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62회 유현덕이 부수관에서 양회와 고패를 베고 황충과 위연이 낙성에서 공을 다툰다

    한편, 장소 張昭가 계책을 바친다.

    "우선은 출병하실 필요 없습니다. 한번 출병하시면, 조조가 필시 다시 오겠지요. 차라리 서신 2봉을 쓰심만 못합니다. 1봉은 유장에게 주면서 유비가 동오와 결연해 함께 서천을 취할 것이라 말하시고, 1봉은 장로에게 주면서 형주로 진병하라 하십시오. 유비는 수미가 서로 돕지 못하게 되니 우리가 그 뒤 출병한다면 성공하겠지요."

    이에 손권이 사자를 두곳으로 보낸다.

    한편, 현덕은 가맹관에서 나날이 민심을 크게 얻는데, 공명 孔明의 편지로 손부인이 동오로 돌아갔음을 안다. 또한 조조가 유수로 출병한 것을 알고 방통과 의논한다.

    "조조가 손권을 이긴다면 형주를 취할 것이요, 손권이 이겨도 형주를 취하려 들텐데 어찌해야겠습니까?"

    "주공께서 우려치 마십시오. 공명이 있으니 제 생각에 동오는 형주를 침범하지 못합니다. 주공께서 가히 유장에게 급보하여 조조가 손권을 공격한다고 핑계대십시오. 손권이 형주에 구원을 청하면 순망치한인지라 돕지 않을 수 없지만 장로는 수비에 급급한 도적이니 이 땅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 하십시오. 또한 우리가 형주로 회군하여, 손권과 함께 조조를 격파하고자 하는데 병력이 적고 식량이 모자라니, 종친의 우의로 정병 3, 4만을 보내고 군량 10만곡을 서둘러 착오없이 도와달라고 하십시오. 그렇게 병력과 군량을 받으면 그때 따로 상의드리지요."

    이에 현덕이 사자를 성도로 보내어 관문 앞에 이른다. 양회와 고패가 전해듣고, 고패가 관문을 지키고, 양회가 사자와 함께 성도로 유장을 찾아가서 서신을 바친다. 유장이 읽고나서 양회에게 어째서 같이 왔는가 묻자 양회가 답한다.

    "오로지 이 서신 때문입니다. 유비가 서천에 들어온 이래, 은덕을 널리 베풀어 민심을 얻으니 의도가 불순합니다. 이제 병력과 군량을 요청하지만 주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를 도우시면, 장작을 줘서 불길을 돕는 셈입니다. "

    "현덕은 형제의 정이 있거늘 어찌 돕지 않겠소?"

    누군가 나와서 말한다.

    "유비는 효웅인데 촉에 오래 머무니 호랑이를 풀어놓아 방안으로 들인 것입니다. 게다가 이제 병력과 군량을 도우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줌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사람들이 바라보니 영릉의 증양 출신으로 유파 '자초'다. 이에 유장이 결단치 못한다. 황권도 간언하니, 유장이 노약한 병사 4천을 골라뽑고 쌀 1만곡을 마련하여 사자에게 서인을 줘서 현덕에게 알린다. 양회와 고패에게 길목을 굳게 지키게 한다. 사자가 가맹관에서 현덕에게 답서를 바치자 현덕이 대노한다.

    "너희를 위해 적병을 방어하며 힘쓰고 애태우고 있다. 너희가 이제 재물을 아끼고 포상에 인색하니 어찌 사졸들이 목숨바쳐 싸우겠는가? 너희 주공께 청해 스스로 알아서 행하라 하라!"

    답서를 찢어버리고 크게 욕하며 일어선다. 사자가 성도로 도망쳐 돌아가자 방통이 말한다.

    "오로지 인의를 중히 여기시거늘 오늘 서신을 훼손하고 노하시니, 지난날의 정을 모두 버리시게 됐습니다."

    "이렇게 됐으니 어찌해야겠습니까?"

