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42회 장익덕이 장판교를 가로막고 큰소리치고 유예주가 패전하여 한진으로 달아난다

    한편, 종진과 종신 두 사람이 조운을 가로막고 싸운다. 조운이 창을 쥐고 바로 찌르려 하자 종진이 앞장서 큰 도끼를 휘두르며 막아선다. 서로 말이 맞붙어 3합이 못 돼 조운이 한 창에 찔러 낙마시키고 길을 뚫고 달린다. 뒤에서 종신이 극을 들고 따라붙어 말꼬리에 부딪힐 지경이라 그가 내지르는 극 그림자가 조운의 등 가운데 어른거린다. 조운이 급히 말머리를 돌려 두 장수의 가슴이 부딪힐 지경인데 조운 이 왼손은 창을 들어서 화극을 막아내고 오른손은 청홍보검을 뽑아들어서 종신의 투구를 베어버리자 잇따라 머리까지 반쯤 잘려 말에서 굴러 떨어져 죽는다. 나머지 무리는 모두 달아나 흩어진다. 조운이 그곳을 벗어나 장판교쪽으로 달린다. 그런데 후면에서 함성이 크게 울린다. 알고보니 문빙이 군을 이끌고 뒤쫓아 온 것이다. 조운이 다리 가까이 다다라 사람도 말도 지쳤다. 장비가 장팔사모를 들고 다리 위에서 말을 세워 놓은 것이 보여 조운이 크게 외친다.

    "익덕! 나를 도와주시오!"

    "자룡! 어서 가시오. 추병(추격병)은 내가 맡겠소."

    조운이 말을 내달려 다리를 지나 20리 남짓을 가니 현덕과 사람들이 나무 아래 쉬는 것이 보인다. 조운이 말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눈물 흘리며 소리 죽여 운다. 현덕도 역시 눈물 흘린다. 조운이 천식 喘息 (숨을 몰아쉼)하며 말한다.

    "조운의 죄 만번 죽어 모자랍니다! 미 부인께서 중상을 입고 말을 타지 않으려 하시더니 우물에 투신해 돌아가셨습니다. 어쩔 수가 없어 흙담을 무너뜨드려 그곳을 덮었습니다. 공자(아두)를 품에 넣고 중위(두터운 포위)를 뚫었습니다. 주공의 홍복 洪福 (큰 복) 덕분에 다 행히 벗어나게 됐습니다. 방금까지도 공자께서 품 안에서 울고 계셨는데 이제 아무 소리가 안 들립니다.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 한 게 아 닐런지요."

    풀어서 살펴본다. 알고보니 아두는 마침 잠이 들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이다. 조운이 기뻐하며 말한다.

    "다행히도 공자께서 무사하십니다!"

    두손으로 아두를 현덕에게 넘겨준다. 현덕이 받더니 아두를 땅에 내던지며 말한다.

    "이깟 어린 아이 때문에 내 대장 한 사람을 잃을 뻔했구나!"

    조운이 황망히 땅에서 아두를 안아 올려 눈물 흘리며 절을 올린다.

    "제 비록 간뇌도지 肝腦塗地 (죽어서 간과 뇌가 터져 길바닥에 뿌려짐)한들 어찌 갚아드리겠습니까!"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조조 군중을 비호처럼 벗어나
    조운 품에 작은 용 잠들었네
    충신의 뜻 위로할 길 없어서
    친아들을 말 앞에 내던지네

    한편, 문빙은 군을 이끌고 조운을 쫓다가 장판교에 다다른다. 그런데 장비가 호랑이 수염을 거꾸로 세워 고리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에 장팔사모를 움켜쥐고 다리 위에 말을 세워 있는 것이 보인다. 다시 바라보니 다리 동쪽 수풀 뒤는 먼지구름이 크게 이는 것이 복병이 있을 것 같아서 말고삐를 잡아 말을 멈추고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한다.

    곧이어 조인, 이전, 하후돈, 하후연, 악진, 장요, 장합, 허저 등이 모두 다다른다. 장비가 눈을 부릅뜨고 장팔사모를 비껴들고 다리 위에 말을 세워 둔 것이 보이자 또다시 제갈공명의 꾀가 아닐까 두려워 모두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대열을 멈춰 한줄로 다리 서쪽에 벌여놓고 사람을 보내 조조에게 급보한다. 조조가 듣고 급히 말에 올라 후미에서 달려온다. 장비가 고리눈을 부릅뜨고 있자니 은은히 후 군 後軍에서 청라 青羅 (푸른 비단) 산개 傘蓋 (햇빛을 가리는 일산), 정월 旄鉞 (정과 월. 장수의 통수권을 상징), 정기 (각종 깃발)가 다가오는 것이 보여서 아무래도 조조가 속으로 의심해 몸소 보러 오는 것이겠다. 이에 장비가 성난 목소리로 크게 외친다.

