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7회 원공로가 칠군을 크게 일으키고 조맹덕이 세 장수와 회합한다

    한편, 원술이 회남에 있는데 땅이 넓고 식량이 많고 게다가 손책이 담보한 옥새를 가져 결국 황제를 참칭하려고 한다. 수하를 크게 모아 의논한다.

    "옛날 한나라 고조는 사상의 일개 정장에 불과하셨으나 천하를 가졌지. 그로부터 이제까지 4백년이라 한나라의 기수가 다하고 해내가 솥 끓듯하네. 내 가문은 사세삼공이고 백성이 의지하는 바가 됐어. 이에 하늘에 응하고 민심을 따라 구오 九五(임금)의 자리에 오르려는데 너희 생각은 어떠냐?"

    주부 염상이 말한다.

    " 불가하구먼요. *(1)옛날 주나라는 후직이 덕을 쌓고 거듭 공을 이루고, 문왕에 이르러 천하의 3분의 2를 가졌으나 오히려 은나라에 복속하고 섬겼습니다. 명공의 가세家世가 비록 귀한들 아직은 주나라의 번성에 미치지 못지요. 한실이 비록 쇠미하나 아직 은나라 주왕의 폭정만 못하고요. "

    원술이 노한다.

    "우리 원 씨는 진나라에서 나왔지. 진나라는 위대한 순임금의 후예야. 토土로써 화火를 이음이 운運에 응하는 것이지. 또한 예언서에 '한나라를 대신하는 이는 마땅히 길이 높다' 하였네. 나를 공로 公路(높은 길)라고 부르니 예언에 맞어. 전국옥새도 가졌는데 이러고도 임금이 안 되면 천도를 어기는 것이야. 내 뜻은 이미 정했으니 여러 말 하는 자들은 참하겠다!"

    마침내 연호를 '중씨仲氏'라 정하고 천자의 예를 따라 관청과 관직을 갖추고 용봉연龍鳳輦(천자가 타는 가마)을 타고 남북으로 하늘과 땅에 교사郊祀를 드린다. 풍방의 딸을 황후로 삼고 아들을 동궁으로 세운다. 이에 따라 사신을 보내 여포의 딸을 데려와 동궁의 비妃로 삼고자 재촉한 것이다. 그런데 도리어 여포가 한윤을 허도로 압송해 조조가 참하자 원술이 대로한다. 장훈을 대장군으로 삼고 20여만 대군을 통령하고 7로로 나눠 서주를 정벌케 한다.

    제1로는 대장군 장훈이 중앙을 맡고, 제2로는 상장 교유가 좌측을 맡고, 제3로는 상장 진기가 우측을 맡고,제4로는 부장 뇌박이 좌측을 맡고,제5로는 부장 진란이 우측을 맡고, 제6로는 귀순한 장수 한섬이 좌측을 맡고, 제7로는 역시 귀순한 장수 양봉이 우측을 맡는다. 각각 부하 건장들을 거느리고 날을 맞춰 기병한다. 연주자사 김상을 태위로 삼고 7로군마의 군량운반을 맡기지만 따르지 않자 원술이 죽이고 기령을 칠로도구응사七路都救應使로 삼는다. 원술 스스로 3만 병력을 이끌고 이풍, 양강, 악취를 독전하는 관리로 삼아 7로병력과 접응케 한다.

    여포가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장훈의 1군이 큰길로 곧장 서주를 취하려 하고 교유의 1군은 소패를, 진기의 1군은 기도를, 뇌박의 1군은 낭야를, 진란의 1군은 갈석을, 한섬의 1군은 하비를, 양봉의 1군은 준산을 취하려 한다. 7로군마가 매일 5십 리를 행군하며, 길을 따라 겁략한다. 여포가 서둘러 여러 모사를 불러 상의하자 진궁과 진규 부자가 온다. 진궁이 말한다.

    "서주의 재앙은 진규 부자가 초래했지요. 조정에 아첨하여 작록을 얻더니 결국 오늘날 장군에게 재앙이 왔어요. 마땅히 두 사람의 목을 베어 원술에게 준다면 저절로 퇴군하겠지요."

    여포가 듣고 즉시 진규와 진등을 잡게 한다. 진등이 크게 웃는다.

    "어찌 이처럼 겁을 먹지요? 제가 보니 7로군이란 마치 일곱 무더기의 썩은 풀과 같거늘 무엇을 염려하나요!"

