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53회 관운장이 황한승을 의롭게 풀어주고 손중모가 장문원과 크게 싸운다

    한편 공명 孔明은 장비 張飛에게 말한다.

    "지난번에 자룡 子龍이 계양 桂陽을 취할 때, 군령장을 쓰고 가도록 했소. 이제 익덕 翼德이 무릉 武陵을 취하겠다면, 모름지기 군령장을 쓴 뒤에야, 병력을 거느려 갈 수 있소."

    장비가 곧 군령장을 쓰고, 흔연히 3천 군을 거느려, 한밤에 무릉 입구에 다다른다.

    금선 金旋이 장비가 병력을 이끌고 온 것을 듣고서, 장교들을 불러 모우고 정예 병력과 무기를 갖춰, 성을 나와 대적한다. 종사 공지 鞏志 가 간언한다.

    "유현덕 劉玄德은 대한의 황숙이시며, 인의를 천하에 떨치십니다. 게다가 장익덕은 효용하기가 남다릅니다. 대적하기 불가하니, 투항을 상책으로 삼음만 못합니다."

    금선이 크게 노해 말한다.

    "네가 도적과 연통해 내부 변란을 꾀하구나!"

    무사들에게 소리쳐 끌어내 참하라 한다. 관리들 모두 고한다.

    "가인 家人을 먼저 참하시면, 군사에 이롭지 않습니다."

    금선이 이에 공지를 꾸짖어 물리고, 스스로 병력을 인솔해 나간다. 성 밖 20리에서 바로 장비와 마주친다. 장비가 장팔사모를 비껴들 고 말을 세워, 금선을 크게 꾸짖자, 금선이 부장들에게 묻는다.

    "누가 용감히 출전하겠소?"

    모두 두려워,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한다. 금선이 직접 말을 내달려 칼춤을 추며 맞선다. 장비가 크게 한소리 지르니, 큰 우레 같다. 금선 이 낯빛을 잃고, 감히 창칼을 부딪히지 못하여,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장비가 병사들을 이끌고 뒤에서 덮친다. 금선이 성 둘레까지 달 아나자, 성 위에서 어지러이 화살이 쏟아진다. 금선이 놀라 보라보니, 공지가 성 위에서 말한다.

    "네가 천시를 거스르니, 스스로 망할 길로 간 것이라, 나는 백성들과 더불어 유현덕께 항복하겠다!"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화살 한 발이 금선의 입을 명중하여, 말 아래 나뒹군다. 병사들이 그 머리를 잘라 장비에게 바친다. 장비가 공지 에게 명해 인수를 가져오게 하여, 계양으로 가 현덕을 만난다. 현덕이 크게 기뻐, 곧 공지로 하여금 금선의 직위를 대신하게 한다. 현덕 이 몸소 무릉으로 와 백성들을 어루만진 뒤, 운장 雲長에게 글을 써 보내, 익덕과 자룡이 각각 1군 郡을 얻었다 전한다. 운장이 이에 답장을 써 청한다.

    "듣자니 장사 長沙를 아직 취하지 않았다 하니, 형장께서 아우를 재주 없다 여기지 않으시면, 이 관모 關某로 하여금 그곳에서 공로를 세 우게 해주시면 정말 좋겠소."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장비에게 그날밤 형주로 달려가 운장을 대신해 수비하라 하고, 운장에게 장사를 취하러 오라고 한다. 운장이 찾아와 현덕과 공명을 만나자 공명이 말한다.

    "자룡은 계양을, 익덕은 무릉을 취하는데, 모두 3천 군을 거느려 갔었소. 장사태수 한현은 말할 가치도 없지만 그에게 장군 하나가 있으니 남양 출신의 황충 '한승'이오. 유표 밑에서 중랑장을 지내고 유표의 조카 유반과 더불어 장사를 지켰으며 그뒤 한현을 모시게 됐소. 비록 금년 거의 6순에 가까우나 도리어 만명의 사내도 못 당할 용맹을 가졌기에 가벼이 대적할 수 없소. 운장이 간다면 많은 군마를 가져가는 게 필수요."

    운장이 말한다.

    "군사께서 무슨 까닭으로 다른 사람의 날카로운 기세는 추켜세우면서 자기 쪽의 위풍을 무시하시오? 한낱 늙은 졸병 따위, 입에 올릴 것 도 없소! 이 관모, 3천 군도 필요 없으니, 다만 본래 거느린 5백 교도수 校刀手 (칼로 무장한 병사)만으로 결단코 황충과 한현의 목을 참하여 바치겠소!"

