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94회 제갈량이 폭설을 틈타서 강족을 격파하고 사마의가 맹달을 급습하여 잡는다

    한편, 곽회가 조진에게 말한다.

    “서강 사람들은 태조 시절부터 해마다 입공했으며, 문황제께서도 그들에게 은혜를 더하셨습니다. 저희가 이제 험조險阻한 곳에 웅거해 지키면서 사자를 지름길을 통해 서강으로 들여보내 구원을 요청하고, 화친和親( 적대 쌍방이 화평을 위해 혼인을 맺음 )을 허락하면, 강인들은 반드시 병력을 일으켜 촉의 배후를 습격할 것입니다. 아군이 그때 대병을 일으켜, 수미( 머리와 꼬리, 앞뒤 )로 협공하면, 어찌 크게 이기지 못하겠습니까?”

    조진이 이를 따라, 사람을 보내 서신을 가지고 서강으로 밤낮없이 달려가게 한다.

    한편, 서강의 국왕 철리길은 조조 시절부터 해마다 들어와 조공을 바쳤다. 수하에 뛰어난 문신과 무신이 하나씩 있으니 문신은 바로 아 단 승상이요 무신은 월길 원수다. 이때 위나라 사자가 금주( 황금과 진주/ 금은보화 )와 서신을 가지고 서강국에 도착해 먼저 아단 승상을 찾는다. 예물을 주고 구원을 요청하는 뜻을 자세히 말한다. 아단이 사자를 이끌고 국왕을 만나, 서신과 예물을 바친다. 철리길이 서신을 읽고나서 사람들과 상의하니 아단이 말한다.

    “우리와 위나라는 평소에 서로 왕래했는데, 이제 조 도독이 구원을 청하고 게다가 화친을 허락하니, 마땅히 의윤依允( 승인, 허락 받아 들임 )해야 합니다.”

    철리길이 그 말을 따라, 곧 아단과 월길 원수에게 명해 서강병 15만을 일으키니, 모두 궁노( 활과 쇠노 ), 창칼, 질려蒺藜( 가시가 달린 무기 ), 비추飛鎚( 던지는 철퇴 ) 등의 무기를 잘 다룬다. 또한 전거戰車( 전차/ 군사용 수레 )가 있는데, 철엽鐵葉( 얇은 철판 )을 못으로 박아 두르고, 식량, 군기, 집물什物( 집기 )을 적재한다. 낙타나 노마騾馬( 노새 )로 이 수레를 끌고, ‘철거병鐵車兵’이라 일컫는다.

    두 사람이 국왕에게 작별하고, 병력을 영도해, 곧장 서평관을 친다. 서평관을 지키는 촉 장수 한정이 급히 사람을 보내며 문서를 가지고 공명에게 알리게 한다. 공명이 보고를 듣고 장수들에게 묻는다.

    “누가 감히 강병羌兵을 격퇴하러 가겠소?”

    장포와 관흥이 응한다.

    “저희가 가겠습니다.”

    “두 사람이 간다 하더라도, 그쪽 지리가 익숙하지 않을 것이오.”

    공명이 마대를 불러 말한다.

    “그대는 평소 강인들의 사정을 잘 알고 그곳에서 오래 살았으니 향도鄉導( 향도嚮導/ 길을 안내하는 사람 )를 맡아주시오.”

    곧 정병 5만을 일으켜 관흥, 장포 두 사람과 함께가게 한다. 관흥과 장포 등이 병력을 이끌고 며칠 행군하다가 어느새 강병들과 마주친다 .

    관흥이 앞장서 1백여 기를 이끌고 산비탈을 올라 바라보니, 강병들이 철거( 장갑 수레 )들을 머리와 꼬리처럼 잇달아, 이르는 곳마다 영 채를 만든다. 철거 위에는 병기를 두루 배치해, 마치 성지( 성/ 도시 )와 같다. 관흥이 한참 보아도 적병을 깨뜨릴 계책이 없어 영채로 돌 아와 장포, 마대와 상의하니 마대가 말한다.

    “일단 내일 견진見陣( 교전/ 대진 )해보고 저들의 허실을 살펴 따로 의논합시다.”

