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70회 맹장 장비가 지혜롭게 와구관을 취하고 늙은 황충이 계책으로써 천탕산을 빼앗다

    한편 장합은 병력 3만을 나눠 세 곳의 영채를 각각 산험(산세가 험한 곳)을 이용해 세운다. 한 곳의 이름은 암거채, 한 곳은 몽두채, 한 곳 은 탕석채라 한다. 그날 장합은 세 곳의 영채에서 각각 절반씩 병력을 떼어내 파서를 빼앗으러 가고, 절반씩을 남겨 영채를 수비하게 한 다.

    재빨리 탐마(정찰기마병)가 파서에 보고해 장합이 병력을 이끌고 오는 것을 말한다. 장비가 급히 뇌동을 불러 상의한다. 뇌동이 말한다.

    "낭중은 땅이 거칠고 산세가 험해 매복할 만합니다. 장군께서 병력을 이끌고 출전하시고 저는 기습 병력을 내어 돕는다면 장합을 잡을 수 있습니다. "

    장비가 정병(정예병력) 5천을 내어 뇌동에게 주어 보낸다. 장비 스스로 병력 1만을 이끌고 낭중을 떠나 3십 리 밖에서 장합과 조우한다. 양쪽 군대가 포진을 마치자 장비가 출마해 홀로 장합에게 도발한다.

    장합이 창을 꼬나잡고 말을 내달려 나온다. 싸움이 3십여 합에 이르자 후군(뒷쪽의 병사들)에서 함성이 일어난다. 알고보니 멀라 산 뒷쪽으로 촉병들의 깃발이 보이자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이다. 장합이 감히 더 싸우고 싶지 않아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장비가 뒤쫓아 마구 무찌른다. 또한 앞쪽에서 뇌동도 병력을 이끌고 내달려 나온다. 양쪽으로 협공하자 장합의 병력이 대패한다. 장비와 뇌동이 그날밤 추격해 암거산까지 이른다. 장합은 예전처럼 병력을 셋으로 나눠 세 곳의 영채를 지키게 하고 많은 뇌목(굴러 떨어뜨려 적병을 깔앞뭉개는 나무)과 포석(돌 포탄)을 배치해 굳게 지키며 출전하지 않는다.

    장비가 암거산에서 십 리 떨어진 곳에 영채를 세워 다음날 병력을 이끌고 싸움을 건다. 장합은 산 위에서 크게 풍악를 울리며 음주할 뿐 산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장비가 병사들을 시켜 크게 욕을 퍼붓지만 장합은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장비가 어쩔 수 없이 영채로 돌아온 다.

    다음날 뇌동도 산 아래로 가서 싸움을 걸지만 장합은 역시 출전하지 않는다. 뇌동이 병사들을 다그쳐 산을 오르게 하자 산 위에서 나무 와 돌을 마구 굴려 내린다. 뇌동이 급히 후퇴하지만 탕석채와 몽두채 두 곳의 영채에서 출병해 뇌동을 크게 무찌른다.

    다음날 장비가 다시 가서 싸움을 걸지만 장합은 역시나 출전하지 않는다. 장비가 군인들을 시켜 온갖 욕설을 퍼붓자 장합도 산 위에서 욕한다. 장비가 곰곰이 생각하지만 아무 계책도 써볼 것이 없다. 서로 대치하기 5십여 일에 이르러 장비가 산 앞으로 이동해 큰 영채를 세워 주둔해 매일 음주하고 크게 취하면 산 앞에 앉아 욕매(모욕을 줌)한다.

    현덕이 사람을 보내 군을 호궤(군대를 위로하고 먹임)하는데 장비가 하루종일 음주하는 것을 지켜본 사자가 돌아가 현덕에게 알린다. 현덕이 크게 놀라 황망히 공명을 불러 묻자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알고보면 이렇습니다. 지금 군전(전장/ 전선/ 전방)에 좋은 술이 없을까 걱정입니다. 성도에 좋은 술들이 극히 많으니 좋은 술 5십 옹 饔을 수레 셋에 실어 군전에 보내 장 장군께 드려 마시게 하십시오."

