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52회 제갈량이 지혜롭게 노숙을 설득하고 조자룡이 계책으로 계양을 빼앗는다

    한편 주유 周瑜는 공명 孔明이 남군 南郡을 습격한 것을 안데다, 그가 형양 荊襄을 습격한 것을 들었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노 여움으로 화살 맞은 상처가 도져, 한참 지나 깨어난다. 장수들이 거듭 노여움을 풀기를 권하자, 주유가 말한다.

    "제갈 촌뜨기를 죽이지 못하면, 어찌 내 심중의 원기 怨氣를 삭히겠소? 정덕모 程德謀께서 나를 도와 남군을 쳐서, 반드시 빼앗아 동오 東吳에 귀속해야 하오."

    의논하고 있는데, 노숙 魯肅이 온다. 주유가 그에게 말한다.

    "내가 군을 일으켜 유비 劉備, 제갈량 諸葛亮과 자웅을 겨뤄, 성지 城池를 다시 빼앗고 싶소. 자경 子敬께서 아무쪼록 나를 도와주시오."

    "불가하오. 방금 조조 曹操와 대치하여, 아직 성패가 가려지지 않았소. 주공께서 합비 合淝를 쳐서 아직 함락하지 못하고 계시오. 만약 우 리가 서로 집어삼키려 하다가, 조조 병력이 빈 틈을 타서 온다면, 그 형세가 위급할 것이오. 하물며 유현덕 劉玄德은 예전에는 조조와 서 로 교분이 두터운 적이 있었는데, 만약 핍박 받아 다급해져, 그 성지를 조조에게 바치고, 함께 동오를 친다면, 그일을 어찌하겠소?"

    "우리가 계책을 쓰고, 병마를 잃고, 전량을 소비하였는데, 그들이 가로채려 하니, 어찌 한스럽지 않겠소!"

    "공근 公瑾! 우선 참으시오. 제가 직접 현덕을 만나, 이치로써 설득하겠소. 만약 설득해도 통하지 않으면, 그때 병력을 움직여도 늦지 않 소."

    장수들이 말한다.

    "자경의 말씀이 몹시 훌륭합니다."

    이에 노숙 魯肅이 종자들을 이끌고 남군으로 질러가, 성 아래 이르러 문을 열라 외친다. 조운 趙雲이 나와 묻자, 노숙이 말한다.

    "내가 현덕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소."

    "제 주께서 군사 軍師와 더불어 형주 荊州 성중에 계시오."

    노숙이 결국 남군에 들어가지 못하고, 형주로 서둘러 간다. 바라보니 정기들이 정렬하고, 군세와 위용이 심히 성대한지라, 노숙이 속으 로 감탄한다.

    '공명은 참으로 비상한 사람이구나!'

    병사가 보고하러 성중으로 들어가, 노자경이 만나러 한다고 말하자, 공명이 명해 성문을 활짝 열어, 노숙을 영접해 관아로 들어간다. 인사를 마쳐, 주인과 손님으로 나눠 앉는다. 차를 마시고, 노숙이 말한다.

    "저희 주, 오후께서, 도독 공근과 더불어, 저로 하여금 거듭 황숙께 뜻을 아뢰라 하셨습니다. 지난날, 조조가 백만의 무리를 이끌고 온 것 은, 겉은 강남 江南을 빼앗는 것이나, 실제로는 황숙을 도모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동오가 조조 병력을 격퇴하여, 황숙을 구원하 였으니, 형주 9군을 소유하는 것은, 마땅히 동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이제 황숙께서 궤계 詭計 (간사히 남을 속이는 꾀)로써, 형양을 빼앗아 가지셨습니다. 강동 江東으로 하여금 헛되이 전량과 군마를 쓰게 하고서, 황숙께서는 편안히 그 이익을 접수하시니, 이치에 어긋 날까 두렵습니다."

    공명이 말한다.