    현덕이 애써 말려도 운장은 따르지 않고 겨우 5백 교도수를 거느려 떠난다. 공명이 현덕에게 말한다.

    "운장이 적군을 경시하다, 실수할까 두려우니, 주공께서 가서 접응하셔야 합니다."

    현덕이 그 말을 따라, 뒤에서 병력을 거느려 장사 쪽으로 출발한다.

    한편 장사태수 한현은, 평소 성급하여, 함부로 살륙하니, 사람들 모두 그를 증오한다. 이때 운장의 군대가 당도했다 듣고, 노장 황충을 불 러 상의한다. 황충이 말한다.

    "주공께서 우려하실 것 없습니다. 이 한 자루 칼과 이 활 1장이면, 1천 명이 온들, 1천 명 다 없앨 수 있습니다!"

    원래 황충은 2석 石 (활의 세기를 재는 단위)의 활을 능히 당겨, 백발백중이다.

    말을 미처 마치지 않았는데, 섬돌 아래 한 사람이 곧 튀어나와 말한다.

    "연로하신 장군께서 출전하실 것 없습니다. 제 손으로 관모를 잡아오겠습니다."

    한현이 바라보니, 바로 관군교위 양령 楊齡이다. 한현이 크게 기뻐, 곧 그에게 명해 1천 군을 이끌고 서둘러 출성하게 한다. 약 50 리 를 가니, 멀리 먼지 구름이 이는 곳에, 운장의 군마들이 어느새 당도한다. 양령이 창을 꼬나쥐고 출마하여, 진 앞에 서 욕을 하며 싸움을 건다. 운장이 크게 노하여, 대꾸도 없이, 말을 내다려 칼을 휘둘러, 곧장 양령에게 덤빈다. 양령이 창을 꼬나쥐고 맞서나, 3합이 못 돼, 운 장이 손을 놀려 칼을 내리치자, 양령이 베어져 말 아래 구른다. 패잔병들을 뒤쫓아, 곧장 성 아래 이른다.

    한현이 듣고서 크게 놀라, 곧 황충더러 출마하게 하고, 성 위에서 살펴본다. 황충이 칼을 들고 말을 내달려, 5백 기병을 거느려 나는듯이 조교(적교, 성문에 붙은 들어올릴 수 있는 다리)를 지난다. 운장이 바라보니 어느 늙은 장수가 출마하므로, 황충이라 알아보고, 5백 교도 수를 1자로 벌려, 칼을 비껴들고 말을 세워 묻는다.

    "오는 장수는 황충 아니요?"

    "내 이름을 알고서도, 어찌 우리 땅을 침범하냐!"

    "일부러 네 목을 취하러 왔다!"

    말을 마치고, 둘이 맞붙어, 1백합 남짓 싸워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 한현이 황충의 실수가 있을까 두려워, 징을 울려 군을 거둔다. 황충이 군을 거둬 입성하자, 운장도 군을 물려, 성 밖 10리에 영채를 세워, 생각한다.

    '노장 황충, 명성이 헛되이 전하지 않는구나. 1백 합을 싸워도, 전혀 파탄 破綻이 없다니. 내일 아무래도 타도계 拖刀計 (거짓을 패해 적을 유인하는 계책)로써, 달아나다 베어 이겨야겠다.'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다시 성 밑으로 가 싸움을 건다. 한현이 성 위에 앉아, 황충더러 출마하게 한다. 황충이 수백 기를 거느려 조교를 쏜살같이 건너, 다시 운장과 맞붙는다. 다시 5, 6십 합을 싸워도, 승부를 못 가린다. 양쪽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갈채한다.

    북소리 한창 다급한데, 운장이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니, 황충이 뒤쫓아 온다. 운장이 이제 막 칼을 써서 베려 하는데, 홀연히 뒤쪽에서 무 슨 소리가 들린다. 급히 고개 돌려 보니, 황충의 전마(싸움말)가 앞다리를 헛디뎌, 황충이 땅 바닥에 나뒹군다. 운장이 급히 말머리를 돌 려, 양손으로 칼을 잡고 사납게 호통친다.

    "내 일단 네 성명을 살려주겠다! 어서 말을 갈아타고 와서 다시 싸우자!"

