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6회 여봉선이 원문에서 활을 쏴서 극을 명중하고 조맹덕이 육수에서 패전한다

    양대장이 유비를 칠 계책을 바치려 하자 원술이 묻는다.

    "어떤 계책이야?"

    "유비가 주둔한 소패는 쉽게 함락할 수 있으나, 여포가 서주에 호랑이처럼 융크리고 있지요. 지난번 그에게 금백양마金帛糧馬(황금, 비단, 양곡, 말)를 주겠다 하고서 여태 주지 않았으니 그가 유비를 도울까 걱정이군요. 이제 마땅히 식량을 보내 그 마음을 묶고 진군하지 않고 관망하게 만든다면 유비를 잡을 수 있지요. 유비를 잡은 뒤 여포를 도모하면, 서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술이 기뻐하고 식량 20만곡을 가지고 한윤에게 밀서를 줘서 여포를 찾아가게 한다. 여포가 심히 기뻐하며 한윤을 후대한다. 한윤이 돌아가 원술에게 보고하자 원술이 기령을 대장으로, 뇌박과 진란을 부장으로 수만대군을 일으켜 소패로 진공한다.

    현덕이 소식을 듣고 무리를 모아 상의한다. 장비가 출전하려는데 손건이 말한다.

    "지금 소패는 식량도 적고 병력도 미미하니 어찌 적을 막겠습니까? 글을 써서 서둘러 여포에게 고하세요."

    장비가 벌컥한다.

    "그 종놈이 잘도 와주겠구먼!"

    "손건의 말이 옳지."

    유비가 말하고 글을 다듬어 여포에게 보낸다. 글은 대략 이렇다.

    "장군께서 살펴주셔서 감사하네요. 이제 제가 소패에서 거처하니, 참으로 하늘에 닿을 은덕을 입었지요. 그런데 원술이 사사로운 복수를 하고자 기령에게 병력을 줘서 쳐들어오니 위급하기 그지 없네요. 장군이 아니시면 아무도 구할 수 없습니다. 1군을 보내 저희 고을이 뒤집힐 위급을 구해주시면 행심幸甚(매우 다행)! 행심 幸甚입니다!"

    여표가 서찰을 보고서 진궁과 토의한다.

    "지난번 원술이 식량을 보내고 서찰을 보낸 것은 현덕을 구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구먼. 현덕이 구원을 청하는데, 현덕이 소패에 주둔한들 내게 해로울 게 없어. 만약 원술이 현덕을 집어삼키면 북쪽으로 태산의 장수들과 연합해 나를 도모할 것이니 내가 불안해 잠이나 자겠어? 현덕을 구해야겠네."

    병력을 뽑아서 출발한다.

    한편, 기령이 출병하여 거침없이 진격하여 벌써 패현 동남쪽에 영채를 세운다. 낮에는 수많은 깃발의 그림자가 산천을 덮고, 밤에는 불을 피우고 북소리가 천지를 무너뜨리는 듯하다. 현덕이 겨우 5천여 병력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패현에 진지를 구축한다. 그런가 누군가 여포가 군을 이끌고 패현에서 서남쪽으로 1리 떨어진 곳에 포진한 것을 알린다. 여포가 유비를 구원하는 것을 들은 기령이 여포에게 서찰을 보내 신의가 없음을 항의한다. 여포가 웃는다.

    "내게 계책이 있어. 원술과 유비 모두 원망할 수 없을 것이구먼."

    기령과 유비 진영으로 사람을 보내 두 사람을 술자리에 청한다.

    초청을 듣고 현덕이 즉시 가려 한다.

    "형장, 가지 마요. 여포가 틀림없이 딴마음을 먹었네요."

    관, 장이 말린다.

    "내가 박대하지 않았으니 그도 해치지 않을 것이야."

    결국 말을 타고 간다. 관, 장이 뒤따른다. 여포 진영에 당도하자 여포가 말한다.

    "내가 오늘 오로지 자네의 위기를 풀고자 하는 일이니 훗날 뜻을 이루거든 은혜를 잊지 말아주게."

    현덕이 사례한다. 여포가 현덕에게 앉도록 청한다. 관, 장은 검에 손을 얹고 배후에 선다. 그런데 기령이 왔다고 하니 현덕이 화들짝 놀라서 피하려 한다. 여포가 말한다.

    "자네들과 회의를 갖고자 불렀을 뿐이니 의심치 말게나."

    현덕이 의도를 몰라 불안하다. 기령이 말에서 내려 진지에 들어오다 현덕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몸을 빼서 돌아가려는 걸 좌우에서 가로막는다. 여포가 앞으로 나와 어린애 다루듯이 잡아당긴다.

    "장군께서 이, 기령을 죽일 셈입니까?"

    "아니구먼요."

    "그런 저 귀 큰 녀석을?"

    "역시 아니구먼요."

    "그럼 뭡니까?"

    "현덕과 나는 형제인데, 이제 장군이 곤란하게 하므로 구하려 왔습니다."

