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95회 마속이 간언을 듣지 않다가 가정을 빼앗기고 무후가 거문고를 타서 중달을 물리친다

    한편, 위나라 군주 조예가 장합을 선봉으로 삼아, 사마의와 더불어 함께 출정시킨다. 동시에 신비와 손례 두 사람에게 병력 5만을 거느리 고 조진을 돕게 하니 천자의 조서를 받들고 간다. 한편, 사마의는 2십만 대군을 이끌고 관문을 나와 진을 치고, 선봉 장합을 군막 안으로 불러 말한다.

    “제갈량은 생평生平( 평생 )에 걸쳐 조심하며 아직껏 감히 급하게 일을 한 적이 없소. 내가 용병을 했다면 먼저 자오곡을 따라 곧장 장안을 취해 일찌감치 오랜 시간을 벌었을 것이오. 그가 지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행여나 잘못될까 두려워, 기꺼이 모험하지 못하오. 이제 모름지기 야곡으로 군대를 내보내 미성을 취하러 올 것이오. 미성을 취하면 반드시 병력을 두 갈래로 나눠 1군은 기곡을 취할 것 이오. 내 이미 격문을 보내 자단에게 명해 미성을 막아서 지키고 만약 적병이 오더라도 출전하지 말라 하였소. 또한 손례와 신비에게 명해 기곡 입구를 차단해 만약 적병이 온다면 곧바로 기습하라 하였소.”

    “이제 장군은 어디로 진병하실 생각이오?”

    “내가 평소 알고 있기로는 진령 서쪽에 한 줄기 길이 있는데 그곳을 가정이라 일컫소. 주변에 성이 하나 있으니 이름해 열류성이오. 이 두 곳은 모두 한중 지방의 목구멍 같은 곳이오. 제갈량은 자단이 무방비하리라 여기고 틀림없이 이곳으로 진격할 것이오. 나와 그대가 곧바로 가정을 취한다면 양평관 쪽에서 멀지 않소. 우리가 가정의 요로( 중요 길목 )를 차단해 그들의 양도( 식량 수송로 )를 끊은 것을 제갈량이 안다면 농서 일대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어, 그는 반드시 밤을 새서라도 한중으로 돌아갈 것이오. 그가 돌아갈 때 우리가 병력을 거느리고 소로( 좁은 길/ 지름길 )에서 공격하면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오. 그들이 돌아가지 않더라고 우리가 곳곳의 소로에 모두 보루를 쌓아 차단하고 전부 병력을 배치해 지킨다면, 한 달이 지나 식량이 바닥나서 촉병들 모두 굶어죽을 테니 제갈량은 우리에게 잡히 고 말 것이오.”

    장합이 크게 깨닫고 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리며 말한다.

    “도독은 참으로 신산神算( 신묘한 계략 )을 가졌소!”

    “비록 이렇더라도 제갈량은 맹달에 비할 바가 아니오. 장군께서 선봉이 되더라도 함부로 진격하지 마시오. 다른 장수들에게도 그렇게 전 해야 하오. 산 너머 서쪽 길은 멀리 멀리까지 정탐을 한 뒤에 복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전진할 수 있소. 이를 소홀히 하면 반드시 제갈량의 계략에 빠질 것이오.”

    장합이 계책을 받고 군을 이끌고 떠난다.

    한편, 공명은 기산의 영채 안에 머물고 있는데 갑자기 신성에서 정탐을 하던 이가 왔다고 한다. 공명이 급히 불러들여서 묻자 그 세작( 첩자 )이 고한다.

    “사마의가 길을 재촉해 8일에 벌써 신성에 도착하니 맹달이 미처 손쓸 틈이 없었습니다. 또한 신탐, 신의, 이보, 등현이 내응하니 맹달 은 난전 중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제 사마의가 병력을 거두어 장안으로 가서 위나라 군주를 만나 장합과 함께 병력을 이끌고 출관出關 ( 관문을 나옴/ 변방의 요새를 나옴)해 아군을 막으러 오고 있습니다.”

    공명이 크게 놀라 말한다.

    “맹달이 기밀을 지키며 일하지 않아 죽은 것이야 당연하다. 이제 사마의가 출관했다면 틀림없이 우리의 목구멍처럼 중요한 곳인 가정을 빼앗으려 할 것이다.”

    곧 묻는다.

    “누가 감히 병력을 이끌고 가정을 지키러 가겠소?”

    그 말이 미처 끝나기 앞서 참군 마속이 말한다.

    “제가 가겠습니다.”

    “가정이 비록 작은 곳이지만 책임은 막중하오. 만약 가정을 잃는다면 우리 대군도 끝장이오. 그대가 비록 모략( 책략 )에 능통하지만 그 곳은 아무 성곽도 없고 험조險阻( 지세가 거칠고 가팔라 사람이 다니기 힘듦 )한 지형도 없는 까닭에 수비가 극히 곤란하오.”

