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21회 조조가 술을 마시며 영웅을 거론하고 관공이 차주를 꾀어내서 참한다

    한편, 동승 등이 마등에게 묻는다.

    "그대는 누구를 쓰고 싶소?"

    "예주목 유현덕이 머물고 있는데 어찌 부탁하지 않소?"

    동승이 말한다.

    "그가 비록 핏줄은 황숙이라 하나 지금 바로 조조에 붙었으니 어찌 기꺼이 이 일을 하겠소?"

    "그날 사냥터에서 조조가 모두의 축하를 받을 때 운장이 현덕 뒤에서 칼을 들어 조조를 죽이려 하자 현덕이 눈짓으로 말리는 걸 봤소. 현 덕이 조조를 도모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조조 심복이 많은 걸 한탄하고 역부족일까 두려워한 것뿐이오. 공께서 요청하면 틀림없이 응낙할 것이오."

    오석이 말한다.

    "이 일은 너무 서둘러선 안 되고, 조용히 상의해야 할 것이오."

    모두 돌아간다.

    다음날 칠흑 같은 밤, 동승이 밀조를 품고 현덕 숙소로 곧장 찾아간다. 문지기가 알리자 현덕이 맞이해서 소각으로 들여서 좌정한다. 관, 장이 옆에 시립한다. 현덕이 말한다.

    "국구께서 밤에 이렇게 오시니 분명 사연이 있겠습니다."

    "대낮에 말 타고 찾아오면 조조가 의심할까 두려워서 칠흑 같은 밤에 찾았소."

    현덕이 술상을 차리게 해서 대접한다.

    "전날 사냥터에서 운장이 조조를 죽이려 하자 장군께서 눈짓을 하고 고개를 저어서 말리신 건 어째서요?"

    현덕이 깜짝 놀란다.

    "공께서 어찌 아십니까?"

    "모두 못 봤지만 나는 봤소."

    현덕이 숨길 수 없다.

    "제 아우가 조조가 참월 僭越하자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낸 것뿐입니다."

    동승이 얼굴을 가리고 운다.

    "조정 신하 모두 운장 같다면 천하가 태평하지 못할까 어찌 걱정하겠소!"

    조조가 시켜서 떠보는가 두려워서 현덕이 거짓으로 말해본다.

    "조 승상께서 나라를 다스리시는데 어찌 태평하지 못할까 걱정하겠습니까?"

    동승이 낯빛을 바꿔서 일어난다.

    "그대가 한나라 황숙이라 간담을 다 드러내어 말하거늘 어째서 속이시오?"

    "국구께서 속이시나 싶어서 떠봤을 따름입니다."

    이에 동승이 금포와 옥대를 꺼내어서 살피게 했다. 현덕이 비분을 견디지 못한다. 다시 의장을 보여주니 여섯뿐인데 1, 거기장군 동승; 2, 공부시랑 왕자복; 3, 장수교위 종집; 4, 의랑 오석; 5, 소신장군 오자란; 6, 서량태수 마등이다.

    "공께서 조서를 받들어서 역적을 토벌하시는데 제가 어찌 견마지로를 다하지 않겠습니까?"

    동승이 절을 올려 사례하고 서명을 요청한다. 현덕도 '좌장군 유비'라 쓰고 압자 押字 (서명)해 동승에게 준다.

    "이제 세 사람만 더 부탁해서 모두 열 명의 의인으로 나라의 역적을 도모할 것이오."

    "절대 천천히 실행해야지 서두르다 누설돼선 안 됩니다."

    함께 의논하다 5경에 헤어진다. 현덕도 조조의 모해를 막고자 후원에 채소를 심고 몸소 물을 주며 계획을 감추려 한다. 관, 장이 말한다.

    "형께서 천하대사에 마음을 두지 않고 소인의 일을 배우시니 어째서입니까?"

    "두 아우가 알 일이 아니다."

    둘이 다시 말을 꺼내지 못한다.