    "제 아우는 지금까지 음주해서 일을 그르쳤거늘 군사께서 무슨 까닭에 도리어 술을 그에게 보내라 하십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주공께서 익덕과 더불어 허다한 해를 형제로 보냈지만 아직도 그 사람됨을 모르십니까? 익덕은 지금까지 강강(억셈/ 굳셈)했지만 예전 에 서천을 거둬들일 때 의롭게 엄안을 풀어준 것은 한낱 용부(용감한 사람)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제 장합과 더불어 5십여 일을 대치하니 술에 취한 뒤에 바로 산 앞에 앉아 욕을 퍼부우며 방약무인 傍若無人한데 이것은 술잔을 탐해서가 아니라 바로 장합을 무찌를 계책입니다."

    "비록 그렇다 한들 아직 큰 일을 못 맡기겠으니 위연을 시켜 돕게 함이 좋겠습니다. "

    공명이 위연에게 명령해 술을 군전까지 실어나르며 수레마다 누런 깃발을 꽂고 크게 적어놓기를 '군전에서 공께서 드실 좋은 술'이라 한 다.

    위연이 명을 받아 영채 안까지 술을 실어날라 장비를 만나 주공께서 하사하신 술이라 말하니 장비가 절하며 수령하고, 위연과 뇌동 두 사람에게 분부해, 각각 한 갈래의 인마를 거느려 좌우 날개를 맡아서, 군중에서 붉은 깃발을 세우면 즉시 진병하라 한다. 또한 술을 장하 (군대 막사 내부)에 늘어놓고 병사들을 시켜 깃발과 북을 크게 펼쳐놓고 음주하게 한다. 세작(첩자)이 알리러 산 위로 올라가니 장합 스 스로 산 꼭대기로 가서 관망한다.

    보고 있자니 장비가 장하에 앉아 음주하고 소졸(졸병) 두 사람을 그 앞에서 씨름을 시켜 놀고 있다. 장합이 말한다.

    "장비가 나를 너무 심하게 업신여기구나!"

    전령해 오늘밤 하산해서 장비의 영채를 덮칠 것이라 한다. 몽두채와 턍석채 두 곳에도 명해 모두 나와 도우라 한다.

    그날 밤 장합이 달빛이 희미한 것을 틈타 군을 이끌고 산 측면에서 내려와 곧장 영채 앞에 다다른다. 멀리 내다보니 장비가 등촉(등불 과 촛불/ 등불)을 크게 밝혀 때마침 장막 안에서 음주하고 있다. 장합이 앞장서 크게 함성을 지르고 산 앞에서 뇌고(힘껏 북을 침)해 도 우며 곧장 중군 中軍으로 돌입한다.

    그러나 장비는 단정히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장합이 말을 몰아 장비 면전까지 이르러 한 창에 찔러 넘어뜨리지만 알고보니 한낱 지푸라 기 인형이다. 급히 말머리를 돌려 되돌아서는데 막사 뒤에서 연주포(연발포) 소리가 터져나온다. 한 장수가 앞장서 갈 길을 가로막는데 부릅뜬 고리 눈, 거대한 우레 같은 목소리, 바로 장비다! 장팔사모를 꼬나잡고 말을 내달려 곧장 장합을 취하려 한다.

    두 장수가 불빛 속에서 3 , 5십 합에 이르게 싸운다. 장합은 오로지 두 곳의 영채에서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리나 누가 알았으랴! 두 곳의 구원병은 이미 위연과 뇌동 두 장수가 격파해 승세를 타고 두 곳의 영채마저 빼앗고 말았다.

    장합은 구원병이 보이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산 위에서도 불길이 치솟으니 장비의 후군 後軍이 채책을 빼앗은 것이다. 장합이 세 곳의 영채를 모두 잃고 어쩔 수 없이. 와구관 瓦口關으로 달아난다. 장비가 크게 승첩을 거둬, 성도에 들어가 아뢰게 한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비로소 익덕의 음주가 계책으로써 단지 장합의 하산을 유도한 것임을 깨닫는다.

    한편, 장합은 물러나 와구관을 지키나 3만 군 가운데 이미 2만을 잃어버린지라 사람를 보내 조홍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조홍이 크게 노해 말한다.

    "네놈이 내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진병하더니 긴요한 애구(요새/ 관문)를 잃고 도리어 구원을 구하러 오다니!"

    결국 발병(출병/ 병력 동원)하지 않고 사람을 보내 장합의 출전을 다그친다.

    장합이 놀라 어쩔 수 없이 계책을 짜내 병사들을 두 개로 나눠 관구(관문) 앞의 외진 산 속에 매복시키고 분부한다.

