고 듣고 설예가 그날밤 성 안에서 출병하여 사나운 장수 장영과 진횡과 더불어 달려나와 추격한다. 그런데 복병이 사방에서 튀어나오고, 손책이 선두로 출마해 외친다.

    "손랑이 여기 있다!"

    병사들이 모두 놀라 창칼을 모조리 버리고 땅바닥에 엎드린다. 손책이 한 사람도 죽이지 말도록 명한다. 장영이 말을 돌려 달아나는 걸 진무가 한 창에 찔러 죽인다. 진횡도 장흠의 화살에 죽는다. 설예도 난전 중에 죽었다. 손책이 말릉에 입성해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경현으로 행군하여 태사자를 잡으려 한다.

    한편, 태사자가 정예한 장사 2천여 인과 휘하병력을 불러모아 유요의 복수를 하려던 참이었다. 손책이 주유와 함께, 태사자를 사로잡을 계책을 상의한다. 주유가 3면에서 공격하고 동문만 터놓도록 명한다. 성밖 25리에 3로에 1군씩 매복하고 태사자가 그곳에 올 쯤에는 사람과 말 모두 지칠 테니 틀림없이 생포할 수 있다고 여긴다. 원래, 태사자가 끌어모은 병력 태반이 산야의 백성으로서 기율이 없다. 경현성 꼭대기는 별로 높지 않은데, 그날밤 손책이 진무를 시켜 짧은옷 차림으로 칼을 지니고 앞장서서 성을 올라가서 방화케 한다. 태사자가 성 위에 불이 나자, 말을 타고 동문으로 달아나는 것을 손책이 군을 거느리고 뒤쫓는다.

    태사자가 달아나는데 후군 後軍이 30리까지 따라오다가 더는 따라오지 않는다. 태사자가 5십 리를 달리자 사람도 말도 지쳤는데 갈대밭에서 함성이 일어난다. 태사자가 달아나려는데 양쪽에서 반마삭 絆馬索 (말 잡는 올가미)이 일제히 날아든다. 말이 낚여 넘어지고 태사자는 사로잡혀 대채(큰 영채/ 본진)로 압송된다. 태사자를 압송되자 손책이 친히 군영을 나오더니, 사졸들을 꾸짖어 물린 뒤 자신의 비단 전포를 벗어 입히고 군영으로 불러 말한다.

    "내, 자의 子義가 진실로 장부인 걸 알아요. 유요는 어리석은 인간이라 큰 장수를 쓸 줄 몰라서 이렇게 패전한 것이지요."

    손책이 심히 후대하자 드디어 태사자가 항복을 청한다. 손책이 태사자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한다.

    "신정에서 서로 싸울 때 나를 잡았다면 해칠 마음이었소?"

    "알 수 없는 일이지요."

    태사자가 웃으며 답하자 손책이 크게 웃고 장막으로 불러서 윗자리에 앉히고 연회를 열어 환대한다. 태사자가 말한다.

    "유 군(유요)께서 얼마전 격파되고, 사졸들의 마음이 떠났습니다. 돌아가서 나머지 무리를 수습해, 그들을 데려와서 공을 돕고 싶은데, 믿어주시겠습니까?"

    손책이 일어나 사례한다.

    "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바입니다. 이제 약속하겠으니, 내일까지 돌아오길 바랍니다."

    태사자가 응락하고 떠난다. 여러 장수가 말한다.

    "태사자가 이렇게 가버리면 돌아오지 않을 게 틀림없구만요."

    "자의는 신의 있는 사나이니, 결코 나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 아직 믿지 못한다.

    이튿날 영문 앞에 대나무 막대를 세우고 해 그림자를 살핀다. 마침내 그날 중으로 태사자가 1천여 무리를 이끌고 진지로 온다. 손책이 크게 기뻐한다. 모두가 손책의 사람 보는 눈에 탄복한다. 이로부터 손책이 수만의 무리를 모으고 강동에 거처하며 백성을 편안케 하고 사 람들을 보살피므로 넘어오는 이가 무수한다. 강동 백성 모두 손책을 손랑이라 부른다. 손랑의 군대가 온다고 듣기만 해도 모두 간담이 서늘해서 달아난다. 손책의 대가 오면, 한 사람도 노략질 못하게 하니 닭이나 개도 놀라지 않고 인민이 모두 기뻐하고 소를 잡고 술을 내어서 군영으로 찾아와서 군을 위문한다. 손책이 금과 비단으로 답례하니 환호성이 들판 가득하다. 유요의 옛 병사로서 원하는 자는 따르게 하고, 원하지 않는 자는 포상하고 귀농시킨다. 강남의 백성으로 찬송하지 않는 이 없다. 이로부터 군사력이 성대하다. 손책이 모친, 숙부, 여러 아우를 맞이해서 모두 곡아로 보내고 아우 손권과 주태를 시켜서 의성을 지키도록 한다. 손책은 병력을 거느리고 남쪽으로 오군을 취하러 간다.

