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22회 원소와 조조가 기병과 보병, 삼군을 일으키고 관운장과 장익덕이 왕충과 유대를 사로잡는다

    한편, 진등이 현덕에게 계책을 바친다.

    "조조가 두려워하는 자는 원소입니다. 원소는 기주, 청주, 유주와 여러 고을에 호랑이처럼 웅거해 군대가 백만이요 문관과 무장이 극히 많은데 어찌 지금 서찰을 써 보내 구원을 요청하지 않으십니까?"

    "원소는 나와 왕래가 없었는데다 지금 그 아우를 격파했는데 어찌 도와주겠소?

    "듣자니 한 사람이 원소 집안과 3대에 걸쳐서 친밀하답니다. 그의 서찰을 얻어서 원소에게 보내면 원소가 분명 도울 겁니다."

    현덕이 누구냐 묻자 진등이 말한다.

    "이 분은 공께서 평소 몸을 낮춰 공경한 분인데 어찌 잊으셨습니까?"

    현덕이 문득 깨닫는다.

    "틀림없이 정강성 선생이 아니겠소?"

    진등이 웃는다.

    "그렇습니다."

    원래 정강성은 이름이 현 玄으로 학문을 좋아하고 재주가 많은데 일찍이 마융 馬融에게 배웠다. 마융이 가르칠 때마다 반드시 붉은 장막을 치고 먼저 생도를 모은 뒤 창기 唱妓를 한바탕 벌이고 시녀를 좌우에 둘러 세웠었다. 정현이 3년을 청강해도 여자들을 곁눈질하지 않 자 마융이 매우 기특하게 여겼다. 다 배우고 돌아가게 되자 마융이 탄식했다.

    "내 학문의 비결을 얻은 자, 오로지 정현 하나뿐이구나!"

    정현 집안의 계집종들도 모시 毛詩 (시경)에 통달했다. 일찍이 계집종 하나가 정현의 뜻을 어기자 정현이 계단 앞에 무릎꿇렸다. 다른 계집종이 놀렸다.

    "호위호니중 胡為乎泥中 (어찌 진흙 구덩이에 빠졌는고?)"

    무릎꿇은 계집종이 답했다.

    "박언왕소 薄言往愬,봉피지노 逢彼之怒 (가서 하소연했지만 그의 노여움만 샀다네)"

    그 풍속이 우아한 게 이랬다. 환제 시절에 정현의 벼슬이 상서에 이르렀다. 뒤에 십상시의 난으로 벼슬을 버리고 시골로 돌아와 서주에 머물렀다. 현덕이 탁군에 있을 때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서주목이 되자 때때로 오두막을 지어놓고 가르침을 청했는데 예우가 특별했다.

    그 자리에서 그를 떠올리고서 현덕이 매우 기뻐하고 진등과 함께 몸소 정현의 집으로 가서 글을 써 주기를 부탁한다. 정현이 흔쾌히 응낙하고 서찰 1 봉을 써서 현덕에게 부여한다. 현덕이 바로 손건을 보내 그날밤 서찰을 갖고 원소의 거처를 찾아가게 전달한다. 원소가 읽고나서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한다.

    "현덕이 내 아우를 섬멸했으니 원래 도와선 안 되오. 다만 정 상서의 부탁을 중히 여기기에 도와주지 않을 수 없소."

    문무 관리를 소집한 뒤 흥병 興兵(병력을 일으킴)과 조조 토벌을 상의한다.

    모사 전풍이 말한다.

    "해마다 군을 일으켜서 백성이 피폐하고 곳간이 텅 비었으니 대군을 다시 일으켜선 안 됩니다. 먼저 천자께 (공손찬에 대한) 승첩을 아뢰고, 만약 전해해지 않으면 표를 올려 조조가 왕로 王路를 가로막는다고 한 뒤 병력을 거느리고 여양에 주둔해야 합니다. 또한 하내에서 선단 船團을 추가하고 군기를 수습해 변경에 주둔해야 합니다. 3년 안에 대사가 정해질 겁니다."

    모사 심배가 말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명공의 신묘한 무공으로 하삭의 강성을 이용해서 흥병하시면 조조 역적 토벌이 손바닥 뒤집기인데 어찌 시일을 늦추 겠습니까?"

    모사 저수가 말한다.

