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29회 소패왕이 분노하여 우길을 참하고 푸른눈의 젊은이가 강동을 물려받는다

    한편, 손책이 스스로 강동을 제패해 병력이 정예하고 식량이 넉넉하다. 건안4년 여강을 습격해 얻어 유훈을 무찌른다. 우번을 시켜 예장에 공문을 보내 예장태수 화음이 투항한다. 이로부터 위세를 크게 떨쳐 장굉을 허창으로 보내 표를 올려 승첩을 아뢴다. 조조가 손책의 강성을 알아 탄식한다.

    "사아 獅兒(사�� 같은 사람. 일세의 호걸)와 싸우기 어렵겠구나!"

    조인의 딸을 손책의 어린 아우 손광에게 시집보내 양가를 혼인으로 맺는다. 장굉은 허창에 머물게 한다. 손책이 대사마 벼슬을 원하나 조조가 불허한다. 손책이 원망해 늘 허도를 습격하려 마음먹는다. 이에 오군태수 허공이 허도에 몰래 사람을 보내 조조에게 글을 바친다 . 요약하면 이렇다.

    "손책이 용맹해 항적(항우)과 닮았습니다. 조정에서 겉으로 매우 후대해 서울로 불러들이십시오. 지방에 머물게 해서 후환이 되게 해선 안 됩니다."

    사자가 글을 가져 강을 건너다 강을 지키던 장병들에게 잡혀 손책에게 압송된다. 손책이 글을 읽어 크게 노해 사자를 목벤다. 사람을 보 내 의논할 게 있다 속여 허공을 부른다. 허공이 도착, 손책이 글을 꺼내 보이고 꾸짖는다.

    "네가 나를 죽을 곳으로 보낼 셈이냐!"

    무사들에게 명해 목졸라 죽인다. 허공이 식구가 모두 달아난다. 허공의 식객 세 사람이 복수를 꾀하나 방법이 없어 한스러웠다. 하루는 손책이 병사들을 이끌고 단도의 서쪽 산에서 사냥한다. 큰 사슴을 쫓아 손책이 말달려 산을 올라 뒤쫓는다.

    뒤쫓는데 수풀 속에 세 사람이 창과 활을 들고 서 있다. 손책이 말고삐를 잡아 묻는다.

    "너희는 누구냐?"

    "한당의 병사들입니다. 여기서 사슴을 쏩니다."

    손책이 이제 말을 몰아 가려는데 한 사람이 창으로 손책의 왼쪽 허벅지를 찌른다. 손책이 크게 놀라 급히 말위에서 검으로 베어버리려 하나 칼날이 갑자기 빠져 칼자루만 손에 쥔다. 한 사람이 어느새 화살을 쏴 손책의 뺨을 명중한다. 손책이 바로 화살을 뽑고 활을 집어들어 그사람에게 반격해 활시위 소리와 함께 쓰러뜨린다. 다른 두 사람이 창을 치켜들어 손책을 마구 찔러오며 크게 외친다.

    "우리는 허공의 식객들이다. 주인의 복수를 하러 왔을 뿐이다!"

    손책이 별다른 무기가 없어 오로지 활을 휘둘러 막아가며 내빼려 한다. 두 사람이 죽기살기로 물러나지 않는다. 손책이 몇군데 찔리고 말도 부상한다.

    이렇게 위급한데 정보가 몇 사람을 이끌고 다다른다. 손책이, 도적들을 죽여라! 라고 크게 외친다. 정보가 사람들을 데리고 우르르 올라 와 허공의 식객들을 난자한다. 손책을 살펴보니 온얼굴에 피가 흘러 상처가 심각하다. 옷을 잘라 상처를 싸매어 구하고 오회 吳會로 돌 아가 치료한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허공의 세 식객을 기렸다.

    손랑의 지혜와 용맹 강가에 가득하나 산속에서 위기를 만나구나
    허공의 식객 세사람 의리에 죽어 옛날 예양의 살신도 놀랍지 않네

    한편, 손책이 상처 입어 돌아와 사람을 보내 화타에게 치료를 청한다. 뜻밖에 화타가 중원으로 가고 없고 다만 제자가 '오'에 있기에 제자를 불러서 치료한다. 제자가 말한다.