    어느날, 관, 장이 없는 새 현덕이 후원에서 채소에 물을 주는데 허저, 장요가 수십 인을 거느리고 들어와서 말한다.

    "승상께서 사군을 어서 모시고 오랍니다."

    현덕이 놀라 묻는다.

    "매우 긴급한 일이라도 있소?"

    허저가 말한다.

    "모릅니다. 단지 모셔 오라고만 하셨습니다."

    현덕이 할 수 없이 둘을 따라 부중에 들어가 조조를 만난다. 조조가 웃으며 말한다.

    "집에서 아주 큰 일을 하시나보오!"

    깜짝 놀란 현덕의 얼굴이 흙빛이다. 조조가 현덕의 손을 잡고서 곧장 후원으로 가서 말한다.

    "현덕이 농사 배우는 게 쉽지 않을 거요."

    현덕이 그제서야 방심하고 웃는다.

    "일이 없어서 소일거리일 뿐입니다."

    "마침 가지 끝에 매실이 푸르게 익었는데, 예전에 장수를 정벌하러 갔을 때에 길을 가다가 마실 물이 모자라 장졸들 모두가 목이 말랐던 게 갑자기 생각났소. 내 마음 속으로 계책이 떠올라서 그때 채찍을 들어서 거짓으로 가리키며 '앞쪽에 매화 숲이 있구나' 하자 병사들이 듣고서 입 안에 침이 고여 갈증을 이길 수 있었소. 지금 매실을 보니 맛보지 않을 수 없소. 게다가 자주 煮酒(약재를 고아낸 술)가 마침 익어서 사군을 작은 정자로 불러서 보자 했소."

    현덕이 마음을 가다듬고 작은 정자로 따라 가니 이미 준조 樽俎 (예를 갖춘 잔치)가 마련돼 있다. 쟁반에 푸른 매실과 자주 한 단지가 놓 여 있다.

    술이 거나해졌는데 검은 구름이 자욱한 게 소나기가 쏟아질 듯하다. 하인이 멀리 하늘 밖으로 용이 걸쳐진 걸 가리키자 조조가 현덕과 함께 난간에서 살펴본다. 조조가 말한다.

    "사군께서 용의 변화를 아시지 않소?"

    "자세한 건 모릅니다."

    "용은 마음대로 커지고 작아지고 오르고 숨는데, 커지면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하고, 작아지면 비늘을 숨기고 형체를 감추오. 올라 가면 우주 사이를 날아가고, 숨으면 파도 속에 잠복하오. 지금 마침 한창 봄날이라 용이 때 맞춰 변화하는 게 사람이 뜻을 얻어 사해를 종 횡하는 것과 같소. 용이란 것은 세상의 영웅에 비할 수 있소. 현덕이 오래 사방을 누볐으니 분명 지금 세상의 영웅을 알 것이오. 내게 말 해 보시오."

    "제 육안으로 어찌 영웅을 식별하겠습니까?"

    "겸손이 지나치오."

    "참으로 보살펴주신 덕으로 제가 조정에서 벼슬했습니다만, 천하의 영웅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영웅을 못 알아보더라도 이름은 들었을 것이오."

    "회남의 원술이 병력과 식량이 넉넉하니 영웅이라 할 만합니다."

    조조가 웃는다.

    "무덤 속 해골 같은 놈이라서 조만간 내가 잡고 말 것이오."

    "하북의 원소가 4세3공의 명문이고 오래된 가신도 많고 지금 기주를 호랑이처럼 차지하고 유능한 부하가 극히 많으니 영웅이라 할 만합니다."

    조조가 역시 웃는다.

    "원소는 꾸미기 좋아하고 담력은 작은데다 꾀는 좋아해도 결단을 못하오. 큰 일을 맡고도 제 몸만 아끼고, 작은 이익에 명령을 저버리니 영웅이 아니오."

    "8준의 하나라 일컬어지고 9주에 위엄을 떨치니 유경승을 영웅이라 할 만합니다."

