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5회 조조가 조서를 꾸며내어 천하에 돌리니 제후가 호응하고 세 영웅이 관병을 격파하고 여포와 싸운다

    진궁이 조조를 죽이려 하다 생각을 돌린다.

    '나라를 위해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이제 죽인다면 의롭지 못하지. 차라리 내버려 보내는 것이 나으리라.'

    칼을 도로 집어넣고 말 타고 해 뜨기 전 동군으로 향한다. 조조가 깨어나 진궁이 사라진 것을 보고 생각한다.

    '그가 내 두 마디에 어질지 못하다고 의심해 나를 버려두고 갔구나. 서둘러 떠나자. 오래 머물러 될 것이 아니야.'

    그날밤 진류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뵙고 그간 일들을 아뢰며 가산을 풀어 의병을 모으자 하니 아버지가 말한다.

    "아무래도 재산이 적어 성공치 못할까 두렵구나. 여기 효렴 출신 위홍 衛弘이란 사람이 있는데 재물을 아낌 없이 쓰며 의리를 받든다 하구나. 집안이 매우 부유하니 도움을 얻으면 대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야."

    조조가 술자리를 크게 열어 위홍을 초대해 고한다.

    "지금 한실은 주인이 없는데 동탁이 권력을 오로지하고 임금을 업신여기고 백성을 해치니 천하가 이를 갈고 있어요. 제가 힘껏 사직을 받 들려 하지만 힘이 모자라 한스럽네요. 공께서 바로 충의지사 忠義之士이시니 감히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

    위홍 답한다.

    "제가 그런 마음을 가진지 오래이나 아직까지 영웅을 못 만나 한스러웠어요. 맹덕께 큰 뜻이 있으니 가산으로 도와드리고 싶네요."

    조조가 크게 기뻐하고 천자의 조서를 꾸며 각지에 말을 달려 알리고 의병을 초모한다. 초모하는 하얀 깃발에 "충의 忠義" 두 글자를 쓴다. 며칠 안 되어 응모하는 인물들이 빗발치듯이 몰려든다.

    어느날 양평의 위국 출신의 악진 '문겸'이 조조를 찾아온다. 또한 산양 거록 출신의 이전 '만성'이 찾아온다. 조조가 모두 거둬 장전리(군관)로 삼는다. 또한 패국 초 사람으로 하후돈 '원양'이 찾아오니 하후영의 후손이다. 어려서부터 창술과 봉술을 익혀 나이 열넷에 스승을 따라 무술을 익히다가 누군가 스승을 욕하자 하후돈이 죽이고 타지로 달아났다. 조조가 의병을 일으키는 것을 듣고 집안 동생 하후연과 함께 각각 장사 일천을 이끌고 온다.

    둘은 본래 조조의 형제다. 조조 부친 조숭이 원래 하후 씨 자손인데 조 씨의 양자가 된 것이니 결국 동족이다. 며칠 안 돼 조 씨 형제 조인과 조홍이 각 1천여 사람을 이끌고 도우러 온다. 조인은 '자'가 '자효'이고 불리고 조홍은 '자'가 '자렴'이다. 두 사람은 활쏘기와 말타기 등 무예에 정통하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지방에서 군마를 조련한다. 위홍이 재산을 모두 털어내어 의복과 갑옷과 깃발을 마련한다. 사방에서 양식을 보내는 이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당시 원소가 조조의 조서를 받고 휘하의 문무관리를 모아 3만군을 이끌고 발해를 떠나 조조를 만나 맹약한다. 조조가 격문을 지어 고을마다 보내니 이렇다.

    '조조 등 삼가 대의를 천하에 포고합니다. 동탁이 천지를 속이고 나라를 망치고 임금을 시해했습니다. 궁중의 금도를 더럽히고 생령을 모질게 해쳤습니다. 어질지 못함이 이리와 같고 죄악이 쌓였습니다! 이제 천자의 밀조를 받들어 의로운 병사를 크게 모아 화하 華夏(중원)를 청소하고 흉악한 무리를 초륙할 것을 맹서합니다. 바라건대 의병를 일으켜 공분을 함께 풀고 왕실을 바로잡고 백성을 구제하고자 합니다. 격문이 도착하는대로 속히 받들어 움직이시오!'