    "이기는 방책은 강성한 데 있지 않습니다. 조조의 법령이 잘 돌아가고 사졸은 정련됐으니 공손찬이 속수무책으로 곤궁했던 것과 다릅니 다. 지금 먼저 승첩을 아뢰자는 좋은 계책을 버리고, 명분 없이 흥병하시는 것이야말로 명공께서 취하실 게 못 됩니다."

    모사 곽도가 말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조조 정벌이 어찌 명분이 없겠습니까? 공께서 정정당당하게 때 맞춰 어서 대업을 이루십시오. 정 상서께서 서찰에 쓴 대로 유비와 함께 대의를 받들어 조조 역적을 초멸하시길 바랍니다. 위로 하늘의 뜻에 합당하고 아래로 백성의 바람에 합당하니 실로 천 번만번 행심 幸甚입니다!"

    네 사람이 논쟁해서 정해지지 않자 원소가 주저하고 결단치 못한다. 그런데 허유와 순심이 밖에서 들어온다. 원소가 말한다.

    "두 사람이 아는 게 많으니 어떤 주장을 가졌는가 보겠소."

    두 사람이 인사를 마치자 원소가 말한다.

    "정 상서께서 서찰을 보내서 나더러 군을 일으켜서 유비와 합세, 조조를 치라 하셨소. 출병해야겠소? 말아야겠소?"

    두 사람이 일제히 응답한다.

    "명공께서 많음으로써 적음을 이기고, 강함으로써 약함을 치고, 한나라 역적을 토벌해 왕실을 바로잡으시는 겁니다. 군을 일으키는 게 저희 뜻입니다."

    원소가 말한다.

    "두 사람 소견이 내 뜻에 바로 맞소."

    흥병을 상의한다. 우선 손건더러 정현에게 돌아가서 보고하고, 아울러 유비가 준비하고 접응할 걸 약속케 한다. 한편으로 심배와 봉 기를 통군 統軍으로, 전풍, 순심, 허유를 모사로, 안량, 문추를 장군으로 삼아 기병 15만, 보병 15만, 모두 30만의 정병이 여양으로 발진 한다.

    병력 배치가 정해지자 곽도가 진언한다.

    "명공께서 크게 조조를 토벌하시니 반드시 조조의 악행을 열거해 각지에 격문을 돌리십시오. 죄를 꾸짖고서 토벌해야 명분이 바르고 사리에 맞습니다."

    원소가 따라서 서기 書記 진림 陳琳에게 격문을 짓게 한다. 진림의 자는 공장 孔璋으로 평소 재주와 명성이 있었다. 영제 시절에 주부 主 簿 벼슬을 했다. 하진이 간언을 듣지 않는데다 동탁의 난을 만나 기주로 피난한 걸 원소가 기실 記室 (기록관)로 삼았다. 그날 격문을 짓 게 하자 붓을 들어 바로 쓴다. 그 문장은 이렇다.

    "대저 듣자니 현명한 임금께서 위기에 대처하셔서 변고를 제어하시고, 충신은 환난을 염려해 권모를 세웁니다. 비상한 사람이라야 비 상한 일을 하고, 비상한 일을 해야 비상한 공을 세웁니다. 무릇 비상한 것이란 진실로 비상한 사람이라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지난날 강성한 진나라에 허약한 임금이 들어서고 내시 조고 趙高가 정권을 잡고 조정의 권세를 전제해 위엄과 은혜를 자기 뜻대로 하 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두려워해 아무도 바른 말을 못했습니다. 끝내 망이궁에서 황제를 시해하고 조종이 불타 없어져서 오욕이 오 늘날까지 전해지니 영원히 세상이 경계할 본보기가 됐습니다.

    여후 말년에 이르러, 여산 呂產,여록 呂祿이 정치를 전제해 안으로 2 군 軍을 아우르고 밖으로 양, 조 지역을 다스렸습니다. 함부로 온갖 기틀을 끊어버리고 궁중의 일을 결정했습니다. 상하질서가 무너지니 해내 (천하)가 한심하였습니다. 그래서 강후 주허(주발)가 위 엄을 떨치고 분노하여서, 포악한 역적을 주멸하고 태종을 옹립하였습니다. 그리해 능히 왕도가 흥륭하고 광명이 현저히 빛났습니다. 이것이 대신이 권모를 세운, 뚜렷한 본보기입니다.