    다음날 이른 아침, 병력을 세 갈래로 나눠 관흥이 중앙을, 장포가 왼쪽을, 마대가 오른쪽을 맡아 세 갈래에서 일제히 진격한다. 서강병 진 지에서 월길 원수가 손에 철추( 철퇴 )를 들고, 허리에 보조궁寶雕弓( 보석으로 장식한 활 )을 매고, 말을 몰아 용맹을 떨치며 나온다. 관 흥이 세 갈래 병력을 불러 곧장 나아간다. 갑자가 강병이 양쪽에 나타나 중앙에서 철거들이 밀물처럼 몰려나오더니 궁노를 일제히 빗발 치듯 쏘아대어 촉병이 대패한다. 마대와 장포의 양군이 먼저 달아나고 관흥이 이끄는 병사들을 서강병들이 포위해 서북쪽으로 들 어간다.

    관흥이 포위 한가운데에서 좌충우돌하나 탈출하지 못한다. 철거들이 밀집해 둘러싼 것이 마치 성벽과 같다. 촉병들이 너나없이 서로 돕 지 못한다. 관흥이 산골짜기 쪽으로 길을 찾아 달아난다. 점점 저녁에 가까워지는데, 검은 깃발을 휘날리며, 벌떼처럼 병사들이 몰려온 다. 강족 장군 한 사람이 손에 철추( 철퇴 )를 들고 크게 외친다.

    “소장小將( 어린 장수 )은 거기 서라! 내가 바로 월길 원수다!”

    관흥이 급히 앞으로 달아나며, 힘껏 말을 몰아 채찍을 가하지만 계곡에 가로막힌다. 하는 수 없이 말머리를 돌려 월길과 싸우러 간다. 그러나 관흥이 결국 간담이 서늘해져, 맞서지 못하고, 계곡 물 속으로 달아난다. 월길이 따라붙어, 철추를 내리치려는 것을, 관흥이 급히 피하지만, 말의 사타구니에 맞아, 말이 물 속으로 꼬꾸라지니, 관흥이 물 속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한바탕 함성이 울리며, 배후 에서 월길이 그의 말과 함께 아무 까닭 없이 물 속으로 넘어진다.

    관흥이 물 속에서 겨우 일어나 바라보니, 물가에서 어느 대장이 강병들을 물리치고 있다. 관흥이 칼을 들고 월길을 베려는데, 월길이 물 보라를 튀기며 달아난다. 관흥이 월길의 말을 붙잡아, 물가로 끌고 올라간다. 안장과 고삐를 정돈해, 칼을 쥐고 말에 오르는데 그 장수 는 아직도 앞쪽에서 강병들을 추격하고 있다. 관흥은 이 사람이 목숨을 구해줬으니만나야겠다 생각해 말을 몰아 뒤쫓는다. 점점 가까워 지자 운무 속에서 은은히 어느 대장이 보인다. 얼굴은 마치 짙은 대추 같고 눈썹은 누운 누에와 같고 녹색 전포에 황금 갑옷을 걸치고 청 룡도를 들고 적토마를 탄 채, 손으로 아름다운 수염을 스다듬는다. 분명히 부친 관공( 관운장 )임을 깨닫고 관흥이 크게 놀란다. 문득, 관 공이 손으로 동남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내 아들아 어서 이 길로 가거라. 네가 영채로 돌아가도록 내가 지켜주겠다.”

    말을 마치더니 보이지 않는다. 관흥이 동남쪽으로 급히 달린다. 한밤에 이르러 갑자기 1군이 오는데 바로 장포다. 장포가 관흥 에게 묻는다.

    “너도 백부를 만나지 않았냐?”

    “네가 어떻게 아냐?”

    장포가 말한다.

    “내가 철거병들에게 급히 추격을 받을 때 홀연히 백부께서 하늘에서 내려와 강병들을 내쫓고 이르시기를, ‘너는 이 길을 따라 내 아들을 구하러 가라.’ 하셨다. 그래서 군을 이끌고 곧장 너를 찾아 온 것이다. “

    관흥도 앞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며 함께 신기한 일이라고 찬탄한다. 두 사람이 함께 영채로 돌아가니 마대가 맞이하며 두 사람에게 말한다.

    “저들 군대를 물리칠 계책이 전혀 없소. 우리가 채책( 진지 )을 지킬 테니 그대 두 사람은 승상께 가서 저들을 격파할 계책을 여쭤보시오. ”

    이에 관흥, 장포 두 사람이 그날밤 공명을 만나러 가서 이 일을 자세히 말한다. 공명이 곧 조운과 위연에게 명해 각각 한 무리 군대를 이 끌고, 매복하러 가게 한다. 그런 뒤, 병사 3만을 뽑아, 강유, 장익, 관흥, 장포를 대동하고 친히 마대의 영채로 가서 머문다. 다음날 높은 언덕 위로 올라가서 관찰하니 서강병들이 철거들을 끊임없이 이어놓고 인마들이 거침없이 이리저리 질주한다. 공명이 말한다.

