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33회 조비가 난중에 견씨를 얻고 곽가가 남긴 계책으로 요동을 평정한다

    한편, 조비가 웬 부인 두 사람이 흐느껴 우는 것을 발견한다. 칼을 뽑아 베려다가 붉은 빛이 눈에 가득한 것을 보고서 칼을 매만지며 묻는다.

    "자네들은 누군가?"

    부인 하나가 고한다.

    "첩은 원장군의 아내 유 씨입니다."

    "이 여인은 누구요?"

    "이 애는 차남 원희의 처, 견 씨입니다. 원희가 유주에 출진하는데 이 애가 멀리 가기를 싫어해 여기 머물고 있었습니다."

    조비가 그 여인을 가까이 불러 바라보니 그 머리가 풀어헤쳐져 있고 얼굴이 더럽혀져 있다. 조비가 옷소매로 그 얼굴을 닦아 살펴보니 견 씨는 살결이 옥 같고 얼굴이 꽃 같아 경국지색이다. 조비가 유 씨에게 말한다.

    "나는 조 승상의 아들이오. 그대 집안을 지켜줄테니 아무 걱정 마시오."

    칼을 매만지며 당상에 앉았다.

    한편, 조조가 장수들을 거느려 기주성으로 가서 성문을 들어가려는데 허유가 말을 내달려 가까이 와서 채찍으로 성문을 가리켜 조조를 부른다.

    "아만! 그대가 나를 얻지 못했으면 어찌 이 문으로 들어가겠소?"

    조조가 크게 웃어넘긴다. 장수들이 듣고 모두 불평을 품는다. 조조가 원소 집문에 이르러 묻는다.

    "누가 여기에 먼저 왔었는가?"

    지키던 장수가 말한다.

    "세자께서 안에 계십니다."

    조조가 불러내어 꾸짖는다. 유 씨가 나와 절하며 말한다.

    "세자가 아니시면 소첩의 집안을 보전할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견 씨를 세자께 집기추(청소 따위를 하는 천한 일꾼)로 보내고 싶습니다 ."

    조조가 견 씨를 불러내게 해 인사시킨다. 조조가 바라보더니 말한다.

    "참으로 내 며느리감이구나!"

    명을 내려 조비가 맞이하게 한다.

    조조가 기주를 평정한 뒤 몸소 원소 무덤으로 가 제사를 베풀어 두번 절하고 우는데 몹시 슬퍼하며 장수들을 뒤돌아보며 말한다.

    "지난날 내가 본초와 더불어 군을 일으켰을 때 본초가 내게 물었소.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어디로 가서 자리잡아야겠소?'.

    내가 다시 물었소. '족하께서는 어디로 가시고 싶소?'.

    본초가 말했소. '나는 남쪽으로 하북에 자리잡고 연 燕과 대 代 지역을 가로막고 사막(고비 사막)의 무리를 아울러 남쪽으로 천하를 다 투면 성공할 만하지 않겠소?'

    내가 답했소. '내가 천하에서 지혜롭고 용력 있는 인재들을 도로써 거느린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오.'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게 어제 같은데 지금 본초가 이미 세상을 떴으니 내가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겠소!"

    모두 탄식한다. 조조가 재물과 식량을 원소의 처, 유 씨에게 하사한다. 조조가 명을 내린다.

    "하북 백성들이 전란을 맞아 어려우니 모두 올해는 온갖 세금을 면하게 하겠소."

    한편으로 조정에 표를 올리고 스스로 기주목 冀州牧을 맡는다.

    하루는, 허저가 말달려 동문으로 들어오다 허유와 마주친다. 허유가 허저를 불러 말한다.

    "내가 없었으면 너희가 어찌 이 문을 출입하겠냐?"

    허저가 노한다.

    "우리가 온갖 죽을 고비를 넘고 피흘려 싸워 성지를 빼앗았거늘 네 어찌 감히 함부로 말하냐!"

    허유가 욕한다.

    "너희 모두 필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야 말할 필요 있겠냐!"