    "세가지 계책이 있사오니 주공께서 골라서 행하십시오."

    현덕이 그 세가지 계책을 묻자 방통이 말한다.

    "지금 정병을 가려뽑아 밤낮없이 성도로 달려가 습격하시는 것이 상계 上計입니다.

    양회와 고패는 촉의 명장인데 각각 강군을 거느려 길목을 지킵니다. 이제 주공께서 형주로 돌아가는 척하시면 두 장수가 듣고서 환송하러 오겠지요. 환송하는 자리에서 잡아죽이시고 길목을 점령하고 부성을 선취한 뒤 성도로 향하시는 것이 중계입니다.

    백제로 물러가서 밤길로 형주로 돌아가 서서히 진취를 도모하는 것이 하계이입니다. 주저하며 움직이지 않으시면 큰 곤란이 닥쳐도 구원하지 못하게 됩니다."

    "군사께서 말씀하신 상계는 너무 서두르고 하계는 너무 느긋합니다. 중계가 늦지도 빠르지도 않으니 가히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유장에게 서찰을 써서 알린다. 조조의 명령으로 악진이 병력을 이끌고 청니진에 이른 것을 장수들이 막아내지 못하므로 자신이 친히 막아야겠기에, 유장을 만날 틈도 없이 글로써 인사한다는 것이다. 글이 성도에 이르자, 장송은 유현덕이 형주로 돌아가는 줄만 알고 서찰을 써서 현덕에게 보내려 한다. 그런데 친형인 광한태수 장숙이 찾아오자, 장송이 서찰을 옷소매에 급히 감추고 이야기를 나눈다. 장숙이 보니 장송이 당황한 기색이 있는지라 의혹을 품는다. 장송이 술을 내어 장숙과 함께 마시며 술잔을 올리다가 서찰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을 장숙의 종인이 줍는다. 술자리를 마치고 종인이 바치자 장숙이 열어본다. 글은 대략 이렇다.

    "지난날 황숙께 진언드린 것은 아무런 빈틈이나 잘못도 없거늘, 어찌 질질 끄시며 불발하시옵니까? 도리에 어긋나게 빼앗아서, 도리에 맞게 지키는 것은 옛사람들도 귀하게 여겼습니다. 대사가 이미 손바닥 안에 있는데 무슨 까닭으로 형주로 돌아가십니까? 제가 전해듣고 마음이 허탈합니다. 서찰이 도착하거든 질풍처럼 진병하시옵소서. 저는 내응할 것이오니 만의 하나라도 스스로 그르치지 마시옵소서!"

    장숙이 보고서 크게 놀란다.

    "아우가 집안을 멸망케 할 일을 꾸미니, 내가 자수해야겠구나!"

    그날밤 서찰을 유장에게 보여주며 아우 장송이 유비와 공모해 서천을 바치려 한다고 낱낱이 말한다. 유장이 대노한다.

    "평소 박대하지 않았거늘 무슨 까닭으로 모반하냐!"

    명을 내려 장송일가를 잡아다 저잣거리에서 모조리 참한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탄식했다.

    일람무유는 예로부터 드문데 누가 알았으리? 서신이 천기를 누설할 줄!

    현덕이 왕업을 일으키는 것도 보지 못한 채 성도에서 먼저 피에 물들었네.

    유장이 장송을 참한 뒤 문무관리들을 불러모아 상의한다.

    "유비가 내 기반을 빼앗겠다니 어찌해야겠소?"

    황권이 말한다.

    "지체해선 안 됩니다. 즉시 곳곳의 길목에 알려서, 병력을 증강하여 형주의 1인도 1기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옵소서."

    이에 유장이 격문을 곳곳의 길목에 돌린다.

    한편, 현덕은 병력을 거느리고 부성으로 돌아간다. 사람을 부수관으로 올려보내 양회와 고수에게 부수관을 나와서 작별인사를 나누자 한다. 두 장수가 상의한다.