    "화살에 독이 발라져 뼛속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반드시 백일간 정양해야 걱정없습니다. 노기가 치솟으면 상처가 낫기 어렵습니다."

    손책의 사람됨이 몹시 성급해 즉시 바로 낫지 않는다 원망한다. 스무날 남짓 쉬었는데 장굉이 허창에서 사자를 보냈기에 손책이 불러 물으니 사자가 말한다.

    "조조가 주공을 몹시 두려워하고 부하 모사들도 존경합니다. 다만 곽가가 굽히지 않습니다."

    "곽가가 뭐라 하던가?"

    사자가 감히 말하지 못한다. 손책이 노해 다그치자 어쩌지 못해 사실을 고한다.

    "곽가가 일찍이 조조에게, 주공께서 손책을 두려워할 게 못됩니다, 경망스럽고 준비가 부족한데다 성급하고 무모하니 필부의 용기를 가졌을 뿐이라 언젠가 하찮은 자들에게 죽습니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손책이 듣고 크게 노한다.

    "필부 따위가 어찌 나를 헤아리겠냐! 내 맹세코 허창을 치리라!"

    상처가 낫기를 기다리지 않고 출병을 상의하려 한다. 장소가 간언한다.

    "의자가 주공에게 백일간 움직이지 말라 했습니다. 지금 한때의 분노로써 만승의 몸을 함부로하시겠습니까?"

    이야기 중에 원소가 보낸 사자 진진이 도착한다. 손책이 불러 묻는다. 진진이 원소는 동오와 맺어 바깥에서 접응해 함께 조조를 치 려 한다 두루 이야기한다. 손책이 크게 기뻐해 그날 바로 장수들을 성루 위에 모아 연회를 베풀어 진진을 환대한다. 술을 한참 마시는데장수들끼리 서로 귓속말을 하더니 분분히 성루를 내려간다. 손책이 이상히 여겨 까닭을 물었다. 좌우에서 말한다.

    "우신선이란 분이 지금 성루 아래를 지나가니 장수들이 절을 올리려 가는 것이지요."

    손책이 일어나 난간에 기대 바라본다. 어떤 도인이 학창(학의 깃털로 만든 옷)을 입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어 그길에 서 있고 백성들이 모두 향을 살라 길에 엎드려 절한다. 손책이 노해 말한다.

    "어떤 요사한 놈인가? 어서 내게 잡아와라!"

    좌우에서 말한다.

    "이분의 이름은 우길입니다. 동쪽에 살면서 '오'와 '회'를 왕래합니다. 널리 부적 태운 물을 베푸셔 사람들의 온갖 병을 치료하셔 낫지 않는 게 없 습니다. 세상에서 신선이라 불러 함부로 모독할 수 없습니다."

    손책이 더욱 노해 꾸짖어 명한다.

    "어서어서 잡아와라! 어기면 참한다!"

    좌우에서 어쩌지 못해 성루를 내려가 우길을 묶어 성루에 데려온다. 손책이 꾸짖는다.

    "미친 도사놈아! 어찌 인심을 현혹하냐!"

    "저는 바로 낭야궁의 도사입니다. 순제 시절에 일찍이 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다 어떤 신령스런 책을 물 위에서 얻었습니다. 책이름은 태 평천령도, 백권 남짓 모두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할 방술이었습니다. 제가 그책을 얻어 오로지 하늘을 대신해 널리 교화하고 만백성을 구 제하였습니다. 아직 털끝만치 백성들의 재물을 취하지 않았는데 어찌 인심을 현혹했다 하십니까?"

    "털끝도 취하지 않았다면 옷이며 음식을 어디서 얻었냐? 네놈이 바로 황건적 장각의 무리구나. 지금 처형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후환이 되겠다!"

    좌우에게 소리쳐 참하라 한다. 장소가 간언한다.

    "우 도인은 강동에 수십년 살아 아무 잘못이 없어 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요사한 놈을 내가 죽인들 개돼지를 죽이는 것과 뭣이 다르리!"

    관리들 모두 애써 간언하고 진진도 역시 권한다. 손책의 노여움이 삭지 않아 우길을 하옥하라 한다. 관리들이 모두 돌아가고 진진도 관 역으로 돌아가 쉰다. 손책이 부중으로 돌아가자마자 어느 내시가 이야기를 전해 손책의 어머니 오태부인이 그일을 알게 된다. 오태부인 이 손책을 후당으로 불러들여 말한다.

