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第四十六回 用奇計孔明借箭 獻密計黃蓋受刑

제46회 공명이 기책으로 화살을 얻고 황개가 비책을 바치다가 형벌을 받는다

卻說魯肅領了周瑜言語,逕來舟中相探孔明,孔明接入小舟對坐。肅曰:「連日措辦軍務,有失聽教。」孔明曰:「便是亮亦未與都督賀 喜。」肅曰: 「何喜?」孔明曰:「公瑾使先生來探亮知也不知,便是這件事可賀喜耳。」諕得魯肅失色問曰:「先生何由知之?」孔明 曰:「這條計只好弄蔣幹。曹操雖被一時瞞過,必然便省悟,只是不肯認錯耳。今蔡、張兩人既死,江東無患矣,如何不賀喜?吾聞曹操 換毛玠,于禁為水軍都督,在這兩個手裏,好歹送了水軍性命。」

*諕 /획/ 깜짝 놀라다.
*好歹 /호대/ 아무튼.

한편, 노숙은 주유의 말을 따라 곧장 배 안으로 가 공명을 살핀다. 공명이 그를 작은 배 안으로 맞아들여 마주 앉는다. 노숙이 말한다.

"날마다 군무 軍務를 처리하느라 가르침을 듣는데 소홀했소."

"저 역시 도독께 아직 축하를 못 드린 참이오."

"무슨 축하요?"

"공근이 선생을 시켜 제가 아는지 모르는지 알아보라 한 그 일이 축하할 일 아니오?"

깜짝 놀란 노숙이 낯빛이 달라져 묻는다.

"선생께서 어찌 그것을 아시오?"

"그 계책은 장간을 농락한 것뿐이오. 조조가 잠시 속아 넘어가 틀림없이 곧 깨닫겠지만 자기 잘못만은 인정하기 싫겠지요. 이제 채모, 장 윤 두 사람이 죽어버려 강동에 아무 걱정이 없게 됐으니 어떻게 축하하지 않겠소? 내 듣자니 조조가 모개와 우금을 불러 수군 도독으로 삼았다는데, 저들 두 사람 손에 보나마나 수군들 목숨이 날아가게 됐소."

魯肅聽了,開口不得,把些言語支吾了半晌,別孔明而回。孔明囑曰:「望子敬在公瑾面前勿言亮先知此事。恐公瑾心懷妒忌,又要尋事 害亮。」魯肅應 諾而去,回見周瑜,把上項事只得實說了。瑜大驚曰:「此人決不可留!吾決意斬之!」肅勸曰:「若殺孔明,卻被曹操 笑也。」瑜曰:「吾自有公道斬之,教他死而無怨。」肅曰:「以何公道斬之?」瑜曰:「子敬休問,來日便見。」

*支吾 /지오/ 대처하다. 처리하다. 대충하다. 얼버무리다. 억지 부리다.
*公道 /공도/ 대로. 정도. 큰 길. 바른 길. 떳떳한 길.

노숙이 듣더니 할 말을 잃어 잠시 얼버무려 응대하다 작별해 돌아가려 하자 공명이 부탁한다.

"바라건대 자경은 공근 면전에서 절대로 이 일을 제가 알고 있더라고 말하지 마시오. 공근이 속으로 시기해 또다시 나를 해칠까 걱정이 오."

노숙이 응낙하고 떠나 주유를 다시 만나 앞서 일어난 일을 어쩔 수 없이 말한다. 주유가 크게 놀라 말한다.

"그는 결코 살려둬서는 안 되겠소! 내 결단코 그를 참하겠소!"

노숙이 말린다.

"공명을 죽이면 도리어 조조가 비웃소."

"내게 그를 참해버릴 공도 公道(떳떳한 방법)가 있소. 그를 죽여도 원망하지 못할 것이오."

"무슨 공도로써 그를 참하겠소?"

"자경, 더 묻지 마시오. 바로 내일 보게 되오."

次日,聚眾將於帳下,教請孔明議事。孔明欣然而至。坐定,瑜問孔明曰:「即日將與曹軍交戰,水路交兵,當以何兵器為先?」孔明曰: 「大江之上, 以弓箭為先。」瑜曰:「先生之言,甚合吾意。但今軍中正缺箭用,敢煩先生監造十萬枝箭,以為應敵之具。此係公事,先 生幸勿推卻。」孔明曰:「都督見委,自當效勞。敢問十萬枝箭,何時要用?」瑜曰:「十日之內,可辦完否?」孔明曰:「操軍即日將至 ,若候十日,必誤大事。」瑜曰:「先生料幾日可辦完?」孔明 曰:「只消三日,便可拜納十萬枝箭。」瑜曰:「軍中無戲言。」孔明曰: 「怎敢戲都督!願納軍令狀:三日不辦,甘當重罰。」

다음날, 장수들을 막사로 불러 모으고, 공명에게 사람을 보내 의사 議事를 청한다. 공명이 흔쾌히 오므로 좌정 坐定한 뒤 주유가 그에게 묻는다.

" 조조 군대와 교전해 물길에서 싸우면 마땅히 어떤 병기를 우선하겠소?"

"대강 大江(장강/양자강) 위에서는 활과 화살이 우선이오."

"선생 말씀이 내 뜻과 몹시 합치하오. 다만 지금 군중에 마침 쓸 것이 모자라니 번거롭지만 선생께서 화살 10만 개를 만드는 것을 감독해 적군을 맞설 도구로 삼아 주시오. 이것은 공사 公事이니 선생께서 행여나 사양하지 마시오."

"도독께서 맡기시니 마땅히 힘을 다하겠소. 화살 10만 개는 언제까지 필요한 지 물어도 되겠소?"

"열흘 안에 끝낼 수 있지 않겠소?"

"조조 군대가 곧 들이닥치면 열흘을 기다리다 틀림없이 대사를 그르치오."

"선생께서 헤아려 며칠이면 끝내겠소?"

"다만 사흘이면 화살 10만 개를 바칠 수 있소."

"군중에는 희언 戲言 (희롱하는 말)이 없는 법이오."