    당시 엄백호란 자가 스스로 동오의 덕왕을 칭하고 오군을 점거하고 부하 장수를 보내서 오정과 가흥을 수비하게 했다. 그날 엄백호가 손책군이 오자 아우 엄여를 출전시켜 풍교에서 맞선다. 엄여가 칼을 비껴들고 다리 위에 말을 세운다. 누군가 중군으로 들어와서 이를 알리자 손책이 나서려 한다. 장굉이 간언한다.

    "주장은 삼군의 운명을 맡은 존재이니, 적을 업신여겨선 안 되지요. 장군께서 자중하세요."

    손책이 사례한다.

    "선생의 말씀이 금석 같으나, 다만 친히 시석을 무릅쓰지 않으면 장수와 사졸이 명령대로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결국 한당을 출마시킨다.

    한당이 다리 위로 오자, 장흠과 진무가 작은배를 타고서 강기슭에서 다리까지 쏜살같이 지나더니, 화살을 난사해 맞은편 강기슭의 병사들을 꼬꾸라뜨린다. 두 사람이 몸을 날려 강기슭을 올라가 베어죽이자 엄여가 달아난다. 한당이 군을 이끌고 창문 閶門(소주의 성문 이름) 아래로 달려가자, 도적들이 입성한다. 손책이 병력을 나눠서 수륙으로 나란히 진군하여 오성을 포위한다. 사흘을 괴롭혀도 아무도 출전하지 않는다. 손책이 대군을 이끌고 창문 밖에서 초유하자 성위에서 비장 하나가 왼손은 들보에 걸쳐놓고, 오른손으로 성 아래를 손가락질하며 크게 욕한다. 태사자가 말 위에서 활을 집어들고 화살을 뽑더니, 병사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내가 저 종놈의 왼손을 맞히겠다!"

    말소리 끝나기 전에 활시위 울더니 과연 명중해 그 왼손을 관통하고, 들보에 못처럼 박힌다. 성 위아래에서 놀라서 외치지 않는 이 없다.

    여러 사람이 화살에 맞은 장수를 구해서 성벽을 내려온다. 엄백호가 크게 놀란다.

    "적군에 이런 자가 있는데 어찌 대적하겠냐구!"

    손책에게 화친을 청하니, 이튿날 엄여에게 출성해 손책을 찾아오도록 한다. 손책이 엄여를 장막으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신다. 술이 거나해지자 엄여에게 묻는다.

    "그대 형의 뜻은 어떻소?"

    "장군과 함께 강동을 똑같이 나누려 하시오."

    손책이 크게 노한다.

    "쥐새끼 따위가 나와 맞먹겠다고!"

    엄여를 베라고 명한다. 이에 엄여가 검을 뽑으며 일어서자, 손책이 검으로 바로 베고, 손으로 거꾸로 잡고 머리를 잘라 성안으로 보낸다. 엄백호가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성을 버리고 달아난다.

    손책이 추격을 명하니, 황개가 가흥을 함락하고 태사자는 오정을 여러 주를 평정한다. 엄백호가 여항으로 달아나 길을 따라 약탈하다가 그곳 사람 능조가 고을사람들을 이끌고 무찌르자 회계로 달아난다. 능조 부자 두 사람이 손책을 찾아오자 손책이 종정교위로 삼고서 함께 병력을 이끌고 강을 건넌다. 엄백호가 도적들을 모아 서진의 나루에 포진한다. 정보가 그들을 다시 격파하고 그날밤 회계까지 추격한다.

    회계태수 왕랑이 병력을 이끌고 엄백호를 구하려 하자 누군가 나선다.

    "불가하네요. 손책이 인의의 군대를 이끌고, 엄백호는 포악한 무리이니, 엄백호를 잡아 손책에게 바쳐야지요."

