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第三十七回 司馬徽再薦名士 劉玄德三顧草廬

제37회 사마휘가 이름난 선비를 다시 추천하자 유현덕이 삼고초려한다

卻說徐庶趲程赴許昌,曹操知徐庶已到,遂命荀彧、程昱等一班謀士往迎之。庶入相府拜見曹操。操曰:「公乃高明之士,何故屈身而事 劉備乎?」庶 曰:「某幼逃難,流落江湖,偶至新野,遂與玄德交厚。老母在堂,幸蒙顧念,不勝愧感。」操曰:「公今至此,正可晨昏 侍奉令堂,吾亦得聽清誨矣。」

한편, 서서가 길을 달려 허창에 이르자 조조가 순욱과 정욱 등에게 모사들을 거느리고 그를 맞이하라 한다. 서서가 승상부에 들어가 조조에게 인사한다. 조조가 말한다.

"그대는 고명한 선비이거늘 무슨 까닭으로 몸을 굽혀 유비를 섬겼소?"

"제가 젊어서부터 강호를 떠돌며 피난하다가 신야에 이르러 현덕과 교분이 깊어졌습니다. 노모께서 살아계신데 다행히 승상께서 돌봐주시는 은혜를 입으니 부끄러운 마음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이제 여기 왔으니 그대는 아침저녁으로 모친을 모시고 나는 그대의 가르침을 듣게 됐소."

庶拜謝而出。急往見其母,泣拜於堂下。母大驚曰:「汝何故至此?」庶曰:「近於新野事劉豫州,因得母書,故星夜至此。」徐母勃然大 怒,拍案罵曰:「辱子!飄蕩江湖數年,吾以為汝學業有進,何其反不如初也!汝既讀書,須知忠孝不能兩全。豈不識曹操欺君罔上之賊 ?劉玄德仁義布於四海,況又漢室之冑, 汝既事之,得其主矣。今憑一紙偽書,更不詳察,遂棄明投暗,自取惡名,真愚夫也!吾有何面 目與汝相見!汝玷辱祖宗,空生於天地間耳!」罵得徐庶拜伏於地, 不敢仰視。母自轉入屏風後去了。

서서가 삼가 사례하고 나간다. 서둘러 노모를 만나서 대청 아래에서 눈물흘리며 절한다. 노모가 깜짝놀라 말한다.

"네가 무슨 까닭으로 여기 왔느냐?"

"신야에서 유예주를 모시다가 편지를 받고 밤낮없이 여기로 달려왔습니다."

노모가 왈칵 성내며 탁자를 내리쳐 꾸짖는다.

"못난 놈아! 네가 강호를 몇년 떠돌아 네가 학업에 정진하는 줄 알았거늘 어찌 반대로 처음의 마음 같지 않냐! 네가 책을 읽었으면 충효를 함께할 수 없음을 알 것이다. 조조는 기군망상하는 역적인 것을 모르냐? 유현덕은 인의를 사해에 베풀고 더욱이 한실의 후예 아니냐! 그분을 섬긴 것은 참주인을 만난 것이었다. 지금 한장의 거짓편지에 자세히 살피지 않고 광명을 버리고 암흑으로 넘어와 악명을 자초하다니 참으로 못난 놈이구나! 무슨 낯으로 너를 보랴! 네가 조상을 더럽히니 천지간에 헛살았을 뿐이구나!"

욕을 뒤집어쓴 서서가 엎드려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노모가 병풍 뒤로 돌아선다.

少頃,家人出報曰:「老夫人縊於梁間。」徐庶慌入救時,母氣已絕。後人有徐母讚曰:

잠시 뒤 하인이 나와 알린다.

"노부인께서 목을 매셨습니다!"

서서가 허겁지겁 구하러 뛰어드나 노모는 숨진 뒤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서서의 모친을 기렸다.

賢哉徐母!流芳千古!
守節無虧,於家有補。
教子多方,處身自苦。
氣若丘山,義出肺腑。
讚美豫州,毀觸魏武。
不畏鼎鑊,不懼刀斧。
惟恐後嗣,玷辱先祖。
伏劍同流,斷機堪伍。
生得其名,死得其所。
賢哉徐母!流芳千古!

*鼎鑊 /정확/ 발 달린 솥과 발 없는 솥. 솥에 삶아죽이는 끔찍한 형벌.
*伏劍 /복검/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음. 스스로 죽음.
*斷機 /단기/ 어진 어머니가 자식을 가르침. 맹자 어머니가 맹자가 도중에 배우다 돌아오자 스스로 짜던 베를 끊어 깨우친 옛이야기에서 비롯됨.
*堪伍 /감오/ 감 堪 : ~할 수 있다. 오 伍 : 섞이다. =» 같은 반열에 오르다.
*得其所 /득기소/ 바라는 바대로 됨. 일이 마음에 꼭 들게 됨.
*死得其所 /사득기소/ 사람의 죽음이 의의가 있고 가치가 있음.

어질도다! 서서 모친! 꽃다운 이름 천고에 흐르리!
절개를 지켜서 이지러지지 않고 집안을 빛냈구나
아들은 이것저것 가르치고 제몸은 돌보지 않았네
기백은 산과 같고 의기는 깊은 마음속에서 나오네
유예주를 찬미하고 위나라 무제를 꾸짖어 욕했구나
솥으로 삶아죽인들 두려우랴! 칼로 벤들 무서우랴!
오로지 두려운 것, 뒤이을 아들이 선조를 더럽힐까
스스로 죽어 옛 영웅과 같고 맹자 모친과 견주겠네
살아서 그 이름이 빛나고 죽어서 그 뜻을 이루었네
어질도다! 서서 모친! 꽃다운 이름 천고에 흐르리!

徐庶見母已死,哭絕於地,良久方甦。曹操使人齎禮弔問,又親往祭奠。徐庶葬母柩於許昌之南原,居喪守墓。凡曹操所賜,庶俱不受。 時操欲商議南征,荀彧諫曰:「天寒未可用兵。姑待春暖,方可長驅大進。」操從之,乃引漳河之水作一池,名玄武池,於內教練水軍, 準備南征。

*祭奠 /제전/ 죽은 이의 영전 앞에 제물을 바치는 것. 또는 무덤 앞에서 제사 지내고 조문하는 것.
*長驅 /장구/ 신속히 전진함. 거침없이 나아감.

