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7회 원소가 반하에서 공손찬과 싸우고 손견이 강을 건너 유표를 공격한다

    손견이 유표에게 포위되어 정보, 황개, 한당 세 장수가 죽기로 싸워 탈출하지만 병력 태반이 꺾여 강동으로 돌아간다. 이때부터 손견과 유표는 원수가 된다.

    한편, 원소는 하내에 주둔하는데 양초糧草(군량과 말먹이풀)가 모자란다. 기주목 한복이 군량을 보내주니 모사 봉기가 원소에게 말한다.

    "대장부가 천하를 종횡하며 어찌 남의 양식을 기다려 먹으랴! 기��는 재물과 양식이 넘치는 곳인데 장군께서 어찌 취하지 않으세요?"

    "아직 좋은 방법이 없구먼."

    "공손찬에게 은밀히 사람을 보내 함께 기주를 취하자 하면 공손찬은 반드시 군을 일으키고, 한복은 꾀가 없어서 장군께 기주를 다스려달라 청할 것이니, 중간에서 성사시키는 것이야말로 손바닥에 침뱉기처럼 쉽지요."

    원소가 크게 기뻐하며 공손찬에게 글을 보낸다. 공손찬이 원소의 서신을 읽으니 함께 기주를 쳐서 나누자고 적혔다. 크게 기뻐하며 그날로 흥병한다. 원소가 한복에게 공손찬의 공격을 은밀히 알리니, 한복이 놀라 순심과 신평 두 모사를 불러 상의한다.

    순심이 말한다.

    "공손찬이 연대 燕代의 병력을 거느리고 짓쳐들어오면 예봉을 막지 못해요. 게다가 유비, 관우, 장비도 도우니 대적하기 어렵지요. 그런데 원본초는 지혜와 용기가 남다르고 수하의 명장이 극히 많으니, 장군께서 그에게 기주를 같이 다스리자고 청하면, 반드시 장군을 후대할 것이고 공손찬을 두려워할 일은 없어지겠지요. "

    한복이 별가 관순을 원소에게 보내려 하자 장사 경무가 간한다.

    "원소는 외롭게 객지를 떠돌고 군대도 곤궁해 우리 콧숨이나 살피는 처지예요. 비유하자면 사타구니나 손바닥에 올려놓고 젖을 주지 않으면 당장 죽어버릴 갓난아기지요. 그런 자에게 어찌 기주를 맡기시다뇨? 이것은 양떼 속으로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것이에요."

    한복이 말한다.

    "나는 원 씨 집안에서 관리로 일한 적 있고 재능도 원본초보다 못하지. 옛부터 어진 이를 골라 그에게 양보하는 법이거늘, 자네들은 어찌 질투하는가?"

    경무가 한탄한다.

    "기주도 이제 끝이야!"

    이래서 벼슬을 버린 이가 삼천을 넘는다. 경무와 관순만 성 밖에 숨어 원소를 기다린다. 며칠 뒤 원소가 군을 이끌고 오자 경무와 관순이 칼을 들고 달려들어 원소를 찌르려 하지만, 원소의 장수 안량이 곧바로 경무를 베고 문추가 관순을 베어 죽인다. 원소가 기주에 들어와서 한복을 분위장군으로 삼고 전풍, 저수, 허유, 봉기에게 기주의 사무를 분담시키고 한복의 권력을 모조리 빼앗는다. 한복이 뒤늦게 뉘우치고 한탄하더니 가소 家小(처자식)도 팽개치고 단기필마로 진류태수 장막을 찾아간다.

    한편 공손찬은 원소의 기주 점거를 듣고 아우 공손월을 보내 땅을 나눠달라 한다. 원소가 답한다.

    "자네 형을 오라 하게. 내 상의할 것이 있어."

    공손월이 인사하고 돌아가는데 오십 리를 못 가 길가에서 1대의 병력이 튀어나와 "나는 동승상의 장수다!" 라고 하더니 화살을 난사해 공손월을 죽인다. 종인들이 달아나서 공손찬을 만나 공손월의 죽음을 알리니 공손찬이 대로한다.

    "원소가 나를 꾀어 흥병하여 한복을 치게 만들더니, 중간에서 이득을 취했구나. 이제 동탁의 군대를 사칭해 내 아우까지 죽이니 어찌 복수하지 않겠냐!"

    휘하병력을 모조리 일으켜 기주로 달려간다.