    황충이 급히 말발굽을 밀치고, 몸을 날려 말을 타, 서둘러 성 안으로 들어간다. 한현이 놀라 물으니, 황충이 말한다.

    "이 말이 상진 上陣 (전투 참가)하지 않은 지 오래라, 이렇게 실족했습니다."

    "그대 화살은 백발백중인데, 어찌 쏘지 않았소?"

    "내일 다시 싸워, 반드시 거짓 패하여, 조교까지 유인해 쏘겠습니다."

    한현이 자기가 타던 청마 青馬 한 필을 황충에게 내준다. 황충이 절을 올려 사례하고 나가며, 곰곰이 생각한다.

    "운장이 이토록 의기가 높을 줄이야! 그가 차마 나를 살해하지 못하였는데, 나 역시 어찌 차마 그를 쏘겠는가? 그러나 쏘지 않으면, 군령을 어길까 두렵구나."

    밤새 주저하며 결단하지 못한다.

    다음날 날이 밝자, 운장이 싸움을 거는 것이 보고되자, 황충이 병력을 이끌고 출성한다. 운장이 이틀이나 싸워도 황충을 이기지 못하므 로, 잔뜩 초조하여, 한층 위풍스럽게 분발하여, 황충과 맞붙는다. 30여 합도 싸우지 않고, 황충이 거짓으로 패하니, 운장이 뒤쫓는다. 황 충이 전날 죽이지 않은 은혜를 상기하여, 차마 바로 쏘지 못하고, 칼을 두고, 활을 잡아 화살을 매기지 않은 채 빈 시위만 당겨 소리낸다. 운장이 급히 피하지만, 화살은 안 보인다. 운장이 다시 뒤쫓자, 황충이 다시 빈 시위를 당긴다. 운장이 급히 피하나, 역시 화살은 없어, 황 충이 쏘지 못하는 줄만 알고, 방심한 채 뒤쫓아 온다. 조교 가까이 이르자, 황충이 다리 위에서 화살을 탑재해 활을 당겨, 활시위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와, 바로 운장의 투구 술을 맞춘다. 앞쪽에서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운장이 크게 놀라, 화살이 박힌 채 영채로 돌아가서야, 황충이 백보천양 百步穿楊 (백보 거리의 버들잎도 쏴서 꿰뚫음)의 능력을 가지고도, 오늘 투구만 맞춘 것이, 바로 어제 그 를 죽이지 않은 은혜를 갚은 것임을 깨닫는다.

    운장은 병력을 이끌고 물러나고, 황충은 성 안으로 돌아가 한현을 만나는데, 한현이 좌우에 호통쳐 황충을 체포하라 하니, 황충이 외친 다.

    "무죄 無罪!"

    한현이 크게 노해 말한다.

    "내 사흘을 지켜보니, 네 감히 나를 속였다! 네가 앞서 힘껏 싸우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사심이 있어서다. 어제 말이 실족해도, 그가 너를 죽이지 않은 것도, 필시 내통헤서다. 오늘은 두번이나 빈 시위만 당기다, 세번째 화살은 그 투구 술만 맞추니, 어떻게 외부와 연통한 것이 아니냐? 너를 참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있겠다!"

    도부수들에게 호통쳐 성문 밖으로 그를 끌어내 참하라 한다. 장수들이 살려달라 고하려 하자, 한현이 말한다.

    "황충을 위해 고하는 자들도, 역시 같은 죄다!"

    막 성문 밖으로 끌어내, 칼을 들려는 순간, 홀연히 한 장수가 칼을 휘두르며 뛰어들어, 칼잡이를 베어 죽이고, 황충을 구해 일으키며, 크게 외친다.