    “제가 어려서부터 병법서들을 숙독해 병법을 자못 아는데 어찌 가정 하나를 지키지 못하겠습니까?”

    “사마의는 얕볼 사람이 아니오. 게다가 선봉장 장합은 바로 위나라의 이름난 장수요. 그대가 대적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소.”

    “사마의, 장합 따위야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더해 조예가 친히 온들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만약 잘못을 저지른다면 저희 집안 모두를 처 형하십시오.”

    “군중에는 희언戲言( 농담 )이 없는 법이오.”

    “바라옵건대 군령장軍令狀( 군령을 어길 시 처벌을 받겠다는 각서 )을 쓰겠습니다.”

    공명이 이를 따르니 마속이 곧 군령장을 써서 바친다.

    공명이 말한다.

    “내 그대에게 2만5천의 정병( 정예 병력 )을 주고 상장上將( 대장/ 고위 장군 )을 한 사람 뽑아 그대를 돕도록 하겠소.”

    즉시 왕평을 불러 분부한다.

    “내 평소 그대가 늘 조심스러운 것을 알기에 특별히 이 중대한 임무를 맡기오. 그대는 조심하고 삼가면서 그곳에 영채를 세울 때 반드시 중요한 길목에 세워 적병들로 하여금 쉽게 지나가게 하지 마시오. 영채를 세우고나서, 곧바로 사방팔방의 지리 형상을 그린 도본을 내게 보내시오. 모든 일을 상의를 마친 뒤 실행할 것이지 함부로 쉽게 하지 마시오. 그곳을 무사히 수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장안을 점령하는 가장 큰 공이 될 것이오. 주의하고 주의하시오!”

    두 사람이 절을 올려 작별하고 병력을 이끌어 떠난다. 공명이 깊이 생각하더니 두 사람이 실수할까 두려워 다시 고상을 불러 말한다.

    “가정 동북쪽에 성이 하나 있으니 이름해 열류성인데 외진 산 속 좁은 길에 있소. 그곳에 군대를 주둔할 만하오. 내 그대에게 병력 1만을 줄 테니 그 성으로 가서 주둔하시오. 가정이 위급하면 바로 병력을 이끌고 구원하시오.”

    고상이 병력을 이끌고 간다. 공명이 다시 생각하니 고상도 장합의 적수가 못 되는지라 반드시 대장 한 사람을 뽑아 가정의 우측에 주둔 시켜야 방어할 수 있겠구나! 곧 위연을 불러 휘하 병력을 이끌고 가정의 뒷쪽으로 주둔하러 가라고 한다.

    위연이 말한다.

    “제가 선봉이 되어서 마땅히 적병을 앞장서 격파해야 하거늘 어찌 저를 안한安閒( 안정되고 한가함 )한 곳에 두려고 하십니까?”

    “선봉으로 적병을 격파하는 것이야 편비偏裨( 편장/ 하급 장교 ) 따위나 할 일일 따름이오. 이제 그대에게 명해 가정의 군대를 돕고 양 평관의 요충 도로를 맡아 한중으로 통하는 인후咽喉( 목구멍/ 전략 상 매우 중요한 지역 )를 모두 지키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큰 임무요. 어찌 안한한 곳이라 하겠소? 그대는 절대 이를 소홀히 여겨 대사를 그르치지 마시오. 반드시 조심하고 주의하시오!”

    위연이 크게 기뻐하며 병력을 이끌고 간다. 공명이 비로소 안심해 조운과 등지 두 사람을 불러 분부한다.

    “이제 사마의가 출병했으니 지난날과 상황이 다를 것이오. 그대 두 사람은 각각 1군을 이끌고 기곡으로 나아가 의병疑兵( 허장성세로써 적병을 혼란시키고자 배치하는 병력 )의 역할을 하시오. 위나라 병력과 조우하거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싸우지 않아 적병의 마음을 혼 란시키시오. 내 직접 대군을 통솔해 야곡에서 곧바로 미성을 취하러 가겠소. 미성을 얻으면 장안도 깨뜨릴 수 있게 되오.”

    두 사람이 명을 받고 떠난다. 공명이 강유에게 선봉을 맡겨 야곡에서 출병한다.

    한편, 마속과 왕평 두 사람의 병력이 가정에 이르러 지형을 살피는데 마속이 웃으며 말한다.

    “승상께서 무엇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단 말이오? 이깟 산 속 외진 곳에 위병들이 무슨 까닭에 감히 오겠소!”

    왕평이 말한다.

    “비록 위병들이 감히 오지 않더라도 이곳 다섯 갈래의 길의 입구에 영채를 세워야 하니, 즉시 병사들에게 명해 나무를 베아서 목책을 만들어 오래 버틸 계책을 강구해야 하오.”