    "내 거짓으로 패하면 장비가 반드시 뒤쫓을 것이다. 너희는 곧 귀로(퇴로)를 끊어라.'

    그날 장합이 군을 이끌고 전진해 마침 뇌동과 마주친다. 몇 합 못 싸워 장합이 패주하자 뇌동이 뒤쫓는다. 양쪽에서 병사가 일제히 나와서 회로(돌아갈 길)를 차단한다. 장합이 되돌아와 뇌동을 찔러 말 아래 굴린다.

    패군(패전한 군대)이 돌아가 장비에게 보고한다. 장비 스스로 장합을 찾아가 도전하니 장합이 또다시 거짓으로 패주하지만 장비는 뒤쫓지 않는다. 장합이 다시 돌아와 싸우고 몇 회 안 돼 다시 패주한다. 장비는 이것이 계책임을 알아차려 군대를 거둬 영채로 돌아가 위연과 더불어 상의한다.

    "장합이 매복계를 써서 뇌동을 죽이더니 나도 속여넘기려 하는데 어찌 장계취계(적의 계책을 역이용함)하지 않겠소?'

    위연이 묻는다.

    "어찌하시겠소?"

    "내가 내일 먼저 병력을 이끌고 앞서 갈테니, 그대는 정병을 이끌고 뒤따르시오. 복병이 나오기를 기다려 병력을 나눠 치시오. 수레 열 승 (수레를 세는 단위)에 각각 시초 柴草(땔감)을 쌓아 소로(좁은 길/ 통로)를 가로막고 수레들을 불살라 버리시오. 내가 그 틈에 장합을 잡 아 뇌동의 복수를 하겠소."

    위연이 계책을 받아들인다. 차일(다음날), 장합의 병력이 다시 와서 장비와 교봉(교전)한다. 싸움이 십여 합에 이르자 장합이 또 속여 달 아난다. 장비가 마보군(기병과 보병)을 이끌고 뒤쫓자 장합이 싸우다 달아나기를 되풀이한다. 장비를 유인해 산곡(산골짜기)을 지나자 장합이 후군 後軍을 앞세우고 다시 영채를 세워 장비와 다시 싸운다. 장합은 두 무리의 복병이 나와 장비를 잡아가두기를 지망(기대/ 소 망)한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복병들은, 위연이 병력을 이끌고 곡구(골짜기 입구)로 뒤쫓아 들어와 차량으로 산길을 차단하고 방화해 차량을 불사르 니 산곡의 초목이 모조리 불붙어 연기가 산길을 가리는 바람에, 출격하지 못한다.

    장비가 힘껏 군을 이끌고 충돌하니 장합이 크게 져서 죽기살기로 한 줄기 길을 뚫어 와구관으로 달아나 잔병(패잔병)을 거둬 굳게 지 키며 나오지 않는다. 장비와 위연이 날마다 관애(산의 길목/ 관문)를 공타하나 함락하지 못한다. 장비가 뜻대로 되지 않자 병사를 데리고 2십 리를 물러나더니 위연과 함께 수십 기(기마병)를 거느려 스스로 양쪽에서 소로(좁은 길)를 정찰한다.

    남녀 몇 사람이 제각기 등에 소포(꾸러미)를 지고 외딴 산길에서 반등부갈 攀藤附葛 ( 등나무와 칡을 붙잡고 길을 헤쳐나감/ 매우 험난함)하며 달아나고 있다. 장비가 말 위에서 채찍을 들어 가리키며 위연에게 말한다.

    "와구관 함락은 아무래도 저기 몇몇 백성의 몸에 달렸겠소."

    병사를 불러 분부한다.

    "놀라게 하지 말고 조심해서 저 백성들을 불러와라."

    병사가 황망히 백성들을 불러서 장비의 말 앞에 데려온다. 장비가 좋은 말로써 마음 놓게 하고, 어떻게 온 것인지 묻는다. 백성이 고한다.

    "저희들은 모두 한중의 거민(주민)이온데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오나 대군이 시살(전투)해 낭중(땅이름)의 관도(큰길/ 대로)가 폐쇄됐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창계를 통과해 재동산과 창신천을 따라 한중으로 들어가 집으로 돌아가려 하옵니다."

    장비가 말한다.

    "이 길을 따라 간다면 와구관까지 원근이 얼마나 되겠소?"

