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제1회 도원에서 연회를 열어 호걸 셋이 의형제를 맺고 황건적을 참하여 영웅이 처음으로 전공을 세운다

    넘실넘실 장강은 동쪽으로 꺾이고
    영웅은 물보라에 모조리 씻겨가네
    시비와 성패도 돌아보면 헛것인데
    푸르른 산은 옛날처럼 그대로구나
    몇번이나 저녁놀 발갛게 물들었나
    백발로 강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며
    가을달 봄바람을 보고 또 보았네
    한 항아리 탁주로 즐겁게 만나서
    고금 여러 일 웃으며 이야기하네

    이야기를 시작한다. 천하 대세, 장구히 반복하는 분열과 통일이다. 주나라 말기, 칠국이 분쟁하다 진이 병탄하고 진이 멸망한 뒤 초, 한이 다투다 한이 삼킨다. 한 왕조는 고조가 하얀 뱀을 베고 의로운 병사를 일으킨 뒤로 천하를 통일하고 광무제가 중흥하나 헌제에 이르러 삼국으로 갈라진다.

    대란에 이른 까닭을 살펴보면 환제와 영제에서 비롯했다. 환제가 어진 이들을 가두고 환관을 숭신했다. 환제가 붕어하고 영제가 즉위하자 대장군 두무와 태부 진번이 함께 보좌했다. 환관 조절 들이 권력을 농단하자 두무와 진번이 주살을 도모하나 기밀이 새어나가 도리어 해를 입고 이로부터 환관이 더욱 횡포를 부렸다.

    건녕 2년 4월 보름, 황제가 온덕전에 거동하였다. 옥좌에 앉자 전각에 광풍이 몰아치고 커다란 한 마리 푸른 뱀이 대들보에서 날아와서 옥좌에 또아리를 틀었다. 황제가 졸도하자 좌우가 황급히 부축하여 입궁하고 백관이 달아났다. 얼마 뒤 뱀은 사라지나 갑자기 눈비가 크게 내리고 우박이 쏟아져서 한밤에야 그치니 붕괴한 가옥이 무수했다.

    건녕 4년 2월 낙양에 지진이 일어나고 바닷물이 넘쳐 해안 백성이 큰 파도에 휩쓸려 들어갔다. 광화 원년 암탉이 수탉이 되고 유월 초하루에 열길이 넘는 검은 기운이 온덕전으로 스며들었다. 가을 칠월에 무지개가 옥당에 걸리고 오원에서 산들이 무너졌다. 온갖 불상사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황제가 신하에게 재난의 까닭을 물으니 의랑 채옹이 상소하여, 무지개가 떨어지고 닭이 암수가 뒤바뀐 것은 아녀자와 내시가 정치를 간여한 탓이라 한다. 황제가 읽고 탄식하고 자리를 뜬다. 이때 조절이 엿보고 좌우에 알려서 채옹을 모함하여 시골로 내쫓는다. 그뒤에 장양, 조충, 봉서, 단규, 조절, 후람, 건석, 정광, 하휘, 곽승 열 사람이 떼지어 간사를 일삼어 십상시라 불리운다. 황제가 장양을 높여서 '아부'(아버지)라 부른다. 조정이 나날이 잘못되니 천하민심이 흉흉하고 도적이 봉기한다.

    이때 거록군에 삼형제 장각,장보,장량이 있었다. 장각은 낙제한 수재로서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푸른눈에 동안인데 지팡이를 짚고 장각을 동굴로 데려가 천서 3권을 준다.

    “이 책은 <태평요술>이오. 하늘을 대신하여 교화하고 널리 백성을 구하시오. 이심이 싹튼다면 나쁜 응보를 받을 것이오.”

    장각이 성명을 물으니 “남화노선이오”라고 말하고 한줄기 푸른 바람으로 사라진다. 장각이 책들을 밤새워 익혀서 호풍환우의 경지에 이르자 태평도인을 자칭한다.

