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회
제102회 사마의가 북원을 점거하여 위수에 부교를 놓고 제갈량이 목우유마를 만든다
한편, 관거태사官居太史 초주는 천문에 자못 밝은데, 공명이 다시 출병하려 하자, 들어와 후주에게 상주한다.
“신이 이제 사천대司天台( 일종의 천문대 )에서 직무를 맡고 있는데, 화복禍福이 보이는지라, 상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새 새 떼 수 만 마리가 남쪽에서 날아와서 한수에 떨어져 죽은 것은 상서롭지 못한 징조입니다. 신이 또한 천문을 관측하니, 규성奎星이 태백太白( 금성 )의 영역을 범하고, 왕성한 기운이 북쪽에 있으니, 위나라를 정벌할 수 없습니다. 또한 성도의 인민들이 모두 잣나무가 밤에 곡하 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재이災異가 있으니 승상은 오로지 삼가 수비해야지, 망동妄動해서는 안 됩니다.”
공명이 말한다.
“내가 선제로부터 탁고( 고아를 맡김/ 유현덕이 죽으며 유선을 공명에게 부탁한 것을 이름 )의 중책을 받아, 힘을 다해 역적을 토벌해야 하거늘, 어찌 허망한 요기妖氛 따위로 국가대사를 폐하겠소?”
마침내 유사有司( 관리 )에게 명하여, 태뢰太牢( 제사에 쓰이는 소, 양, 돼지 세가지 희생물 )를 소열황제( 촉한의 초대황제 유현덕 )의 묘 당에 올리고, 눈물 흘리며 절을 올려 고한다.
“신 ‘량’이 기산으로 다섯 번 나갔으나, 아직 한 치의 땅도 얻지 못했으니, 지은 죄가 가볍지 않습니다! 신이 이제 다시 전부全部를 통솔 해, 다시 기산으로 나가서, 맹세코 힘을 다해고 마음을 다 바쳐, 한적漢賊( 한나라의 역적 )을 초멸剿滅하고, 중원을 회복하는데, 국궁진 췌鞠躬盡瘁( 공경하고 근신하며, 마음과 몸을 바침 )하겠사오니, 이것은 제가 죽은 뒤에야 멈출 것입니다!”
제를 올리고 난 뒤, 후주에게 고별하고, 그날밤 한중에 도착해, 장수들을 불러모아, 출사( 출병 )를 상의한다. 그런데 누군가, 관흥이 죽은 것을 알린다. 공명이 목놓아 크게 통곡하더니 혼절해 바닥에 쓰러져, 한참을 지나서야 깨어난다. 장수들이 이제 그만 마음을 풀라고 거 듭 권하자, 공명이 탄식한다.
“가련하구나! 충의로운 사람에게 하늘이 긴 수명을 내리지 않다니! 내 이번에 출사하면서, 다시 한 사람의 대장을 잃는구나!”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살고 죽는 것은 사람에게 늘 있는 일이지만
하루살이( 부유蜉蝣 )와 똑같이 허무하구나
오로지 충효의 절개를 가졌을 뿐인데
어찌 교송喬松 같은 장수를 누리지 못하는가
공명이 촉병 34만을 이끌고 5로( 다섯 개 방면 )로 나눠 진군하며, 강유와 위연을 선봉으로 삼아, 모두 기산으로 나가 집결하라 한다. 이 회李恢에게 명하여, 군량을 야곡의 입구로 운반해, 기다리게 한다.
한편, 위나라는 작년에 청룡이 마파정摩坡井( “마파" 우물 )에 출현해, 연호를 청룡 원년으로 고쳤다. 이 때가 청룡 2년 봄 2월이다. 측근 신하가 상주한다.
“변방의 관리가 급보를 보내기를, 촉병 3십여 만이 5로로 나눠 다시 기산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위주 조예가 크게 놀라 사마의를 불러서 이른다.
“촉인들이 3년간 침범하지 않았는데 이제 제갈량이 다시 기산으로 나온다니 어찌해야겠소?”
사마의가 아뢴다.
“신이 밤에 천문을 살피니 중원에 왕성한 기운이 성하고 규성이 태백을 범하니 서천에 불리합니다. 이제 공명이 재주와 지혜를 자부하며 하늘을 역행하지만 패망을 자초합니다. 신이 폐하의 큰복에 의지하여 격파하겠습니다. 다만 네 사람을 천거하오니 동행하게 해주소서.”
조예가 말한다.
“경이 누구를 천거하겠소?”
“하후연에게 네 아들이 있사온데, 첫째는 하후패 '중권', 둘째는 하후위 '계권', 셋째는 하후혜 '아권', 넷째는 하후화 '의권'입니다. 하후패와 하후위는 활쏘기와 말타기가 능숙합니다. 하후혜와 하후화는 육도삼략을 통달했습니다. 이 네 사람은 늘 부친을 위해 복수하고자 합니다. 신이 이제 하후패와 하후위를 좌우선봉으로 삼고, 하후혜와 하후화를 행군사마로 삼아 군사기밀을 보좌하여 촉군을 격퇴하겠습니다.”
조예가 말한다.
“지난날 부마 하후무가 군기를 그르쳐 허다한 인마를 잃고 부끄러워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오. 이제 이 네 사람도 하후무와 같지 않겠소?”