    공손찬군이 오는 것을 원소도 알고 군을 거느리고 나간다. 양군이 반하에서 대치해 공손찬군이 다리 서쪽에 진을 친다. 공손찬이 말을 다리 위에 멈춰세우고 크게 외친다.

    "의리를 저버린 놈아! 어찌 감히 나를 속이냐!"

    원소도 말을 몰고 다릿가까지 와서 공손찬을 손가락질하며 말한다.

    "한복이 재주가 없어 내게 기주를 양보했는데 네 무슨 상관이냐?"

    "예전에 너를 충의롭다 여겨 맹주로 추대했어. 그런데 이제 하는 짓이 참으로 이리나 개 같은 놈이로군. 무슨 면목으로 세상에 나설테냐!"

    원소가 대로한다.

    "누가 저놈 좀 잡아올래?"

    말이 끝나기 전에 문추가 말 몰고 창 꼬나쥐고 다리 위로 달린다.

    공손찬도 다릿가로 달려와 문추와 교봉(교전)한다. 불과 십여 합에 공손찬이 감당치 못하고 달아나니 문추가 기세를 타고 추격한다. 공손찬이 진중으로 달아나자 문추가 나는듯이 중군으로 돌입해 여기저기 충돌한다. 공손찬 수하 건장健將(용맹한 장수) 넷이 일제히 맞서나 문추가 한 창에 하나를 찔러 떨구자 나머지 셋이 함께 달아난다. 문추가 공손찬을 뒤쫓아 영채 뒤쪽으로 나가고 공손찬은 산골짜기로 달아 난다. 문추가 말 몰며 성난 소리로 크게 외친다.

    "어서 말에서 내려 항복하라!"

    공손찬이 화살도 바닥나고 투구도 땅에 떨어진다. 머리가 풀어헤쳐진 채 말을 몰아 산언덕을 돌다가 말이 앞발을 잘못 디뎌 공손찬이 산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문추가 서둘러 창으로 찌르려 달려온다. 그런데 푸른 언덕의 왼편에서 웬 소년 장수가 나는 듯이 말을 몰고 창을 꼬나잡아 문추에게 달려든다. 공손찬이 언덕을 기어 올라 소년을 보니 키가 팔 척이고 눈썹이 짙고 눈이 크다. 얼굴이 넓고 턱이 묵직한 것이 위풍당당하다. 문추와 오륙십 합에 걸쳐서 한바탕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공손찬 휘하의 구원군이 당도하자 문추가 말머리를 돌려 가버린다. 소년도 문추를 뒤쫓지 않는다. 공손찬이 황망히 언덕을 내려와 이름을 묻자 소년이 몸을 굽혀 답한다.

    "저는 상산 진정 출신의 조운 '자룡'입니다. 본래 원소의 아래 있었으나 그에게는 임금께 충성하고 백성을 구할 마음이 없기에 그를 버리고 공의 휘하가 되려고 넘어왔습니다. 여기서 뵐 줄 몰랐습니다."

    공손찬이 크게 기뻐하며 같이 진지로 돌아가 갑병을 정돈한다.

    이튿날 공손찬이 군마를 좌우 양쪽 대열로 나눠 날개처럼 펼친다. 말 5천여 필의 태반이 백마들이다. 공손찬이 강족과 싸울 때 백마만 골라 선봉대를 만든 이후로 백마장군으로 불리고 강족이 백마만 보면 달아나니 이로부터 백마가 극히 많아졌다. 원소가 안량과 문추를 선봉으로 삼아 각각 궁노수 1천을 이끌고 역시 좌우 양쪽 대열을 이루게 한다. 좌측은 공손찬의 우군을 쏘고 우측은 공손찬의 좌군을 쏘라고 명한다.

    또한 국의에게 궁수 8백과 보병 1만 5천을 이끌고 진중에 포진하라고 한다. 원소 자신은 보병 수만을 이끌고 뒤에서 접응하기로 한다. 공손찬이 조운을 얻었으나 아직 심복으로 여기지 않고 따로 일개 군을 이끌고 후미에 있게 한다. 대장 엄강을 선봉으로 삼고 공손찬이 스스로 중군을 이끈다. 다리 위에서 말을 타고 서서, 붉은 테두리를 두르고 금실로 '수 帥' 자를 쓴 큰 깃발을 말 앞에 세운다. 진시( 오전 일곱 - 아홉 시)에 북을 울려 싸움을 걸지만 이시(오전 아홉 - 열한 시)가 되도록 원소 군은 나오지 않는다.