    "내가 바로 연인 장익덕이다! 어느 놈이 감히 나하고 한바탕 죽기살기로 싸워볼테냐!"

    목소리가 큰 우레 같다. 조조군이 듣고서 모조리 넓적다리까지 덜덜 떨린다. 조조가 급히 영을 내려 산개를 걷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한다.

    "내가 기억하기로, 일찍이 운장이 말하기를 익덕은 백만 대군 가운데 상장의 목을 취하는 것을 주머니 속 물건 꺼내듯 한다 했소. 오늘 만났으니 가볍게 대적해선 안 되겠소."

    미처 말을 마치기 앞서 장비가 눈알을 부라리며 다시 소리 지른다.

    "연인 장익덕이 여기 있다! 누가 감히 한번 죽기로 싸워볼테냐?"

    장비가 이토록 기개가 넘치자 조조에게 물러날 마음이 제법 생긴다. 장비가 멀리 바라보니 조조 후군의 대열이 움직인다. 이에 장팔사모를 쳐들며 다시 소리지른다.

    "싸울 것이면 싸우든가! 물러날 것이면 물러나든가! 대체 무슨 짓이냐!"

    고함이 미처 끝나기 앞서 조조 곁에 있던 하후걸이 간담이 부서져 말아래 고꾸라진다. 조조가 바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니 병사들과 장 수들이 일제히 서쪽으로 도주한다. 이야말로 젖먹이가 우레 소리를 들은 격이요 비실비실한 나뭇꾼이 호랑이의 포효를 들은 격이다. 한꺼번에 창을 놓치고 투구를 떨어뜨린 이는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성난 파도처럼, 말들은 산이 무너지듯 서로 짓밟는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장판교 입구에서 살기가 돋으니 창을 비껴들고 말을 세워 고리눈 부릅떴네
    큰 소리는 우레가 울리는 듯하니 홀로 조조의 백만 대군을 쫓아내버렸구나

    한편 조조는 장비의 위세가 무서워 서쪽으로 말을 내달려 달아나느라 관잠 冠簪 (비녀. 갓과 비녀)이 모조리 떨어져 머리가 풀어진 채 급히 도망간다. 장요와 허저가 뒤따라붙어 그의 말고삐를 잡아당긴다. 조조가 넋이 나가 어찌할 바를 모르니 장요가 말한다.

    "승상 그만 놀라십시오. 고작 장비 한 사람인데 어찌 이다지도 놀라십니까! 어서 군을 되돌려 무찌른다면 유비를 잡을 수 있습니다."

    조조가 그제서야 신색 神色 (태도와 표정. 낯빛)이 조금 안정돼 장요와 허저에게 명령해 장판교로 되돌아가 소식을 알아보게 한다.

    한편 장비는 조조 군대가 일제히 물러나는 것을 보고도 감히 추격하지는 못한다. 원래 데려왔던 20여 기를 급히 불러 말꼬리에 매단 나 뭇가지를 떼어내고 다리를 끊어버리게 명령하고서 되돌아가 현덕을 만나 다리를 끊은 일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현덕이 말한다.

    "내 아우는 용맹이야 나무랄 데 없지만 아쉽게도 계교가 모자라구나!"

    장비가 까닭을 묻자 말한다.

    "조조는 꾀가 많은데 네가 다리를 끊은 것은 맞지 않다. 반드시 뒤쫓아 올 것이다."

    "그가 내 호통에 몇리를 달아났는데 어찌 감히 다시 추격하겠소?"

    "만약 다리를 끊지 않았으면 그가 매복이 두려워 감히 진병치 못할 것이다. 이제 다리를 끊어놓았으니 그가 헤아리기에 우리 병사가 모자라 겁이 난 것이니 반드시 뒤쫓아 올 것이다. 그가 백만의 무리를 가져서 비록 강한 江漢 (장강과 한수)을 건너게 되더라도 가히 메워서 통과할텐데 어찌 다리 하나 끊어진 것을 걱정하겠냐?"

    이에 즉각 몸을 일으켜 좁은 길을 따라 한진으로 우회해 면양으로 달아난다.

    한편, 조조는 장요와 허저를 시켜 장판교의 소식을 알아보게 했는데 그들이 돌아와 보고한다.