"어찌 도독을 희롱하겠소! 바라건대 '사흘 안에 마련하지 못하면 중한 벌도 달게 받겠다'는 군령장 軍令狀을 바치겠소."

瑜大喜,喚軍政司當面取了文書,置酒相待曰:「待軍事畢後,自有酬勞。」孔明曰:「今日已不及,來日造起。至第三日,可差五百小軍 到江邊搬箭。」飲了數杯,辭去。魯肅曰:「此人莫非詐乎?」瑜曰:「他自送死,非我逼他。今明白對眾要了文書,他便兩脅生翅,也飛 不去。我只分付軍匠人等,教他故 意遲延,凡應用物件,都不與齊備。如此,必然誤了日期。那時定罪,有何理說?公今可去探他虛實, 卻來回報。」

주유가 크게 기뻐해 군정사 軍政司를 불러 그 자리에서 문서를 쓰게 하고 술을 내어 공명에게 대접해 말한다.

"군사 軍事가 끝나면 내 직접 수고를 보답하겠소."

"오늘은 이미 늦었고 내일 시작하겠소. 제3일에 이르러 군졸 5백을 데리고 강가로 화살을 운반하겠소."

몇잔 마시고 작별해 떠난다. 노숙이 말한다.

"저 사람이 속이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 스스로 죽으러 떠난 것이지 내가 핍박한 것이 아니오. 오늘 명백히 사람들 앞에서 문서를 썼으니 양 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지 않고서야 달아나지 못하오. 나는 군중 장인들에게 분부해 그들에게 고의로 늦추도록 지시하고, 무릇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제대로 준비치 못하 게 하겠소. 이렇다면 보나마나 기일을 어길 테니 그때 죄를 물으면 어찌 변명하겠소? 공은 지금 가서 그의 허실을 탐지해 돌아와 보고하 시오."

肅領命來見孔明。孔明曰:「吾曾告子敬,休對公瑾說,他必要害我。不想子敬不肯為我隱諱,今日果然又弄出事來。三日內如何造得十 萬箭?子敬只得 救我!」肅曰:「公自取其禍,我如何救得你?」孔明曰:「望子敬借我二十隻船,每船要軍士三十人,船上皆用青布為 幔,各束草千餘個,分佈兩邊。吾自有妙用。第三日包管有十萬枝箭。只不可又教公瑾得知;若彼知之,吾計敗矣。」

*包管 /포관/ 담보하다. 보증하다.

노숙이 명을 받들어 공명을 만나니 그가 말한다.

"내 앞서 자경더러 절대 공근에게 말씀 드리지 마시라 했소. 그가 틀림없이 나를 해치려 하오. 뜻밖에 자경이 나를 위해 숨기지 않아 오늘 과연 이런 일이 생겼소. 사흘 안에 무슨 수로 화살 10만 개를 만들겠소? 자경! 제발 나를 구해주오!"

"공 스스로 화를 불렀는데 내 어찌 구해줄 수 있겠소?"

"바라건대 자경께서 제게 배 20척을 빌려 주고 배마다 병사 30 인을 배치해 배 위에 청포로 천막을 둘러 각각 풀다발 1천여 개를 양쪽에 깔아 주시오. 제게 신묘하게 쓸 데가 있소. 제3일에 화살 10만 개 마련하는 것을 보증하겠으나 다만 다시는 공근이 알게 해서는 안 되오. 그가 알면 내 계책은 실패할 것이오."

肅應諾,卻不解其意,回報周瑜,果然不提起借船之事;只言孔明並不用箭竹翎毛膠漆等物,自有道理。瑜大疑曰:「且看他三日後如何 回覆我!」

*且看 /차간/ 천천히 보다. 찬찬히 보다.

노숙이 응낙하나 그 뜻을 알지 못한다. 주유에게 돌아가 보고하지만 과연 배를 빌려주는 일은 말하지 않고 다만 공명도 화살대, 깃털, 아 교, 옻칠 재료 등을 쓰지 않고도 나름대로 방법이 있다 하더라고 그에게 말한다. 주유가 크게 의심해 말한다.

"그가 사흘 뒤에 어떻게 내게 답하나 지켜봅시다!"

卻說魯肅私自撥輕快船二十隻,各船三十餘人,並布幔束草等物,盡皆齊備,候孔明調用。第一日卻不見孔明動靜;第二日亦只不動。至 第三日四更時分,孔明密請魯肅到船中。肅問曰:「公召我來何意?」孔明曰:「特請子敬同往取箭。」肅曰:「何處去取?」孔明曰:「 子敬休問,前去便見。」遂命將二十隻 船,用長索相連,逕望北岸進發。是夜大霧漫天,長江之中,霧氣更甚,對面不相見。孔明促舟前 進,果然是好大霧!前人有篇大霧垂江賦曰:

한편, 노숙은 몸소 경쾌한 배 20척을 뽑아 배마다 30여 인을 두고 아울러 베 장막, 풀다발 등을 모조리 갖춰 공명이 쓰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제1일은 공명의 동정 動靜을 볼 수 없다. 제2일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제3일 4경 시각에 공명이 노숙을 배 안으로 불러 노숙이 묻 는다.

"공이 저를 부른 것은 무슨 까닭이오?"

"특별히 자경께 청해 함께 가서 화살을 취하려 하오."

"어디 가서 취한다는 거요?"

"더 묻지 마시오. 가보면 알 것이오."

명을 내려 배 스무 척을 긴 동아줄로 서로 이어 곧장 북쪽 강기슭으로 출발한다. 이날밤 짙은 안개가 하늘 가득한데 장강 안은 더욱 심해 서로 얼굴도 안 보일 지경이다. 공명이 재촉해 배들이 전진하는데 과연 대단한 안개다! 옛사람이 짙은 안개가 강에 드리운 것을 읊었다.