서서가 노모의 죽음을 알아 목놓아 울다 바닥에 쓰러져 한참 지나 겨우 깨어난다. 조조가 사람을 보내 예물을 갖춰 조문하고 스스로 찾아와 영전 앞에 제물을 바친다. 서서가 노모의 운구를 허창의 남쪽 들에 장사지내고 무덤을 지킨다. 무릇 조조가 하사하는 것들을 서서가 받지 않는다.

그때 조조가 남쪽을 정벌할 것을 상의하니 순욱이 간언한다.

"날이 추워 아직 용병하지 못합니다. 따뜻한 봄날을 기다려 거침없이 크게 진격해야 합니다.

조조가 받아들여 장하의 물을 끌어들여 연못을 만들어 '현무지'라고 이름짓고 거기서 수군을 교련하며 남쪽정벌을 준비한다.

卻說玄德正安排禮物,欲往隆中謁諸葛亮,忽人報:「門外有一先生,峨冠博帶,道貌非常,特來相探。」玄德曰:「此莫非即孔明否?」 遂整衣出迎。 視之,乃司馬徽也。玄德大喜,請入後堂高坐,拜問曰:「備自別仙顏,日因軍務倥傯,有失拜訪。今得光降,大慰仰慕之 私。」徽曰:「聞徐元直在此,特來一 會。」玄德曰:「近因曹操囚其母,徐母遣人馳書喚回許昌去矣。」徽曰:「此中曹操之計矣!吾 素聞徐母最賢,雖為操所囚,必不肯馳書召其子。此書必詐也。元直不去,其母尚存;今若去,母必死矣。」

*峨冠博帶 /아관박대/ 높은 갓과 넓은 띠. 사대부의 옷차림.
*高坐 /고좌/ 바닥이 아니라 의자 같은 데 앉음.

한편, 현덕이 예물을 안배해 융중으로 제갈량을 찾아가려는데 밑에서 아뢴다.

"문밖에서 어느 선생이 높은 갓과 넓은 띠를 차려입고 생김새가 남다른데 일부러 찾아왔다고 합니다."

현덕이 말한다.

"그가 공명이 아니겠는가?"

옷을 차려입고 맞이하니 바로 사마휘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묘 후당으로 불러들여 앉아서 인사하고 묻는다.

"제가 선안 仙顏을 작별한 뒤 군무 軍務가 바빠 찾아뵙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광림하시니 제가 우러르던 마음이 크게 위로 됩니다."

"서원직이 여기 왔다기에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이번에 조조가 그의 모친을 잡아가두고 모친이 서신을 보내어 허창으로 불려갔습니다."

"조조의 계책에 빠진 것입니다! 제가 평소 듣자니 그 모친이 매우 어진 분이라 조조에게 잡힌들 아들을 불러들일 분이 아닙니다. 가지 않았으면 모친이 아직 살아있을 것이나, 갔다면 반드시 돌아가실 겁니다."

玄德驚問其故。徽曰:「徐母高義,必羞見其子也。」玄德曰:「元直臨行,薦南陽諸葛亮,其人若何?」徽笑曰:「元直欲去自去便了, 何又惹他出來嘔心血也?」玄德曰:「先生何出此言?」徽曰:「孔明與博陵崔州平、潁川石廣元、汝南孟公威與徐元直四為密友。此四 人務於精純,惟孔明獨觀其大略。嘗抱膝長吟,而指四人曰:『公等仕進,可至刺史、郡守。』眾問孔明之志若何,孔明但笑而不答。每 常自比管仲、樂毅,其才不可量也。」玄德曰:「何潁川之多賢乎!」徽曰:「昔有殷馗善觀天文,嘗謂群星聚於潁分,其地必多賢士。」

*便了 /편료/ ~ 하면 그만이다. ~ 할 뿐이다. (양보/허가/결정)
*嘔心血 /구심혈/ 심혈을 쏟게 하다. 온마음을 다해 계책을 내게 하다. 온마음을 바치다.
*抱膝 /포슬/ 손으로 무릎을 잡아 앉음.

현덕이 놀라서 까닭을 묻자 사마휘가 말한다.

"서원직의 모친이 의기가 드높으니 아들을 보고 몹시 부끄러워할 겁니다."

"원직이 떠날 때 남양의 제갈량을 천거했습니다. 그는 어떻습니까?"

사마휘가 웃는다.

"원직이 가려면 혼자 가지, 어째서 남을 불러내느라 심혈을 쏟는답니까?"

"선생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공명은 박륵의 최주평, 영천의 석광원, 여남의 맹공위와 서원직 등 네 사람과 깊이 사귀었 습니다. 이 네 사람은 순수한 것에 힘썼지만 공명만 원대한 전략을 살폈습니다. 일찍이 무릎을 잡고 앉아서 길게 노래하더니 네 사람을 가리켜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벼슬을 하면 자사나 군수가 될 수 있겠소.' 그들이 공명의 뜻은 어떤지 물었지만 공명은 웃을 뿐 답하지 않았습니다. 늘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에 견주니 재주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어찌 영천에는 어진 이가 이다지도 많습니까!"

"예전에 은규라는 사람이 천문을 잘봤는데 일찍이 별들이 영 潁이라는 별자리에 모이자 그곳에 틀림없이 어진 선비가 많겠다고 하였습니다."

時雲長在側曰:「某聞管仲、樂毅,乃春秋戰國名人,功蓋寰宇。孔明自比此二人,毋乃太過?」徽笑曰:「以吾觀之,不當比此二人。我 欲另以二人比 之。」雲長問那二人。徽曰:「可比興周八百年之姜子牙,旺漢四百年之張子房也。」眾皆愕然。徽下階相辭欲行。玄德留 之不住。徽出門仰天大笑曰:「臥龍雖得其主,不得其時,惜哉!」言罷,飄然而去。玄德嘆曰:「真隱居賢士也!」次日,玄德同關、張 并從人等來隆中,遙望山畔數人,荷鋤耕於田間,而作歌曰:

이때 운장이 곁에 있다 말한다.

"제가 듣자니 관중과 악의는 춘추전국의 명사들로서 공적이 천하를 뒤덮었습니다. 공명 스스로 두 사람에 견주다니 지나치지 않습니까?"

사마휘가 웃으며 말한다.

"그들과 견주는 것은 부당합니다. 저는 다른 두 사람으로 그와 견주고 싶습니다."