    사공 조조는, 그 조부 중상시 조등이 좌관, 서황과 함께 요사한 짓을 일삼고 탐욕이 끝 없어 백성을 해치고 모질게 굴었습니다. 부친 조숭 은 입양을 구걸해 가짜 지위를 훔쳤습니다. 수레 가득 금은보화를 싣고 권문세가에 뇌물로 바쳤습니다. 높은 벼슬을 도둑질하고 중요 한 기물을 뒤엎었습니다 (역주: 나라를 망쳤다는 뜻). 조조는 고자에게 빌붙어서 남긴 추한 자손으로, 본래 미덕이 없었습니다. 조조는 교활하고 사납고 난리를 좋아하고 남의 불행을 즐겼습니다.

    막부(원소를 가리킴)는 기강을 감독하고 무위를 드높이며 흉악한 역적을 제거했습니다. 이어서 동탁이 관민을 침탈하자 칼을 들고 깃발을 휘날리고 북소리 울리며 동하에서 명을 내려 영웅들을 망라하고 허물을 상관 않고 인재를 채용했습니다. 그러므로 조조와도 함께 상의하고 군무를 보좌케 하였습니다. 그 매나 개와 같은 재주를 쓰려 했습니다.

    그러나 조조는 어리석고 단순해 함부로 진격했다가 쉽사리 퇴각했습니다. 다치고 죽고 꺾어지고 오그라져서 여러차례 군을 잃었습 니다. 제가 번번이 군을 나눠주고 보충해줬습니다. 제가 천자께 표를 올려 조조를 동군으로 보내 연주자사를 맡게 했습니다. 그에게 장수의 권위를 줘서, 예전 진나라 군대가 한번의 대승으로 임금의 신뢰에 보답한 것과 같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결국 조조는 세력을 얻자 발호해 그 행동이 방자하고 흉악하고 사특한데다 백성을 착취하고 어진 이와 착한 이를 잔인하게 해쳤습니다.

    지난날 구강태수 변양은, 재주가 몹시 뛰어나 천하에 이름나고, 성품이 강직해 의논하더라도 아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조는 그를 죽여 머리를 베어 매달고 처자식을 모조리 죽였습니다. 이로부터 선비들이 분통하고 백성들이 모두 크게 원망했습니다. 한 사나이가 화 가 나서 팔을 들어도 온 고을이 동참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그 몸은 서주에서 격파되고, 땅은 여포에게 빼앗겼습니다. 조조가 동쪽 변 방을 방황하고 아무 근거지가 없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조정을 강하게 하고 제후 세력을 약하게 하는 걸 근본으로 삼는데다 여포 같은 반역의 무리를 꺼리는지라 다시 깃발과 갑옷을 수습해 자리를 돌돌 말고 일어나서 여포 정벌에 나섰습니다. 징소리 북소리 크게 울려 서 진격하자 여포 무리가 달아나고 꺾였습니다. 그리해 제가 조조를 죽을 뻔한 곤경에서 구해주고, 그의 지위를 되돌려줬습니다. 즉 제가 연주 백성에게서 얻을 게 없었지만 조조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그 뒤 천자께서 낙양으로 되돌아가시고 도적떼가 정치를 어지럽혔습니다. 때마침 기주 북쪽 변경에서 사변이 있어서 제가 떠날 수 없었 습니다. 그래서 종사중랑 서훈더러 조조를 보내서 교궁과 종묘를 수선하게 하고 어린 임금을 도와 지키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조는 본색을 드러내서 제멋대로 굴고 천자를 협박해서 도읍을 옮기고 궁정을 장악했습니다. 왕실을 업신여기고 법도를 무너뜨리고 기강을 어 지럽혔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삼대를 다스리고 조정을 전제했습니다.

    벼슬과 포상을 제 마음대로 하고 형벌을 제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하였습니다. 자기가 아끼는 사람은 5대까지 혜택을 내리고 싫어하는 사 람은 3족을 멸했습니다. 모여서 이야기한 걸 공개처형하고 뜻을 품은 걸 몰래 죽였습니다. 백관의 입을 막고, 도로마다 눈이 달린 듯해서 백성이 거리에서 이야기 나누지 못합니다. 상서는 조회를 기록할 뿐이고 공경대신은 머릿수만 채울 뿐입니다.

