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32회 원상이 기주를 빼앗아 교전하고 허유가 장하의 물을 터뜨릴 계책을 바친다

    한편, 원상이 사환을 벤 뒤로 용맹을 자부해 원담 등의 병력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병력 수만 명을 이끌어 여양으로 출격해 조 조 군대 선봉과 맞선다. 장요가 앞장서 출마하자 원상이 창을 꼬나쥐고 덤벼들어 3합을 못 넘겨 막아낼 수 없자 크게 져서 달아난다. 장 요가 기세를 타 습격하자 원상이 어쩌지 못해 황급히 병사들을 이끌고 기주로 달아난다.

    원상이 패해 돌아온 걸 듣고 원소가 병이 재발해 피를 몇말이나 토하다 혼절해 쓰러진다. 유 부인이 황급히 구해 안에 눕히나 병세가 점 점 위급하다. 유 부인이 급히 심배, 봉기를 불러 곧장 원소가 누운 침대로 가 후사를 상의한다. 원소가 손가락으로 가리킬 뿐 말하지 못한 다. 유 부인이 말한다.

    "원상이 후사를 이을 수 있소? 없소?"

    원소가 고개를 끄덕인다. 심배가 침대 앞으로 가 유언을 적었다. 원소가 몸을 뒤집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피를 한말 남짓 토해 죽는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집안 대대로 공경대신 배출해 큰 명성 날리고, 젊어서 뜻 있어 천하를 주름잡았네.
    헛되이 준걸 삼천 명을 불러다가 먹이고, 함부로 영웅이라며 백만대군을 거느렸구나.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 양 같고 봉황 깃털에 닭의 배짱이니 큰일을 이루기 어려워라.
    가여워라 한가지 마음 아픈 것은, 집안이 어려운데 쓸데없이 두 형제를 끌어들인 것.

    원소가 죽자 심배 등이 장례를 처리한다. 원소가 총애하던 첩들 다섯을 유 부인이 모조리 살해한다. 그리고도 그들의 음귀(죽은 사람의 영혼)가 구천에서 원소를 다시 만날까 두려워 머리카락을 다 뽑고 얼굴을 난자하고 시신을 훼손한다. 그 시기하고 미워하는 게 이와 같 았다. 총애받던 첩들의 식구가 해가 될까 두려워 원상이 그들도 모조리 잡아 죽인다. 심배, 봉기가 원상을 대사마 장군으로 추대해 기주, 청주, 유주, 병주 4주의 목사를 맡게 하고, 사자를 보내 초상을 알린다.

    이때 원담이 이미 병력을 이끌어 청주를 떠나 오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알아 곽도, 신평과 상의한다. 곽도가 말한다.

    "심배, 봉기 두 사람이 틀림없이 음모를 꾸며놓았을 겁니다. 지금 서둘러 가면 반드시 재앙을 만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소?"

    "성밖에 병력을 주둔해 그 동정을 살펴야 합니다. 제가 직접 가서 살피겠습니다."

    원담이 그말을 따른다. 곽도가 기주로 들어가 원상을 만난다. 인사를 마쳐 원상이 묻는다.

    "형은 왜 안 오시오?"

    "몸이 아파 군중에 계셔 만나실 수 없습니다."

    "내가 부친의 유언으로 주인이 되어 형을 거기장군으로 삼겠소. 눈앞에 조조 군대가 압경(국경을 압박함. 국경을 위협함)하고 있소. 청 컨대 형이 선봉이 되면 내가 뒤따라 병력을 이끌어 접응하겠소."

    "군중에서 좋은 계책을 상의할 사람이 없어 바라건대 심정남(심배), 봉원도(봉기) 두 사람으로 보필하게 해주십시오."

    "나 역시 이 두사람에게 기대어 조만간 획책(계획을 세움)하려는데 어찌 떠나보내겠소?"

    "그렇다면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원상이 어쩌지 못해 두 사람이 제비뽑기를 해 뽑힌 사람이 가도록 한다. 봉기가 뽑혀 원상이 명해 봉기가 인수 印綬를 갖고 곽도 와 함께 원담의 군중으로 간다. 곽도를 따라 원담 군중으로 가서, 병 없이 멀쩡한 원담을 본 봉기가 불안해 하며 인수를 바친다. 원상이 크게 노해 봉기를 참하려 한다. 곽도가 은밀히 간언한다.