    "재동산의 좁은 길을 따라 가면 바로 와구관의 배후입니다."

    장비가 크게 기뻐하며 백성들을 데리고 영채 안으로 들어가 술과 밥을 주고서 위연에게 분부해, 병력을 이끌고 와구관을 공타하라 하고, 자 기 스스로 경기(가벼운 무장의 기병)를 거느려 재동산을 나와서 관문의 배후를 치겠다 한다.

    곧 백성에게 명해 길을 이끌게 하고 경기 5백을 뽑아 소로를 따라 나아간다.

    한편 장합은 구군(구원군)이 오지 않아 마음 속으로 번민하는데 보고가 올라온다.

    "위연이 관문 아래에서 공타합니다."

    장합이 갑옷을 걸쳐 말을 올라타 하산하려는데 보고가 들어온다.

    "관문 뒤 너댓 갈래에서 불길이 치솟는데 어디에서 병력이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장합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맞이하러 오니, 깃발들이 열리는 곳으로 바로 장비가 나온다. 장합이 크게 놀라 황급히 소로로 달아나지만 말이 가기 어려운 길이다. 후면에서 장비의 추격이 몹시 급박해 장합이 말을 버리고 산을 올라 길을 찾아 달아나 겨우 탈주한다. 고작 열 사람 남짓 수행해 걸어서 남정으로 들어가 조홍을 만난다.

    조홍이 보니 장합에게 단지 열명 남짓 남았을 뿐이라 크게 노해 말한다.

    "내가 너에게 가지 말라 했거늘 네가 문장(각서)를 써놓고 가려 한 것이다. 오늘 대병을 모조리 잃고도 스스로 죽지 않고 되돌아 오다니 뭐하는 짓이냐!"

    좌우 사람들에게 소리쳐 그를 끌어내어 참하라 한다.

    행군사마(참모) 곽회가 간언을 올린다.

    "삼군은 오히려 얻기 쉬우나 장수 하나는 구하기 어렵다 했습니다. 장합이 비록 유죄이나 위왕께서 깊이 아끼시는 사람이니 바로 주살할 수 없습니다. 다시금 5천 병력을 주어 곧장 가맹관을 치게 해서 그들 곳곳의 병력을 끌어들이면 한중은 저절로 안정됩니다. 만약 성공하 지 못하면 그때 두 가지 죄를 모두 벌하십시오."

    조홍이 그를 따라 다시 5천 병력을 장합에게 붙여주며 가맹관을 취하라 한다. 장합이 명령을 받들어 떠난다.

    한편, 가맹관을 수비하는 장수들인 맹달과 곽준은 장합의 병력이 오는 것을 알게 된다. 곽준은 다만 견고히 지키자 하지만 맹달은 반드 시 적병을 맞아 치려 해서, 군을 이끌고 관문을 내려가 장합과 교봉하지만 크게 패해서 돌아온다. 곽준이 서둘러 문서를 성도에 보내 알린다. 현덕이 전해듣고 군사 軍師를 불러 상의한다.

    공명이 장수들을 당상에 불러모아 묻는다.

    "이제 가맹관이 긴급하니 반드시 낭중에서 익덕을 불러들여야 비로소 장합을 물리칠 것이오. "

    법정이 말한다.

    "지금 익덕은 와구관에 둔병해 낭중을 진수 鎮守(군대를 주둔해 수비함)하고 있는데 역시 긴요한 곳이니 그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장중 의 여러 장수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보내 장합을 격파해야 합니다."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장합은 바로 위나라의 명장이니 등한(호락호락하거나 범상함)한 사람으로 맞설 게 아니오. 익덕이 아니면 아무도 당할 수가 없소."

    한 사람이 소리 높여 말하며 나온다.

    "군사께서 어찌 사람들을 경시하실 뿐이시오? 내 비록 재주 없으나 바라건대 장합의 수급을 참해 휘하에 바치겠소."

    사람들이 바라보니 바로 노장 황충이다. 공명이 말한다.

    "한승께서 비록 용맹하시나 아무래도 연로하시니 장합의 대수(맞수)가 못 될까 걱정이오. "

    황충이 듣더니 백발이 곤두서 말한다.

    "제 비록 늙었으나 두 팔로 아직 3석(활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의 활을 잡아당길 수 있고 혼신 渾身(전신/ 온몸)으로 천 근을 들 수 있 소. 어찌 장합 같은 필부를 대적하는 데에 부족하겠소?"