    그러므로 태위 양표는 사도와 사공을 역임하고 국가에서 극히 높은 벼슬에 오른 사람인데 조조가 사소한 잘못을 트집삼아 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고문이 만연하고 다섯가지 형벌을 모두 동원합니다. 충동이 일어나는대로 의심하고 관직의 질서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또한 의랑 조언이, 바른 말을 충성스럽게 간하고 의롭고 받아들일 만해서 조정에서 경청하고 낯빛을 고쳐서 포상하였습니다. 조조가 당 시 권세를 혹란하고 언로를 두절하고 그를 함부로 잡아죽였는데 천자의 보문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양효왕은 선제의 형제로서 그 능묘가 존귀하고 혁혁하고 뽕나무, 가래나무, 소나무, 측백나무가 자라나서 엄숙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조가 장교와 군졸을 거느리고 직접 발굴해 관을 부수고 시체를 드러내고 금은보화를 훔쳤습니다. 지금까지도 천자께서 눈물 흘리시 고 선비와 백성들은 애통해 합니다!

    조조는 또한 무덤을 파헤치는 '발구중랑장', '모금교위'를 신설해서 가는 곳마다 훼손하니 파헤쳐지지 않은 해골이 없습니다. 그 몸은 삼 공의 지위에 처해서 도적의 행태를 저지르니 국가를 더럽히고 백성을 해치고 사람의 넋에까지 독을 퍼붓습니다! 게다가 백성을 옭아매 는 세세한 법령이 참혹하고 온갖 형벌을 가하고 있습니다. 백성을 잡는 덫을 골목마다 놓고 함정을 길에 가득 판 셈입니다. 백성이 손을 들면 그물에 걸리고 발을 움직이면 덫을 건드릴 지경입니다.

    이리해 연주, 예주 지방에는 불쌍한 백성들이, 서울에는 한탄하는 원망이 가득합니다. 서적을 두루 살펴봐도, 무도한 신하로서 탐욕하 고 잔인하고 악착스러운 게 조조에 있어서 심합니다!

    제가 조조의 간악한 행위를 꾸짖었지만 그를 바르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를 타일러서 참아보며, 그에게 미봉책이라도 바랐습니다. 그러 나 조조는 이리 같은 야심에 흉악한 계략을 감추고 국가의 중요한 인재를 꺾고 한나라 황실을 고립시키고 약하게 하였습니다. 충신과 바 른 사람을 없애고 오로지 난폭하고 야망에 가득찼습니다. 예전에 제가 북쪽으로 강력한 도적이자 흉포하기 이를 데 없는 공손찬을 정벌 하였는데 공손찬이 저의 포위에 1년을 맞섰습니다. 조조가 공손찬이 격파되지 않은 틈을 타서 몰래 서신을 교환하고, 겉으로 천자의 군 대를 돕는 척하면서 속으로 덮치고 습격할 걸 꾀했습니다. 심부름꾼을 보내다 탄로나고 공손찬도 주살되자 조조의 서슬이 사그라지고 음모가 좌절되고 결실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조조가 바로 오창(오산의 식량창고)에 주둔하고 황하가 굳게 가로막은 걸 믿고서 어리석게도 사마귀가 수레 대열에 맞서듯합니다. 저는 한나라의 신령을 받들고 우주를 절충하고자 (천하를 평정하고자) 합니다. 기다란 극을 든 병사가 1백만이요 각종 기마병이 1천 무리입니다. 고대의 중황, 육, 획 같은 용사들이며 좋은 활과 굳센 쇠뇌를 다루는 병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제 군대가 병주에서 태행을 넘고 청주에서 제, 루의 강물을 건넙니다. 대군이 황하를 항행해 조조의 전방을 공격하고 형주에서 완, 엽에 상륙해서 후방을 압박할 겁니다. 천둥벼락처럼 호랑이가 걷듯이 진군하고, 횃불을 들어서 지푸라기를 태우듯하고, 바닷물을 퍼부어서 숯불을 끄듯할텐데 어찌 멸 망당하지 않을 자 있겠습니까?

    또한 조조의 관리와 병사로서 싸울 수 있는 건 모두 유주, 기주로부터 나오고, 또는 옛 영채의 군대에서 나올텐데 모두 가족과 생이별해 서 돌아갈 것만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며 북쪽을 바라볼 겁니다. 기타 연주, 예주의 백성은 바로 여포, 장양의 남은 무리로서 망하고 협박 받아서 잠시 따르는 것입니다. 각자 창칼에 찔리고 원수가 될 겁니다.