“하후무 따위에 비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조예가 그의 청을 받아들여 사마의를 대도독으로 삼고, 장졸들은 그가 재능에 따라 임용하는 것을 따르게 하고, 각처의 병마 모두 그의 지휘를 따르도록 한다. 사마의가 어명을 받고, 조정을 떠나 성을 나가는데, 조예가 다시 조서를 내리며 말한다.
“경이 위빈渭濱( 위수의 물가 )에 이르거든, 마땅히 견고한 벽처럼 굳게 지키며, 절대 그들과 교봉( 교전 )하지 마시오. 촉군이 뜻을 이루지 못하면, 틀림없이 물러나는 척 유인할 것이니 경은 절대 추격하지 마시오. 저들의 군량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반드시 곧 저 절로 달아날 것이니, 그런 연후에 빈 틈을 노려 공격하시오. 이렇게 하면, 승리를 거두기도 어렵지 않을 뿐더러, 군마( 군대 )의 피로도 면할 것이오. 이보다 더 좋은 계책은 없소.”
사마의가 고개숙여 조서를 받고, 그날 장안에 당도해, 각처 군마를 합쳐 4십만을 소집하고, 모두 위빈으로 가서 진을 친다. 다시 병사 5 만을 뽑아, 위수 위에 부교 9개를 놓는다. 선봉 하후패와 하후위에게 명하여, 위수를 건너가서 진을 치게 한다. 또한 대영大營( 본진 )의 뒤쪽 동원東原( 동쪽 들판 )에 성을 하나 쌓아올려 방비하고 안심한다.
사마의가 뭇 장수와 상의하는데, 누군가 곽회와 손례가 찾아왔다고 알린다. 사마의가 데리고 들어와, 인사를 마치니, 곽회가 말한다.
“이제 촉군이 모두 기산에 있는데, 만약 위수를 건너 들판으로 나아가, 북산北山과 연결하고, 농서로 통하는 길을 끊으면, 크게 근심할 일입니다.”
“말씀하신 바가 심히 옳소. 공께서 농서의 군마를 총독해, 북원北原( 북쪽 들판 )에 웅거해 영채를 세우고,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게 쌓아, 안병부동按兵不動( 군사 활동을 멈추고 형세를 관망함 )하시오. 저들의 군량이 바닥나기를 기다려, 비로소 공격하시오.”
곽회와 손례가 명을 받고, 군을 이끌고 영채를 세우러 간다.
한편, 공명은 기산으로 나가자마자, 큰 영채를 좌우, 중앙, 전후 다섯 곳에 세운다. 야곡에서 곧장 검각까지 잇달아 다시 큰 영채 14개를 세워, 군마를 분산해, 지구전을 계획한다. 매일 사람들을 시켜 순찰하게 하는데 누군가 곽회와 손례가 농서의 군대를 거느리고 북원에 진을 쳤다고 알린다. 공명이 여러 장수에게 말한다.
“위병이 북원에 진을 친 것은, 우리가 이 길을 빼앗아 농서로 통하는 길을 끊을까 두려워서요. 내 이제 북원을 공격하는 척하면서 위빈을 몰래 점령하겠소. 사람들을 시켜 나무를 묶어 뗏목을 1백여 척隻 만들어, 그 위에 풀다발을 싣고, 숙련된 수수水手( 수병/ 뱃사람 ) 5천 인을 뽑아 그 위에 태우시오. 내가 한밤에 북원을 공격하면, 사마의가 반드시 병력을 이끌고 구원하러 올 것이오. 그가 조금이라도 밀리 면, 나는 후군後軍( 후속부대 )을 먼저 강 건너 보내겠소. 그 뒤 병사를 뗏목에 태워, 상륙하지 말고 강물을 내려가며 부교를 점령해, 불사르고 후방을 공격하겠소. 내 직접 1군을 이끌고, 앞쪽 영채를 공격하겠소. 위수 남쪽을 점령하면, 진군은 어렵지 않소.”
여러 장수가 군령을 지켜서 행한다.
어느새 초군哨軍( 정찰병 )이 사마의에게 급보한다. 사마의가 여러 장수를 불러 의논한다.
“공명이 이처럼 설시設施( 계획/ 일을 벌임 )하니, 반드시 계책이 있을 것이오. 그는 북원을 점령하는 척하면서, 물길을 따라 부교를 불살 라, 후방을 교란하고, 도리어 전방을 공격할 것이오.”
즉시 하후패와 하후위에게 군령을 전한다.
“북원에서 함성이 울리거든 병력을 이끌고 위수 남산으로 들어가 촉병을 기다려 공격하시오.”
다시 장호와 악림樂綝에게 명하여, 궁노수( 활이나 쇠뇌를 다루는 병사 ) 2천을 이끌고 위수의 부교 북쪽 강둑에 매복하라 한다.
“촉병이 뗏목을 타고 물길을 따라 오면, 일제히 사격해, 부교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시오.”
다시 곽회와 손례에게 명령을 전한다.
“공명이 북원으로 와서 몰래 위수를 건너면, 아군의 새 영채는 인마가 적으니 모두 길가에 매복하시오. 촉병이 오후에 물을 건너면 황혼 무렵에 틀림없이 공격할 것이오. 못 이기는 척 달아나면 촉병이 추격할 테니 활과 쇠뇌로 일제히 사격하시오. 나는 수륙( 물과 육지 )으 로 진군하겠소. 촉병이 크게 몰려오면, 오로지 내가 지휘하는 대로 공격하시오.”