    "내가 듣자니 네가 우 신선을 하옥했더구나. 이분은 일찍이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 군민들이 경애하니 해쳐선 안 된다."

    "그자는 요사한 놈입니다. 요술로 사람들을 현혹해 없애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태부인이 풀어주라 거듭 권해 손책이 말한다.

    "어머니께서 바깥의 망언을 듣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나가더니 옥리를 불러 우길을 문초하게 끌고오라 한다. 원래 옥리들 모두 우길을 신봉해 옥중에서 우길의 칼과 자물쇠를 모조리 풀어놓았다. 손책이 불러서야 칼과 자물쇠를 채워 나온다.

    손책이 그걸 알고 크게 노해 옥리를 질책해 다시 형구를 채워 하옥한다. 장소 등 수십 사람이 연명장을 돌려 손책에게 우 신선을 보호하 기를 간청한다. 손책이 말한다.

    "그대들 모두 독서하는 사람들인데 어찌 이치를 모르오? 예전에 교주에서 자사 벼슬을 하던 장진이라는 사람이 사악한 종교를 믿고 받아들여 거문고를 연주하고 향을 살라 늘 붉은 머리띠를 둘러 출전하는 위세를 돋운다 하더니 그뒤 결국 적군들에게 죽고 말았소. 이런 일은 정말 무익한데 여러분들이 깨닫지 못했을 뿐이오. 내가 우길을 죽이려 하는 것은 바로 사악한 종교를 금하고 미신을 깨기 위해서요 ."

    여범이 말한다.

    "제가 평소 알기에 우 도사께서 비바람을 부를 수 있습니다. 지금 가뭄인데 그에게 명해 비를 부르면 죄를 사해 주는 게 어떻습니까?"

    "내가 그 요사한 놈이 어찌하나 보겠소."

    우길이 명을 받아 즉시 목욕해 옷을 갈아입고 뜨거운 햇볕 아래 스스로 결박한다. 백성들이 구경해 길거리를 가득 메운다. 우길이 사람 들에게 말한다.

    "내가 3척의 단비를 불러 만백성을 구원하겠지만 결국 나는 죽음을 면치 못하겠소."

    사람들이 말한다.

    "영험을 보고 주공께서 틀림없이 공경하십니다."

    "운수가 이러하니 아무래도 벗어나기 어렵겠소."

    잠시후 손책이 직접 제단에 이르러, 만약 오시에 비가 안 내리면 즉시 우길을 불사르라, 라고 명한다. 먼저 사람들에게 명해 마른 장작을 쌓아 기다린다. 오시 직전 광풍이 몰아친다. 바람이 불고 사방에서 먹구름이 몰려든다. 손책이 말한다.

    "이미 오시에 가까워 단지 먹구름뿐이고 단비는 없으니 정말 요사한 놈이다!"

    좌우를 꾸짖어 우길을 장작더미 위에 들어올리게 한다. 사방을 불붙여 불꽃이 바람을 따라 치솟는다. 갑자기 한줄기 검은 연기가 상공에 가득하고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천둥번개가 일제히 쳐서 큰비가 퍼붓는다. 순식간에 길거리가 강물 같고 냇물들이 모두 넘쳐 3척은 되고 남을 단비가 내린다. 장작더미 위 우길이 누워 하늘을 우러러 크게 소리지르자 구름이 사라지고 비가 멎어 다시 태양이 빛난다.

    이에 관리와 백성들이 함께 우길을 장작더미 아래로 부축해 내려 결박을 풀어 거듭 절하고 칭송한다. 관민들이 물속에서 모두 머리를 조 아려 옷이 젖는걸 돌보지 않는 걸 본 손책이 다시 발끈해 크게 노해 꾸짖는다.

    "날이 맑거나 비오거나 모두 천지의 법칙이다. 요사한 놈이 어쩌다 맞춘 걸 너희는 어찌 이다지 혹란하냐!"

    보검을 뽑아 좌우에게 명해 우길을 죽여버리라 한다. 관리들이 힘껏 간언한다. 손책이 노해 말한다.