    중평 원년 정월, 역병이 돌자 장각이 부적을 태운 물을 나눠 치료하고 스스로 대량현사라고 칭한다. 장각이 제자 5백여 인을 사방으로 보내어 부적을 쓰고 주문을 외우게 한다. 따르는 무리가 날마다 늘어나서 장각이 36방을 세우고 대방은 1만여 인으로,소방은 5, 6천 인으로 세우고 각각 거사를 두고 장군이라 칭한다.

    “파란 하늘은 죽고 누런 하늘이 설 것이니 갑자년에 천하가 대길하리라!”

    이런 말을 퍼뜨리고 사람마다 흰 흙으로 갑자 甲子 2자를 대문에 쓰게 한다.

    청주, 유주, 서주, 기주, 형주, 양주, 연주, 예주 8주 백성이 집집마다 대량현사 장각의 명자를 받든다. 장각이 그들 무리의 마원의에게 황금과 비단을 주어서 환관 봉서와 교분을 맺어서 내부의 첩자로 삼고자 한다. 장각이 두 아우와 상의한다.

    “참으로 얻기가 힘든 것이 민심이지. 이제 민심이 따르니 이참에 천하를 취하지 못하면 진실로 애석하겠다."

    사사로이 누런 깃발을 만들고 거사를 기약하면서 제자 당주에게 서찰을 줘서 봉서에게 알리게 한다. 그러나 당주가 관청으로 달려가 고변하니 황제가 대장군 하진에게 군을 동원하여 마원의를 참하게 한다. 봉서 등 관련자를 모두 하옥한다.

    장각이 탄로나자 그날밤 거병하고 스스로 천공장군,장보를 지공장군,장량을 인공장군이라 칭한다. 사람들에게 “이제 한나라 운수가 다하고 대성인이 나올 것이니 너희가 하늘과 바른길을 따라야 태평성세를 누리리라”라 떠드니 사방백성이 누런 두건을 두르고 반란에 가담하여 4,5십만에 이른다.

    도적이 호대하여 관군이 풍전등화다. 하진이 황제에게 조서를 내려서 곳곳을 방비하고 도적을 토벌하여 공을 세우게 하라고 상주한다. 한편으로 중랑장 노식, 황보숭, 주준을 보내어 각각 정병을 이끌고 3로로 나눠서 토벌한다.

    장각의 1군이 유주를 침범한다. 유주태수 유언은 강하의 경릉 출신으로 한나라 노공왕의 후예다. 적병이 몰려오자 교위 추정과 상의하니 그가 말한다.

    “중과부적이니 어서 모병하여 대응하십시오.”

    유언이 방문을 붙여서 의병을 초모한다. 방문이 탁현에 이르자 영웅이 1인 나온다. 그는 서책을 즐기지는 않으나 온유하고 과묵하고 희노애락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다. 늘 큰뜻을 품고 천하호걸만 사귄다. 키가 7척 5촌, 두 귀는 어깨에 닿고, 두 손이 무릎을 지난다. 두 눈을 돌리면 자기의 귀가 보이고 얼굴은 옥돌 같으며 입술은 연지를 바른 듯하다. 중산정왕 유승의 후예로서 한나라 경제 각하의 현손이다. 그가 유비 '현덕'이다.

    예전에 유승의 아들 유정을 한무제가 탁록정후에 봉하지만 작금이 모자라 제후의 지위를 잃는다. 이로써 한 갈래가 탁현에 머무는데 조부는 유웅이고 부친은 유홍이다. 유홍이 일찍이 효렴(어진 이를 관리로 뽑던 제도)으로 벼슬하지만 요절하고 현덕이 어려서부터 홀로 어머니를 모시며 효성이 지극하다. 가난하여 짚신을 삼고 돗자리를 짜서 먹고산다. 집이 탁현 누상촌에 있는데 동남쪽으로 한그루 커다란 뽕나무가 다섯 길 높이라 멀리서 바라보면 수레덮개처럼 무성하다. 어느 관상가가 이 집에서 귀인이 나겠다고 말했다. 현덕이 어려서 애들과 그 나무 아래에서 놀면서 말했다.

    “천자가 되어서 이런 덮개를 한 수레를 타겠다!"