    "유표는 이름뿐이지 실속이 없으니 영웅이 아니오."

    "혈기가 한창 끓어오르는 강동의 우두머리, 손백부가 바로 영웅입니다."

    "손책은 아비의 명성 덕분이니 영웅이 아니오."

    "익주의 유계옥을 영웅이라 할 만합니까?"

    "유장이 핏줄은 종실 宗室이라지만 집 지키는 개 같은데 어찌 영웅이겠소!"

    "장수, 장로, 한수 등의 무리는 어떻습니까?"

    조조가 손뼉을 치며 크게 웃는다.

    "그들이야 녹록한 소인인데 어찌 입에 올리겠소!"

    "이들을 빼고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무릇 영웅이란 가슴에 큰 뜻을 품고 뱃속에 좋은 꾀를 가져서 우주라도 담고 감출 재주와 천지라도 삼키고 뱉을 뜻을 가진 자요."

    "누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조조가 손으로 현덕을 가리킨 뒤 스스로를 가리킨다.

    "지금 천하 영웅은 오로지 사군과 나뿐이오."

    현덕이 그 말에 음식을 먹다가 놀라서 손에 든 수저를 저도 모르게 떨어뜨린다. 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릴듯이 천둥이 크게 친다. 현덕이 조용히 머리 숙여 젓가락을 줍는다.

    "우레가 한 번 치니까 그 위세가 이렇습니다."

    조조가 웃는다.

    "장부도 우레를 무서워하오?"

    "성인께서도 우레가 갑자기 치고 바람이 거세면 반드시 낯빛을 고치셨다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젓가락을 떨어뜨린 까닭을 아뢰며 슬쩍 변명해 넘어간다. 조조가 결국 현덕을 의심하지 않는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찬했다.

    호랑이 굴에서 잠시 몸을 빼려 애쓰는데
    영웅을 설파하니 놀라서 죽겠구나
    공교롭게 우레 쳐서 핑계 삼으니
    임기응변 진실로 귀신 같구나

    하늘에서 비가 막 그치자 두 사람이 후원으로 돌입하는데 손에 보검을 쥐고 정자 앞으로 내닫는 걸 좌우에서 막지 못한다. 조조가 바라 보니 바로 관, 장 두 사람이다. 원래, 두 사람이 성 밖에서 활을 쏘고 막 돌아온 뒤, 현덕을 허저, 장요가 데려간 걸 듣고서 황망히 승상 부 로 와서 알아봤다. 후원에 있다니 형을 해칠까 두려워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현덕이 조조와 마주 앉아 음주하는 걸 보게 된다. 두 사람이 칼자루에 손을 얹고 시립한다. 조조가 둘이 온 까닭을 묻자 운장이 말한다.

    "승상께서 형과 함께 음주하신다니 다만 칼춤이라도 춰서 즐겁게 해드리려 했습니다."

    조조가 웃는다.

    "이건 홍문의 모임이 아닌데 어찌 항장, 항백이 필요하겠소?"

    현덕도 웃는다. 조조가 명한다.

    "이 두 번쾌에게 술을 줘서 진정시켜라."

    관, 장이 절을 올려 사례한다.

    잠시 후 자리를 파하고 현덕이 조조에게 작별하고 돌아간다. 운장이 말한다.

    "하마터면 우리 둘이 놀라 죽을 뻔했소!"

    현덕이 젓가락을 떨어뜨린 일을 관, 장에게 말하자 장비가 그 까닭을 물었다.

    "내가 농사를 배우는 건 내게 큰 뜻이 없다고 조조가 믿게 만들고 싶어서다. 뜻밖에 조조가 나를 가리켜 영웅이라 하므로 깜짝 놀라서 젓 가락을 떨어뜨렸다. 조조가 의심할까봐 우레를 무서워해서라고 변명했을 뿐이다.

    관, 장이 말한다.

    "형께서 정말 생각이 깊으시오."