    "너희들 모두 우길을 따라 반역할테냐!"

    관리들이 감히 두말하지 못한다. 손책이 꾸짖어 무사가 우길을 한칼에 베어 그 머리가 땅에 떨어진다. 그런데 한줄기 푸른 기운이 피어올라 동북으로 가버린다. 손책이 그 시신을 저잣거리에 호령해 요망한 죄를 바로잡고자 한다.

    그날밤 비바람이 섞어 치고 새벽에 이르러 우길의 시체가 사라졌다. 시체를 지키던 병사가 손책에게 알린다. 손책이 노해 시체를 지킨 병사를 죽이려 한다. 갑자기 한사람이 나타나 당앞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오는 걸 바라보니 바로 우길이다. 손책이 크게 노해 검을 뽑아 베려다가 갑자기 혼절한다. 좌우에서 급히 구해 안으로 들여서 눕히니 잠시뒤 깨어난다. 오태부인이 들어와 병세를 살펴 손책에게 말한다.

    "네가 신선을 억지로 죽여 이런 재앙을 부는구나."

    손책이 웃는다.

    "제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출정해 살인을 베자르듯하였지만 일찍이 화를 입은 적이 있었습니까? 지금 요망한 놈을 죽여 바로 큰 재앙을 끊었는데 어찌 도리어 제게 재앙이겠습니까?"

    "네가 믿지 않아 이 지경이구나. 지금 재앙을 풀어달라 기도하거라."

    "제 목숨은 하늘에 달려 요망한 놈이 결코 재앙을 줄 수 없는데 하필 기도라니요?"

    애써 권해도 불신하자 오태부인이 직접 좌우에게 명해 몰래 재앙을 풀어달라 기도한다.

    이날밤 3경 손책이 집안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몰아쳐 등불이 깜빡인다. 등잔 그림자 아래 우길이 서 있다. 손책이 크게 꾸짖는다.

    "내가 평소 요망한 것들을 처단해 천하를 평정할 걸 다짐했다! 네 벌써 저승의 귀신인데 어찌 내게 나타났냐!"

    침대머리의 검을 집어던지자 갑자기 사라진다. 오태부인이 그일을 전해들어 무척 속상하다. 이에 손책이 병든 몸을 겨우 이끌고 가서 어 머니의 마음을 풀려한다. 어머니가 손책에게 말한다.

    "성인(공자)께서, 귀신이 가진 덕은 참으로 크구나! 라고 말씀하셨고 또한, 위아래 천지신명께 기도한다, 라고 일러 믿지 않을 수 없다. 네가 우 선생을 억지로 죽여 어찌 보응(인과응보)이 없겠냐? 내가 벌써 사람들에게 명해 고을의 옥청관에 제단을 쌓았다. 네가 직접 가서 기도하면 절로 평온해질 것이다."

    손책이 어머니 명을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가마를 타고 옥청관에 이르렀다. 도사가 맞아들여 손책에게 분향을 청한다. 손책이 분향하나 사죄하지 않는다. 갑자기 향로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흩어지지 않아 마치 수레덮개 같고 그위에 우길이 단정히 앉아 있다. 손책이 노해 침을 뱉고 욕한다. 그 건물을 급히 빠져나오나 또 우길이 문앞에 서서 성난 눈으로 손책을 노려본다. 손책이 좌우를 돌아보며 말한다.

    "너희에게도 요괴가 보이냐? 안 보이냐?"

    "안 보입니다."

    손책이 더욱 노해 검을 뽑아 우길에게 던지지만 다른 사람이 맞아 쓰러진다. 모두 바라보니 바로 우길을 처형하는 걸 도운 졸병이다. 검 이 머리를 쪼개 들어가 몸의 일곱구멍에서 피를 흘려 죽었다. 손책이 실어내어 장례지내게 한다.

    옥청관을 나서자 또 우길이 문으로 달려 들어온다. 손책이 말한다.

    "여기도 요괴 소굴이구나!"