    "현덕이 이렇게 돌아가니 어째야겠소?"

    고패가 말한다.

    "현덕은 죽어 마땅하오. 각각 예리한 칼을 몸에 숨기고 환송하는 자리에서 찔러죽여, 주공의 우환을 근절합시다."

    "이 계책이 절묘하오."

    두 사람이 2백인만 거느리고 관문을 나가 송행하고, 나머지는 관문 위에 머문다. 현덕의 대군이 부수 상류에 먼저 도착하자 방통이 말 위에서 현덕에게 이른다.

    "양회와 고패가 흔쾌히 온다면 방비하세요. 오지 않는다면 출병하여 곧바로 부수관을 빼앗아도 늦지 않습니다."

    이때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더니 말 앞의 '수 帥'자 깃발이 쓰러진다. 현덕이 방통에게 묻는다.

    "무슨 징조입니까?"

    "경보입니다. 양회와 고패가 암살할 뜻을 품었으니 방비해야 합니다."

    이에 현덕이 두꺼운 갑옷을 입고 보검을 차고 방비한다. 양, 고 두 장군이 송행하러 온다고 하니 현덕이 군마를 쉬게 한다. 방통이 위연과 황충에게 분부한다.

    "부수관에서 오는 병력은 마보군이 얼마나 많은지 불문하고 아무도 놓아 보내지 마시오."

    두 장수가 명을 받고 떠난다.

    한편, 양회와 고패는 각각 예리한 칼을 숨기고 군병 2백을 거느리고 양고기와 술을 가지고 군영 앞으로 온다. 무방비한줄 알고서 속으로 기뻐하며 계책이 적중했다고 여긴다. 막사 안으로 들어가니, 현덕이 방통과 더불어 앉아 있다. 두 장수가 두손 모아 인사한다.

    "황숙께서 멀리 돌아가신다니 하찮은 예물이나마 갖춰서 환송하고자 하나이다."

    현덕에게 술을 올리자 현덕이 말한다.

    "두 장군이 부수관을 지키시는 일이 쉽지 않으실텐데 먼저 이 잔을 드셔야지오."

    두 장군이 음주를 마치자 현덕이 말한다.

    "장군들과 은밀히 상의하겠으니 다른 이들은 물리시오."

    결국 데려온 2백 인을 중군 밖으로 내보내고 현덕이 꾸짖는다.

    "어서 내게 저 두 도적을 잡아오라!"

    이 소리에 뒤에서 유봉과 관평이 소리 맞춰 나온다. 양, 고 두 사람이 급히 싸우려 들지만 유봉과 관평이 각각 한사람씩 사로잡는다. 현덕이 소리친다.

    "나는 너희 주와 동종형제이거늘, 너희는 무슨 까닭으로 공모해 이간하냐?"

    방통이 좌우에 호통쳐 몸을 수색하니 과연 날카로운 칼 한자루씩 나온다. 방통이 끌어내어 목을 베라 하지만 현덕이 결단치 못하자 방통이 말한다.

    "두 사람의 본뜻은 우리 주공을 해치는 것이니 주살을 면치 못합니다."

    결국 도부수들을 다그쳐 양회와 고패를 군중에서 참한다. 황충과 위연이 어느새 나머지 2백을 잡아들 한사람도 도주하지 못한다. 현덕이 불러들여 각각에게 술을 내리며 진정시킨다. 현덕이 말한다.

    "양회와 고패는 우리 형제를 이간한데다 날카로운 칼을 숨겨 암살을 행하려 했기에 주륙했소. 그대들은 무죄이니 놀라지 마시오."

    모두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방통이 말한다.

    "이제 너희를 길잡이로 삼겠으니 부수관을 취하는데 협력하면 큰상을 내리겠다."

    사람들 모두 응낙한다. 이날밤 그들 2백인이 선행하고 대군이 뒤따른다. 선두부대가 부수관 아래에서 외친다.
    "두 장군께서 급무로 돌아오니 어서 여시오!"