大哉長江,西接岷峨,南控三吳,北帶九河。
匯百川而入海,歷萬古以揚波。
至若龍伯,海若,江妃,水母,長鯨千丈,天蜈九首,鬼怪異類,咸集而有。
蓋夫鬼神之所憑依,英雄之所戰守也。
時而陰陽既亂,昧爽不分。

*至若 /지약/ 게다가.
*龍伯 /용백/ 용백국 龍伯國의 거인 巨人.
*海若 /해약/ 바다의 신.
*水母 /수모/ 물의 신.
*昧爽 /매상/ 먼동이 틀 무렵.

크구나 장강! 서쪽은 민산, 아미산과 닿고 남쪽은 삼오 三吳를 두드리고 북쪽은 구하 九河를 두르네.
온갖 물줄기 모아 바다로 들어가 만고 萬古를 흘러 넘실대네.
용백 龍伯, 해약 海若, 수모 水母, 천 길 큰 고래, 머리 아홉 달린 지네, 온갖 귀신과 괴물, 이상한 무리 모두 모이네.
뭇 귀신들이 빙의 憑依하고 영웅들이 싸워 지키는 곳이구나.
때때로 음양이 어지러워 떠오른 해마저 흐릿하게 뚜렷치 못하네.

訝長空之一色,忽大霧之四屯。
雖輿薪而莫睹,惟金鼓之可聞。
初若溟濛,纔隱南山之豹;
漸而充塞,欲迷北海之鯤。
然後上接高天,下垂厚地。
渺乎蒼茫,浩乎無際。
鯨鯢出水而騰波,蛟龍潛淵而吐氣。

*輿薪 /여신/ 한수레의 땔감.
*溟濛 /명몽/ (가랑비가 오듯이) 흐릿하다.

하늘이 온통 한 가지 색인가 싶다 문득 짙은 안개 사방 가득하네.
한 수레 장작도 알아보지 못하고, 오로지 쇠북 소리 들릴 뿐이네.
처음에 흐릿해 남쪽 산 표범을 숨기더니,
점점 가득차 북쪽 바다 곤어 鯤魚도 못 찾으라.
이리해 위는 높은 하늘에 닿고 아래는 두터운 땅에 드리우네.
아득히 창망하고, 넓고 넓어 끝이 없구나.
고래와 곤어는 물을 나와 파도를 타고 교룡 蛟龍은 못에 숨어 기를 토하네.

又如梅霖收溽,春陰釀寒;
溟溟濛濛,浩浩漫漫。
東失柴桑之岸,南無夏口之山。
戢船千艘,俱沈淪於巖壑;
漁舟一葉,驚出沒於波瀾。
甚則穹昊無光,朝陽失色;
返白晝為昏黃,變丹山為水碧。
雖大禹之智,不能測其淺深;
離婁之明,焉能辨乎咫尺?

*梅霖 /매림/ 장마
*釀寒 /양한/ 술이 익어가듯이 점점 한랭해지는 날씨.
*沈淪 /침륜/ 침몰.
*巖壑 /암학/ 바위와 골짜기
*水碧 /수벽/ 자수정.
*離婁 /이루/ 황제 黃帝 시절의 사람으로 눈이 매우 좋았다 한다.

다시 장마처럼 젖어들어 봄날은 음산하고 점점 추워지고,
부슬부슬 가랑비 내려 자욱하니 넓고 넓어 끝 없구나.
동쪽은 시상 柴桑 강둑이 사라지고, 남쪽은 하구 夏口 산이 없어지네.
배 천 척을 모조리 바위 골짜기에 가라앉혀
고기잡이 배 한 조각 물결 속에서 놀라 출몰하네.
심지어 하늘은 빛이 없고 아침해는 색이 사라져,
한낮은 황혼이 되고, 붉은 산은 수벽 水碧이 되구나.
위대한 우공의 슬기로도 그 얕고 깊음을 재지 못하고,
이루 離婁 밝은 눈으로도 어찌 지척 咫尺을 가려내리?

於是馮夷息浪,屏翳收功;
魚鱉遁跡,鳥獸潛蹤。
隔斷蓬萊之島,暗圍閶闔之官。
恍惚奔騰,如驟雨之將至;
紛紜雜沓,若寒雲之欲同。

*馮夷 /풍이/ 강물의 신. 하백.
*屏翳 /병예/ 비, 번개의 신.
*收功 /수공 shougong/ 성공을 거두다.
*閶闔 /창합/ 하늘의 문. 궁궐의 정문.

이에 풍이 馮夷가 물결을 잠재우고 병예 屏翳가 공을 이뤄,
물고기와 자라 숨어들고 새와 짐승들 자취를 감추네.
봉래섬을 갈라놓고, 창합 閶闔 관청들을 몰래 둘러싸구나.
황홀히 솟구쳐 오르니 소나기 내리듯하고,
분분히 어지러우니 차가운 눈과 같아질 듯하구나.

乃能中隱毒蛇,因之而為瘴癘;
內藏妖魅,憑之而為禍害。
降疾厄於人間,起風塵於塞外。
小民遇之失傷,大人觀之感慨。
蓋將返元氣於洪荒,混天地為大塊。

*瘴癘 /장려/ 더운 곳의 열병, 학질.
*風塵 /풍진/ 질병, 전란, 병란.
*洪荒 /홍황/ 원시적이고 무지몽매하던 태고 시절.
*大塊 /대괴/ 천지. 우주.
*塞外 /새외/ 통상은 만리장성 바깥을 일컫는다.

독사를 속으로 숨겨서 열병이 생기고,
요매 妖魅를 품어 그 때문에 재앙을 입으니,
질병과 액운을 인간에게 내리고 풍진 風塵을 새외 塞外에 일으키네.
소인이 마주치면 잃고 꺾이고, 대인이 살피면 감개 感慨가 생기네.
원기 元氣를 홍황 洪荒에 돌려주고, 하늘과 땅을 섞어 한 덩어리로 만들구나.

當夜五更時候,船已近曹操水寨。孔明教把船隻頭西尾東,一帶擺開,就船上擂鼓吶喊。魯肅驚曰:「倘曹兵齊出,如之奈何?」孔明笑 曰:「吾料曹操於重霧中必不敢出。吾等只顧酌酒取樂,待霧散便回。」

*擂鼓 /뇌고 leigu/ 북을 쉴 새 없이 빠르게 두들김.

