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회
제27회 미염공이 필마단기로 천리를 달리며 다섯 관문을 돌파하고 여섯 장수를 참한다
한편, 조조의 부하 장수들 가운데 장요를 빼고도 서황이 운장과 교분이 두텁고, 나머지 모두도 존경하고 따랐다. 오로지 채양이 관공을 무시하다 이날 그가 떠난다 하자 추격하려 한 것이다. 조조가 말한다.
"옛 주공을 못 잊어 오고 감이 명백하니 참으로 대장부요. 그대들 모두 배워야 할 것이오."
채양을 꾸짖어 물리고, 추격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정욱이 말한다.
"승상께서 관 아무개를 매우 두텁게 대우했는데 이제 작별인사 없이 가고 어지러운 편지로써 드높은 위엄을 모독하니 그 죄 큽니다. 만약 그를 원소에게 귀순케 내버려두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입니다. 뒤쫓아 죽여 후환을 근절해야 합니다."
"내 이미 예전에 허락하고서 어찌 믿음을 저버리겠소? 그도 따로 그 주공을 위해서니 추격해선 안 되오."
그래서 장요에게 말한다.
"운장이 금은과 관인을 봉했다니 재물도 그 마음을 흔드는데 부족하고 벼슬도 그 뜻을 바꾸는데 부족했소. 이런 사람을 내가 매우 존경 하오. 그가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테니, 그에게 내 마음을 한번 전하고 싶소. 그대가 먼저 가서 그에게 멈추라 해서 나를 기다리게 하시오 . 내가 그를 배웅하고 노잣돈과 정포 征袍(전포/군복)를 줘서 뒷날 기념으로 삼고 싶소."
장요가 명을 받들어 홀로 말 몰아 먼저 간다. 조조가 수십 기를 이끌고 뒤따른다.
한편, 운장이 탄 적마(적토마)가 하루 천 리를 달려 원래 따라잡을 수 없다. 수레를 호송하느라 맘껏 내달리지 못하고 고삐를 늦춰 천천 히 간다. 갑자기 배후에서 누군가 크게 외친다.
"운장, 잠깐 걸음을 늦추십시오!"
머리 돌려 바라보니 장요가 박차를 가해 달려온다. 관공이 수레를 모는 종인에게 큰길 쪽만 보고 급행하도록 지시한다. 자기는 적토마를 세워 청룡도를 움켜쥐고 묻는다.
"문원이 설마 나를 뒤쫓는 것이오?"
"아닙니다. 형께서 먼 길을 떠나신다고 승상께서 오셔서 배웅하시고자 일부러 저더러 먼저 와서 태가 台駕 (귀하의 탈 것 또 귀하)를 멈 추기를 청하게 하셨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승상의 철기들이 몰려오는 즉시 죽기로 한바탕 싸울테요!"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바라보니, 조조가 수십 기를 이끌고 나는듯이 앞으로 달려온다. 배후에는 허저, 서황, 우금, 이전의 무리다.
관공이 다리 위에 칼을 비껴들고 서 있자 조조가 장수들에게 말고삐를 당겨 멈춰 좌우로 늘어서게 한다. 관공이 사람들이 무기를 들지 않은 걸 보고서야 방심(안심)한다. 조조가 말한다.
"운장은 왜 이리 급히 가시오?"
관공이 말 위에서 몸을 굽히며 답한다.
"제가 일찍이 승상께 아뢰었듯이 지금 옛 주공께서 하북에 계시기에 서둘러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차 찾아갔으나 만나뵐 수 없어 글을 남겨 작별을 고하고 금은과 관인을 봉해 승상께 돌려드렸습니다. 승상께서 예전 약속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가 천하로부터 신망을 얻고자 하거늘 어찌 앞에 한 말을 저버리겠소? 장군이 도중에 모자랄까봐 노잣돈을 가지고 배웅하러 왔소."
장수 하나가 말 위에서 황금 한 뭉치를 건네준다.
관공이 말한다.
"거듭 은사 恩賜를 받아 아직 재물이 남았습니다. 이 황금은 남겨서 장사들을 포상하십시오."
"단지 작은 보답으로 큰 공의 만분의 일이나 갚으려 하는데, 어찌 꼭 거절해야겠소?"