    허저가 크게 노해 검을 뽑아 허유를 죽여 그 머리를 집어들고 조조를 만나, 허유가 이다지도 무례해 제가 죽이게 됐습니다, 라고 이 야기한다. 조조가 말한다.

    "자원은 나와 오래전부터 사귀었기에 농담한 것뿐인데 어째서 죽였는가?"

    허저를 몹시 꾸짖고 명을 내려 허유를 두터운 예로써 장례 지낸다.

    조조가 사람을 기주 곳곳에 보내 어진 인재를 찾게 한다. 기주 백성이 말한다.

    "기도위 최염 '계규'는 청하 동무 출신인데 일찍이 여러차례 원소에게 계책을 올렸으나 원소가 따르지 않아 병을 핑계로 집에 머뭅니다."

    조조가 즉시 최염을 불러 기주의 별가종사로 삼고서 그에게 말한다.

    "어제 본주의 호적을 살피니 모두 합쳐 30만에 달해 큰 주라 할 만하오."

    "지금 천하가 갈라져 무너지고 아홉 주가 베처럼 찢어진데다 원씨 형제 두 사람이 서로 싸운 탓에 기주 백성들의 뼈가 들판을 구릅니다. 승상께서 풍속을 급히 물어서 백성을 도탄에서 구하지 않으시고 먼저 호적을 비교하시니 어찌 본주의 남녀들이 명공께 희망을 갖겠습니까!"

    조조가 듣고 낯빛을 고쳐 사과하고 상빈으로 대한다. 조조가 기주를 평정한 뒤 사람을 보내 원담의 소식을 알아본다. 그때 원담이 병력을 이끌어 감릉, 안평, 발해, 하간 등지를 약탈한다. 원상이 중산으로 달아난 것을 전해듣고 원담이 공격한다. 원상이 싸울 뜻이 없어 유주로 달아나 원희에게 의탁한다. 원담이 그 무리를 모조리 항복시켜 다시 기주를 도모하려 한다. 조조가 사람을 시켜 불러도 원담이 오지 않는다. 조조가 크게 노해서 글을 전해 파혼하고 몸소 대군을 이끌고 정벌하러 평원에 달려간다.

    조조가 몸소 군대를 이끌고 오자 원담이 유표에게 구원을 청한다. 유표가 현덕을 불러 상의하니 현덕이 말한다.

    "지금 조조가 기주를 깨뜨려 군세가 한창 강성하므로 원씨 형제는 머잖아 조조에게 잡힐테니 구원하는 것은 이익이 없습니다. 더구나 조조가 늘 형양을 넘보니 우리는 오로지 병력을 길러 스스로 지켜야지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거절해야겠소?"

    "글을 써 원씨형제에게 보내어 형제 사이에 화해하라는 명분으로 완곡히 거절하십시오."

    유표가 그럴 듯하게 여겨 사람을 보내어 원담에게 글을 전한다. 글은 대략 이렇다.

    '군자는 피난하더라도 원수의 나라에 가지 않소. 예전에 듣자니 그대가 무릎꿇어 조조에게 항복하였소. 이것은 선친의 뜻을 잊고 손발과 같은 형제의 도리를 저버린 채 원수와 동맹하는 치욕을 남긴 것이오. 기주의 아우가 공손치 못해도 그대는 우선 마음을 접어 상종하시오. 일이 해결된 뒤 천하사람들로 하여금 옳고그름을 가리게 하는 것도 고상하고 의롭지 않겠소?'

    다시 원상에 보내는 글에 적었다.

    '청주의 원담은 천성이 괴팍한데다 성급하고 시비곡직을 잘 모르오. 그대는 먼저 조조를 없애어 선친의 한을 푸시오. 일을 해결히고 시비곡직을 따지는 것도 좋지 않겠소? 그대가 계속 헤매어 돌이키지 않는다면 옛날 한로라는 사나운 개와 동곽이라는 빠른 토끼이 스스로 지쳐버려 농부에게 잡혔던 꼴이 되겠소.'