    조조가 격문을 보내니 곳곳의 제후가 모두 기병起兵하여 호응한다.

    제1진 후장군 남양 태수 원술,
    제2진 기주 자사 한복,
    제3진 예주 자사 공유,
    제4진 예주 자사 유대,
    제5진 하태군 태수 왕광,
    제6진 진류 태수 장막,
    제7진 동군 태수 교모,
    제8진 산양 태수 원귀,
    제9진 제북상 포신,
    제10진 북해 태수 공융,
    제11진 광릉 태수 장초,
    제12진 서주 자사 도겸,
    제13진 서량 태수 마등,
    제14진 북평 태수 공손찬,
    제15진 상당 태수 장양,
    제16진 오정후 장사 태수 손견,
    제17진 기향후 발해 태수 원소

    여러 갈래의 군마는 병력이 많고 적은 것이 고르지 않아 3만도 있고 1만이나 2만도 있는데 각각 문무 관리를 거느리고 낙양으로 나아간다.

    한편 북평태수 공손찬이 정병 1만 5천을 거느리고 덕주 평원현을 지난다. 멀리 누상촌에 누런 깃발이 하나 보이는데 몇 기騎(기마)가 달려나와 맞이한다. 공손찬이 바라보니 현덕이다. 공손찬이 묻는다.

    "아우가 어찌 여기 있어?"

    "예전 형님께서 저를 평원의 현령으로 천거하신 은혜를 입었지요. 이제 형님께서 대군을 거느리고 여기를 지나신다기에 달려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형장께서 입성하셔서 군마를 쉬어 가시기를 청합니다."

    공손찬이 관공과 장비를 가리킨다.

    "누구지?"

    "관우와 장비, 저와 의형제입니다."

    "같이 황건적을 격파한 사람들 아냐?"

    "모두 두 사람 덕이었습니다."

    "이제 무슨 벼슬이야?"

    "관우는 마궁수 馬弓手요 장비는 보궁수 步弓手네요."

    공손찬이 한탄한다.

    "그렇다면 숨은 영웅이군! 이제 동탁이 천하를 어지럽히니 천하의 제후가 모두 함께 가서 주살하려 하네. 아우도 비루한 벼슬 따위는 내버리고 함께 역적을 토벌해 한실을 바로잡는 것이 어떻겠어?"

    현덕이 말한다.

    "함께 가야지요."

    장비가 말한다.

    "그때 도적을 죽이게 놔두었으면 오늘 같은 일도 없었텐데요."

    운장이 말한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어떻게든 수습해야지."

    현덕과 관, 장이 몇 기만 이끌고 공손찬을 따라 도착하고 조조도 이어서 온다. 다른 제후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두 도착해 각각 영채를 세우니 이백여 리에 이어진다. 조조가 소와 말을 도살하고 제후를 크게 모아 진격의 계책을 상의한다. 태수 왕광이 말한다.

    "이제 대의를 받들고 모였으니 맹주를 세워야지요. 맹주를 세워 모두가 약속約束을 들은 뒤 진군합시다."

    조조가 말한다.

    "원본초(원소)는 사세삼공四世三公의 명문 출신이라, 문중에 옛부터 관리가 많고 한나라의 이름난 장수의 후예이니 맹주가 될 만하지요."

    원소가 두세번 사양하지만 모두가 입을 모은다.

    "본초가 아니면 불가해요."

    원소가 마침내 응락하고 이튿날 삼층의 대를 쌓아올리고 오방五方(동서남북과 중앙)을 상징하는 기치(각종 깃발)를 두루 세운다. 다들 비분강개한 마음으로 올라가 향을 사르고 거듭 절하며 맹세한다.