    국의가 궁수 모두에게 화살막이 방패 뒤로 숨어서 호포 소리에 맞춰 쏘라고 명한다. 엄강이 북을 요란히 두드리고 함성을 지르며 국의에게 달려든다. 국의의 병사들이 엄강의 병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도 모두 엎드려 움직이지 않다가 지근거리에 이르자 호포 소리에 맞춰 8백 궁수가 일제 사격한다. 엄강이 급히 몸을 돌리려 하지만 국의가 말 몰아 칼을 휘둘러 엄강이 말 아래 떨어져 죽고 엄강군이 대패한다. 좌우 양군이 구원하려는데 모두 안량과 문추가 이끄는 궁노수들의 사격에 저지된다. 원소군이 일제히 진격해 계교까지 달려온다. 국의가 선두에서 대장기를 든 장수를 베고 깃발을 잘라 넘어뜨린다. 대장기가 넘어지자 공손찬이 말머리를 돌려 다리를 벗어나 달아난다. 국의가 군을 이끌고 후군까지 치고 나가다 조운과 맞닥뜨린다. 조운이 창을 겨누고 말을 몰아 국의에게 내달아, 싸운 지 불과 몇합만에 한 창에 국의를 찔러 말 아래로 떨군다. 조운이 단기필마로 원소 군중에 돌입해 좌충우돌하는데 마치 무인지경이다. 이에 공손찬이 군을 이끌고 반격하니 원소 군이 대패한다.

    한편 원소가 앞서 보냈던 탐마(정찰병)가 돌아와, 국의가 적장을 베고 깃발을 빼앗아 패잔병을 추격한다고 알린다. 이에 원소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전풍과 함께 휘하의 극으로 무장한 군병 수백과 궁수 수십을 거느리고 말을 타고 구경하며 깔깔 웃는다.

    "공손찬, 요 무능한 놈아!"

    이 말이 끝나기 전에 느닷없이 조운이 달려든다. 궁수들이 허겁지겁 화살을 메기는 사이 조운이 벌써 여럿을 잇달아 창으로 죽이니 병사들이 달아난다. 뒤따라 공손찬군이 겹겹이 몰려온다. 전풍이 놀라 원소에게 말한다.

    "주공! 담벼락 사이로 피하세요!"

    원소가 투구를 벗어던지며 크게 외친다.

    "대장부가 진중에서 싸우다 죽더라도 어찌 담벼락에 숨어 살기를 바라랴!"

    이에 병사들이 한마음으로 죽을 각오로 싸우니 조운이 돌격해도 뚫지 못한다. 게다가 원소의 대군도 구원하러 오고 안량도 군을 이끌고 와서 양쪽에서 협공한다.

    조운이 공손찬을 지키며 두꺼운 포위를 뚫고 계교로 돌아간다. 원소가 크게 진군하여 다리를 지나 다시 추격하니 익사한 이들이 무수하다. 원소가 앞장서 뒤쫓는데 5리를 못 가서 산 뒤에서 함성이 크게 일며 1대의 병력이 달려든다. 앞장선 세 대장은 바로 유현덕, 관운장, 장익덕이다. 이들은 평원에 머물다가 공손찬과 원소의 싸움을 듣고 도우러 온 것이다. 그때 이들이 세 필의 말을 몰고 세 가지 병기를 쥐고 나는 듯이 곧바로 원소에게 달려든다. 원소가 너무 놀라 넋이 하늘 밖으로 날아간다. 손에 든 보도도 말 아래로 떨구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니 뭇 사람이 죽기살기로 원소를 구출해 다리를 넘어간다. 공손찬도 병력을 거두어 진지로 돌아간다. 현덕과 관, 장이 안부를 묻자 공손찬이 말한다.

    "현덕이 멀리서 나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낭패를 볼 뻔했군!"

    공손찬이 조운을 소개하니 현덕이 조운을 몹시 경애하고 마음 속으로 그와 헤어지기 싫어한다.

    한편 원소는 한차례 패전한 뒤 굳게 지킬 뿐 싸우러 나오지 않는다. 양쪽 군대가 한달 남짓 대치하자 누군가 장안의 동탁에게 알린다. 이유가 동탁에게 말한다.

    "원소와 공손찬도 당금當今의 호걸들이지요. 이제 반하에서 격전하니 이때 천자의 조서를 구실로 사자를 보내어 화해시키세요. 두 사람이 은덕에 감사해 반드시 태사께 넘어올 겁니다."

    "좋구나."