    원담이 유표의 서신을 받고 유표에게 출병할 뜻이 없는 것을 알아차린다. 또한 조조를 맞설 수 없는 것을 깨달아 평원을 버리고 달아나서 남피를 지킨다. 조조가 뒤밟아 남피에 이르자 날씨가 춥고 쌀쌀해 강물이 죄다 얼어 군량을 나르는 배가 꼼짝 못한다. 조조가 그곳 백성 들을 시켜 얼음을 깨고 배를 끌게 한다. 그들이 명령을 전해듣고 달아난다. 조조가 크게 노해 그들을 사로잡아 죽이려 한다. 그들이 알고 영채로 몰려가 자수한다. 조조가 말한다.

    "너희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내 명령을 어기는 것이다. 너희를 죽이는 것도 차마 못할 짓이다. 산속으로 달아나 숨어서 내 병사들에게 잡히지 말라."

    백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달아난다. 원담이 병력을 이끌고 성을 나와 조조군과 맞선다. 진형을 갖추고 조조가 출마해 원담을 채찍으로 가리키며 욕한다.

    "너를 후하게 대했거늘 어찌 다른 마음을 품냐?"

    "내 땅을 침범해 고을을 빼앗고 결혼을 훼방하고서 도리어 나더러 다른 마음을 먹었다고 말하냐?"

    조조가 크게 노해 서황을 출마시킨다. 원담이 팽안을 보내 접전한다. 둘이 맞붙어 몇합 못 돼 서황이 팽안을 베어 낙마시킨다. 원담군이 패주하여 남피성으로 물러난다. 조조 군대가 사방을 에워싼다. 원담이 크게 당황하여 신평을 보내어 항복한다. 조조가 말한다.

    "원담 어린놈이 반복이 무상하니 믿지 못하겠소. 그대의 아우 신비를 이미 중용했으니 그대도 여기 머무시오.."

    "승상께서 틀렸습니다. 제가 듣자니 주군이 잘되면 신하는 영광스럽고 주군이 안되면 신하는 치욕스럽습니다. 제가 원씨를 오래 섬겼는데 어찌 배반하겠습니까?"

    그를 붙잡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조조가 돌려보낸다. 신평이 돌아가 원담을 마나 조조가 투항을 불신한다고 이야기한다. 원담이 꾸짖는다.

    "네 아우가 조조를 섬기더니 너 역시 딴 마음을 품냐?"

    신평이 기가 차서 가슴이 막히더 쓰러진다. 그를 부축하여 데려가지만 곧 죽으니 원담도 뉘우친다. 곽도가 원담에게 말한다.

    "내일 백성들을 모두 앞장세우고 병사들이 뒤따르게 하여 조조와 죽기살기로 결판하십시오."

    원담이 그 말을 따른다. 그날밤 남피 백성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창칼을 쥐어주고 명령을 듣게 한다. 이튿날 해뜰 무렵 4문을 활짝 열어 병사들은 뒤서고 백성들은 앞서 함성을 크게 질러 우르르 몰려나가 곧장 조조 영채에 이른다. 양쪽 군대가 혼전해 진시에서 오시에 이르도록 승부가 나지 않아 시체가 땅에 가득하다.

    조조가 완전한 승리를 못 거두자 말을 타고 산에 올라 몸소 북을 친다. 장사들이 그것을 보고 힘을 떨쳐 전진한다. 원담군이 대패하여 죽은 백성을 헤아릴 수 없다. 조홍이 위세 좋게 돌진하다가 원담을 마주쳐 칼로 마구 베니 마침내 원담이 죽는다. 전세가 크게 어지럽자 곽도가 성안으로 달아난다. 악진이 멀리서 활을 쏴서 곽도를 맞추니 성밖 해자에 말을 탄 채 빠져 죽는다.