    "네게 적군을 깰 계책이 있다면 죽을죄를 면해주마."

    "장군께서 우부愚夫의 말을 따르신다면 서주는 걱정할 게 없지요."

    "말해봐."

    "원술의 병력이 비록 많다 하나 모두 오합지졸, 평소 서로 화목하지 않지요. 우리 정병正兵으로 수비하고 기병 奇兵으로 이기면 성공하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제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서주를 안전히 지킬 뿐 아니라 아울러 원술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어떤 계책인데?"

    " 한성과 양봉은 한나라의 옛 신하로서 조조를 두려워해 달아났다가 의탁할 데가 없자 잠시 원술에게 귀순했지요. 원술이 틀림없이 그들을 무시할 것이고 그들도 원술이 부리는 걸 즐기지 않겠지요. 글을 써서 그들과 내응하고 유비와 연결하요 밖에서 합세하면 반드시 원술을 잡을 수 있구먼요."

    "그렇다면 모름지기 네가 몸소 한섬과 양봉의 거처로 가서 글을 전해야겠지."

    진등이 수락한다.

    여포가 표문을 써서 허도에 올리고, 아울러 예주에 서신을 보낸다. 그뒤 진등을 시켜 몇 기를 거느리고 먼저 하비로 가는 길가에서 한섬을 기다리게 한다. 한섬이 병력을 이끌고 와서 영채를 세우자 진등이 들어가서 만난다.

    "그대는 여포의 수하이거늘 무슨 용무로 여기로 왔소?"

    한섬의 말에 진등이 웃는다.

    "저는 대한의 공경인데 어찌 여포의 수하라 하세요? 장군은 예전에 한나라 신하였지만 이제 반적의 신하가 됐군요. 이것은 지난날 관중에서 거가를 보위한 공을 전부 잃음이니 삼가 장군이 취할 바가 아니지요. 게다가 원술은 성격이 의심이 많아 훗날 틀림없이 장군을 해쳐요. 어서 도모하지 않으면 후회해도 소용없지요."

    한섬이 탄식한다.

    "한나라로 돌아가고 싶어도 방법이 없기에 한스러울 뿐이라오."

    진등이 여포의 서신을 꺼내니 한섬이 읽고 말한다.

    "알겠으니 먼저 가세요. 양장군과 함께 무기를 돌려서 치지요. 불길이 치솟는 것을 신호로 온후가 병력을 이끌고 응하면 되겠습네요."

    진등이 한섬과 작별하고 서둘러 돌아가 여포에게 알린다. 여포가 병력을 5로로 나눠 고순 1군은 소패로 나아가 교유를 대적하고, 진궁 1군은 기도로 나아가 진기를, 장요와 장패의 1군은 낭야로 나가 뇌박을, 송헌과 위속의 1군은 갈석으로 나와 진란을, 여포는 스스로 군을 이끌고 큰길로 가서 장훈을 대적한다. 각각 1만 병력을 거느리고 나머지는 성을 지킨다. 여포가 성밖 30 리에 진지를 세운다. 장훈이 군을 이끌고 왔다가 여포를 대적하기 어렵다 여겨 20 리를 물러나 주둔하고 사방의 병력이 접응하기를 기다린다.

    이날 밤 2경 무렵, 한섬과 양봉이 병력을 나눠 도처에 방화하며 여포군이 영채를 쳐들오는 것을 호응한다.이에 장훈군이 대란에 빠진다. 여포가 기세를 타고 덮치자 장훈이 패주한다. 여포가 추격하다 날이 밝는데 마침 기령이 도우러 달려온다. 양군이 맞서서 창칼을 교차하자 한섬과 양봉이 2로에 걸쳐 협공한다. 기령이 크게 패주하는 것을 여포가 병력을 이끌고 추격하는데 산뒤에서 1군이 몰려나온다.

    군문의 깃발 사이로 한줄의 군마가 보이고 천자가 쓰는 용봉일월기번 龍鳳日月旗旛 (용과 봉황, 해와 달이 그려진 깃발), 사두오방정치 四斗五方旌幟 (북두성 등의 별자리와 5방향이 그려진 깃발), 금과은부 金瓜銀斧 (금호리병과 은도끼),황월백모 黃銊白旄 (하얀 털로 깃대를 장식한 큰 도끼), 황라소금산 黃羅銷金傘 (황제의 일산) 덮개 아래 원술이 황금갑옷을 입고, 칼 두 자루를 차고 군진 앞으로 나와 여포를 크게 욕한다.