    “이것은 격파하기 어렵지 않소.”

    마대와 장익을 불러 이러저러하게 분부한다. 두 사람이 떠나자 강유를 불러 말한다.

    “백약( 강유의 부르는 자 )은 저 철거들을 격파할 방법을 알고 있소?”

    “강인들은 오로지 용력만 믿지, 어찌 신묘한 계책을 알겠습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그대가 내 마음을 아는구려. 이제 먹구름이 가득 몰려오고, 삭풍朔風( 북풍 )이 몹시 몰아치며, 하늘에서 곧 눈이 내릴 테니, 내 계책을 쓸 수 있소.”

    곧 관흥과 장포 두 사람에게 명하여, 병력을 이끌고 매복하러 가게 한다. 강유에게도 명하여, 병력을 이끌고 출전하되, 철거병들이 오면, 바로 후퇴해 달아나라고 한다. 영채 입구에 깃발들만 꽂아두고, 군마들은 배치하지 않는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다.

    이 때가 시월 말인데, 과연 하늘에서 큰 눈이 내린다. 강유가 군을 이끌고 나가니, 월길이 철거병들을 이끌고 온다. 강유가 즉시 달아나 자 강병들이 영채 앞까지 뒤쫓는다. 강유가 영채 뒤로 달아난다. 강병들이 곧장 영채 밖까지 와서 살펴보니, 영채 안에서 북과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데, 사방에 아무도 없이 깃발들만 꽂혀 있어, 급히 월길에게 돌아가 알린다. 이에 월길이 의심해, 감히 함부로 진격하지 못 한다. 아단 승상이 말한다.

    “이것은 제갈량의 속임수로, 거짓으로 의병疑兵( 적병을 현혹하는 병력 )을 쓴 것뿐이니 공격해야 하오.”

    월길이 병력을 이끌고 영채 앞까지 오니, 공명이 거문고를 들고 수레 위에 올라 있는 것만 보인다. 월길이 몇 기를 이끌고 영채로 들어가 자, 공명이 뒷쪽으로 달아난다. 강병들이 채책( 영채 ) 안으로 몰려들어가, 곧장 뒤쫓아, 산어귀를 지나자, 작은 수레가 은은히 마을 속 으로 돌아 들어간다. 아단이 월길에게 말한다.

    “저들 병력이 매복한들 두려워할 것이 못 되오.”

    곧 대병을 이끌고 뒤쫓는다. 다시 강유의 병력도 함께 눈 덮인 땅에서 달아나고 있다. 월길이 크게 노해, 병사들을 다그쳐 급히 추격한다. 산길에 눈이 온통 내렸는데, 모두 평탄한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창 뒤쫓고 있는데, 갑자기 촉병들이 산 뒤에서 나온다. 아단이 말한다.

    “이까짓 작은 병력을 어찌 두려워하겠소!”

    병사들에게 어서 전진하라고 독촉하며 앞으로 출발한다. 갑자기 마치 산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소리가 한바탕 들리더니 강병들 이 모두 갱참坑塹( 길게 판 구덩이/ 함정 ) 안으로 굴러 떨어진다. 배후에서 철거병들이 막 달려오다가 급박하게 멈추려 하지만 급히 정 지하기 어려워, 한데 밀려오다가 서로 짓밟는다. 뒤따르던 병사들이 급히 돌아가려는데 오른쪽에서 장포가, 왼쪽에서 관흥이, 양쪽에서 병사들이 튀어나와 수많은 쇠뇌로 일제히 사격한다. 배후에서 강유, 마대, 장익의 세 갈래 병사들도 쇄도한다. 철거병들이 큰 혼란에 빠진다. 월길 원수가 뒷쪽 산 골짜기로 달아나다가 관흥과 바로 마주쳐 겨우 1합만에 관흥이 칼을 들어 큰 소리와 함께 휘둘러 베어버리자 말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아단 승상도 어느새 마대에게 사로잡혀 대채( 큰 영채 )로 압송돼 온다. 강병들이 사방으로 달아난다. 공명이 승장( 군막 안으로 군무를 보러 들어감 )하니 마대가 아단을 끌고 온다. 공명이 무사들에게 소리쳐 그의 결박을 풀어주고 술을 내려 놀란 마음을 가라앉혀 주며 좋은 말로 달랜다. 아단 승상이 그 은덕에 깊이 감동하니 공명이 말한다.