    만약 군을 되돌리고 높은 산 위에 올라서 북을 두들기고 피리를 불면, 하얀 깃발을 흔들며 항복을 알릴 것이니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지듯해 칼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됩니다. 바야흐로 지금 한나라 황실이 기울어져 기강이 해이하고 끊어지고 있습니다. 성스러운 조정에 하찮은 보좌도 없고 충신에게 역적을 이길 힘이 없습니다.

    서울 근처에서 가까운 신하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날개를 접고 있으니 아무 기댈 데가 없습니다. 비록 충의로운 측근이 있더라도 포악 한 신하에게 협박받으니 어찌 그 절개를 펼치겠습니까? 또한 조조 군대의 정예 병력 7백이 궁궐을 에워싸고 겉으로 천자를 지켜드린다 지만 안으로 진실로 잡아가뒀으니 그 찬역이 싹틈을 두려워하고 이에 군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이야말로 충신이 간과 뇌를 길바닥에 쏟아부워야 할 순간이요 열사가 공을 세울 기회이니 힘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조조는 또한 임금의 명령을 위조하고 사칭해 사신을 보내서 군을 일으킵니다. 변경의 멀리 있는 주군에서 그 명령을 듣고서 도왔 다가, 많이 어긋나고 병사들이 배반하고, 온통 명분을 잃어서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까 두려우니, 명철한 사람이라면 취할 게 못 됩니다.

    즉시 유주, 병주, 청주, 기주의 병력이 나란히 진군합니다. 형주에 격문이 도착하면 현재의 병력을 동원하고 건충장군(장수)의 병사 와 함께 협동해 세력이 대단할 겁니다. 주군 곳곳마다 의로운 군을 조직하고 경계에 포진하고 전군을 동원해서 위엄을 떨쳐서 사직을 바로잡아서 비상한 공로를 이에 크게 세울 수 있습니다.

    조조의 머리를 가져오면 5천석의 제후에 봉하고 5천만 전을 내리겠습니다. 조조 군대의 모든 장교, 관리로서 투항한 자는 절대 문책하지 않겠습니다. 널리 은혜와 신의를 베풀고 포상을 크게 내리고 천하에 포고해 모두에게 거룩한 한나라 왕조가 큰 어려움에 처한 걸 알리 겠습니다. 법령에 따라 집행하겠습니다."

    원소가 격문을 읽고서 크게 기뻐하고 즉시 명령해 격문을 주군마다 두루 보내고, 아울러 곳곳의 관문, 나루, 길목마다 게시한다. 격문 이 허도에도 전해지는데 마침 조조가 두통을 앓아 침대에서 와병 중이었다. 좌우에서 격문을 전달하자 조조가 보고서 모골이 송연해 온몸에 식은 땀을 한바탕 흘리더니 저도 모르게 두통이 사라지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돌려 조홍에게 말한다.

    "이 격문은 누가 지었냐?"

    "듣자니 진림이 썼답니다."

    조조가 웃는다.

    "글재주만큼 무략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진림의 글이 비록 훌륭하나 원소의 무략이 부족한 걸 어쩌겠는가!"

    여러 모사를 모아서 대책을 상의한다.

    공융이 듣고서 조조를 찾아와 말한다.

    "원소의 세력이 강대하니 싸울 수 없고 오로지 화친하셔야 합니다."

    순욱이 말한다.

    "원소는 별볼 일 없는 인간인데 하필 화친을 이야기하시오?"

    공융이 말한다.

    "원소의 영토가 광대하고 백성이 강하오. 허유, 곽도, 심배, 봉기 같은 부하는 모두 지모 있는 선비요. 전풍, 저수는 충신이오. 안량, 문추 는 용맹이 삼군에서 으뜸이오. 기타 고람, 장합, 순우경 등은 모두 당대의 명장이니 어찌 원소를 별볼 일 없다 하겠소?"

    순욱이 웃는다.

    "원소가 병력은 많으나 정연하지 않소. 전풍은 강직하지만 주군에게 대들고, 허유는 탐욕스럽고 지혜롭지 못하오. 심배는 고집스럽고 무 모하고, 봉기는 과감하지만 쓸모없소. 이 네 사람은 서로 용납하지 못하니 반드시 변고가 생길 것이오. 안량, 문추는 필부의 용맹이니 한 번 싸워서 잡을 수 있소. 기타 녹록한 무리이니, 설령 백만 명인들 말할 게 있겠소?"