    “이 길목이 어찌 영채를 세울 자리라고 말씀하시오? 이곳 주변에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은 사방이 모두 끊기고 게다가 수목이 극히 넓게 펼쳐져 참으로 하늘이 내린 험준한 곳이오. 그 산 위로 올라가 군대를 주둔하겠소.”

    “참군께서 틀리셨소. 이 길목에 병력을 주둔하고 성벽을 쌓아올린다면 적병이 모두 십만이 몰려온들 능히 뚫고 지나갈 수 없소. 이곳 요 로를 버리고 산 위에 주둔했다가 위병들이 몰려와 사방에서 포위하면 무슨 계책으로 지키겠소?”

    마속이 크게 웃으며 말한다.

    “그대는 참으로 여자 같은 식견을 가졌구려! 병법에 이르기를, 높은 곳에 자리잡고 아래를 내려다본다면 마치 파죽지세와 같다, 하였소. 위병들이 온다고 한들 나는 그들을 갑옷 조각 하나도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소!”

    “내가 누차에 걸쳐 승상께서 진을 치시는 것을 따라다니며 봤지만 승상께서 가시는 곳마다 진심을 다해 알려주셨소. 이제 이 산을 살 펴보건대 이 산은 바로 절지絕地( 매우 위험한 곳 )요. 우리가 물을 길어 먹는 길을 위병들이 끊는다면 병사들이 싸우지도 않고 혼란에 빠질 것이오.”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손자께서 이르시길, 사지에 빠지고 나서야 살 길이 생기는 법이다, 하였소. 위병들이 아군의 물길을 끊는다면 촉 병들이 어찌 죽을 각오로 싸우지 않겠소? 한 사람으로 백 사람을 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오. 내가 평소에 병서를 읽었거니와 승상께서도 여러가지 일들을 내게 묻곤 하시는데 그대가 어찌 가로막는단 말이오?”

    “참군께서 기어코 산 위에 영채를 세우겠다면 병력을 나눠 제게 주시오. 나는 산 서쪽 아래에 작은 영채를 세워서 서로 의각지세犄角之 勢( = 기각지세/ 양쪽에서 공동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요격하는 형세 )를 이루는 것이 좋겠소. 위병들이 온다면 서로 도웁시다.”

    이것도 마속이 따르지 않는데 갑자기 산 속에 사는 백성이 떼를 지어 몰려오며 위병들이 벌써 왔다고 알린다. 왕평이 인사하고 가려는데 마속이 말한다.

    “그대가 기어코 내 명령을 듣지 않겠다면 5천 병사를 줄 테니 영채를 세우러 가시오. 내가 위병을 격파하기를 기다려 승상 면전에서 공로 를 나눌 생각은 마시오!”

    왕평이 병력을 이끌고 산에서 십 리 떨어진 곳에 영체를 세운다. 그곳의 도본을 그린 뒤 사람을 시켜 그날밤 공명을 찾아가 전하고 마속이 산 위에 영채를 세운 것을 모두 말하게 한다.

    한편, 사마의는 성 안에 머물며 차남 사마소를 먼저 보내 길을 정탐하게 한다. 만약 가정에 적병이 주둔해 수비한다면 즉시 진군을 멈추라 한다. 사마소가 명령을 받들어 그 일대를 쭈욱 정탐하고서 돌아가 부친에게 말한다.

    “가정을 적병이 지키고 있습니다.”

    사마의가 탄식한다.

    “제갈량은 참으로 신인( 신선/ 도인/ 재능이 출중한 사람 )이구나! 나 따위는 미치지 못하겠구나!”

    사마소가 웃으며 말한다.

    “부친께서 무슨 까닭으로 스스로 지기( 뜻과 용기 )를 떨어뜨리십니까? 제가 보기에 가정은 쉽게 빼앗을 수 있습니다.”

    “네 어찌 감히 이렇게 큰 소리를 치냐?”

    “제가 직접 정탐해보니 길을 막는 채책( 군대 진지의 울타리 )이 없고 병사들은 모두 산 위에 주둔해 있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그들을 격 파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사마의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적병이 정말로 산 위에 있다면 하늘이 나로 하여금 공을 이루게 만듦이다!”

    곧 옷을 갈아입고 백여 기를 이끌고 직접 보러 간다. 이날밤 하늘이 맑고 달이 밝은데 곧장 산 아래에 이르러 주위를 한번 쭈욱 둘러보고 서야 돌아간다. 마속이 산 위에서 이를 보더니 크게 웃으며 말한다.

    “저 자에게 명운이 있다면 이 산을 포위하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장수들에게 명령을 전하기를, 적병이 몰려왔을 때 산 정상에서 붉은 깃발을 흔드는 즉시 사방에서 모두 내려가 공격하라고 한다.

    한편, 사마의가 영채 안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시켜 어느 장수가 가정을 지키는지 알아보게 하니, 돌아와 보고한다.

    “그는 바로 마량의 아우 마속입니다.”