    "황한승은 곧 장사 長沙의 보장 保障(보호벽)이거늘, 이제 한승을 죽인다면, 바로 장사 백성들을 죽이는 것이다! 한현이 잔폭한데다 어 질지 못하여, 어진 이를 업신여기고 선비를 함부로 대하니, 마땅히 모두 함께 그를 죽여야 한다. 나를 따를 자 어서 오라!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보니, 얼굴은 짙은 대추빛이요, 눈은 별처럼 빛나니, 바로 의양 義陽 사람 위연 魏延이다. 양양 襄陽으로부터 현덕을 뒤따랐으나 만나지 못하여, 한현에게 넘어왔었다. 한현이 그를 의심하며 오만소례 傲慢少禮 (오만하고 무례함)하고, 중용하지 않아, 이 에 불만을 가졌다. 그날 황충을 구하여, 백성들더러 함께 한현을 죽이자 하니, 팔뚝을 걷어 일제히 호응하며 따르는 자가 수백여 명이다. 황충이 막지 못하여, 위연이 성 위로 올라가, 한 칼에 한현을 베어 두 조각을 내어, 그 머리를 말에 매달고, 백성들을 이끌고 출성하여, 운 장에게 투배 投拜(투항)한다. 운장이 크게 기뻐, 곧 성으로 들어가 백성들을 달래고 나서, 황충에게 만나기를 청하나, 황충은 병을 핑계 로 나오지 않는다. 운장이 즉시 사람을 보내 현덕과 공명을 청한다.

    한편 현덕은 운장이 장사를 취하러 가자, 공명과 더불어 뒤에서 인마를 재촉해 접응하려 하였다. 한창 가고 있는데, 청기 青旗가 넘어 져 구르고, 한 마리 갈가마귀가 북에서 남으로 날아가며, 잇달아 세번 울어대니, 현덕이 말한다.

    "이것은 무슨 길흉화복의 징조입니까?"

    공명이 말 위에서 점괘를 뽑아 말한다.

    "장사 군을 얻을 뿐더러 주께서 대장을 얻을 징조입니다. 오시 午時(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이후에 반드시 알게 될 것입니다."

    잠시 뒤, 어느 소교 小校 (병사)가 달려와 급보한다.

    "관 장군께서 이미 장사 군과, 항장 황충, 위연을 얻어, 주공께서 도착하시기만 기다리고 계십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 곧 장사로 들어간다. 운장이 영접해 관청 안으로 들여, 황충의 일을 자세히 말하자, 현덕이 곧 친히 황충의 집을 찾 아가 청하자, 황충이 비로소 나와 항복하며, 한현의 머리를 구해 장사 동쪽에 묻게 해달라 부탁한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황충을 기 렸다.

    장군의 기개 하늘처럼 드높아, 백발에도 오히려 한남을 포위하네
    죽음도 달게 받아 아무 원망 없어, 투항하고 순종함이 부끄럽구나
    보도를 번쩍여 용맹 떨치고, 말 타고 바람 맞아도 격전을 그리워하니
    천고의 높은 명성 이어져, 길이 외로운 달 따라 상담 湘潭을 비추리라

    현덕이 황충을 몹시 후대한다. 운장이 위연을 데려와 보이자, 공명이 도부수들에게 소리쳐 끌어내 그를 참하라 한다. 현덕이 놀라 공명 에게 묻는다.

    "위연은 공을 세우고 무죄한 사람인데, 군사께서 무슨 까닭으로 죽이려 하십니까?"

    "그 녹을 먹고도 그 주를 살해하니, 불충합니다. 그 곳에 살며 그 땅을 바치니, 불의합니다. 제가 보니 위연의 뒤통수에 반골이 있어, 먼 훗날 배반하고 말 것이라, 어서 참하여, 화근을 없애야 합니다."

    "이 사람을 죽이면, 항복하는 사람마다 스스로 위태롭게 여길 것입니다. 바라건대 군사께서 용서해 주십시오."

    공명이 위연을 가리켜 말한다.

    "내 오늘 그대 목숨을 살려주겠소. 그대는 충심을 다해 주에게 보답하고, 절대 다른 마음을 품지 마시오. 만약 다른 마음을 품으면, 내 바로 그대의 수급을 취하겠소."

    위연이 네, 네, 하며 물러난다. 황충이 유표의 조카 유반 劉磐을 천거하니, 현재 유현 攸縣에서 한거 閒居하는 것을 현덕이 불러 들여, 장 사군 長沙郡을 맡도록 시킨다. 4군을 평정하자, 현덕이 군을 거둬 형주로 돌아가, 유강구 油江口를 공안 公安이라고 지명을 바꾼다. 이 로부터 전량 錢糧(재물과 양식)이 풍성해지고, 어진 선비들이 귀부한다. 군마를 사방으로 분산해 애구 隘口 (좁고 험한 산길 입구)마다 주둔하게 한다.

