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8회 가문화가 적군의 속셈을 간파하여 승부를 매듭짓고 하후돈이 화살을 뽑아서 눈알을 삼킨다

    한편, 가후가 조조의 의도를 헤아리고 그의 계책을 역이용하고자 장수에게 말한다.

    "제가 사흘 동안 성 위에서 조조가 성을 둘러보는 살폈지요. 성 동남쪽의 벽돌들의 색깔이 새것과 옛것이 다르고 녹각鹿角 (사슴뿔처럼 뾰죡한 방어시설) 태반이 훼손된 걸 조조가 살펴보고 그쪽으로 공격할 것인데, 도리어 서북쪽에 풀을 쌓아 허장성세를 이뤄 아군을 모조리 서북쪽에 유인하고, 야음을 타서 동남쪽을 기어올라 공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겠소?"

    "쉬운 일입니다. 내일 정예한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가볍게 무장시켜 동남쪽 건물에 매복시키고, 백성들을 병사로 가장하여 서북쪽을 지키는 척하면서, 야음을 틈타 적군이 동남쪽에서 성에 기어오른 것을 대처하세요. 성을 기어오르기를 기다려 호포 소리에 맞춰 복병이 일제히 출격하면 조조를 잡을 수 있지요."

    장수가 그 계책을 따른다. 금세 조조의 탐마 探馬(정찰병)가 조조에게 보고한다. 장수가 군을 모조리 거둬 서북쪽에서 고함을 지르며 성을 지키느라 동남쪽은 텅텅 비었다고 하니, 조조가 말한다.

    "내 계책대로구먼!"

    군중에 명령하여 삽과 곡괭이, 성을 기어오를 기구를 구비하여 낮에는 군을 이끌고 서북쪽만 친다. 2경 무렵, 정예 병력을 동남쪽으로 인솔하여 해자를 넘어 녹각을 부순다. 성 안은 전혀 움직임이 없고 대군이 일제히 몰려들어간다. 그런데 호포소리 한방 울리고 복병이 사방에서 튀어 나온다. 조조군이 급히 물러나자 배후에서 장수가 친히 굳센 장사들을 지휘하여 달려든다. 조조군이 대패하여 성밖으로 물러나 수십 리를 달아난다. 장수가 날이 밝도록 무찌르고 군을 거둬 입성한다. 조조가 패잔병을 점검해보니 5만여 병력이 꺾였고 상실한 치중(군수물자)이 무수하다. 여건과 우금 모두 부상했다.

    한편, 가후가 조조의 패주를 보고, 장수에게 권하여, 유표로 하여금 군을 내어 조조의 퇴로를 막도록 그에게 글을 써서 보낸다. 유표가 읽고 출병하려는데 탐마가 알린다. 손책이 호구湖口에 둔병했다는 것이다. 괴량이 말한다.

    "손책의 호구 둔병은 바로 조조의 계책이구먼요. 이제 조조가 패한지 얼마 안 되니 이 틈에 치지 않으면 후환이 있겠네요."

    유표가 황조에게 애구隘口를 지키게 하고 스스로는 병력을 통솔하여 안중현 安眾縣으로 가서 조조의 뒷길을 막는다. 그러면서 장수와 만나기로 기약한다. 장수가 유표의 출병을 알고 즉시 가후를 데리고 조조를 습격한다.

    한편, 조조군이 천천히 양성까지 행군하여 육수에 이르자 조조가 갑자기 말 위에서 목놓아 통곡한다. 무리가 놀라 까닭을 묻자 조조가 말한다.

    "내가 여기서 지난해에 대장 전위를 잃은 걸 생각하니 울지 않을 수 없구먼!"

    그래서 하령하여 크게 제연을 베풀어 전위의 혼을 달랜다. 조조가 친히 향을 잡고 곡하며 절하니 삼군 모두가 감탄한다. 전위를 제사하고 바로 조카 조안민과 맏아들 조앙을 제사하고 아울러 죽은 병사들도 제사한다. 이어서 사살된 대완의 명마도 제사지낸다.

    이튿날 순욱이 사람을 보내 급보한다.

    "유표가 장수를 도와 안중에 주둔하여 우리의 퇴로를 끊었습니다."

    조조가 답서에 적는다.

    "내가 하루 몇 리씩 행군하나 적의 추격을 모르지 않아요. 내 계책을 이미 정하여 안중에 이르러 장수를 격파할 테니 걱정치 말아요."