    왕랑이 바라보니 회계 여조 출신의 우번 '중상'이다. 현재 고을의 관리다. 왕랑이 노해 꾸짖자 우번이 장탄식하고 나간다. 왕랑이 병력을 이끌고 엄백호와 회합하고 함께 산음의 들판에 포진한다. 양쪽 군대가 대진하자 손책이 출마해 왕랑에게 말한다.

    "내가 인의의 군병을 일으켜 절강을 편안케 하려거늘 네가 어찌 도적을 돕냐?"

    왕랑이 욕한다.

    "네 욕심이 부족하냐? 이미 오군을 먹고도 내 땅까지 집어삼킬테냐? 오늘 엄씨의 복수를 해주마!"

    손책이 크게 노해 싸우려 하는데 태사자가 앞서 출격한다. 왕랑이 말을 박차 칼춤을 추며 태사자와 싸운다. 몇합 되지 않아 왕랑의 장수 주흔이 도우러 급히 나온다. 손책 진중에서 황개가 말 달려 주흔을 막아 창칼을 주고 받는다. 양쪽에서 북소리 진동하는 가운데, 서로 치고받는다. 갑자기 왕랑의 군진 후미가 혼란에 빠진다. 한떼의 군마가 후미를 치고 들어온다. 왕랑이 크게 놀라 급히 말을 돌려 맞선다. 알고보니 주유와 정보가 군을 이끌고 우회하여 앞뒤로 협공한 것이다. 왕랑이 중과부적이라 엄백호와 주흔과 함께 한줄기 혈로를 뚫고 성중으로 달아나서, 적교를 올리고 성문을 굳게 닫는다.

    손책의 대군이 승세를 타고 성 아래까지 추격하고 병력을 나눠 사방의 성문을 공타한다. 왕랑이 성중에서 공성이 심히 맹렬함을 보고 다시 출병해 결전하려 한다. 엄백호가 말한다.

    "손책의 군세가 대단하니 족하께서 마땅히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여서 견고히 수비해야지 출격해서는 안 되지요. 한달이 못 돼서 군량이 바닥나서 자퇴할 테니 그때 빈틈을 노려 덮치면 싸우지 않고서도 격파할 겁니다."

    왕랑이 그말을 믿고 회계성을 고수할 뿐 출격하지 않는다.

    손책이 며칠을 공격해도 성공하지 못하자 장수들 불러 토의한다. 손정孫靜(손견의 아우)이 말한다.

    "왕랑이 고수하니 쉽게 함락하기 어렵지. 회계는 양식이 많은데 태반이 사독查瀆에 있구먼. 그땅은 여기서 수십 리 거리이니 병력을 보내 그곳을 선점하는 것보다 좋은 게 없겠어. 이른바 공기무비攻其無備(무방비한 곳을 공격함), 출기불의出其不意 (예상치 못한 데로 출격함)일세."

    손책이 크게 기뻐한다.

    "숙부께서 묘책을 내주시니, 도적들을 격파하겠네요!"

    즉시 명령을 내려 성문마다 불을 피우고 깃발을 거짓으로 늘어세워 적군을 속이고 그날밤 포위를 걷고 남쪽으로 간다. 주유가 떠나면서 말한다.

    "주공의 대군이 일시에 일어나면 왕랑이 성을 나와서 뒤쫓을 것이니, 기습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준비해뒀습니다. 오늘밤이면 성을 취하겠네요."

    군마를 일으켜 행군한다.

    한편, 손책 군마가 퇴거함을 듣고 왕랑이 스스로 무리를 이끌고 망루에서 관망한다. 성 아래를 내려다보니 연기도 피어오르고, 깃발들도 어지럽지 않으므로 속으로 주저하고 의심한다. 주흔이 말한다.

    "손책이 달아나면서, 계책을 내어 우리를 속이는거구먼요. 출병해 습격해야지요."

    엄백호가 말한다.

    "손책이 이처럼 갔다면 사독查瀆으로 갔을 거요. 제가 부하들을 이끌고 주 장군과 함께 추격하겠소."

    왕랑이 말한다.

    "사독은 내가 양곡을 저장하는 곳이라서 막아야 하구먼. 자네가 병력을 이끌고 먼저 가게. 내가 뒤따라 접응接應겠네."