    "그러면 나를 죽일 겁니까?"

    "그럴 리 있겠습니까? 나는 평생 싸움을 싫어하고, 오로지 싸움을 말리길 좋아했어요. 내 이제 양쪽을 화해시키겠어요."

    "오늘 그 방법을 듣고 싶군요."

    "방법이 하나 있는데 하늘의 뜻에 달렸구먼요."

    기령을 끌고 장막으로 들어가 현덕을 만난다. 둘 다 의심하고 꺼리는데, 여포가 가운데 앉고 기령을 좌측에 유비를 우측에 앉히고 주연을 베풀어 술을 돌린다.

    술이 몇차례 돌자 여포가 말한다.

    "너희 양가兩家는 내 면상 面上을 봐서 각각 병력을 거두지."

    유비는 말이 없는데 기령이 말한다.

    "내 주공의 명을 받들고 10만 병력을 이끌고 오로지 유비를 잡으려 왔데 어찌 그만둬요?"

    장비가 대로해 칼을 뽑아들고 꾸짖는다.

    "우리가 비록 병력이 적지만 너희쯤 애들 장난 같을 뿐이야! 네가 황건적 100만과 비교되냐? 감히 우리 형을 해치겠다고!"

    관공이 급히 말린다.

    "여 장군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나서 서로 돌아간 뒤 죽여도 늦지 않구먼."

    여포가 말한다.

    "내 뜻은 너희 양가가 싸움을 풀라 하는 것이지 죽이라는 게 아니야."

    이쪽 기령이 성내지 않는데, 저쪽 장비가 죽일 생각만 하자 여포가 대로한다.

    "여봐라! 내 극을 가져와라!"

    여포가 화극畫戟을 손에 쥔다. 기령과 현덕 모두 아연실색한다.

    "내가 너희에게 싸우라 말라 할 것 없이, 모두 천명天命에 달렸어."

    좌우에게 명해 화극을 잡고 원문轅門(군영의 문) 밖으로 멀리멀리 가서 땅에 꽂게 한다. 그리고 기령과 현덕을 돌아보며 말한다.

    "원문에서 여기 중군까지 1백5십 보인데, 내가 화살을 쏴서 화극의 작은 가지를 명중하면, 양가兩家는 병력을 거둬라. 만약에 명중되지 않으면 그때는 각자 진지로 돌아가서 치고박고 싸워라. 내 말을 안 듣는자는 힘을 합쳐서 싸울 것이구먼."

    기령이 속으로 헤아린다.

    '1백5십 보 밖을 무슨 수로 명중할까? 일단 응락하고 명중되지 않기를 기다려 그 핑계로 때려잡으면 되겠구먼.'

    한마디로 허락한다. 현덕이 허락하지 않을 리 없다. 여포가 모두 앉아 다시 한잔씩 마시게 한다.

    술을 마시고 여포가 활과 화살을 갖고 오게 한다. 현덕이 속으로 빈다.

    '제발 명중하면 참 좋겠구먼!'

    현덕은 여포가 소매를 걷어올리고, 화살을 올리고, 활을 잔뜩 당겨서 한소리 외치는 걸 바라볼 뿐이다.

    "맞아랏!"

    활을 잔뜩 당기니 가을 보름달처럼 둥글게 휘고, 화살은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빠르게 날아간다.

    믿기지 않게도 화살이 화극의 작은 가지에 명중한다. 상하의 장교들 모두가 일제히 갈채喝采를 보낸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서 찬한다.

    그 자리에서 여포가 화극의 작은 가지를 쏴아 맞히더니, 껄껄 웃으며 활을 집어던지고, 기령과 현덕의 손을 잡는다.

    "하늘이 양가에게 병력을 거두라 명하는구먼!"

    소리쳐서 병사들에게 술을 퍼오도록 하고, 큰 뿔잔으로 한잔씩 마시게 한다. 현덕이 속으로 칭송하며, 부끄러워한다. 기령이 한참 침묵하다가 여포에게 고한다.

    "장군의 말씀을 아무래도 못 받아들이겠구먼요. 이 기령이 이렇게 돌아가면, 주공께서 어찌 믿어주시겠습니까?"

    "내가 글을 써줄테니 가져가게나."

    술이 몇차례 돌자, 기령이 서찰을 받아 먼저 돌아간다. 여포가 현덕에게 말한다.

    "내가 아니었으면 자네가 위험했어."

    현덕이 절을 올려 사례하고 관, 장과 더불어 돌아간다. 이튿날, 세 곳의 군마가 모두 돌아간다.

    말할 것도 없이, 현덕은 소패로 들어가고, 여포는 서주로 돌아갔다. 한편, 기령이 회남으로 돌아가서 원술을 만나 여포가 원문에서 극을 맞혀서 화해시킨 걸 말하며 서신을 바친다. 원술이 대로한다.