    "자경께서 고명하신 선비이신데, 무슨 까닭에 이런 말씀을 꺼내시오? 상언 常言(속담, 격언)에 이르길, 물건은 반드시 주인에 돌아간다, 하였소. 형양 9군은, 동오의 땅이 아니라, 바로 유경승 劉景升의 기업 基業(사업의 기초. 선조의 남긴 사업)이오. 저희 주께서 원래 경승 의 아우시오. 경승이 비록 돌아가셨으나, 그 아들이 아직 살아 있소. 숙부가 조카를 도와, 형주를 취하는데, 무엇이 불가하오?"

    "과연 같은 핏줄의 공자 유기 劉琦가 점거한다면, 이해하겠소. 그러나 이제 공자는 강하 江夏에 계시지, 아시다시피 여기 안 계시지요."

    "자경께서 공자를 뵙고 싶소?"

    곧 좌우에 명해 공자를 청해 나오게 하니, 시종 두 명이 병풍 뒤에서 유기를 부축해 나온다. 유기가 노숙에게 말한다.

    "병든 몸이라 예를 다하지 못하니, 자경께서 용서해주시오."

    노숙이 깜짝 놀라, 묵묵히 말이 없다, 한참 뒤 말한다.

    "공자께서 안 계시게 되면, 어떡하시겠소?"

    공명이 말한다.

    "공자께서 하루는 쉬고, 하루는 다스리고 계시오. 부재하게 되시면, 따로 상의 드리겠소."

    "공자께서 부재하시게 되면, 반드시 성지(도시와 마을)를 우리 동오에 돌려주셔야 하오."

    "자경의 말씀이 옳소."

    곧 주연을 베풀어 대접한다.

    연회를 마쳐, 노숙이 작별하고 성을 나와 그날밤 영채로 돌아가 앞서 일어난 일을 두루 전하자, 주유가 말한다.

    "유기는 지금 청춘이고 연소한데, 어떻게 그가 죽기를 기다리겠소? 형주를 어느 세월에 돌려받겠소?"

    "도독! 방심 放心하시오. 이 노숙의 신상 身上을 걸고서, 반드시 형양을 동오에 돌려주겠소."

    "자경께 어떤 고견이 있소?"

    "제가 보니 유기는 주색이 지나쳐, 병이 고황 膏肓 (심장과 횡경막 사이)을 침입해, 지금 바로 얼굴빛이 이수 羸瘦 (파리하고 수척함)하 고, 숨이 차고 피를 토하오. 반년을 못 가, 그 사람은 죽고 말테니, 그때 형주를 취하러 간다면, 유비는 모름지기 핑계를 대지 못할 것이오 ."

    주유가 그래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데 손권이 보낸 사자가 당도한다. 주유가 불러 들이자, 사자가 말한다.

    "주공께서 합비를 포위해, 거듭 싸워도 이기지 못하셨습니다. 특별히 도독께 명해 대군을 거둬 돌아오고, 병력을 합비로 파견해 도와 달라 하십니다."

    주유가 어쩔 수 없이 병력을 거둬 시상으로 가서 요양하고, 정보에게 명해 전선에 사졸을 실어, 합비로 가서 손권의 지휘를 받도록 한 다.

    한편 유비는 형주, 남군, 양양을 얻어,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뻐, 원대한 계책을 상의한다. 그런데 누군가 찾아와 계책을 바치는데, 바로 이적이다. 현덕이 옛 은혜에 감격하여, 십분 十分 공경하고 자리잡고 묻자, 이적이 말한다.

    "형주에 관해 원대한 계책을 알려 하시면서, 어찌 어진 선비를 구해 묻지 않으십니까?"

    "어진 선비가 어디 계시오?"

    "형양의 마씨 형제 다섯은 모두 재주와 명성이 있습니다. 막내는 마속 '유상'이요 가장 어진 사람은, 눈썹 사이에 하얀 털이 있는 마량 '계상'입니다. 고향에서 사람들이 말하기를, 마씨 오상 五常 (자가 모두 상 常으로 끝난다) 가운데 백미 白眉가 가장 어질다 합니다. 공께서 어찌 이 사람을 찾아 더불어 도모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현덕이 그를 토청한다. 마량이 찾아오자 현덕이 후대하며 형양을 지킬 방책을 묻자 마량이 답한다.