    엄백호와 주흔이 5천 병력을 이끌고 뒤쫓는다. 초경 무렵 성밖 2십여 리 지점에 달하자, 울창한 수풀에서 북소리 한차례 울리더니, 횃불 일제히 타오른다. 엄백호 크게 놀라 말을 돌려서 달아난다. 한 장수가 선두에서 가로막는데, 불빛 속에서 바라보니 손책이다. 주흔이 칼춤을 추며 맞서지만 손책의 한 창에 찔려죽는다. 나머지는 모두 항복한다. 엄백호가 한줄기 혈로血路를 뚫고 여항餘杭으로 달아난다.

    왕랑이 선두부대가 패전함을 듣고 감히 입성하지 못하고, 부하들을 이끌고 어느 바닷가 구석으로 달아났다. 손책이 대군을 돌려 기세를 몰아 성지를 취하고 인민을 안정시킨다. 하루가 못 돼서 한 사람이 엄백호의 수급을 들고 손책의 군진을 찾아와 바친다. 손책이 바라보니 신장 8척, 얼굴 네모지고, 입이 넓다. 성명을 묻자 회계 여조 출신의 동습 '원대'다. 손책이 기뻐하며 별부사마로 삼는다. 이로써 동쪽을 모두 평정하고, 숙부 손정에게 지키게 하고 주치를 오군태수로 삼은 뒤 강동으로 철군한다.

    한편, 손권과 주태가 의성을 지키는데 갑자가 산적이 빈틈을 타서 사방에서 달려든다. 밤이 깊고, 대적할 수 없어 주태가 손권을 안아 말에 태운다. 도적이 칼을 들고 달려들자, 주태가 벌거벗은 채 걸어가며, 칼을 휘둘러 잇따라 열 사람 넘게 베어낸다. 배후에서 도적 하나가 창을 들고 말을 달려 주태에게 내닫는데 주태가 창을 낚아채 도적을 떨어뜨리고 창과 말을 빼앗아 혈로를 뚫고 손권을 구출한다. 나머지 도적은 멀리 달아난다. 주태의 몸 열두 군데가 창에 찔리고 금창이 터져 목숨이 위태롭다.

    손책이 듣고 크게 놀란다. 부하 동습이 말한다.

    "제가 일찍이 해적과 다투다가 몸의 여러 군데가 창에 찔렸을 때, 회계의 어진 군리 우번이 추천한 의자醫者 덕분에 보름만에 나았습니다."

    "우번이면 바로 우중상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어진 선비이니 채용해야겠군요."

    장소에게 동습과 함께 가서 우번을 부르게 한다. 우번이 오자 손책이 예우하고 공조 功曹로 삼는다. 의자를 물으니우번이 말한다.

    "그는 패국 초군 출신의 화타 '원화'입니다. 진실로 세상의 신의입니다. 데려와서 보시지요."

    하루가 못 돼서 데려온다. 손책이 만나보니 동안에 백발이고 표연 飄然하게 속세를 떠난 자태다. 상빈으로 모시고 주태를 봐달라 청한다. 화타가 말한다.

    "이것은 쉬운 일이지요."

    약을 투여하니 한달만에 낫는다. 손책이 크게 기뻐하며 화타에게 후사한다. 곧 진격해 산적을 무찔러서 없애고, 강남을 모두 평정한다. 손책이 장졸들을 나눠 곳곳의 길목을 지키게 한다. 한편으로 조정에 표를 올리고, 한편으로 조조와 교분을 맺는다. 동시에 사람을 시켜 원술에게 글을 보내 옥새를 돌려달라 한다.

    그런데 원술은 황제가 될 마음을 가져, 핑계를 대며 옥새를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회신한다. 급히 장사 양대장, 도독 , 기령, 교유, 상장 뇌박, 진란 등 3십여 인을 불러모아 상의한다.

    "손책이 내 군마를 빌려 거사하고 이제 강동을 모조리 얻었지만, 보답은 않고 도리어 옥새를 돌려달라니 참 무례하구먼. 어떤 계책으로 도모해야겠어?"

    장사 양대장楊大將 말한다.

    "손책은 장강의 험요를 점거하고, 군대는 정예하고 군량이 풍부하므로 아직 도모해서는 안 되지요. 우선은 유비를 토벌하여 예전에 아무 까닭 없이 우리를 공격한 원한을 갚은 뒤 손책을 도모해도 늦지 않아요. 제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유비를 즉시 잡을 수 있습니다."

    강동으로 가서 호랑이를 도모하지 않고, 도리어 서군에서 교룡과 싸우겠구나!

    그놈의 계책이 뭔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