    사마의가 웃으며 말한다.

    “헛된 명성만 있지 범용한 재능을 가졌을 뿐이구나! 공명이 이런 인물을 쓰다니 어찌 일을 그르치 않겠냐!”

    다시 묻는다.

    “가정의 좌우에는 따로 병사들이 없는가?”

    “산에서 십 리 떨어진 곳에 왕평의 병사들이 영채를 세워 주둔하고 있습니다.”

    사마의가 이에 장합에게 명해 1군을 이끌고 왕평이 구원하러 오는 길을 차단하도록 한다. 또한 신탐, 신의 두 사람에게 명해 양 갈래 의 병력을 이끌고 산을 포위해 먼저 마실 물길을 끊도록 한다. 촉병들이 스스로 혼란에 빠지기를 기다린 뒤 그 틈을 타서 치라고 한다. 이날밤 작전 배치를 마치고 다음날 동틀 무렵 장합이 먼저 병력을 이끌고 배후를 차단하러 간다. 사마의가 병사들을 크게 이끌고 간다. 위병들이 떼지어 몰려가 사방에서 산을 포위한다. 마속이 산 위에서 바라보니 위나라 병사들이 산과 들을 가득 메웠는데 깃발과 대오가 몹시 엄정하다. 촉나라 병사들이 이를 보고 모두 간담이 서늘해 감히 산을 내려오지 못한다. 마속이 붉은 깃발을 흔들지만 병사들과 장수들이 너나없이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 않는다. 마속이 크게 노해 직접 장수 두 사람을 죽인다. 병사들이 놀라고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있는 힘을 다해 위나라 병사들을 치러 산을 내려간다. 그러나 위병들은 굳건히 서서 동요하지 않으니 촉병들이 다 시 후퇴해 산으로 올라간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마속이 병사들을 집결시켜 영채의 문을 걸어잠가 지키며 외부의 도움을 기다리게 한다.

    한편, 왕평은 위병들이 오자 군을 이끌고 급히 나오다가 때마침 장합과 조우한다. 수십 합 남짓 싸워 왕평이 힘도 빠지고 세력도 고립 돼 어쩔 수 없이 퇴각한다. 위병들이 진시( 오전 7-9 시 )부터 술시( 오후 7-9 시 )까지 포위하니 산 위에 물이 없어 병사들이 먹지 못하 여 군중에 큰 혼란이 일어난다. 한밤중이 되자 산 남쪽의 촉병들이 문을 활짝 열고 산을 내려가 위나라에 항복하지만 마속이 제지하지 못한다. 사마의가 다시 사람들을 시켜 산기슭에 불을 지르자 산 위의 촉병들이 더욱 혼란에 빠진다. 수비할 수 없다고 생각한 마속이 잔 존 병력을 이끌고 서둘러 산 서쪽으로 내려가 달아난다. 사마의가 큰 길을 터주어 마속이 달아나도록 놔둔다. 배후에서 장합이 병력을 이끌고 뒤쫓는다. 3십 리 남짓 추격하자 앞쪽에서 북소리 피리소리 일제히 울리며 1군이 튀어나와 마속을 통과시키고 장합을 가로막는다. 누군가 보니 바로 위연이다. 위연이 칼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곧바로 장합에게 달려든다. 장합이 군대를 되돌려 달아난다. 위연이 군대를 내몰아 가정을 다시 빼앗으려 한다. 5십 리 남짓 추격하자 한바탕 함성이 일며 양쪽에서 복병이 일제히 나온다. 왼쪽은 사 마의, 오른쪽은 사마소이다. 도리어 위연의 배후를 공격해 위연을 해심( 포위의 한 가운데 )에 몰아넣는다.

    장합이 다시 와서 세 갈래 병력이 한데 합친다. 위연이 좌충우돌하지만 탈출하지 못하고 병력의 태반을 잃는다. 이렇게 위급한 순간에 홀연히 1군이 돌입하니 바로 왕평이다. 위연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내가 이제 살겠구나!”

    두 장수가 병력을 한데 모아 한바탕 크게 무찌르니 위병들이 비로소 물러간다. 두 장수가 황망히 영채로 돌아가보니 영채에는 온통 위나 라 깃발이 휘날린다. 신탐과 신의가 영채 안에서 튀어나온다. 왕평과 위연이 곧장 열류성으로 달아나 고상을 찾아간다. 이때 고상은 가 정을 빼앗긴 것을 전해듣고 열류성의 병력을 모조리 일으켜 구원하러 오고 있었다. 마침 위연과 왕평 두 사람과 맞닥뜨리니 그들이 앞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한다. 이에 고상이 말한다.

    “오늘 저녁 위나라 영채를 습격해 가정을 되찾는 것이 낫겠소.”