    성 위에서 들으니 아군이라 즉시 개문한다. 대군이 몰려들어가니 칼날에 피 한방울 안 묻히고 부수관을 얻는다. 촉군이 모두 항복한다. 현덕이 큰상을 내리고 병력을 앞뒤로 나눠 수비한다. 다음날 군을 위로해 공청에서 연회를 베푼다. 현덕이 만취해 방통을 돌아보며 말한다.

    "오늘의 모임 참으로 즐겁구려!"

    "남의 나라를 정벌해 즐거워 하는 것은 인자 仁者의 전쟁이 아닙니다."

    "내 듣자니 지난날 무왕께서 주왕을 토벌한 뒤, 음악을 연주하며 공적을 드러내셨는데 이것도 인자의 전쟁이 아니란 말인가? 자네 말이 어찌 도리에 맞지 않는가? 썩 물러가라!"

    ,言語觸忤。幸勿掛懷。」龐統談笑自若。玄德曰:「昨日之言,惟吾有失。」龐統曰:「君臣俱失,何獨主公?」玄德亦大笑,其樂如初 。

    방통이 껄껄 웃으며 일어난다. 좌우에서 현덕을 부축해 후당에 들이니 한밤중까지 자다가 술이 깬다. 좌우에서 잇달아 방통의 말을 현덕에게 알리자 현덕이 크게 뉘우친다. 다음날 아침 옷을 갖춰 입고 당에 올라, 방통에게 사죄를 청한다.

    "어제 술에 취해 제 언어가 거칠었습니다.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시오."

    방통이 태연히 즐겁게 이야기한다. 현덕이 말한다.

    "어제의 말은 오로지 제 실수입니다."

    "군신이 모두 실수했지 어찌 주공 홀로이겠습니까?"

    현덕도 크게 웃으니 그 즐거움이 처음과 같다.

    한편, 유장은 현덕이 양, 고 2장을 죽이고 부수관을 습격한 것을 듣고 크게 놀란다.

    "오늘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문무관리를 불러모아 적병을 물리칠 계책을 상의한다. 황권이 말한다.

    "오늘밤 병력을 낙성으로 보내어 목구멍처럼 중요한 길목을 막으세요. 유비에게 비록 정병과 맹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장이 유괴, 냉포, 장임, 등현에게 5만대군을 뽑아서 한밤에 낙성으로 가서 유비를 막도록 한다.

    네 장수가 행군할 때 유괴가 말한다.

    "내 듣자니 금병산에 이인 異人이 한사람 있는데 도호는 자허상인 紫虛上人이오. 사람의 생사와 귀천을 알 수 있다 하오. 오늘 행군하며 바로 금병산을 지나니 어찌 한번 가서 묻지 않겠소?"

    장임이 말한다.

    "대장부가 행군하여 적병을 막는데 어찌 산야의 사람에게 묻겠소?"

    "그렇지 않소이다. 성인께서 이르시길, 지극히 성실한 도리는 미리 알 수 있다, 하셨소. 우리가 고명하신 분께 물어, 마땅히 길흉에 따라 움직여야 하오."

    이에 네 사람이 5, 6십 기를 거느려 산 아래에 이르러 나뭇꾼에게 길을 묻는다. 나뭇꾼이 높은 산의 깎아지른 정상을 가리키며 그 도사의 거처라 한다. 네 사람이 등산하여 암자 앞에 다다르자 어느 동자가 맞이하며 성명을 묻고 암자 안으로 안내한다. 자허상인은 부들방석에 앉아 있다. 네 사람이 절하고 앞날의 일을 묻자 자허상인이 말한다.

    "빈도 貧道(도사의 겸칭)는 산야의 폐인이거늘 어찌 길흉화복을 알겠습니까?"

    유괴가 거듭 절하며 묻자 자허가 도동에게 종이와 붓을 가져오라 하더니 8구의 언어를 적어 유괴에게 준다. 그 글은 이렇다.