    "장비가 벌써 다리를 절단하고 떠났습니다."

    "그가 다리를 끊고 떠난 것은 속으로 겁을 내서다."

    명령을 전해서 1만 군을 보내 속히 부교 세개를 놓아 그날밤까지 건널 수 있게 하라 한다. 이전이 말한다.

    "이것은 제갈량의 속임수일지도 모르니 함부로 전진해서는 안 됩니다."

    "장비는 한낱 용맹스러운 사내일 뿐인데 어찌 속임수를 쓸 줄 알겠소?"

    호령을 내려 화급히 진병케 한다.

    한편 현덕 행렬이 한진에 접근하는데 후면에서 먼지구름이 크게 일고 북소리가 하늘에 닿을 듯하고 함성이 땅을 흔든다. 현덕이 말한다.

    "앞은 큰 강이요 뒤는 추병이니 어찌한단 말이냐?"

    급히 조운에게 저항을 준비케 한다. 조조가 군중에 명을 내려 말한다.

    "이제 유비가 부중지어 釜中之魚 (가마솥 안의 물고기)요 정중지호 阱中之虎 (함정에 빠진 호랑이)요. 만약 이 기회에 잡아버리지 못하 면 물고기를 풀어줘서 바다에 들게 하고, 호랑이를 놓아줘서 산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과 같소. 장수들은 힘을 다해 진격하시오."

    장수들이 명령을 받들어 개개인이 맹위를 떨쳐 뒤쫓는데 산비탈 뒷쪽에서 북소리 나더니 1군이 쏜살같이 튀어나와 크게 외친다.

    "우리가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앞장선 대장은 손에 청룡도를 들고 적토마를 타고 있다. 원래 관운장은 강하로 가서 군마 1만을 얻었다. 큰 싸움이 당양 장판에서 벌어진 것을 들은지라 따로 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조조가 운장을 보더니 장수들을 되돌아보며 말한다.

    "다시 제갈량의 꾀에 빠졌구나!"

    명령을 전해서 대군을 급히 물러가게 한다.

    운장이 십수 리를 추격하다 군을 돌려 현덕 등을 보호해 한진에 다다르니 벌써 기다리는 배들이 있다. 운장이 현덕과 감부인, 아두를 배 안에 들이고 나서 묻는다.

    "둘째 형수께서 어찌 안 보이십니까?"

    현덕이 당양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 운장이 탄식한다.

    "지난날 허전에서 사냥할 때 내 뜻을 따랐으면 오늘날 이런 환난은 없었을 것이오."

    "나는 당시에 쥐 잡다 그릇을 깰까 두려웠을 뿐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강물 남쪽에서 전고 戰鼓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배들이 개미떼처럼 순풍을 타고 돛을 활짝 펴서 다가오니 현덕이 크게 놀란다. 배가 가까이 다다라 바라보니 누군가 흰 은색 갑옷을 입고 뱃머리에 서 크게 외친다.

    "숙부께서는 무사하십니까? 조카가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현덕이 보니 바로 유기다. 유기가 배로 넘어와 곡하며 절을 올려 말한다.

    "숙부께서 조조에게 핍박 받으신다는 소식이 들려 도와드리러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병력을 한데 모아서 간다. 배 안에서 정유 情由 (사유)를 이야기하는데 서남쪽에서 전선들이 한 줄로 늘어 서서 바람을 타고 쌩쌩 다가온다.

    유기가 놀라 말한다.

    "강하의 병력은 제가 이미 모조리 여기 거느리고 왔습니다. 이제 전선들이 가로막으니 조조군이 아니면 바로 강동군인데 어찌해야 할는지요?"

    현덕이 뱃머리로 나가 바라보니 누군가 윤건을 쓰고 도복을 입고 뱃머리에 앉았는데 바로 공명이다. 그 뒤는 손건이 서 있다. 현덕이 황 망히 배로 넘어오게 해서 이리 오게 된 사연을 묻자 공명이 말한다.

    "제가 강하에 이르러서 먼저 운장을 보내 한진에 상륙해 접응케 했습니다. 제가 헤아리니 조조는 반드시 뒤쫓을 것이고 주공께서는 분명 히 강릉을 경유치 않고 한진으로 우회하실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자께 청해서 먼저 접응하시게 하고서 저는 하구로 가서 군을 모조리 일으켜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고 한데 모여서 조조를 깨뜨릴 계책을 상의한다. 공명이 말한다.