    “내 주공은 바로 대한의 황제요. 이제 내게 명해 역적을 토벌하는데 그대는 어찌 역적을 돕는 것이오? 이제 그대를 풀어줄테니 돌아가 그대 주공을 설득하시오. 우리나라와 그대 나라는 이웃 나라로서 영원히 맹호를 맺고 다시는 반적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될 것이오.”

    곧 사로잡힌 강병들과 수레와 말, 기계( 공구/ 무기 )를 모조리 돌려주며 모두 그들 나라로 돌아가도록 풀어준다. 서강 사람들 모두 고마워 절을 올리고 떠난다. 공명이 2군을 이끌고 그날밤 기산의 대채 쪽으로 가며, 관흥과 장포더러 군을 이끌고 먼저 가게 한다. 한편으로 사람을 보내 천자께 표를 올려 승첩의 소식을 아뢰게 한다.

    한편, 조진은 날마다 강인들의 소식을 기다리는데, 문득 복로伏路( 길가에 매복해 정찰함 )하던 병사가 와서 알린다.

    “촉병들이 영채를 옮기고 군대를 수습해, 길을 떠났습니다.”

    곽회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이것은 강병들이 공격하자 퇴각한 것이오.”

    곧 양쪽으로 나누어 뒤쫓는다. 앞에서 촉병들이 어지러이 달아나고 있어, 위병들이 그 뒤를 추격한다. 선봉 조준이 쫓고 있는데 홀연히 함성이 크게 울리며 1군이 튀어나온다. 앞장선 대장 위연이 크게 외친다.

    “반적들은 달아나지 마라!”

    조준이 크게 놀라, 말을 몰아 교봉交鋒하지만 불과 3합만에 위연의 칼을 맞고 베여서 말 아래 떨어진다. 부선봉 주찬도 병력을 이끌고 뒤쫓는데 갑자기 1군이 나온다. 선두의 대장은 바로 조운이다. 주찬이 미처 손 쓰지 못하고 조운의 창에 찔려 죽는다. 조진과 곽 회는 양쪽 선봉을 모두 잃자 병력을 거둬 돌아가려 한다. 배후에서 함성이 크게 진동하고 북 소리, 피리 소리 일제히 울리며 관흥, 장포가 양쪽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돌격해 조준, 곽회를 에워싸 한바탕 무찌른다. 조, 곽 두 사람이 패병( 패잔병 )을 이끌고 길을 뚫고 탈주한 다. 촉병이 완전히 승리해 곧장 위수까지 추격해 위나라 영채를 빼앗는다. 조진이 선봉 두 사람을 잃고 애통해 마지않는다. 어쩔 수 없이 글을 써 조정에 아뢰며 구원을 간청한다.

    한편, 위나라 군주 조예가 조회를 여는데 측근 신하가 아뢴다.

    “대도독 조진이 촉병에게 수차례 패해 선봉 두 사람을 잃고 강병들도 무수히 꺾여 그 형세가 몹시 위급합니다. 이제 표를 올려 구원을 요청하니 청컨대 폐하께서 재처裁處( 헤아려 처리함 )해주소서.”

    조예가 깜짝 놀라 신하들에게 적군을 물리칠 계책을 급히 묻는다. 화흠이 아뢴다.

    “모름지기 폐하께서 어가를 타고 친정을 하시며 제후를 크게 모으고 사람들 모두 어명을 따른다면 격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안을 잃고 관중이 위급해질 것입니다.”

    태부 종요鍾繇가 아뢴다.

    “무릇 장수된 자는 지력이 남달라야 사람들을 다룰 수 있습니다. 손자가 이르기를, 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 했습니다 . 신이 헤아리기에, 조진은 비록 용병을 오래했으나 제갈량의 맞수는 아닙니다. 신이 온 집안의 양천( 양민과 천민 )을 걸고 한 사람을 천 거하겠습니다. 그러면 촉병을 격퇴할 수 있을 텐데 폐하께서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습니다.”

    조예가 말한다.

    “경은 대로원신大老元臣( 원로 대신 )이니 어진 인물이 있어 촉병을 격퇴할 수 있다면 어서 그를 불러와 짐의 걱정을 풀어주시오.”

    종요가 아뢴다.

    “지난날, 제갈량이 군대를 일으켜 국경을 침범하고자 했으나 다만 이 사람이 두려워 일부러 유언비어를 퍼뜨려 폐하로 하여금 그를 의심 하고 제거하게 만든 다음에야 비로소 장구대진( 거침없이 크게 진격함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를 다시 쓴다면 제갈량은 스스로 물러 갈 것입니다.”

    조예가 누구냐고 묻자 종요가 말한다.