    "형양은 사방에서 적들을 맞이하게 되는 땅이니, 오래 지키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지금 공자 유기께서 여기서 요양하고 계시니, 옛 신하 들을 구슬러 지키게 하고, 조정에 표를 올려 공자를 형주자사로 삼아 민심을 안정시키십시오. 그뒤 남쪽을 정벌하여, 무릉, 장사, 계양, 영릉 4군을 취하여 재물과 군량을 거둬 근본으로 삼으십시오. 이것이 원대한 계책입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바로 묻는다.

    "4군 가운데 어느 군을 먼저 취해야겠소?"

    "상강의 서쪽, 영릉이 가장 가까워 선취해야 합니다. 그 다음 무릉을 취하십시오. 그 뒤 상강의 동쪽, 계양입니다. 장사는 그 뒤입니다."

    현덕이 마량을 종사로 삼고 이적에게 그를 보좌하게 하고 공명과 상의한다. 유기를 양양으로, 운장을 형주로 돌려보내고 영릉으로 출병한다. 장비를 선봉으로, 조운은 후군을 맡게 하고 공명과 현덕은 중군을 맡으니 인마가 모두 1만5천이다. 운장을 남겨 형주를 지키게 하고 미축과 유봉은 강릉을 지키게 한다.

    한편 영릉태수 유도는 현덕군이 몰려오자 아들 유현과 상의한다. 유현이 말한다.

    "아버님, 마음 놓으십시오. 그들 장비와 조운이 용맹스럽다지만, 우리 고을의 형도영은 만인을 대적하니 막을 수 있습니다."

    유도가 유현과 형도영에게 병사 1만여로 성밖 30리에 산과 물을 끼고 영채를 세우게 한다. 정찰을 나갔던 기마병이 보고한다.

    "공명이 1군을 거느리고 옵니다."

    형도영이 군을 거느려 출전한다. 양쪽이 포진을 마치자 형도영이 출마하여 개산대부 開山大斧 (산도 쪼갤 큰도끼)를 들고 성난 목소리로 외친다.

    "반적들아! 어찌 우리 땅을 침범하냐!"

    그런데 맞은편 진영 가운데 한떼의 누런 깃발이 보인다. 문기가 열리자 사륜거 하나를 밀고 나온다. 수레에 단정히 앉은 사람이 머리는 윤건을 쓰고 몸은 학창의를 입고 손은 깃털부채를 형도영을 가리켜 말한다.

    "나는 남양의 제갈공명이다. 조조가 백만의 무리를 이끌었으나, 내가 작은 꾀로써 무찌르니 갑옷 한조각도 살아돌아가지 못하였다. 너희가 어찌 나와 대적하겠냐? 지금 너희를 용서하니 조속히 투항하지 않겠냐?"

    형도영이 크게 웃는다.

    "적벽대전은 주유의 꾀인데, 네가 무슨 일을 했다고 감히 떠드냐!"

    큰 도끼를 휘두르며 마침내 공명에게 덤벼든다. 공명이 곧 수레를 돌려, 진중으로 달아나, 진문이 다시 열린다. 형도영이 곧장 치고 들어 오니, 병사들이 급히 양쪽으로 갈라져 달아난다. 형도영이 멀리 중앙의 한 무리 황기를 바라보고, 공명이라 여겨, 오로지 황기를 뒤쫓는 다. 산기슭을 지나자, 황기가 멈추더니, 홀연히 중앙이 열리는데, 사륜거는 보이지 않고, 어느 장수가 장팔사모를 비껴들고 말을 내달려, 크게 소리지르며, 형도영에게 바로 달려드니, 바로 장익덕이다. 형도영이 큰 도끼를 휘두르며 맞서지만, 몇합 못 싸워, 기력을 다하니, 말 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익덕이 뒤에서 쫓아오자, 함성이 크게 진동하더니, 양쪽에서 복병이 일제히 나온다. 형도영이 죽기살기로 뚫고 나가지만, 앞쪽에 한 명의 대장이, 갈 길을 막아서며, 크게 외친다.