    "지금 조조 군대가 압경합니다. 잠시 봉기를 환대해 머물게 해 원상을 안심시키십시오. 조조를 격파한 뒤 기주를 다퉈도 늦지 않습니 다."

    원담이 그말을 따른다. 즉시 영채를 거둬 출발해 먼저 여양에 이르러 조조 군대와 대치한다. 원담이 대장 왕소를 출전시키자 조조가 서 황을 보내 맞선다. 두 장수가 맞붙어 불과 몇합에 서황이 한칼에 왕소를 베어 말 아래 떨군다. 조조 군대가 기세를 타고 습격하자 원담 군 대가 대패한다. 원담이 패잔병들을 거둬 여양으로 들어가 사람을 보내 원상에게 구원을 청한다. 원상이 심배와 토의해 겨우 5천 남짓을 보내 도운다. 조조가 구원군이 온 것을 알고 악진과 이전에게 병력을 이끌고 도중에 막아 양쪽에서 포위해서 모조리 죽인다. 원상이 겨 우 구원병 5천을 보낸데다 도중에 모조리 함정에 빠져 죽은 것을 전해들은 원담이 크게 노해 봉기를 불러 책망하고 욕했다. 봉기가 말한 다.

    "제가 글을 써 주공께 드리면, 형제를 구하러 직접 오실 겁니다."

    원담이 즉시 명해 봉기가 글을 지어 사람을 시켜 기주의 원상에게 보낸다. 원상이 심배와 함께 의논한다. 심배가 말한다.

    "곽도가 꾀가 많은데 지난번에 싸우지 않고 떠난 건 조조가 들이닥칠 지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조조를 격파하면 반드시 기주를 놓고 다투게 됩니다. 구원병을 보내지 않고 조조 힘을 빌려 그들을 제거하는 것만 못합니다."

    원상이 그말을 따라 병력을 보내려 하지 않는다. 사자가 돌아와 알리자 원담이 크게 노해 봉기를 목벤다. 그리고 의논해 조조에게 항복 하려 한다. 금세 세작(간첩)이 몰래 원상에게 알린다. 원상이 심배와 의논해 말한다.

    "만약 원담이 조조에게 항복해 힘을 합쳐 덤비면 기주가 위급해지오."

    이에 심배와 대장 소유를 남겨 기주를 굳게 지키고 스스로 대군을 이끌어 여양으로 원담을 구원하러 간다. 원상이 군중에서 누가 감히 선봉에 서겠냐 묻자 대장 여광, 여상 형제 두 사람이 자원한다. 원상이 병력 3만을 뽑아 선봉으로 삼아 먼저 여양에 이르게 한다. 원상이 직접 온다 들은 원담이 크게 기뻐해 조조에게 항복할 의논을 파한다. 원담은 성안에 주둔하고 원상은 성밖에 주둔해 기각지세(소뿔처럼 양쪽에서 서로 접응하는 형세)를 이룬다.

    하루가 안 지나 원희, 고간 모두 군을 이끌어 성밖에 와 세곳에 주둔해 날마다 출병해 조조와 대치한다. 원상 진영이 거듭 패하고 조 조 병력이 거듭 이긴다. 건안 8년 봄 음력 3월에 이르러 조조가 병력을 나눠 공격하자 원담, 원희, 원상, 고간이 모두 대패해 여양을 버려 달아난다. 조조가 병력을 이끌고 추격해 기주에 이른다. 원담이 원상과 함께 입성해 고수하고 원희가 고간과 더불어 성밖 30리에 주둔해 허장성세를 부린다. 조조 병력이 날마다 공격하나 함락치 못한다. 곽가가 진언한다.

    "원씨 집안에서 맏아들을 폐하고 어린 아들을 세운데다 형제 사이에 권력이 나뉘어 각자 무리를 지어, 급하면 서로 구원하고 느슨하면 서로 싸웁니다. 남쪽으로 형주로 출병해 유표를 토벌하면서 원씨 형제 사이에 변고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만 못합니다. 변고가 생 긴 뒤 공격하면 일거에 평정할 수 있습니다."

    조조가 그말을 좋다 여겨 가후를 태수로 삼아 여양을 지키게 한다. 조홍이 병력을 이끌어 관도에 주둔한다. 조조가 대군을 이끌어 형주 로 진병한다. 조조 군대가 물러나자 원담, 원상이 서로 축하한다. 원희, 고간은 각자 작별해 떠난다. 원담이 곽도, 신평과 의논한다.