    “표기대장군 사마의입니다.”

    조예가 탄식하며 말한다.

    “그 일은 짐도 후회하고 있소. 지금 중달( 사마의를 부르는 자 )은 어디 있소?”

    “요새 듣자니 중달은 완성에 한가하게 머물고 있습니다.”

    조예가 즉시 조서를 내려 사마의를 복직시키고 평서도독으로 임명해 남양의 각 방면 군대를 일으켜 장안으로 오도록 한다. 조예가 어 가를 타고 친정親征에 나서며 사마의로 하여금 날을 맞춰 합류하도록 한다. 사명( 사자 )이 그날밤 완성으로 간다.

    한편, 공명은 출병한 이래, 완전한 승리를 여러 차례 거두어 마음 속으로 몹시 기쁘다. 기산의 영채에 머물며 사람들을 모아 의논하는데 영안궁을 수비하는 이엄이 아들 이풍을 보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공명은 동오가 국경을 침범한 줄만 알고, 몹시 놀라고 의심해 그를 안으로 불러들여 물으니 이풍이 말한다.

    “일부러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무슨 기쁜 소식이오?”

    “지난날 맹달이 위나라에 투항했지만 부득이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조비기 그의 재주를 아껴 준마( 명마 )와 금주( 황금과 진주 )를 하 사하고, 함께 연輦( 임금의 수레 )을 타고 출입하며 산기상시散騎常侍로 봉하고 신성을 다스리는 태수로 앉혀 상용과 금성 등을 진수鎮 守( 병력을 주둔해 중요지점을 지킴 )하게 하며 서남 지역을 맡겼습니다. 조비가 죽은 뒤 조예가 즉위하면서 조정 안의 많은 이들이 그를 질투해 맹달이 밤낮으로 불안에 떨어 늘 장수들에게 이르기를, ‘나는 본래 촉나라 장수라서 이곳에서 세력이 궁핍하오.’라고 했습니다. 이제 그가 거듭 심복에게 서신을 줘서 부친을 만나게 하며. 조만간 승상께 대신 아뢰라 하였습니다. 지난날 다섯 방면에서 서천을 침입을 때 벌써 그런 뜻이 있었습니다. 이제 신성에 머물며 승상께서 위나라를 정벌하심을 듣고 금성, 신성, 상용 세 곳 군마를 일으켜 곧 거 사해 곧장 낙양을 취하려 합니다. 승상께서 장안을 취하시면 두 도읍이 크게 평정됩니다. 이제 제가 사자를 데리고 그 동안 누차에 걸 쳐 받은 서신을 바치러 왔습니다.”

    공명이 크게 기뻐하며 이풍 등을 크게 포상한다. 그런데 세작이 들어와 보고한다.

    “위주 조예가 어가를 타고 장안으로 가면서 한편으로 조서를 내려 사마의를 복직시키고 평서도독으로 임명해 그곳 병력을 일으켜 장 안에서 합류하도록 했습니다.”

    공명이 크게 놀라자 참군 마속이 말한다.

    “조예 따위야 말할 가치가 있습니까! 장안으로 온다면 가서 잡을 수 있습니다. 승상께서 무슨 까닭에 놀라십니까?”

    “내 어찌 조예를 두려워하겠소? 근심거리는 오로지 사마의 한 사람뿐이오. 이제 맹달이 큰 일을 일으키려는데 사마의를 만난다면 반드 시 실패할 것이오. 맹달은 사마의의 맞수가 아니니 반드시 그에게 잡힐 것이오. 맹달이 죽으면 중원을 쉽게 얻을 수 없소.”

    “어찌 급히 글을 써서 보내 맹달로 하여금 방비하게 하지 않겠습니까?”

    공명이 이를 따라 즉시 글을 써서 사자에게 줘서 그날밤 맹달에게 돌아가 알리게 한다.

    한편 맹달은 신성에서 오로지 심복이 돌아오기만 기다린다. 어느 날 심복이 와서 공명의 서친을 바친다. 맹달이 뜯어 읽으니 대략 이렇 다.

    ‘근자에 서신을 읽고 공의 충의로운 마음을 알 수 있었소. 옛 친구를 잊지 않다니 내 몹시 기쁘고 위안이 되오. 큰 일이 성공하면 곧 공께 서 한조를 중흥시킨 제1 공신이 될 것이오. 그러니 극히 신중하고 은밀하게 진행하고 함부로 남에게 맡기지 마시오. 신중하시오! 경계하 시오! 근자에 듣자니 조예가 다시 조서를 내려 사마의를 복직시키고 완락宛洛( 두 개의 옛 도읍 즉 지금의 남양과 낙양 )의 병력을 일으 켰소. 그가 공께서 거사한 것을 듣는다면 반드시 먼저 올 것이오. 모름지기 만전을 다해 방비할 것이지 절대로 등한等閒히 여기지 마시 오.’