    "한실 漢室이 불행해 황실의 기강이 무너지니 적신 賊臣 동탁이 이틈을 타서 함부로 해악을 저질러 재앙이 지존 至尊께 이르고 백성을 학대하여 유랑하게 만들었습니다. 저희 원소 등은 사직 社稷이 무너질까 두려워 의병을 규합해 다함께 국난 國難을 대처하려 합니다. 저희가 함께 맹서하니 일심으로 죽을 힘을 다해 신하의 충절을 바치는 데 다른 뜻이 있을 수 없습니다. 맹서를 어기는 이는 목숨을 잃고 자손이 끊길 것입니다. 황천후토 皇天后土시여! 조종명령 祖宗明靈이시여! 진실로 굽어 살펴주소서!'

    읽기를 마치고 삽혈歃血(짐승의 피를 나눠 마시며 동맹을 다지는 것)을 행한다. 뭇 사람이 비분강개한 맹서문을 듣고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다. 삽혈을 마치고 단을 내려온다. 사람들이 원소를 군막으로 모셔 와서 앉는데 벼슬과 나이 따라 두 줄로 자리잡는다. 술이 몇 순 돌자 조조가 말한다.

    "오늘 맹주를 세우고 각각 작전을 들어 함께 국가를 바로잡으려 하오. 세력의 강약을 따지지 맙시다. "

    원소가 말한다.

    "재주도 없는데 여러분이 맹주로 세우셨네요. 공을 세우면 반드시 상을 주고 죄 지으면 반드시 벌을 주겠어요. 국가에 늘 지킬 형벌이 있고 군대에 기율이 있는 법이니 각자 준수해 위반이 없게 해주세요."

    모두 입 모은다.

    "목숨을 걸고 명을 받들겠습니다."

    원소가 말한다.

    "제 동생 원술이 양초(군량과 말먹이풀)를 모두 감독해 여러 군영의 요구에 응하는 데 모자람 없도록 하겠어요. 우선 한 분이 선봉에 서 서 사수관으로 가서 도전하셔야겠네요. 다른 분은 요충지를 점거해 도우세요."

    장사 태수 손견 나온다.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원소가 말한다.

    "문태께서 용렬勇烈(용맹하고 충렬함)하시니 적격이지요."

    손견이 휘하 병력을 거느려 사수관으로 달려간다. 사수관을 수비하던 군관이 유성마流星馬(샛별처럼 빠른 말이란 뜻으로 고대의 통신병을 일컬 음)를 보내 급히 낙양의 승상부에 알린다. 이때 동탁은 대권을 장악해 날마다 술자리를 벌였다. 이유가 급보를 접해 동탁에게 달려가니 동탁이 크게 놀라 황급히 장수들을 불러 상의한다. 온후 溫侯 여포가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말한다.

    "부친께서 걱정 마세요. 사수관 밖의 제후는 지푸라기와 같지요. 바라옵건대 호랑이 같은 병사들을 이끌고 모조리 목을 잘라 도성 문에 내걸겠습니다."

    동탁 크게 기뻐한다.

    "내게 봉선이가 있으니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자겠어!"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 여포 뒤 한 사내 크게 외친다.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세요? 온후께서 수고하실 것 없네요. 제가 제후 머리를 베는 것쯤이야 주머니 속 물건 꺼내듯이 할 수 있어요."

    동탁이 바라보니 사나이는 키 아홉 척, 호랑이 몸, 이리 허리, 표범 머리, 원숭이 어깨를 하고 있다. 관서 사람으로 이름이 화웅이다. 동탁이 듣고 크게 기뻐하며 효기교위 벼슬을 더해 마보군 馬步軍(기병과 보병) 5만을 이끌고 이숙, 호진, 조잠과 함께 그날밤 사수관으로 가서 맞서게 한다. 제후 가운데 제북상 포신은 손견이 선봉을 맡자 으뜸 공을 빼앗길까 두려워한다. 몰래 아우 포충에게 먼저 마보군 3천을 이끌고 샛길로 사수관 밑으로 가서 도전한다. 화웅이 철기 鐵騎(철갑 기병) 5백을 이끌고 번개 같이 사수관 아래로 내려와 크게 꾸짖는다.

    "역적의 장수야! 꼼짝마라!"