    "내가 맏아들인데 도리어 부친의 유업을 잇지 못했소. 원상은 계모의 아들인데 도리어 큰 작위를 물려받았소. 마음이 참으로 씁쓸하오."

    곽도가 말한다.

    "주공께서 성밖에 병력을 배치해 현보(원상)와 심배에게 음주를 청해 도부수들을 매복해 죽이면 대사가 이뤄집니다."

    원담이 그말을 따른다. 마침 별가 벼슬을 하는 왕수가 청주에서 찾아와 원담이 그 계책을 알려준다. 왕수가 말한다.

    "형제라 하는 것은 좌우 손발과 같습니다. 지금 다른 사람과 투쟁하며 스스로 자기 손을 잘라놓고 내가 반드시 이긴다 하는 게 어찌 가능 하겠습니까? 무릇 형제를 내다버려 가까이 하지 않는데 천하 그 누구를 가까이할 수 있겠습니까? 그 참인(모함하는 사람)이 골육 사이 를 이간해 한순간의 이익을 구하라 말하는 것은, 바라옵건대 귀를 막아 절대 들어선 안 됩니다."

    원담이 노해 왕수를 물러가라 꾸짖고 사람을 보내 원상을 부른다. 원상이 심배와 함께 상의해 심배가 말한다.

    "이것은 다름아닌 곽도의 계략입니다. 주공께서 가시면 틀림없이 간사한 꾀에 빠지십니다. 이틈에 공격하는 것만 못합니다."

    원상이 그말을 따라 갑옷을 갖춰 말을 타고 병력 5만을 이끌어 출성한다. 원상이 병력을 이끌어 오는 것을 본 원담이, 일을 들킨 걸 깨달 아 역시 갑옷을 갖춰 출마해 원상과 창칼을 부딪힌다. 원상이 원담을 보고 크게 욕하자 원담 역시 욕해 말한다.

    "네놈이 부친을 독살해 작위를 찬탈한 것도 모자라 지금 형을 죽이러 왔구나!"

    두 사람이 직접 창칼을 부딪혀 원담이 대패한다. 원상이 직접 시석(화살과 돌)을 무릅써 습격한다. 원담이 패잔병들을 이끌어 평원으로 달아나자 원상이 병력을 거둬 돌아간다. 원담이 곽도와 다시 상의해 진병한다. 잠벽 岑璧을 장수로 삼아 병력을 이끌어 먼저 가도록 명 한다. 원상이 몸소 병력을 이끌어 기주에서 나온다.

    양쪽이 포진을 마쳐 깃발을 나부끼고 북을 울리며 대치한다. 잠벽이 진을 나와 욕해 원상이 직접 싸우려 한다. 대장 여광이 말에 박차 를 가해 칼을 휘두르며 잠벽에게 덤빈다. 두 장수가 몇합 안 겨뤄 여광이 잠벽을 베어 말 아래 떨군다. 원담 병력이 다시 패해 평원으로 달아난다. 심배가 원상에게 진격하라 권해 평원에 다다른다. 원담이 막아내지 못해 평원성으로 물러나 고수하며 나오지 않는다. 원 상이 3면을 에워싸 치고 때린다. 원담이 곽도와 더불어 계책을 상의해 곽도가 말한다.

    "성안에 식량이 적고 적군은 지금 날카로워 적병을 맞을 형편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 사람을 보내 조조에게 항복해 조조로 하여금 병력을 거느려 기주를 치게 하면, 원상이 틀림없이 구원하러 돌아갑니다. 장군께서 병력을 이끌어 함께 치면 원상을 잡을 수 있습니다. 조조 가 원상 군대를 격파하면, 우리는 원상 군대의 물자를 거둬 조조에게 맞설 수 있습니다. 조조 군대가 멀리 와서 식량이 보급되지 않아 틀림없이 저절러 물러갑니다. 우리가 다시 기주를 장악해 진취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원담이 그 말을 따르고 묻는다.

    "누구를 사신으로 보내야겠소?"

    "신평의 아우인 신비 '좌치'가 평원령입니다. 이 사람은 언변이 뛰어나 사신으로 보낼 만합니다."