"제 보잘 것 없는 노고야 입에 올릴 게 못 됩니다."
조조가 웃는다.
"운장은 천하의 의로운 사람인데 내 박복해 머물게 하지 못하는 게 한스럽소. 비단 전포 한벌로써 작은 성의라도 보이고 싶소."
장수 하나를 말에서 내리게 하고 두손으로 전포를 바치게 한다. 운장이 혹시 변고가 있을까봐 말에서 내리지 않고 청룡도 끄트머리로 비 단 전포를 들어올려 걸치더니 말머리를 돌리며 고마움을 표한다.
"승상께서 하사하신 전포, 감사히 받겠습니다. 훗날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드디어 다리를 내려와 북쪽으로 떠난다.
허저가 말한다.
"저 자의 무례가 너무 심합니다. 어찌 잡아들이지 않으십니까?"
"그는 사람도 하나 말도 하나이고 우리는 수십여 사람인데 어찌 우리를 의심하지 않겠소? 내가 이미 말했듯이 뒤쫓아선 안 되오."
조조가 장수들을 이끌고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장을 생각하며 탄식을 멈추지 않는다.
조조가 돌아간 것이야 더 이상 말할 게 없겠고, 관공은 수레를 따라잡고자 약 30 리를 가도 수레가 안 보인다. 운장이 당황해 사방을 말 달려 찾는다. 그런데 산 위에서 누군가 높이 외친다.
"관 장군 멈추십시오!"
운장이 고개 들어 바라보니 어느 소년이 누런 두건에 비단 옷을 입고 창 들고 말 탔는데 말목 아래 수급 (자른 머리) 하나 걸려 있다. 보졸(보병) 백여 명을 거느리고 쏜살같이 달려온다. 관공이 묻는다.
"자네는 누군가?"
소년이 창을 놓고 말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절한다. 운장이 속임수일까봐 말 위에서 칼을 잡고 묻는다.
"장사는 성명이 어찌되는가?"
"저는 원래 양양 출신의 요화 '원검'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강호를 떠돌며 무리 오백여 인을 모아 도적질로 먹 고 살았습니다. 마침 제 동료 두원이란 자와 함께 하산해 순찰하다가 두 부인을 몰라뵙고 산으로 끌고왔습니다. 제가 종자들에게 물어 보고 바로 대한의 유황숙 어른의 부인이신 걸 알았습니다. 또한 장군께서 여기서 호송하신다기에 제가 즉시 하산시켜 드리려 했습니다만, 두원이 불손한 말을 내뱉어서 제가 죽였습니다. 지금 그 머리를 장군께 바쳐 죄를 청합니다."
"두 부인께서 어디 계신가?"
"지금 산중에 계십니다."
관공이 어서 산 밑으로 모셔 오라 한다. 얼마 뒤 백여 명이 수레를 빽빽히 호위해 온다.
관공이 말에서 내려 칼을 놓고 두 손 모아 인사하고 수레 앞에서 안부를 묻는다.
"두 형수께서 놀라지 않으셨습니까?"
"요장군이 보전하지 않았으면 벌써 두원에게 욕을 보았을 겁니다."
관공이 좌우에게 묻는다.
"요화가 어떻게 부인들을 구했는가?"
"두원이 끌고 가 산을 오른 뒤 요화에게 각각 한 명씩 아내로 삼자 하였습니다. 요화가 어떤 분들인지 묻고서 대단히 경배하였습니다. 두원이 따르지 않자 요화가 죽였습니다."
관공이 듣고서 요화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요화가 부하가 되어서 관공을 따르려 한다. 관공이 깊이 생각하더니 그가 황건의 잔당이라 아직 같이 갈 수 없다 여기고 사절한다. 요화가 다시 재물을 바치려 하지만 역시 받지 않는다. 요화가 작별인사를 올리고 무리를 이끌고 산중으로 돌아간다.
조조가 비단전포를 준 일을 운장이 두 형수에게 고하고 수레를 어서 몰도록 재촉한다. 저녁 무렵, 어느 장원에서 쉬게 된다. 주인이 나와서 맞이하는데 머리카락도 수염도 하얗다.