    맹달이 읽고나서 웃으며 말한다.

    “사람들이 공명은 생각이 많다고 하던데 이제 이것을 보니 정말 그렇구나.”

    이에 회신을 써서 심복에게 주며 공명에게 가도록 한다. 공명이 그를 군막 안으로 불러들이자 회신을 바친다. 공명이 뜯어서 읽어보니 이 이렇다.

    “균교鈞教( 상대의 가르침을 높여 부르는 말)를 받드는데 어찌 감히 한치라도 소홀하겠습니까? 사마의의 일은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완성은 낙양과 약 8백 리 떨어졌고 신성까지 1천2백 리입니다. 사마의가 저의 거사를 듣더라도 반드시 위주( 위나라 군주 )에게 표를 올려 알려야 합니다. 그렇게 왕복하는데 한달이 걸릴 일이니 저의 성지( 성읍/ 도시 )는 이미 견고해지고 장수들은 삼군을 이끌고 모두 심험지지深險之地( 외진 요충지 )에 있을 것입니다. 사마의가 오더라도 어찌 제가 두려워하겠습니까? 승상께서는 안심하시고 오로지 저의 승첩만을 기다리십시오.”

    공명이 다 읽더니 서신을 바닥에 내던지고 발을 구르며 말한다.

    “맹달은 기어코 사마의의 손에 죽고 말겠구나!”

    마속이 묻는다.

    “승상께서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병법에 이르기를, 적들의 방비하지 못한 곳을 치고 적들의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나아가라 했소. 어찌 한 달이 걸린다고 생각한단 말이오? 조예가 이미 사마의에게 위임하며 적병을 만나면 즉시 없애라 했을텐데 어찌 그가 임금에게 상주해서 묻겠소? 그가 맹달의 모반을 안다 면 열흘도 안 걸려 병력을 이끌고 올 것인데 어찌 능히 손을 쓰겠소?”

    장수들 모두 탄복한다. 공명이 급히 맹달의 사자더러 되돌아가 보고하라 이른다.

    “아직 거사하지 않았다면 절대 일을 함께할 이들에게 알리지 말라 하시오. 알게 되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오.”

    그 사자가 작별 인사를 올리고 신성으로 돌아간다.

    한편, 사마의는 완성에서 한가히 있으면서 위군이 촉에게 거듭 패전한 것을 듣고 하늘을 우러러 장탄식한다. 사마의의 맏아들은 사마사 '자원'이고, 둘째는 사마소 '자상'인데 큰뜻을 품고 병서에 통달했다. 그날 사마의 곁에 시립하다가 사마의의 장탄식을 보더니 묻는다.

    “부친께서 무엇 때문에 장탄식을 하십니까?”

    “너희 따위가 어찌 대사 大事를 알겠냐?”

    사마사가 말한다.

    “위주께서 써 주시지 않는 것을 탄식하시는 것 아닙니까?”

    사마소가 웃으며 말한다.

    “조만간에 틀림없이 부친을 부르려고 조서를 가지고 올 것입니다.”

    그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홀연히 천사( 천자의 사자 )가 부절을 가지고 온다. 사마의가 천자의 조서를 듣고나서 곧 완성의 각 방면 군마 를 일으킨다. 그런데 금성 태수 신의의 집안 사람이 기밀을 가지고 왔다며 뵙기를 청한다. 사마의가 밀실로 불러들여 물으니 그 사람은 맹달이 모반을 꾀한다고 자세히 말한다. 또한 맹달의 심복 이보李輔와 맹달의 외조카 등현鄧賢이 눈치를 보다가 자수한다.

    사마의가 듣기를 마치더니 손을 이마에 얹으며 말한다.

    “이것은 황상皇上( 황제 폐하 )의 하늘처럼 높고 큰 복이로다! 제갈량의 병력이 기산에 주둔해 내외의 사람들이 간담이 떨어질 지경이 다. 이제 천자께서 부득이하게 장안으로 거둥하셨으나 만약 단석旦夕( 아침 저녁/ 위급한 시기 ) 사이에 나를 쓰지 않으셨다면 맹달이 일거에 두 서울을 깨뜨리게 됐을 것이다! 이 역적 놈이 필시 제갈량과 밀통했을 텐데 내가 먼저 잡는다면 제갈량은 틀림없이 마음이 서 늘해져 스스로 병력을 물릴 것이다.”