    조조가 다음날도 현덕을 청한다. 술을 마시는데 마침, 만총이 원소에게 가서 살펴보고 돌아왔다고 누군가 아뢴다. 조조가 불러서 묻자 만총이 말한다.

    "공손찬이 원소에게 격파됐습니다."

    유비가 급히 묻는다.

    "상세히 듣고 싶소."

    "공손찬이 원소와 싸우다 불리하자 성을 쌓아 방벽을 두르고 방벽 위에 열 길 높이의 망루를 짓고 역경루 易京樓라 일컬었습니다. 식량 30만을 쌓아서 지키고 전사들이 부단히 출입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원소에게 포위당하자 사람들이 구해달라 청했습니다. 공손찬이 ' 한 사람을 구하면 나중에 싸우는 자들도 구해주기만 바라고 죽기로 싸우지 않을 것이오,'라고 말하며 끝내 구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로부터 원소 병력이 오면 투항자가 많았습니다. 공손찬이 세력이 고립되자 사자에게 서찰을 줘서 허도에 구원을 요청코자 했습니다. 뜻밖에 중도에 원소 군에게 빼앗겼습니다. 공손찬이 장연에게도 서찰을 보내서 횃불을 신호로 안팎에서 접응키로 몰래 약속코자 했습니 다. 서찰을 받은 자가 원소에게 잡혀서 도리어 성 밖에 방화해 유인했습니다. 공손찬이 스스로 출전했다가 사방에서 복병이 나와서 군 마 태반이 꺾였습니다. 물러나서 성을 지켰으나 원소가 땅꿀을 파서 곧장 공손찬이 있는 망루까지 이르러서 불을 질렀습니다. 공손찬이 달아날 길이 없자 먼저 처자식을 죽이고서 자신도 목을 매어서 가족 모두 불탔습니다. 이제 원소가 공손찬 병력을 얻고서 세력이 매우 성대합니다. 원소의 아우 원술이 회남에서 교만과 사치가 과도하고 군민을 보살피지 않으므로 모두가 배반했습니다. 원술이 원소에게 사람을 보내서 황제 칭호를 원소에게 돌려주고자 했습니다. 원소가 옥새를 탐내자 원술이 스스로 갖다 주겠다 약속했습니다. 지금 회 남을 포기하고 하북에 의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둘이 협력한다면 되돌리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승상께서 급히 도모하셔야 합니다."

    현덕이 공손찬의 죽음을 듣고서 옛날 천거해준 은혜를 추억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 또한 조자룡이 어찌됐는지 몰라서 마음을 놓지 못한다.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지금 기회가 아니면 달아날 계책을 찾아서 얼마나 기다려야겠는가? ...'

    몸을 일으켜서 조조를 마주하고 말한다.

    "원술이 원소에게 넘어가면 분명 서주를 지날 겁니다. 제가 1군으로 길을 막고 공격하면 원술을 잡을 수 있습니다."

    조조가 웃는다.

    "내일 황제께 표를 올리고 즉시 출병하시오."

    다음날, 현덕이 황제를 만나서 표를 올린다. 조조가 명해 현덕이 5만 인마를 총독하고 주령, 노소 두 사람도 동행한다. 현덕이 숙소에 이르러 그날밤 군기 軍器와 안장, 말 등을 수습하고 장군인 將軍印을 걸고서 어서 출발할 걸 재촉한다. 동승이 십 리 밖 장정 長亭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던 곳)까지 나와서 배웅한다. 현덕이 말한다.

    "국구께서 인내하시면 제가 다음에 반드시 보명 報命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공께서 유의하시고 절대 황제의 마음을 저버리지 마시오."

    둘이 작별한다.

    관, 장이 말 위에서 묻는다.

    "형께서 이번 출정에 어째서 이렇게 황망히 서두르십니까?"