    한편 주유 周瑜는 시상 柴桑으로 돌아가 요양하면서, 감녕 甘寧더러 파릉군 巴陵郡을 지키게, 능통 凌統더러 한양군 漢陽郡을 지키게 명 한다. 두 곳에 전선들을 분포하여, 출병을 기다리게 한다. 정보 程普가 나머지 장사들을 거느려 합비현 合淝縣으로 오는데, 원래 손권이 스스로 적벽오병 赤壁鏖兵 (적벽대전) 이후에, 합비에 오래 머물며, 조병 曹兵들과 크고 작게 십여 차례 싸웠으나, 승부를 가리지 못하 여, 감히 성 가까이 영채를 세우지 못하고, 성 밖 50 리에 병력을 주둔한다. 정보 병력이 온 것을 듣고, 손권이 크게 기뻐, 친히 영채를 나 가 병사들을 위로한다. 노자경 魯子敬이 먼저 온 것이 보고되자, 손권이 말에서 내려 대하니, 노숙이 황망히 말 안장에서 미끄러지듯 내 려와 예의를 갖춘다. 장수들이 손권이 이토록 노숙을 대하는 것을 보고, 모두 크게 놀라며 괴이하게 여긴다. 손권이 노숙에게 청해 말을 타고, 말고삐를 나란히 해 가며, 은밀히 말한다.

    "고 孤(임금이 스스로 일컫는 말)가 말에서 내려 맞이했으니, 공을 충분히 높이지 않았소?"

    "아직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중에라도 높이겠소?"

    "바라건대 명공께서 덕을 사해에 떨치고, 구주 九州를 총괄하며, 제업 帝業을 이뤄, 제 이름을 죽금 竹帛 (역사책)에 남겨야만, 비로소 저를 높이게 되십니다."

    손권이 손뼉을 치며 크게 웃고, 함께 막사 안으로 들어가, 크게 주연을 베풀어, 격전을 치룬 장사들을 위로하고, 합비를 깨뜨릴 계책을 상의한다. 그런데 장요가 전서 戰書 (선전포고문)를 보냈다고 한다. 손권이 서찰을 뜯어 보더니 크게 노해 말한다.

    "장요가 나를 너무 심하게 업신여기구나! 정보의 군대가 온 것을 듣고, 일부러 사람을 보내 도전하다니! 내일 새 병사들을 쓰지 않고 부적 赴敵 (전장에 나가 대적함)하여, 내 한바탕 크게 싸우는 것을 보라!"

    명령을 전해 그날밤 5경에, 3군이 영채를 나와, 합비를 향해 출발한다. 진시 辰時(오전 7시에서 9시) 무렵, 군마들이 갈 길을 반쯤 갔는데, 조병들이 벌써 이르러, 양쪽이 포진한다. 손권이 황금 투구에 황금 갑옷을 입고 출마한다. 왼쪽은 송겸 宋謙, 오른쪽은 가화 賈華 , 두 장수가 방천화극 方天畫戟을 들고, 양쪽에서 호위한다. 삼통고 三通鼓 (북을 규정에 따라 한바탕 두들기기를 세번 하는 것)를 마치 고, 조조 군 진영 안에서, 문기들이 양쪽으로 열리더니, 세 사람의 장수가 완전히 차려 입고, 진 앞에 선다. 중앙은 장요, 좌측은 이전 李典, 우측은 악진 樂進이다. 장요가 말을 내달려 앞장서며, 오로지 손권과 결전하려 한다. 손권이 창을 잡고 스스로 싸우려 하나, 진문 가 운데 한 장수가 창을 꼬나잡고 말을 급히 몰아 벌써 나가니, 바로 태사자 太史慈다. 장요가 칼을 휘두르며 맞이하여, 두 장수가 7, 80 합을 싸워도, 승부를 못 가린다. 조군 진영에서 이전이 악진에게 말한다.

    "마주 보이는 황금 투구를 쓴 자가 손권이오. 손권을 잡으면, 족히 83만 대군의 복수를 할 수 있소."