    "장군의 나이 칠십에 가깝거늘 어찌 늙지 않았다 하겠소?"

    황충이 추보 趨步(빠른 걸음)로 당을 내려와 가상 架上( 선반 위)의 큰 칼을 집어들고 가볍게 빙빙 돌린다. 벽 위의 경궁(강궁)도 잇달아 두 장(활을 세는 딘위)을 힘껏 잡아당겨 꺾어버린다. 공명이 말한다.

    "장군께서 가시겠다면 누구를 부장으로 삼으시겠소?"

    "노장 엄안이 저와 함께 갈 만하오. 만약 소우 疏虞(잘못)가 있다면 먼저 제 백두를 바치겠소!"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황충과 엄안에게 명해 가서 장합과 교전하라 한다.

    조운이 간언을 올린다.

    "지금 장합이 가맹관을 직접 침범했으니 군사께서는 어린애 장난을 그만 두시오. 만약 가맹관을 한번 잃으면 익주가 위태롭게 되오. 무 슨 까닭으로 두 늙은 장수로써 저 커다란 적과 맞서려 하시오?"

    공명이 말한다.

    "그대는 두 사람이 노매(늙고 쇠약함)해서 성사할 수 없다 여기지만 내가 헤아리기에 한중은 필시 이 두 사람의 손으로 얻을 것이오."

    조운 등이 제각기 비웃으며 물러난다.

    한편 황충과 엄안이 가맹관 위에 도착하는 것을 맹달과 곽준이 보더니 마음 속으로 역시 공명의 조도 調度 (인력 등의 배치/ 안배)가 모 자람을 비웃는다.

    "이렇게(這般) 긴요한 거처 去處에 어떻게 두 늙은이를 오게 하는가!"

    황충이 엄안에게 이른다.

    "여러 사람의 동정을 보시지 않았소? 그들은 우리 두 사람이 연로하다 비웃는데 이제 기공(뛰어난 공적)을 세워 뭇 사람의 마음을 탄복 시켜야겠소."

    "바라건대 장군의 영을 듣고 싶소"

    둘이 상의를 마쳐 황충이 군을 이끌고 관 아래 내려가 장합과 대진한다. 장합이 출마해 황충을 보더니 비웃는다.

    "네가 나이가 허대(매우 많음/ 허다)하거늘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출전한다 말이냐!"

    황충이 노해 말한다.

    "어린 놈(豎子)이 나를 연로하다 업신여기냐! 내 수중의 보도는 아직 늙지 않았다!"

    곧 말에 박차를 가해 장합과 결전한다. 두 말이 뒤섞여 스무 합 남짓 싸우는데 배후에서 함성이 일어난다.

    알고보니 엄안이 소로를 따라 장합 군의 배후를 습격한 것이다. 양쪽 병사들이 협공하니 장합이 대패한다. 밤새 추격하자 장합이 팔구십 리를 퇴각한다. 황충과 엄안이 병럭을 거둬 영채로 들어가 제각기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다.

    조흥은 장합이 한바탕 패한 것을 듣고 다시 죄를 물으려 한다. 곽회가 말한다.

    "장합은 핍박 받으면 필시 서촉으로 투항할 것입니다. 지금 장수를 파견해 그를 도우며 가까이에서 감독해 외심 外心 (다른 마음/ 배반할 마음)이 생기지 않게 하십시오."

    조홍이 그를 따라 즉시 하후돈의 조카 하후상과 아울러 항장(투항한 장수) 한현의 아우 한호를 보내 두 사람이 5천 병력을 이끌고 싸움을 도우러 간다. 두 장수는 즉시 길을 나서 장합의 영채 안에 도착해 군정(군사정세)을 묻는다.

    장합이 말한다.

    "노장 황충은 대단한 영웅이오. 게다가 엄안이 곁에서 도우니 함부로 대적할 수 없소."

    한호가 말한다.

    "내가 장사에 있었을 때 그 늙은 도적의 이해 利害 (장점과 약점)를 알았소. 그와 위연이 성지(도시/ 성읍)를 갖다바치고 내 친형을 해쳤 는데 이제 다시 조우하니 꼭 복수해야겠소."

    마침내 하후상괴 더불어 새 군을 이끌고 영채를 떠나 전진한다.