    맏아들 사마사가 말한다.

    “부친께서 어서 표를 써서 천자께 아뢰십시오.”

    “성지( 천자의 교지 )를 기다리느라 한달이 지나간다면 너무 늦을 것이다.”

    즉시 명령을 전해 인마들을 출발시킨다. 이틀에 갈 길을 하루에 가도록 재촉하면서 늦는 경우 당장 참하겠다 한다. 동시에 참군參軍( 군사 참모 ) 양기에게 명해 격문을 지니고 그날밤 신성으로 가서 맹달 등에게도 진군 준비를 지시해 그들이 의심하지 않게 만든다. 양 기가 먼저 가고 사마의가 그 뒤 출병한다.

    행군한지 이틀에 이르러 산비탈 아래에서 1군이 돌아나온다. 바로 우장군 서황이다. 그가 말에서 내려 사마의에게 이야기한다.

    “천자께서 어가를 타고 장안으로 오셔 친히 촉병을 막으시려는데 지금 도독께서 어디로 가시오?”

    사마의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한다.

    “지금 맹달이 모반해 그를 잡으러 갈 따름이오.”

    서황이 말한다.

    “제가 선봉을 맡겠소.”

    사마의가 크게 기뻐하며 병력을 한데 모은다.

    서황이 전부前部( 선봉 )을 맡고 사마의는 후군에 머물고 두 아들이 후미를 지킨다. 다시 이틀을 더 가자 선두 부대의 초마( 정찰병 )가 맹달의 심복을 사로잡아 공명의 회신을 압수해 사마의에게 보이러 가져온다. 사마의가 말한다.

    “내 너를 죽이지 않을 테니 처음부터 세세히 이야기하라.”

    그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공명과 맹달 사이에 왕복한 일을 일일이 고한다. 사마의가 공명의 회신을 읽어보더니 크게 놀라 말한다.

    “세간의 능력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구나! 내 계책을 공명이 먼저 알아차렸지만 다행히 우리 천자께서 복이 있어 이런 소식을 손에 넣는 구나. 맹달은 이제 아무 것도 못할 것이다.”

    그날밤 병사들을 재촉해 전진한다.

    한편, 맹달은 신성에 머물며 금성 태수 신의, 상용 태수 신탐과 약속해 날을 맞추어 거사하기로 한다. 신탐, 신의 두 사람은 허락하는 척하고 날마다 군마를 조련하며 오로지 위나라 군이 오기만을 기다려 곧바로 내응하려 한다. 이러면서 오히려 맹달에게는 군기( 군수 장 비 )와 양초( 군량과 말먹이풀 )를 아직 모두 완비하지 않은 까닭에 거사할 기일을 감히 약속할 수 없다고 보고하지만 맹달은 이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참군 양기가 왔다 하므로 맹달이 성 안으로 불러들인다. 양기가 사마의의 장령( 군령/ 장수의 명령 )을 전한다.

    “사마 도독께서 천자의 조서를 받들어 각 방면 군대를 일으켜 촉병을 격퇴하려 하오. 태수께서는 휘하 군마를 소집해 도독으로부터 조견調遣( 작전 배치 )을 기다리시오.”

    맹달이 묻는다.

    “도독께서 언제 출발하시오?”

    “지금쯤 아마 완성을 떠나 장안으로 갔을 것이오.”

    맹달이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한다.

    ‘나의 대사大事가 이뤄지겠구나!”

    연회를 베풀어 양기를 환대한 뒤 성 밖까지 배웅하고 즉시 신의와 신탐에게 알리기를, 내일 거사해 대한의 깃발로 바꿔 달고 각 방면 군마들을 동원해 낙양을 점령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성 밖에서 흙먼지가 하늘을 찌르며 어디서 오는지 모를 병력이 몰려온다. 맹달이 성 위로 올라 바라보니 한 무리 병사들 이 ‘우장군 서황'이라 적힌 깃발을 앞세우며 성 아래로 몰려든다. 맹달이 크게 놀라 급히 조교( 성문에서 해자 위로 걸친 다리/ 유사시 걷 어 올릴 수 있다 )를 끌어 올린다. 서황이 말을 타고 멈추지 않고 해자 근처까지 달려와 크게 외친다.

    “반적( 역적 ) 맹달은 어서 항복하라!”