    옥청관 앞에 앉아 무사 오백명에게 그곳을 부숴버리라 한다. 무사들이 지붕에 올라 기왓장을 뜯어내려는데 우길이 지붕 위에 나타나 기 왓장을 던져 날린다. 손책이 크게 노해 옥청관 도사들을 내쫓아 건물을 불살라 없애게 한다. 불길이 치솟자 다시 우길이 불꽃속에서 나 타난다. 손책이 노해 부중으로 돌아가도 우길이 문앞에 서 있다. 이에 손책이 들어가지 않고 삼군을 점호해 성밖으로 나가 주둔한다. 장수들을 불러모아, 출병해 원소를 도와 조조를 칠 걸 상의한다. 장수들 모두 말한다.

    "주공의 옥체가 편찮아 아직 함부로 출병할 수 없습니다. 다 낫고 출병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날밤 손책이 영채 안에서 자는데 다시 머리를 풀어헤친 우길이 다가온다. 손책이 장막 안에서 쉼없이 꾸짖는다. 이튿날 오태부인이 명 해 손책을 부중으로 부른다. 손책이 돌아가 어머니를 만난다. 오태부인이 손책의 형색이 초췌해 울며 말한다.

    "네 모습이 형편없구나!"

    손책이 즉시 거울을 본다. 과연 형색이 잔뜩 망가져 저도 모르게 놀라 좌우를 돌아보며 말한다.

    "내가 어찌 이다지도 초췌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우길이 거울 안에 보인다. 손책이 거울을 빡! 하고 부수며 크게 비명을 지르자 금창(창칼이 입힌 상처)들이 한꺼번에 터져 혼절한다. 오태부인이 명해 손책을 안으로 들여 눕힌다. 잠시뒤 깨어나 자탄한다.

    "내 되살아날 수 없겠구나!"

    장소 등 신하들과 아우 손권을 병석으로 불러 부탁한다.

    "천하가 지금 어지럽지만 오월의 사람들과 삼강 三江의 확고한 기반으로 대업을 이룰 만하오. 자포와 여러분은 부디 제 아우 손권을 잘 보필해주시기 바라오."

    인수 印綬를 손권에게 주며 말한다.

    "강동의 사람들을 총동원해 전쟁을 해 기회를 포착해 천하에서 승부를 내는 것은 그대가 나보다 못하오. 현명하고 재능있는 인재들을 뽑아써서 힘껏 강동을 지키는 것은 내가 그대보다 못하오. 그대는 마땅히 아버지와 형의 창업의 간난을 생각해 부디 스스로 도모하시 오."

    손권이 크게 울며 고개 숙여 인수를 받는다. 손책이 어머니에게 고한다.

    "제가 이미 천수를 다해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제 인수를 아우에게 넘겨줬으니 어머니께서 아침저녁으로 가르쳐주십시오 . 옛부터 알고지낸 사람들을 부디 소홀히 대해선 안 됩니다."

    어머니가 울며 말한다.

    "네 아우가 어려 대사를 감당할까 걱정인데 어떻게 해야겠냐?"

    "아우의 재주가 저보다 열배 나아 대임을 맡을 만합습니다. 내부의 일을 결단할 수 없으면 장소에게 묻고, 외부의 일을 결단할 수 없으면 주유에게 물어야 합니다. 주유가 여기 없어 얼굴을 맞대고 부탁할 수 없어 한스럽습니다!"

    또한 다른 아우들을 불러 부탁한다.

    "내가 죽은 뒤 너희는 함께 중모(손권)를 보필하라. 종족 가운데 감히 다른 마음을 가지는 자는 모두 함께 처단하라. 골육이 반역하면 조 상의 무덤에 안장할 수 없다."

    아우들이 울며 명을 받든다. 아내 교부인도 불러 말한다.

    "내가 그대와 불행히 도중에 헤어지오. 그대는 반드시 존고(시어머니)를 받들어 효도를 다하시오. 조만간 처제가 들어오면 주랑(주유) 에게 보내 그가 온맘으로 내 아우를 보필하게 하고 나와 평소 알고 지낸 친분을 저버리지 않게 하시오."

    손책이 말을 마치더니 눈을 감고 죽는다. 겨우 스물여섯살이었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홀로 동남 땅에서 싸워 소패왕이라 불리고
    호랑이처럼 웅크려 노리다가 매처럼 덮쳤네
    삼강을 평정해 그 이름 사해에 퍼지고
    큰일을 남기고 죽으며 오로지 주랑만 바라봤다

    손책이 죽자 손권이 침상 앞에서 울어 쓰러진다. 장소가 말한다.