그날밤 5경 무렵, 배가 이미 조조 수채 水寨에 근접한다. 공명이 지시해 뱃머리는 서쪽으로, 꼬리는 동쪽으로 두어 한 줄로 늘어서서, 배 위에서 북을 맹렬히 두드리고 함성을 지른다. 노숙이 놀라 말한다.

"조조 병력이 몰려 오면 어찌하시겠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내 생각에, 조조는 안개가 짙어 틀림없이 감히 출격치 못하리다. 우리는 단지 술잔을 채워 즐기다 안개가 흩어지거든 돌아가면 되오."

卻說曹操寨中,聽得擂鼓吶喊,毛玠,于禁,二人慌忙飛報曹操。操傳令曰:「重霧迷江,彼軍忽至,必有埋伏,切不可輕動。可撥水軍 弓弩手亂射之。」又差人往旱寨內喚張遼,徐晃,各帶弓弩軍三千,火速到江邊助射。比及號令到來,毛玠,于禁,怕南軍搶入水寨,已 差弓弩手在寨前放箭。

한편 조조는 진중에 있었는데, 요란한 북소리와 함성을 들은 모개와 우금 두 사람이 황망히 조조에게 급보한다. 조조가 명령한다.

"안개가 짙어 물길이 흐린데 적군이 갑자기 오니 필시 매복이 있을 터,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수군의 궁노수들을 동원해 난사하라."

또한 사람을 한채 旱寨 (육지 진지)로 보내 장요와 서황을 불러 각각 궁노수 3천을 데리고 불같이 강변으로 가 도와 사격하게 한다. 호령이 내리자 모개와 우금이 남군 南軍 (여기서는 남쪽 병사들 곧 수군으로 있는 형주 병사들)을 닥달해 수채 水寨 (수상 진지)로 몰아넣고 서둘러 궁노수들을 수채 앞으로 보내 방전 放箭 (화살을 쏨)한다.

少頃,旱寨內弓弩手亦到,約一萬餘人,盡皆向江中放箭:箭如雨發。孔明教把船掉轉,頭東尾西,逼近水寨受箭,一面擂鼓吶喊。待至 日高霧散,孔明 令收船急回。二十隻船兩邊束草上,排滿箭枝。孔明令各船上軍士齊聲叫曰:「謝丞相箭!」比及曹軍寨內報知曹操時, 這裏船輕水急,已放回二十餘里,追之不及,曹操懊悔不已。

*逼近 /핍근 bijin/ 매우 접근함.

얼마 뒤 한채에서도 궁노수들이 도착해 약 1만여 인이 모조리 강 안으로 방전하니 화살이 비 오듯하다. 공명이 배를 돌리게 지시해 뱃머 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해 수채로 바짝 붙어 화살을 받으며 한편으로 맹렬히 북을 두드리며 함성을 지른다. 해가 높이 떠 안 개가 흩어지자 공명이 명령해 배를 거둬 급히 돌아간다. 20척 배 양쪽 풀더미 위에 화살들이 빽빽하다. 공명이 명령해 배마다 병사들이 일제히 외친다.

"승상! 화살 고맙습니다!"

조조 병사들이 조조에게 알려 주었을 때 배는 가볍고 물살은 급해 이미 20여 리를 달아나 추격하지 못하니 조조가 후회해 마지않는다.

卻說孔明回船謂魯肅曰:「每船上箭約五六千矣。不費江東半分之力,已得十萬餘箭。明日即將來射曹軍,卻不甚便?」肅曰:「先生真 神人也!何以知 今日如此大霧?」孔明曰:「為將而不通天文,不識地利,不知奇門,不曉陰陽,不看陣圖,不明兵勢,是庸才也。亮於 三日前已算定今日有大霧,因此敢任三日之 限。公瑾教我十日完辦,工匠料物,都不應手,將這一件風流罪過,明白要殺我;我命繫於天 ,公瑾焉能害我哉!」

*風流罪過 /풍류죄과 fengliuzuigu/ 작은 과실. 미세한 하자.

한편, 공명은 배들을 돌려 노숙에게 말한다.

"배마다 화살이 5, 6천은 될 것이오. 강동의 힘 하나 들이지 않고 10만 발을 이미 얻었소. 내일이라도 조조 군대에 쏘아대면 심히 좋지 않 겠소?"

"선생은 참으로 신인 神人이오! 어찌 오늘 안개가 이렇게 짙을 줄 아셨소?"

"장수가 되어 천문에 통달치 못하고 지리를 모르고 기문 奇門을 모르고 음양을 깨닫지 못하고 진법을 살피지 못하고 병세 兵勢(군사정세)를 알지 못하면 용재 庸才(평범한 사람)에 불과하오. 제가 사흘 전에 이미 오늘 큰 안개가 있을 것을 알아 감히 사흘을 기 한으로 임무를 맡았소. 공근이 내게 열흘 안에 끝내라며 공장 工匠(물건을 만드는 장인)들과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제대로 주지 않고, 풍류죄과 風流罪過(사소한 과실)로써 명백히 나를 죽이려 했소. 내 운명이 하늘에 달렸거늘 공근이 어찌 나를 해하리오!"

魯肅拜服。船到岸時,周瑜已差五百軍在江邊等候搬箭。孔明教於船上取之,可得十餘萬枝。都搬入中軍帳交納。魯肅入見周瑜,備說孔 明取箭之事。瑜大驚,慨然歎曰:「孔明神機妙算,吾不如也!」後人有詩讚曰:

노숙이 탄복한다. 배들이 강둑에 다다르자 주유가 이미 병사 5백을 강변으로 보내 화살을 옮기려 기다리고 있다. 공명이 지시해 배 위에 서 모으니 가히 10만 발을 얻는다. 모두 중군 장막으로 가져가 납입한다. 노숙이 들어가 주유를 만나 공명이 화살을 얻은 일을 낱낱이 이 야기한다. 주유가 크게 놀라 개연히 탄식한다.