    맹달이 크게 노해 급히 활을 잡아당겨 쏜 것이 서황 이마에 명중해 위나라 장수들이 구출해 간다. 성 위에서 화살을 마구 쏘자 위 나라 병사들이 퇴각한다. 맹달이 성문을 열고 추격하려는데 사방에서 깃발들이 하늘의 해를 가리며 사마의의 병력이 몰려온다. 맹달이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한다.

    “참으로 공명이 생각한 것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이에 성문을 닫고 굳게 지킨다.

    한편, 서황은 맹달의 활을 이마에 맞고 병사들에게 구출돼 한중으로 와서 화살촉을 뽑고 치료를 받지만 그날 저녁 숨지니 그때 나이 59 세다. 사마의가 사람을 시켜 서황의 관을 낙양으로 옮겨 안장한다. 다음날 맹달이 성 위에 올라 두루 살펴보니 위나라 병력이 사방에서 철통 같이 포위했다. 맹달이 안절부절하고 놀라고 의심스러워 안정하지 못하는데 두 갈래 병력이 성 밖 멀리서 몰려온다. 깃발 위에 크 게 ‘신탐', ‘신의' 라고 적혔다. 맹달이 구원병이 온 줄만 알고 황망히 휘하 병력을 이끌고 성문을 활짝 열고 급히 나간다. 신탐과 신의가 크게 외친다.

    “반적은 달아나지 마라! 어서 목숨을 내놔라!”

    변고가 생긴 것을 알고 맹달이 말머리를 돌려 성 안으로 급히 달아나지만 성 위에서 화살을 아래로 난사한다. 이보와 등현 두 사람이 성 위에서 크게 꾸짖으며 말한다.

    “우리가 벌써 이 성을 바쳤다!”

    맹달이 길을 뚫고 달아나니 신탐이 뒤쫓는다.

    맹달이 사람도 지치고 말도 지쳐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신탐의 창에 찔려 말 아래 구르니 신탐이 그 목을 매단다. 나머지 병사는 모두 항복한다. 이보와 등현이 성문을 활짝 열어 사마의를 맞이해 성 안으로 들인다. 백성들을 위무하고 병사들을 위로한 뒤 곧 사람을 보내 위나라 군주 조예에게 알린다. 조예가 크게 기뻐하며 맹달의 목을 낙양으로 보내 저잣거리에 매달아 뭇 사람들에게 보인다. 신탐과 신의에 게 관직을 더해주고 사마의를 따라 출정하도록 한다. 이보와 등현에게는 신성과 상용을 지키게 명한다.

    한편, 사마의는 병력을 이끌고 장안성 밖에 하채下寨( 진을 치고 주둔함 )한다. 사마의가 성 안으로 들어가 위나라 군주를 만난다. 조예 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짐이 한 때 현명하지 못한 탓에 반간지계에 잘못 빠졌던 것을 후회해 마지않소! 이제 맹달이 반역한 것은 만약 경이 아니었다면 두 서 울을 모두 잃었을 것이오.”

    사마의가 아뢴다.

    “반란의 조짐을 신의가 밀고한 것을 듣고 폐하께 표를 올려 아뢰려 했으나 표를 올리며 왕복하느라 지체될까 두려운 까닭에 폐하의 성 지를 기다리지 않고 밤낮없이 간 것입니다. 폐하께 주문奏聞( 신하가 임금에게 보고하는 것 )하고 기다렸다면 제갈량의 계략에 빠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공명이 맹달에게 회신한 밀서를 사마의가 바치니 조예가 읽고나서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경의 학식은 손, 오 ( 고대의 병법가 손자와 오자 두 사람 )를 뛰어넘는구려!”

    이에 황금 월부( 크게 작은 도끼로 군대 지휘권을 상징함 )를 하사하면서 기밀을 요하는 중대사를 만나는 경우 따로 알릴 것 없이 즉시 실행하라 한다. 사마의에게 출관出關( 변방의 요새를 나감 )해 촉병을 격파하러 가도록 명하니 사마의가 아뢴다.

    “제가 대장을 한 사람 천거해 선봉으로 삼고 싶습니다.”

    “경이 천거하려는 이가 누구요?”

    “우장군 장합이 임무를 맡을 수 있���니다.”

    조예가 웃으며 말한다.

    “짐도 그를 쓰려던 참이오.”

    곧 장합을 전부선봉( 선두 부대의 선봉 )으로 삼아 사마의를 따라 장안을 떠나 촉병을 격파하러 가도록 한다.

    이미 모신*이 지략을 잘 쓰는데
    맹장도 구해 위력을 떨치게 하네

    승부가 어찌될 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