    "지금 장군께서 우실 때가 아닙니다. 장례 준비를 하는 한편으로 나라와 군사의 큰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에 손권이 눈물을 거둔다. 장소가 손정더러 장례를 준비하게 하고 손권에게 청해 밖으로 나가 문무관리들의 하례를 받는다. 손권은 생긴 게 사각턱에 큰 입, 푸룬 눈에 보랏빛 수염이다. 예전에 한나라 사신 유완이 오 땅에 들어와 손씨 집안의 곤중(형제)들을 보고 남에 게 말했다.

    "네가 손씨 형제를 두루 보았는데 비록 각각 재기가 뛰어나지만 복록과 수명을 다하지 못했소. 오로지 중모가 생김새가 남달리 웅위하고 골격이 비상하니 크게 귀해질 징표이고 장수를 누려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 없을 것이오."

    한편, 당시 손권이 손책의 유명을 이어받아 강동을 장악한다. 아직 정리하지 못했는데 주유가 직접 파구에서 병력을 거느리고 '오'로 돌아온다고 한다. 손권이 말한다.

    "공근(주유)이 돌아오니 내가 이제 걱정이 없게 됐소."

    원래 주유는 파구를 지키다 손책이 화살을 맞은 것을 듣고 문병하러 오고 있었다. 오군에 이를 즈음 손책의 사망을 알아 문상하러 그날밤 달려왔다. 오자마자 주유가 손책의 널 앞에서 울며 절한다. 오태부인이 나와 손책의 유언을 주유에게 전한다. 주유가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한다.

    "감히 견마지로를 다하지 못할 것이면 따라 죽겠습니다!"

    잠시뒤 손권이 들어온다. 주유가 인사를 마쳐 손권이 말한다.

    "공께서 형의 유명을 잊지 마시기 바라오."

    주유가 머리를 조아려 말한다.

    "간과 뇌가 터져 길을 덮더라도 저를 알아주신 은혜를 갚겠습니다."

    "지금 부형의 유업을 이어받아 무슨 계책으로 지켜야겠소?"

    "예로부터, 인재를 얻으면 일어나고, 인재를 잃으면 망한다, 라고 한 걸 지금 계책으로 삼아야 합니다. 고명하고 식견이 높은 사람을 얻어 보필하게 하여야 강동을 평정합니다."

    "돌아가신 형께서 내사는 자포에게 맡기고 외사는 모두 공근에게 의지하라 하셨소."

    "자포는 현명하고 통달해 큰 임무를 맡길 만합니다. 저는 재주 없어 맡기신 중임을 감당할까 걱정이라 한사람을 천거해 장군을 보필하 게 해주십시오."

    손권이 누구요? 라고 묻자 주유가 말한다.

    "노숙 '자경'입니다. 임회 동천 출신입니다. 가슴에 육도삼략을 품고 뱃속에 기모를 숨기고 있습니다. 어려서 아버지 를 여의고 어머니를 모셔 지극히 효성스럽습니다. 그 집안이 매우 부유해 일찍이 재산을 풀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였습니다. 제가 거소의 장이었을때 수백인을 거느려 임회를 지나다 식량이 모자랐습니다. 노숙의 집안에 곳간이 둘인데 각각 식량이 삼천 곡 斛(열말)이라 전해들어 도와달라 찾아갔습니다. 노숙이 즉시 곳간 하나째 주라고 했습니다. 평소 격검과 기사(기마궁술)를 즐기며 곡아에 살았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동성으로 무덤을 옮겼습니다. 그의 친구 유자양이 그를 데리고 소호의 정보에게 넘어가려 했으나 노숙이 아직 망서려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주공께서 어서 불러와야 합니다."

    손권이 크게 기뻐해 즉시 주유를 보내어 초빙한다. 주유가 명을 받아 몸소 노숙을 만나 인사를 마쳐 노숙에게 손권의 그리워하는 뜻을 두루 이야기한다. 노숙이 말한다.

    "요새 유자양이 저와 함께 소호로 가자 하기에 가려던 참입니다."