각처에 명령을 내린 뒤 다시 두 아들 사마사와 사마소에게 군을 이끌고 전방을 도우라고 한다. 사마의 스스로 1군을 이끌고 북원을 구 원하러 간다.
한편, 공명이 위연과 마대에게, 군을 이끌고 위수를 건너 북원을 치라고한다. 오반과 오의에게, 뗏목에 병사를 태워, 부교를 불사르러 가라고 한다. 왕평과 장의는 선봉을, 강유와 마충은 중대中隊를, 요화와 장익은 후대後隊를 맡게 한다. 병력을 3로로 나눠, 위수의 영채 를 공격하러 간다. 이날 오시午時( 11 ~ 13 시 )에 인마들이 영채를 떠나, 모두 위수를 건너, 전투 대형을 갖춰, 천천히 행군한다.
한편, 위연과 마대가 북원으로 다가가니 하늘은 이미 저물었다. 손례가 이를 발견하고 영채를 포기하고 달아난다. 위연이 적에게 준비가 있음을 알고 다급히 군대를 물리려는데 사방에서 함성이 크게 울린다. 좌측에서 사마의, 우측에서 곽회가 이끄는 군이 몰려온다. 위연 과 마대가 힘껏 뚫고 나오지만 촉병 태반이 익사하고 나머지도 달아날 길이 없다. 다행히 오의의 병사들이 달려와 패잔병을 구원하고 강을 건너가 방어한다. 오반이 군대 절반을 이끌고, 뗏목을 저어, 물길을 따라, 부교를 불사르러 오지만, 장호와 악림이 강둑에서 화살을 마구 쏘아 가로막는다. 오반이 화살을 맞고 강물에 떨어져 죽는다. 나머지 병사들도 헤엄쳐서 달아나니, 뗏목을 모조리 위군이 빼앗는다.
왕평과 장의가 이때 북원의 패전을 모르고 곧바로 위나라 영채로 오니 벌써 2경( 21 ~ 23 시 )이다. 함성이 사방에서 이니, 왕평이 장의 에게 말한다.
“군마가 북원을 쳤지만 아직 승부를 모르오. 위수 남쪽 영채가 이제 바로 앞인데 어찌 위병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소? 아무래도 사마의가 미리 알고 준비한 것 아니겠소? 우선 부교가 불타는지 살핀 뒤 진병해야겠소.”
두 사람이 군마를 멈춰 세우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타고 달려와 알린다.
“승상께서 급히 회군하라 하셨소. 북원을 공격한 군대도, 부교를 공격한 군대도 모두 잃었소.”
왕평과 장의가 크게 놀라 급히 군대를 물리려는데, 위군이 배후를 습격한다. 한차례 포성을 울리며, 위군이 우루루 달려 오고, 불빛이 하늘을 찌른다. 왕평과 장의가 군을 이끌고 맞붙어, 양군이 한바탕 혼전을 벌인다. 왕평과 장의 두 사람이 힘껏 뚫 고 나오지만, 촉군 태반을 잃는다. 공명이 기산 본진으로 돌아가 패잔병을 거두니 1만 남짓을 잃은지라 마음 속으로 근심한다.
그런데 비위가 성도에서 승상을 찾아온다. 공명이 불러들여 비위가 인사를 마치자, 공명이 맣한다.
“내게 서신이 하나 있는데, 수고롭더라도 공을 동오로 보내 전달하려는데 기꺼이 가주실지 모르겠소.”
“승상의 명을 어찌 감히 사양하겠습니까?”
공명이 즉시 글을 다듬어 비위에게 건네주고 떠나보낸다. 비위가 곧바로 건업( 동오의 도읍 )으로 가서 오나라 군주 손권을 만나 공명의 서신을 바친다. 손권이 뜯어 읽어보니, 대략 이렇다.
‘한실( 한나라 황실 )이 불행해, 왕강王綱( 천자의 기강 )이 실기失紀( 법도를 잃음 )하고, 조씨 역적이 찬역篡逆( 황제의 자리를 빼앗음 ) 해, 만연蔓延( 널리 퍼짐/ 무성해짐 )함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소열황제로부터 기탁寄托( 누군가를 부탁함/ 선주 유현덕이 후주 유선을 제갈공명에게 맡긴 것을 이름 )의 중책을 받아, 어찌 힘과 마음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대병( 대군 )이 기산에 집결했으니, 미친 도적들이 곧 위수에서 멸망할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동맹의 의리를 유념하셔, 장수들에게 북쪽을 정벌하라 명해, 함께 중원을 취해, 천하를 같이 나누게 하십시오. 글로써 모두 말씀 드리지 못하오나, 폐하의 성총聖聰( 임금의 총명 )을 바라 마지않사 옵니다.’
손권이 읽고나서, 크게 기뻐하며, 비위에게 이른다.
“짐이 예전부터 흥병( 출병 )하고자 했으나 아직까지 공명과 힘을 합치지 못했소. 이제 이렇게 서신을 보냈으니, 날을 잡아 짐이 직접 흥 병해, 소문巢門( = 초문谯门 / 망루가 달린 성문 )으로 들어가, 위나라의 신성을 취하겠소. 또한 육손과 제갈근 등에게 명해, 강하의 면 구沔口에 병력을 주둔해, 양양을 취하게 하고, 손소와 장승 등等도 광릉으로 출병해, 회양淮陽을 비롯한 여러 곳을 취하게 하겠소. 3로 에서 일제히 진군해, 모두 3십만이 기일에 맞춰 출병할 것이오.”