    숙부 유원기가 기이하게 여겨서 “이 아이가 비범하구나" 하더니 현덕이 가난함을 알고서 늘 도와줬다. 열다섯 살에 어머니가 유학을 보내어 일찍이 정현과 노식에게 배우고 공손찬 등과 벗했다. 유언이 초모할 때 그의 나이 28세다.

    그날 방문을 보고는 분개하면서 장탄식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말한다.

    “대장부가 국가를 위하여 출력해야지 어찌 장탄식이오?”

    현덕이 돌아보니 키가 8척, 표범머리, 둥근고리 눈에 제비턱, 호랑이수염, 천둥 같은 목소리에 기세는 뛰는 말과 같다. 비범한 용모를 보고서 이름을 물으니 사내가 답한다.

    “저는 장비 '익덕'이오. 탁군에 대대로 살아온지라 장전이 제법이오. 술을 팔고 돼지를 잡지만 오로지 천하호걸과 사귀오. 방문을 읽고서 탄식하시기에 물어보았소.”

    “저는 한황실의 종친으로 이름은 유비요. 이제 황건적이 창란하니 도적을 토벌하고 백성을 구하고 싶소만 역부족한 것이 한스러워 장탄식했소.”

    “제게 제법 재물이 있으니 고을의 용사들을 초모하고 명공과 더불어 대사를 일으키고 싶소만 어떠시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술집에서 함께 음주하는데 어느 거한이 수레를 문앞에 세우고 들어와 앉더니 서둘러 술을 시킨다.

    “어서 술을 부어주오. 빨리 성으로 들어가 입대해야겠소.”

    현덕이 바라보니 키가 9척인데다 수염이 2척이나 되고 얼굴은 대추처럼 붉고 두눈은 봉황 같고 눈썹은 누에와 같아 참으로 늠름하다. 현덕이 초대하여 이름을 묻으니 사내가 답한다.

    “저는 이름이 관우이고 '자'는 '장생'이었으나 '운장'으로 고쳤소. 하동의 해량 출신으로 토호가 세력을 믿고서 사람을 능멸하므로 죽이고 강호로 피해다닌 지가 대여섯 해요. 모병하여 도적을 토벌한다기에 응하러 왔소.”

    현덕이 자신의 뜻을 고하니 운장이 크게 기뻐하고 장비의 장원으로 동행하여 대사를 논한다.

    장비가 말한다.

    “장원 뒤 복숭아밭에 꽃들이 만발하니 제를 올려서 천지에 고하여, 의형제를 맺고 한마음으로 협력할 것을 맹세한 연후에 큰일을 꾀합시다.”

    현덕과 운장이 입을 모아 말한다.

    “아주 좋소.”

    이튿날 도원 한가운데에서 유비가 검은소와 흰말을 바치고 세 사람이 향불을 사르고 거듭 절을 올리며 맹서한다.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은 비록 성씨는 다르나 결의형제 합니다. 동심협력으로 어려운 이들를 구제하고 위급한 이를 도와서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합니다. 같은해 같은달 같은날 태어나지 못했으나 동년, 동월, 동일에 죽기를 바라옵니다. 황천후토 皇天后土시여! 진실로 이 마음을 살펴주소서!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어버리거든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여주소서!”

    맹서하고 절을 올리고 현덕이 형이 되고 관우가 둘째, 장비가 막내가 된다.

    천지에 제례를 올리고 소를 도살하고 술을 베풀어 향용들을 모으니 3백여 명에 이른다. 도원 가운데에서 실컷 마시고 크게 취한다. 이튿날 무기와 물자를 수습하니 타고다닐 말이 없어서 걱정이다. 그런데 나그네 두 사람이 이끄는 무리가 말떼를 몰고 장원 쪽으로 온다고 한다. 현덕이 말한다.

    “이것은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이구나!”

    세 사람이 나가서 맞이한다. 두 나그네는 중산의 큰 상인인 장세평과 소쌍이다. 해마다 북쪽으로 가서 말들을 팔다가 요새는 도적들이 창궐하여 돌아오는 길이다. 현덕이 두 사람을 장원으로 청하고 술을 내어 대접하면서 토적안민 討賊安民의 뜻을 밝힌다. 두 나그네가 크게 기뻐하며 좋은말 5십 필과 금은 5백 량 그리고 강철 1천근을 무기와 물자로 내놓는다.