    원담이 즉시 신비를 부른다. 신비가 기꺼이 찾아온다. 원담이 글을 다듬어 신비에게 줘 3천 군을 딸려 출경 出境시킨다. 신비가 그날밤 조조를 만나러 간다. 그때 조조가 서평에 주둔해 유표를 치려 하자 유표가 보낸 현덕이 병력을 이끌어 선봉이 되어서 대적한다. 창칼을 부딪히기 앞서 신비가 조조의 영채에 이르러 조조를 만나 인사한다. 조조가 신비에게 찾아온 까닭을 묻자 원담의 구원 요청을 신비가 자세히 말하고 서신을 바친다.

    조조가 읽더니 신비를 영채에 머물게 하고 문무관리들을 불러 의논한다. 정욱이 말한다.

    "원담이 원상의 공격을 받아 몹시 위급해 어쩔 수 없이 투항하니 믿어선 안 됩니다."

    여건과 만총 역시 말한다.

    "승상께서 병력을 이끌어 여기까지 이르러 어찌 다시 유표를 놔둔 채 원담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순유가 말한다.

    "세분 말씀이 미흡합니다. 제가 헤아려보니 지금 천하에 큰일이 있습니다. 유표는 장강과 한수 사이에 안주해 감히 더 발을 뻗을 생각이 없으니 그가 사방(천하)에 뜻이 없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원씨 집안은 4주를 장악해 무장병력이 수십만이라 만약 두 아들이 화목해 협력하면 천하가 어찌될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그 형제끼리 치고받아 세력이 궁해 우리에게 넘어오니 우리가 병력을 거느려 먼저 원상을 없앤 뒤 변화를 관망해야 합니다. 아울러 원담을 멸하면 천하를 평정하게 됩니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조조가 크게 기뻐해 신비를 불러 음주하며 그에게 말한다.

    "원담의 투항이 진심이요? 속임수요? 원상의 병력이 과연 틀림없이 이기겠소?"

    "명공께서 진심인지 속임수인지 물으실 것 없이 단지 그 사정을 논하시면 충분합니다. 원씨가 해가 갈수록 쇠퇴해 병사들은 바깥에서 꺾이고 모신들은 안에서 처형됐습니다. 형제끼리 헐뜯고 원수가 되어 나라가 둘로 쪼개졌습니다. 게다가 기근이 함께 일어나고 하늘이 재앙을 내려 사람들이 곤궁합니다. 지혜로운 이나 어리석은 이나 모두 토붕와해 土崩瓦解(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짐)할 것을 압니다. 하늘이 원씨를 없애려는 때입니다. 지금 명공께서 병력을 거느려 업 鄴을 치는 것을 원상이 구하러 돌아올 수 없다면 그는 보금자리를 잃습니다. 만약 구하러 돌아오면 원담이 그뒤를 습격할 수 있습니다. 명공의 위세로써 그 피비(피로쇠약)한 무리를 치는 것은 거센 바람 이 낙엽을 날려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도모하지 않은 채 형주를 정벌한다면, 형주는 물산이 풍부하고 인민이 안락한데다 나라 안 은 화목하고 백성은 순종해 아직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물며 사방의 근심 가운데 아무것도 하북보다 큰 게 없습니다. 하북을 평정해놓 으면 패업이 이뤄지게 됩니다. 바라건대 명공께서 깊이 헤아려주십시오."

    조조가 크게 기뻐해 말한다.

    "신좌치를 늦게 만나 한스럽소!"

    즉시 군대를 거느려 기주를 취하러 돌아간다. 현덕이 조조의 음모가 있을까 두려워 감히 추격하지 못해 병력을 이끌어 형주로 돌아간다.

    한편, 조조 군대가 황하를 건넌 걸 알고 원상이 황급히 군대를 이끌어 업으로 돌아가고 여광, 여상에게 명해 뒤를 차단하게 한다. 원상 이 군을 물린 것을 본 원담이 평원에서 군마들을 크게 일으켜 뒤쫓는다. 수십리를 못 가 포소리 한차례 울려 양쪽에서 군대가 우르르 튀어나온다. 왼쪽은 여광, 오른쪽은 여상, 두 형제가 원담을 가로막는다. 원담이 말고삐를 잡아 멈춰 두 장수에게 고한다.

    "내 부친께서 살아계실 때 나 역시 두 장군을 박대하지 않았는데 지금 어찌 내 아우를 따라 나를 핍박하시오?"

    두 장수가 그말을 듣고 말에서 내려 원담에게 투항한다. 원담이 말한다.

    "내게 항복하지 말고 조 승상께 항복하시오."