"공명의 신기묘산 神機妙算 (신기한 책략)은 내가 따르지 못하겠소!"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一天濃霧滿長江,遠近難分水渺茫。
驟雨飛蝗來戰艦,孔明今日伏周郎。

어느 날 짙은 안개 장강에 가득해 원근을 못 가리게 물길은 아득한데,
메뚜기 떼처럼 화살이 전함에 빗발치니 공명 오늘 주랑을 탄복시키네.

少頃,孔明入寨見周瑜。瑜下帳迎之,稱羨曰:「先生神算,使人敬服。」孔明曰:「詭譎小計,何足為奇?」瑜邀孔明入帳共飲。瑜曰: 「昨吾主遣使 來催督進軍,瑜未有奇計,願先生教我。」孔明曰:「亮乃碌碌庸才,安有妙計?」瑜曰:「某昨觀曹操水寨,極其嚴整有 法,非等閒可攻。思得一計,不知可否, 先生幸為我一決之。」孔明曰:「都督且休言。各自寫於手內,看同也不同。」

*詭譎 /궤휼/ 이상하고 괴이함. 변화가 끝이 없는 모습. 교묘하고 간사함.

잠시 뒤 공명이 영채로 들어가 주유를 만난다. 주유가 내려와 맞이해 칭송한다.

"선생의 신산 神算은 사람들을 경복 (탄복)하게 하는구려."

"괴이한 작은 계책인데 어찌 족히 뛰어나다 하겠소?"

주유가 공명을 막사로 불러 들여 함께 음주한다. 주유가 말한다.

"주공께서 보낸 사자를 내 어제 만나니 진군 進軍을 독촉하는데 제게 아직 기계 奇計 (기묘한 계책)가 없어 바라건대 선생께서 나를 가 르쳐 주시오."

"저는 녹녹용재 碌碌庸才 (재능이 평범한 사람)인데 어찌 묘계 妙計가 있겠소?"

"내 지난번에 조조 수채를 살피니 극히 엄정히 법도가 있어 함부로 공격할 게 아니었소. 한가지 계책이 떠오르는데 그 옳고 그름을 모르 겠으니 선생께서 아무쪼록 나를 위해 결정해 주시오."

"도독께서 더 말씀하지 마시오. 서로 손바닥에 써서 같은가 다른가 봅시다."

瑜大喜,教取筆硯來,先自暗寫了,卻送與孔明。孔明亦暗寫了,兩個移近坐榻,各出掌中之字,互相觀看,皆大笑。原來周瑜掌中字, 乃一『火』字, 孔明掌中,亦一『火』字。瑜曰:「既我兩人所見相同,更無疑矣。幸勿漏泄。」孔明曰:「兩家公事,豈有漏泄之理?吾 料曹操雖兩番經我這條計,然必不為備。 今都督儘行之可也。」飲罷分散,諸將皆不知其事。

주유가 크게 기뻐해 붓과 벼루를 가져 오게 해 먼저 몰래 쓰고 다시 공명에게 준다. 공명도 몰래 쓰고 둘이 가까이 평상에 앉아 각각 손바 닥에 쓴 글자를 보여 서로 살펴 보더니 모두 크게 웃는다. 원래 주유가 손바닥에 쓴 글자는 바로 '화 火' 한 글자요 공명이 손바닥에 쓴 글 자도 '화 火' 한 글자다. 주유가 말한다.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이 서로 같으니 더욱 의혹이 없소. 행여나 절대 누설하지 마시오."

"양가 兩家의 공사 公事이거늘 어찌 누설할 리가 있겠소? 제 생각에 조조가 비록 두 번이나 우리의 이런 계략에 빠졌지만 틀림없이 대비 가 안 될 것이오. 이제 도독께서 완수하면 되겠소."

음주를 마치고 헤어지나 장수들은 그 일을 알지 못한다.

卻說曹操平白折了十五六萬箭,心中氣悶。荀攸進計曰:「江東有周瑜、諸葛亮二人用計,急切難破;可差人去東吳詐降,為奸細內應, 以通消息,方可 圖也。」操曰:「此言正合吾意。汝料軍中誰可行此計?」攸曰:「蔡瑁被誅,蔡氏宗族,皆在軍中。瑁之族弟蔡中,蔡 和,現為副將。丞相可以恩結之,差往詐 降,東吳必不見疑。」

*平白 /평백 pingbai/ 헛되이. 근거없이.

한편, 조조는 헛되이 화살 15, 6만을 잃어 마음이 울적하다. 순유가 계책을 올린다.

"강동에 주유와 제갈랑, 두 사람이 있어 계책을 쓰니 서둘러 절대 깨기 어렵습니다. 사람을 동오로 보내 거짓으로 항복시켜 간세 奸細(간 첩)로 삼아 내응해 소식을 전하게 하고서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바로 내 뜻과 맞소. 그대 생각에 군중에서 누가 이 계책을 수행해야겠소?"

"채모가 처형 당했으나 채씨 종족은 모두 군중에 있습니다. 채모의 족제 族弟 (같은 집안의 어린 사람) 채중과 채화가 지금 부장 副將입 니다. 승상께서 은혜로써 그들을 묶어 동오로 보내 거짓으로 항복시키면 동오에서 틀림없이 의심 받지 않습니다."

操從之,當夜密喚二人入帳囑付曰:「汝二人可引些少軍士,去東吳詐降。但有動靜,使人密報。事成之後,重加封賞。休懷二心!」二 人曰:「吾等妻 子俱在荊州,安敢懷二心,丞相勿疑。某二人必取周瑜,諸葛亮之首,獻於麾下。」操厚賞之。次日,二人帶五百軍士, 駕船數隻,順風望著南岸來。

조조가 그 꾀를 따라 그날밤 몰래 두 사람을 불러 들여 부탁한다.

"그대 두 사람은 병사 약간을 거느리고 동오로 가서 거짓으로 항복해, 그들 동정을 몰래 보고하시오. 성사된 뒤 크게 벼슬과 상을 내리겠소. 절대 딴 마음을 품지 마시오!"