비위가 사례하며 말한다.
“참으로 이와 같다면, 중원도 멀지않아 저절로 무너질 것입니다!”
손권이 연회를 열어 비위를 환대한다. 연회 도중에, 손권이 묻는다.
“승상이 군전軍前( 전장/ 전초기지 )에서 누구를 앞장세워 적군을 격파하오?”
비위가 말한다.
“위연이 으뜸입니다.”
손권이 웃으며 말한다.
“그는 용맹은 넘치지만 마음이 바르지 못하오. 하루 아침이라도 공명이 없으면 그는 틀림없이 화근이 될 것이오. 공명이 어찌 아직 모른 단 말이오?”
“폐하의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신이 이제 돌아가면 즉시 공명에게 고하겠습니다.”
비위가 손권에게 고별하고 기산으로 돌아가, 공명을 만난다. 오나라 군주 손권이 3십만 대군을 일으켜, 어가를 타고 친정애 나서, 병력을 3로로 나눠 진군할 것이라고 자세히 말한다. 공명이 다시 묻는다.
“오주吳主( 오나라의 임금 곧 손권 )가 따로 말한 것은 없었소?”
비위가 손권이 위연을 평한 것을 고한다. 공명이 찬탄한다.
“참으로 총명한 군주요! 내가 그 사람됨을 몰라서가 아니오. 다만 용맹을 아껴 쓰고 있을 따름이오.”
“승상께서 어서 구처區處( 분별해서 처치함 )하십시오.”
“내 나름대로 방도가 있소.”
비위가 공명에게 고별하고, 성도로 돌아간다. 공명이 여러 장수와 진격을 상의하는데 위나라 장수가 투항하러 왔다고 한다. 공명이 불러 들여 물으니, 답한다.
“저는 위나라 편장 정문입니다. 근자에 진랑과 더불어 인마( 군대 )를 함께 이끌며, 사마의의 지휘를 받고 있었습니다. 뜻밖에도 사마의 가 사사로운 정에 치우쳐 진랑을 전장군으로 임명하고, 저를 초개草芥( 잡초/ 지푸라기 )처럼 깔보니 불평을 품어 승상께 투항하러 왔습 니다. 바라옵건대 받아주십시오.”
그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진랑이 군을 이끌고 영채 밖에서 홀로 정문에게 싸움을 건다고 한다. 공명이 말한다.
“그와 그대의 무예를 비교하면 어떻소?”
정문이 말한다.
“제가 당장 그를 베겠습니다.”
“그대가 먼저 진랑을 벤다면 나는 의심하지 않겠소.”
정문이 흔쾌히 말에 올라타고 영채를 나가, 진랑과 교전한다. 공명이 몸소 영채를 나가서 살핀다. 진랑이 창을 꼬나쥐고 크게 욕한다.
“반적反賊( 역적 ) 놈이 내 전마戰馬( 군용마 )를 훔쳐가다니, 어서 내게 돌려줘라!”
말을 마치더니, 정문에게 바로 달려든다. 정문이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맞붙어, 겨우 1 합에, 진랑을 말 아래로 베어 떨군다. 위나라 군이 뿔뿔이 달아난다. 정문이 진랑의 머리를 가지고 영채로 들어온다.
공명이 군막 안으로 돌아와 좌정해, 정문을 불러들이더니, 와락 성을 내며, 좌우 사람들에게 소리쳐, 그를 끌어내어 처형하라고 한다. 정문이 말한다.
“소장은 무죄입니다!”
공명이 말한다.
“내가 일찍이 진랑을 알고 있다. 네가 이제 목을 벤 자는, 결코 진랑이 아니거늘, 어찌 감히 나를 기만하냐!”
정문이 고개숙여 고한다.
“이 자는 실은 진랑의 아우 진명입니다.”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사마의가 너를 거짓으로 투항시켜, 중간에서 일을 벌이게 한 것이지만, 어찌 나를 속여 넘기겠냐!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너를 처형하겠 다!”
정문이 어쩔 수 없어 거짓 투항한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 눈물 흘리며 목숨을 살려달라고 한다. 공명이 말한다.
“네가 살고 싶다니, 서신을 한 봉 써서, 사마의가 직접 공격하러 오게 하면, 네 목숨을 살려주겠다. 사마의를 사로잡으면, 너의 공일 뿐더 러, 마땅히 너를 중용重用하겠다.”
정문이 어쩔 수 없이 서신을 한 봉 써서 공명에게 바친다. 공명이 정문을 가두어 두게 한다. 번건樊建이 묻는다.
“승상께서 무엇으로 이 자의 거짓 항복을 아셨습니까?”
“사마의는 함부로 사람을 쓰지 않소. 진랑을 전장군으로 삼았다면, 필시 무예가 뛰어날 것이오. 이제 정문과 교마交馬( 말을 타고 교전 함 )한 지 겨우 1합에 정문에게 죽다니, 진랑이 아님에 틀림없었소. 이로써 거짓을 알 았소.”