    "여포 놈이 내게 허다한 군량미를 받고도, 이런 애들 장난을 하고, 유비를 편들었냐! 내 마땅히 대군을 일으켜 친히 유비를 정벌하고 아울러 여포를 토벌할 것이구먼!"

    기령이 말한다.

    "주공, 조차造次(경솔히 행동함)하지 마세요. 여포의 용력勇力이 과인過人(보통 사람을 뛰어넘음)하고 아울러 서주를 가졌으니, 여포가 유비와 더불어 수미상련首尾相連(머리와 꼬리가 서로 연결함)의 형세를 취한다면 쉽게 도모할 수 없지요. 제가 듣자니, 여포의 처 엄 씨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나이가 벌써 급계及笄(비녀를 꽂음/ 성년이 됨)할 때라네요. 주공께 아드 님이 한분 계시니, 여포에게 청혼하세요. 여포가 그 딸을 며느리로 보낸다면, 틀림없이 유비를 죽이겠지요. 이것이야말로 소불간친疏不間親(소원하게 지내는 사람이 친한 사람들을 이간질할 수 없음)의 계책이구먼요."

    원술이 그말을 따라 그날 바로 한윤을 중매쟁이로 삼아 예물을 가지고 서주로 가서 청혼토록 한다. 한윤이 서주로 가서 여포를 만나 여포를 추켜세운다.

    "주공께서 장군을 앙모하며 장군의 따님을 며느리로 삼아 진진지호秦晉之好(두 왕실이 혼인을 맺어 지냄)를 영원히 맺고자 하네요."

    여포가 들어가서 아내 엄 씨와 상의한다. 원래 여포에게 아내 두 사람과 첩 하나가 있는데, 먼저 엄 씨를 정처正妻로 맞이하고 그뒤에 초선貂蟬을 첩으로 들이고, 소패에 있을 때 조표의 딸을 차처次妻로 들였다. 조 씨가 먼저 죽으며 자식을 낳지 못했고, 초선도 자식이 없는데 오로지 엄 씨가 낳은 딸 하나를 여포가 애지중지했다.

    그 자리에서 엄 씨가 여포에게 말한다.

    "원공로가 회남에서 오래 자리잡고, 병력도 많고 식량도 풍부해 조만간 천자가 될 것이라네요. 대사를 이루면, 우리 딸이 후비가 될 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아들이 몇명이지요?"

    "한 명뿐이라오."

    "그렇다면 당장 허락하세요. 황후가 못 되더라도, 서주가 든든하겠구먼요. "

    여포가 결심하고 한윤을 환대하고 혼인을 허락한다. 한윤이 돌아가서 원술에게 보고하자 원술이 즉시 빙례 聘禮 (혼인 예물) 를 준비하게 하고서, 다시 한윤을 서주로 보낸다. 여포가 예물을 받고, 한윤에게 주연을 베풀어 대접하고, 역관에 머물러 쉬게 한다.

    이튿날 진궁이 역관으로 들어가서 한윤에게 절하고 좌정坐定한다. 진궁이 좌우를 물리고 묻는다.

    "누가 이런 꾀를 바쳤습니까? 원공에게 봉선과 먼저 혼인으로 연결하고 결국 현덕의 목을 취하도록 하였습니까?"

    한윤이 대경실색해 일어나서 부탁한다.

    "공대께서 제발 누설하지 마세요!"

    "나야 누설치 않을 것이나 일이 늦어지면, 남이 알아채 변고가 있을까 걱정이구먼요."

    "그렇게 되면 어찌하지요? 가르쳐 주세요."

    "내가 봉선을 만나, 즉시 딸을 보내 혼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한윤이 크게 기뻐하며 칭송한다.

    "그렇게만 해주면, 원공께서 공의 은혜에 깊이 보답할 것입니다!"

    진궁이 한윤과 작별하고 여포를 만나러 들어간다.

    "공의 따님을 원공로 집안에 시집 보낸다니 정말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언제 혼례를 올리실 겁니까?"

    "천천히 의논해봐야겠지요."

    "예로부터 빙례를 받고 성혼하는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천자는 1년, 제후는 반년, 대부는 한 철, 서민은 한 달이지요."

    "하늘이 원공로에게 하늘에서 국보를 내려, 조만간 천자가 될테니 천자의 예를 따라야 옳겠소?"

    "불가하지요."

    "그럼, 제후의 예를?"

    "역시 불가."

    "그럼 경대부의 예를?"

    "역시 불가."

    여포가 웃는다.

    "서민의 예를 따르란 말이오?"

    "아니지요."

    "그럼, 어떤 생각이오?"

    "지금 천하의 제후가 서로 자웅을 다투지요. 이제 공께서 원공로와 결친하면 제후 중에 질투하는 자가 있을지 알 수가 없어요. 만약에 멀리 좋은 시기를 정했다가 누군 우리의 택일을 노려, 복병을 써서 빼앗는다면, 어찌하렵니까? 이제 상책은 머뭇거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미 허락했다면, 다른 제후가 아직 모르는 틈에 즉시 따님을 수춘으로 보내 별관에 머물게 하고, 그뒤 길일을 골라 혼례를 올리면 아무 걱정이 없겠지요."