"저희 처자가 모두 형주에 있는데 어찌 감히 다른 마음을 품겠습니까! 승상께서 절대 의심치 마십시오. 저희 두 사람 반드시 주유와 제갈량의 목을 취해 바치리다."

조조가 후하게 상을 내린다. 다음날 두 사람이 병사 5백을 거느리고 배 몇 척에 올라 순풍을 타고 남쪽 강기슭으로 간다.

且說周瑜正理會進兵之事,忽報江北有船來到江口,稱是蔡瑁之弟蔡和,蔡中,特來投降,瑜喚入。二人哭拜曰:「吾兄無罪,被曹賊所 殺。吾二人慾報兄仇,特來投降。望賜收錄,願為前部。」

한편, 주유는 진병 進兵할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강북에서 배가 와서 강구 江口 (두 줄기 강물이 만나는 곳)에 다다른 것을 보고 한다. 그들은 채모의 아우 채화와 채중이라 일컫는데 일부러 투항하러 왔다는 것이다. 주유가 불러 들이자 두 사람이 곡하며 절을 올려 말한다.

"저희 형은 무죄한데 조조 도적이 죽였습니다. 저희 두 사람 형의 원수를 갚고자 일부러 투항하러 왔습니다. 바라건대, 거둬 주시면 선봉에 서겠습니다."

瑜大喜,重賞二人,即命與甘寧引軍為前部。二人拜謝,以為中計。瑜密喚甘寧分付曰:「此二人不帶家小,非真投降,乃曹操使來為奸 細者。吾今欲將計就計,教他通報消息。汝可慇懃相待,就裏隄防。至出兵之日,先要殺他兩個祭旗。汝切須小心,不可有誤。」

주유가 크게 기뻐해 두 사람을 크게 포상하고 즉시 명령해 감녕과 함께 군을 이끌고 선봉을 맡게 한다. 두 사람이 절을 올려 감사드리 며 계략이 성공했다 여긴다. 주유가 몰래 감녕에게 분부한다.

"이 두 사람 가소 家小 (식구)를 데려오지 않았으니 진실로 투항한 것이 아니라 조조가 시켜서 간첩으로 온 것이오. 내 이제 장계취계 將 計就計 (상대방 계략을 역이용)해 그들로 하여금 소식을 전하게 하겠소. 그대는 은근히 그들을 대우하되 속으로 방비하시오. 출병하는 날 그들을 먼저 죽여 군기에 제물로 바치겠소. 그대는 절대 조심해 그르치지 마시오."

甘寧領命而去。魯肅入見周瑜曰:「蔡中,蔡和之降,多應是詐,不可收用。」瑜叱曰:「彼因曹操殺其兄,欲報仇而來降,何詐之有?你 若如此多疑,安能容天下之士乎?」

감녕이 명을 받고 떠난다. 노숙이 들어와 주유를 만나 말한다.

"채중, 채화의 항복은 아무래도 속임수이니 수용해서는 안 되오."

주유가 질책한다.

"그들은 조조가 그 형을 죽여 복수하러 온 것인데 어찌 속이겠소? 그대가 이토록 의심이 많아서야 어찌 천하 선비들을 받아들이겠소?"

肅默然而退,乃往告孔明,孔明笑而不言。肅曰:「孔明何故哂笑?」孔明曰:「吾笑子敬不識公瑾用計耳。大江隔遠,細作極難往來。操 使蔡中,蔡和詐降,竊探我軍中事,公瑾將計就計,正要他通報消息。兵不厭詐,公瑾之謀是也。」肅方纔省悟。

*哂笑 /신소 shenxiao/ 비웃다. 조소하다. 빙그레 웃다.

노숙이 말없이 물러나 공명을 찾아가 고하니 공명이 웃기만 한다. 노숙이 말한다.

"공명은 무슨 까닭으로 비웃소?"

"자경이 공근의 계책을 알지 못해 웃은 것뿐이오. 대강 (장강/양자강)은 멀리 떨어져 세작(간첩)이 왕래하기 극히 어렵소. 조조가 채중, 채화를 보내 거짓 항복을 시켜 우리 군중 사정을 엿보려 한 것인데, 공근이 장계취계 將計就計해 바로 그들로 하여금 소식을 통보하게 한 것이오. 병법에서 속임수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데, 공근의 꾀가 바로 그것이오."

노숙이 그제야 깨닫는다.

卻說周瑜夜坐帳中,忽見黃蓋潛入軍中來見周瑜。瑜問曰:「公覆夜至,必有良謀見教。」蓋曰:「彼眾我寡,不宜久持,何不用火攻之? 」瑜曰:「誰教公獻此計?」蓋曰:「某出自己意,非他人之所教也。」瑜曰:「吾正欲如此,故留蔡中,蔡和詐降之人,以通消息;但恨 無一人為我行詐降計耳。」蓋曰:「某願行此計。」瑜曰:「不受些苦,彼如何肯信?」蓋曰:「某受孫氏厚恩,雖肝腦塗地,亦無怨悔。 」瑜拜而謝之曰:「君若肯行此苦肉計,則江東之萬幸也。」蓋 曰:「某死亦無怨。」遂謝而出。

한편, 주유는 밤에 장막 안에 앉아 있는데 황개가 군중에 잠입해 주유를 찾아와 만난다. 주유가 묻는다.

"공복 公覆께서 밤에 오시다니 틀림없이 좋은 계책을 알려 주시겠구려."

"적들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오래 끌어서는 안 되거늘 어찌 불로써 공격치 않으시오?"

"누가 공께 이 계책을 알려줬소?"

"제 스스로 낸 것이지 남이 알려 준 게 아니오."

"나도 마침 그런 생각이라 채중과 채화 그들 거짓 항복한 자들을 남겨 소식을 통하게 한 것이오. 다만 한스러운 것은 아무도 나를 위해 거 짓 항복의 계책을 행하지 않는 것이오."

"제가 그 계책을 행하고 싶소."