"장군의 성명이 어찌되십니까?"
관공이 예를 표하고 말한다.
"내 바로 유현덕의 아우 관아무개입니다."
"안량, 문추를 벤 관공 아니십니까?"
"그렇습니다."
노인이 크게 기뻐하고 장원에 불러들인다. 관공이 말한다.
"수레에 아직 부인 두 분께서 계십니다."
노인이 처와 딸을 시켜 맞이하게 한다.
두 부인이 당상에 오르자 관공이 두 부인 옆에 두 손 모아 선다. 노인이 관공에게 앉기를 청하자 관공이 말한다.
"형수들께서 계시는데 어찌 감히 앉겠습니까?"
그러자 노인이 처와 딸더러 두 부인을 내실로 모셔 환대하게 한다. 노인 스스로는 초당에서 관공을 환대한다. 관공이 노인의 성명을 묻 자 노인이 말한다.
"제 이름은 호화입니다. 환제 폐하 시절에 의랑을 지내다 사직하고 귀향했습니다. 지금 제 아들 호반은 영양태수 왕식의 부하로서 종사 벼슬을 하고 있습니다. 장군께서 여기에서 그곳을 통과하실 것이면 제가 서찰을 아들에게 보내겠습니다."
관공이 응낙한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두 형수를 수레에 모시고 호화의 서찰을 얻어 작별하고 낙양 쪽으로 길을 잡아 떠난다. 먼 저 당도한 첫번째 관문은 동령관이다. 관문을 지키는 장수는 성이 공, 이름이 유다. 5백 군을 이끌고 고갯마루에서 지키고 있었다. 그 날 관공이 수레를 호위해 고개를 오르자 병사들이 공유에게 알려 공유가 관문을 나와 맞이한다. 관공이 말에서 내려 공유와 인사를 나눈다. 공유가 말한다.
"장군은 어디로 가시오?"
"승상께 작별하고 하북의 형을 찾아가오."
"하북의 원소는 바로 승상의 적수인데 이렇게 가시려면 승상의 증빙 서류가 꼭 있어야 하오."
"갑자기 서둘러 오느라 미처 얻지 못했소."
"증빙 서류가 없다면, 제가 사람을 보내 승상께 여쭌 뒤라야 갈 수 있소."
"그걸 기다리다 내 일정이 망가질 것이오."
"법도를 따라야 하니, 이럴 수밖에 없소."
"네가 나를 통관시킬 수 없단 말인가?"
"네가 정말 가려거든, 식구들을 인질로 삼든가!"
관공이 크게 노해서 칼을 들어 공유를 죽이려 한다. 공유가 관문 안으로 물러나더니 북을 울려 병사들을 소집하고 갑옷을 걸쳐입고 말에 올라 관문 밖으로 쇄도하며 크게 꾸짖는다.
"네놈이 감히 통과할테냐!"
관공이 수레를 약간 물리고 칼을 움켜쥐고 말을 내달려 아무 말 없이 바로 공유에게 달려든다. 공유가 창을 꼬나쥐고 맞선다. 둘이 엇갈 리고 1합만에 무쇠칼을 휘두르자 공유가 죽어 말 아래 나뒹군다. 병사들이 급히 달아난다. 관공이 말한다.
"병사들은 멈추라! 공유를 어쩔 수 없이 죽였지만 너희는 상관 없다. 너희들이 내 대신 승상께, 공유가 나를 해치려 하기에 죽였다 전해드려라."
병사들이 말 앞에서 절한다. 관공이 즉시 두 부인을 수레에 모시고 관문을 나와 낙양 쪽으로 출발한다. 어느 병사가 낙양태수 한복에게 알려준다. 한복이 급히 장수들을 소집해 상의한다. 아장 (부장) 맹탄이 말한다.
"승상의 증빙 서류가 없다면 멋대로 통행하는 것인데, 만약 막지 않으면 반드시 죄책(처벌과 질책)이 있을 겁니다."
한복이 말한다.
"관공은 용맹해서 안량, 문추 모두 죽였소. 지금 힘으로 맞설 수 없으니 반드시 계책을 세워 잡아야 하오."
맹탄이 말한다.