    "주인을 배신한 종놈아!"

    여포가 노해서 극을 잡고 달려든다. 원술의 장수 이풍李豐이 창을 잡고 맞서지, 3합을 못 싸우고 여포에게 손이 찔려 창을 버리고 달아난다. 여포가 병력을 몰아 쳐들어오자 원술군이 크게 무너진다. 여포가 군을 이끌고 그뒤를 추격하자 말과 갑옷을 무수하게 버리고 달아난다. 원술이 패잔병을 이끌고 몇 리 못 달아나서 산뒤에서 1군이 몰려나와 갈길을 막는다. 선두를 맡은 장수는 바로 관운장이다.

    "반적 反賊아! 아직도 죽지 않았냐!"

    원술이 황망히 달아나고 나머지 무리는 사방으로 흩어져 관운장이 크게 무찌른다. 원술이 패잔병을 추수려 회남으로 달아났다.

    여포가 승전을 거둔 뒤 관운장과 아울러 양봉과 한섬 등의 일행 인마를 불루서 서주로 가서 주연을 크게 열어 환대한다. 병사들도 모두 호궤하고 포상한. 이튿날 관운장이 작별하고 돌아간다. 여포가 한섬을 기도목 沂都牧으로, 양봉을 낭야목瑯琊牧으로 천거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을 서주에 머물게 하는 것이 어떤지 상의하자 진규가 말한다.

    "불가하구먼요. 한섬과 양봉 두 사람을 산동山東에 주둔시키면, 1년이 지나지 않아 산동의 성곽이 모두 장군 차지가 될 것인데요."

    여포가 그럴듯하게 여겨 두 장수를 기도와 낭야로 보내고, 당분간 머물면서 은명恩命(관직 임명)을 기다리게 한다. 진등이 은밀히 부친에게 묻는다.

    "어째서 두 사람을 서주에 붙잡아 훗날 여포를 죽일 수단으로 삼지 않으세요?"

    "두 사람이 여포에게 협조라도 하면 호랑이에게 발톱과 이빨을 더해주는 셈이지."

    진등이 부친의 고견高見을 수긍한다.

    한편, 원술이 패전하고 회남으로 돌아간다. 강동의 손책에게 사람을 보내, 복수를 위한 병력을 빌려달라고 한다. 손책이 노한다.

    "네가 내 옥새를 가지고 제호帝號를 참칭하며 한실을 배반하니 대역부도大逆不道한 것이다!내가 마침 병력을 일으켜 네 죄를 묻고자 하거늘 어찌 역적을 도우란 말이냐?"

    글을 써서 절교한다. 사자가 글을 갖고 와서 원술에게 바치니 원술이 읽고나서 노한다.

    "황구黃口 어린 놈이 어찌 감히 이러냐!먼저 토벌하겠다!"

    그렇지만 장사 양대장楊大將이 힘껏 간언하여 겨우 말린다.

    한편, 손책은 원술에게 글을 써서 보낸 뒤 원술의 병력이 쳐들어올 것을 대비하여 군을 뽑아 강구江口로 가서 수비한다. 그런데 조조의 사신이 와서 손책을 회계태수로 임명하고 병력을 일으켜 원술을 치라고 한다. 손책이 출병을 상의하니 장사 장소가 말한다.

    "원술이 얼마전 패했다고 하지만 병력이 많고 군량이 넉넉하니 아직은 가볍게 대적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조조에게 글을 써서 보내 그가 남쪽을 정벌하면 우리도 따르겠다고 하지요. 양군이 서로 도우면 원술은 반드시 패전할 것이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조조의 구원을 바랄 수 있어요."

    손책이 그 말을 따라서 사자를 보내 조조에게 그러한 뜻을 전한다.

    한편, 조조가 허도로 가서 전위를 사모하며 제사를 지내고 그 아들 전만을 중랑으로 삼고 거둬들여 자신의 부중에서 돌본다.

    그런데 누군가 손책의 사신이 서찰을 가져왔음을 알린다. 조조가 손책의 서찰을 읽은 뒤 다시 누군가 원술이 양식이 모자라 진류를 겁략함을 알리니 빈틈을 노려 원술을 치려고 한다. 군을 일으켜 남쪽을 정벌하러 떠나면서 조인을 시켜 허도를 지키고 나머지 모두는 정벌을 따라 나서니 기병과 보명 17만이고 양식과 치중 수레가 1천여 량이다. 한편으로 먼저 사람을 보내 손책, 유비, 여포와 회합하기로 한다.