    공융이 침묵한다. 조조가 크게 웃는다.

    "모두 순문약이 헤아린 대로요."

    전군을 유대가, 후군을 왕충이 맡아 승상의 깃발을 앞세우고 서주로 가서 유비를 치게 한다. 원래 유대는 예전에 연주자사였다. 조조 가 연주를 취하자 유대가 항복하니 조조가 편장으로 삼았었는데 이제 왕충과 함께 병력을 거느리게 한 것이다. 조조도 스스로 20만 대군을 이끌고 여양으로 진군해 원소를 막는다. 정욱이 말한다.

    "유대와 왕충이 시킨대로 잘할까 두렵습니다."

    "나도 유비의 적수가 아닌 걸 아오. 잠시 허장성세일 뿐이오."

    조조가 분부한다.

    "가볍게 진격치 마라. 내가 원소를 격파한 뒤 병력을 거느리고 유비를 깰 것이다."

    유대, 왕충이 명을 받들어 떠난다. 조조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여양으로 간다. 양쪽 군대가 80 리를 떨어져서 각각 해자를 깊이 파고 보 루를 높이고 대치할 뿐 싸우지 않는 게 8월부터 10월에 이른다. 원래 허유가 심배의 지휘를 싫어하고, 저수는 원소가 계책을 채택해주지 않은 걸 원망하고, 각각 불화하고 진격을 도모하지 않는다. 원소가 속으로 의혹을 품고 진군을 생각치 않는다. 조조가 여포 밑에 있던 항 장 降將 장패를 불러 청주, 서주를 지키게 한다. 우금, 이전은 하상에 병력을 주둔한다. 조인이 대군을 총독해 관도에 주둔한다. 조조는 스스로 1 군을 이끌고 결국 허도로 돌아간다.

    한편, 유대, 왕충이 5만을 이끌고 서주성 밖 1백 리에 영채를 세운다. 중군에 조 승상의 깃발을 거짓으로 휘날릴 뿐 감히 진병하지 못하 고 다만 하북의 소식을 알아본다. 이곳의 유비도 조조의 허실을 알지 못하고 역시 하북의 소식을 알아볼 뿐이다. 그런데 조조가 사람을 보내어 유대와 왕충의 진격을 재촉한다. 두 사람이 영채에서 상의한다. 유대가 말한다.

    "승상이 어서 성을 치라 하시니 자네가 먼저 가게."

    왕충이 말한다.

    "승상께서 자네를 먼저 보내셨지."

    "네가 주장인데 어찌 먼저 가겠냐?"

    "나와 네가 같이 가자."

    유대가 말한다.

    "제비뽑기를 해서 뽑는대로 바로 가자."

    왕충이 '선 先' 자를 뽑아서 할 수 없이 병력 절반을 이끌고 서주로 진격한다.

    현덕이 적의 군마가 오는 걸 알고서 진등을 청해서 상의한다.

    "원본초가 여양에 주둔했지만 모사들이 불화해 아직 진격치 못하오. 조조가 어딨는지 모르겠소. 듣자니 여양 군중에 조조 깃발이 없고 도리어 여기 그 깃발이 있다니 어찌된 것이오?"

    진등이 말한다.

    "조조는 온갖 속임수를 씁니다. 분명 하북에 주력하고 스스로 감독하면서 일부러 깃발을 세우지 않고, 여기에 허장성세를 부리는 겁니다. 제 생각에 조조는 분명 여기 없습니다."

    "두 아우 가운데 누가 허실을 알아보겠냐?"

    장비가 말한다.

    "제가 가보겠소."

    "너는 사람됨이 거칠고 사나워서 갈 수 없다."

    "조조가 있다면 즉시 잡아 오겠소!"

    운장이 말한다.

    "제가 가서 동정을 살펴보고 싶소."

    "운장이 간다면 안심하겠다."

    이에 운장이 3천 인마를 거느리고 서주성을 나선다. 때는 바로 초겨울인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눈발이 어지러이 날려서 군마 모두 눈을 맞으며 포진한다. 운장이 말을 내달려서 칼을 꼬나들고 나가서 큰 소리로 왕충을 불러 이야기한다. 왕충이 나와서 말한다.