    "하구는 성이 험준하고 전량(재물과 식량)이 자못 많아서 가히 오래 지킬 만합니다. 청컨대 주공께서는 하구에 주둔하시고 공자께서는 직접 강하로 되돌아가서 전선들을 정돈하고 군기를 수습해 기각지세를 이루시면 가히 조조에 맞설 수 있습니다. 만약 다 함께 강하로 돌아가면 형세가 도리어 고립됩니다."

    유기가 말한다.

    "군사의 말씀이 몹시 옳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 숙부께서 잠시 강하에 가서 군마를 정돈하고 머무르다 다시 하구로 되돌아가셔도 늦지 않겠습니다."

    "조카 말도 역시 옳소."

    운장을 머물게 해 5천 군을 이끌고 하구를 지키게 하고 현덕, 공명, 유기는 함께 강하로 간다.

    한편 조조는 운장이 육로에서 군을 이끌고 막아서자 복병이 두려워 추격하지 못한다. 또한 수로로 현덕이 먼저 강릉을 빼앗을까 두려워 즉시 밤낮으로 군을 거느려 강릉으로 간다. 형주에서 치중 등의와 별가 유선이 이미 양양에서 벌어진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조조를 막아내기 어렵다고 보고 형주 군민을 이끌고 출성하여 투항한다.

    조조가 입성해서 백성들을 안정시킨 뒤 한숭을 풀어주고 대홍려 大鴻臚 벼슬을 더해준다. 나머지 관리들에게도 각각 벼슬과 상을 내린다. 조조가 장수들과 의논해 말한다.

    "이제 유비가 이미 강하로 넘어갔으니 동오와 연결하면 그 세력이 자만 滋蔓 (초목이 우거져 자람)해질까 걱정이오. 무슨 계책으로 깨야 겠소?"

    순유가 말한다.

    "우리가 이제 병위를 크게 떨치니 사신을 어서 강동으로 보내 손권에게 청하십시오. 강하에서 함께 사냥을 하여 유비를 잡고 형주를 나눠 영원히 동맹을 맺자고 청하면 손권은 크게 놀라서 투항할테니 우리 일은 성공하겠지요."

    조조가 그 계책을 따라 한편으로 글을 지어 사신에게 쥐어 동오로 보내고, 또 한편으로 마보군 (기병과 보병)과 수군을 합쳐 80만을 동원해 백만대군이라 사칭하고 수륙병진 水陸並進 (물과 뭍으로 함께 진군)하고 선기쌍행 船騎雙行 (배와 말이 함께 행군)해 강을 따라 진 군한다. 서쪽은 형주 협곡에 이어���고 동쪽은 기황 蘄黃에 닿게 목책들이 잇따라 3백여 리에 이른다.

    이제 이야기는 두 갈래로 나뉘니 강동의 손권은 시상군에 주둔해 있었다. 조조의 대군이 양양에 이르자 유종이 이미 항복하고 이제 밤낮으로 길을 재촉해 강릉을 취한다는 게 들려 모사들을 소집해 방어 대책을 상의한다. 노숙이 말한다.

    "형주는 우리 땅과 인접한데 강산은 험고하고 사민들은 은부 殷富(풍족)합니다. 우리가 만약 그곳을 장악한다면 제왕에 오를 바탕이 됩 니다. 이제 유표가 죽은지 얼마 안 되고 유비도 방금 패했으니 제가 청컨대 명을 받들어 강하로 가서 조상 弔喪 하고 유비를 설득해 그로 하여금 유표의 옛 장수들을 달래서 한마음으로 함께 조조를 격파하자고 하겠습니다. 유비가 기뻐하며 따르기만 한다면 대사를 이룰 수 있 습니다."

    손권이 기뻐하며 그 말을 따르고 즉시 노숙을 보내 예물을 갖춰 강하로 가서 조상하게 한다.

    한편 현덕이 강하에 이르러 공명, 유기와 함께 좋은 계책이 있는가 의논한다. 공명이 말한다.

    "조조는 세력이 커서 대적하기가 급하고 어렵우습니다. 동오로 손권을 찾아가 접응해서 남북 양쪽이 대치하게끔 만들고 우리는 중간에 서 이익을 취하느만 못한데 마다할 까닭이 있습니까?"

    "강동은 인물이 극히 많아 깊이 따져보는 이가 반드시 있을텐데 어찌 기꺼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이제 조조가 백만 대군을 이끌고 강한 江漢에 호랑이처럼 자리잡았으니 강동에서 어찌 사람을 보내 허실을 알아보려 하지 않겠습니까? 누군가 찾아오면 저는 돛단배 한척을 빌려 타고 바로 강동으로 가서 제 변변치 않은 세치 혀를 놀려 남북 양쪽 군대로 하여금 서로 으르 렁거리게 하겠습니다. 만약 남군이 이기면 함께 조조를 처단해 형주를 차지할 것이고 만약 북군이 이기면 우리는 그 기회에 강남을 취하면 됩니다."