"제게 계책이 있는데 먼저 녹각 (성벽에 딸린 방어시설)에서 관문 입구를 틀어막고 그가 오면 제가 병력을 이끌고 교전하다 거짓으로 패해 달아날테니 공께서 암전(숨어서 날리는 화살)을 쏘십시오. 관 아무개가 낙마하는 대로 잡아서 허도에 보내면 반드시 큰 상을 받을 겁 니다."
대책을 상의하는데 관공의 수레가 이미 도착했다 보고한다. 한복이 만궁 彎弓과 화살을 챙겨 1천 인마를 관문 입구에 배치하고서 묻는다 .
"오는 사람은 누구요?"
관공이 말 위에서 머리 숙여 말한다.
"나는 한수정후 관 아무개요. 길을 지나고자 하오."
"조 승상의 증빙 서류는 있소?"
"일을 서두르다 아직 얻지 못했소."
"내, 승상의 지엄한 명을 받들어 여기를 수비하고 있소. 왕래하는 간사한 세작(간첩)이 있을까 늘 자세히 검문하오. 증빙 서류가 없다면 도망가는 쥐새끼나 같소."
관공이 노한다.
"동령관의 공수가 이미 내게 죽었다. 너도 죽고 싶냐?"
한복이 말한다.
"누가 저놈을 잡아올테냐?"
맹탄이 출마해서 쌍칼을 휘두르며 관공에게 달려든다. 관공이 수레를 약간 물리고 박차를 가해 맞이한다. 맹탄이 3합을 안 넘기고 말을 돌려 달아난다. 관공이 뒤쫓는다. 맹탄이 관공을 유인할 생각뿐, 관공의 말이 얼마나 빠른지 모르고 금세 따라잡힌다. 한칼에 두 동강난 다.
관공이 말고삐를 당겨 돌아오자 한복이 순간 문 앞에서 힘껏 활을 당겨 화살을 날리니 관공 왼팔에 명중한다.관공이 입으로 화살을 뽑고 피가 멈추지 않지만 쏜살같이 한복에게 달려들며 병사들을 쫓아버린다. 한복이 미처 피하기 전 관공이 칼로 내리찍어 머리부터 어깨까지 쪼개져 말 아래 뒹군다. 관공이 병사들을 무찔러 쫓아내고 수레를 보호한다.
관공이 비단을 찢어 화살 맞은 상처를 싸매고 도중에 암산 暗算(몰래 사람을 해칠 흉계)이 두려워 오래 머물지 못하고 그날밤 사수관 쪽으로 간다. 사수관을 지키는 장수는 병주 사람으로 이름은 변희이다. 유성추(줄의 양쪽에 쇠덩이 등을 달아 던져서 공격하는 무기)를 잘 다루었다. 원래 황건적의 잔당으로 조조에게 귀순해서 관문 수비를 맡았다. 그날 관공이 올 것이라 듣고 계책을 깊이 생각한다. 관문 앞의 진국사에 도부수 2백여 인을 매복하고 관공을 진국사로 유인해서 술잔을 던지는 걸 신호로 덮치게 한다. 준비를 마치고 관문을 나와 관공을 영접한다. 변희가 나오자 관공이 말에서 내려 서로 인사한다. 변희가 말한다.
"장군의 명성, 천하를 흔드니 누군들 우러르지 않겠습니까? 이제 황숙을 찾아가신다니 충의를 알고도 남습니다."
관공이 공유, 한복을 참한 일을 이야기한다. 변희가 말한다.
"장군께서 그들을 죽여 마땅하십니다. 제가 승상께 대신 충곡 衷曲 (속사정, 속마음)을 아뢰겠습니다."
관공이 아주 기뻐하고 말을 타더니 함께 사수관을 지나서 진국사 앞에서 내린다. 중들이 종을 울리고 나와서 맞이한다. 원래 이곳 진국 사는 한나라 명제의 향화원 香火院 (개인이 지은 사찰)인데, 본사의 중들이 3천여 인이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관공과 같은 고향인데 법명이 보정이다.
보정이 사정을 알고 나와서 관공에게 합장하고 말한다.
"장군께서 포동을 떠나신지 몇년쨉니까?"