뭇 사람 모두 탄복한다. 공명이 설변舌辨( 말재주가 뛰어남 )이 있는 병사를 골라, 귀에 대고 이렇게저렇게 분부한다. 병사가 명을 받고, 서신을 가지고 위나라 영채를 찾아가, 사마의와 만나기를 청한다. 사마의가 불러들여 서신을 읽고나서, 묻는다.
“너는 누구냐?”
“저는 본래 중원 출신인데, 어쩌다 촉나라로 흘러들었습니다. 정문이 저와 동향입니다. 이제 공명이 정문이 공을 세웠다며, 선봉으로 삼 았습니다. 정문이 제게 특별히 부탁해 서신을 바치라 했습니다. 내일 저녁에 불을 피워 올려 신호할 테니, 아무쪼록 도독께서 친히 대군을 거느리고 영채를 습격하러 오시면, 정문이 내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사마의가 반복해서 따져 묻고, 서신을 자세히 검사하지만, 과연 거짓이 아니다. 즉시 병사에게 술과 음식을 내리고, 분부한다.
“내일 2경에, 내가 직접 영채를 공격하러 가겠다. 이번 대사가 성공하면, 반드시 너를 중용하겠다.”
병사가 고별하고, 본채로 되돌아가 공명에게 고지한다. 공명이 검을 짚고 북두성의 모양을 따라 걸으며, 기도를 올린 뒤, 왕평과 장의를 불러 이렇게저렇게 분부한다. 다시 마충과 마대를 불러 이렇게저렇게 분부한다. 다시 위연을 불러 이렇게저렇게 분부한다. 공명 스스로 수십 인을 이끌고, 높은 산 위에 앉아, 뭇 병사를 지휘한다.
한편, 사마의는 정문의 서신을 보더니, 두 아들을 이끌고 대군을 거느리고 촉나라 영채를 습격하려 한다. 맏아들 사마사가 간한다.
“부친께서 무슨 까닭으로 고작 한 조각 종이 쪼가리를 믿고 친히 중지重地( 수비가 엄중한 곳/ 위험 지대 )로 들어가십니까? 만약 소우 疏虞( 소홀/ 실수 )가 있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다른 장수를 먼저 보내고, 부친께서 뒤에서 접응하시는 것만 못합니다.”
사마의가 이를 따라, 진랑더러 병사 1만을 이끌고 촉나라 영채를 치게 하고, 자신은 직접 병력을 이끌고 접응한다. 이날밤 초경에, 바람 은 맑고 달은 밝다. 이윽고 2경 무렵, 홀연히 음산한 구름이 사방에서 몰려오더니, 검은 기운이 하늘에 가득해, 서로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사마의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하늘이 내가 공을 이루게 돕는구나!”
이에 사람들은 모두 함매銜枚( 행군 시 떠들지 못하도록 입에 막대 따위를 물리던 것 )를 하고, 말들은 모두 재갈을 물려, 거침없이 크게 진군한다. 진랑이 선두에 서서, 병사 1만을 이끌고 촉나라 영채로 뛰어들지만,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진랑이 계책에 빠진 걸 알고, 황 급히 군대를 물리라고 외친다. 사방에서 횃불을 일제히 밝히고, 함성이 땅을 뒤흔든다. 좌측에서 왕평과 장의, 우측에서 마대와 마충, 양 쪽에서 병사들이 달려든다. 진랑이 죽기살기로 싸우지��, 탈출하지 못한다. 뒤따르던 사마의는 촉나라 영채에서 불빛이 충천하고, 함성 이 끊이지 않자, 위병이 이기는지 지는지 알 수 없어, 병사들을 독려해서 도와주고자, 불빛 속으로 달려온다. 갑자기 한 차례 함성이 일더니, 화포가 땅을 뒤흔들고, 고각( 북과 피리 ) 소리가 하늘을 울린다. 좌측에서 위연, 우측에서 강유, 두 갈래 군대가 달려든다. 위나라 군이 대패해, 열에 여덟, 아홉은 죽거나 다쳐,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난다.
이 때 진랑이 이끄는 병사 1만은, 모두 촉군에게 포위되는데, 화살이 메뚜기 떼처럼 쏟아진다. 진랑은 난군亂軍( 혼란한 군대/ 궤멸 된 군대 ) 속에서 전사한다. 사마의가 패잔병을 이끌고 달아나 본채( 본진 )로 들어간다. 3경 이후, 하늘이 다시 맑아진다. 공명이 산 꼭대 기에서 징을 쳐 군대를 거둔다. 원래, 2경에 먹구름이 사방에서 몰려온 것은, 공명이 둔갑遁甲의 술법을 썼기 때문이다. 그 뒤 군대를 거 두자, 하늘이 다시 맑아진 것이니, 공명이 육정육갑六丁六甲( 도교에서 말하는 육정신六丁神과 육갑신六甲神 / 도사가 불러, 바람과 벼 락 따위를 내리기도 하고, 귀신을 쫓기도 함 )의 신을 불러 부운浮雲( 뜬 구름 )을 소탕한 것이다.