    안중현까지 행군을 재촉한다. 유표군이 이미 요충지를 수비하고 장수는 군을 이끌고 조조를 뒤쫓는다. 조조가 전군에 하령하여 밤새 험로를 돌파하고 복병을 둔다.

    동이 틀 무렵, 유표와 장수 양군이 만난다. 조조의 병력이 적은 것을 보고 정말 조조가 달아났는지 의심하며 함께 병력을 이끌고 험지로 들어가 공격한다. 그러자 조조의 복병이 달려나와 두 사람의 군을 크게 깬다. 조조 병력이 안중 어귀에서 나와서 애구隘口(험하고 좁은 길목) 밖에 진지를 세운다. 유표와 장수가 패잔병을 정돈하여 만나고 유표가 말한다.

    "도리어 조조의 간계에 빠질 줄 어찌 짐작이나 했겠소!"

    장수가 말한다.

    "다시 한번 해봅시다!"

    이리해 양쪽 군대가 안중에 집중한다.

    한편, 순욱이 원소에게 허도를 침공할 속셈이 있음을 탐지하여 한밤에 급히 글을 써서 조조에게 알린다. 조조가 글을 읽고 황망히 철군한다. 세작이 알려주니 장수가 뒤쫓으려 한다. 가후가 말한다.

    "쫓아선 안 되지요. 쫓으면 패할 것입니다."

    "오늘 뒤쫓지 않으면 앉은 채로 기회를 잃을 것이오."

    유표가 이렇게 말하며 힘써 권하니 장수가 1만여 병력으로 같이 뒤쫓는다. 십여 리쯤 가서 조조군의 후미를 따라잡지만 조조군이 힘껏 접전하여 장수와 유표의 군대가 크게 져서 돌아온다. 장수가 가후에게 말한다.

    "그대의 말을 따르지 않다가 이렇게 패했구먼."

    "지금 병력을 정돈, 다시 추격하십시오."

    "지금 패했는데 어찌 다시 추격하겠소?"

    "이번에 뒤쫓으면 반드시 대승할 겁니다. 안 그러면 제 목을 베세요."

    장수가 믿지만 유표는 동행을 주저한다. 결국 장수 1 군만 추격하니 과연 조조 병력이 대패하여 군마와 치중을 길가에 어지럽게 버린 채 달아난다.

    장수가 바로 추격하자 산 뒤에서 1군이 몰려나온다. 장수가 감히 가지 못하고 안중으로 회군한다. 유표가 가후에게 묻는다.

    "앞서 정병이 조조의 퇴각하는 병력을 뒤쫓자 그대는 반드시 질 거라 했소. 그뒤 패잔병으로 조조의 승리를 거둔 군대를 치자 그대는 반드시 이길 거라 했소. 모두 그대 말대로요. 어찌 사정이 다른데도 모두 알아맞혔소? 나를 밝게 깨우쳐 주시오."

    "이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장군께서 비록 용병을 잘하시나 조조의 적수는 아닙니다. 조조 군은 비록 패하더라도 굳센 장수를 후미에 둬 추격병을 막습니다. 우리 병력이 날카로우나 그들을 대적할 수 없으므로 틀림없이 질 걸 알았습니다. 조조가 급히 철군하는 건 반드시 허도에 일이 있어서입니다. 우리의 추격군을 깨고서 틀림없이 급히 가느라 다시 방비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그 빈틈을 타서 다시 추격하여 이길 수 있었습니다."

    유표, 장수 모두 그 고견에 탄복했다. 가후가 권하여 유표는 형주로 돌아가고 장수는 양성을 지켜 입술과 이빨처럼 돕는 형세를 취하기로 하고 각자 흩어진다.

    한편, 조조가 행군하다가, 후군이 장수에게 쫓긴다는 보고를 듣고, 급히 여러 장수를 이끌고 되돌아가서 구한다. 그러나 장수 군은 이미 물러갔고 패잔병이 찾아와 조조에게 고한다.

    "산 뒤에서 나온 1군이 길을 막아서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잡혔을 겁니다."

    조조가 누구인지 묻자 그가 창을 쥐고 하마 下馬하여 조조에게 절한다. 강하 평춘 출신의 이통 '문달'이다. 어찌 찾아왔는지 조조가 묻자 이통이 말한다.

    "요새 여남을 수비하다 승상께서 장수와 유표와 싸우신다기에 도우러 왔을 따름입니다."