    이때 세 사람이 산비탈 아래에서 상의를 마친다.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병력을 세 갈래로 나누어 위연이 병력을 이끌고 먼저 진군해 곧바로 가정에 이르지만 적병이 아무도 보이지 않이 마음 속으로 크게 의심해 감히 함부로 전진하지 못한다. 일단 길 어귀에 매복해 기다린다. 그런데 어느새 고상이 이끄는 병력도 당도해 두 사람 모두 적병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찌된 까닭인지 모르겠 는데 왕평의 병력도 오지 않는다. 갑자기 한바탕 포성이 울리며 불길이 하늘을 찌르고 북소리가 땅을 뒤흔든다. 위병들이 일제히 몰려나 와 위연과 고상을 해심垓心( 빠져나오기 어려운 포위의 한가운데 )에 빠뜨린다. 두 사람이 힘을 다해 적병과 충돌하지만 탈출하지 못 한다. 갑자기 산비탈 뒤에서 우뢰 같은 함성 소리가 들리며 1군이 몰려드니 바로 왕평이다. 고상과 위연 두 사람을 구출해 열류성으로 급히 달아난다. 성 아래 이르자 어느 틈엔가 성 주변에서 1군이 쇄도하는데 깃발 위에 '위나라 도독 곽회'라고 크게 적 혀 있다. 원래 곽회는 조진과 상의하면서 사마의가 모든 공을 가져갈까 두려워했다. 이에 곽회에게 병력을 나눠주어 가정을 점령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사마의와 장합이 이미 그 공을 세운 것을 곽회가 전해듣고 곧바로 병력을 이끌고 열류성을 습격하러 온 것이다. 그러다 가 마침 이들 세 장수와 마주쳐 한바탕 무찌르니 촉군 가운데 사상자가 극히 많다. 양평관을 잃을까 두려워 위연이 황망히 왕평, 고상과 함께 양평관으로 간다.

    한편 곽회는 군대를 거두고 좌우의 사람들에게 말한다.

    "내가 비록 가정을 점령하지 못했으나 열류성을 취한 것도 큰 공이라 하겠소. "

    병력을 이끌고 성 아래에 이르러 문을 열라 외치는데 성 위에서 한 차례 포성이 울리며 온갖 깃발이 일제히 일어서고 맨 앞 큰 깃발 위에 '평서도독 사마의'라고 적혀 있다. 사마의가 현공판( 성문에서 해자 위에 걸치는 가동식 다리 )을 걷어올리고 가슴을 보호하는 목책에 기 대어 크게 웃으며 말한다.

    "곽백제는 어찌 이리 늦게 오시오?"

    곽회가 깜짝 놀라며 밀한다.

    "중달( 사마의의 자 )의 신묘한 지략은 내가 따르지 못하겠구려!"

    곧 성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마치니 사마의가 말한다.

    "이제 가정을 빼앗겼으니 제갈량이 달아날 수밖에 없소. 공은 자단( 조진 )과 함께 밤낮없이 그를 추격하시오."

    곽회가 그 말을 따라 성을 나가서 떠난다. 시마의가 장합을 불러 말한다.

    "자단과 백제는 내가 큰 공을 모두 차지할까 두려워 이곳 성지를 취하러 왔던 것이오. 내가 홀로 공을 이루려 한 것이 아니라 요행僥倖( 우연히 잘 됨/ 우연히 잘 진행됨 )으로 이렇게 되었을 뿐이오. 내가 보기에 위연, 왕평, 마속, 고상의 무리는 틀림없이 양평관으로 먼저 갈 것이오. 내가 그곳을 취하러 가면 제갈량이 반드시 뒤따라 습격해 결국 그의 계략에 빠지고 말 것이오. 병법에 이르기를, 돌아가는 적군을 치지 말며 궁지에 몰린 적병을 뒤쫓지 말라 하였소. 그대는 지름길을 따라가서 기곡의 퇴병( 후퇴하는 병사 )을 공격하시오. 나는 직접 병력을 이끌고 야곡의 적병을 맡겠소. 그들이 패주하면 막지 말고 다만 중도에서 차단해야 촉병의 치중( 군수물자 )를 모두 노획할 수 있소. "

    장합이 계책을 받고 병력 절반을 이끌고 떠난다. 사마의가 명령을 내린다.

    "지금 바로 야곡을 점령하러 간다. 서성으로 진격할 것이다. 서성이 비록 외진 산 속의 작은 현이지만 촉병의 군량 저장소이자 남안 南安, 천수天水, 안정安定 3 개 군으로 모두 통하는 길이다. 그곳 성을 점령하면 3 개 군을 회복할 수 있다."

    이에 사마의가 신탐과 신의를 남겨 열류성을 지키게 하고 스스로는 대군을 통수해 야곡으로 진발한다.

    한편, 공명은 마속 등을 보내 가정을 지키게 한 뒤에도 우려하고 걱정해 마지 않는다. 그런데 왕평이 보낸 사람이 그곳을 그린 도본을 가지고 온다. 공명이 그를 불러들이니 측근이 도본을 바쳐 올린다. 공명이 탁자 위에서 뜯어보더니 탁자를 내리치며 몹시 놀라 말한 다.