    "상산 조자룡을 알아보지 못하겠냐?"

    형도영이 맞서지 못하겠고, 게다가 달아날 곳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항복을 청한다. 자룡이 포박해 영채로 와서 현덕, 공명을 만난다. 현덕이 참수하라 호통치자, 공명이 급히 제지하며, 형도영에게 말한다.

    "네가 우리에게 유현을 잡아오면, 네 투항을 받아주겠다."

    형도영이 예, 예 하며 잡으러 가고 싶다 한다. 공명이 말한다.

    "네 무슨 방법으로 그를 잡겠냐?"

    "군사께서 기꺼이 저를 풀어 돌려보내주시면, 제가 나름대로 교묘히 말하겠습니다. 오늘밤 군사께서 병력을 이끌고 영채를 덮치시면, 제 가 내응하여, 유현을 사로잡아, 군사께 바치겠나이다. 유현을 잡고 나면, 유도도 항복하게 됩니다."

    현덕은 그 말을 믿지 않지만, 공명이 말한다.

    "형장군이 틀린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마침내 형도영을 풀어 돌려 보낸다. 형도영이 풀려나 영채로 돌아가, 지난 일을 유현에게 사실대로 고한다. 유현이 말한다.

    "어떻게 해야겠소?"

    "장계취계 將計就計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를 해볼 만합니다. 오늘 저녁 병력을 영채 밖에 매복하는 겁니다. 영채 안을 비운 채 깃발들 만 꽂아, 공명이 영채를 덮치기를 기다리면, 그를 잡을 수 있습니다."

    유현이 그 계책을 따른다. 그날밤 2경, 과연 1군이 영채 입구에 당도하여, 사람마다 풀다발을 갖고 와, 일제히 불을 놓는다. 유현, 형도영이 양쪽에서 달려들자, 방화하던 놓던 병사들이 바로 퇴각하니, 유현, 형도영이 기세를 타 추격한다. 십 몇 리를 추격하자, 군 사들이 모조리 사라진다. 유현, 형도영이 크게 놀라, 급히 본채로 돌아가지만, 불꽃이 미처 꺼지지 않은 가운데, 영채 안에서 한 장수가 돌출하니, 바로 장익덕이다. 유현이 형도영에게 외친다.

    "영채로 들어가선 안 되겠소. 차라리 공명의 영채를 치는 게 좋겠소."

    이에 다시 군을 돌린다. 십 리를 못 가, 조운이 1군을 이끌고 옆에서 달려들어, 창을 한번 찌르자 형도영이 말 아래 구른다. 유현이 급 히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자, 배후에서 장비가 뒤쫓아 와, 눈깜짝할 새 사로잡아, 포박해 공명을 만나다. 유현이 고한다.

    "형도영이 제게 이렇게 시킨 것이지, 참으로 본심이 아닙니다."

    공명이 명해 그 포박을 풀어, 옷을 줘 입게 하고, 술을 내려 진정시킨다. 그더러 성으로 들어가 부친에게 투항을 권하게 한다. 만약 항 복하지 않으면, 성을 깨부숴, 모조리 죽여 성문 가득 채우겠다 한다.

    유현이 영릉으로 돌아가 그 부친 유도를 만나, 공명의 은덕을 두루 말하며, 부친에게 투항을 권한다. 유도가 그 말을 따라, 곧 성 위에 항 복 깃발을 세워, 성문을 활짝 열고, 인수를 갖고 출성하여, 마침내 현덕의 영채로 가 항복한다. 공명이 유도를 다시 군수로 삼게 하고, 그 아들 유현은 형주로 보내 군대에서 업무를 보게 한다. 영릉에서 온 백성이 모두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현덕이 성에 들어가 백성들을 어루만지고 나서, 3군의 병사들을 포상하고 위로한 뒤, 장수들에게 묻는다.

    "영릉을 취했으니, 계양군은 누가 앞장서 취하겠소?"

    조운이 응한다.

    "제가 가고 싶습니다."

    장비가 분연히 돌출해 말한다.

    "나 역시 가고 싶소!"

    두 사람이 다투자, 공명이 말한다.