운장이 그 두 사람을 묻자 사마휘가 말한다.

"주나라 팔백년을 일으킨 강자아와, 한나라 사백년을 꽃피운 장자방과 견주겠습니다."

모두 악! 놀라는 표정이다. 사마휘가 계단을 내려가 작별하려 한다. 현덕이 붙잡아도 소용없다. 사마휘가 문을 나서며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어 말한다.

"와룡이 주인은 만나도 때는 못 만나니 애석하도다!"

말을 마치고 훌쩍 떠난다. 현덕이 탄식한다.

"참으로 숨어지내는 어진 선비로다!"

이튿날 현덕이 관, 장과 하인들을 데리고 융중으로 찾아가 멀리 바라보니 산자락에서 몇몇 사람이 곡괭이를 들어 밭을 갈며 노래한다.

蒼天如圓蓋,陸地似棋局。
世人黑白分,往來爭榮辱。
榮者自安安,辱者定碌碌。
南陽有隱居,高眠臥不足。

*高眠 /고면/ 고침안명. 베개를 높이 베어 편히 잠. 드높은 잠이란 해석도 있던데 코골이 소리가 드높지 않고서야 -_-;

푸른 하늘은 둥근 덮개와 같고 땅은 바둑판을 닮았네
사람들은 흑백을 가려 오고가며 영욕을 서로 다투구나
영화란 스스로 평안하고 치욕이란 필시 하찮은 것인데
남양에 숨어살며 높이 베개를 하고 잠들어도 모자라네

玄德聞歌,勒馬喚農夫問曰:「此歌何人所作?」答曰:「乃臥龍先生所作也。」玄德曰:「臥龍先生住何處?」農夫曰:「自此山之南, 一帶高岡,乃 臥龍岡也。岡前疏林內茅廬中,即諸葛先生高臥之地。」玄德謝之,策馬前行。不數里,遙望臥龍岡,果然清景異常。後人 有古風一篇,單道臥龍居處。詩曰:

현덕이 노래를 듣고 말을 세워 농부를 불러 묻는다.

"그 노래는 누가 지었소?"

"와룡선생이 지었습니다."

"와룡선생은 어디 사시오?"

"이 산 남쪽에 높은 언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와룡언덕입니다. 언덕 앞에 나무가 듬성듬성한 숲속의 초가집이 제갈선생이 높이 베개를 하고 누운 곳입니다."

현덕이 사례하고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간다. 몇리 못 가 멀리 와룡의 언덕이 보이는데 과연 맑은 풍경이 비상하다. 뒷날 누군가 고풍 한편을 지어 와룡의 거처를 읊었다.

襄陽城西二十里,一帶高岡枕流水。
高岡屈曲壓雲根,流水潺湲飛石髓。
勢若困龍石上蟠,形如單鳳松陰裡。
柴門半掩閉茅廬,中有高人臥不起。
修竹交加列翠屏,四時籬落野花馨。
床頭堆積皆黃卷,座上往來無白丁。
叩戶蒼猿時獻果,守門老鶴夜聽經。
囊裹名琴藏古錦,壁間寶劍映松文。
廬中先生獨幽雅,閒來親自勤耕稼。
專待春雷驚夢回,一聲長嘯安天下。

*潺湲 /잔원/ 물이 유유히 흐름. 일본어 사전에선 졸졸졸 흐르는 것이라 했다.
*飛石 /비석/ 징검다리돌. 비석수 飛石髓도 유사한 뜻으로 쓰인듯. 석수 石髓가 종유석이긴 하지만 여기선 그런 뜻이 아닐테고.
*困龍 /곤룡/ 곤란한 처지의 용.
*修竹 /수죽/ 높이 자란 대나무.
*翠屏 /취병/ 푸른 빛깔 병풍.
*黃卷 /황권/ 책. 서적. 방충 목적으로 책종이를 황벽 껍질로 누렇게 물들인 데에서 비롯.
*白丁 /백정/ 국어의 백정과 같은 한자이지만 뜻은 일반 백성을 뜻한다. 또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 문맹. 군적 軍籍에 속한 장정. 평범한 사람
*春雷 /춘뢰/ 봄날의 우레. 아름다운 소리. 하늘을 흔드는 소리. 중대한 사건 등등.

양양성 서쪽으로 이십 리 높은 언덕 있어 흐르는 시냇물을 베개 삼았구나
높은 언덕 굽이 따라 구름 피어오르고 시냇물 졸졸졸 징검다리를 지나네
기세는 곤룡이 돌 위 또아리 튼듯하고 형상은 봉황새 솔숲에 있는 것 같네
사립문 반쯤 열린 초가집 가운데 고결한 선비가 누워 일어나지를 않는구나
쭉쭉 자란 대나무 줄지어 병풍 같고 철마다 울타리에 들꽃 떨어지는 소리
침대머리 쌓인 것은 책들뿐인데 그곳을 오고가며 찾아올 사람은 없으리라
문 두들겨 원숭이가 열매 바치고 문 지키는 늙은 학은 한밤 독경소리 듣네
양양의 이름난 거문고 비단 아래 숨고 벽에 걸린 보검에 솔그림자 비치구나
초가집에 선생 홀로 그윽한데 틈을 내어 몸소 부지런히 밭 갈고 씨뿌리네
오로지 봄날 우레 꿈 깨우기 기다려 긴 휘파람 한소리에 천하 평정하리라

玄德來到莊前下馬,親叩柴門,一童出問。玄德曰:「漢左將軍宜城亭侯領豫州牧皇叔劉備特來拜見先生。」童子曰:「我記不得許多名 字。」玄德曰: 「你只說劉備來訪。」童子曰:「先生今早已出。」玄德曰:「何處去了?」童子曰:「蹤跡不定,不知何處去了。」玄德 曰:「幾時歸?」童子曰:「歸期亦不 定,或三五日,或十數日。」

현덕이 집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몸소 사립문을 두들기자 동자가 문을 나온다. 현덕이 말한다.

"한나라 좌장군 의성정후 영예주목 황숙 유비가 특별히 선생께 인사드리러 왔다."

"이름이 길어서 제가 외우지 못합니다."

"유비가 왔다고만 전해라."

"선생께서 오늘 일찍 외출하셨습니다."

"어디로 가셨냐?"

"가는 데가 정해지지 않아 어디로 가셨는지 모릅니다."