    말을 미처 끝내기 앞서, 악진이 홀로 말을 몰아, 한 자루 칼을 들고, 측면에서 곧장 손권을 잡으러 달리니, 마치 한줄기 번갯불이라, 나는 듯이 면전에 이르러, 칼을 내리친다. 송겸, 가화가 급히 화극을 들고 가로막지만, 칼날이 지나가자, 두 극이 모두 일제히 잘려 극 자루만 말머리를 칠 뿐이다. 악진이 말머리를 돌리자, 송겸이 병사가 쥐고 있던 창을 받아들고 뒤쫓아 온다. 이전이 화살을 매겨, 송겸 가슴 가운 데를 겨냥해 쏘자, 시윗소리와 함께 낙마한다. 태사자가 배후에서 누군가 말에서 추락하는 것을 보고, 장요를 포기하고, 본진으로 바로 돌아선다. 장요가 기세를 타고 마구 무찔러 들어오니, 오병 吳兵들이 크게 혼란하여,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난다. 장요가 멀리 손권을 발견하고, 말을 내달려 뒤쫓는다. 점점 따라붙는데, 측면에서 1군이 튀어나오니, 앞장선 대장은 바로 정보다. 끊어 막고 한바탕 싸워, 손 권을 구한다. 장요가 군을 거둬 합비로 돌아간다.

    정보가 손권을 보호해 큰 영채로 돌아가고, 패잔병들도 속속 영채로 돌아간다. 손권이 송겸을 잃은 것을 알고, 목을 놓아 크게 운다. 장사 長史 (비서실장) 장굉 張紘이 말한다.

    "주공께서 성대한 기세만 믿고, 강대한 적군을 경시하여, 삼군의 병사들 가운데 한심 寒心 (몹시 가여움)하지 않은 이 없습니다. 곧 적장을 베고 적의 깃발을 빼앗아, 강장 疆場 (싸움터)에 위용을 떨치는 것은, 역시 편장 偏將(부하장수)의 임무이지, 주공께서 할 일은 아닙 니다. 바라건대 분육 賁育 (고대의 이름난 용사 맹분과 화육)의 용맹을 자제하시고, 왕패 王霸의 계책을 품으십시오. 게다가 오늘 송겸 이 봉적 鋒鏑 (칼날과 화살촉)에 죽은 것은, 모두 주공께서 적군을 경시해서입니다. 이제부터 절대 자중하옵소서."

    "이것은 '고'의 잘못이오. 이제부터 마땅히 고치겠소."

    잠시 뒤, 태사자가 들어와 말한다.

    "제 수하들 가운데 과정이라는 자가 있는데 장요의 수하로서 말을 키우는 후조와 형제입니다. 후조가 견책을 받고 원한을 품어 오늘밤 사람을 보내어 알리기를, 불붙이는 것을 신호로 장요를 찔러죽여 송겸의 복수를 한다니, 청컨대 병력을 이끌고 외부에서 접응하고자 합니다."

    "그 과정이란 자는 어디 있소?"

    "벌써 합비성 안에 섞여 들어갔습니다. 바라건대 제가 5천 병력을 데려가게 해주십시오."

    제갈근이 말한다.

    "장요는 꾀가 많아 준비가 있을까 두려우니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태사자가 고집부려 가겠다 하고 손권도 송겸이 죽어 상심한 터라서 서둘러 복수하고자 태사자에게 5천을 이끌고 바깥에서 접응하도록 한다.

    한편 과정은 태사자의 고향 사람이다. 그날 군중에 섞여들어 합비성에 따라들어가 후조를 찾아가 상의한다. 과정이 말한다.

    "내 이미 사람을 태사자 장군에게 보냈소. 오늘밤 틀림없이 접응하러 올텐데 어떡하겠소?"

    "여기서 군중까지 제법 멀어서 야간에 급히 갈 수는 없다. 일단 풀더미에 불을 지르고 너는 전면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외쳐라. 성중 병사들이 혼란할 때 장요를 찔러 죽이면 병사들은 절로 달아날 것이다."

    "이 계책이 참으로 훌륭하오!"

    그날밤 장요가 승리를 거둬 성으로 돌아가, 3군을 포상하고 위로하면서, 명령을 전해 갑옷을 벗고 자는 것을 불허한다. 좌우에서 말한 다.

    "오늘 압승하여, 오병이 멀리 달아났거늘, 장군께서 무슨 까닭으로 갑옷을 풀고 쉬지 말라 하십니까?"

    "그렇지 않소. 장수된 도리는, 이겼다고 기뻐할 게 아니요, 졌다고 근심할 게 아니오. 만약 오병이 우리의 무방비를 헤아려, 빈틈을 타고 공격하면, 무엇으로 대응하겠소? 오늘밤 방비하되, 마땅히 평일에 비해 더욱 근신 謹慎(조심)해야 할 것이오."