    두 장수가 그래서 원담을 따라 영채로 돌아간다. 원담이 조조 병력의 도착을 기다려 두 장수를 데려가 조조를 만난다. 조조가 크게 기뻐 해 딸을 원담에게 아내로 주겠다며 여광, 여상에게 명해 중매하도록 한다. 기주를 취하러 공격할 것을 원담이 조조에게 청한다. 조조 가 말한다.

    "지금 양초(식량과 말먹이)가 부족하고 운반이 수고롭소. 제하 濟河로부터 기수 淇水를 막아 백구 白溝에 흘려들여 식량을 운송한 뒤 진병하겠소."

    조조가 원담을 잠시 평원에 머물게 한다. 조조가 군을 이끌어 여양으로 주둔하러 물러가고 여광과 여상을 열후에 봉하고 조조 군대를 뒤따라 지시를 듣게 한다. 곽도가 원담에게 말한다.

    "조조가 딸을 결혼시킨다지만, 참뜻이 아닐까 두렵습니다. 게다가 지금 여광과 여상을 열후에 봉해 포상하고 군중에 데려 갔으니 하북 의 인심을 농락하는 겁니다. 뒷날 반드시 우리에게 화가 됩니다. 주공께서 장군 도장 두개를 새겨 몰래 사람을 보내 두 여씨에게 주고 그 들더러 내응하게 명하십시오. 조조가 원상을 격파하기를 기다려 그틈에 도모할 수 있습니다."

    원담이 그말을따라 장군 도장 두개를 파서 몰래 두 여씨에게 보낸다. 두 여씨가 받은 도장을 곧장 조조에게 보고하러 찾아온다. 조조가 크게 웃는다.

    "원담이 도장을 몰래 보낸 것은, 그대들로 하여금 안에서 돕도록 만들어, 내가 원상을 쳐부수길 기다려 내부에서 일을 꾀하려 한 것에 다 름 아니오. 그대들은 잠시 받아두시오. 내게 나름대로 생각이 있소."

    이때부터 조조가 원담을 죽일 마음을 먹는다.

    한편, 원상이 심배와 더불어 상의해 말한다.

    "지금 조조 병력이 군량을 운반해 백구에 들이고 틀림없이 기주를 치러 올텐데 어떻게 해야겠소?"

    "격문을 내어 무안의 우두머리 윤해를 시켜 모성에 주둔해 상당을 통해 군량을 운반하게 하십시오. 저수의 아들 저곡에게 명해 한단을 수비해 멀리서 성원하게 하십시오. 주공께서는 평원으로 진병해 원담을 치십시오. 먼저 원담을 멸한 뒤 조조를 쳐부숴야 합니 다."

    원상이 크게 기뻐해 심배와 진림을 남겨 기주를 지키게 하고 마연, 장의를 선봉으로 삼아 그날밤 병력을 일으켜 평원을 공격하려 한다. 원담이 원상의 진격을 알아 급히 조조에게 고한다. 조조가 말한다.

    "내 이번에 틀림없이 기주를 얻게 되겠구나."

    이야기하고 있는데 때마침 허유가 허창에서 온다. 원상이 다시 원담을 공격하는 것을 들은 허유가 조조를 만나러 들어와 말한다.

    "승상께서 여기 앉아서 기다려 어찌 하늘에서 벼락이나 떨어져 두 원씨를 죽여주기나 기다리십니까?"

    조조가 웃는다.

    "내가 이미 헤아려놓았소."

    마침내 조홍을 시켜 먼저 진병해 업 鄴을 치게 하고 조조 스스로 1군을 거느려 윤해를 치러 간다. 적병이 가까이 오자 윤해가 군대를 이끌어 맞선다. 윤해가 출마하자 조조가 말한다.

    "허중강은 어디 있소?"

    허저가 듣자마자 튀어나와 말을 내달려 곧장 윤해에게 덤벼든다. 윤해가 미처 손도 못 놀려 허저의 한칼에 말 아래 베이자 나머지 무리 가 달아나 무너진다. 조조가 모조리 불러 항복시키고 즉시 한단(오늘날 하북성 한단)을 취하러 병력을 몰아간다. 저곡이 진병해 맞선 다. 장요가 출마해 저곡과 창칼을 부딪혀 3합을 못 싸워 저곡이 크게 져서 장요가 추격한다. 두 말 사이가 멀지 않자 장요가 급히 활을 들 어 쏴 활시윗소리와 함께 저곡이 낙마한다. 조조가 군마들을 지휘해 습격하자 모두 달아나 흩어진다.