    포충이 급히 달아나려 하지만 화웅이 한칼을 휘두르자 두 동강 나서 말 아래 구른다. 포충 수하의 사로잡힌 장교가 매우 많다. 화웅이 사람을 승상부로 보내 포충의 머리를 바치며 승첩을 알리니 동탁이 화웅에게 도위 都尉 벼슬을 더한다.

    한편 손견은 네 장수와 함께 사수관에 당도한다. 네 장수 가운데 첫째 우북평 토은 출신의 정보 '덕모'는 한자루 철척사모를 잘 쓴다. 둘째 황개 '공복'은 영릉 출신이고 쇠채찍을 잘 쓴다. 셋째 한당 '공의'는 요서 영지 출신이고 한자루 큰칼을 잘 쓴다. 넷째 조무 '대영'은 오군 부춘 출신이고 쌍칼을 잘 쓴다. 손견이 눈부신 은갑옷에 붉은 두건을 쓰고 고정도를 비껴들고 화종마를 올라타고 사수관 위를 가리키며 크게 욕한다.

    "악당의 종놈아! 어서 항복을 못하겠냐!"

    화웅이 부장 호진에게 5천군을 줘서 관문 밖으로 출격시킨다. 정보가 나는 듯이 말 몰아 호진에게 달려들어 불과 몇 합만에 목을 찔러 떨군다. 손견이 군을 이끌고 관문 앞까지 쇄도하자 관 위에서 화살과 돌이 비오듯한다. 손견이 양동으로 회군하여 주둔하고 원소에게 승전을 알리고 원술에게 군량을 어서 보내라고 한다.

    누군가 원술에게 말한다.

    "손견은 강동의 사나운 범이지요. 낙양을 함락해 동탁을 죽이면 결국 이리를 없앤 자리에 범이 들어서는 셈이네요. 이제 군량을 보내지 않으면 그 병사들이 흩어지고 말 것입니다."

    원술이 이를 따라 군량을 보내지 않으니 손견 군중에 식량이 부족해 저절로 어지러워진다. 세작이 이 사정을 사수관에 알리자 이숙이 화웅에게 계략을 말한다.

    "오늘밤 제가 샛길로 관문을 내려가 손견 군영을 배후에서 습격할 테니 장군께서 앞쪽을 치면 손견을 잡을 수 있어요."

    화웅이 이를 따라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야음을 틈타 관문을 나온다. 그날밤 달 밝고 바람이 시원하다. 손견 군영에 이르니 벌써 한밤이 다.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지르며 돌격한다. 손견이 놀라 갑옷을 입고 말을 타는데 바로 화웅이 나타난다. 두 사람이 싸운 지 불과 몇 합에 뒷쪽에서 이숙의 군이 몰려오고 하늘 가득히 불길이 치솟는다. 손견군이 어지럽게 달아난다.

    장수들이 각자 어지러이 싸우는데 조무가 홀로 손견 곁에서 포위를 뚫고 달아난다. 배후에서 화웅이 쫓아온다. 손견이 화살을 거푸 날리나 화웅이 모두 피한다. 다시 세번째 화살을 쏘다가 너무 세게 당겨 활이 부러져 활을 버리고 말 몰아 달아날 뿐이다. 조무가 말한다.

    "주공께서 붉은 두건을 써서 과녁이 되고 적병이 알아봅니다. 두건을 벗어주시면 제가 쓰겠습니다."

    손견이 두건 벗어 조무에게 주고 양쪽으로 길을 나눠 달아난다. 화웅의 병사들이 붉은 두건을 보고 뒤쫓는 틈을 타서 손견은 샛길로 탈출한다. 화웅이 바짝 따라붙자 조무가 붉은 두건을 근처에 있는 인가의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기둥에 걸어두고 숲속으로 잠시 피한다. 화웅의 병사들이 달빛 아래 멀리 붉은 두건이 보이므로 사방을 포위하지만 감히 전진하지 못한다. 화살을 두건에 쏜 뒤 비로소 속은 것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 붉은 두건을 거두려 한다. 이때 조무가 숲 속에서 뛰어나와 쌍칼을 휘두르며 화웅을 베려고 한다. 하지만 화웅이 크게 호통치며 조무를 한칼에 베어 말 아래로 떨군다. 어느새 날이 밝아오자 화웅이 병력을 이끌고 사수관으로 돌아간다.