    여포가 기뻐하며 말한다.

    "심히 합당한 말이구먼."

    엄 씨에게 고하러 들어간다. 그날밤 화장품 등을 구비하고 보물을 싣는 수레를 준비해, 송헌과 위속에게 한윤과 함께 딸을 데려가라 한다. 고악을 울리며 성밖으로 행렬을 보낸다.

    이 때 진원룡의 부친 진규陳珪가 집에서 요양하다가 고악鼓樂(취타악/ 음악) 소리를 듣고 좌우에게 묻는다. 좌우에서 사연을 고하니 진규가 말한다.

    "이건 바로 소불간친疏不間親의 계책이야. 현덕이 위험하구먼."

    병든 몸을 끌고 여포를 만난다.

    "대인께서 어쩐 일이세요?"

    "장군께서 돌아가셨다 듣고서, 조문하러 왔지요."

    여포가 놀란다.

    "무슨 까닭으로 그런 말을 하세요?"

    "앞서 원공로가 금백을 공께 보내 현덕을 죽이고자 하였으나, 공께서 극을 쏴 맞혀서 풀었지요. 이제 갑자기 혼인을 청한 뜻은 아무래도 따님을 인질로 삼아 훗날 현덕을 쳐서 소패를 빼앗으려는 것입니다. 소패가 망하면 서주도 위급해집니다. 그뒤 그가 식량을 빌려달라든가 병력을 빌려달라든가 할 것인데, 공께서 응락하면 그의 명를 따르느라 지치고 다른 이에게 원한을 살 것이고, 응락하지 않으면 혼인을 파기하고 전쟁을 벌일 단서가 되지요. 게다가 원술이 황제를 칭할 의도를 가졌으니 반역입니다. 그가 반역하면, 공은 반적의 친속親屬이 되니 천하가 용서 못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여포가 크게 놀란다.

    "진궁이 나를 그르쳤구먼!"

    서둘러 장요에게 병력을 이끌고 뒤쫓도록 한다. 30리 밖에서 딸을 빼앗아 돌아오고 한윤 일행도 모조리 잡아와서 감금한다. 원술에게 사람을 보내 딸아이의 물품이 준비가 안 됐을 뿐이니 준비가 끝나면 보내겠다고 한다. 진규가 여포에게 한윤을 허도로 압송하라 말한다. 여포가 주저해 결정을 못내리는데, 누군가 알린다.

    "현덕이 소패에서 병력을 모으고 말을 사들입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네요."

    "그런 일이야 장수된 자가 원래 하는 일이거늘 뭐가 이상해?"

    이야기 도중에 송헌과 위속이 들어와서 여포에게 고한다.

    "저희 두 사람이 명공의 명을 받들고 산동으로 가서 좋은 말 3백 필을 샀지요. 돌아오다가 패현 경계를 지나는데 강도를 만나 절반을 잃었구먼요. 듣자 하니, 유비의 아우 장비가 산적으로 위장해 마필을 빼앗아 갔다네요."

    여포가 듣고 대로해 즉시 병력을 뽑아 소패로 가서 장비를 치려 한다. 현덕이 듣고 크게 놀라 황망히 출병하여 맞이한다.

    양쪽이 포진하자 현덕이 출마한다.

    "형장께서 무슨 까닭으로 병력을 이끌고 오셨습니까?"

    여포가 손가락질하며 욕한다.

    "내가 원문에서 극을 쏴맞혀 큰 어려움을 구해줬거늘 어째서 내 마필을 빼앗는가?"

    "마필이 모자라 사방으로 가서 사오도록 하였지만, 어찌 감히 형님의 마필을 빼앗겠습니까?"

    "네가 장비를 시켜 150 필의 좋은 말들을 빼앗고 도리어 발뺌하구나!"

    장비가 창을 꼬나잡고 출마해 욕한다.

    "내가 네놈의 말을 빼앗았다. 이제 어쩔테냐?"

    "고리 눈을 한 도둑놈아! 나를 자꾸 무시할래?"

    "말을 빼앗아서 화가 났다면 네놈이 우리 형님의 서주를 빼앗은 것은 어찌 말로 다하겠냐!"

    여포가 극을 쥐고 장비와 싸우러 출마하자 장비도 창을 쥐고 맞이한다. 두 사람이 1백 합을 넘게 감전酣戰(격전)하나 승부가 나지 않는다. 현덕이 장비를 잃을까봐 서둘러 징을 쳐서 성으로 퇴군한다. 여포가 군을 나눠 사방을 에워싼다. 현덕이 장비를 불러 꾸짖는다.

    "이게 다 네가 그의 말을 빼앗아서 사단을 야기했구나! 지금 그 말들은 어딨냐?"