    조조가 병력을 이끌고 남피로 들어가 백성을 안심시킨다. 갑자기 1군이 몰려오는데 바로 원희의 부하장수들인 초촉과 장남이다. 조조가 몸소 병사들을 이끌고 그들을 맞이한다. 두 장수가 무기를 거꾸로 잡고 갑옷을 푼 채 찾아와 투항한다. 조조가 그들을 열후에 봉한다. 또한 흑산적 장연이 병력 10만을 이끌고 투항하니 조조가 평북장군에 봉한다. 원담의 잘린 머리를 호령하고 감히 그를 위해 곡하는 사람은 처형하라 명한다. 잘린 머리가 북문 밖에 걸리자 누군가 상복을 차려 입고 곡한다. 좌우에서 잡아다 조조에게 끌고간다. 조조가 물으니 청주에서 별가 벼슬을 하는 왕수다. 원담에게 간언하다 쫓겨났다가 이제 죽음을 전해듣고 찾아와 곡한 것이다.

    조조가 말한다.

    "너는 내 명령을 아냐? 모르냐?"

    "압니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냐?"

    "제가 그에게서 녹을 받고 지금 그를 위해 곡하지 않는다면 의리가 아닙니다. 죽음이 두려워 의리를 잊어서야 어찌 세상에 얼굴을 들겠 습니까! 그 시체를 거둬 묻어줄 수 있다면야 죽은들 한이 없겠습니다."

    "하북에 의로운 사내들이 이다지도 많구나! 원씨가 쓸 줄을 모른 게 안타깝구나! 쓸 줄 알았다면 내 어찌 눈을 똑바로 뜨고 이 땅을 노렸겠는가?"

    조조가 명해 그 시체를 거둬 장례지내고 왕수를 상빈으로 예우해 사금중랑장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에게 묻는다.

    "지금 원상이 원희에게 가버렸는데 그들을 취하려면 무슨 계책을 써야겠소?"

    왕수가 답하지 않자 조조가 말한다.

    "충신이구려."

    곽가에게 묻자 그가 말한다.

    "원씨의 항복한 장수들인 초촉과 장남에게 직접 그들을 공격하게 시키십시오."

    조조가 그 말을 받아들여 초촉, 장남, 여광, 여상, 마연, 장의에게, 각각 휘하 병력을 이끌어 3로에 걸쳐 유주로 진공할 것을 명한다. 한편으로 이전과 악진에게, 장연과 합류하여 병주에서 고간을 치라고 한다.

    한편, 원상과 원희는 조조군이 들이닥칠 것을 알고서 맞서기 어려운 것을 깨닫고 성을 버리고 병력을 이끌고 그날밤 요서의 오환으로 달아난다. 유주자사 오환촉이 유주의 관리들을 모아 삽혈의 의식으로 맹서하며 원씨를 배신하고 조조에게 넘어갈 것을 의논한다. 오환촉이 이야기한다.

    "조승상은 당세의 영웅이라 이제 그에게 투항하니 복종하지 않으면 참하겠소."

    차례대로 삽혈하다가 별가 한형의 차례가 된다. 한형이 검을 땅에 집어던지며 외친다.

    "원공 부자에게서 두터운 은혜를 입고도 지금 내게는 패망한 주공을 구해드릴 지혜도 죽을 용기도 없으니 불의한 것이오! 조조에게 북면하고 항복하는 짓은 못하겠소!"

    모두 놀라 낯빛이 바뀐다. 오환촉이 말한다.

    "무릇 대사를 일으키려면 마땅히 대의를 세워야 하오. 일의 성패는 한 사람에게 달린 게 아니오. 한형이 뜻이 이렇다면 하고 싶은대로 하시오."

    그를 끌어낸다. 오환촉이 성을 나가 3로의 군마를 이끌고 투항한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그를 진북장군으로 올려준다. 정찰을 나갔던 기마병이 달려와 알린다.

    "악진, 이전, 장연이 병주를 쳤으나 고간이 호구관을 굳게 지켜 함락할 수 없습니다.

    조조가 몸소 진군한다. 세 장수가 이야기한다.

    "고간이 관문을 틀어막아 치기 어렵습니다."