    "마속이 무지해 아군을 구렁텅이에 빠뜨리구나! "

    좌우에서 묻는다.

    "승상께서 무슨 까닭에 실경失驚( 깜짝 놀람 )하십니까?"

    "내가 이 도본을 살펴보니 요로를 버리고 도리어 산 위에 영채를 세웠소. 만약 위병이 와서 사방으로 포위해 물길을 끊는다면 이틀이 못 되어 아군이 저절로 혼란에 빠질 것이오. 가정을 잃는다면 우리가 어찌 돌아가겠소?"

    장사長史 양의가 진언한다.

    "제가 비록 재주 없으나 마유상(마속 )에게 가보겠습니다. "

    영채를 만들어 주둔하는 법을 공명이 하나하나 양의에게 알려준다. 막 떠나려 하는데 보마報馬( 말을 타고 소식을 전하는 사람 )가 달려 와 말한다.

    "가정과 열류성을 모두 잃었습니다!"

    공명이 발을 구르며 장탄식한다.

    "대사를 그르쳤구나! 이 모두 나의 잘못이다!"

    급히 관흥과 장포를 불러 분부한다.

    "그대들은 각각 정병 3천을 거느리고 무공산의 지름길로 가시오. 위나라 병력을 만나더라도 크게 공격하지 말고 다만 북을 치고 함성을 질러 적병을 혼란시키시오. 적병이 스스로 물러나도 추격하지 마시오. 모두 물러가기를 기다려 즉시 양평관으로 가시오."

    다시 장익에게 명해 먼저 군을 이끌고 검각으로 가서 퇴로를 확보하도록 한다. 또한 은밀히 촉나라 대군에게 호령( 명령 )을 전한다. 암암리에 행장을 수습해 떠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또한 마대와 강유에게 명하기를, 후미를 차단하고 먼저 산골짜기에 매복해 다 른 병사들이 모두 퇴각을 마치면 비로소 철수하라 한다. 다시 심복들에게 명해 천수, 남안, 안정 세 고을로 길을 나눠 들어가 관리와 군 민들을 모두 한중 지역으로 이동시키게 한다. 다시 심복을 시켜 기현으로 가서 강유의 노모를 모시고 한중으로 들어가게 한다.

    공명이 이렇게 지시를 마치고 먼저 병력 5천을 거느리고 서성현으로 가서 양초( 군량과 말먹이풀 )를 운반하려 한다. 그런데 갑자기 십여 차례나 급보가 날아드니 사마의가 이끄는 15만 대군이 서성으로 벌떼처럼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공명 곁에는 대장이 아무도 없고 오로지 한 무리 문관만 있고 휘하의 병사 5천도 이미 절반은 군량을 운반하도록 떠나보내 성 안에는 겨우 2천 5백 인의 병사만 있 다. 이러한 소식을 관리들이 듣고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공명이 성벽을 올라 바라보니 과연 흙먼지가 하늘을 찌르며 위병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서성현으로 쇄도한다. 공명이 명령을 전해 지시하기를, 각종 깃발을 모두 감추고 장수들은 제각기 성포城鋪( 성벽의 방 어 시설 )를 수비하며 함부로 출입하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이는 즉시 참할 것이라 한다. 네 개 성문을 활짝 열고 성문마다 스무 명의 군 사를 백성으로 가장해 길거리를 청소하게 한다. 위병들이 오더라도 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지시하며 공명 자신이 따로 계책을 낼 것 이라 한다. 이에 공명이 학창의를 입고 윤건을 머리에 쓰더니 작은 동자 둘을 데리고 거문고를 가지고 성벽 위의 적루 앞에서 난간에 기 대어 향불을 태우며 거문고를 뜯는다.

    한편, 사마의의 전초 부대가 성 아래로 정찰을 와서 이러한 모습을 보고 서둘러 사마의에게 알리지만 사마의는 웃으며 믿지 않는다. 곧 삼군의 진격을 멈추고 스스로 급히 말을 몰아 먼 거리에서 바라본다. 과연 공명이 성루 위에 앉아 웃는 모습으로 거문고를 잡고 방약무 인傍若無人(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신경 쓰지 않음 )하게 향을 불사르며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다. 왼쪽의 동자 하나는 보검을 받들고 있 고 오른쪽의 동자 하나는 주미麈尾( 먼지떨이 )를 잡고 있다. 성문 안팎에서 스물 남짓의 백성이 머리를 숙인 채 쇄소洒掃( 물을 뿌리고 빗자루로 쓰는 것 )하고 있는데 역시 방약무인하다.

    사마의가 이를 보고 크게 의심이 들어 곧 중군으로 가서 지시하기를, 후군을 전군으로, 전군을 후군으로 역할을 바꾸어 북쪽 산길로 물 러나라고 한다. 둘째 아들 사마소가 말한다.