    알고보니 황충은 날마다 초탐해 이미 노경 路徑(경로/ 길)을 알아내었다. 엄안이 말한다.

    "여기서 가다보면 어느 산이 있으니 이름해 천탕산이오. 그 산중은 바로 조조가 둔량적초 屯糧積草(군량과 말먹이풀을 쌓아놓음)한 곳 이오. 만약 그 거처(곳)를 취득해 그들의 양초(군량과 말먹이풀)를 끊어버리면 한중을 얻을 수 있소."

    "장군의 말씀이 바로 내 뜻과 맞구려."

    엄안이 계책에 따라 스스로 1개 지대를 이끌고 떠난다.

    한편 황충은 하후상과 한호가 온 것을 전해듣고 곧 군을 이끌고 영채를 나선다. 한호가 진지 앞에서 황충을 "의리 없는 늙은 도적놈"이 라고 크게 욕하고 말에 박차를 가해 황충을 잡으러 온다.

    하후상도 곧 나와서 협공한다. 황충이 두 장수와 힘껏 싸워 각각 십여 합이 되자 황충이 패주한다. 두 장수가 2십여 리를 뒤쫓아 황충의 영채를 빼앗는다. 황충이 다시 영채 한 곳을 초창(처음부터 만듦)한다.

    다음날 하후상과 한호가 쫓아오자 황충이 다시 출진해 또 패주하니 두 장수가 다시 2십 리를 뒤쫓아 황충의 영채를 빼앗아 장합을 불러 뒷쪽 영채를 지키게 한다.

    장합이 앞쪽 영채로 와서 간언한다.

    "황충이 잇달아 이틀 물러나니 그 속에 필시 궤계 詭計(속임수)가 있소이다."

    하후상이 장합을 질타한다.

    "그대가 이토록 담겁(간담이 적고 겁이 많음)한 것을 보니, 누차에 걸쳐 패전한 까닭을 알겠소! 이제부터 다시는 여러 말 마시고 우리 두 사람이 공을 세우는 것을 보시구려!"

    장합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져 (羞赧) 물러난다. 다음날 두 장수가 다시 출전하자 황충이 또 2십여 리를 패퇴하니 두 장수가 굽이굽이 줄줄이 뒤쫓는다. 다음날 두 장수가 출병하자 황충이 보자마자 (望風) 도주해 연전연패해 곧장 가맹관 위로 물러난다. 두 장수가 관문을 두드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영채를 세우지만 황충은 굳게 지키며 나오지 않는다.

    맹달이 몰래 발서 發書 (서신 발송)해 현덕에게 신보(보고)한다.

    '황충이 수 차례 연패해 이제 관 위로 퇴각했습니다.'

    현덕이 황망히 공명에게 묻자 공명이 발한다.

    "이것은 바로 노장의 교병지계 驕兵之計(적병을 교만하게 만들 계책)입니다."

    조운 등이 불신한다. 현덕이 유봉을 가맹관으로 보내 황충과 접응하게 한다. 황충이 유봉을 만나 묻는다.

    "소장군 小將軍께서 와서 싸움을 도우시니 무슨 까닭이오?"

    "부친께서 장군이 연패하시는 것을 들으시고 저를 보내셨소."

    황충이 웃으며 말한다.

    "이것은 이 늙은이의 교병지계요. 보시면, 오늘밤 한차례 싸움으로 여러 영채를 모조리 되찾고 그들의 양식과 마필을 빼앗을 테니, 이것 이 바로 영채와 더불어 적들의 치중(군수물자)을 빌리는 방법일 따름이오. 오늘밤 곽준을 남겨 가맹관을 지키게 하고 맹 장군은 저와 더 불어 양초를 나르고 마필을 빼앗으면 되니 소장군은 제가 적병을 격파하는 것을 보시오."

    이날밤 2경에 황충이 5천 군을 이끌고 관문을 열어젖히고 곧장 내려간다. 알고보니 하후상과 한호 두 장수는 날마다 관 위에서 나오지 않자 모두 해이한 상태다. 황충이 영채를 돌파해 곧장 들어오자 사람들은 갑옷을 미처 못 챙기고 말들은 안장을 못 얹어 두 장수 제각기 목숨늘 구하고자 달아나고 병사와 말들은 서로 짓밟아 숨진 이가 무수하다.