    조조가 장수들을 모아 고간을 깰 계책을 의논한다. 순유가 말한다.

    "고간을 깨려면 반드시 거짓으로 항복하는 꾀를 써야 합니다."

    조조가 받아들여 항장 여광과 여상을 불러 귓속말로 지시한다. 여광 등이 병사 수십을 이끌고 관문 아래에서 외친다.

    "우리는 원래 원씨의 옛 장수들로 부득이하게 조조에게 항복했었소. 조조가 사람이 기괴하고 우리를 박대하니 이제 옛 주공을 찾아왔소. 어서 문을 열어주시오."

    고간이 아직 믿지 못하면서도 두 장수를 관문 위로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두 장수가 갑옷을 풀고 말에서 내린 뒤 들어와 고간에게 말한다.

    "조조 군대가 막 도착하여 군심이 안정되지 못한 틈에 오늘밤 영채를 공격하십시오.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고간이 그 말을 따라 그날밤 두 여씨에게 앞장서라 지시하고 병사 1만여를 이끌어 전진한다. 조조 영채에 다다를 무렵 뒤에서 함성이 크게 일고 복병이 사방에서 튀어나온다. 고간이 계략에 빠진 걸 깨달아 서둘러 아관성으로 돌아가나 악진과 이전이 이미 관문을 빼앗은 뒤다. 고간이 길을 뚫어 달아나 흉노족의 선우에게 달아난다. 조조가 진군하여 관문에 주둔하고 병사들에게 고간을 추격시킨다. 고간이 선우가 다스리는 땅에 다다라 북번좌현왕을 마주친다. 고간이 말에서 내려서 땅에 엎드려 이야기한다.

    "조조가 저희 영토를 집어삼켜 이제 왕자의 땅도 침범하려 합니다. 부디 저희를 구원하고 협력하여 실지를 회복하고 북방을 지켜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나는 조조와 원수진 일이 없는데 어찌 내땅을 침범하겠는가? 나를 조씨와 원수지게 하고 싶구나!"

    고간을 꾸짖어 내친다. 고간이 아무리 생각해도 갈 데가 없어 별수없이 유표를 찾아간다. 길을 가다 상로에서 도위 왕염에게 살해되어 그가 고간의 머리를 조조에게 바친다. 조조가 그를 열후에 봉한다.

    병주가 평정되자 조조가 서쪽으로 오환을 칠 것을 상의한다. 조홍 등이 말한다.

    "원희, 원상이 싸움을 지고 장수들을 잃어 세력이 궁하고 힘이 다했습니다. 사막으로 가는 길은 멉니다. 우리가 병력을 이끌어 서쪽을 치 는데 만약 유비, 유표가 틈타 허도를 습격하면 우리가 구원하지 못해 그 재앙이 적지 않게 됩니다. 군을 돌려 오환으로 진격하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곽가가 말한다.

    "여러분들 말씀이 틀렸습니다. 주공의 위세가 천하를 뒤흔들지만 사막 사람들은 그 땅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믿어 틀림없이 방비를 안했을 것입니다. 그 무방비를 틈타 갑자기 습격하면 반드시 깰 수 있습니다. 또한 원소가 오환에게 은혜가 있는데 원상, 원희 형제가 아 직 남아 았으니 제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표는 앉은 채 담론이나 즐기는 인간일 뿐인데 스스로 자신의 재주가 유비를 거느리기에 부족한 것을 압니다. 그에게 중임을 맡겨 그를 제어하지 못할까 두려워 합니다. 가벼운 임무를 맡기면 유비는 제몫을 못하는 셈입니다. 비록 나라를 비우고 멀리 정벌한들 공께서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봉효가 말한 게 극히 옳소."

    마침내 조조가 크고 작은 부대, 수레 수천 량을 거느려 저멀리 전진한다. 누런 모래가 막막하고, 미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올 뿐이다. 도 로가 기구(험준)해 인마가 지나기 어렵다. 조조가 군을 돌리고 싶어 곽가에게 물었다. 곽가가 당시 그곳 풍토가 몸에 맞지 않아 병을 앓아 수레에 누워 있었다. 조조가 울며 말한다.