    '좌우의 용과 봉황리 서천으로 날아드네. 추봉은 추락하고 와룡은 승천하리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 천명)은 마땅히 그렇구나. 기회를 보고 움직이지 절대 구천길로 가지 마라.'

    유괴가 다시 묻는다.

    '우리 네 사람의 기수는 어떻습니까?"

    "정해진 운수는 피하기 어려운데, 하필 다시 물어야겠소?"

    유괴가 거듭 물으려 할 때, 그 도사는 눈썹을 늘어뜨리고 두눈을 모아, 잠든 듯이 아무 응답도 하지 않는다. 네 사람이 산을 내려가며 유괴가 말한다.

    "선인의 말씀을 믿지 않을 수 없소."

    장임이 말한다.

    "미친 노인일 뿐이니 새겨들어 무엇이 이롭겠소?"

    말에 올라 앞장선다. 그들이 낙성에 도착해 인마를 조율하고 곳곳의 길목을 수비한다. 유괴가 말한다.

    "낙성은 성도의 보장이니 잃으면 성도도 지키기 어렵소. 2인은 성을 지키고, 다른 2인은 낙성 앞쪽에서 험준한 산세에 의지해 두 군데 방책을 세워서 적병을 성에 접근치 못하게 해야겠소."

    냉포와 등현이 말한다.

    "우리가 가서 채자를 세우겠소."

    유괴가 크게 기뻐하며, 병력 2만을 냉포와 등현에게 나눠주고 낙성 밖 60리에 방책을 세운다. 유괴와 장임은 낙성을 수호한다.

    。」

    한편, 현덕은 부수관을 얻고서 방통과 상의해 낙성을 점령하고자 한다. 누군가 유장이 네 장수를 보내어 냉포와 등현이 2만군을 거느려 낙성 밖 60리에 2개소의 큰 영채를 세웠다고 알린다.현덕이 사람들에게 묻는다.

    "누가 감히 으뜸공을 세워 저들 두 장수의 영채를 빼앗겠소?"

    노장 황충이 대답하며 나온다.

    "늙은이가 가겠습니다."

    현덕이 말한다.

    "노장군께서 부하 병력을 이끌고 낙성으로 진군하여 냉포와 등현의 영채를 빼앗는다면 크게 포상해드리겠소."

    황충이 크게 기뻐하며 부하 병마를 거느려 떠나려는데 홀연히 수하에서 누군가 나와서 말한다.

    "노장군이 연로하시거늘 어찌 가시겠습까? 소장이 재주 없으나 가겠습니다."

    현덕이 그를 보니, 위연이다. 황충이 말한다.

    "이미 장령을 받았거늘 자네가 어찌 넘보는는가?"

    "노장군의 근골로 힘이나 쓰시겠소? 냉포와 등현은 촉의 명장으로 혈기가 한창 강성하오. 노장군께서 그들을 잡지 못하실까 걱정스러우니 어찌 주공의 대사를 그르치지 않겠소? 이런 까닭에 제가 가고자 하니 본시 좋은 뜻이오."

    황충이 대노해 말한다.

    "내가 늙었다니 나와 무예를 겨뤄볼테냐?"

    "주공 앞에서 마주보고 겨뤄봅시다. 이긴 사람이 가는 게 어떻겠소?"

    황충이 계단을 급히 내려가 병사더러 칼을 가져오라 외치니, 현덕이 급히 제지한다.

    "불가하오. 내 이제 병력을 거느려 서천을 취함은 그대 두 사람의 힘을 믿어서요. 이제 두 범이 싸우면 반드시 하나는 상할 터, 내 대사를 그르치고 말 것이오. 내 그대 둘에게 화해를 권하니, 다투지 마시오."

    방통이 말한다.