    "아무래도 자룡이 먼저 응했으니, 자룡을 가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비가 불복하여, 꼭 가고 말겠다 한다. 공명이 제비뽑기를 시켜, 뽑힌 사람이 가게 한다. 이번에도 자룡이 뽑히자, 장비가 씩씩거린다.

    "따로 도움은 필요 없으니, 다만 3천 군을 이끌고, 성읍을 점거하고야 말겠소."

    조운이 말한다.

    "저 역시 3천 군만 거느려 가겠습니다. 성을 얻지 못하면, 군령을 감수하겠습니다."

    공명이 크게 기뻐, 군령장을 적게 하고, 3천의 정예 병력을 뽑아 조운에게 줘 가게 한다. 장비가 불복하자, 현덕이 꾸짖어 물러가게 한다.

    조운이 3천 인마를 거느려, 곧장 계양으로 출발한다. 어느새 탐마가 그곳 태수 조범 趙範에게 알려준다. 조범이 급히 사람들을 불러 상의 한다. 관군교위 진응 陳應과 포륭 鮑隆이 병력을 거느리고 출전하기를 원한다. 원래 두 사람 모두 계양 영산향 嶺山鄉 사냥꾼 출신인데, 진응은 비차 飛叉(표창의 일종)를 잘 쓰고, 포륭은 일찍이 호랑이 두 마리를 사살했을 정도다. 두 사람이 용력을 믿고, 조범을 대한다.

    "유비가 오면, 저희 두 사람이 선두에 서겠습니다."

    "내 듣자니 현덕은 바로 대한의 황숙이오. 게다가 공명은 꾀가 많고, 관, 장은 극히 용맹하오. 이제 병력을 거느리고 오는 조자룡은 당양 장판파에서 백만대군 사이를, 마치 무인지경처럼 누볐소. 우리 계양에 인마가 얼마나 되겠소? 맞설 게 아니니, 투항할 수 밖에 없소."

    진응이 말한다.

    "제가 청컨대 출전하겠습니다. 만약 조운을 잡지 못하면, 그때 태수께서 투항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조범이 우기지 못하여, 마지못해 허락한다. 진응이 3천 인마를 거느려 성을 나가 맞서는데, 어느새 조운이 병력을 거느려 다다른다. 진응 이 포진을 마쳐, 쏜살같이 말을 내달려 비차를 들고 나간다. 조운이 창을 꼬나잡고, 진응을 꾸짖는다.

    "우리 주 현덕은 바로 유경승의 아우다. 이제 그 공자 유기를 보좌해 함께 형주를 다스려, 내 일부러 백성을 위무하러 왔거늘, 네 무슨까 닭으로 맞서냐?"

    진응이 욕한다.

    "우리는 오로지 조 승상에게 복종할 뿐인데, 어찌 유비를 따르겠냐!"

    조운이 크게 노하여, 창을 꼬나잡고 말을 내달리자, 진응이 비차를 준비해 덤빈다. 둘이 맞부딪혀, 4, 5합 싸우자, 진응이 맞서기 어렵다 여겨,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조운이 추격한다. 진응이 되돌아보니 조운이 말을 몰아 접근하므로, 비차를 던지나, 조운이 낚아채어, 진 응에게 되던진다. 진응이 급히 피하나, 조운이 벌써 달려와, 진응을 사로잡아와, 땅바닥에 내던지며, 병사들에게 포박해 영채로 끌고가라 외친다. 패배한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난다. 조운이 영채로 들어가 진응을 꾸짖는다.

    "너 따위가 어찌 감히 나를 대적하겠냐! 내 이제 너를 죽이지 않고, 풀어 돌려 보낼 터이니, 어서 항복하라고 조범에게 전하라."

    진응이 사죄하고 머리를 감싼 채 놀란 쥐새끼처럼 달아나 성안으로 되돌아가 조범을 만나 그 일을 모조리 말하니 조범이 말한다.

    "내 본래 항복하려 했는데 네가 억지로 싸우자 하더니 이 꼴을 당하는구나."