    "예전에 마원 장군이 광무제에게, 지금 세상에서 임금이 신하를 고를 뿐 아니라 신하 역시 임금을 고릅니다, 라고 말씀드렸소. 지금 내가 모시는 손장군께서 현명한 사람들을 가까이하고 선비들을 예우하고, 비상한 사람들을 채용하는데 이것은 세상에 드문 일입니다. 족하께서 유자양의 계획을 따르지 마시고 나와 함께 동오로 가시는 게 옳소."

    노숙이 그말을 따라 주유와 함께 손권을 찾아간다. 손권이 매우 떠받들고 함께 담론하면서 하루종일 지루한 줄 모른다.

    하루는 관리들이 모두 돌아가고 손권이 노숙을 남겨 함께 음주해 밤이 되자 같은 침대에 누워 잔다. 한밤에 손권이 노숙에게 말한다.

    "지금 한실이 기울어 위태롭고 사방이 혼란하오. 나는 부형의 유업을 이어받아서 옛날 제나라 환공과 진나라 문공처럼 패업을 이루려 하는데 그대는 무엇을 깨우쳐주겠소?"

    "예전에 한고조께서 의제를 떠받들며 자리를 빼앗지 않은 건 결국 항우가 의제를 해칠 것이라 생각해서였습니다. 지금 조조를 항우에 견줄 만한데 장군께서 어떻게 환공이나 문공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제가 헤아려보니 한실을 부흥할 수도, 조조를 금세 제거할 수도 없습니다. 장군을 위한 계책은 오로지 강동을 취해 정족지세(세발 달린 솥처럼 천하를 3분하는 것)를 이뤄 천하정세를 살피는 것입니다. 지금 북방이 복잡한 틈에 황조를 뿌리뽑고 나아가 유표를 토벌해 마침내 장강 일대를 점거해 지켜야 합니다. 그뒤 제왕에 즉위해 천하를 도모하는 것이 고조황제의 위업과 같습니다."

    손권이 듣고 크게 기뻐해 옷을 갖춰입고 일어나 사례한다. 다음날 노숙에 후하게 포상하고 아울러 의복, 휘장 등을 노숙의 어머니에게 내린다. 노숙이 한사람을 천거해 손권을 만나게 한다. 이 사람은 널리 배우고 재주 많고 어머니를 모셔 지극히 효성스럽다. 그가 제갈근 '자유'이고 낭야 남양 출신이다. 손권이 그를 상빈으로 삼는다. 제갈근이 손권에게, 원소와 통하지 말고 조조를 따른 뒤 기회를 봐서 도모하라 권한다. 손권이 그말을 따라 진진을 돌려보내며 글을 전해 원소와 절교한다.

    한편, 조조가 손책의 사망을 전해듣고 군을 일으켜 강남을 삼키려 한다. 시어사 장굉이 간언한다.

    "남의 초상을 틈타 정벌하는 건 의로운 행동이 아닙니다. 만약 이기지 못하면 좋은 사이가 원수가 됩니다. 좋게 대우하는 게 낫습니다."

    조조가 그렇게 여겨 곧바로 표를 올려 손권을 장군으로 봉하고 아울러 회계태수를 맡게 한다. 곧이어 장굉을 회계 땅의 도위로 삼아 관인을 갖고 강동으로 보낸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고 장굉을 '오'로 불러와 장소와 더불어 정사를 다스리게 한다. 장굉이 다시 한 사람을 손권에게 천거한다. 이 사람은 고유 '원탄'인데 중랑 채옹의 제자다. 사람됨이 말수가 적고 음주하지 않고 엄격하고 공명정대하다. 손권이 승 丞으로 임명해 태수의 사무를 보게 한다. 이로부터 손권의 위세가 강동을 흔들고 민심을 크게 얻는다.

    한편, 진진이 원소에게 돌아가 두루 이야기한다.

    "손책은 이미 죽고 손권이 이어받았습니다. 조조가 그를 장군으로 봉해 바깥에서 접응하게 하였습니다."

    원소가 크게 노해 드디어 기주, 청주, 유주, 병주의 인마 70만 남짓으로 허창을 다시 공격하려 한다.

    강남에서 싸움을 쉬자 기주 북쪽에서 싸움을 다시 일으키구나.

    승부가 어찌될지 모르겠다. 다음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