" 20년이 되오."
"그런데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고향을 떠난지 오래라 못 알아보겠소."
"저와 장군의 집안은 겨우 냇물 하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보정이 고향 사람끼리의 정을 나누는 것을 보고 변희가 누설될까봐 꾸짖는다.
"내가 장군을 연회에 청하려는데 너는 중놈이 어찌 말이 많냐!"
관공이 말한다.
"그렇지 않소. 고향 사람끼리 만나 어찌 옛정을 나누지 않겠소?"
보정이 관공을 방장(여기선 주지승의 거처) 안으로 청해서 차를 대접하려 한다. 관공이 말한다.
"두 분 부인께서 수레에 계신데 먼저 차를 바쳐야겠소."
보정이 먼저 부인들에게 차를 드리도록 지시한 뒤 관공을 방장 안으로 청한다. 보정이 손으로 자신이 차고 있던 계도 戒刀(중들이 차던 칼)를 가리키고 눈으로 관공을 바라본다. 관공이 알아차리고 좌우에게 칼을 가지고 바짝 붙어 다니게 명한다. 변희가 법당에 마련한 술 자리로 관공을 청하자 관공이 말한다.
"변 군이 관 아무개를 청한 것, 좋은 뜻이오? 아니면 나쁜 뜻이오?"
변희가 미처 답하지 못하는데 관공이 금세 벽의 壁衣 (벽을 가리고자 두르는 천) 안에 도부수들이 숨어 있는 걸 발견하고 변희를 크게 꾸짖는다.
"네놈이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어찌 이러냐!"
변희가 누설된 걸 알고 크게 외친다.
"처치하라!"
좌우에서 미처 손을 쓰기 전에 관공이 검을 뽑아 모두 베어버린다. 변희가 마루를 내려가 행랑을 돌아서 달아나자 관공이 검을 버리고 큰 칼(청룡도)을 쥐고 뒤쫓는다. 변희가 갑자기 관공에게 유성추를 날린다. 관공이 칼로 유성추를 쳐서 떨어뜨리고 쫓아들어가 한칼에 변희를 두 동강 낸다. 이어서 바로 몸을 돌려 두 형수를 찾아간다. 앞서 군인들이 수레를 에워싸고 있다가 관공이 다가오자 사방으로 달 아난다. 관공이 쫓아 흩어버리고 보정에게 고마워한다.
"법사가 아니었으면 도적놈에게 당했을 것이오."
"저는 여기에서 용납받기 어려워졌습니다. 옷과 바리를 수습해서 저 역시 다른 곳으로 운유(구름처럼 떠돌아 다님)하겠습니다. 다시 만 날 날이 있을 겁니다. 장군께서 보�� 保重(몸을 보살핌)하십시오."
관공이 감사를 표하고 수레를 호송해서 영양 쪽으로 출발한다. 영양태수 왕식은 한복과 사돈 사이다. 관공이 한복을 죽인 걸 듣고 관공 암살을 모의하고 사람들에게 관문 입구를 지켜 서게 한다. 관공의 도착을 기다려 왕식이 관문을 나가 기쁘고 즐거운 얼굴로 맞이한다. 관공이 형을 찾아가는 일을 이야기하자 왕식이 말한다.
"장군께서 길에서 말을 몰고 부인들께서도 수레를 타시느라 노곤하실테니 입성하셔서 관역에서 잠시 쉬어가시고 내일 길을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오."
왕식의 뜻이 매우 은근(여기서는 간절하다는 뜻)하자 관공이 두 형수를 모시고 입성한다. 관역 館驛에 모두 자리 잡는다. 왕식이 관공을 연회에 청하지만 관공이 사양하고 가지 않는다. 왕식이 사람을 시켜 관역에 술과 안주를 보낸다. 관공이 길을 가느라 힘드실테니 두 형 수에게 식사를 마치고 정방 正房 (전통가옥에서 정면에 위치한 방)에서 쉬시라 청한다. 종자들도 쉬게 하고 말들도 먹인다. 관공도 갑옷을 벗고 휴식한다.
한편, 왕식이 몰래 종사 호반을 불러 명령한다.