    "모두 사원들에 나눠두었소."

    현덕이 사람을 성밖으로 보내 여포 진영으로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마필을 송환할테니 서로 병력을 거두자고 한다. 여포가 따르려 하자 진궁이 말한다.

    "지금 유비를 죽이지 않으면 먼 훗날 반드시 해를 입습니다."

    여포가 이 말을 듣고, 현덕의 요청을 따르지 않고 더욱 거세게 공성한다. 현덕이 미축과 손건과 상의하니 손건이 말한다.

    "조조가 평소 원한을 품은 자는 여포입니다. 성을 포기하고 허도로 피신해 조조에게 몸을 맡긴 후 병력을 빌려 여포를 치는 것만 못합니다. 이게 상책입니다."

    "누가 앞장서서 포위를 뚫고 나가겠소?"

    장비가 나선다.

    "못난 아우 죽을 각오로 싸우겠소."

    장비가 앞장서고 운장이 뒤를 맡도록 현덕이 명한다. 스스로는 가운데 위치해 노약자를 보호한다. 그날 밤 3경, 밝은 달빛에 의지해, 북문을 나와 달아나다가 송헌과 위속과 마주친다. 익덕이 한바탕 물리쳐 두꺼운 포위를 뚫는다. 배후에서 장요가 뒤쫓자 운장이 가서 대적한다. 현덕이 가는데도 여포가 뒤쫓지 않고 입성해 백성을 안심시키고, 고순에게 소패를 지키게 하고 서주로 돌아간다.

    한편 현덕이 허도로 달아나 성밖에 야영하고 손건을 조조에게 보내 여포에게 쫓긴 사정을 말하도록 한다.

    "현덕은 나와 형제이구먼."

    조조가 성으로 불러들여 만나자 한다. 이튿날 현덕이 관운장과 장익덕을 성밖에 머물게 하고 손건과 미축을 거느리고 들어가 조조를 만난다. 조조가 상빈上賓의 예로써 대한다. 현덕이 여포가 저지른 일을 낱낱이 이야기한다.

    "여포는 의리 없는 인간이니 내가 아우님과 함께 힘을 합쳐 처단하겠소."

    조조의 이 말에 현덕이 칭송하고 사례한다. 조조가 주연을 베풀어 대접하고 저녁이 되자 배웅한다. 순욱이 들어와서 말한다.

    "유비는 영웅이니, 이때 어서 도모하시지 않으면 후환이 됩니다."

    조조가 답하지 않는다. 순욱이 나가고 곽가가 들어온다.

    "순욱이 내게 유비를 죽이라 권하는데 어찌해야 하겠소?"

    "불가하구먼요. 주공께서 의병을 일으켜 백성을 위해 악당을 제거할 때, 오로지 신의에 의지해 준걸을 모으고 행여나 그들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 하셨지요. 이제 현덕은 평소 영웅으로 이름났는데 잠시 곤궁해 찾아온 것을 죽이신다면 어진 이를 해치는 것입니다. 천하의 지모 있는 선비들이 듣는다면 저절로 의심하고 장차 과족裹足(두려워 나아가지 못함)하고 주공께 오지 않을 것이니, 주공께서 누구와 함께 천하를 평정하렵니까? 무릇 한 사람의 화근을 없애고자 사해四海의 소망을 저버리신다면, 어찌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부디 살펴주세요."

    조조가 크게 기뻐한다.

    "그대 말씀이 내 마음과 꼭 맞는구먼."

    이튿날, 표를 올려 유비를 예주목에 천거한다. 정욱이 간언한다.

    "유비는 결코 남의 밑에 있을 이가 아니니, 어서 도모하세요."

    "지금 당장은 바로 영웅을 쓸 때이니 한 사람을 죽여 천하의 인심을 잃을 수 없소. 이것이 곽봉효와 내가 견해를 같이 하는 것이오."

    결국 정욱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병력 3천과 양곡 1만곡을 현덕에게 주어 예주목사로 부임하고, 소패로 진격해 주둔한 뒤 멀리 흩어진 병력을 불러모아 여포를 치게 한다. 현덕이 예주에 도착한 뒤 사람을 보내 조조와 만날 약속을 정한다.

    조조가 병력을 일으켜서 직접 여포를 정벌하려는데 유성마가 달려와 알리기를, 장제가 관중을 떠나 병력을 이끌고 남양을 치다가 눈먼화살에 맞아죽자, 조카 장수가 이어서 무리를 통솔하고 가후를 모사로 삼더니, 유표와 연결해 완성에 주둔하고, 장차 출병하여 대궐을 침범해 천자를 탈취하려 한다고 한다.조조가 대로하여 병력을 일으켜 토벌하려 하지만, 여포가 허도를 기습할까 두려워 순욱에게 계책을 묻는다.

    "쉬운 일이지요. 여포는 무모한 인간이니 이익을 보면 기뻐겠지요. 명공께서 사자를 서주로 보내 벼슬을 더하고 포상하며 현덕과 화해토록 하세요. 여포는 기뻐하며 멀리 도모할 생각을 품지 않을 겁니다."