    곧 진응을 꾸짖어 물리고 인수 印綬를 가지고 수십 기를 이끌고 성을 나와 조운의 영채를 찾아가 항복한다. 조운이 영채를 나와 영접해 예를 갖춰 대하며 술을 내어 함께 마시고 인수를 받는다. 술이 몇차례 돌자 조범이 말한다.

    "장군의 성도 조이고 저 또한 성이 조이니 오백년 전은 한집안이었습니다. 장군도 진정사람이요 저 또한 진정사람이니 동향이기도 합니다. 내치시지 않고 형제로 맺는다면 참으로 만번 다행이겠습니다."

    조운이 크게 기뻐, 서로 연경 年庚 (생년월일)을 밝힌다. 조운이 조범과 나이가 같지만, 조운이 4개월 빨라, 조범이 조운을 형으로 모신 다. 두 사람이 동향에, 동년이요 또한 성도 같으니, 아주 잘 어울린다. 밤에 이르러 술자리를 마쳐, 조범이 작별해 성으로 돌아간다.

    다음날, 조범이 조운을 청해 성으로 들어와 백성들을 어루만지게 한다. 조운이 병사들더러 꼼짝 말도록 지시하고, 겨우 5십 기만 거느 려 성 안으로 들어간다. 백성들이 향을 들고 길에 엎드려 영접한다. 조운이 백성들을 어루만진 뒤, 조범이 조운을 관아 안으로 불러들여 술자리를 갖는다. 술이 제법 거나해지자, 조범이 다시 조운을 후당 깊숙히 불러, 술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라준다. 조운이 조금 취하자 조범이 어느 부인을 불러내어, 조운에게 술을 권하게 한다. 자룡이 보니 부인은 하얀 비단 옷을 입었는데, 경국지색인지라 조범에게 묻는다.

    "이 분은 누구시오?"

    "제 형수 번씨 樊氏입니다."

    조운이 낯빛을 고쳐 번씨를 공경한다. 번씨가 술잔을 바치고 나자, 조범이 앉으라 하는데, 조운이 사양한다. 번씨가 인사를 올리고 후당 으로 돌아가자, 조운이 말한다.

    "현제 賢弟께서 하필 번거롭게 형수를 시켜 술잔을 들게 하시오?"

    조범이 웃는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니, 형께서 아무쪼록 꺼리지 마십시오. 제 친형이 세상을 뜨신 지 3년인데, 형수가 과부로 살고 있으니, 아무래도 계속 그럴 수는 없어, 제가 늘 개가하시라 권했습니다. 형수가 말씀하시길,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을 만나야, 그에게 시집을 가겠 습니다. 첫째, 문무를 모두 갖춰 천하에 명성이 울려야 합니다. 둘째, 생김새가 당당하고, 그 위엄스런 모습이 출중해야 합니다. 셋째, 형 과 동성이어야 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천하에 어찌 그것들을 다 갖출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존형께서 의표가 당당 하시고, 명성이 천하에 울리고, 더욱이 저희 친형과 동성이시니, 형수께서 말씀하신 것과 딱 맞습니다. 형수의 외모가 추해 싫은 게 아 니시라면, 바라건대 혼수를 장만하여, 장군의 아내가 되어, 오랜 친교를 맺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운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해 일어나, 거친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그대와 형제로 맺어, 그대 형수가 곧 내 형수가 되거늘, 어찌 이렇게 인륜을 어지럽히는 일을 벌이는가!"

    조범이 얼굴 가득 처참하여, 답한다.

    "나는 좋은 뜻으로 대한 것인데, 어떻게 이토록 무례하오!"

    곧 좌우에 눈짓하니, 해칠 뜻을 가진 것이다. 조운이 벌써 알아채어, 한 주먹으로 조범을 쳐서 넘어뜨리고, 부문 府門을 급히 나가, 말에 올라 성을 나가버린다.

    조범이 서둘러 진응과 포륭을 불러 상의한다. 진응이 말한다.

    "그 자가 성을 내고 갔다면, 찾아내서 그와 싸우면 됩니다."

    "이기지 못할까 두려울 따름이오."