    "두 사람은 싸울 필요 없소이다. 지금 바로 냉포와 등현이 영채를 두 군데 세웠으니, 그대 두 사람 스스로 부하 군마를 거느려 각각 한곳 씩 치시오."

    이에 황충은 냉포의 영채를, 위연은 등현의 영채를 치기로 정한다. 두 사람 각각 명령을 받들어 떠나자 방통이 말한다.

    "이렇게 두 사람이 갔으나, 도중에 싸울까 걱정입니다. 주공께서 몸소 군을 거느려 뒤에서 접응하셔야겠습니다."

    현덕이 방통을 남겨 성을 지키도록 하고, 스스로 유봉과 관평과 함께 5천군을 거느려 뒤따라 진발한다.

    ,五更起兵。」魏延暗喜,分付眾軍士二更造飯,三更起兵,平明要到鄧賢寨邊。

    한편, 황충이 영채로 돌아가, 병사들에게 내일 새벽 4경에 밥을 지어 5경에 떠날 준비를 마쳐 왼쪽 산골짜기로 진군하라고 하령한다. 그런데 위연이 몰래 사람을 보내, 황충의 출병이 언제인가 알아보니 정탐꾼이 돌아와 알린다.

    "내일 4경에 조반하여 5경에 기병한다 하옵니다."

    위연이 속으로 기뻐하며 2경에 조반하고 3경에 출병해 해뜰무렵에 등현 영채에 접근하라고 하령한다.

    병사들이 명령을 받고, 모두 한끼 포식하고 말들은 방울을 떼어내고, 사람은 작은막대를 입에 물고, 깃발과 갑옷은 둘둘 말아, 은밀히 영채를 공격하러 떠난다. 3경 전후에 영채를 떠나 전진한다. 도중에 위연이 말 위에서 숙고한다.

    "등현의 영채만 공격해서야 내 능력을 드러내지 못하니, 냉포를 선공하고, 승리를 거둔 군대로 등현의 영채마저 공격하는 게 나으리리라. 두 군데의 공로가 모조리 내것이구나."

    말 위에서 전령하여, 모두 왼쪽 산길로 가도록 한다.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냉포의 영채에서 멀지않자,병사들에게 잠시 쉬며, 징과 북, 각종 깃발, 창칼과 기구를 준비하게 한다.

    그러나 어느새 길가에 잠복하던 병사가 급보하여 냉포가 이미 준비를 마쳤다. 한차례 호포소리가 울리자 3군이 말에 올라, 적장을 죽이러 몰려온다. 위연이 말달려 칼을 들고 냉포와 접전한다. 두 장수가 부딪혀 30합에 이르도록 싸우는데, 천병 川兵(서천의 병력)이 양면으로 한군 漢軍(위연의 병력)을 습격한다. 한군이 한밤중에 달려온지라 인마들이 지친 탓에 견디지 못하고 달아난다. 위연은 후미가 소란하자 냉포를 제쳐두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천병이 뒤따라오니 한군이 대패한다. 그런데 5리를 못 달아나, 산 뒤에서 북소리가 대진하더니 등현이 1군을 거느려 산골짜기에서 나와 가로막으며 말한다.

    "위연은 어서 하마 下馬해 투항하라!"

    위연이 말에 채찍을 가해 급히 달아나나, 말이 갑자기 앞발을 헛디뎌, 두 다리가 무릎 꿇으니 위연이 번쩍 치솟았다 떨어진다. 등현이 말달려서 창으로 위연을 찌르려 한다. 그러나 창끝이 미처 닿기 앞서, 활시위소리 들리더니 등현이 말 아래 나동그라진다. 뒤에서 냉포가 구하러 오자 한사람 대장이 산비탈에서 말달려 오며 성난소리로 외친다.

    "노장 황충이 여기 있다!"

    칼을 휘두르며 냉포에게 달려든다. 냉포가 막아내지 못하고 뒤로 달아난다. 황충이 기세를 타고 추격하니 천병이 대란한다.