    조조가 기뻐하고 이통을 '건공후'로 봉하고 여남의 서쪽 경계를 수비하여 유표와 장수를 막도록 한다. 이통이 절을 올려 사례하고 간다.

    조조가 허도로 돌아와 손책의 공을 아뢰어 토역장군에 봉하고 오후의 작위를 내린다. 사신에게 천자의 조서를 주고 손책을 찾아가 유표를 방어하도록 지시한다. 조조가 부중으로 돌아와 관리들과 인사를 마치자 순욱이 묻는다.

    "승상께서 안중으로 완행하시면서 어찌 적병에게 필승할 걸 아셨습니까?"

    "퇴로가 없으면 틀림없이 죽기로 싸울테니 내 일부러 천천히 가며 유인하며 은밀히 도모한 것이오. 이로써 필승을 알았소."

    순욱이 탄복한다. 곽가가 들어오자 조조가 "그대는 어찌 늦소?" 라 물으니 곽가가 소매에서 서찰을 꺼내 조조에게 아뢴다.

    "원소가 사람을 시켜 승상께 글을 보내어 공손찬을 정벌할테니 양식과 병력을 빌려달라 합니다."

    "내가 듣자니, 원소가 허도를 도모한다고 했는데 이제 내가 돌아오자 다른 소리를 하는구려."

    서찰을 열어보니 그 언사가 교만하므로 곽가에게 묻는다.

    "원소가 이토록 방자하니 토벌하고 싶지만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게 한스럽구나. 어찌해야겠소?"

    "공께서 아시다시피, 유방과 항우는 상대가 되지 않았지요. 고조가 오로지 지혜로 이겼기에, 항우는 비록 강했으나 결국 당했습니다. 이제 원소에게는 질 까닭이 열 가지 있고 공께는 이기는 까닭이 열 가지 있으니 원소가 비록 성대한들 두려울 게 없습니다. 원소는 번잡한 예의와 과다한 의례를 좋아하지만 공께서 자연스레 처리하시니 도에서 이깁니다. 원소가 순리를 거슬러 움직이지만 공께서 순리로 다스리시니 의에서 이깁니다. 환제와 영제 이래로 정치는 지나치게 관대해서 실패했는데 원소는 관대함으로 성공하려 하지만 공께서 엄격함으로 바로잡으니 다스림에서 이깁니다. 원소가 겉으로 관대하지만 속으로 좁아서 친척을 많이 쓰지만 공께서 안팎으로 간명해 오직 재능으로 사람을 부리니 법도에서 이깁니다. 원소는 꾀가 많으나 결단이 모자란데 공께서 계책을 얻으면 행하니 지모에서 이깁니다. 원소는 명예만 얻으려 하지만 공께서 지성으로 사람을 대하니 덕에서 이깁니다. 원소는 일가를 아끼고 다른 이에게 소홀하지만 공께서 두루 보살피니 인자함에서 이깁니다. 원소는 참언을 듣고 의혹을 품지만 공께서 참언을 듣고도 속아넘어가지 않으니 현명함에서 이깁니다. 원소는 시비가 혼란스럽지만 공께서 법도를 엄명히 하니 문文에서 이기십니다. 원소는 허세를 좋아하면서 병법의 요체를 모르지만 공께서 적은 병력으로 많은 병력을 이기며 귀신처럼 용병하니 무 武에서 이깁니다. 공께서 이렇게 열 가지를 이기시니 원소를 무난히 무찌르실 겁니다."

    조조가 웃으며 말한다.

    "그대가 말하는 것을 못난 내가 어찌 감당할 만하겠소?"

    순욱이 말한다.

    "곽봉효의 십승십패 이야기는 바로 사리에 맞습니다. 원소의 병력이 많다지만 어찌 겁내겠습니까!"

    곽가가 말한다.

    "서주의 여포는 참으로 가슴 속의 큰 우환입니다. 이제 원소가 북쪽으로 공손찬을 정벌하니 우리는 원소가 원정하는 틈을 타서 먼저 여포를 취해 동남쪽을 소제掃除한 뒤 원소를 도모하는 게 상책입니다. 그러지 않고 바로 원소를 치면 여포가 빈틈에 허도를 침범해 피해가 적지 않을 겁니다."

    조조가 옳다 여겨서 동쪽으로 여포를 치려고 의논하니 순욱이 말한다.