    이에 조조가 대군을 이끌어 기주로 전진한다. 조홍이 벌써 성밑에 가까이 왔다. 조조가 명해 삼군에서 기주성을 둘러싸게 흙산을 쌓고 몰래 땅꿀을 파서 공격한다. 심배가 굳게 지키라 이야기해 법령이 몹시 엄하다. 동문을 지키던 장수 풍례가 술에 취해 순찰과 경비 를 그르쳐 심배가 통렬히 꾸짖는다. 풍례가 한을 품어 몰래 성을 나와 조조에게 투항한다. 조조가 성을 깰 계책을 물어 풍례가 답한다.

    "돌문 突門 (성을 지키는 문) 안의 흙이 두터워 땅꿀을 파서 들어가면 됩니다."

    조조가 명해 풍례가 장사들 3백을 이끌어 한밤중에 땅굴을 파들어간다.

    한편 심배가 풍례의 출성과 항복 뒤부터 밤마다 몸소 성벽에 올라 군마들을 점검했다. 그날밤 돌문 누각 위에서 멀리 바라보니 성밖에 등불이 전혀 없다. 심배가 말한다.

    "풍례가 틀림없이 병사들을 이끌고 땅꿀을 파 들어오고 있다."

    급히 정예 병력을 불러 돌을 날라 갑문 閘門을 때려부숴 문이 잠기고 풍례와 3백 장사가 모두 흙속에 파묻혀 죽는다. 조조가 한바탕 밑져 땅꿀파기를 포기하고 원수 洹水 상류로 군대를 물려 원상이 회군하기를 기다린다. 원상이 평원을 공격하다 조조가 이미 윤해와 저곡을 깨뜨리고 대군을 동원해 기주를 에워싸 괴롭히는 걸 듣는다. 원상이 철병해 기주를 구원하러 돌아간다. 부장 마연이 말한다.

    "큰길로 가면 조조가 틀림없이 복병해 있습니다. 좁은 길을 따라 서산에서 부수 滏水 입구를 나와 조조 영채를 치면 반드시 포위를 풀 수 있습니다."

    원상이 그말을 따라 스스로 대군을 거느려 앞서고 마연더러 장의와 더불어 뒤를 맡게 한다. 벌써 세작이 조조에게 달려가 알린다. 조조 가 말한다.

    "그가 큰길로 왔다면 내가 피했을 것이오. 만약 서산 좁은 길로 온다면 한번 싸워 잡을 수 있소. 내 생각에, 원상은 분명 횃불로 신호해 성 안과 접응하게 할 것이오. 병력을 나눠 공격해야겠소."

    이에 병력 분배를 마친다.

    한편, 원상이 부수 입구를 나와 동쪽으로 양평에 이르러 양평정에 주둔해 기주로부터 17리인데 한쪽으로 부수 강물이 흐른다. 원상이 병사들에게 장작과 건초를 쌓고 밤에 불을 붙여 신호하라고 한다. 주부 이부를 조조군의 도독으로 꾸며서 성 밑으로 보낸다. 이부가, 문을 열라! 라고 크게 외친다. 심배가 이부의 목소리를 알아채려 이부가 성안으로 들어가 이야기한다.

    "원상이 벌써 양평정에 주둔해 접응을 기다립니다. 성안에서 출병해 역시 불붙이는 것을 신호로 하십시오."

    심배가 성안에 마른풀을 쌓아 방화해 신호하게 지시한다. 이부가 말한다.

    "성안에 식량이 없으니 노약자들과 부인들은 내보내 투항시키십시오. 그들은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백성들이 나가는 틈에 우리 군대가 뒤따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심배가 그말을 따른다.

    다음날 성위에 백기를 내걸어 그위에 '기주 백성들이 투항합니다.'라고 적었다. 조조가 말한다.

    "이것은 성안에 식량이 없어 노약자들을 투항시키는 것이오. 틀림없이 뒤따라 출병할 것이오."