    "내가 사막을 평정하려다 그대를 멀리 힘들게 끌고 와 돌림병에 걸렸으니 내 마음이 어찌 편하겠소?"

    "제가 승상께 큰 은혜를 입어 비록 죽은들 만분의 일도 못 갚습니다."

    "내 보니 북쪽 땅이 기구해 군을 돌리고 싶은데 어떻소?"

    "병귀신속(전쟁은 귀신처럼 빨리 하는 게 으뜸)이라 했습니다. 지금 천릿길을 가서 남들을 습격하려는데 치중 輜重이 많아서는 이롭지 못하니 경병(사람 수가 많지 않고 장비를 가볍게 차린 군대)으로 길을 서둘러 적의 무방비를 덮치는 것만 못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길을 잘 아는 자가 인도해야 합니다."

    결국 곽가를 역주 易州에 남겨 치료하게 한다. 길을 이끌 향도관(길을 안내하는 관리)을 구한다. 사람들이 원소의 옛 장수 전주가 이 지 역을 깊이 안다고 추천한다. 조조가 그를 불러 길을 묻자 전주가 말한다.

    "이쪽 길은 여름과 가을 사이에 물이 차오릅니다. 얕으면 수레와 말들이 다니지 못합니다. 깊어도 배를 띄우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움직 이기 제일 어렵습니다. 여기서 회군하시는 게 낫습니다. 그리해 노룡구로보터 백단의 험로를 넘으십시오. 인적이 드문 곳을 나가 유성 에 서둘러 가서 그 무방비를 습격하면 묵돌(모돈으로 읽지 않는다. 흉노의 선우)을 한번 싸워 잡을 수 있습니다."

    조조가 그 말을 따른다. 전주를 정북장군으로 삼고 향도관에 앉혀 길을 이끌게 한다. 장요가 뒤따른다. 조조 스스로 뒤를 맡아 속도를 배 가해 경기병을 이끌어 전진한다. 전주가 장요를 이끌어 백랑산에 다다른다. 때마침 원희, 원상이 묵돌과 함께 기병 수만을 이끌고 몰려 오다 마주친다. 장요가 서둘러 조조에게 알린다. 조조 스스로 말을 몰아 높이 올라가 멀리 바라보니 묵돌 병사들이 대오가 흐트러져 있 다. 장요에게 말한다.

    "적병들 대오가 흐트러져 바로 공격해야겠소."

    대장기를 장요에게 준다. 장요가 허저, 우금, 서황을 데리고 4로로 나눠 산을 내려가 힘껏 급습한다. 묵돌이 크게 혼란에 빠진다. 장요가 말에 박차를 가해 묵돌에게 달려들어 그를 베어 말 아래 떨군다. 나머지 무리 모두 항복한다. 원희와 원상은 수천 기를 이끌어 요동으로 달아난다.

    조조가 군을 거둬 유성에 들어간다. 전주를 유성정후로 봉해 유성을 지키게 한다. 전주가 눈물 흘리며 말한다.

    "저는 의리를 저버리고 달아난 인간일 뿐입니다. 두터운 은혜를 입어 목숨을 부지한 것만도 큰 다행입니다. 어찌 노룡의 영채를 팔아 상록 賞祿을 받겠습니까! 죽을지언정 제후의 작위를 받을 수 없습니다."

    조조가 그를 의롭게 여겨 의랑에 임명한다. 조조가 선우의 사람들을 달래고 준마 1만필을 거둬 그날 회군한다. 당시 날씨가 춥고 메말라 2백리를 가도 마실 물이 없다. 게다가 군량도 떨어져 말을 잡아먹는다. 땅을 서너 길 파서야 마실 물을 얻는다. 조조가 돌아가 역주에 이르러, 일찍이 간언해 원정을 말렸던 사람들을 크게 포상해 말한다.