"언제 돌아오시냐?"

"돌아오는 날짜 또한 정해지지 않아 어쩌면 3, 5일 어쩌면 십수 일입니다."

玄德惆悵不已。張飛曰:「既不見,自歸去罷了。」玄德曰:「且待片時。」雲長曰:「不如且歸,再使人來探聽。」玄德從其言,囑付童 子:「如先生回,可言劉備拜訪。」遂上馬,行數里,勒馬回觀隆中景物,果然山不高而秀雅,水不深而澄清;地不廣而平坦,林不大而 茂盛;猿鶴相親,松篁交翠,觀之不已。 忽見一人,容貌軒昂,丰姿俊爽,頭戴逍遙巾,身穿皂布袍,杖藜從山僻小路而來。玄德曰:「 此必臥龍先生也。」急下馬向前施禮,問曰:「先生非臥龍否?」其人曰:「將軍是誰?」玄德曰:「劉備也。」其人曰:「吾非孔明,乃 孔明之友,博陵崔州平也。」玄德曰:「久聞大名,幸得相遇。乞即席地權坐,請教一言。」

현덕이 실망해 슬퍼해 마지않는다. 장비가 말한다.

"만나기 글렀으니 어서 돌아갑시다."

"잠시만 기다려보자."

운장이 말한다.

"일단 돌아가 사람을 보내어 찾아보는 것만 못하겠소."

현덕이 그 말을 따라 동자에게 일러둔다.

"선생께서 돌아오시면 유비가 인사 드리러 왔었다 말씀 드려라."

결국 말에 올라 몇리를 가다 말고삐를 잡아 세워 융중의 경치를 되돌아보니 과연 산이 높지 않으면서 빼어나게 멋지고 물이 깊지 않으면 서 맑고 깨끗하다. 땅은 넓지 않으면서 평탄하고 숲은 크지 않으면서 우거지다. 원숭이와 두루미는 벗하고 소나무와 대나무는 뒤섞여 푸르러 하염없이 바라본다. 문득 누군가 보이는데 생김새가 남달리 아름답고 빼어난데 머리에 소요건 逍遙巾 (옛날 두건의 일종)을 쓰고 몸에 조포포 皂布袍 (검은 베 두루마기)를 입고 손에 명아주 지팡이를 짚은 채 산속 좁은 길을 따라 오고 있다. 현덕이 말한다.

"저 사람이 와룡선생인 게 틀림없구나."

서둘러 말에서 내려 인사해 묻는다.

"와룡선생 아니십니까?"

"장군께서는 누구십니까?"

"유비입니다."

"저는 공명이 아니오라 그 친구 박릉의 최주평입니다."

"큰 이름을 들은 지 오래인데 다행히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여기 잠시 앉아 한마디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

二人對坐於林間石上,關、張侍立於側。州平曰:「將軍何故欲見孔明?」玄德曰:「方今天下大亂,四方雲擾,欲見孔明,求安邦定國之 策耳。」州平笑曰:「公以定亂為主,雖是仁心,但自古以來,治亂無常。自高祖斬蛇起義,誅無道秦,是由亂而入治也;至哀、平之世二 百年,太平日久,王莽纂逆,又由治而 入亂;光武中興,重整基業,復由亂而入治;至今二百年,民安已久,故干戈又復四起。此正由治 入亂之時,未可猝定也。將軍欲使孔明斡旋天地,補綴乾坤,恐不易為,徒費心力耳。豈不聞『順天者逸,逆天者勞』;『數之所在,理不 得而奪之;命之所在,人不得而強之』乎?」

*斡旋 /알선/ (현대 국어의 의미 말고) 되돌리다. 만회하다.

두 사람이 숲속 바위에 마주 앉고 관, 장이 곂에 지켜 선다. 주평이 말한다.

"장군께서 무슨 까닭으로 공명을 만나려 하십니까?"

"지금 막 천하가 대란해 사방에서 구름이 일듯이 소란스러워 공명을 만나 국가를 안정시킬 계책을 구하려 합니다."

주평이 웃는다.

"공께서 난을 평정하는 것을 으뜸으로 삼으십니다. 비록 이것이 어진 마음이긴 하나 다만 예로부터 치란 治亂 (안정과 혼란)이란 늘 바 뀌었습니다. 고조께서 뱀을 베어죽여 의로운 군을 일으켜, 무도한 진나라를 토벌한 것은 난에서 치 治로 들어간 것입니다. 애제 哀帝 와 평제 平帝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2백년간 태평세월이 오래됐으나 왕망 王莽이 찬역한 것은 치에서 난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광무제께 서 중흥해 나라의 토대를 다시 바로잡은 것은 다시 난에서 치로 들어간 것입니다. 지금까지 2백년간 백성들이 평안한 지 오래이더니 간 과 干戈 (무기/전란)가 사방에서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치에서 난으로 들어가는 때이니 아직 하루아침에 평정할 수는 없습니 다. 장군께서 공명을 시켜 천지를 되돌리고 세상을 바로잡으려 하시지만 쉽지 않아 헛되이 몸과 마음만 써버릴까 두려울 뿐입니다. '하늘을 따르는 이는 편안할 것이요 거스르는 이는 수고로울 것이다.'라든가 '운수에 달린 것을 이치로 빼앗을 수 없고, 운명에 달린 것을 사 람이 강제할 수 없다.'라 하는 말을 장군께서 어찌 듣지 못하셨겠습니까?"

玄德曰:「先生所言,誠為高見。但備身為漢冑,合當匡扶漢室,何敢委之數與命?」州平曰:「山野之夫,不足與論天下事,適承明問, 故妄言之。」 玄德曰:「蒙先生見教,但不知孔明往何處去了?」州平曰:「吾亦欲訪之,正不知其何往。」玄德曰:「請先生同至敝縣 ,若何?」州平曰:「愚性頗樂閒散,無意功名久矣。容他日再見。」言訖,長揖而去。玄德與關、張上馬而行。張飛曰:「孔明又訪不著 ,卻遇此腐儒,閒談許久!」玄德曰:「此亦隱者之言也。」

"선생의 말씀은 참으로 고견입니다. 다만 제가 한실의 후예가 된지라 마땅히 한실을 바로잡아야 하니 어찌 감히 그것을 운수와 운명에만 맡기겠습니까?"