    "틀림없이 제갈량에게 아무 병사도 없어 저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부친께서 어찌 바로 병력을 물리십니까?"

    "제갈량은 평생 신중해 여태껏 함부로 모험하지 않았다. 이제 성문를 활짝 열었으니 모름지기 매복이 있을 것이다. 아군이 진격한다면 그 계략에 걸려들 것이다. 너 따위가 어찌 알겠나? 어서 물러나야 한다."

    이에 두 갈래의 병력이 모두 퇴각한다. 위나라 군대가 멀리 떠나자 공명이 손뼉을 치며 웃는다. 깜짝 놀라지 않는 관리가 아무도 없다. 이에 공명에게 묻는다.

    "사마의는 위나라의 이름난 장수로서 이제 15만 정병을 거느리고 이곳으로 왔거늘 승상을 보자마자 물러났습니다. 어찌된 까닭입니까?"

    "그는 내가 평소 신중한 줄만 알아 절대 모험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소. 그런데 우리의 이런 모양을 보고 복병이 있을까 의심해 퇴각한 것이오. 내가 일부러 위험을 무릅쓴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까닭에 했을 뿐이오. 그는 틀림없이 군을 이끌고 북쪽 산 속 지름길로 갈 것이오. 내 이미 관흥, 장포 두 사람에게 명해 그곳에서 기다리도록 했소.

    사람들이 모두 탄복한다.

    "승상의 현묘한 지략은 귀신도 예측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희 같았으면 이곳 성을 버리고 달아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우리 병력은 겨우 2천5백에 불과하니 성을 버리고 달아났더라도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오. 결국 사마의에게 사로잡히지 않겠소?"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삼척짜리 거문고로 대군을 물리치니
    제갈량이 서성에서 적군을 격퇴했을 때라네
    십오만 대군이 말머리를 돌린 곳을
    후세인들이 가리키지만 지금도 믿기지 않네

    말을 마치더니 크게 웃으며 말한다.

    "내가 사마의였다면 그렇게 바로 물러나지는 않았을 것이오. "

    곧 명령을 내려 서성의 백성들도 병사들을 따라 한중으로 들어가게 하며 사마의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 한다. 이에 공명이 서성을 떠 나 한중으로 급히 간다. 천수, 안정, 남안 세 개 군의 관리와 병사들도 속속 따라간다.

    한편 사마의가 무공산의 좁은 길로 달아나는데 갑자기 산 뒤에서 함성이 하늘을 찌르고 북소리가 땅을 뒤흔든다. 사마의가 두 아들을 돌 아보며 말한다.

    "내가 아까 떠나지 않았으면 반드시 제갈량의 계책에 빠졌겠구나."

    그런데 큰 길로 1군이 몰려온다. 깃발 위에 큰 글씨로 '우호위사 호익장군 장포'라고 적혔다. 위나라 병사들이 모두 갑옷을 버리 고 창을 끌며 달아난다. 한 마장을 못 가 산골짜기 안에서 함성이 땅을 뒤흔들고 북소 리 피리 소리가 하늘을 울리는데 앞쪽의 큰 깃발 위 에 '좌호위사 용양장군 관흥'이라 적혔다. 산골짜기에서 잇달아 소리가 들리니 도대체 촉병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위나라 병사들이 더욱 의심해 감히 오래 머물지 못하고 모조리 치중( 군수물자 )을 포기하고 달아난다. 관흥과 장포 두 사람이 모두 장령( 군 령 )을 준수해 감히 추격하지 않고 다만 군기( 군수물자 )와 양초( 군량과 말먹이풀 )를 많이 노획해 돌아간다. 산골짜기에 온통 촉병 인 것을 보고, 사마의가 감히 큰 길로 나오지 못하고 마침내 가정으로 돌아간다.

    이때 공명이 후퇴한 것을 들은 조진이 서둘러 병력을 이끌고 뒤쫓는다. 산 뒤에서 한 차례 포성이 울리더니 촉병들이 산과 들을 가득 덮 은 채 몰려온다. 앞장선 대장은 바로 강유와 마대다. 조진이 크게 놀라 급히 군대를 물리는데 위나라 선봉장 진조를 벌써 마대가 참했다. 조진이 병력을 이끌고 마치 놀란 쥐처럼 되돌아서 달아나니 이 틈을 타서 촉병들이 모두 그날밤 한중으로 돌아간다.

    한편 조운과 등지의 복병은 기곡으로 통하는 길에 있었다. 공명이 군대를 물리라는 명령을 전하니 조운이 등지에게 말한다.

    "아군이 후퇴한 것을 위군이 안다면 반드시 추격할 것이오. 내가 먼저 1군을 거느리고 그 뒤에 매복할 테니 공께서 나의 깃발을 앞세우며 서서히 퇴각하시오. 내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호송해주겠소."