    "내가 지난번에 위험을 무릅쓰고 원정해서 요행히 성공했소. 비록 이겼지만 하늘이 도와서니 본받을 게 못 되오. 여러분 간언은 만전을 기하는 계책이라 포상을 내리오. 앞으로도 말하는 것을 꺼리지들 마오."

    조조가 역주에 이르렀을 때 곽가가 이미 죽은 지 며칠째라 주검을 넣은 널을 관청에 두었다. 조조가 찾아가 제사 지내며 크게 울어 말한 다.

    "봉효가 죽다니 하늘이 나를 버렸소!"

    관리들을 뒤돌아보며 말한다.

    "여러분 모두 나와 동년배인데 오로지 봉효가 가장 어렸소. 내 그에게 후사를 맡기려 하였는데 중년이 못 돼 요절해 내 가슴과 창자가 갈 가리 찢어지는구려!"

    곽가 측근들이 곽가가 죽음에 임해 봉했던 글을 조조에게 바쳐 말한다.

    "곽공께서 죽음에 임해 친히 이렇게 글을 써 맡겨, '승상께서 내 글에 적힌대로 하시면 요동 문제가 해결될 것이네.' 라고 말하셨습니다."

    조조가 뜯어 읽더니 고개를 끄덕여 탄식한다. 사람들이 모두 그 뜻을 모른다.

    이튿날 하후돈이 사람들을 이끌고 와 여쭌다.

    "요동태수 공손강이 오래도록 빈복(공물을 바치며 복종을 표시함)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금 원희, 원상이 그곳으로 의탁하러 갔으 니 틀림없이 후환이 됩니다. 아직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빨리 정벌하면 요동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수고롭게 호랑이 같은 위엄을 떨칠 것 없소. 며칠 뒤 공손강이 스스로 두 원씨의 목을 바치게 될 것이오."

    장수들 모두 선뜻 믿지 못한다.

    한편, 원희, 원상이 수천 기를 이끌고 요동으로 달아났다. 요동태수 공손강은 본래 양평 사람인데 무위장군 공손탁(공손도로 읽기도 한 다)의 아들이다. 그날 원희, 원상이 온다 듣고, 그 밑의 관리들을 불러모아 그 일을 상의한다. 공손공이 말한다.

    "원소가 살아 있을 때 늘 요동을 집어삼킬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금 원희, 원상이 싸움을 지고 장수들을 잃어 아무 기댈 데 없자 여기로 찾아온 것입니다. 이것은 비둘기가 까치 집을 빼앗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받아들이면 뒤에 반드시 우리를 도모합니다. 그들을 속여 성안 으로 불러들여 죽이는 게 낫습니다. 그들 머리를 조공께 바치면 조공이 분명 우리를 후대할 것입니다."

    "다만 조조가 병력을 이끌어 요동을 함락할까 두렵소. 차라리 원씨 형제를 받아들여 우리를 돕게 하는 게 나을지 모르겠소."

    "사람을 보내 알아보십시오. 조조 병력이 공격하러 오고 있다면 원씨 형제를 머물게 하십시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원씨 형제를 죽여 조조에게 보내십시오."

    공손강이 그 말을 따라 사람을 보내 소식을 알아본다.

    한편 원희, 원상이 요동에 이르러 두 사람이 은밀히 의논한다.

    "요동은 군병이 수만이니 조조와 승부를 다툴 만하다. 지금 잠시 몸을 맡기고 뒤에 공손강을 죽여 그 땅을 빼앗아 기력을 양성해 중원에 맞서면 하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의를 마치고 들어가 공손강을 만난다. 공손강이 그들을 관역(일종의 공용 여관)에 머물게 하며 병을 핑계로, 바로 만나주지 않는다. 하루가 안 지나 세작이 돌아와 알린다.

    "조조가 역주에 주둔해 요동을 삼킬 뜻이 없습니다."

    공손강이 크게 기뻐해 먼저 칼잡이들을 벽의(실내에 둘러친 천) 속에 숨겨 두 원씨를 부른다. 인사를 마치고 그들을 앉게 한다. 그때 날 씨가 몹시 추워 원상이 자리에 침구가 없는 걸 보고 공손강에게 이른다.