공명이 승리를 거둬 영채로 돌아가자마자, 정문을 처형하라 명하고, 다시 위수 남쪽을 공격할 계책을 의논한다. 매일 병사들을 시켜 도전하지만, 위나라 군은 나오지 않을 뿐이다. 공명이 직접 작은 수레를 타고, 기산 앞의 위수 동서쪽으로 와서 지리를 답사한다. 그런데 어느 계곡 입구에 이르니, 그 형상이 마치 호로葫蘆( 호리병박 )와 같아, 그 안에 가히 1천여 인을 수용할 만하다. 양쪽 산으로 다시 계곡이 하 나 흐르는데, 가히 4, 5백 인을 수용할 만하다. 배후의 양쪽 산이 둘러싸서, 겨우 사람 하나, 말 한 필 통행할 수 있을 따름이다. 공명이 이 를 보더니, 마음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길을 안내하는 관리에게 묻는다.
“이 골짜기의 이름이 무엇이오?”
“이곳 이름은 상방곡인데, 호로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공명이 군막으로 돌아가, 비장裨將( 부장/ 하급장교 ) 두예와 호충 두 사람을 불러, 귓속말로 비밀 계책을 전한다. 그리고 군대에서 일하 는 장작匠作( 장인/ 기술자 )1천여 인을 불러모아, ‘목우유마木牛流馬’를 제조해 사용하게 한다. 또한 마대에게 명하여, 병사 5백을 거느 리고 골짜기 입구를 지키게 한다. 공명이 마대에게 당부한다.
“장작인( 장인 / 기술자 )들은 밖으로 내보내지 마시오. 외인外人들도 들어오게 하지 마시오. 내가 불시에 점검하러 가겠소. 사마의를 사 로잡는 계책은, 오로지 이 일에 달렸소. 절대 이 소식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시오.”
마대가 명을 받고 떠난다. 두예 등 두 사람이 골짜기 안에서 제조를 감독하고, 법에 따라 제조한다. 공명이 매일 직접 와서 지시한다.
그런데 어느날, 장사 양의가 들어와 고한다.
“바로 이제 군량미가 모두 검각에 있는데, 인부나 우마( 소와 말 )가 운반하기 불편하니, 어찌해야겠습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내가 계책을 낸 지 오래요. 앞서 목재를 모으고, 아울러 서천에서 큰 나무를 수매하고, 사람들을 시켜 목우유마를 제조하게 했으니, 군 량미 운반이, 몹시 편리해질 것이오. 목우유마는 모두 물도 마시지 않으니, 밤낮으로 끊임없이 운발할 수 있소.”
뭇 사람 모두 놀라서 말한다.
“자고이래로, 목우유마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엿습니다. 승상께서 무슨 묘법으로 이러한 기이한 물건을 만드셨습니까?”
“내가 이미 사람들에게 제조법에 의거해 만들게 했으나, 아직 완성하지 못했소. 내 이제 먼저 목우유마를 만드는 방법을, 척촌尺寸( 크기 / 칫수 )과 방원方圓( 방법/ 도면 ), 길고 짧음과 넓고 좁음을 명백히 하나하나 적어보겠소.”
뭇 사람이 모두 기뻐한다. 공명이 즉시 손으로 종이 한 장에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뭇 장수가 빙 둘러싸서 바라본다.
그 가운데 ‘목우’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배는 네모나고, 정강이는 굽었으며, 다리 한개와 발 네 개가 달렸다. 머리는 목 안으로 들어가고, 혀는 뱃속까지 닿아 있다. 많이 적재하 면 짧은 거리를 간다. 홀로 가면 수십 리를 가고, 여럿이 가면 삼십 리를 간다. 소의 머리는 굽었고, 다리 한 쌍이 나란히 달렸다. 거기에 소의 목을 가로지르고, 굴러 가는 것이 소의 다리가 된다. 소의 등을 덮었으며, 소의 배는 네모지다. 소의 혀를 늘어뜨리고 소의 갈빗대 는 굽어 있다. 소의 이빨을 깎아 넣고, 소의 뿔을 세웠으며, 소의 가슴걸이는 가늘고, 소의 멍에를 매었다. 소는 끌채 한 쌍으로 몰고, 사람이 여섯 자를 걸을 때, 소는 다섯 보를 걷는다. 사람은 크게 수고롭지 않고, 소는 마시거나 먹지 않는다.
‘유마’를 만드는 법은 이렇다.
갈빗대는 길이가 3척 5촌, 너비가 3촌, 두께가 2척 5푼이다. 좌우가 같다. 앞 굴대의 구멍은 기준선에서 머리까지 4촌, 지름은 2촌이다. 앞다리의 구멍은 기준선에서 머리까지 4촌 5푼, 길이는 1촌 5푼, 너비는 1촌이다. 가로대 구멍은 앞 다리의 구멍 기준선까지 3촌 7푼, 구 멍 길이는 2촌, 너비는 1촌이다. 뒷굴대의 구멍은 앞 가로대까지 1척 5촌, 대소大小는 앞과 같다. 뒷다리 구멍은 기준선에서 1촌 2푼, 뒤 굴대까지 3촌 5푼, 대소는 앞과 같다. 뒷가로대의 구멍은 뒷다리 구멍 기준선까지 2촌 7푼, 뒷가로대 구멍 기준선에서 4촌 5푼에 적재한 다. 앞 가로대 길이는 1척 5촌, 너비는 2촌, 두께는 2촌이다. 뒷가로대도 이와 같다. 나무 적재함은 2매이며, 두께는 8푼, 길이는 2척 7촌 , 높이는 1척 6촌 5푼, 너비는 1척 6촌이다. 적재함마다 쌀 2각 3두를 수납한다. 위 가로대에서 갈빗대 아래까지 7촌이다. 앞뒤가 같다. 위 가로대 구멍은 아래 가로대 구멍까지 기준선에서 2척 3촌이고, 구멍 길이는 1촌 5푼, 너비는 7춘이다. 구멍 여덟 개가 같다. 앞뒤 네 다리 너비는 2촌, 두께는 1촌 5푼이다. 형상은 코끼리와 같고, 창의 길이는 4촌, 지름은 4촌 3푼이다. 구멍 안에 세 다리의 가로대가 있으 며, 길이는 2척 1촌, 너비는 1촌 5푼, 두께는 1촌 4푼이다.