    날이 밝기까지 세 곳의 영채를 빼앗는다. 영채 안에 버리고 간 군수물자와 안마(말안장과 말)가 무수하니 맹달에게 말해서 모조리 실어 날라 가맹관으로 들어가라 한다. 황충이 군마를 독려해 뒤쫓아 나아가게 한다. 유봉이 말한다.

    "병사들의 힘이 다해 피곤하니 잠시 쉬는 게 좋겠소."

    황충이 말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찌 호랑이 새끼를 얻겠소?"

    황충이 말에 채찍을 가해 앞장서자 사졸들 모두 힘껏 앞으로 떨쳐 나간다. 장합 군은 자기 편의 패병(패잔병)들이 충동하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뒤따라 도주해 모조리 허다한 채책(영채)을 버리고 곧장 한수 漢水(강이름)의 강둑까지 달아난다.

    장합이 하후상과 한호를 찾아가 의논한다.

    "이곳 천탕산은 양초를 쌓아둔 곳이오. 게다가 잇닿은 미창산 역시 군량을 저장한 곳이오. 이곳들은 한중에 주둔한 병사들의 생명을 보 양하는 원천이니 만약 소실되면 한중도 끝짱이오. 마땅히 까닭을 살펴 지켜야 하오."

    하후상이 말한다.

    "미창산은 내 숙부 하후연이 병령을 나눠 수호하는데 그곳은 바로 정군산과 잇닿았으니 우려할 필요 없소. 천탕산은 내 형 하후덕이 자 리잡고 지키니 우리는 마땅히 그곳으로 가서 그 산을 지켜야 하오."

    이에 장합이 두 장수와 더불어 그날밤 천탕산으로 가서 하후덕을 만나 지난 일을 두루 말한다. 하후덕이 말한다.

    "내가 이곳에 3만 군을 주둔해 두었으니 네가 이끌고 가서 원래 가졌던 영채를 회복해라."

    장합이 말한다.

    "오로지 견고히 지켜야지 경거망동해선 안 되오.'

    문듣 산 앞에서 징소리 크게 울리자 사람들이 보고한다.

    "황충의 병력이 당도했습니다."

    하후덕이 크게 웃으며 말한다.

    '늙은 도적놈이 병법을 잘 모르고 오로지 용맹만 믿을 따름이구만!"

    장합이 말한다.

    "황충은 꾀가 있으니 용맹만 있는 게 아니오.'

    하후덕이 말한다.

    "천병(서천의 병력)들이 멀리 와서 날마다 싸워 피곤할 것이오. 게다가 적경(적군의 땅)에 깊이 들어오니 이것은 무모한 것이오."

    "그래도 함부로 대적할 수 없으니 우선은 굳게 지켜야 할 것이오."

    한호가 말한다.

    "바라건대 제게 정병 3천 병력을 주셔 공격한다면 이기지 못할 리가 없소."

    마침내 병력을 나눠 한호에게 줘서 하산하게 한다. 황충이 병력을 정돈해 와서 맞이한다. 유봉이 간한다.

    "해가 벌써 서쪽에 지고 병사들 모두 노곤하니 우선 잠시 쉬는 게 좋겠소."

    황충이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 않소이다. 이것은 하늘이 기공(남다른 공적)을 내려주신 것이니 취하지 않음은 역천(하늘을 거스름)이오."

    말을 마쳐 북소리 드높여 크게 나아간다. 한호가 병력을 이끌고 와서 싸운다. 황충이 칼을 휘두르며 곧장 한호에게 덤벼 단지 1합에 한호 를 베어 말 아래 나뒹군다. 촉병들이 크게 함성을 지르며 산 위로 몰려가니 장합과 하후상이 급히 군을 이끌고 나와서 맞이한다.

    산 뒤에서 크게 함성이 울리며 불빛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위아래가 온통 시뻘겋다. 하후덕이 군을 이끌고 불을 끄다가 바 로 노장 엄안과 마주쳐 엄안이 손을 들어 칼을 내려치자 하후덕이 베여 말 아래 나뒹군다.

    알고보니 황충이 미리 먼저 엄안을 시켜 군을 이끌고 산 속 외진 곳에 매복해 오로지 황충의 병사들이 당도하기를 기다려 달려와 시초 (불쏘시개)를 쌓아 방화해 일제히 불 붙으니 맹렬한 불꽃이 날뛰어 산골짜기를 환히 밝힌 것이다.