    "훌륭하군요."

    봉군도위 왕칙에게 임금의 교지와 화해의 서찰을 주고 서주로 찾아가도록 한다. 한편으로 병력 5십만대군을 일으켜 친히 장수를 토벌한다. 군을 3로로 나누고 하후돈을 선봉으로 삼는다. 군마가 육수에 이르러 야영한다.

    가후가 장수에게 권한다.

    "조조의 병세가 대단하니 대적할 수 없네요. 성을 바치고 투항함만 못하겠군요."

    장수가 그말을 따라서 가후에게 조조의 진영으로 가서 자세한 사정을 말하게 한다. 가후의 응대가 물흐르듯하자 조조가 매우 아끼며 모사로 삼으려 한다. 가후가 말한다.

    "예전에 이각을 따라다녀 천하에 죄를 지었다가 이제 장수를 섬깁니다. 제 말을 들어주고 제 계책을 ��라주니, 차마 그를 버릴 수 없습니다."

    작별인사를 올리고 간다. 이튿날 가후가 장수를 데리고 조조를 만나니 조조가 매우 후대한다. 조조가 병력을 이끌고 둔성에 주둔하고 나머지 병력은 성 밖에 나눠 주둔한다. 조조군의 진지가 십여 리에 걸친다. 며칠 계속 머무니, 장수가 매일 잔치를 열어 조조를 초대한다. 하루는 조조가 취해 침소로 물러나 은밀히 좌우에게 묻는다.

    "성 안에 기녀 妓女는 없냐?"

    조조 형의 아들 조안민曹安民이 뜻을 알고 몰래 마주해 말한다.

    "어제 저녁 관사의 옆을 엿보니 어느 부인이 있는데 정말 미려 美麗하더군요. 물어보니 장수의 숙부 장제의 처라고 하였습니다."

    조조가 듣고 조안민에게 병사 5십을 거느리고 가서 데려오게 한다. 잠시 뒤 군중으로 데려온 것을 조조가 보니 과연 미려하다. 성명을 묻자 부인이 답한다.

    "소첩은 장제의 아내 추씨입니다."

    "부인께서 나를 알아요?"

    "승상의 위명은 들은 지 오랩니다. 오늘 저녁 다행히 뵙고 절을 드립니다."

    "내가 부인을 위해 특별히 장수의 항복을 받아들여 멸족하지 않은 것이오."

    추 씨가 절한다.

    "실로 다시 살려주신 은혜네요."

    "오늘 부인을 만나다니 하늘이 내린 복이오. 오늘밤 잠자리를 함께하고 나를 따라 서울로 가서 부귀를 누림이 어떻소?"

    추 씨가 절을 올려 사례한다. 이날 밤 장중에서 함께 잔다. 추 씨가 말한다.

    "오래 성중에 머문다면 장수가 반드시 의심할테고 또한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 두렵구먼요."

    "내일 부인을 데리고 군영으로 가지요."

    이튿날 성밖의 편안한 거처로 옮기고 전위典韋를 불러 중군中軍의 장방帳房 밖에서 숙위宿衛(숙직하며 지킴)하게 한다. 조조가 부른 경우가 아니면 아무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내외에 비밀로 한다. 조조가 매일 추 씨와 놀아나느라 돌아갈 생각을 않는다. 장수의 집안 사람이 몰래 장수에게 알리자 장수가 노한다.

    "조조 놈이 나를 아주 욕보이구나!"

    가후가 말한다.

    "이 일을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내일 조조가 장막을 나와 의사議事하기를 기다려 이렇게 하세요."

    가후가 장수에게 계책을 일러준다.

    이튿날, 조조가 장중에 있는데 장수가 들어가 고한다.

    "얼마 전 항복한 병사 가운데 도망자가 많아 중군으로 옮겨 주둔하고자 하니 부디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조조가 허락하자 장수가 군을 옮겨 주둔하고, 네 곳의 진지로 나누고 거사를 기약한다. 그런데 전위가 용맹해 당장 접근하기 힘들자 편장 호거아와 상의한다. 호거아는 5백근도 들 수 있고, 하루에 7백 리도 가니, 역시 이인이다. 그 자리에서 장수에게 계책을 올린다.

    "전위가 두려운 건 오로지 쌍철극 때문이지요. 주공께서 내일 그를 불러 술을 먹여 만취시켜 돌려보내세요. 그때 그의 병사들 사이에 제가 숨어들어 장방에 잠입해 그의 쌍철극을 훔친다면 두려울 것이 없지요."