    이튿날 동탁이 태부 마일적과 태복 조기에게 조서를 쥐어줘서 보낸다. 두 사람이 하북에 닿자 원소가 백 리 밖으로 영접을 나와서 두번 절하고 조서를 받든다. 이튿날 두 사람이 공손찬의 진영도 찾아가 선유하니 공손찬이 원소에게 사신을 보내 강화한다. 두 사람이 서울로 돌아가 복명復命(명령 받은 일의 결과를 보고함)한다. 공손찬이 그날로 철군하면서 조정에 표를 올려 유현덕을 평원의 상으로 천거한다. 현덕이 조운과 헤어질 때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차마 떨어지지 못한다. 조운이 한탄한다.

    "저는 지난날 공손찬이 영웅인 줄 알았지요. 이제 하는 짓이 역시 원소와 같은 무리일 뿐이네요!"

    현덕이 말한다.

    "공께서 일단 몸을 굽혀 그를 섬기세요. 언젠가 다시 만날 것입니다."

    눈물 흘리며 헤어진다.

    한편 원술은 남양에 있다가 원소가 기주를 점거한 것을 듣고 원소에게 사신을 보내 말 1천 필을 달라 하지만 원소가 응하지 않자 노한다. 이때부터 형제가 불화한다. 다시 형주에 사신을 보내 유표에게 식량 2십만을 빌려달라 하지만 유표도 주지 않자 원망하고 손견에게 글을 보내 유표를 치라 한다. 글은 대략 이렇다.

    '예전 유표가 길을 끊은 것은 내 형 본초의 음모였소. 이제 본초가 다시 유표와 몰래 의논해 강동을 치려 하오. 공께서 어서 흥병해 유표 를 치면 나는 공을 위해 본초를 치겠소. 이러면 두 사람의 원수를 갚을 수 있소. 공께서 형주를 취하고 나는 기주를 취하는 것이니 절대 그르쳐선 안 되오!'

    손견이 글을 읽고 말한다.

    "유표 이놈! 참을 수가 없어! 예전에 내 귀로를 가로막은 것을 이참에 복수하지 않으면 다시 몇년을 기다리겠냐!"

    장하 帳下 (휘하) 정보, 황개, 한당 등과 상의하니 정보가 말한다.

    "원술은 속임수가 많아 아직 믿을 수 없습니다."

    손견이 말한다.

    "내 스스로 복수하려는 것인데 어찌 원술의 도움을 바라겠어!"

    황개를 먼저 강변으로 보내 전선을 준비하고 병기와 군량을 많이 싣고 큰배에 말들을 실어 날을 골라 출병한다. 강중 江中의 세작이 탐지해 유표에게 알리니 유표가 크게 놀라 급히 문무 장수와 선비를 불러서 상의한다. 괴량이 말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황조에게 강하의 병력을 선봉으로 삼고 주공께서 형양의 병력으로 지원하지요. 손견이 강과 호수를 건너오느라 어찌 무력을 제대로 쓰겠습니까?"

    유표가 이를 옳다 여겨서 황조에게 대비하라 명하고 뒤따라 대군을 일으킨다.

    한편, 손견에게 네 아들이 있는데 모두 오 부인이 낳았다. 맏이는 손책 '백부', 둘째는 손권 '중모', 세째는 손익 '숙필', 넷째는 손광 '계좌'이다. 오 부인 여동생도 손견 둘째 부인이 되어 일남 일녀를 낳으니 아들은 손랑 '조안', 딸은 손인이다. 손견이 다시 유씨 아들 하나를 입양하니 손소 '공례'이다. 손견에게 아우가 손정 '유태'이다. 손견이 떠나려 하자 손정이 아들들을 데리고 말 앞에서 절하며 간한다.

    "이제 동탁이 권력을 함부로 하고 천자께서는 나약하셔 해내(천하)가 대란하고 각지의 세력이 한곳씩 꿰차고 있습니다. 강동이 겨우 안정됐는데 작은 원한으로 대군을 일으킴은 옳지 않아요. 형님 살펴 주세요."

    "아우는 여러 말 말게. 내 장차 천하를 누빌텐데 어찌 원수를 갚지 않겠나?"

    맏아들 손책이 말한다.

    "부친께서 꼭 가시겠다면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손견이 허락하니 손책도 배 타고 번성으로 내닫는다. 황조가 궁노수를 강기슭에 매복시켜 배가 기슭에 다가오면 난사한다. 손견이 병사들에게 경거망동을 삼가고 단지 배에 숨어서 오가며 적군을 꾀라 한다. 이렇게 잇달아 사흘을 배들이 수십 차례 강가에 접근하니 황조군이 오로지 화살만 쏘다가 마침내 화살이 바닥난다.