    정보, 황개, 한당 모두 손견을 찾아 뵙고 군마를 다시 수습해 주둔한다. 손견이 조무가 죽은 것을 알고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그날밤 원소에게 알리니 원소가 크게 놀란다.

    "손문태가 화웅에게 질 줄이야!"

    제후와 상의한다. 사람들 모두 당도했는데 공손찬이 홀로 늦는다. 원소가 장막에 들어와 쭉 앉혀놓고 말한다.

    "어제 포 장군 아우가 작전을 따르지 않고 함부로 진격해 사상자가 많았어요. 이제 손문태도 화웅에게 졌구요. 아군의 예봉이 이렇게 꺾였는데 어쩌지요?"

    제후 모두 입을 열지 못한다. 원소가 눈을 들어 두루 살핀다. 공손찬 뒤로 세 사람이 서 있는데 용모가 하나같이 비상하고 어딘지 모르게 비웃는 듯하니 원소가 묻는다.

    "공손 태수 뒤에 누구지요?"

    공손찬이 현덕을 불러내 말한다.

    "저와 어려서부터 같이 지낸 형제 같은 평원현령 현덕이오."

    조조가 거든다.

    "황건적을 격파한 유현덕 아니시오?"

    공손찬이 답한다.

    "그렇소."

    공손찬이 현덕을 인사시키고 그 공로와 출신 등을 한바탕 늘어놓자 원소가 말한다.

    "그렇다면 한실의 종친이니 여기 앉으시게."

    앉을 것을 명하지만 유비가 겸양하니 원소가 다시 말한다.

    "자네 벼슬을 공경해서가 아니라 한실후예를 공경하는 것뿐이야."

    현덕이 말석에 앉고 관, 장이 그 뒤 시립한다.

    갑자기 탐자(정탐꾼)가 보고한다..

    "화웅이 철기를 이끌고 사수관을 내려왔네요. 긴 대나무 막대에 손 태수의 붉은 두건을 매달아 진 앞에서 크게 욕하며 도전하구먼요."

    원소가 말한다.

    "누구 감히 출전할 사람 없어요?"

    원술 뒤 사납게 생긴 장수 유섭 돌아나오며 말한다.

    "소장이 가지요."

    원소 기뻐하며 유섭을 출마시킨다. 즉시 보고가 들어온다.

    "유섭이 화웅과 싸워 불과 3합만에 목이 잘렸네요."

    모두 놀라자 태수 한복이 말한다.

    "제 상장 上將 심봉이라면 화웅을 벨 수 있지요."

    원소가 어서 출전시킨다. 심봉이 큰 도끼를 들고 말 몰아 나간다. 잠시 뒤 급보가 들어온다.

    "심봉도 화웅에게 목이 베였네요."

    모두 하얗게 질리니 원소가 말한다.

    "내 상장上將 안량과 문추가 오지 않아 애석하군! 하나라도 여기 있다면 어찌 화웅 따위가 두렵겠어!"

    말을 미처 마치기 전 밑에서 한사람 크게 소리치며 나온다.

    "소장이 가서 화웅 머리를 베어 바치겠습니다!"

    모두 바라보니 키 아홉 척, 수염 두 척, 붉은 봉황 같은 눈, 누에가 누운 듯한 눈썹, 얼굴은 잘 익은 대추, 목소리는 커다란 종소리 같은 사나이가 앞에 섰다.

    원소가 누군지 묻자 공손찬이 말한다.

    "현덕의 아우 관우요."

    원소가 벼슬을 물어 공손찬이 말한다.

    "유현덕의 마궁수요."

    위에서 원술이 고함지른다.

    "네가 우리 제후에게 뛰어난 장수가 없다고 업신여기냐? 일개 궁수 따위 어찌 망언하냐! 매질해서 쫓아야겠구나!"

    조조 서둘러 막는다.