뭇 장수가 쭉 보더니, 모두 고개숙여 말한다.
“승상은 참으로 신인神人이십니다!”
며칠이 지나자, 목우유마가 모두 완비돼, 마치 살아 있는 듯하다. 산을 오르거나 고개를 내려가거나, 모두 편하다. 병사들이 이를 보더니 , 매우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공명이 우장군 고상에게 명하여, 병사 1천을 이끌고 목우유마를 몰아, 검각에서 곧장 기산의 본진으로 오가며, 군량과 말먹이풀을 운반해, 촉나라 군에게 공급한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린다.
검각의 험준한 땅에서 유마를 몰고,
야곡의 기구崎嶇한 땅에서 목우를 몰았네.
후세에 능히 이런 방법을 행한다면,
짐을 실어나르는 것을 어찌 근심하리오.
한편, 사마의가 한참 근심하는데, 초마( 정찰 기마병 )가 보고한다.
“촉병들이 목우유마를 이용해, 군량과 말먹이풀을 운반합니다. 사람들은 큰 힘이 들지 않거니와 목우유마는 먹일 필요가 없습니다.”
사마의가 크게 놀라 말한다.
“내가 이렇게 굳게 수비하며 출전하지 않음은, 그들 군량이 제대로 오지 않아, 저절로 피폐해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제 이런 방법을 쓴다면, 틀림없이 장기 대책이 될 것이니, 물러갈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어찌해야겠나?”
급히 장호와 악림 두 사람을 불러 분부한다.
“두 사람은 각각 병사 5백을 거느리고, 야곡의 지름길로 나가서 습격하시오. 촉병이 목우유마를 몰고 오면, 그들이 모두 지날 즈음 일제 히 공격하시오. 많이는 필요 없고, 서너 필만 빼앗아 돌아오시오.”
두 사람이 명령을 받고, 각각 병사 5백을 이끌고, 촉나라 병사로 변장해, 야간에 지름길로 침투해, 골짜기 안에 매복한다. 과연 고상이 이 끄는 병사들이 목우유마를 몰고 온다. 모두 지나갈 즈음 양쪽에서 일제히 북을 두드리며 달려나온다. 촉나라 병사들이 미처 손쓰지 못하 고, 몇 필을 버리고 달아나니, 장호와 악림이 몹시 기뻐하며, 본채로 몰고 돌아간다. 사마의가 이를 보니, 과연 살아있는 것과 같아서, 몹 시 기뻐하며 말한다.
“너희가 이런 방법을 쓴다면, 나라고 이런 방법을 쓰는 게 어려우랴!”
곧 뛰어난 장인 1백여 인에게 지시해, 직접 분해하여, 그 치수, 길이, 두께에 맞추어, 똑같이 목우유마를 제조하게 한다. 보름이 지나지 않아, 2천 개를 공명이 만든 것과 같은 ‘법칙’으로 만드니, 역시 달릴 수 있다. 마침내 진원장군 잠위에게 명하여, 병사 1천을 이끌고 목우 유마를 몰아, 농서 지역으로 가서 군량과 말먹이풀을 운반하게 하니, 왕래가 끊이지 않는다. 위나라 병사와 장수들이 몹시 기뻐하지 않 는 이가 없다.
한편, 고상이 공명에게 되돌아가, 위나라 군에게 목우유마 각각 대여섯 필을 빼앗긴 것을 말하니,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내가 그들이 빼앗아 가기를 기다리던 참이오. 우리가 겨우 몇 필의 목우유마를 빼앗겼을 뿐이지만, 머지않아 저들 군중에 허다하게 공급될 것이오.”
여러 장수가 묻는다.
“승상께서 어찌 아십니까?”
“사마의가 목우유마를 보면, 틀림없이 내 ‘법도’를 모방해, 똑같이 제조할 것이오. 그때에 대비해, 내게 따로 계책이 있소.”
며칠 뒤, 누군가 위나라 병사들도 목우유마를 만들어 농서로 가서 군량을 운반한다고 보고한다. 공명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내 예측을 벗어나지 못하구나!”
곧 왕평을 불러 분부한다.
“그대는 병사 1천을 이끌고 위나라 병사로 위장해 오늘밤 북원으로 침투해, 군량 호송을 순시하는 병사라고 말하며, 군량을 운반하는 병사 사이에 섞여 들어가, 그 병사들을 모조리 쳐서 쫓아버리시오. 그리고 목우유마를 몰고 되돌아오되, 곧바로 북원을 통과해 오시오. 이곳에서 틀림없이 위군이 뒤쫓을 텐데, 목우유마의 입 속의 혀 끝을 비틀어 돌리면, 목우유마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목우유마를 버리고 달아나시오. 뒤에서 위군이 뒤쫓더라도, 그들은 목우유마를 끌고 갈 수도 없고, 매어 들고 갈 수도 없을 것이오. 내가 군을 이끌고 오면, 그대는 되돌아가 목우유마의 혀를 비틀어 돌려, 거침없이 몰고 오시오. 위나라 병사들이 멈칫하며 괴이하게 여길 것이오.”