"관 아무개가 승상을 배반하고 달아나고 또한 도중에 태수와 관문 수비 장교들을 죽였으니 죽을 죄가 가볍지 않다! 그 자의 무예와 용맹, 맞서기 어렵다. 자네는 저녁에 1천 군을 뽑아 관역을 에워싸고 병사마다 횃불 하나씩 들고 3경까지 기다렸다 일제히 방화하라. 누구든 가리지 말고 모조리 불태워죽여라! 나 역시 스스로 군을 이끌고 접응하겠다."
호반이 명령대로 군을 뽑아 몰래 마른 섶 따위 인화물질을 관역 문 앞에 쌓아놓고 거사를 기다린다. 호반이 곰곰이 생각한다.
'내가 관공의 명성 들은지 오래나 어떤 모양인지 모르니 한번 가서 엿봐야겠다.'
관역 안을 가서 관역의 관리에게 묻는다.
"관장군께서 어디 계시오?"
"대청 위에서 책을 보시는 분이시오."
호반이 몰래 대청 앞을 가서 보니, 관공이 왼손으로 수염을 매만지며 등불 아래 탁자에 기대어 책을 읽는다. 호반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탄식한다.
"참으로 천인 天人이시구나!"
관공이 누구냐 묻는다. 호반이 들어가 절하며 말한다.
"영양태수의 부하, 종사 호반입니다."
"허도 성 밖에 사시는 호화의 아들 아니오?"
"그렇습니다."
관공이 종자더러 짐에서 서찰을 꺼내 호반에게 주도록 한다. 호반이 읽고 나서 탄식한다.
"하마터면 충량 忠良하신 분을 몰라뵙고 죽일 뻔했습니다."
곧 밀고한다.
"왕식이 나쁜 마음을 품고 장군을 해치려고 몰래 병사들로 관역의 사방을 포위하여 3경에 방화하려 합니다. 지금 제가 먼저 성문을 열어놓을테니, 장군께서 어서 챙겨서 출성하십시오."
관공이 크게 놀라 서둘러 갑옷과 칼을 챙겨 말을 타고 두 형수를 수레에 모신다. 일행 모두 관역을 나오니 과연 병사들이 각각 횃불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 관공이 급히 성 둘레로 가니, 벌써 성문이 열려 있다. 관공이 재촉해서 황급히 출성한다. 호반은 방화하러 되돌아간다. 관공의 행렬이 몇리 못 가, 배후에서 횃불로 비추며 병사들이 뒤쫓아온다. 선두의 왕식이 크게 외친다.
"관 아무개야! 거기 서라!"
관공이 말고삐를 돌려 크게 욕한다.
"필부놈아! 나와 원한이 없거늘 어째서 나를 불태워 죽이라고 했냐?"
왕식이 박차를 가해 관공에게 내닫지만 관공이 한칼에 허리를 베어 두 조각낸다. 병사들이 모두 달아난다. 관공이 재촉해서 수레를 급행시키며 호반에게 거듭 고마워한다.
행렬이 활주 滑州의 입구에 이르자 유연 劉延에게 보고된다. 유연이 수십 기를 이끌고 성곽을 나와 영접한다. 관공이 말 위에서 허리 숙 여 말한다.
"태수께서 그간 무양하셨소?"
"공께서 지금 어디로 가시려 하십니까?"
"승상께 작별하고 제 형을 찾아 가는 길이오."
"현덕이 원소 진영에 있고 원소는 승상의 원수인데 승상께서 어찌 공이 가시는 걸 용납하셨겠습니까?"
"지난번에 승상께서 좋다 하셨소."
"지금 황하의 나루터 입구를 하후돈의 부하 장수, 진기가 지키고 있습니다. 장군의 통과를 막을까 두렵습니다."
"태수께서 배를 내어주시는 건 어떻겠소?"
"배가 있더라도 내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내 예전에 안량, 문추를 베어서 족하께서 위기를 벗어났소. 이제 배 한 척 못 주겠다니 무슨 까닭이오?"
"하후돈이 알고 저를 틀림없이 처벌할까 두렵습니다."
유연을 보잘것 없는 인간이라 보고 관공이 스스로 수레를 재촉해 전진한다. 황하 나루터에 이르자 진기가 병사들을 이끌고 와서 묻는다.