    "원공로께서 진정하세요. 이 사나이가 큰 소리를 치니 틀림없이 용맹하겠군요. 한번 싸워 못 이기면 그때 꾸짖어도 늦지 않아요."

    원소가 말한다.

    "일개 궁수를 내보내면 화웅에게 웃음거리가 돼요."

    조조가 말한다.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은데 화웅이 어찌 궁수인줄 알겠어요?"

    관공이 말한다.

    "못 이기면 제 머리를 베시지요."

    조조가 뜨거운 술 한잔 따라 관공에게 마시고 말을 타라 권하니 관공이 말한다.

    "술을 따라 두시면 다녀와서 마시겠습니다."

    밖으로 나가 칼 들고 몸을 날려 말을 탄다.

    제후가 들으니 사수관 밖으로 북소리 크게 울리고 함성이 크게 일어나서 마치 천지가 꺼지고 산이 무너지듯 하므로 모두 크게 놀란다. 대체 무슨 소린가 알아 보려는데 말방울 소리도 요란하게 말 한 필이 중군에 당도한다. 관운장이 화웅 머리를 바닥에 내던진다. 조조가 따른 술이 아직 식지 않았다. 조조 크게 기뻐한다. 현덕 뒤에서 장비가 돌아나오며 크게 외친다.

    "제 형께서 화웅을 베었어요. 어서 사수관으로 돌격해 동탁을 안 잡고 뭘 기다려요!"

    원술이 버럭 성낸다.

    "우리 대신들도 겸양하는데 현령 졸개 따위가 여기가 어디라고 날뛰는 거야! 모두 여기서 썩 나가지 못해겠어!"

    조조가 말한다.

    "공을 세우면 포상해야지 귀천을 왜 따져요?"

    "여러분이 일개 현령을 이다지도 후대하면 나는 물러갈테요!"

    "어찌 말 한마디로 대사를 그르치려 해요?"

    공손찬에게 현덕, 관, 장을 데리고 영채로 돌아가게 하고 관리들이 해산한다. 조조가 몰래 고기와 술을 보내 세 사람을 달랜다.

    한편 화웅 수하의 패잔병이 관문으로 올라가 알린다. 이숙이 놀라 위급을 알리는 글을 동탁에게 보낸다. 동탁이 서둘러 이유, 여포 등과 상의하니 이유가 말한다.

    "이제 상장 화웅을 잃어 적세가 대단하구먼요. 원소가 맹주이고 숙부 원외가 현재 태부이지요. 혹시 내응해 합세하면 매우 곤란하니 먼저 제거하시지요. 그리고 승상께서 몸소 대군을 이끌고 여러 갈래로 초포하셔야겠네요."

    동탁이 그렇다 여겨 이각과 각사에게 5백군을 줘서 태부 원외의 집을 에워싸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륙한다. 먼저 원외의 머리를 베어 사수관 앞에 내건다. 동탁이 2십만 대군을 이끌고 2로로 나눠 진격한다. 1로는 이각과 곽사가 5만군을 이끌고 사수관에 주둔하고 함부로 싸우지 않게 한다. 다른 1로는 동탁이 몸소 15만 병력을 이끌고 이유, 여포, 번조, 장제 등과 호뢰관을 수비한다. 군마가 호뢰관에 이르자 동탁이 여포에게 3만 병력을 이끌고 관문 앞에 크게 진치게 한다. 동탁은 관문 위에 머문다.

    유성마가 이것을 탐청해 원소의 대채(큰 영채)로 들어가 알린다. 원소가 사람들을 불러 상의하니 조조가 말한다.

    "동탁이 호뢰관에 주둔해 우리 제후의 중로中路를 차단하니 이제 병력 절반을 나눠서 적군을 맞아 싸워야 하겠네요."

    이에 원소가 왕광, 교모, 포신, 원유, 공융, 장양, 도겸, 공손찬 등 8로 제후를 호뢰관으로 보내 적군을 맞아 싸우게 한다. 조조는 군을 이끌고 왕래하며 돕기로 한다. 8로 제후가 각각 군을 움직여 하내태수 왕광의 병력이 먼저 도착하니 여포가 철기 3천을 이끌고 번개같이 맞이한다.