    장수가 크게 기뻐하고 미리 활과 화살, 갑병들을 준비하고 각 진영에 고시한다. 시간이 되자 가후를 시켜 전위를 구슬러 초대하고 은근히 술을 대접한다. 전위가 저녁에 취해 돌아가자가 호거아가 무리에 숨어들어 진지로 들어간다. 이날밤 조조가 장중에서 추씨와 술을 마시다가 밖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말들이 울부짖음이 들리므로 사람을 시켜 알아본다. 돌아와 보고하기를, 장수의 병사들이 야간순찰을 돈다고 하니 조조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2경 무렵에 후방이 소란스워지며 함성이 인다. 풀을 실은 수레에 불이 붙었다고 알리니 조조가 말한다.

    "군중에서 실화한 것이네. 경거망동하지 마라."

    잠시 뒤 사방이 불붙자 조조가 비로소 황망히 전위를 부른다. 전위가 방금 취해 누워 있다가 잠결에 징소리, 북소리, 함성이 들리니 튀어오르듯 일어나 쌍철극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이때 적병이 이미 원문轅門까지 이르자 전위가 급히 보졸步卒이 허리에 차는 칼을 손에 쥔다. 문앞에 무수한 군마가 각각 장창長鎗을 쥐고 진지로 몰려든다. 전위가 힘껏 앞으로 나아가 스물 남짓을 벤다. 기병들이 물러나면 바로 보졸들이 달려들며 양쪽에서 겨누는 창들이 마치 갈대밭과 같다. 전위가 몸에 갑옷 한 조각 걸치지 않은 채라서 온몸을 수십 군데 찔리고도 버티며 죽기로 싸운다. 칼날이 무뎌져 쓸 수 없자 칼을 버리고 양 손에 적군 하나씩 잡아서 휘두르자 여기에 맞아죽은 이가 여덟, 아홉이다. 도적 무리가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다만 멀리서 화살을 날린다.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전위가 이미 죽을 지경이지만 채문寨門 앞을 버티고 선다. 이런 와중에 어찌어찌해서 진지 배후로 적병이 돌입하여 전위의 등을 바로 찌르자 전위가 여러 차례 크게 외치고 피를 땅에 가득 흘리며 준는다. 전위가 죽고나서도 한참을 감히 한 사람도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한편, 조조는 전위가 영채의 문을 막아선 사이에 진지 후방에서 말 타고 달아나고 조안민은 걸어서 따라온다. 조조 왼팔에 화살이 하나 명중하고, 타는 말도 세 발을 맞았다. 이 말은 대원의 명마라서 아픈 것을 이기고 내달린다. 줄곧 달아나서 육수의 물가에 이르자 적병이 뒤쫓아 조안민을 베여 육젓으로 만든다. 조조가 급히 말을 몰아 강을 건너니 강둑을 따라서 적병이 추격하며 화살을 쏜 것이 날아와서 말 눈을 맞힌다. 말이 바닥에 꼬꾸라지자 조조의 맏아들 조앙이 자신이 타던 말에 조조를 모신다. 조조가 말을 바꿔 타고 서둘러 달아난다. 조앙은 화살을 어지럽게 맞고 숨진다. 조조가 겨우 탈출하다가 도중에 여러 장수를 만나 패잔병을 불러모은다.

    이때 하후돈이 거느린 청주병들이 혼란을 틈타서 시골로 내려가서 민가를 노략질했다. 평로교위 우금이 즉시 휘하병력을 거느리고 길을 따라가서 청주병들을 잡아죽이고 시골 사람들을 다독였다. 청주병들이 달아나다가 조조를 만나자 땅바닥에서 울며 절한다. 그들이 말하기를, 우금이 반역해서 청주의 군마를 뒤쫓아서 죽인다고 하나, 조조가 크게 놀란다. 잠시 뒤 하후돈, 허저, 이전, 악진이 모두 도착한다. 조조가 우금의 반역을 말하고 병력을 정비해 대적하도록 한다.

    한편, 우금은 조조 등이 몰려오자, 병력을 이끌고 화살을 쏴서 일단 진격을 막고, 해자를 파고 영채를 구축한다. 누군가 고한다.

    "청주군青州軍이 장군이 반역한다고 모함하여 승상께서 오셨는데 어찌 누명부터 벗지 않으고 진지부터 세우십니까?"

    "지금 적병이 추격하니 언제라도 들이닥칠 수 있구먼. 준비하지 않고 어찌 적을 막겠어?"

    진지를 세우자마자 장수군이 2로로 몰려온다. 우금이 앞장서 출진해 대적을 하니 장수가 급히 퇴군한다. 좌우의 장수들이 우금이 나아감을 보고 각각 병력을 이끌고 치니 장수군이 대패하고 1백여 리를 쫓긴다. 장수가 결국 세력이 궁하자 패잔병을 이끌고 유표에게 가버린다.

    조조가 병력을 거두고 장수들을 호출하자 우금이 들어가 만나고, 청주병들이 제멋대로 노략해 백성의 신망을 크게 잃기에 스스로 물리친 것을 자세히 고한다.

    "나한테 고하지 않고 진지를 세운 건 어찌된 일이오?"