    현덕이 두 사람에게 사례하고 작별한 뒤 뛰어난 장인을 시켜서 쌍고검을 만든다. 운장은 청룡언월도를 만들게 하는데 일명 '냉염거 冷艷鋸'이고 무게가 8십근에 이른다. 장비는 장팔점강모 丈八點鋼矛를 만든다. 각자 전신을 두르는 갑옷을 갖춘다. 향용 5백여 명을 초모하여 추정을 찾아가니 태수 유언에게 데려간다. 세 사람이 인사하고 통성명한다. 현덕이 종파를 밝히자 유언이 크게 기뻐한다. 현덕이 유언의 조카뻘이다.

    며칠 뒤 황건장수 정원지가 5만 대군으로 탁군을 범하니 유언이 추정에게 현덕 등 세 사람과 함께 병력 5백을 이끌고 적군을 치도록 한다. 현덕 등이 기꺼이 진군하여 대흥산 아래에서 대치한다. 도적들 모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런 두건을 이마에 둘렀다. 양군이 대치하자 현덕이 출마 出馬하고 좌 운장, 우 익덕을 거느리고 채찍을 들어 도적을 질타한다.

    “나라를 배반한 역적 놈아! 어찌 어서 항복하지 않느냐!”

    정원지가 분노하여 부장 등무를 출전시킨다. 장비가 장팔사모를 꼬나들고 달려들어 가슴팍을 찌르자 등무가 꼬꾸라져 낙마한다. 등무가 꺾이자 정원지가 말달려 칼춤을 추며 장비에게 달려드는데 운장이 큰칼을 휘두르며 말달려 대적한다. 정원지가 깜짝놀라 미처 손쓰지 못하고 운장이 한칼로 두동강낸다. 후세에 누군가 시를 지어 두 사람을 찬한다.

    영웅들 오늘 아침에 재주를 드러내니
    한 사람은 모를,한 사람은 칼을 쓰네
    처음으로 싸우러 나서 위력을 떨치니
    셋으로 갈라질 천하에 이름을 남기리

    정원지가 베이자 도적들 모두가 무기를 거꾸로 잡고 달아난다. 현덕이 군을 이끌고 추격하니 투항하는 이가 무수하다. 대승을 거둬서 돌아가니 유언이 몸소 맞이하여 군을 호궤한다.

    이튿날 청주태수 공경이 공문을 보내어 황건적이 청주성을 포위하여 함락되겠다고 구원을 청한다. 유언이 상의하자 현덕이 말한다.

    “제가 구하러 가겠습니다”

    유언이 추정에게 현덕과 관우, 장비와 더불어 병력 5천을 거느리고 청주로 가라고 한다. 도적이 구원병을 보더니 병력을 나눠서 혼전한다. 현덕군이 중과부적으로 이기지 못하고 3십리를 물러나 야영한다. 현덕이 관우와 장비에게 말한다.

    “도적은 많고 우리는 적으니 기습해야지 이기겠구나.”

    관공은 1천군으로 산 왼쪽에 매복하고 장비는 1천군으로 오른쪽에 매복하여 징소리를 신호로 협공하는 계책을 세운다. 이튿날 현덕이 추정과 더불어 북을 울리며 진격한다. 도적이 출전하자 현덕군이 달아나는 척한다. 도적이 기세좋게 뒤쫓아 산고개를 지나자 현덕군에서 일제히 징이 울린다. 좌우에서 2군이 협격하고 현덕도 군을 되돌려 무찌른다. 3로에서 협공하니 도적이 크게 무너진다. 청주성 아래까지 뒤쫓자 태수 공경이 군민을 이끌고 나와서 돕는다. 도적이 대패하여 무수히 죽고 청주의 포위가 풀린다. 공경이 군을 호궤한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현덕을 기린다.

    작전을 하고 계산하여 귀신같은 공을 세우니
    두 호랑이 같은 장수가 따를 만한 용이구나
    처음으로 출전하여 능히 위대한 공을 전하니
    곤경을 뚫고 스스로 천하를 나눠서 가지리라

    공경이 군을 호궤한 뒤, 추정이 돌아가려는데 현덕이 말한다.