왕평이 계책을 받고 군을 이끌고 간다. 공명이 다시 장의를 불러 부분한다.
“그대는 병사 5백을 이끌고, 모두 육정육갑의 신병으로 변장해, 귀신 머리에 짐승의 몸으로, 오채五彩( 다섯 가지 색채 )로 얼굴을 칠하 고, 갖가지 괴이한 모습으로 꾸미시오. 한 손은 수기繡旗( 색깔 있는 실로 꾸민 깃발 )를 들고, 한 손은 보검을 잡게 하시오. 몸에는 호로 葫蘆( 호리병박 )를 차고, 그 안에 불 붙이는 물질을 채워, 산기슭에 매복하시오. 목우유마가 오면,연화煙火( 연기와 불 / 불꽃 )를 피우 고, 일제히 몰려나가, 연화를 방출放出하며, 목우유마를 몰고 가시오. 위군이 이를 보고, 필시 귀신이라 의심해, 감히 뒤쫓지 못할 것이오.”
장의가 계책을 받고 군을 이끌고 간다. 공명이 다시 강유와 위연을 불러 분부한다.
“두 사람은 함께 병사 1만을 이끌고, 북원의 영채 입구로 가서, 목우유마를 몰고 오는 군대를 도와, 교전을 막으시오.”
다시 요화와 장익을 불러 분부한다.
“두 사람은 병사 5천을 이끌고, 사마의가 오는 길을 차단하시오.”
다시 마충과 마대를 불러 분부한다.
“두 사람은 병사 2천을 이끌고 위수 남쪽으로 가서 싸움을 거시오.”
이렇게 여섯 사람이 각각 명령을 받고 떠난다.
한편, 위나라 장수 잠위는 군을 이끌고 목우유마를 몰아, 군량미를 싣고, 오는 중이다. 그런데 앞쪽으로 어떤 병사들이 군량 호송을 순 시한다고 한다. 잠위가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과연 위나라 병사인지라, 마침내 방심하고 전진한다. 양쪽 군대가 한 곳에서 합치는데, 갑자기 함성이 크게 울리며, 촉나라 병사들이 대열에서 빠져나오며, 크게 외친다.
“촉나라 대장 왕평이 여기 있다!”
위군이 미처 손 쓰지 못하고, 촉나라 군에게 죽은 이가 태반이다. 잠위가 패잔병을 이끌고 맞서지만, 왕평이 단칼에 베어버리니, 나머지는 무너져 달아난다. 왕평이 군을 이끌고 목우유마를 몰고 돌아온다. 패잔병들이 북원의 위나라 영채로 달려들어가 알린다. 곽회가 군량미를 빼앗긴 것을 듣고, 황급히 군을 이끌고 구원하러 온다. 왕평이 병사들을 시켜 목우유마의 혀 끝을 비틀어 돌리고, 길 위에 모조리 버린 채, 싸우다 달아나기를 되풀이한다. 곽회가 일단 추격을 멈추고, 목우유마를 몰고 돌아가라 지시한다. 병사들이 일제히 몰고 가려는데, 어찌된 까닭인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곽회가 마음 속으로 의혹에 빠진다.
이렇게 어찌할 도리가 없는 가운데, 갑자기 북소리 피리소리 하늘에 울려 퍼지고, 함성이 사방에서 일며, 양쪽에서 병사들이 달려오니, 바로 강유와 위연이다. 왕평도 다시 군을 이끌고 되돌아 달려온다. 3로에서 협공하니, 곽회가 크게 져서 달아난다. 왕평이 병사들을 시 켜 목우유마의 혀 끝을 다시 비틀어 돌리더니, 이들을 몰고 간다. 곽회가 멀리서 보고, 군대를 되돌려 다시 뒤쫓으려는데, 산 뒤에서 연기 구름이 치솟아 오르며, 한 무리 신병이 몰려나온다. 이들 하나하나 깃발과 검을 들고, 괴이한 모습으로, 목우유마를 몰고 바람처럼 떠나 간다. 곽회가 크게 놀라 말한다.
“이것은 신이 돕는 것이 틀림없구나!”
병사들이 이를 보더니, 놀라지 않는 이 없어, 감히 뒤쫓지 못한다.
한편, 사마의는 북원의 군대가 패전한 것을 듣고, 서둘러 직접 군을 이끌고 구원하러 온다. 반쯤 오는데, 갑자기 포성이 한차례 울리더 니, 양쪽에서 병사들이 험준한 지형에서 달려나오며, 함성이 땅을 뒤흔든다. 깃발에 크게, ‘한나라 장수 장익, 요화’ 라고 쓰였다. 사마의 가 이를 보고 크게 놀라고, 위나라 병사들도 허둥지둥 제각기 어지러이 달아난다.
길을 가다 신장神將을 만나 군량을 빼앗겼는데
기습하는 병사와 마주쳐 목숨도 위태롭구나
마침내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