    이 물음에 우금이 앞에처럼 답하니 조조가 말한다.

    "장군이 총망匆忙(바쁨)한데도 병력을 정비하고 보루를 견고히 하고, 누명을 쓰고도 노고를 마다하지 않아, 도리어 패전을 승리를 이끄니, 비록 옛 명장이라도 어찌 이보다 더하겠냐구!"

    황금 그릇 한 부副(쌍)를 주고 익수정후에 봉한다. 하후돈이 부하를 엄격히 다스리지 못한 것을 조조가 꾸짖고 제사를 올려 전위의 넋을 달랜다. 조조가 몸소 곡하며 제사를 주관하고 고개돌려 여러 장수에게 말한다.

    "내가 맏아들과 사랑하는 조카를 잃었으나 둘다 깊이 애통하진 않소. 내가 울부짖고 눈물흘림은 오로지 전위 때문이라오!"

    모두가 감탄한다. 다음날 병력을 거둬 떠난다.

    조조가 병력을 이끌고 허도로 돌아간 건 더 말하지 않겠다.

    한편, 왕칙이 조서를 지니고 서주로 가자 여포가 영접한다. 부중으로 들어가서 조서를 열어 읽으며, 여포를 평동장군에 봉하고 인수를 하사한다. 왕칙이 또한 조조의 편지를 꺼내고 여포 면전에서 조공이 여포를 공경하는 뜻을 극진히 말하자 여포가 크게 기뻐한다. 그런데 누군가 원술이 사자를 보냈다고 하므로 여포가 불러들여 묻자 사자가 말한다.

    "원공께서 조만간 황제에 즉위하고 동궁을 세우겠다고 하시네요. 그러니 어서 황비를 회남에 데려오라고 재촉하십니다요."

    여포가 대로한다.

    "반적이 어찌 감히 이러냐!"

    찾아온 사신을 죽이고 한윤에게 칼을 씌운다. 천자에게 사례하는 표문을 진등에게 주고, 한윤을 압송해 왕칙과 함께 허도로 가서 천자의 은혜에 감사를 전하도록 한다. 또한 조조에게도 답서를 전하여 정식으로 서주목에 임명 받고자 한다.

    여포와 원술의 파혼을 알고서 조조가 크게 기뻐하고 한윤을 저잣거리에서 벤다. 진등이 몰래 조조에게 간한다.

    "여포는 시랑 같은 자라서 용맹하지만 무모하고 거취가 가벼우니 어서 도모하시지요."

    "내 평소 여포가 늑대 같은 야심을 가져 진실로 오래 두기 어려움을 알고 있습니다. 그대 부자가 아니면 그쪽 사정을 자세히 알기 어려우니 그대가 함께 모의해주세요."

    "승상께서 거동하신다면 마땅히 내응해야지요."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표를 올려 진규에게 2천 석의 봉록을 더해주고 진등을 광릉태수에 임명한다. 진등이 작별인사를 올리자 조조가 그의 손을 잡고 말한다.

    "동쪽의 일은 그대만 믿겠소."

    진등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고 서주로 돌아가 여포를 만난다. 여포가 묻자 진등이 부친은 봉록을 더하고 스스로는 태수가 되었다고 답한다. 여포가 대로한다.

    "네가 나를 위해 서주목 徐州牧을 요구하지 않고 도리어 스스로 작록을 구했다고? 네 부친이 내게 조조와 협동하고 원공로와 파혼하라 하였는데, 이제 와서 내 요구는 결국 하나도 얻지 못하고 너희 부자는 모두 현귀 顯貴(지위가 높아짐)해졌으니 너희 부자에게 이용됐구먼!"

    검을 뽑아 베려하는데 진등이 크게 웃는다.

    "장군께서 어찌 이다지도 밝지 못하지요?"

    "내가 어찌 밝지 못해?"

    "제가 조공을 만나서 '장군을 기름은 호랑이를 기름과 같아 마땅히 고기를 배불리 먹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장차 사람을 물어뜯지요'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조공이 웃으며 '경의 말씀과 다르지요. 내가 온후溫侯(여포)를 대함은 매를 기름과 같으니 여우와 토끼를 잡지 못했는데 먼저 배불리 먹일 수는 없습니다. 매는 굶주려야 써 먹지 배부르면 날아가버려요 '라고 말하였습니다 . 제가 '누가 여우와 토끼입니까?' 물었더니 조공이 '회남 원술, 강동 손책, 기주 원소, 형주 유표, 익주 유장, 한중 장로가 모두 여우와 토끼지요'라고 하였습니다."

    여포가 검을 집어던지며 웃는다.

    "조공이 나를 아는구먼!"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데 원술 군이 서주를 취하러 온다고 급보하니 여포가 할말을 잃고 놀란다.

    진진秦晉의 관계를 맺지 않고 오월처럼 싸우니
    혼인 이야기 오가다가 도리어 갑병甲兵이 몰려오네

    필경, 뒷일이 어찌될까?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