    포륭이 말한다.

    "우리 둘이 거짓으로 항복해 그 군중에 가고, 태수께서 병력을 이끌고 도전하시면, 우리 두 사람이 진중에서 그를 잡는 겁니다."

    진응이 말한다.

    "제법 인마가 따라야겠소."

    "5백 기면 족하오."

    그날밤 두 사람이 5백 기를 거느려 조운 영채로 가서 투항한다. 조운이 이미 그 속임수를 알아채지만, 불러 들인다. 두 장수가 막사 안에 들어가 말한다.

    "조범이 미인계로써 장군을 속여, 술 취하기를 기다려, 후당으로 부축해 들어가 모살한 뒤, 그 목을 조 승상에게 바쳐 공을 세우려 했으니 , 이토록 어질지 못한 것입니다. 저희 두 사람은 장군께서 노해 나가시는 걸 보고, 아무래도 저희도 연루될까 싶어, 이렇게 투항합니다."

    조운이 기쁜 척하며, 술을 내어 두 사람과 통음한다. 두 사람이 만취하자, 조운이 막사 안에서 포박하고, 그 부하를 붙잡아 물으니, 과연 거짓 항복이다. 조운이 그들 5백 군인을 불러, 각각 술과 밥을 내리며, 전령한다.

    "나를 해치려 한 자는, 진응과 포륭이다. 다른 이들은 상관없는 일이다. 너희가 내 계책을 따르면, 모두 크게 상을 받을 것이다."

    병사들이 절을 올려 사례한다. 곧 항복한 장수 진등, 포륭 두 사람을 참한다. 그들 5백 병사들을 앞장세워, 그날밤 계양성 아래 이르러 문을 열라 외친다.

    성 위에서 듣자니, 진, 포, 두 장수가 조운을 죽여 회군하여, 태수를 청해 사무를 상의한다는 것이다. 성 위에서 불을 밝혀 살피니, 과연 그들 군마다. 조범이 황망히 성을 나오자, 조운이 좌우에 소리쳐 잡아들이고 성에 들어가 백성들을 달랜다. 평정을 마쳐, 현덕에게 급보 한다. 현덕이 공명과 더불어 몸소 계양으로 찾아온다. 조운이 영접해 성에 들어가, 조범을 섬돌 아래 끌고 온다. 공명이 묻자, 조범이 형수의 일을 낱낱이 말한다. 공명이 조운에게 말한다.

    "이 역시 아름다운 일인데, 공께서 어찌 이러시오?"

    "조범이 이미 저와 형제로 맺고서, 이제 그 형수를 취한다면, 사람들이 침을 뱉으며 욕하게 만들 일이니, 첫번째 이유요. 그 부인을 개가 시키면, 큰 절개를 잃게 만듦이니, 두번째 이유요. 조범이 애초에 항복했지만, 그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우니, 세번째 이유요. 주공께서 이 제 방금 강한 江漢을 평정하여, 침석 枕席 (잠자리)이 아직 편안하지 않은데, 제가 어찌 감히 부인 하나 때문에 주공의 대사를 폐하겠소?"

    현덕이 말한다.

    "오늘 대사를 이뤘으니, 그대가 취하는 것은 어떻겠소?"

    "천하에 여자가 적은 게 아니니, 다만 명예를 세우지 못할까 걱정할 따름이지, 어찌 처자가 없을까 근심하겠습니까?"

    "자룡은 참으로 장부요!"

    곧 조범을 풀어줘, 다시 계양 태수로 삼고, 조운을 크게 포상한다.

    장비가 크게 외친다.

    "자룡만 공을 세우게 하니, 나는 아무 쓸모없는 놈이오! 3천 군만 제게 맡기시면 무릉을 취하러 가서, 그곳 태수 금선 金旋을 사로잡아 바치겠소!"

    공명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익덕이 가야 한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다만 한 가지 일을 따라야 하오."

    군사 軍師는 승리를 거두는 신묘한 책략을 쏟아내고, 장사 將士들은 앞다퉈 전공을 세우구나.

    공명이 말하는 한 가지 일이란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