    엄안이 하후덕을 베고나서 산 뒤를 따라 내달려 온다. 장합과 하후상은 앞뒤로 돌볼 수 없자 어쩔 수 없이 천탕산을 버려 정군산 쪽으로 하후연에게 달아난다. 황충과 엄안은 천탕산에 머물러 지키며 첩음 捷音 (승전 소식)을 성도에 재빨리 보고한다.

    ,進可討賊,退可自守。此天與之時,不可失也。」

    현덕이 듣고 장수들을 불러 축하한다. 법정이 말한다.

    "지난날 조조가 장로를 항복시켜 한중을 평정하고서도 그 기세를 타고 파촉을 도모하지 않고 하후연과 장합, 두 장수를 남겨 자신은 군을 이끌고 북쪽으로 돌아간 것은 실패한 계책입니다. 지금 장합이 방금 패전해 천탕산을 지키지 못했으니 주공께서 이 틈을 타서 대 병을 일으켜 친히 가셔서 정벌하시면 한중을 평정하실 수 있습니다. 한중을 평정한 뒤 병사들을 조련하고 군량을 쌓아두고 그들의 틈을 노려 진격하면 도적을 토벌할 것이요 물러나면 스스로를 지킬 것입니다. 이것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이니 놓쳐선 안 됩니다. "

    현덕과 공명 모두 그 말을 깊이 그렇다 여겨 마침내 조운과 장비 두 장수에게 명령을 전달해 선봉을 맡게 한다. 현덕은 공명과 더불어 스 스로 십만 병력을 이끌고 날을 잡아 한중을 도모한다. 격문을 곳곳에 돌려 엄격히 준비를 더한다. 이때가 건안 23년 가을 7월 길일 吉日 ( 음력 초하루)이다.

    현덕의 대군이 가맹관을 나와서 영채를 세워 황충과 엄안을 영채로 불러들여 두텁게 상을 내린다. 현덕이 말한다.

    "사람들 모두 장군이 늙었다 말했거늘 오로지 군사께서 장군의 능력을 알아차렸는데, 이제 과연 기공을 세우셨구려. 다만 지금 정군산은 바로 남정의 보장 保障이요 양초 (군량과 말먹이)를 적취한 곳이오. 만약 정군산과 양평 일대를 얻는다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소. 장 군께서 되돌아가 감히 바라건대 정군산을 취하시지 않겠소?"

    황충이 개연히 응낙해 곧 병력을 이끌고 떠나려 하는데 공명이 급히 제지한다.

    "노장군께서 비록 영용하시나 하후연은 장합과 비교할 사람이 아니오. 그는 도략(병법)에 깊이 통달하고 병기 兵機 (군사적 기회)를 잘 포착하오. 조조가 그를 믿고 서량을 지키는 울타리로 삼았었소. 일찍이 장안에 둔병해 마맹기(마초)를 막더니 이제 다시 한중에 둔병했 소. 조조가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오로지 그에게 맡긴 것은 하후연에게 장재(장수의 재능)가 있어서요. 이제 장군께서 비록 장합을 이겼 으나 하후연을 이길지는 알 수가 없소. 내가 작량 酌量 (사물의 경중을 살펴 판단함)해 한 사람을 뽑아 형주로 보내고자 하니 관 장군을 대신 불러와야 비로소 그를 대적할 수 있겠소."

    황충이 분연히 말한다.

    "그 옛날 염파 廉頗는 그의 나이 팔십에도 여전히 한 말의 쌀, 열 근의 고기를 먹어치우며 제후들이 그 용맹을 두려워해 감히 조나라를 침범하지 못했거늘 하물며 황충은 아직 칠십이 못 되지 않았소? 군사께서 나를 늙었다 하시니 내 이제 더욱이 부장도 안 데리고 단지 본 부병(자신의 직속 병력) 3천 인을 거느려 당장 하후돈의 수급을 참해 휘하에 바치겠소!"

    공명이 거듭 받아들이지 않으나 황충은 가려고만 한다. 공명이 말한다.

    "만약 (即) 장군께서 가시겠다면 내가 한 사람을 감군(군사감독관)으로 삼아 함께 보내고 싶은데 어떻소?"

    장수에게 청하려면 먼저 자극해야 하는 법!
    소년이 노년인 老年人만 못하구나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