    "승상께서 오셨거늘 무슨 까닭에 항복치 않소?"

    "승상께서 나오시길 바라오. 내 할 말이 있소."

    "승상께서 어찌 가볍게 너 따위를 만나시겠냐!"

    운장이 크게 노해서 앞으로 말을 내달린다. 왕충이 창을 꼬나쥐고 맞선다. 두 말이 엇갈리자 운장이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왕충이 뒤 쫓아 산허리를 돌아나오자 운장이 말을 돌려서 크게 소리치고 칼춤을 추며 곧장 달려든다. 왕충이 맞서지 못하고 말을 내달려 달아난다. 운장이 왼손에 보도를 꺼꾸로 잡고 오른손으로 왕충의 갑옷 끈을 꽉 붙잡아서 안장에서 끌어내어 말 위에 가로로 들어올려 본진으로 돌 아온다. 왕충 군이 사방으로 달아난다.

    운장이 왕충을 압송해서 서주로 돌아와 현덕을 만난다. 현덕이 묻는다.

    "너는 누구냐? 현재 직위가 뭐냐? 감히 조 승상을 사칭하다니!"

    "어찌 감히 사칭하겠소? 여기서 허장성세를 부려서 적을 혼란시키란 명을 받들었을 뿐이오. 승상은 정말 여기 없소."

    현덕이 그에게 옷과 식사를 주게 하고서 당분간 하옥하고, 유대를 잡기 위해 다시 상의한다. 운장이 말한다.

    "형께 화해할 의도가 있는 걸 알고서 사로잡아 왔소."

    "익덕이 거칠고 사나워서 왕충을 죽일까 두려워서 보내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을 죽여봤자 무익하고, 살려둬서 화해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장비가 말한다.

    "둘째 형이 왕충을 잡았으니 제가 가서 유대를 잡아오겠소!"

    "유대는 예전에 연주자사였고, 호뢰관에서 동탁을 토벌할 때 1진의 제후였다. 지금 전군 前軍이 됐다고 가볍게 맞서선 안 된다."

    "이런 인간이야 말할 게 뭐 있소? 나도 둘째 형처럼 사로잡아 오겠소!"

    "그 생명을 해쳐서 대사를 그르칠까 하는 걱정뿐이다."

    "만약 그를 죽이면 내 목숨으로 갚겠소!"

    현덕이 결국 3천 병력을 내준다. 장비가 병력을 이끌고 전진한다.

    한편, 왕충이 사로잡히자 유대가 굳게 지키고 나오지 않는다. 장비가 매일 영채 앞에서 소리쳐서 욕하지만 장비가 온 걸 알고서 유대가 더더욱 감히 나오지 않는다. 장비가 며칠을 지켜도 유대가 나오지 않는데 장비에게 꾀가 떠오른다. 오늘밤 2경에 가서 영채를 공격하겠 다고 전령하고서, 도리어 낮에 장중에서 음주하고 일부러 술에 취한 척하면서 병사의 죄를 들춰서 몹시 매질하고 영채 안에 묶어놓고 말한다.

    "내가 오늘 밤 출병할 때 너를 제물로 바치겠다!"

    그리고 몰래 좌우를 시켜서 그를 풀어준다. 그 병사가 탈출해서 몰래 영채를 빠져나가 바로 유대의 영채로 가서, 장비가 영채를 칠 것이라 알려준다. 투항한 군졸이 중상을 입은 걸 보고서 그 말을 믿고 영채를 비우고 바깥에 복병한다.

    이날밤 장비가 병력을 3로로 나눠서 중간은 3십여 인으로 영채에 방화하게 한다. 그리고 양로의 병력은 그 영채 뒤로 가로질러서 불이 치솟는 걸 신호로, 협공토록 한다. 2경 무렵, 장비 스스로 정병을 이끌고 먼저 유대의 퇴로를 차단한다. 중앙의 3십여 명은 영채에 난입해서 방화한다. 유대의 복병이 이때다 싶어서 쇄도하지만 장비의 2로 병력이 일제히 덮친다. 유대 군이 저절로 어지러워져 장비 병력의 수를 헤아리지 못하고 각각 궤멸한다. 유대가 한 무리 패잔병과 함께 길을 뚫고 달아나다 바로 장비와 마주친다. 좁은 길에서 상봉해 회피하기 지난하다. 단지 1합에 장비에게 사로잡혀 간다. 나머지 무리 모두 항복한다.