    "자리를 깔아주시오."

    공손강이 눈을 부릅떠 이야기한다.

    "네놈 둘 머리가 만리를 떠날 것이다! 자리는 무슨 자리?"

    원상이 깜짝 놀란다. 공손강이 꾸짖는다.

    "여봐라! 어찌 가만 있느냐!"

    칼잡이들이 원씨 형제에게 몰려가 둘의 머리를 벤다. 그들 머리를 목갑에 채워넣고 사람을 시켜 역주에 갖고 가서 조조를 만나게 한다.

    당시 조조가 역주에 있어 군을 움직이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었다. 하후돈, 장요가 들어와 여쭌다.

    "요동을 칠 게 아니라면 허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유표가 다른 마음을 품을까 두렵습니다."

    "원씨들 목을 기다렸다 즉시 회군하겠소."

    모두 속으로 웃는다. 갑자기 보고를 바친다. 요동 공손강이 원희, 원상의 잘린 머리를 보냈다는 것이다. 모두 깜짝 놀란다. 사자가 서신을 바치자 조조가 크게 웃는다.

    "과연 봉효가 헤아린대로구나!"

    찾아온 사자를 크게 포상하고 공손강을 양평후 좌장군에 봉한다. 관리들이 묻는다.

    "무엇이 봉효가 헤아린대롭니까?"

    조조가 곽가의 글을 꺼내 보인다. 글은 대략 이렇다.

    '지금 듣자니 원상, 원희가 요동에 의탁하러 갔다 합니다. 명공께서 절대 병력을 보내지 마십시오. 공손강은 오래전부터 원씨들이 집어 삼킬까 걱정했습니다. 원씨 형제가 찾아가면 반드시 의심할 것이다. 아군이 쳐들어가면 그들은 틀림없이 힘을 합쳐 우리에게 맞설 테니 서둘러 깨뜨릴 수 없습니다. 그들을 느슨하게 해주면 공손강과 원씨들이 서로를 도모할 것입니다. 그 사정이 이렇습니다.'

    모두 환호하며 곽가를 훌륭하다 칭찬한다. 조조가 관리들을 이끌고 다시 곽가 영전에 제사를 올린다. 향년 38세였다. 11년간 싸움터를 따라다녀 비상한 공훈을 많이 세웠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하늘이 곽봉효 낳아 호걸스러움 영웅들을 뛰어넘어
    뱃속에 경사 經史를 품고 가슴에 갑병 甲兵을 숨겼다
    지모는 범려 范蠡 같고 계책은 진평 陳平을 닮았으나
    애석하게 먼저 세상을 뜨니 중원의 큰 기둥 쓰러졌다

    조조가 병력을 거느려 기주로 돌아와 사람을 시켜 곽가 영구를 허도에 먼저 보내 안장한다. 정욱 등이 청한다.

    "북방을 평정했으니 지금 허도로 돌아가 어서 강남을 함락할 계책을 세워야 합니다."

    조조가 웃는다.

    "내게 그럴 뜻이 있은 지 오래요. 여러분이 말한 게 내 뜻과 맞소."

    그날밤 기주성 동쪽 누각 위에서 묵게 되는데 난간에 기대어 천문을 우러러 살핀다. 이때 순유가 옆에 있었다. 조조가 가리키며 말한다.

    "남쪽에 왕성한 기운이 찬란해 아직 도모해선 안 될까 두렵소."

    "승상의 천위 天威에 무엇인들 불복하겠습니까?"

    살피고 있는데 한줄기 금빛이 땅에서 솟아난다. 순유가 말한다.

    "이것은 틀림없이 보물이 지하에 있는 것입니다."

    조조가 누각을 내려가 사람들에게 그 빛을 따라 땅을 파라 명한다.

    별자리는 지금 남쪽을 가리키는데 황금보물은 도리어 북쪽에서 나오구나

    무슨 물건을 얻게 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