    "먼저 사람을 유비에게 보내 약속을 잡아 답신을 기다려 출병하세요."

    조조가 그 말을 따라 현덕에게 편지를 보내면서로 원소를 대장군 태위로 봉하고 아울러 기주, 청주, 유주, 병주 4 주를 모두 다스리게 하고 밀서를 보내,

    '공께서 공손찬을 토벌하면 돕겠소' 라고 한다.

    원소가 이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군을 몰아 공손찬을 치려한다.

    한편 여포가 서주에서 빈객을 맞아 연회를 베풀 때마다 진규 부자는 여포의 덕을 칭송하느라 침이 마른다. 진궁이 불쾌해 틈을 봐서 여포에게 고한다.

    "진규 부자는 앞에서 장군에게 아첨하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으니 잘 대비하세요."

    여포가 노해 꾸짖는다.

    "자네가 근거 없이 모함해서 좋은 사람들을 해칠텐가?"

    진궁이 탄식한다.

    "충언이 먹히지 않으니 우리가 틀림없이 재앙을 입겠구먼."

    여포를 버리고 다른 데 갈 마음도 들지만 차마 그러지 못할 뿐더러 사람들이 비웃을까 두려워 답답하고 괴로울 따름이다.

    진궁이 어느날 몇 기를 거느리고 소패 근처로 사냥을 나가 울화를 풀려고 한다. 그런데 관도官道에서 역마驛馬 하나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온다. 진궁이 수상히 여겨 사냥을 그만두고 부하들과 함께 지름길로 뒤쫓아 묻는다.

    "너는 어디에서 오는 사명使命이냐?"

    그 사자가 여포 부하가 온 걸 알고 황망하여 대답을 못한다. 진궁이 몸을 뒤지게 하자 현덕이 조조에게 보내는 밀서가 나온다. 진궁이 즉시 밀서를 빼앗고 그를 끌고가서 여포를 만난다. 여포가 묻자 사자가 말한다.

    "조 승상께서 저를 보내 유 예주의 거처에 글을 전한 뒤 회신을 얻어가는 길이온데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요."

    여포가 밀서를 뜯어 살핀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명을 받들어 여포를 도모하고자 밤낮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 병력이 미미하고 장수들이 적어 가벼이 움직일 수 없군요. 승상께서 크게 출병하시면 마땅히 앞장서지요. 삼가 엄병정갑嚴兵整甲 (군대를 철저히 준비함)해 근명을 기다릴 뿐입니다."

    여포가 보고 크게 놀란다.

    "조조 도적이 어찌 감히 이러냐!"

    사자를 목 베고 먼저 진궁과 장패를 시켜 태산의 도적 손관, 오돈, 윤례, 창희와 연결하고 동쪽으로 산동과 연주의 여러 군을 취하도록 한다. 고순과 장요에게 명해 소패성을 취하고 현덕을 치게 한다. 송헌과 위속에게 명해 서쪽으로 여영을 취하게 한다. 여포 스스로 중군을 지휘하여 3로군을 뒷받친다.

    한편, 고순 들이 병력을 이끌고 서주로 달려오는 것을 누군가 현덕에게 알려준다. 현덕이 급히 여럿과 상의하자 손건이 말한다.

    "어서 조조에게 위급을 알리세요."

    "누가 허도로 가서 위급을 알리겠소?"

    현덕이 말하자 한 사람이 나오며, "제가 가지요." 하므로 바라보니 현덕과 같은 군 출신의 간옹 '헌화'이다. 이제는 현덕의 막빈이다. 현덕이 즉시 글을 지어 간옹에게 주고 그날밤 허도로 달려가서 구원을 청하게 한다. 또한 성을 방어하는 기구를 정비한다. 현덕 스스로 남문을 지키고 손건은 북문, 운장은 서문, 장비는 동문을 지키고, 미축을 시켜 아우 미방과 함께 중군을 담당케 한다. 원래 미축의 여동생이 현덕의 둘째 부인이 됐었다. 현덕이 그의 다른 형제와도 처남매부 사이가 되므로 중군을 지켜 식구를 보호케 한 것이다.

    고순의 병력이 몰려오자 현덕이 망루 위에서 묻는다.

    "나와 봉선 사이에 원한이 없는데 어째서 병력을 이끌고 왔소?"

    "네가 조조에게 붙어서 내 주군을 해치려 한 것이 이제 드러났거늘 어찌 잡으러 오지 않겠냐?"