"저는 산야지부 山野之夫 (평범한 민간인)라 천하대사를 함께 의논할 만하지 못지만 마침 질문을 받아 망녕되게 말하였을 뿐입니다."

"선생께 가르침을 받아 고맙습니다. 그런데 공명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시겠습니까?"

"저도 그를 방문할 참이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지금 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께서 저와 함께 저희 고을로 가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저는 한가히 지내고자 할 뿐 공명 功名을 세울 뜻은 접은 지 오랩니다. 언젠가 다시 뵙겠습니다."

말을 마쳐 장읍 (두손을 높이 들어 예를 표하는 인사)해 가버린다. 현덕이 관, 장과 더불어 말에 올라 길을 나선다. 장비가 말한다.

"공명을 찾아가 그는 만나지도 못하고, 도리어 그 썩어빠진 선비나 만나 한가한 이야기를 많이도 하셨수다!"

"그가 말한 것 또한 숨은 선비의 이야기다."

三人回至新野,過了數日,玄德使人探聽孔明。回報曰:「臥龍先生已回矣。」玄德便教備馬。張飛曰:「量一村夫,何必哥哥自去?可使 人喚來便 了。」玄德叱曰:「汝豈不聞孟子云:『欲見賢而不以其道,猶欲其入而閉之門也。』孔明當世大賢,豈可召乎?」遂上馬再往 訪孔明。關、張亦乘馬相隨。

세 사람이 신야로 돌아와 며칠 지나 현덕이 사람을 시켜 공명을 찾아본다. 돌아와 알린다.

"와룡선생이 벌써 돌아왔답니다."

현덕이 말을 준비케 한다. 장비가 말한다.

"까짓 일개 촌부이거늘 어찌 형님이 꼭 가셔야 하오? 사람을 보내 부르시우."

현덕이 꾸짖는다.

"네가 어찌 맹자께서 '현자를 만나려 하면서 도리를 따르지 않는 것은 마치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문을 닫는 것과 같다'라 하신 것을 듣 지 못했냐? 공명은 당세의 대현인데 어찌 부를 수 있냐?"

말에 올라 다시 공명을 찾아간다. 관, 장도 말을 타 뒤따른다.

時值隆冬,天氣嚴寒,彤雲密布。行無數里,忽然朔風凜凜,瑞雪霏霏;山如玉簇,林似銀床。張飛曰:「天寒地凍,尚不用兵,豈宜遠見 無益之人乎? 不如回新野以避風雪。」玄德曰:「吾正欲使孔明知我慇懃之意。如弟輩怕冷,可先回去。」飛曰:「死且不怕,豈怕冷乎 ?但恐哥哥空勞神思。」玄德曰:「勿多言,只相隨同去。」將近茅廬,忽聞路旁酒店中有人作歌。玄德立馬聽之。其歌曰:
*隆冬 /융동/ 한겨울. 엄동
*彤雲 /동운/ 붉은 구름. 눈을 뿌릴 짙은 구름.
*慇懃 /은근/ 여기서는 '뜻이 간절함'
*神思 /신사/ 정신. 생각. 심사 心思.

때는 한겨울이라 날씨가 몹시 춥고 짙은 구름이 가득하다. 몇리 못 가서 갑자기 칼바람이 살을 에는데 서설 瑞雪이 펄펄 내린다. 산은 새하얀 옥돌 화살촉 같고 수풀은 얼어붙어 은빛이다. 장비가 말한다.

"천지가 꽁꽁 얼어 용병할 수도 없는데, 어찌 멀리까지 아무 쓸데 없는 인간을 찾아간단 말이우? 신야로 되돌아가 눈바람을 피하는 것 만 못하겠수!"

"나는 지금 공명이 내 간절한 뜻을 알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아우들이 추워 못 견디겠거든 먼저 돌아가도 좋다."

"죽는 것도 두렵지 않거늘 어찌 추위가 두렵겠소? 다만 형님이 헛되이 애쓸까 걱정하는 것이오."

"여러말 하지말고 따라오기나 해라."

초가집에 가까워지자 길가 술집에서 누군가 노래를 부른다. 현덕이 말을 세워 들은 노래는 이렇다.

壯士功名尚未成,嗚呼久不遇陽春。
君不見東海老叟辭荊榛,後車遂與文王親?
八百諸侯不期會,白魚入舟涉孟津?
牧野一戰血流杵,鷹揚偉烈冠武臣?
又不見高陽酒徒起草中,長揖芒碭隆準公?
高談王霸驚人耳,輟洗延坐欽英風?
東下齊城七十二,天下無人能繼蹤?
二人非際聖天子,至今誰復識英雄?

*東海老叟 /동해노수/ 동해의 노인. 강태공을 말함.
*荊榛 /형진/ 가시나무와 개암나무. 잡목. 사람이 없이 잡목만 있는 황야. 곤란. 나쁜 사람/악인.
*不期會 /불기회/ 불기이회 不期而會. 기약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모임
*白魚入舟 /백어입주/ 주 무왕이 강을 건너자 흰 물고기가 배 위로 뛰어오른 것. 전쟁을 이길 길조.
*杵 /저/ 나무막대 같은 무기. 방패.
*血流杵 /혈류저/ 혈류표저 血流漂杵 피가 흘러 저가 떠다님. 무수한 사람이 죽은 것.
*鷹揚 /응양/ 매가 하늘로 날아오르듯 무력을 떨치는 것.
*高陽酒徒 /고양주도/ 고양 땅의 술꾼. 역이기가 한고조 유방 진영을 찾아가 스스로를 그렇게 소개.
*隆準公 /융준공/ 코가 높은 분. 한나라 유방이 코가 높았던 데에서 유방을 가리킴.

장사가 아직 공명을 이루지 못해 아아! 오래도록 봄볕을 못 봤으리라!
그대는 강태공을 못 봤는가?
동해 어느 노인으로 지내다 거치른 땅을 떠나 수레를 따라가 문왕을 섬긴 것을?
팔백 제후가 뜻밖에 모여들고 맹진을 건너자 흰 물고기 배 위로 뛰어 오른 것을?
목야 일전으로 핏물이 강을 이뤄 응양하고 위열한 게 무신들 가운데 으뜸인 걸?
또한 역이기를 못 봤는가?
고양의 술꾼이 풀숲에서 일어나 망탕의 융준공 유방에게 두손 모아 인사한 걸?
패왕의 길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니 그가 놀라, 발을 씻다 멈추고 우러러본 것을?
동쪽으로 제나라 성읍 칠십이 개를 함락해 천하 아무도 뒤따를 수 없었던 것을?
두 사람은 거룩한 천자를 만난 게 아니었는데 지금 누가 다시 영웅을 알아볼꼬?