"오는 사람은 누구요?"
"한수정후 관 아무개요."
"지금 어디로 가시오?"
"하북으로 가서 형장이신 유현덕을 찾으려 하니, 아무쪼록 건너게 해주시오."
"승상의 공문은 어디 있소?"
"승상의 승낙을 직접 받았는데 공문이라니?"
"내가 하후돈 장군의 군령을 받들어 관문을 지키고 있다. 네게 날개가 달렸을지라도 통과할 수 없다!"
관공이 크게 노한다.
"내가 길을 지나오다 가로막은 자들을 베어버린 것을 알고 있냐?"
"네가 이름없는 하급 장수들을 베었다고 감히 나를 죽이겠다고?"
관공이 노해서 말한다.
"너 따위를 안량, 문추에 비하겠냐?"
진기가 크게 노해서 말을 내달려 칼을 쥐고 관공에게 곧장 덤빈다. 두 말이 엇갈려 단지 1합, 관공이 칼을 휘두르자 진기의 머리가 땅에 구른다. 관공이 말한다.
"내게 맞선 자는 이미 죽었으니 나머지는 놀라 달아날 것 없다. 어서 배를 준비해서 도하할 수 있게 하라."
병사들이 급히 배를 강가에 댄다. 관공이 두 형수를 배에 모시고 황하를 건넌다. 황하를 건너면 바로 원소 땅이다. 관공이 다섯 관문을 지 나며 여섯 장수를 벤 것이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관인 官印, 금은 모두 봉해 승상에게 돌려주고 형을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나가네
타고가는 적토마 하루 천 리를 달리고 청룡도 비껴들고 다섯 관문을 지난다
놀라운 충성과 의리 온 우주에 가득차고 영웅은 이로부터 강산을 뒤흔드네
홀로 나아가며 장수들을 참해 적수가 없으니 고금에 시와 글을 남겨 전하리라
관공이 말 위에서 자탄한다.
"내가 지나오다 사람을 해치려 한 게 아니고 어쩌다 부득이했지만 조 공이 알면 반드시 나를 배은망덕한 사람이라 여기겠구나."
가고 있는데, 누군가 북쪽에서 말을 달려오며 크게 외친다.
"운장께서 잠시 멈추시오!"
관공이 말고삐를 잡고 바라보니 바로 손건이다.
"그대는 여남에서 헤어지고 여태 어찌 지냈는가?"
"유벽, 공도가 장군께서 회군하신 뒤 다시 여남을 빼앗았습니다. 저를 하북으로 보내 원소와 우호를 맺고 함께 조조를 깰 계책을 현덕께 청했습니다. 뜻밖에 하북의 장수와 선비들이 서로 시기했습니다. 전풍은 아직 옥중에 있고, 저수는 쫓겨나서 쓰이지 않습니다. 심배, 곽 도는 각자 권력을 다툽니다. 원소는 의심이 많고 주장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제가 황숙과 상의해 먼저 탈출할 계책을 구했습니다.
지금 황숙께서 벌써 여남으로 유벽과 회합하러 떠나셨습니다. 장군께서 모르시고 원소에게 가셨다가 해를 입으실까 두려워 특별히 저를 보내 길에서 맞이해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다행히 이렇게 만났습니다. 장군께서 어서 여남으로 가셔서 황숙을 만나십시오."
관공이 손건더러 두 부인께 인사드리라 한다. 부인들이 동정을 묻자 손건이 자세히 이야기한다.
"원소가 두번이나 황숙을 베려 했으나 다행히 벗어나 여남으로 떠나셨습니다. 부인들께서 거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두 부인 모두 얼굴을 가리고 눈물 흘린다. 관공이 손건의 말을 따라, 하북으로 가지 않고 곧장 여남으로 간다.
가고 있는데 뒤에서 먼지가 자욱히 일어나고 한 무리 인마 人馬들이 뒤쫓아온다. 선두의 하후돈이 크게 외친다.
"관 아무개야! 거기 서라!"
여섯 장수가 막아서다 헛되이 죽었는데
1군이 길을 막고 다시 싸우려 하네
과연 관공은 어찌 벗어날까?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