    황충의 1개 지대가 위연을 구하고 등현을 죽여 영채 앞까지 들이닥친다. 냉포가 말을 돌려 황충과 다시 싸우지만 1합만에 뒤에서 군마들이 몰려온다. 냉포가 부득이 좌측 영채를 버리고 패잔병을 이끌고 우측 영채로 달아난다. 그러나 영채 안의 각종 깃발이 전부 다르므, 냉포가 크게 놀라 갈팡질팡거리며 말을 멈춰 바라보니, 선두대장은 금빛갑옷에 은색전포, 바로 유현덕이다. 왼쪽은 유봉, 오른쪽은 관평이다. 현덕이 크게 꾸짖는다.

    "너희 영채를 이미 함락했는데 어디로 달아나려느냐?"

    알고보니, 현덕이 병력을 이끌고 뒤에서 돕다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등현의 영채를 빼앗은 것이다.

    냉포가 양쪽으로 길이 없자, 산속의 좁은길을 따라서 낙성으로 돌아가려 한다. 10리를 못 가서 좁은길에서 복병이 돌출해 갈고리를 걸어서 일제히 들어올려 냉포를 사로잡는다. 알고보니, 위연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잘못을 풀 길을 찾아서, 후군을 수습하고 촉군을 길앞잡이로 삼아서 이곳에 매복해 있었다. 밧줄로 냉포를 포박하여 현덕의 영채로 끌고간다.

    。魏延曰:「此人不可放回。若脫身一去,不復來矣。」玄德曰:「吾以仁義待人,人不負我。」

    한편, 현덕은 죽음을 면해준다는 표시를 한 깃발을 세워, 서천병사 가운데 도과어갑 倒戈卸甲(창을 거꾸로 잡고 갑옷을 풀고 항복함)하는 이들은 살해를 불허하고, 이를 어기고 해치는 자는 처형한다. 또한 항복한 병사들을 타이른다.

    "너희 서천사람들 모두에게 부모와 처자가 있을 터, 항복을 원하면 아군으로 충원하고, 원하지 않으면 풀어주겠다."

    이에 환호성이 땅을 뒤흔든다. 황충이 영채에 도착해 현덕을 만나, 군령을 어긴 위연을 참형에 처하라고 한다. 현덕이 위연을 급히 부르자, 위연이 냉포를 압송해 온다. 현덕이 말한다.

    "위연이 비록 유죄이나, 이렇게 공을 세워 속죄할 만하오."

    위연에게 명령하여, 그 목숨을 구해준 황충의 은혜에 감사 드리게 하고, 앞으로 그와 다투지 말라 한다. 위연이 머리를 조아려 복죄 伏罪 (죄를 인정함)한다.

    현덕이 황충을 크게 포상한다. 사람을 보내 냉포를 압송하고, 현덕이 그 포박을 풀어 술을 내리며 안심시키고 묻는다.

    "기꺼이 투항하지 않겠소?"

    "이미 면사(죽음을 면해줌)의 은혜를 입고 어찌 투항치 않겠습니까? 유괴와 장임, 저와 생사지교 生死之交를 맺었사오니, 저를 풀어주고 돌아가게 해주시면, 두 사람을 귀순시켜 낙성을 바치게 하겠나이다. "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의복을 내리고 마필을 준비해 낙성으로 돌아가라 명한다. 위연이 말한다.

    "이 사람은 풀어주지 마세요. 몸을 빼어 가버리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내가 인의로써 사람을 대하니 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한편, 냉포는 낙성으로 돌아가서 유괴와 장임을 만나더니 포로로 잡힌 것은 말하지 않고 스스로 10여 인을 죽이고 말을 빼앗아 탈출했다고 거짓말한다. 유괴가 성도에 급보하여 성도에 구원군을 청한다. 유장은 등현을 잃은 것을 전해듣고 크게 놀라 황망히 사람들을 불러모아 상의한다. 맏아들 유순이 진언한다.