    왕광이 군마를 거느려 진세를 펼친 뒤 말고삐 잡고 문기 門旗 아래를 바라보니 여포가 군진을 나온다. 세 갈래로 묶은 머리에 자금관 紫金冠 (왕자나 젊은 장수가 머리에 쓰던 관) 쓰고, 서천에서 나는 붉은 비단에 온갖 꽃 수놓은 전포 입고, 머리를 집어삼키는 짐승얼굴을 새기고 고리를 엮어 만든 갑옷을 두르고, 껍질에 영롱하게 사자와 오랑캐왕을 아로새긴 허리띠를 차고, 손에 방천화극을 쥐었는데, 타고 있는 적토마 울음이 바람을 가른다. 과연 사람 가운데 여포요 말 가운데 적토마다. 왕광이 고개 돌려 묻는다.

    "누가 용감히 출전하겠소?"

    뒤에서 한 장수가 말 내달리며 창 꼬나쥐고 달려든다. 왕광이 바라보니 하내의 명장 방열이다.

    그러나 두 말이 맞붙어 불과 다섯 합만에 여포가 찔러 떨군다. 여포가 창을 겨눠 곧장 들이치니, 왕광군이 대패해 사방으로 달아나는 것을 여포가 이리저리 무찌르는데 마치 무인지경에 뛰어든 듯하다. 요행히 교모의 병력과 원유의 병력이 같이 달려와서 왕광을 구원하니 여포가 비로소 물러간다. 3로 제후가 인마를 제법 잃고 3십 리 물러나 주둔한다. 이어서 5로 제후의 군마가 모두 도착해 상의한다. 모두 여포가 영웅이라 아무도 맞설 수 없다 한다.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데 소교(하급장교)가 알린다.

    "여포가 도전하네요."

    8로 제후가 일제히 말 타고 나간다. 군을 팔개 부대로 나눠 높은 언덕에 포진한다. 멀리 바라보니 여포가 한떼 군마를 이끌고 비단 깃발을 나부끼며 선두에서 달려든다. 상당 태수 장양의 부장 목순 穆順이 창을 겨눠 맞서나 여포가 한번에 찔러 말 아래로 떨어뜨리니, 모두 크게 놀란다. 북해 태수 공융의 부장 무안국 武安國이 철추鐵錘(철퇴)를 휘두르며 나는 듯이 말 달려 나간다. 여포가 방천화극 휘두르며 말 달려 맞이한다. 십여 합만에 방천화극으로 무안국의 팔뚝을 찌르자 무안국이 철추를 버리고 달아난다. 8로 군마가 일제히 구원하니 여포가 퇴각한다. 제후가 영채로 돌아가 상의한다.

    조조가 말한다.

    "여포 영용 英勇하니 무적이네요. 18로 제후 모두 모여 좋은 계책을 내야겠어요. 여포만 잡으면 동탁은 쉽게 주살할 수 있어요."

    이렇게 의논하는데 여포가 다시 도전하니 8로 제후가 일제히 나간다. 공손찬이 삭槊(창의 일종)을 들고 여포와 싸워서 몇 합만에 달아나니 여포가 적토마를 몰고 뒤쫓는다.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바람처럼 달리는 말이다. 금세 여포가 따라잡아 방천화극으로 공손찬의 등을 찌를 참인데 옆에서 부릅뜬 고리 눈, 치켜선 호랑이 수염의 한 장수가 장팔사모를 꼬나쥐고 나는 듯이 말 몰며 달려와서 크게 외친다.

    "성을 세번 바꾼 종놈아 게 서라! 연인 燕人 장비 여깄다!"

    여포가 공손찬을 놔두고 장비와 싸우는데 보는 사람 넋이 나갈 지경이다.