    말을 마치고 군을 몰아 성을 친다. 현덕이 문을 닫고 나가지 않는다. 다음날 장요가 병력을 이끌고 서문을 친다. 운장이 성 위에서 말한 다.

    "공께서 의표가 속되지 않은데 어찌 도적에게 몸을 맡기셨소?"

    장요가 고개를 떨구고 말을 못한다. 운장이 그의 충의로운 뜻을 알고서 심한 말을 하지 않고 출전하지 않는다.

    장요가 병력을 이끌고 물러나 동문에 이르자 장비가 나와서 싸우는 것을 금세 누군가 관공에게 알려준다. 관공이 동문으로 달려가니 장비가 성을 나왔지만 장요군이 이미 물러났다. 장비가 추격하려 하자 관공이 서둘러 성으로 불러들인다다.

    "그 자가 두려워서 물러나는데 어찌 뒤쫓지 않소?"

    "이 사람 무예가 우리보다 못하지 않다. 내가 바른말로 감화하자 부끄러워 싸우지 않을 뿐이야."

    장비가 깨닫고 사졸에게 성문을 굳게 지키게 하고 출전하지 않는다.

    한편, 간옹이 허도로 가서 조조를 만나 지난일을 모두 말하니 조조가 모사들을 불러모아 의논한다.

    "내가 여포를 치는데 원소가 끼어들지는 않겠지만 유표와 장수가 뒤를 소란케 할까 두렵소."

    조조의 말에 순유가 말한다.

    "두 사람은 얼마전 격파돼 아직 가볍게 움직이지 않지요. 여포가 용맹한데 원술과 재결합하여 회사 지역을 장악하면 쉽게 도모하기 어렵지요."

    곽가가 말한다.

    "이제 둘이 갈라진 틈을 타서 그들이 합심하기 전에 속공하세요."

    조조가 따라서 즉시 하후돈, 하후연, 여건, 이전에게 명하여 병력 5만을 이끌고 앞서게 한다. 조조 스스로 대군을 통령하여 뒤따라 진발하고 간옹이 수행한다. 고순이 여포에게 급보하니, 여포가 후성, 학맹, 조성에게 명하여 2백여 기를 이끌고 고순을 도와 패성 밖 30리에서 조조군을 맞게 한다. 여포도 대군을 이끌고 뒤따라 도우러 간다.

    소패성 안에서 현덕이 고순의 후퇴를 보고 조조군이 온 것을 알아차린다. 손건은 성을 지키고 미축과 미방은 식구를 지키게 한 뒤 현덕이 관, 장 두 사람과 더불어 전군을 이끌고 성을 나가 각각 진지를 구축하여 조조군을 접응한다.

    한편 하후돈이 군을 이끌고 전진하다가 고순의 군을 조우하자 창을 들고 출마하여 도전한다. 고순이 요격하여 4, 5십합을 접전한 끝에 고순이 견디지 못하고 진지로 달아난다. 하후돈이 말 몰아 추격하자 고순이 진지를 돌아서 달아난다. 하후돈이 포기하지 않고 진지를 돌아서 뒤쫓 는다. 진지 위에서 조성이 보고서 몰래 화살을 메겨서 노리다가 화살을 날려 하후돈의 왼쪽 눈을 맞춘다. 하후돈이 비명을 지르며 급히 손으로 화살을 뽑자 눈알까지 뽑힌다. 하후돈이 크게 외친다.

    "부모의 정혈을 어찌 버리랴!"

    눈알을 입에 넣어 삼키고 창을 쥐고 조성에게 내닫는다. 조성이 막지 못하고 한 창에 입이 꿰뚫려 낙마해 죽는다. 양편 병사들 가운데 놀라지 않는 이가 없다.

    하후돈이 조성을 죽이고 말을 몰아 돌아간다. 고순이 추격하여 전군이 일제히 달려드니 조조군이 대패한다. 하후연이 형을 구해 달아나고 여건과 이전이 패잔병을 이끌고 제북으로 퇴각하여 진지를 세운다. 고순이 이기고서 군을 돌려 현덕을 치는데 마침 여포의 대군도 몰려온다. 여포가 장요와 고순과 병력을 3로로 나눠 현덕, 관, 장의 세 진지를 협공한다.

    눈알을 씹은 맹장, 잘 싸운다지만
    화살 맞고 선봉에 오래 서기 어렵네

    현덕의 승부가 어찌 될까.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