"제법 고초를 겪지 않고서야 어찌 저들이 믿어 주겠소?"

"제가 손 씨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비록 간뇌도지 肝腦塗地(간과 뇌가 터져 땅을 덮음)하더라도 원망이나 후회가 없겠소."

주유가 절을 올려 사례하며 말한다.

"군께서 기꺼이 고육계 苦肉計 (자신의 몸을 손상해 적으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계책)를 행하시면 강동을 위해 만번 다행이겠소."

"제가 죽더라도 원망치 않겠소."

사례하고 나간다.

次日,周瑜鳴鼓大會諸將於帳下,孔明亦在座。周瑜曰:「操引百萬之眾,連絡三百餘里,非一日可破。今令諸將各領三個月糧草,準備 禦敵。」

다음날 주유가 북을 울려 장수들을 막사 안으로 부른다. 공명 역시 참석한다. 주유가 말한다.

"조조가 백만 무리를 이끌고 3백여 리에 걸쳐 있어 하루 아침에 격파할 수 없소. 이제 장수들에게 명을 내리겠으니, 각각 3개월치 양초 糧草 (군량과 말먹이풀)를 가지고 적군을 막을 준비를 하시오."

言未訖,黃蓋進曰:「莫說三個月;便支三十個月糧草,也不濟事!若是這個月能破便破;若是這個月不能破,只可依張子布之言,棄甲 倒戈,北面而降之耳!」

말을 미처 마치기 앞서 황개가 진언한다.

"3개월은 말할 것도 없고 30개월치 양초를 가져도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오! 만약 이달 안에 격파할 수 있으면 바로 격파하고, 이달 안에 격파하지 못할 것이면 장자포(장소) 말씀대로 갑옷과 무기를 버리고 북면 北面 (신하의 예를 갖춤)해 그들에게 항복해야 할 것이오!"

周瑜勃然變色大怒曰:「吾奉主公之命,督兵破曹,敢有再言降者必斬。今兩軍相敵之際,汝敢出此言,慢我軍心,不斬汝首,難以服眾 !」喝左右將黃蓋斬訖報來。黃蓋亦怒曰:「吾自隨破虜將軍,縱橫東南,已歷三世,那有你來?」

주유가 발끈해 낯빛이 변하며 크게 노해 말한다.

"내가 주공의 명을 받들고 있다. 주공께서 나더러 병력을 감독해 조조를 격파하고 감히 다시 항복을 언급하는 자 반드시 참하라 하셨다. 지금 양쪽 군대가 서로 맞서는 시기에 네가 감히 이런 말을 해 우리 군심을 흐트리니 너를 참하지 않으면 사람들을 복종시키기 어렵겠 구나!"

좌우에 소리 질러 황개를 끌어내 참하고 보고하라 한다. 황개 역시 노해 말한다.

"내 파로장군(손견)을 따라 다녀 3대에 걸쳐 동남 東南을 종횡할 때 너는 어디 있었냐?"

瑜大怒,喝令速斬。甘寧進前告曰:「公覆乃東吳舊臣,望寬恕之。」瑜喝曰:「汝何敢多言,亂吾法度!」先叱左右將甘寧亂棒打出。眾 官皆跪告曰:「黃蓋罪固當誅,但於軍不利。望都督寬恕,權且記罪。破曹之後,斬亦未遲。」

주유가 크게 노해 어서 참하라 소리 지른다. 감녕이 앞으로 나서 고한다.

"공복 公覆은 동오의 오랜 신하이니 바라건대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주유가 꾸짖는다.

"네가 어찌 감히 말이 많아 내 법도를 어지럽히냐!"

먼저 좌우에 호통 쳐 감녕을 끌어다 막대로 난타하라 한다. 관리들이 모두 무릎 꿇고 고한다.

"황개의 죄 죽어 마땅하나 다만 아군에 불리합니다. 도독께서 너그러이 용서해 잠시 그 죄를 새겨두시고, 조조를 격파한 뒤 참해도 늦지 않습니다."

瑜怒未息,眾官苦苦告求。瑜曰:「若不看眾官面皮,決須斬首!今且免死!」命左右拖翻,打一百脊杖,以正其罪。眾官又告免,瑜推翻 案桌,叱退眾官,喝教行杖。將黃蓋剝了衣服,拖翻在地,打了五十脊杖。眾官又復苦苦求免,瑜躍起指蓋曰:「汝敢小覷我耶!且記下 五十棍!再有怠慢,二罪俱罰!」恨聲不絕而入帳中。

*面皮 /면피 mianpi/ 낯가죽. 체면.
*小覷 /소처 xiaoqu/ 업신여기다. 얕보다.

주유의 노기가 식지 않는데 관리들이 간절히 계속 살려달라 고한다. 주유가 말한다.

"여러 관리들 체면을 보지 않았으면 결단코 목을 베었소! 잠시 죽음을 면해 주겠소!"

좌우에 명령해 그를 끌어내 눕혀 척장 脊杖 (허리와 등을 나무 막대로 치는 형벌) 1백 대를 쳐서 그 죄를 바로잡으라 한다. 관리들이 다 시 그것을 면해 주라 매달리자 주유가 탁자를 엎어 버리며 관리들을 꾸짖어 물리고, 소리 질러 형벌을 가하게 한다. 황개의 옷을 벗겨 땅 에 눕혀 척장 5십 대를 때리자 관리들이 또다시 애달피 살려주라 매달린다. 주유가 벌떡 일어나 황개를 가리켜 말한다.

"네 감히 나를 업신여기냐! 50대는 남겨 두겠다! 다시 태만하면 두 가지 죄를 함께 벌하겠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연신 소리를 내며 막사 안으로 들어간다.