    잇달아 5십 합 남짓 붙어도 승부를 가르지 못하자 운장이 말 몰고 8십근 청룡언월도 휘두르며 달려와 여포를 공격한다. 말 세 마리가 정 丁자 꼴로 어우러져 마구 싸운다. 3십 합 남짓 싸워도 여포가 밀리지 않자 유현덕이 쌍고검 뽑아들고 황종마 黃鬃馬(누런갈기말) 몰고 달려와 돕는 다. 세 사람이 여포를 에워싸고 마치 돌아가는 등불처럼 마구 공격하니 8로 인마가 모두 넋놓고 바라본다. 치고막기가 쉽지 않자 여포가 현덕의 얼굴을 한번 찌르는 척하여 유비가 움찔한 틈을 타서 포위를 뚫고 방천화극을 거꾸로 잡아 끌고 나는 듯이 말을 몰아 달아난다. 세 사람이 어찌 포기하겠는가? 말 몰아 뒤쫓는다. 8로 군마의 함성 크게 울리며 일제히 적병을 무찌른다. 여포군이 호뢰관으로 달아나는 것을 현덕, 관, 장이 뒤쫓아간다. 옛 사람이 일찍이 시 한편을 남겨 현덕, 관, 장이 여포와 싸운 것을 기렸다.

    한나라 천운이 환제가 즉위하고 기울어 마치 붉은 해 서쪽으로 지는 것 같네
    간신 동탁이 소제를 폐하고 유협을 옹립하지만 소제 나약해 자다가도 놀라네
    조조가 격문을 돌려 천하에 고하니 제후가 분노해 모두 군대를 일으키네
    모두 의논해 원소 맹주가 되고 왕실 바로세워 태평성대 이루자 맹세하네
    온후 여포 세상에서 비할 자 없는 영웅의 재목, 사해에 영위英偉를 뽐내네
    용 비늘 은빛 갑옷 걸치고 머리 묶어 금관을 쓰고 꿩꼬리 깃털을 꽂았네
    사나운 짐승 새겨진 보대 두르고 비단 전포 입으니 마치 날아가는 봉황 같구나
    적토마 뛰어오르자 하늘에 바람이 일고 번쩍이는 방천화극 시퍼렇게 날 섰네
    관문 나와서 싸움 거니 누가 맞설까? 제후 간담 찢어지고 가슴 벌벌 떨구나
    이때 뛰어나간 연나라 사람 장익덕 손에는 장팔사모 긴 창을 쥐었네
    치켜선 호랑이 수염 쇠줄처럼 일어서고 고리눈 부릅뜨니 번개 이는 듯하구나
    아무리 싸워도 승부 못 내니 군진 앞 있던 관운장 참지 못하고 달려나오네
    서릿발처럼 빛나는 청룡보도 青龍寶刀 휘두르며 앵무 전포 입고 나비처럼 날아오네
    말발굽 닿는 곳마다 귀신 울부짖는 것 같고 목전에서 한번 노하니 피가 흐르구나
    용맹한 영웅 현덕도 쌍칼 뽑아들고 하늘 같은 위엄 떨치며 맹렬히 싸우네.
    세 사람 여포 에워싸고 싸우며 찌르고 떨어지고 가리고 막고 쉴 새 없구나
    함성 진동하니 천지 뒤집히고 살기가 천지 가득차니 북두성도 얼어붙네
    여포 힘 떨어지자 도망갈 길 찾아 멀리 자기 집으로 말 몰아 달아나네.
    방천화극 거꾸로 잡고 달아나니 금박 입힌 오색 깃발 어지러이 흔들리네
    갑자기 비단줄 끊어지듯 달리는 적토마 몸 뒤집어 호뢰관으로 날아오르네

    세 사람이 여포를 쫓아서 호뢰관 아래에 이르니 관문 위로 서풍에 나부끼는 청라 비단 일산 日傘(햇빛가리개)이 보인다. 장비가 크게 외친다.

    "틀림없이 동탁이야! 여포를 쫓아 여기까지 왔으니 먼저 동탁 놈부터 잡아야지. 이야말로 풀을 베면서 뿌리까지 뽑는 것이다!"

    말을 몰아 호뢰관으로 들어가 동탁을 잡으려 한다.

    도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를 잡아야 하고
    비상한 공은 비상한 사람만이 세울 수 있네

    아직 승부를 알 수 없구나. 다음 편을 보면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