    조조가 지시해 장요와 서황이 각각 3천 군마를 거느려 양쪽에 매복한다. 조조가 말을 타고 휘개(깃발과 수레덮개)를 뽐내며 성밑에 이른다. 과연 성문이 열리자 백성들이 노인을 부축하고 아이들을 끌어 손에 백기를 든 채 나온다. 백성들이 모조리 나오자마자 성안에서 병력이 돌출한다. 조조가 붉은 깃발로 한번 부르자 장요와 서황이 양쪽에 우르르 나와 어지럽게 무찔러 성안에서 나온 병력이 어쩌지 못 해 되돌아간다. 조조가 몸소 말을 내달려 조교 弔橋 (성문에서 해자 위로 걸치는 다리) 근처에 이르자 성안에서 화살이 빗발쳐 그중 한발이 조조의 투구를 맞춰 자칫 이마를 뚫을 뻔했다. 장수들이 급히 구해 진지로 돌아간다. 조조가 옷을 갈아입고 말을 바꿔 타 장수 들을 이끌어 원상 영채를 공격하자 원상 스스로 맞선다.

    이때 여러 갈래에서 군마들이 일제히 달려와 양군이 혼전해 원상이 대패한다. 원상이 병력을 이끌고 서산으로 물러나 야영한다. 원상이 사람을 보내 마연과 장의더러 어서 군을 보내라 닥달한다. 그러나 원상이 모르게 조조가 이미 여광, 여상을 시켜 두 장수를 귀순 시킨 뒤다. 두 장수가 두 여씨를 따라 투항해 조조가 그들 역시 열후에 봉한다. 그날 바로 진격해 서산을 공격하고 여씨 형제, 마연, 장의가 원상의 군량 수송로를 끊는다.

    원상이 서산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밤중에 강어귀로 달아난다. 진지를 세우기도 전에 사방에서 불빛이 일제히 치솟고 복병이 우르르 달려나온다. 원상군이 놀라 사람은 갑옷을 못 걸치고 말은 안장을 못 걸친다. 원상군이 크게 무너져 50리를 달아나 세력이 궁하고 힘이 다해 어쩔 수 없이 예주자사 음기를 조조 진영에 보내 항복을 청한다. 조조가 허락하는 척하면서 도리어 그날밤 장요와 서황을 시켜 원상의 영채를 공격한다. 원상이 인수 印綬, 절월 印綬, 갑옷, 치중 따위를 모조리 버리고 중산으로 도주한다. 조조가 군을 돌려 기주를 친다. 허유가 계책을 바친다.

    "어째서 장하 강물을 터서 물에 잠기게 하지 않습니까?"

    조조가 그 계책을 그럴 듯하다 여겨 먼저 병사들을 보내 성밖에 물길을 파니 둘레가 40리다. 심배가 성위에서 바라보니, 조조 병사들이 성밖에 물길을 파는데 매우 얕게 판다. 심배가 속으로 웃는다.

    "이것은 장하의 강물을 터서 기주성을 물에 잠기게 하려는 것뿐이다. 강물이 깊다면 잠기겠으나 이렇게 얕아서야 어디 쓸모가 있으랴!"

    방비를 하지 않는다.

    그날밤 조조가 10배의 군을 동원해 힘써 파내어 새벽무렵 넓고 깊게 판 것이 2길이다. 장하의 강물을 끌어들여 성안이 물에 잠겨 물 깊이가 몇척에 이른다. 아울러 식량이 끊어져 병사들이 모두 아사할 지경이다. 신비가 성밖에 있다가 창끝에 원상의 인수와 의복을 걸어 성안 사람들에게 투항을 권한다. 심배가 크게 노해 신비의 가족 남녀노소 80여 명을 끌어다가 성위에서 모조리 목을 베어 머리를 집어 던진다. 신비가 울부짖어 멈추지 않는다.

    심배 조카 심영이 평소에 신비와 교분이 두터워 신비 가족이 해를 입자 속으로 한을 품어 몰래 성문을 열어 바치겠다는 글을 써 화살에 실어 성아래 쏜다. 조조의 병사가 주워 신비에게 바치고 이것을 신비가 조조에게 바친다. 조조가 명령을 내려, 기주성에 들어가 원씨 집안 식구를 죽이지 말며 병사들이나 백성이나 항복한 자는 죽음을 면하게 하라 하였다.

    다음날 날이 밝을 무렵 심영이 서문을 활짝 열어 조조 병력이 들이닥친다. 신비가 말을 내달려 앞장서 들어가고 병사와 장수들이 뒤따라 기주성으로 쇄도한다. 심배가 동남쪽 성루 위에서 바라보니 조조 병사들이 이미 성안에 들어왔기에 몇기를 거느려 성밑에서 죽기살기로 싸우다 바로 서황을 마주쳐 싸운다. 서황이 심배를 사로잡아 결박해 성을 나오다 길에서 신비를 만난다. 신비가 이를 박박 갈며 채찍으 로 심배의 목을 가리켜 말한다.