    병력이 예장豫章의 경계에 이르자 현덕이 미리 병력을 이끌고 맞이하니 조조가 군영으로 불러들인다. 서로 인사를 마친 뒤 현덕이 두 사람의 머리를 바친다. 조조가 놀란다.

    "이게 누구의 수급입니까?"

    "한섬과 양봉의 수급이지요."

    "어찌 얻었소?"

    "여포가 두 사람을 기도와 낭야에 임시로 머물게 했지요. 뜻밖에도 두 사람이 병력을 함부로 풀어 백성을 약탈하니 모두가 원망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연회를 베풀어 의논할 일이 있다고 부른 뒤 술잔을 던지는 것을 신호로 관, 장 두 아우가 죽이고 나머지 무리는 항복받았네요. 이제 죄를 청하러 왔구먼요. "

    "나라를 위해 해로운 자를 없앴으니 큰 공을 세운 것이거늘 어찌 죄라고 말씀하세요?"

    현덕을 크게 치하하고 병력을 합쳐 서주 경계로 갔다. 여포가 나와 맞자 조조가 좋은말로 달래고 좌장군左將軍에 봉하며 나중에 서울로 돌아가 인수印綬를 보내주겠다고 한다. 여포가 크게 기뻐한다. 조조가 즉시 병력을 나눠 여포 1군은 좌측에, 유비 1군은 우측에 두고서 스스로 대군을 거느리고 중앙에 위치하고 하후돈과 우금을 선봉으로 삼는다.

    조조군이 쳐들어옴을 듣고 원술이 대장 교유에게 병력 5만을 주고 선봉에 세운다. 양쪽 군대가 수춘 입구에서 만난다. 교유가 앞장서 출마하여 하후돈과 싸우지만 3합을 못 넘기고 찔려 죽는다. 원술군이 대패하여 성으로 달아난다. 원술에게 다시 급보가 날아드는데 손책이 선박을 내어 서쪽 강변을 공격하고 여포가 병력을 이끌고 동쪽을 공격하고 유비, 관, 장이 병력을 이끌고 남쪽을 공격하고 조조는 스스로 17만 병력을 이끌고 북쪽을 친다는 것이다. 원술이 크게 놀라 서둘러 문무 관리를 불러모아 상의한다. 양대장이 말한다.

    "수춘에 가뭄이 몇년째라 모두 식량이 모자라구먼요. 그런데도 병력을 동원하고 백성을 괴롭히니 백성이 원망하고 있네요. 이래서는 병력으로 적군을 막기가 참 어려워요. 수춘에 머물며 싸움을 피해고 적군의 식량이 다하고 변고가 생기기를 기다리세요. 폐하께서는 어림군御林軍을 이끌고 회수를 건네세요. 이것은 첫째, 충실한 곳으로 가는 것이고 둘째, 잠시 저들의 날카로운 기세를 피하는 것이지요."

    원술이 그말을 따라 이풍, 악취, 양강, 진기 네 사람에게 병력 10만을 나눠 수춘을 고수하게 한다. 나머지 장졸과 금은보화를 모조리 수습하여 회수를 건넌다.

    한편, 조조 병력 17만이라 하루에 먹어대는 군량이 호대한데다 여러 고을이 굶주림과 가뭄에 시달려 군량 조달이 따르지 못한다. 조조가 속전속결을 재촉하나 이풍 등이 문을 걸어닫고 나오지 않으니 조조군이 한달만에 식량이 바닥날 지경이다. 손책에게 글을 보내 군량 10만 곡을 빌리지만 충분히 나눠주기는 어렵다. 군량을 관리하는 임준과 부하 창고지기 왕후가 조조에게 아뢴다.

    "병력은 많고 군량은 적은데 어찌하지요?"

    "작은 곡으로 나눠주면 잠깐은 위급을 면할 수 있겠구먼."

    조조의 말에 왕후가 말한다.

    "병사들이 원망하면 어떡합니까?"

    "내게 계책이 있네."

    왕후가 명령에 따라서, 작은 곡으로 배급한다. 조조가 몰래 사람을 시켜 엿들으니 원망하지 않는 이 없고 모두 승상이 사람들을 속인다고 한다. 조조가 은밀히 왕후를 불러들여 말한다.