    "내가 바로 새장 속 새요 그물 속 고기였다. 이 출정은 고기가 큰 바다로 들어가고 새가 비 갠 맑은 하늘로 날아올라서 새장과 그물의 굴 레를 벗어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관, 장에게 명령해 주령, 노소와 군마의 빠른 행군을 재촉한다. 이때 곽가, 정욱이 물자를 점검하고 방금 돌아온 뒤 조조가 현덕에게 병력을 줘서 서주로 보낸 걸 알고서 황급히 들어와서 간한다.

    "승상께서 어째서 유비에게 군을 거느리게 하셨습니까?"

    "다만 원술을 차단하려는 것이오."

    정욱이 말한다.

    "예전에 유비가 서주목이 되자 저희가 죽이시라 청했으나 승상께서 듣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병력까지 주셨으니 이것은 용을 바다에 풀 어주고 호랑이를 산에 돌려보낸 셈입니다. 뒤에 다스리려 해도 가능하겠습니까?

    곽가도 말한다.

    "설령 승상께서 유비를 죽이지 않더라도 그를 떠나보내선 안 됩니다. 옛말에 '하루에 적을 풀어주면 만세에 걸쳐서 우환이다.' 하였으니 승상께서 살펴주십시오."

    조조가 옳다 여겨서 허저에게 명해 5백 병력을 거느리고 쫓아가서 현덕을 반드시 되돌려서 오도록 한다. 허저가 응낙하고 떠난다.

    한편, 현덕이 행군하다가 뒤쪽 멀리 먼지가 자욱히 피어오르자 관, 장에게 말한다.

    "분명 조조 병력이 쫓아왔다."

    영채를 세우게 하고 관, 장에게 각각 무기를 쥐고 양쪽에 서게 한다. 허저가 왔는데 병력이 삼엄하고 무기가 정연하자 말에서 내려 영 채로 들어와 현덕을 만난다. 현덕이 말한다.

    "공께서 무슨 일로 오셨소?"

    "승상의 명을 받들었습니다. 장군께서 회군하셔 따로 상의하시기를 청할 따름입니다."

    "장수가 밖에 나가서는, 임금의 명령이라도 받들지 않는 수가 있다 했소. 내가 임금을 뵙고 승상의 당부까지 들은지라 지금 따로 의논할 게 없으니 공께서 어서 돌아가서 승상께 잘 말해주시오."

    허저가 깊이 생각한다.

    '승상께서 이 사람과 줄곧 사이가 좋았고 이번에도 공격하란 말씀은 없었으니, 할 수 없이 돌아가서 이 사람의 말을 전하고 따로 재가를 받는 게 좋겠구나.'

    현덕에게 작별하고 회군한다. 돌아가 조조를 만나 현덕의 말을 자세히 전한다. 조조가 망설이고 결단치 못한다. 정욱, 곽가가 말한다.

    "유비가 회군하지 않으니 변심한 겁니다."

    "내가 주령, 노소 두 사람을 그에게 붙여서 현덕이 감히 변심치 못하게 꾀했소. 게다가 이왕 보낸 걸 어찌 다시 후회하겠소?"

    더 이상 현덕을 뒤쫓지 않는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현덕을 찬했다.

    병력을 모으고 말 먹여서 총총히 떠나지만
    마음으로 옥대 속 천자 말씀을 생각하네
    쇠 새장 깨부수고 호랑이 표범 소굴 벗어나니
    갑자기 쇠사슬 풀고 달아나는 교룡일세

    한편, 현덕도 떠나고 변경 지방이 위급하다는 보고도 받자 마등도 서량주로 가버린다. 현덕 병력이 서주에 이르자 자사 차주가 맞이한다 . 연회가 끝나자 손건, 미축 등이 모두 와서 인사한다. 현덕이 귀가해서 식구를 돌보는 한편, 원술의 사정을 알아본다. 탐자 探子가 돌아 와 보고한다.