    말이 미처 끝나지 않았는데, 뒤쪽 영채에서 불길이 치솟고, 누군가 반란이라고 외치자, 알리러 오는 자들이 난마처럼 어지럽다. 장요가 막사를 나가 말을 타고, 가까이 따르는 장교 수십 인을 불러 모아, 길을 막아선다. 좌우에서 말한다.

    "함성이 몹시 급박하니, 가서 살펴야 합니다."

    "어찌 성 안 전체가 반란하겠는가? 이것은 반란을 꾀하는 자가 병사들을 일부러 놀라게 하려는 것뿐이다. 반란하는 자를 먼저 참라라!"

    얼마 뒤, 이전이 과정과 후조를 잡아온다. 장요가 그 사정을 물어보고, 즉시 그 자리에서 베어버린다. 그런데 성문 밖에서 징소리, 북소리 , 함성이 크게 울린다. 장요가 말한다.

    "이것은 오병이 바깥에서 접응하는 것이니, 그 계책을 이용해 격파할 수 있다."

    곧 명을 내려 성문 안 풀더미에 불을 놓고, 사람들 모두 반란이라 외치게 하며, 성문을 활짝 열고, 조교 吊橋를 내린다.

    태사자가 성문이 활짝 열린 것을 보고 내부에서 변고가 있는 줄만 알고 창을 꼬나잡고 말을 내달려 앞장선다. 성 위에서 한차례 포성이 울리더니 어지러이 화살이 쏟아진다. 태사자가 급히 물러나나 몸에 화살이 여러 발 명중한다. 배후에서 이전과 악진이 살출(무섭게 돌 진)한다. 오병들 태반이 꺾이니 승세를 타고 영채 앞까지 곧장 추격한다. 육손과 동습이 살출해 태사자를 구하자 조병이 물러간다. 손 권은 태사자가 몸에 중상을 입은 것을 보고 더욱 상심한다. 장소가 손권에게 철병을 권하니 손권이 그 말을 따라 병력을 거둬 배를 타고 남서, 윤주로 돌아간다. 군마들을 주둔하기에 이르러 태사자의 병세가 위중하다. 손권이 장소를 시켜 문안하게 하자 태사자가 크게 절 규한다.

    "대장부가 난세에 났으면 마땅히 삼척검을 차고 불세출의 공을 세워야 하거늘, 뜻한 바를 아직 이루지 못하고, 어찌 죽는단 말인가!"

    말을 마치고 죽으니 그때 나이 41세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뜻을 세워 층효를 다한 동래 사람 태사자.
    이름은 멀리 변경까지 비추고,
    활쏘기, 말타기는 굳센 병사들도 떨었네.
    북해 공융의 은혜를 갚고,
    신정에서 손책과 감투했네.
    임종하며 장한 뜻을 말하니,
    천고에 이르도록 모두 탄식하네.

    손권은 태사자의 죽음을 듣고 애도해 마지않으며 명령을 내려 남서, 북고산 아래 후하게 장례를 지내게 하고 그 아들 태사향을 부중에서 기른다.

    한편 현덕은 형주에서 군마를 정돈하다, 손권이 합비에서 패전해 이미 남서로 돌아간 것을 듣고 공명과 상의한다. 공명이 말한다.

    "제가 밤에 별자리를 살피니 서북쪽에서 별이 떨어졌는데 아무래도 황족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

    이야기하는데 공자 유기가 병사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현덕이 듣고 통곡해 마지 않는다. 공명이 권한다.

    "생사는 정해져 있는 것이니 주공께서 그만 슬퍼하십시오. 귀체가 상할까 두렵습니다. 우선 대사를 처리해야 하니, 어서 급히 사람을 보내어 그곳 성지를 지키게 하고 아울러 장례를 치르십시오."

    "누가 가야겠습니까?"

    "운장이 아니면 불가합니다."

    즉시 운장을 앞서 보내 양양을 지키게 한다. 현덕이 말한다.

    "이제 유기가 죽었으니 동오가 필시 형주를 찾으러 올텐데, 어떻게 대답해야겠습니까?

    "만약 사람이 오더라도 제가 대답할 말이 준비돼 있습니다."

    보름이 지나자 동오의 노숙 등이 조상하러 오는 것이 보고된다.

    먼저 계책을 준비하고 동오의 사자가 오기만 기다리구나.

    공명이 어떻게 답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