    장비가 사람을 시켜 먼저 서주로 가서 알리도록 한다. 현덕이 듣고서 운장에게 말한다.

    "익덕이 원래 거칠기만 했는데 이제 지혜도 쓸 줄 아니 내게 걱정이 없겠다."

    스스로 성곽을 나가서 맞이한다. 장비가 말한다.

    "가가 (형님)께서 나더러 거칠다 하셨는데 오늘 어떻소?"

    "내 말이 너를 자극하지 않았으면, 어찌 기꺼이 기모를 쓸 생각을 했겠냐?"

    장비가 크게 웃는다. 유대가 묶여 온 걸 보고서 유비가 황망히 말에서 내려 결박을 풀며 말한다.

    "제 아우 장비가 잘 모르고 모독했으니, 그 죄를 용서하기 바라오."

    서주로 맞이해서 왕충도 풀어주고 함께 환대한다. 현덕이 말한다.

    "지난번 차주가 저를 살해하려 하므로 부득이하게 죽였소. 승상께서 제가 반란하는 줄 오해하시고 두 장군을 보내서 죄를 물으셨소. 제 가 승상의 대은을 입어서 마침 보은을 생각했거늘 어찌 반란하겠소? 두 장군께서 허도로 가서 저를 위해 좋은 말로 변호해주시면 다행이 겠소."

    유대, 왕충이 말한다.

    "사군께서 저희를 살려주신 은혜를 깊이 입었으니 마땅히 승상께 가서 방편을 취해서 저희 두 집안 식구들이 사군을 지켜드리겠습니다."

    현덕이 칭송하고 사례한다. 이튿날 원래 거느린 군마를 모조리 돌려주고 성 밖으로 나와서 배웅한다. 유대, 왕충이 십여 리를 못 갔는데 북소리 크게 나더니 장비가 길을 막고 크게 꾸짖는다.

    "우리 가가께서 정말 분별이 없구나! 적장을 사로잡고서 어찌 다시 풀어주시냐?"

    헉! 놀란 유대, 왕충이 말 위에서 덜덜 떤다. 장비가 눈을 부릅뜨고 뒤쫓는데, 뒤에서 한 사람이 나는듯이 말을 달리며 크게 외친다.

    "무례하게 굴지마라!"

    바라보니 바로 운장이다. 유대, 왕충이 이제서야 방심한다. 운장이 말한다.

    "이미 형장께서 풀어주셨거늘 아우가 어찌 법령을 어기냐?"

    "이번에 놔주면 또 쳐들어올 것이오."

    "다시 쳐들어오면 그때 죽여도 늦지 않다."

    유대, 왕충이 연이어 물러가겠다고 말한다.

    "승상이 3족을 멸한대도 다시 오지 않겠소. 장군께서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오."

    장비가 말한다.

    "조조가 직접 오더라도 한놈도 남김없이 죽이겠다! 이번에 잠시 너희 두놈 목을 기억해두겠다."

    유대, 왕충이 쥐새끼처럼 머리를 숨기고 달아나자 익덕이 돌아와 현덕에게 말한다.

    "조조가 틀림없이 다시 올 겁니다."

    손건이 현덕에게 말한다.

    "서주는 적을 맞서서 오래 버티기 어려운 땅입니다. 병력을 나눠서 소패와 하비성에 주둔해 기각지세를 이뤄서 조조를 막는 게 좋습니 다."

    현덕이 따라서 운장더러 하비를 지키게 하고 감, 미 부인 두 사람도 하비에 안치한다. 감 부인은 소패 사람이요 미 부인은 미축의 누이동 생이다. 손건, 간옹, 미축, 미방이 서주를 지킨다. 현덕은 장비와 함께 소패에 주둔한다.

    유대, 왕충이 돌아가서 조조를 만나서 유비는 반란하지 않았다고 자세히 말한다. 조조가 노해서 욕한다.

    "나라를 욕보인 놈들이니, 너희를 살려 뭐하겠냐!"

    좌우에게 소리쳐서 끌어내어 베라고 한다.

    개, 돼지가 어찌 호랑이와 싸울 수 있겠는가
    물고기, 새우가 헛되이 용과 싸웠구나

    두 사람의 목숨이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