    “요새 듣자니 광종에서 중랑장 노식이 도적수괴 장각과 싸운다고 합니다. 제가 일찍이 노식을 스승으로 모신지라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추정은 회군하고 현덕은 관, 장과 휘하병력 5백을 거느리고 광종으로 간다. 노식의 군중에 이르러 막사로 들어가 인사하고 찾아온뜻을 자세히 말한다. 노식이 크게 기뻐하며 거둔다. 이때 장각의 도적떼 15만과 노식의 병력 5만이 광종에서 대치하나 승부가 나지 않는다. 노식이 현덕에게 말한다.

    “내가 이제 여기서 포위하고 있지만 도적의 아우 장량과 장보가 영주에서 황보숭과 주준에게 맞서고 있네. 자네는 휘하병력과 관군 1천을 거느리고 영주로 가서 정찰하고 토벌하게. ”

    현덕이 명령대로 그날밤 영주로 진군한다. 당시 황보숭과 주준이 군을 거느리고 도적군과 맞서는데 도적들이 전세가 불리하자 장사로 물러나서 풀숲에 야영한다. 황보숭이 주준에게 계책을 낸다.

    “도적이 풀숲에 야영하니 화공을 써야겠소.”

    병사마다 마른풀 한다발을 가지고 매복한다. 그날밤 갑자기 바람이 거세진다. 2경이 지나자 일제히 불을 지르고 황보숭과 주준이 적진으로 진격하니 화염이 충천한다. 도적들이 당황하여 말안장도 얹지를 못하고 갑옷도 챙기지 못한 채 사방으로 달아난다.

    동틀녘까지 무찌르자 장량과 장보가 패잔병을 이끌고 길을 뚫고 달아난다. 그런데 1군이 붉은깃발을 나부끼며 나타나 퇴로를 차단한다. 선두장수는 키가 7척으로 두 눈이 가늘고 구레나룻이 길다. 벼슬은 기도위이고 패국의 초군 출신 조조 '맹덕'이다. 아버지는 조숭이고 본성은 하후 씨이지만 중상시 조승의 양자가 되어 조씨로 바꿨다. 조조를 낳고 아명을 아만,일명 길리라 하였다. 조조가 어려서 사냥을 좋아하고 가무를 즐기고 꾀가 있고 재치가 뛰어났다. 숙부가 조조의 방탕무도에 일찍이 노하여 조숭에게 말하니 조숭이 조조를 꾸짖었다. 조조가 꾀를 하나 내어 숙부가 오자 땅에 엎어져 중풍에 걸린 척했다. 숙부가 깜짝 놀라 조숭에게 알리니 조숭이 달려왔지만 조조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조숭이 말했다.

    “숙부는 중풍이라던데 벌써 나았냐?”

    “원래 그런 병 따위는 없어요. 숙부께서 저를 싫어하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나봐요.”

    조숭이 그 뒤로는 숙부가 조조의 잘못을 말하여도 듣지를 않았다. 그래서 방탕하게 지낼 수 있었다. 당시 교현이란 사람이 조조에게 말했다.

    “천하가 어지러워지면 명세지재 命世之才(세상을 구원할 인재)가 아니면 구원할 수 없소만, 천하를 편안케 할 재주가 그대에게 있지 않겠소?”

    남양의 하우가 조조를 보고 말했다.

    “한나라가 장차 망하면 천하를 안정시킬 이는 이 사람뿐이로구나."

    여남의 허초가 운명을 내다볼 줄 알았다. 조조가 찾아가서 물었다.

    “저는 어떤 사람입니까?”

    허초가 답하지 않기에 거듭 물으니 허초가 답했다.

    “치세(평화로운 시대)의 능신 能臣(유능한 신하)이요 난세의 간웅 奸雄(간사한 영웅)이오.”

    듣고 크게 기뻐했다.