歌罷,又有一人擊卓而歌。其歌曰:

노래를 마치니 또 다른 사람이 탁자를 치며 노래한다. 그 노래는 이렇다.

吾皇提劍清寰海,創業垂基四百載。
桓靈季業火德衰,奸臣賊子調鼎鼐。
青蛇飛下御座傍,又見妖虹降玉堂。
群盜四方如蟻聚,奸雄百輩皆鷹揚。
吾儕長嘯空拍手,悶來村店飲村酒。
獨善其身盡日安,何須千古名不朽?

*鼎鼐 /정내/ 3공. 정승. (조정내 調鼎鼐 : 국가대사를 처리하다.)
*吾儕 /오제/ 우리. 우리들. 우리네

고조 황제께서 검을 쥐고 천하를 평정해 창업해 터잡은 지 사백 년
환제, 영제 이어받아 운수가 기울어 간신적자들이 나라를 휘젓네
푸른 뱀이 용상 곁으로 날아들고 요사한 무지개가 옥당에 걸리네
도적떼 사방에서 개미처럼 일어나고 간웅의 무리, 매처럽 사납구나
우리는 긴 휘파람에 헛되이 손뼉 치고 답답하면 주막에서 술 마시네
홀로 몸을 아껴 매일 안락한데 어찌 꼭 천고에 남을 명성을 얻으리

二人歌罷,撫掌大笑。玄德曰:「臥龍其在此間乎?」遂下馬入店。見二人憑桌對飲,上首者白面長鬚,下首者清奇古貌。玄德揖而問曰 :「二公誰是臥龍先生?」長鬚者曰:「公何人?欲尋臥龍何幹?」玄德曰:「某乃劉備也。欲訪先生,求濟世安民之術。」長鬚者曰:「 吾等非臥龍,皆臥龍之友也。吾乃潁川石廣元,此位是汝南孟公威。」玄德喜曰:「備久聞二公大名,幸得邂逅。今有隨行馬匹在此,敢 請二公同往臥龍莊上一談。」廣元曰:「吾等皆山野慵懶之徒,不省治國安民之事,不勞下問。明公請自上馬,尋訪臥龍。」

*慵懶

둘이 노래를 마치고 손뼉을 치고 크게 웃는다. 현덕이 말한다.

"와룡이 저들 가운데 있는가?"

말에서 내려 술집으로 들어가 바라보니 둘이 탁자에 기대어 마주 보고 마신다. 상석에 앉은 이는 수염이 길고 마주 앉은 이는 생김새가 빼어나게 남다르고 옛스럽다. 현덕이 인사하고 묻는다.

"두 분 가운데 어느 분이 와룡선생이십니까?"

긴 수염이 말한다.

"공은 누구십니까? 와룡을 찾는 건 무슨 용무입니까?"

"저는 유비입니다. 선생을 찾아 뵈어,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케 할 방법을 구하려 합니다."

"저희는 와룡이 아니라 그 친구들입니다. 저는 영천 사람 석광원이고, 이 사람은 여남 사람 맹공위입니다."

현덕이 기뻐하며 말한다.

"제가 두 분의 큰 명성을 들은 지 오랜데 다행히 만납니다. 지금 수행하는 마필이 여기 있으니 감히 청하건대 두 분도 함께 와룡의 집으로 가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석광원이 이야기한다.

"저희는 시골의 게으른 무리라 치국안민 治國安民의 일을 살피지 못하니 수고롭게 물어보실 게 못 됩니다. 바라옵건대 명공께서 말에 올 라 와룡을 찾아보십시오."

玄德乃辭二人,上馬投臥龍岡來;到莊前下馬,扣門問童子曰:「先生今日在莊否?」童子曰:「現在堂上讀書。」玄德大喜,遂跟童子而 入。至中門, 只見門上大書一聯云:「淡泊以明志,寧靜而致遠。」玄德正看間,忽聞吟詠之聲,乃立於門側窺之,見草堂之上,一少年 擁爐抱膝,歌曰:

이에 현덕이 둘과 작별해 말에 올라 와룡의 언덕으로 간다. 집앞에서 내려 문을 두르려 동자에게 묻는다.

"선생께서 오늘 집에 계시지 않냐?"

"현재 초당 위에서 독서하십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동자를 따라 들어간다. 중문 中門에 이르니 문 위에 크게 적힌 글 한줄이 이렇다.

'맑음으로 뜻을 밝히고, 고요함으로 멀리 다다른다.'

현덕이 그것을 보고 있는데 무엇인가 읊는 소리가 들려 문 옆에 서 엿보니 초당 위에 어느 소년이 화로 곁에서 무릎을 안은 채 노래 한다.

鳳翱翔於千仞兮,非梧不棲;
士伏處於一方兮,非主不依。
樂躬耕於隴畝兮,吾愛吾廬。
聊寄傲於琴書兮,以待天時。

*翱翔 /고상/ 새가 선회해 높이 나는 것
*躬耕 /궁경/ 몸소 농사를 지음.
*隴畝 /농무/ 밭이랑.
*聊 /애/ 잠시. 잠깐. 애오라지. 오로지.
*寄傲 /기오/ 한껏 부푼 마음을 다른 데에 기댐.

봉황새 천 길 높이 날아 오동나무 아니면 깃들지 않고
선비 한 곳에 숨어 지내는데 참 주인 아니면 가지 않네
몸소 밭이랑에서 농사 즐기니 오두막집도 소중하구나
애오라지 거문고와 책에 마음을 쏟아 천시를 기다리네

玄德待其歌罷,上草堂施禮曰:「備久慕先生,無緣拜會。昨因徐元直稱薦,敬至仙莊,不遇空回。今特冒風雪而來,得瞻道貌,實為萬 幸!」那少年慌 忙答禮曰:「將軍莫非劉豫州,欲見家兄否?」玄德驚訝曰:「先生又非臥龍耶?」少年曰:「某乃臥龍之弟諸葛均也。 愚兄弟三人,長兄諸葛瑾,現在江東孫仲謀 處為幕賓。孔明乃二家兄。」玄德曰:「臥龍今在家否?」均曰:「昨為崔州平相約,出外閒 遊去矣。」玄德曰:「何處閒遊?」均曰:「或駕小舟,游於江湖之中;或訪僧道於山嶺之上;或尋朋友於村落之間;或樂琴棋於洞府之內 ;往來莫測,不知去所。」玄德曰:「劉備直如此緣分淺薄,兩番不遇大賢!」均曰:「小坐獻茶。」張飛曰:「那先生既不在,請哥哥上 馬。」

현덕이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려 초당에 올라 인사해 말한다.