    "몹시 훌륭한 견해입니다. 다만 어찌해야 강동에서 사람이 오겠습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보고가 올라온다. 강동에서 손권이 노숙을 조문 사절로 보내서 그가 탄 배가 이미 강둑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공 명이 웃으며 말한다.

    "대사가 성공하겠습니다!"

    유기에게 묻는다.

    "지난날 손책이 죽었을 때 양양에서 사람을 보내 조상한 적이 있습니까?"

    "강동이 우리 집안은 그들 부친을 죽인 원수로 여기는데 어찌 경조사를 챙기겠습니까?"

    "그렇다면 노숙이 온 것은 조상하러 온 것이 아니라 군사정세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현덕에게 말한다.

    "노숙이 와서 만약 조조의 동정을 물으면 주공께서는 모른다고만 하십시오. 거듭 묻거든 제갈량에게 가서 물으면 된다고 하십시오."

    의논을 마치고 사람을 시켜 노숙을 맞이해 들인다. 노숙이 입성해 조상한다. 예물을 받고서 유기가 노숙에게 청해서 현덕과 인사하게 한 다. 예를 마치고 후당으로 불러들여 음주한다. 노숙이 말한다.

    "황숙의 큰 이름을 들은 지 오래나 만나뵐 길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제 만나뵈오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요새 황숙께서 조조와 교전하셨다고 들었는데 틀림없이 그 허실을 아시겠군요. 조조군이 대략 얼마나 되는지 여쭤봐도 될는지요?"

    "저희는 병력이 미미하고 장수가 적어서 조조가 온다는 소식만 들리면 달아나느라 결국 그 허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듣자니 황숙께서 제갈공명의 꾀를 써서 두번이나 조조를 넋이 나가고 간담이 떨어지게끔 했다는데 어찌 알지 못한다 하십니까?"

    "오로지 공명에게 물어보셔야 그 상세한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현덕이 공명을 불러내 인사시킨다. 노숙이 공명에게 인사를 마쳐 묻는다.

    "일찍이 선생의 재주와 덕망을 사모했으나 여태 만나뵐 길 없었습니다. 이제 다행히 만나뵈오니 바라건대 목금(현재)의 안위에 관한 일을 묻고 싶습니다."

    "조조의 간사한 꾀는 제가 이미 모조리 알고 있습니다. 다만 힘이 미치지 않는 것이 한스러워서 잠시 피하고 있습니다. "

    "황숙께서는 이제 여기에 머무시는 겁니까?"

    "사군께서는 창오 蒼梧 태수 오신과 사귀신 적이 있어 그리로 가시려 합니다."

    "오신은 군량도 적고 병력도 보잘 것 없어서 스스로 지킬 수도 없을텐데 어찌 남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오신이 있는 곳이 오래 머물기에 부족하나 잠시 의지하고자 합니다. 따로 좋은 방책이 있습니다."

    "손장군께서 6군에 호거해 병력이 정예하고 양식이 넉넉한데다 어진 이들을 극히 예우해서 강동의 많은 영웅들이 그에게 귀부하고 있습 니다. 이제 선생의 계책을 위해서라면 심복을 보내 동오와 결속해 함께 대사를 도모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유사군께서 손장군과 본래 교분이 없으니 사설 詞說만 허비할까 걱정스럽니다. 게다가 따로 보낼 만한 심복도 없습니다."

    "선생의 형께서 현재 강동에서 참모로 계신지라 선생을 만나기를 늘 바라고 계십니다. 제가 재주 없으나 바라건대 공과 함께 손장군을 만나 대사를 함께 의논하고 싶습니다."

    현덕이 말한다.

    "공명은 제 스승이라 잠시라도 떨어질 수 없는데 어찌 보낼 수가 있겠습니까?"

    노숙이 공명과 함께 가기를 계속 청하나 현덕이 짐짓 불허한다. 공명이 말한다.

    "사세가 급하니 청컨대 명을 받들어 함께 가고 싶습니다."

    현덕이 비로소 허락한다. 노숙이 현덕, 유기와 작별해서 공명과 더불어 배를 타고 시상군으로 간다.

    공명이 조각배를 타고 떠나니 조조 군대도 하루 아침에 멈추게 되겠구나

    공명이 이렇게 떠나서 과연 어찌될는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