    손견이 배 위에 꽂힌 화살 뽑게 하니 수십만 개에 이른다. 그날 마침 순풍이 불어오자 손견이 일제 사격을 명한다. 강가의 황조군이 버티지 못 하고 달아날 뿐이다. 손견군이 강가를 올라가서 정보와 황개가 병력을 2로로 나눠 황조의 진영을 덮친다. 또한 배후에서 한당이 군을 이끌고 크게 진격한다. 3로에서 협공하자 황조가 대패해 번성을 버리고 등성으로 달아난다. 손견이 황개에게 선단을 지키게 하고 몸소 군을 이끌고 추격 한다. 황조가 군을 이끌고 들판에 포진하고 진문의 깃발 아래로 말을 몰아 나온다. 손책이 갑옷을 갖춰 입고 말을 타고 창을 쥔 채 부친 곁에 자리한다.

    황조가 두 장수를 거느리고 말 타고 나오는데 하나는 강하의 장호이고 또 하나는 양양의 진생이다. 황조가 채찍을 들어 크게 욕한다.

    "강동 쥐새끼 따위가 어찌 한실 종친의 땅을 침범하냐!"

    장호에게 싸움을 걸게 하니 손견의 진영에서 한당이 대적하러 나온다. 둘이 말 타고 삼십여 합을 싸워 장호가 힘에 부치자 진생이 돕고자 나는듯이 말 몰아 달려온다. 손책이 보더니 창을 두고 활에 화살을 메겨 진생의 얼굴을 명중시키자 텅’ 소리와 함께 진생이 낙마한다. 진생이 낙마하자 장호가 놀라 미처 손쓰지 못하는 사이에 한당이 한칼에 베어 머리를 두 조각 낸다. 이때 정보가 말을 몰아 군진 앞의 황조를 덮치니 황조가 투구를 벗어 던지고 보병 사이로 숨어서 달아난다. 손견이 황조의 패잔군을 엄습해 한수 漢水까지 추격하고, 황개에게 전선을 한강으로 항행하여 정박하라 명한다.

    황조가 패잔군을 수습하여 유표를 찾아가서 손견의 기세를 막을 수 없더라고 이야기하자 유표가 황망히 괴량과 상의한다. 괴량이 말한다 .

    "아군은 방금 패전하여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해자를 깊게 파고 보루를 높여 일단은 예봉을 피하면서 원소에게 구원을 요청하면 위기는 저절로 풀릴 겁니다."

    채모가 말한다.

    "한가한 말씀이고 졸렬한 계책이네요. 적병이 성 아래까지 와서 해자를 넘을 지경인데 어찌 속수무책으로 죽기만 기다리겠습니까! 제가 재주가 없지만 군을 이끌고 결전을 치르겠습니다."

    유표가 허락하니 채모가 병력 1만여를 이끌고 양양성 밖의 현산에 포진한다. 손견이 승전군을 이끌고 거침없이 진격한다. 채모가 말을 타고 나오자 손견이 말한다.

    "저 놈은 유표의 후처의 오라비구나. 누가 내게 잡아올래?"

    정보가 철척모를 들고 말을 타고 나와 채모와 교전한다. 싸운 지 몇합만에 채모가 달아나자 손견이 대군을 이끌고 추격하니 시체가 들판 가득하고, 채모는 양양으로 달아난다. 채모가 좋은 계책을 듣지 않고 크게 패했으니 군법대로 참수하라고 괴량이 말하지만 유표가 채모의 누이를 후처로 삼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형벌을 내리지 않는다.

    손견이 군을 4면으로 나눠 양양성을 포위한다. 그런데 어느날 광풍이 불더니 중군의 '수 帥' 자 깃발이 부러진다. 한당이 말한다.

    "좋은 징조가 아니니 잠깐 철군하시지요."

    "내가 거듭 승전하여 양양성을 곧 함락하는데 어찌 바람에 깃발 하나 꺾였다 겁먹고 철군하겠어?"

    한당의 말을 듣지 않고 공성을 서두른다. 괴량이 유표에게 말한다.

    "제가 천문을 살피니 장군 별 하나가 떨어지려 하구먼요. 별이 속한 '분야 分野'를 따져보니 손견에게 변고가 일어나겠네요. 주공께서 어서 원소에게 서신을 보내어 구원을 청하십시오."