    "내가 네게서 물건 하나를 빌려서 사람들 마음을 진정하고 싶으니 아까워 마라."

    "승상께서 무슨 물건을 쓰고 싶으세요?"

    "네 머리를 빌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것뿐이다."

    왕후가 크게 놀란다.

    "저는 정말 죄가 없구먼요."

    "나도 네가 무죄란 걸 안다. 다만 너를 죽이지 않으면, 병사들의 마음이 변할 것이다. 네가 죽고서, 처자식은 내가 돌볼테니, 걱정마라."

    왕후가 다시 뭐라 말하려 하는데 조조가 급히 도부수를 문 밖에서 불러들여 한칼에 베고 그 머리를 높이 매달고 방문을 써서 알린 다.

    "왕후가 고의로 작은 곡을 써서 군량미를 훔쳤기에 군법에 따라 처단했다."

    이로부터 병사들의 원망이 사라진다.

    이튿날 조조가 각 군영 장령將領에게 전령한다.

    "사흘 안에 힘을 합쳐 성을 함락치 못하면 모두 참하겠다!"

    조조가 친히 성 아래로 가서 병사들이 흙과 돌을 운반해 해자와 구덩이를 메우게 독려한다. 성 위에서 화살과 돌이 비처럼 쏟아지자 비장裨將 두 사람이 두려워 돌아가려 하는 걸 조조가 검을 뽑아 성 아래에서 베어버리고 스스로 말에서 내려 흙을 묻혀가며 구덩이를 메운다. 이로부터 높고낮은 장병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자 없어 군세가 크게 진동하니 성 위에서 대적할 수 없다. 조조 병력이 앞다퉈 성을 오르고 빗장과 자물쇠를 부수고 대군이 몰려들어간다. 이풍, 진기, 악취, 양강 모두 사로잡힌다. 조조가 명하여 모두 저잣거리에서 참한다. 황제를 사칭한 궁궐 전각과 기타 물건을 불사른다. 수춘성 안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 진군해 회수를 건너서 원술을 추격할 걸 상의하니 순욱이 간한다.

    "몇해째 흉년이라 양식이 간난한데 다시 진병하면 병사가 수고롭고 백성이 상할테니 반드시 유리지는 않지요. 잠깐 허도로 돌아가 새봄에 보리가 익기를 기다려 군량이 넉넉할 때 도모함만 못합니다."

    조조가 주저하며 미결하는데 누군가 말을 타고 달려와서 보고한다.

    "장수가 유표에 의탁하고 다시 방자하게 창궐하니 남양의 여러 고을이 다시 돌아섰습니다. 조홍이 막아내지 못하고 잇달아 격파되므로 이제 위급을 고합니다."

    조조가 서둘러 손책에게 글을 써서 전령한다. 손책을 강 건너 포진시켜 의병疑兵(적을 현혹시키는 군대)으로 삼아서 유표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스스로는 그날 군을 돌려 장수를 정벌할 일을 의논한다. 떠날 때 현덕에게 소패에 다시 주둔하여 여포와 형제로 맺어 서로 돕고 다시는 서로 침범하지 말라고 한다. 여포가 서주로 철병하자 조조가 몰래 현덕에게 이른다.

    "내가 그대를 소패에 주둔케 함은 굴갱대호掘坑待虎 (함정을 파서 호랑이를 기다림)의 계책이지요. 진규 부자와 상의하요 실수가 없도록 하세요. 나는 바깥에서 돕지요."

    말을 마치고 헤어진다.

    한편, 조조가 허도로 철군하니, 단외段煨가 이각 李傕을, 오습 伍習이 곽사를 죽여 머리를 바치러 온다. 게다가 단외가 이각의 집안 노소 2백여 명을 허도로 잡아온다. 조조가 명하여 성문마다 그들 머리를 베어서 매달아 호령하자 인민이 칭송하고 통쾌해한다. 천자가 전각을 올라 문무관리를 모아 태평연연太平筵宴을 베푼다. 단외를 탕구장군盪寇將軍으로, 오습을 진우장군殄虞將軍으로 삼고 각각 장안을 수비토록 한다. 두 사람이 사은謝恩하고 떠난다. 조조가 글을 올려, 장수張繡의 작란 作亂을 토벌하러 출병하겠다고 하니, 천자가 친히 난가鑾駕를 타고 조조의 출병을 배웅한다. 이때가 건안3년 여름 4월이다.