    "이 천한 살인마야! 오늘 죽겠구나!"

    심배가 신비를 크게 욕한다.

    "천한 놈아! 조조 역적놈을 끌어들여 우리 기주를 깨뜨렸구나! 너를 못 죽여 한스럽다!"

    서황이 심배를 압송해 조조를 만난다. 조조가 말한다.

    "문을 열어 나를 맞아들인 자가 누군지 아는가?"

    "모른다."

    "바로 네 조카 심영이 열었다."

    심배가 노한다.

    "어린 놈이 이런 짓을 하다니!"

    "지난번 내가 성밑에 이르러 어찌 성안에서 사격을 그토록 퍼부었는가?"

    "사격이 모자라 한스럽다! 한스러워!"

    "그대는 원씨에게 충성스러워,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테지. 이제 내게 항복할텐가? 말텐가?"

    "항복 못한다! 못해!"

    신비가 엎드려 울부짖는다.

    "제 가족 80여 명이 모조리 이 종놈에게 해를 입었습니다. 바라건대 승상께서 그를 죽여 이 원한을 씻어주십시오!"

    심배가 말한다.

    "내가 살아서 원씨 신하이고, 죽어서 원씨 귀신이 되겠다. 너 따위 헐뜯고 아첨하는 도적 같을쏘냐! 어서 나를 베어라!"

    조조가 지시해 끌어낸다. 처형을 받을 때, 처형하는 사람을 꾸짖는다.

    "내 주공께서 북쪽에 계시니 내가 남쪽을 바라본 채 죽을 수 없다!"

    이에 북쪽으로 무릎꿇어 목을 길게 늘여 칼날을 받는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하북에 명사 많다 한들 그 누구라서 심정남 같을까
    목숨은 *혼주 탓에 잃지만 마음은 옛 충신들 같구나
    충직해 숨김이 없고 청렴해 탐욕스럽지 않았네
    죽으면서도 북쪽을 바라봐 투항자들 몹시 부끄럽구나

    심배가 죽자 조조가 그 충의를 어여삐 여겨 성 북쪽에 묻게 한다. 장수들이 조조에게 입성하기를 청한다. 조조가 일어나 가려는데 도부 수들이 한사람을 호송해 온다. 조조가 바라보니 바로 진림이다. 조조가 그에게 말한다.

    "너는 예전에 본초를 위해 격문을 지었는데 나를 헐뜯기만 했으면 괜찮았다. 어째서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까지 욕을 보였냐?"

    "장전현상 箭在弦上 (화살이 활시위에 매겨져 있음. 몹시 위급함)이라 어쩔 수 없이 격문을 지었을 뿐입니다."

    좌우에서 그를 죽이라 조조에게 권한다. 조조가 그 재주를 아껴 사면해 종사 從事로 삼는다.

    한편, 조조의 맏아들 조비 '자환'은 당시 나이 열여덟이었다. 조비가 원래 태어날 때 운무 한조각이 피어올랐는데 청자 青紫 색에 수레덮개처럼 둥글게 조비가 태어난 방을 덮어 하루종일 흩어지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누군가 은밀히 조조에게 말했다.

    "이것은 천자의 기운입니다. 고귀한 운명을 타고난 것을 퍼뜨리지 못하게 사람들에게 명하십시오."

    조비가 여덟살에 글을 짓고 비상한 재주가 있어 고금에 통달했다. 말달리며 활을 잘 쏘고 격검을 좋아했 다. 조조가 기주를 깨뜨릴 당시, 조비가 아버지를 따라 군중에 있으면서 수신군 隨身軍(경호부대)을 거느리고 먼저 원소 집으로 가서 말에서 내려 칼을 뽑고 들어간다. 어느 장수가 가로막으며 말한다.

    "승상께서 명을 내려, 아무도 원소의 부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조비가 꾸짖어 물리쳐 칼을 쥔 채 후당으로 들어가 바라보니, 부인 두 사람이 서로 껴안고 울고 있어, 조비가 앞으로 나아가 죽이려 한다.

    4세3공도 이제 한낱 꿈이 되었는데 그 집안 골육이 다시 재앙을 만나는구나

    그들의 목숨이 어찌 될런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라.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