    한편 곽회는 병력을 거느리고 다시 기곡으로 통하는 길로 돌아가며 선봉장 소옹을 불러 분부한다.

    "촉장 조운은 영용무적英勇無敵( 몹시 용맹스러워 대적할 이가 없음/ 영용무쌍 )하니 그대는 조심해 대비하시오."

    소옹이 흔연히 말한다.

    "도독께서 기꺼이 도와주시면 제가 조운을 잡겠습니다."

    곧 선두 병력 3천을 이끌고 기곡으로 돌입한다. 금방 촉병을 따라잡는데 산비탈 뒷쪽에서 갑자기 나타난 붉은 깃발에 흰 글씨로 '조운'이 라 적혔다. 몇 리 못 가서 함성이 크게 일며 또 1군이 튀어나온다. 앞장선 대장이 창을 꼬나쥐고 말을 몰며 크게 호통친다.

    "네놈이 조자룡을 몰라보겠냐?"

    소옹이 크게 놀라 말한다.

    "어떻게 여기에도 조운이 있단 말이냐!"

    미처 손 쓰지 못한 채 조운의 창에 찔려 말 아래 죽어 나뒹굴고 나머지 병사들은 궤멸되어 흩어진다.

    조운이 계속 전진하는데 배후에서 다시 1군이 나타나니 바로 곽회의 부하 장수 만정이다. 위병이 급히 추격하자 조운이 말을 멈춰 세우고 창을 꼬나쥔 채 길 어귀에 서서 적장과 교봉( 교전 )하려고 기다린다. 만정이 조운을 알아보고 감히 전진하지 못한다. 조운 이 하늘이 저물기를 기다려 비로소 말머리를 돌려 천천히 퇴각한다. 곽회의 병력이 도착하자 만정은 조운이 여전히 용맹하기 그지없어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곽회가 병사들에게 급히 추격하라고 하자 만정이 장사壯士( 씩씩하고 용감한 병사 ) 수백 기를 이끌고 추격한다. 이들이 어느 큰 숲에 이르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호통친다.

    "조자룡이 여기 있다!"

    깜짝 놀라 말에서 떨어진 이가 백여 명이고 나머지는 고개를 넘어 달아난다.

    만정이 힘껏 달려들지만 조운이 쏜 화살이 투구의 술( 끈 장식 )을 명중하니 놀라서 계곡 물 속으로 굴러떨어진다. 조운이 창 끝으로 만 정을 가리키며 말한다.

    "내 너의 목숨을 살려줄 테니 돌아가거라! 어서 곽회더러 추격해 오라고 말하여라!"

    만정이 목숨을 구해 돌아간다. 조운이 수레와 인마를 호송해 한중으로 가면서 도중에 아무런 손실도 입지 않는다. 조진과 곽회는 세 개 군을 탈환해 전공으로 삼는다.

    한편 사마의는 병력을 나눠 진격하는데 이때 이미 촉병들은 모조리 한중으로 가버린 뒤다. 사마의가 한 무리 군을 이끌고 다시 서성으 로 가니 그곳에 남은 백성들이나 외진 산 속의 은자들이나 모두 말하기를, 공명이 겨우 2천 5백의 병사만 성 안에 가진데다 병사들을 이끌 무장은 아무도 없이 몇몇 문관만 있었을 뿐 아니라 따로 병력을 매복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무공산의 어느 소민小民( 백성/ 인민 )이 고한다.

    "관흥과 장포는 제각기 단지 3천의 병사를 거느리고 산을 돌아나와 함성을 지르고 북소리 요란하게 급히 추격했지만 역시 따로 돕는 병사가 없어 감히 시살廝殺( 마구 공격함/ 육박해 싸움/ 교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사마의가 후회해 마지않으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나는 공명에 미치지 못하는구나!"

    곧 관리와 백성들을 위무하고 병력을 이끌고 장안으로 돌아가서 위주( 위나라 군주 )를 조견朝見( 군주를 알현함 )한다. 위주 조예가 말 한다.

    "오늘날 농서 지방의 여러 군을 다시 얻은 것은 모두 경의 공이오."

    사마의가 아뢴다.

    "이제 촉병이 모두 한중에 있어 아직까지 저들을 모조리 소탕하지 못하였습니다. 신에게 대병( 대규모 병력/ 대군 )을 주시면 힘을 합쳐 서천( 촉의 근거지 )을 수복해 폐하께 보답하겠나이다."

    조예가 크게 기뻐하며 사마의에게 즉시 병력을 더해준다. 그런데 반열에서 한 사람이 나오며 아뢴다.

    "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사오니 족히 촉나라를 평정하고 오나라를 항복시킬 수 있습니다."

    촉나라 장수와 승상이 귀국하자마자
    위나라 군신은 다시 음모를 꾸미네

    계책을 바친 이가 누군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