    조조가 순욱을 허도에 남겨 장병들을 파견하게 하고 스스로 대군을 진발한다. 행군할 때 길옆으로 밀이 익었는데 군대가 오자 백성들이 바깥으로 달아나 감히 밀을 베려하지 않는다. 조조가 사람을 곳곳에 보내 마을 부로 父老와 각처를 지키는 관리들에게 말한다.

    "내가 천자의 밝은 조서를 받들어 출병하여 역적을 토벌히거 백성을 위하여 해로움을 제거하고자 한다. 이제 밀이 익을 때 부득이 출병하니, 대소 장교가 무릇 밀밭을 지나다가 밀을 짓밟으면 모두 참하겠다. 군법은 매우 엄하니 너희 백성들은 놀라거나 의심치 마라."

    이를 듣고 백성들이 모두 환희하고 칭송하며 자욱한 먼지 속에서 길을 가득 메우고 절을 올린다. 관군이 밀밭을 지날 때 모두 말에서 내려 손으로 밀을 살살 헤치고 한줄로 차례차례 지나가며 감히 밟지 않는다.

    그런데 조조가 탄 말이 지나다가 밭에서 비둘기가 놀라서 갑자기 날아오르자 그 말도 낯선지라 밀밭 가운데 돌입, 한바탕 크게 짓밟는다. 조조가 행군주부 를 불러 그 죄를 따지게 한다. 주부가 말한다.

    "승상께 어찌 죄를 묻겠습니까?"

    "내 스스로 법을 만들고 스스로 범하고서 어떻게 사람들이 복종케 하겠어?"

    즉시 차고 있던 검을 뽑아 스스로 베려 한다. 사람들이 급히 구해 멈추고 곽가가 말한다.

    "옛날 춘추春秋의 의義에 따르면 법法은 존엄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했지요. 승상께서 대군을 총통 總統하시거늘 어찌 스스로 베시겠습니까?"

    조조가 한참 신음한다.

    "정말 춘추에 법은 존엄한 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의義가 있다면 내 잠깐 죽음은 면하겠구먼."

    검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서 땅에 던진다.

    "머리카락을 잘라 머리를 대신하겠소."

    잘린 머리카락을 삼군에 돌려 보이며 이른다.

    "승상께서 밀을 밟아 본래 마땅히 머리를 잘라 호령할 것이나 지금 머리카락을 잘라 대신한다."

    이로부터 삼군이 등골이 오싹하여 누구나 삼가 군령을 준수한다. 훗날 누가 시를 지어 논했다.

    한편, 장수가 조조 병력이 오는 걸 알고 급히 유표에게 글을 보내 뒤에서 접응케 한다. 그러면서 뇌서雷敘와 장선張先 두 장수와 함께 성밖으로 출병하여 대적한다. 양쪽이 포진하자 장수가 출마하여 조조를 손가락질하며 욕한다.

    "네가 바로 인의를 가장한 염치 없는 인간이니 금수와 어찌 다르겠냐!"

    조조가 발끈하여 허저를 출마시키자 장수도 장선을 내보내 접전한다. 3합만에 허저가 장선을 베어 떨구고 장수 군이 대패한다. 조조가 남양성 아래까지 추격한다. 장수가 입성한 뒤 성문을 걸어잠그고 나오지 않는다.

    조조가 포위하고 공격하지만 성을 둘러싼 해자가 매우 넓고 물살이 거세고 또한 깊어 접근하기 아주 어렵다. 이에 병사들을 시켜 흙을 날라 해자를 메우게 한다. 또한 흙 포대와 땔감을 성 둘레에 쌓고 사다리를 만든다. 또한 운제雲梯를 세워 성 안을 엿본다. 조조 스스로 말을 몰아 성을 돌아본다. 이렇게 사흘이 지나자, 조조가 전령傳令하여 서문 쪽에 땔감을 퇴적堆積하고 여러 장수를 모아 성을 오르려 한다.

    성 안에서 가후 賈詡가 이 광경을 보고서 장수에게 말한다.

    "조조의 의도를 알겠구먼요. 이제야말로 장계취계將計就計(적의 계략을 역이용함)를 써야겠네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법인,
    사술을 쓰다가 들통이 나구나

    그 계책이 뭘까.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