"제가 선생을 오래 사모했으나 만나뵐 인연이 없었습니다. 지난번에 서원직이 천거하므로 제가 신선이 사는듯한 곳을 찾아왔으나 선생을 만나지 못해 헛되이 돌아갔습니다. 지금 일부러 눈바람을 무릅쓰고 찾아와 마침내 만나게 돼 참으로 천만다행입니다!"

그 소년이 황망히 답례해 말한다.

"장군께서는 바로 유예주 아니십니까? 형을 찾아오신 게 아닙니까?"

현덕이 놀라고 의아해 말한다.

"선생도 와룡이 아니란 말입니까?"

"저는 와룡의 아우 제갈균입니다. 저희 형제가 셋인데 큰형 제갈근은 현재 강동 손중모 진
영에서 막빈으로 있습니다. 공명은 둘째 형입니다."

"와룡께서 지금 집에 안 계십니까?"

"어제 최주평과 약속해 멀리 유람하러 떠났습니다."

"어디로 유람하러 갔습니까?"

"어느 날은 조각배를 빌려 강과 호수를 노닐고, 어느 날은 산고개를 올라 중이나 도사를 만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마을에서 벗들을 찾기 도 하고, 어느 날은 동부 洞府 (신선의 거처)에서 거문고나 바둑을 즐깁니다. 오고 가는 게 예측이 불가해 어디 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유비가 이다지도 연분이 천박해 두번이나 대현을 만나지 못하는구려!"

"잠깐 앉아 계시면 차를 대접하겠습니다."

장비가 말한다.

"그 선생이 없다잖수! 형님 말에 타시지요!"

玄德曰:「我既到此間,如何無一語而回?」因問諸葛均曰:「聞令兄臥龍先生熟諳韜略,日看兵書,可得聞 乎?」均曰:「不知。」張 飛曰:「問他則甚!風雪甚緊,不如早歸。」玄德叱止之。均曰:「家兄不在,不敢久留車騎;容日卻來回禮。」玄德曰:「豈敢望先生枉 駕。數日之後,備當再至。願借紙筆作一書,留達令兄,以表劉備慇懃之意。」均遂進文房四寶。玄德呵開凍筆,拂展雲箋,寫書曰:

*容日 /용일/ 다른 날을 기다림.
*雲箋 /운전/ 구름 무늬의 종이. 또는 상대의 편지를 높여 부르는 말.
*晉謁 /진알/ 만나러 찾아옴.

"내가 여기 와놓고 어떻게 아무 말 없이 되돌아가겠냐?"

그래서 제갈균에게 묻는다.

"듣자니 형님이신 와룡선생께서 육도삼략을 모조리 암기하고, 매일 병법서적을 본다던데 그 소문을 들어보셨습니까?"

"저는 모르겠습니다."

장비가 말한다.

"물어보는 게 지나치오! 눈바람이 몹시 사나우니 어서 돌아가는 것만 못하오!"

현덕이 꾸짖어 입을 다물게 한다.

제갈균이 말한다.

"형님이 여기 안 계셔 장군을 감히 오래 머무시라 못하겠습니다. 뒷날 장군을 찾아가 인사드리라 형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찌 감히 선생께서 왕림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까! 며칠 뒤 제가 다시 오겠습니다. 종이와 붓을 빌려 글을 써 형님께 이 유비의 간절한 뜻을 전하겠습니다."

제갈균이 문방사보(문방사우)를 바쳐 유비가 얼어붙은 붓을 아~ 입김을 불어 녹이고 운전 雲箋 (구름 무늬의 종이/편지지)을 쫙 펼쳐 글을 적는다.

備久慕高名,兩次晉謁,不遇空回,惆悵何似!竊念備漢朝苗裔,濫叨名爵,伏觀朝廷陵替,綱紀崩摧,群雄亂國,惡黨欺君,備心膽俱 裂。雖有匡濟之誠,實乏經綸之策。仰望先生仁慈忠義,慨然展呂望之大才,施子房之鴻略,天下幸甚!社稷甚幸!先此布達,再容齊戒 薰沐,特拜尊顏,面傾鄙悃,統希鑒原。

*竊念 /절념/ 가만히 곰곰히 생각함. 절 竊은 스스로 낮출 때 사용.
*陵替 /능참/ 기강이 무너지다. 기울다. 쇠하다.
*布達 /포달/ 통지하다.
*齊戒 /재계/ 제 齊는 가지런할 '제' 재계할 '재' 발음이 다르다. 보통 국어에선 재계 齋戒로 적음.
*薰沐 /훈목/ 향료를 몸에 뿌리고 몸을 깨끗이 하는 것. 점치기 앞서 경건하게 분향하고 목욕하는 것.
*鄙悃 /비곤/ 보잘 것 없는 정성. 자기의 정성에 대해 겸손히 표현하는 것.
*鑒原 /감원/ 양해를 구하다.

'제가 높은 명성을 들은지 오래라 두차례 만나뵈러 찾아왔으나 만나지 못해 헛되이 돌아가 그 슬픔을 무엇에 견줄런지요! 곰곰이 생각하 면, 저는 한실의 묘예 (후예)로서 함부로 명성과 벼슬을 탐했습니다. 가만히 엎드려 바라보니, 조정이 기울고 기강이 무너지고 영웅들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악의 무리가 임금을 업신여겨 제 마음과 간담이 모두 찢어집니다. 비록 바로잡고 구제할 마음은 간절하나 참으로 경 륜을 펼 계책이 없습니다. 삼가 바라옵니다. 선생께서 인자하시고 충의로우시니 개연히 강태공처럼 큰 재주를 펼치고 장자방처럼 큰 전 략을 베풀어주시면 천하에 행심 幸甚이요! 사직에 행심이겠습니다! 먼저 이렇게 전하오니 다시 재계하고 훈목한 뒤 존안을 뵙고 특별히 인사드리겠습니다. 보잘것 없는 정성이나마 기울이니 널리 양해바랍니다.'