    유표가 서신을 작성한 뒤 누가 포위를 뚫고 나가겠냐고 묻자 용맹한 여공이 나선다. 괴량이 말한다.

    "자네가 가겠다면 내 계책을 듣게. 군마 5백을 주겠으니 활 잘 쏘는 이를 많이 거느리고 포위를 뚫고 나가서, 바로 현산으로 가게. 손견이 반드시 군을 이끌고 추격할 거야. 병력을 나눠 1백은 산 위에서 돌을 준비하고, 1백은 활과 쇠뇌로 무장해 숲속에 매복시키게. 추격병이 있으면 똑바로 달아나지 말고 이리저리 돌아서 매복 장소로 꾀어, 시석으로 일제히 공격하게. 성공하여 호포를 쏘면, 성 안에서도 출격해 호응하겠네. 추격병이 없으면 호포를 쏘지 말고, 곧장 길을 가게. 오늘밤 달빛이 그리 밝지 않으니 해질 무렵 출성하면 될 것이야."

    여공이 계책대로 군마를 준비해 해질 무렵 몰래 동문으로 군을 이끌고 출성한다. 손견이 막사 안에 있다가 함성을 듣고 서둘러 말을 타고 30여 기를 이끌고 영채를 빠져나와 살피니 어느 병사가 알린다.

    "한떼의 인마가 급히 빠져나와 현산 쪽으로 달아났습니다."

    손견이 다른 장수를 부르지 않고 30여 기만 거느리고 뒤쫓는다. 여공이 이미 산속의 수풀이 우거진 곳의 위아래로 병사를 매복했다. 손견의 말이 빨라서 홀로 앞장서서 달리니 멀지 않은 거리에 달아나는 적병들이 보인다. 손견이 크게 소리친다.

    "멈춰라!"

    여공이 말머리를 급히 돌려 손견과 싸운다. 겨우 1합을 싸우더니 여공이 달아나 금세 산길로 들어간다. 손견이 뒤따르지만 여공이 보이지 않아, 산을 오르려는데 갑자기 징 소리가 울린다. 산 위에서 돌이 마구 쏟아지고 숲에서 일제히 화살이 빗발친다. 손견이 온몸에 돌과 화살을 맞고 머리가 터져 뇌수가 흐르며 사람과 말이 현산에서 같이 죽는다. 나이 겨우 삼십칠 세다.

    여공이 나머지 삼십 기도 가로막아 모두 죽이고 호포를 쏜다. 성중에서 황조, 괴월, 채모가 각각 군을 거느리고 나와서 달려드니 강동의 여러 부대가 대란한다. 황개가 천지를 뒤흔드는 함성을 듣고 수군을 이끌고 달려오다가 황조와 마주쳐, 2 합도 안 되어 황조를 사로잡는다. 정보가 손책을 보호하며 급히 길을 찾다가 여공과 마주친다. 정보가 말을 달려 나가 불과 몇 합에 철척모로 여공을 찔러 낙마시킨다. 양군이 크게 싸우다가 해뜰 무렵에야 각각 병력을 거둔다. 유표군은 다시 성으로 들어간다. 손책이 한수로 돌아와서야 부친이 난전을 맞아 숨지고, 그 시체를 유표군이 성 안으로 메고 간 것을 알고 목놓아 통곡한다. 병사들이 따라서 운다. 손책이 말한다.

    "부친의 시신이 적진에 있는데 어찌 고향으로 돌아갈까!"

    황개가 말한다.

    "이제 황조를 사로잡았으니 사람을 보내 화친을 청하고 주공의 시신을 황조와 맞바꾸세요."

    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군리 軍吏 환계가 나서며 말한다.

    "제가 유표와 친분이 있으니, 성에 들어가는 사신이 되겠습니다."

    손책이 허락하니 환계가 성으로 들어가 유표를 만나 그 일을 이야기한다. 유표가 말한다.

    "문태(손견)의 시신은 내가 이미 관에 넣어 여기 잘 모셔두었지. 어서 황조를 풀어주고 양쪽 모두가 군을 거두고 다시는 침범하지 않아야겠네."

    환계가 절을 올려 사례하고 가려는데 계단 아래에서 괴량이 나오며 말한다.

    "안 돼요! 안 돼! 제 한 마디면 강동군이 하나도 돌아가지 못할테니, 우선 환계를 베고 제 계책을 쓰세요."

    적을 쫓던 손견 이제 운명하고
    화친 구하던 환계도 재앙 만나네.

    환계의 목숨 어찌될까? 다음 편을 보면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