    "바라건대 소자가 병력을 통령하고 낙성으로 가서 수비하겠습니다."

    "내 아들이 기꺼이 가겠다는데 누구에게 보좌를 맡겨야겠소?"

    한 사람이 나와 말한다.

    "제가 가겠습니다."

    유장이 그를 보니 외삼촌 오의다. 유장이 말한다.

    "존구 尊舅(숙부 등에 대한 존칭)께서 가신다면 최고지요. 누구를 부장으로 삼으시겠습니까?"

    :「此間一帶,正靠涪江,江水大急;前面寨佔山腳,其形最低。某乞五千軍,各帶鍬鋤前去,決涪江之水,可盡淹死劉備之兵也。」吳懿 從其

    오의가 오란과 뇌동 2인을 부장으로 추천하고 2만 군마를 뽑아 낙성에 다다른다. 유괴와 장임이 지난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자 오의가 말한다.

    "적병이 성 아래 임박하면 막아내기 어렵소. 그대들에 어떤 고견이라도 있소?"

    냉포가 말한다.

    "이곳 일대는 부강 涪江이 가까이 흐르는데 굉장한 급류입니다. 앞쪽 영채(곧 유비의 영채)는 산기슭과 닿 아 몹시 저지대에 있습니다. 제가 5천군을 이끌고 병사마다 가래와 괭이 등을 지참하고 가서 부강의 물을 터뜨리면 유비군을 모조리 익사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오의가 냉포에게 먼저 강물을 터뜨리게 하고, 오란과 뇌동에게 병력을 이끌고 돕게 한다. 이 명령에 냉포가 강물을 터뜨릴 도구를 준비하러 간다.

    한편, 현덕은 황충과 위연에게 영채 한곳씩 맡기고 자신은 부성으로 돌아가 군사 방통과 상의하는데 세작이 첩보한다.

    "동오의 손권이 동천의 장로와 결호해 장차 가맹관을 치려 합니다."

    현덕이 놀란다.

    "가맹관을 잃으면 배후가 끊겨 진퇴난망인데 어찌해야겠소?"

    방통이 맹달에게 말한다.

    "공은 촉 사람이시라 지리를 잘 아니 가맹관으로 가서 지키심이 어떠시겠소?"

    "제가 추천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면 만에 하나도 실수가 없을 것이오."

    현덕이 누구냐 묻자 답한다.

    "그는 일찍이 형주 유표의 부하로서 중랑장을 지낸 남군의 기강 출신 곽준 '중막'입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맹달과 곽준을 가맹관으로 보내어 수비하게 한다.

    방통이 관사로 퇴근하자 문지기가 알린다.

    "어느 손님이 일부러 찾아왔다 합니다."

    방통이 나가서 영접하니, 그 사람은 신장이 8척이요 생김새가 기이하다. 두발은 짧게 끊어 목까지 풀어헤친데다 의복도 제대로 차려입지 않았다. 방통이 묻는다.

    "선생은 누구시오?"

    그가 답하지 않고 대청 위로 올라가 드러눕는다. 방통이 몹시 이상히 여겨서 자꾸 묻자 그가 말한다.

    "잠깐 기다리시오. 더불어 천하대사를 논하겠소."

    방통이 더욱 궁금하여 술과 밥을 차리게 한다. 그가 일어나서 아무 꺼리낌 없이 먹는다. 엄청나게 먹더니 다시 잠든다. 방통이 의혹이 풀리지 않아서 법정 法正을 부르고 혹시 세작이 아닐까 두려워한다. 법정이 달려오자 방통이 영접하며 그에게 누군가 이렇다고 이야기하니 법정이 말한다.

    "아무래도 팽영언 彭永言 같소."

    계단을 올라 살피자 그 사람이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효직께서는 별고 없으셨소?"

    서천 사람이 옛날 지인을 만나니 부수의 거센 물줄기를 멈추겠구나.

    이 사람이 누굴까?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