眾官扶起黃蓋,打得皮開肉綻,鮮血迸流,扶歸本寨,昏絕幾次。動問之人,無不下淚。魯肅也往看問了,來至孔明船中,謂孔明曰:「 今日公瑾怒責公覆,我等皆是他部下,不敢犯顏苦諫。先生是客,何故袖手旁觀,不發一語?」孔明笑曰:「子敬欺我。」肅曰:「肅與先 生渡江以來,未嘗一事相欺。今何出此言?」孔明曰:「子敬豈不知公瑾今日毒打黃公覆,乃其計耶?如何要我勸他?」肅方悟。孔明曰: 「不用苦肉計,何能瞞過曹操?今必令黃公覆去詐降,卻教蔡 中,蔡和報知其事矣。子敬見公瑾時,切勿言亮先知其事,只說亮也埋怨都 督便了。」

*迸流 /병류 bengliu/ 샘솟다. 빠르게 액체가 뿜어 나오다.
*犯顏苦諫 /범안고간 funyangujian/ 군주나 윗사람의 위엄을 침범해 극력 권함.

관리들이 황개를 부축해 일으키니 살갗이 터져 붉은 피가 줄줄 흐른다. 본채 本寨로 그를 부축해 옮기지만 몇차례 혼절한다. 문안 오는 사람들치고 눈물 흘리지 않는 이 없다. 노숙도 그를 찾아가 살피고 공명의 배로 가서 그에게 말한다.

"오늘 공근이 노해서 공복 公覆을 꾸짖는데 우리 모두 그의 부하라 감히 그 위엄을 범해 간언을 올리지 못했소. 선생은 손님인데 어찌 팔짱을 끼고 방관하며 한 마디 말씀도 꺼내지 않았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자경이 나를 속이고 있구려."

"제가 선생과 함께 강을 건넌 이래 아직 한번도 속인 적이 없소. 지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자경께서 어찌 모르시오? 공근이 오늘 황공복 黃公覆을 독타 毒打 (몹시 잔인하게 때림)한 것이 바로 그의 계책인데, 어찌 나더러 그에 게 권하란 말씀이오?"

노숙이 그제서야 깨닫는다. 공명이 말한다.

"고육계를 쓰지 않고서 어찌 조조를 속여 넘기겠소? 이제 반드시 황공복을 시켜 조조에게 거짓 항복하게 하고, 채중과 채화를 통해 그 사 정이 알려지게 할 것이오. 자경은 공근을 만나거든 절대 제가 그 일을 먼저 알고 있더라 말하지 마시오. 다만 공명도 도독을 원망하더라 고만 말씀해 주시오."

肅辭去,入帳見周瑜,瑜邀入帳後。肅曰:「今日何故痛責黃公覆?」瑜曰:「諸將怨否?」肅曰:「多有心中不安者。」瑜曰:「孔明之 意若何?」肅曰:「他也埋怨都督忒薄情。」瑜笑曰:「今番須瞞過他也。」肅曰:「何謂也?」瑜曰:「今日痛打黃蓋,乃計也。吾欲令 他詐降,先須用苦肉計,瞞過曹操,就 中用火攻之,可以取勝。」肅乃暗思孔明之高見,卻不敢明言。

노숙이 작별하고 나가 주유 막사에 들어가자 주유가 뒤로 불러 들인다. 노숙이 말한다.

"오늘 무슨 까닭으로 황공복을 심하게 책망하셨소?"

"장수들이 원망하지 않소?"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불안해 하지요."

"공명의 뜻은 어떠했소?"

"그도 도독을 몹시 박정 薄情하다 원망했소."

주유가 웃으며 말한다.

"이번은 그를 속여 넘겼소!"

"무슨 말씀이오?"

"오늘 황개를 통타한 것은 바로 계책이오. 내 그를 거짓 항복 시키자니 먼저 고육계를 써야 했소. 그래야 조조를 속여 넘겨 불로써 그들을 쳐부숴 승리를 거둘 수 있소."

노숙이 속으로 공명의 고견을 떠올리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한다.

且說黃蓋臥於帳中,眾將皆來動問。蓋不言語,但長吁而已。忽報參謀闞澤來問。蓋令請入臥內,叱退左右。闞澤曰:「將軍莫非與都督 有讎?」蓋曰: 「非也。」澤曰:「然則公之受責,莫非苦肉計乎?」蓋曰:「何以知之?」澤曰:「某觀公瑾舉動,已料著八九分。」蓋 曰:「某受吳侯三世厚恩,無以為報,故 獻此計,以破曹操。吾雖受苦,亦無所恨。吾遍觀軍中,無一人可為心腹者。惟公素有忠義之心 ,敢以心腹相告。」澤曰:「公之告我,無非要我獻詐降書耳。」蓋 曰:「實有此意。未知肯否?」闞澤欣然領諾。正是: 勇將輕身思報 主,謀臣為國有同心。

*長吁 /장우 changxu/ 길게 탄식하다. 장탄식.

한편, 황개는 막사 안에 드러누워 있는데 장수들이 모두 찾아와 문안한다. 황개는 아무 말 없이 길게 탄식할 뿐이다. 그런데 참모 감택이 찾아와 문안한다. 황개가 그를 불러 들이고 좌우를 물린다. 감택이 말한다.

"장군이 도독과 원수라도 지셨소?"

"아니오."

"그렇다면 공이 처벌 받은 것은 고육계가 아니오?"

"어찌 아시오?"

"내가 공근의 거동을 살펴 벌써 대충 눈치 챘소."

"내가 오후 吳侯 3대에 걸쳐 두터운 은혜를 입고도 보답할 길이 없어 그 계책을 바쳐 조조를 격파하려 하오. 내 비록 고통을 받아도 아무 한이 없소. 내 군중을 두루 살펴도 아무도 깊이 믿을 만하지 못하오. 오로지 공께서 평소 충의의 마음을 지녔기에 마음을 터놓고 고하는 것이오."

"공께서 내게 고하셨으니 이제 내가 거짓으로 항복하는 서신을 바쳐야 하지 않겠소?"

"참으로 그런 마음을 가졌었소만, 공께서 기꺼이 하시겠는지 모르겠소."

감택이 흔쾌히 응낙한다.

용맹한 장수는 몸을 돌보지 않고 주공을 생각하고,
꾀 있는 신하는 나라를 위해 한 마음이 되는구나.

未知闞澤所言若何,且看下文分解。

감택이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