    스무살에 효렴으로 낭 郎이 되고 낙양 북부위 北部尉 벼슬을 했다. 부임하자마자 오색봉 五色棒 십여 개를 네개 성문에 두고서 법을 어기면 부자나 호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다스렸다. 중상시 건석의 숙부가 칼을 차고 밤에 돌아다니다 조조가 순찰할 때 걸려서 조조가 오색봉으로 벌을 주었다. 그래서 안팎으로 어기는 이가 없어 조조가 위명을 떨쳤다. 그뒤 둔구령이 되고 황건적이 일어나자 기도위가 되어 마보군 馬步軍(기병과 보병) 5천을 이끌고 영주로 가서 싸움을 도왔다. 마침 장량과 장보가 달아나는 것을 조조가 가로막아 한바탕 크게 무찌르니 참수가 1만여 급 級이요 빼앗은 각종 깃발, 징과 북, 말들이 아주 많다. 장량과 장보가 죽기살기로 싸워서 탈출한다. 조조가 황보숭과 주준이 가는 것을 보고 병력을 이끌고 장량과 장보를 추격한 것이다.

    한편 현덕이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영주로 가다가 함성을 듣고 내다보니 불빛이 하늘을 찌른다. 서둘러 진구나니 도적은 이미 패산했다. 황보숭과 주준에게 노식의 뜻을 전하자 황보숭이 말한다.

    “장량과 장보의 세력이 궁핍하니 광종으로 가서 장각에게 기댈 것이네. 현덕은 오늘밤 바로 가서 도우시게.”

    현덕이 명령대로 회군한다. 도중에 한떼의 군마가 함거 1 량을 호송한다. 함거 안의 죄수는 다름아닌 노식이다. 현덕이 황급히 말에서 내려서 물으니 노식이 답한다.

    "장각을 포위해 격파하려는 참에 장각이 요술을 써서 이기지 못했네. 그때 조정에서 황문(내시) 좌풍을 보내 감찰했는데 뇌물을 바라더라고. '군량도 모자란데 어찌 돈이 남아 천사(천자의 사자)에게 주겠소?'라 했더니 앙심을 품고 조정으로 돌아가 내가 보루만 높게 쌓은 채 싸우지 않고 군심 軍心을 흐트린다고 보고했네. 그래서 조정에서 진노하여 중랑장 동탁을 보내어 내 병력을 거두고 나를 서울로 압송하여 치죄하겠다네.”

    장비가 크게 노하여 호송군인을 베어서 노식을 꺼내려 한다. 현덕이 급히 제지한다.

    “조정에도 공론이 있거늘 네가 어쩔 셈이냐?”

    병사들이 노식을 에워싸고 떠난다.

    관공이 말한다.

    “노중랑께서 체포되시고 타인이 지휘하니 가더라도 의지할 데가 없어요. 탁군으로 돌아감만 못하네요.”

    이 말에 현덕이 북쪽으로 행군한다. 이틀이 안 돼 갑자기 산 뒤에서 함성이 크게 인다. 현덕이 관우와 장비를 이끌고 말달려서 언덕에서 바라보니 한군이 대패하여 달아나고 산야에 가득한 황건적이 추격한다. 깃발에 큰 글씨로 천공장군이라 쓰여 있다. 현덕이 말한다.

    “장각이구나! 어서 싸우자.”

    세 사람이 나는 듯이 말달려 출격한다. 장각이 동탁을 죽이려고 기세좋게 뒤쫓는데 세 사람이 달려드니 장각 군이 대란하여 5십 리를 패주한다. 세 사람이 동탁을 구하여 진지로 돌아간다. 동탁이 세 사람의 벼슬을 묻자 현덕이 말한다.

    “아직은 백신 白身(벼슬 없는 몸)입니다.”

    이에 동탁이 업신여기고 무례하다. 현덕이 나오자 장비가 대로한다.

    “우리가 피흘리며 싸워 종놈을 구했는데 이토록 무례하다니! 저놈을 죽여야 내 분이 풀리겠소!”

    칼을 뽑아들고 장막에 들어가 동탁을 죽이려 한다.

    인간사 예나 지금이나 같은 법이라
    누가 영웅이 벼슬이 없는 줄 알랴
    어찌하면 장익덕 같은 쾌남을 얻어
    이 세상 배신자 모조리 벌하려나!

    과연 동탁의 목숨은 어찌될까? 다음 편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