    "원술이 사치가 너무 지나친데다 뇌박, 진란 모두 숭산 嵩山으로 가버렸습니다. 원술의 위세가 아주 쇠해서 결국 원소에게 황제 칭호를 넘기겠다는 서찰을 써서 보내자 원소가 원술을 데려오라 했습니다. 원술이 인마와 궁전 기물를 수습, 먼저 서주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현덕이 원술이 올 걸 알고서 관, 장, 주령, 노소와 5만 병력을 이끌고 바로 원술의 선봉장 기령과 마주친다. 장비가 말 없이 곧장 기령에게 내닫는다. 10합을 못 싸워 장비가 크게 고함치더니 기령을 찔러 낙마시킨다. 선봉 부대가 패해서 달아나자 원술이 직접 군을 이 끌고 온다. 현덕이 병력을 3로로 나눈다. 주령, 노소가 좌측, 관, 장이 우측, 현덕 스스로 중앙을 맡는다. 원술과 만나서 군문의 깃발 아래에서 꾸짖어 욕한다.

    "네가 반역부도하니 이제 천자의 조서를 받들고 토벌하러 왔다. 네 스스로 손을 묶고 항복해 네 범죄를 면하라."

    원술이 욕한다.

    "돗자리나 짜고 신발이나 삼던 못난 놈아! 어찌 감히 나를 업신여기냐!"

    병력을 몰아서 들이닥친다. 현덕이 잠시 물러나면서 좌우 2로군이 쏟아져 나온다. 원술군을 무찔러서 시체가 들을 가득 메우고 흐르 는 피가 냇물을 이룬다. 사졸이 도망가서 승산이 없다. 또한 숭산의 뇌박, 진란이 재물, 식량, 말먹이 풀을 빼앗아 간다. 원술이 수춘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도적떼의 습격을 받아 할 수 없이 강정에 주둔한다. 고작 1천여 무리만 남았는데 모두 노약자다. 때마침 한창 무덥 고 식량이 바닥나서 다만 밀 30 곡만 남아서 병사들에게 나눠주니 가인 家人들은 먹지 못해 많이 굶어죽는다.

    원술이 밥이 거칠다고 삼키지 못하더니 포인 庖人 (요리사)에게 목이 마르니 꿀물을 달라 했다. 포인이 빈정댄다.

    "핏물뿐인데 어디서 꿀물을 얻겠소?"

    원술이 침대에 앉아서 크게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땅바닥에 엎어져서 피를 한 말이나 토하고 죽었다. 때는 건안 4년 6월이다. 훗날 누 군가 시를 지었다.

    한나라 말기 군사가 사방 일어나더니
    함부로 원술이 아주 미쳐 날뛰었네
    대대로 공경 벼슬 누린 걸 잊고
    갑자기 홀로 제왕이 되려 하였네
    난폭하고 부질없이 전국옥새를 자랑하다가
    교만 사치 망언으로 천벌을 받았네
    목이 말라 꿀물을 찾지만 얻지 못하고
    텅빈 침대 외로이 누워 피 토하고 죽었구나

    원술이 죽자 조카 원융이 영구 靈柩 (시체가 든 관)와 처자식을 데리고 여강으로 갔다가 서구에게 모조리 살해당한다. 서구가 옥새를 빼앗아 허도로 보내 조조에게 바친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고 서구를 고릉태수를 삼는데 이에 옥새가 조조에 넘어간다.

    한편, 현덕이 원술의 사망을 알고서 표를 써서 조정에 아뢰고 조조에게 서찰을 보낸다. 주령, 노소를 허도로 돌아가게 하고, 군마는 남겨 서주를 지키게 한다. 한편으로 스스로 출성해 흩어진 인민들을 생업에 복귀하도록 초유한다.

    한편, 주령, 노소가 허도로 돌아가 현덕이 군마를 잡아둔 걸 이야기하자 조조가 노해서 두 사람을 베려 한다. 손욱이 말한다.

    "지휘권이 유비에게 넘어가서 두 사람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에 조조가 사면한다. 순욱이 다시 말한다.