玄德寫罷,遞與諸葛均收了,拜辭出門。均送出,玄德再三慇懃致意而別。方上馬欲行,忽見童子招手籬外叫曰:「老先生來也。」玄德 視之,見小橋之西,一人煖帽遮頭,狐裘蔽體,騎著一驢後隨一青衣小童,攜一葫蘆酒,踏雪而來;轉過小橋,口吟詩一首。詩曰:

*致意 /치의/ 사모/안부/감사 등의 뜻을 전하다.

현덕이 다 적고 제갈균에게 줘 거두게 한 뒤 인사해 문을 나간다. 현덕이 거듭 간절하게 뜻을 전해 작별한다. 막 말에 타려 하는데 동자가 부르는 손짓을 하며 울타리 밖에서 외친다.

"선생께서 오십니다!"

현덕이 바라보니 작은 다리 서쪽으로 어느 사람이 난모 煖帽 (방한모자)를 머리에 쓰고 호구 狐裘 (여우털가죽옷)로 몸을 가린 채 당나 귀를 타고 온다. 푸른 옷을 입은 동자가 술이 든 호리병을 들고 뒤따라 눈을 밟아 온다. 작은 다리를 돌아오며 시 한 수를 읊는다. 시는 이 렇다.

一夜北風寒,萬里彤雲厚。
長空雪亂飄,改盡江山舊。
仰面觀太虛,疑是玉龍鬥。
紛紛鱗甲飛,頃刻遍宇宙。
騎驢過小橋,獨嘆梅花瘦。

*彤雲 /동운/ 눈 내리기 전의 짙은 구름. 붉은 구름
*長空 /장공/ 끝 없이 넓은 하늘
*太虛 /태허/ 하늘. 천공 天空

밤새 북풍 차갑더니 만리 붉은 구름 두텁고
장공에 눈발 어지러워 온 강산을 뒤덮구나
얼굴 들어 하늘을 살피니 옥룡들이 다퉈서
용비늘 펄펄 날려 순식간 우주를 채우구나
나귀로 다리 건느며 지는 매화를 한탄하네

玄德聞歌曰:「此真臥龍矣!」滾鞍下馬,向前施禮曰:「先生冒寒不易!劉備等候久矣!」那人慌忙下驢答禮。諸葛均在後曰:「此非臥 龍家兄,乃家兄岳父黃承彥也。」玄德曰:「適間所吟之句,極其高妙。」承彥曰:「老夫在小婿家觀〈梁父吟〉,記得這一篇;適過小橋 ,偶見籬落間梅花,故感而誦之。不期為尊客所聞。」玄德曰:「曾見賢婿否?」承彥曰:「便是老夫也來看他。」玄德聞言,辭別承彥, 上馬而歸。正值風雪又大,回望臥龍岡,悒怏不已。後人有詩單道玄德風雪訪孔明。詩曰:

*岳父 /악부/ 아내의 아버지.
*小婿 /소서/ 자신의 사위를 낮춰 부르는 말.

현덕이 노래를 듣고 말한다.

"이 사람이 참으로 와룡이구나!"

미끄러지듯 말에서 내려 앞으로 가 인사한다.

"선생께서 추위를 무릅쓰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유비 등이 기다린 지 오랩니다!"

그 사람이 황망히 나귀에서 내려 답례한다. 제갈균이 뒤에서 말한다.

"이분은 와룡 형님이 아니라 형님의 장인이신 황승언 어르신이십니다."

현덕이 말한다.

"제가 마침 들었는데 읊으신 싯귀가 극히 고묘합니다."

"늙은이가 사위 집에서 «양부음»을 보고 한 편을 암기해 마침 작은 다리를 건너다 울타리에서 매화가 지는 것을 보고 느낀 바 있어 읊었 습니다. 존귀하신 손님께서 들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사위님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늙은이도 사위를 보러 오던 길입니다."

현덕이 듣고 황승언과 작별해 말에 올라 돌아간다. 마침 눈바람이 다시 크게 일어 와룡의 언덕으로 돌아가는데 걱정이 가라앉지 않는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현덕이 눈보라를 뚫고 공명을 찾아간 것을 읊었다. 시는 이렇다.

一天風雪訪賢良,不遇空回意感傷。
凍合溪橋山石滑,寒侵鞍馬路途長。
當頭片片梨花落,撲面紛紛柳絮狂。
回首停鞭遙望處,爛銀堆滿臥龍岡。

*一天 /일천/ 하루. 하늘 가득.

하늘 가득 눈보라 치는데 어진 이 찾았건만 못 만나 헛되이 돌아가는 마음 애달파라
냇가 다리 얼어붙어 돌이 미끄러지고 추위가 살을 에지만 말을 타고 가는 길 멀구나
눈앞 조각조각 하얀 배꽃 흩뿌리고 버들개지 펄펄 흩날려 얼굴을 미친듯이 때리누나
머리 돌려 채찍을 멈춰 저멀리 바라보는 곳 은빛 찬란한 눈 가득 쌓인 와룡의 언덕!

玄德回新野之後,光陰荏苒,又早新春。乃令卜者揲蓍,選擇吉期,齋戒三日,薰沐更衣,再往臥龍岡謁孔明。關、張聞之不悅,遂一齊 入諫玄德。正是: 高賢未服英雄志,屈節偏生傑士疑。

*荏苒 /임염/ 세월이 덧없이 흐름
*揲蓍 /설시/ 일종의 제비뽑기 비슷한 점치는 방법.
*偏生 /편생/ 마침. 기어코. 유달리.
*傑士 /걸사/ 걸출한 사람. 재능이 뛰어난 사람.

현덕이 신야로 돌아온 뒤 세월이 덧없이 흘러 어느새 새봄이 찾아온다. 이에 점쟁이에게 점을 치게 해 길일을 골라 사흘을 재계해 목욕 하고 향을 뿌려 옷을 갈아 입고 다시 와룡의 언덕으로 공명을 만나러 간다. 관, 장이 듣고 못마땅스러워 함께 들어와 현덕에게 간언한다.

고현 高賢이 아직 영웅의 뜻을 따르지 않는데
몸을 굽혀 모시니 걸사 傑士들은 못마땅스럽네

未知其言若何,且看下文分解。

무슨 말을 할까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