    "차주에게 글을 써 보내 안에서 도모케 하십시오."

    조조가 그 계책을 따라서 몰래 사람을 보내 차주에게 지시를 전한다. 차주가 즉시 진등을 불러서 상의한다. 진등이 말한다.

    "아주 쉬운 일이오. 지금 유비가 출성해서 백성을 초유하다 며칠내 돌아올 것이오. 장군께서 옹성 주위에 복병하고 그를 맞이해서 말이 다가오면 한칼로 베시오. 내가 성 위에서 사격해서 후군을 저지하면 대사가 성공할 것이오."

    차주가 따른다. 진등이 부친 진규에게 돌아가 그 일을 자세히 말한다. 진규가 어서 현덕에게 알리게 한다. 진등이 부친의 명을 받들어 급 히 말을 달리다 바로 관, 장을 만나 이러저러하다고 이야기한다. 원래 관, 장이 앞장서고 현덕은 뒤에 있었다.

    장비가 듣고서 바로 쳐부수려 한다. 운장이 말한다.

    "그가 옹성 주변에 복병해서 기다리는데 그대로 가서는 반드시 손실이 있다. 내게 차주를 죽일 계책이 있다. 밤을 틈타 조조 군으로 변장, 서주로 가서 차주를 유인한 뒤 습격해서 죽이자."

    장비가 동의한다. 그 부하들이 원래 조조 병력이라 그 깃발을 갖고 있었고 옷이나 갑주 모두 같았다. 그날밤 3경, 성문을 열라 외친다. 성 위에서 누구냐 묻자 일제히 조승상이 보낸 장문원 (장요)의 군대라고 답한다. 차주에게 알리자 차주가 급히 진등과 상의하며 말한다.

    "영접하지 않으면 정말 의심받겠고, 나가자니 속임수인가 두렵소."

    차주가 성 위로 가서 회답한다.

    "칠흑같이 어두워서 분간하기 어려우니 날이 밝거든 봅시다."

    성 아래에서 응답한다.

    "유비가 알까 두려우니 어서 개문하시오!"

    차주가 주저하는데 성 밖에서 개문하라 아우성이다. 차주가 할 수 없이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1천 병력으로 출성한다. 조교 弔橋를 달려 나가며 크게 외친다.

    "문원은 어딨소?"

    불빛 속에 운장이 칼을 꼬나들고 말을 내달려 곧장 차주에게 덤비며 크게 외친다.

    "필부 놈아! 어찌 감히 속임수로 내 형을 죽이려 하냐!"

    차주가 깜짝 놀라 몇 합 못 싸우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적교 주변에 이르자 성 위에서 진등이 난사하므로 차주가 성을 돌아서 달아 난다. 운장이 뒤쫓아서 한 칼로 베어서 낙마시킨다. 그 머리를 잘라 돌아가 성 위를 바라보며 외친다.

    "반적 차주를 내가 죽였다. 너희는 무죄하니 투항해서 죽음을 면하라."

    병사들이 무기를 거꾸로 잡고 투항하니 군민이 모두 안정된다.

    운장이 차주의 머리를 가지고 현덕을 맞이한 뒤, 차주가 음모를 꾸미기에 베었다고 자세히 말한다. 현덕이 깜짝 놀란다.

    "조조가 오면 어쩌겠냐?"

    "저와 장비가 맞서겠습니다."

    현덕이 후회해 마지 않으며 서주로 들어간다. 백성들이 길가에 엎드려 영접한다. 현덕이 부중에 이르러 장비를 찾지만, 장비가 벌써 차 주 일가를 몰살했다. 현덕이 말한다.

    "조조의 심복을 죽였으니 어찌 무사하겠냐?"

    진등이 말한다.

    "제게 계책이 있사오니 조조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호랑이 굴을 홀로 빠져나오더니
    다시 묘책으로 전쟁을 잠재우겠네

    진등이 말하는 대단한 계책을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