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82회 손권이 위나라에 투항하여 구석을 받고 선주가 오나라를 정벌하여 6군을 포상한다

    한편, 장무 원년 가을 8월, 선주가 대군을 일으켜 기관夔關에 이르고 어가(임금의 수레)가 백제성에 이르러 주둔한다. 선두 대열의 군마들은 이미 천구川口에 다다르는데 측근 신하가 아뢴다.

    “동오의 사자 제갈근이 왔습니다.”

    선주가 교지를 전하여, 그를 들여보내지 못하게 하자 황권이 주청한다.

    “그 아우가 촉에서 승상으로 있고 반드시 사유가 있어 올 터인데 폐하께서 굳이 거절하십니까? 마땅히 불러들여 그 언어를 들어보십시 오. 따를 만하면 따르고, 불가하면 그 입을 빌려 손권에게 죄를 물으심이 명분 있습니다.”

    선주가 이를 따라 제갈근을 성으로 불러들인다. 제갈근이 엎드려 절하니 선주가 묻는다.

    “자유(제갈의 자)가 멀리서 왔는데 무슨 사고事故(여기서는 원인/ 사연의 뜻)요?”

    “신의 아우가 오래 폐하를 섬긴지라 신이 부월斧銊(크고 작은 도끼)을 피하지 않고 일부러 형주의 일을 아뢰러 왔습니다. 지난날 관공이 형주에 있을 때 오후(손권)께서 수차례 양가의 결혼을 청했으나 관공이 윤허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 관공이 양양을 뻬앗아 조조가 누차 에 걸쳐 오후께 글을 보내 형주를 습격하라 했습니다. 오후는 본래 기꺼이 허락하지 않았으나 여몽이 관공과 화목하지 못한 까닭에 제멋 대로 직접 출병해 대사를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이제 오후께서 후회막급하시니 이것은 여몽의 죄이지 오후의 허물이 아닙니다. 이제 여 몽이 죽고 없어 원수는 이미 없어졌습니다. 손부인孫夫人도 그 동안 돌아올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제 오후께서 신을 사자로 삼아 바라건대 부인을 돌려보내고 항장(범강과 장달 등 항복한 장수)을 결박해 보내고 아울러 형주를 예전처럼 교환해 영구히 맹호를 맺어 함 께 조비를 멸망 시켜 이로써 찬역의 죄를 바로잡으려 하십니다.”

    선주가 노해서 말한다.

    “너희 동오는 짐의 아우를 해치고 오늘 감히 교묘한 말로써 설득하러 오냐!”

    “신이 청하건대 사안의 대소경중을 폐하께 논하겠습니다. 폐하는 한조漢朝의 황숙이시고 오늘날 한제(헌제)께서 조비에게 찬탈 당했거 늘 이것을 소제剿除(섬멸)할 생각은 않으시고 도리어 이성지친異姓之親(성씨가 다른 친척 곧 의형제)을 위해 만승지존萬乘之尊(천자의 신분)을 굽히니 이것은 대의를 버리고 소의를 따름입니다. 중원은 곧 해내海內(천하)의 땅이요 두 곳 모두 대한大漢을 창업한 곳인데 폐 하께서 취하지 않고 오로지 형주를 다투면 이는 무거움을 버리고 가벼움을 취하는 것입니다. 천하 사람 모두 폐하께서 즉위해 반드시 한 실을 중흥해 산하를 회복하실줄 알았으나 이제 폐하께서 위나라는 가만둔 채 그 죄를 묻지 않고 도리어 오나라를 치려하시니 폐하께서 취하실 바가 아니지 싶습니다.”

    선주가 크게 노해 말한다.

    “내 아우를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짐에게 철병을 바라겠지만 이 몸이 죽어서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승상의 면목만 아니면 벌써 네 목을 쳤을 것이다! 오늘 일단 너를 살려보내니 손권에게 목을 씻고 처형 받으러 오라 전하라!”

    제갈근은 선주가 듣지 않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강남으로 돌아간다.

    한편, 장소張昭가 손권을 만나 말한다.

    “제갈자유는 촉병의 세력이 대단하자 사자로 가겠다는 핑계로 동오를 배반해 촉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이렇게 갔으니 틀림없이 돌아오 지 않을 것입니다.”

    “고와 자유는 생사와 바꾸지 않을 맹서를 했소. 고가 자유를 저버리지 않듯이 자유도 고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지난날 자유가 시상에 있을 때 공명이 동오로 오자 고가 자유를 시켜 그를 붙잡게 했었소. 자유가 말하기를, ‘아우는 이미 현덕을 섬겨 그 의리에 두 마음이 없 습니다. 아우가 여기 머물 수 없음은 제가 떠날 수 없음과 같습니다.’ 라고 말했소. 그 말이 족히 신명神明(정신)을 꿰뚫 만했소. 오늘 어 찌 기꺼이 촉에 넘어가겠소? 고와 자유는 가히 신교神交(의기투합한 절친)라 할 수 있으니 외부의 말로써 이간질할 수 있는 게 아니오.”

    이렇게 말하는데 제갈근이 왔다 알리니 손권이 말한다.

    “고의 말이 어떻소?”

    장소가 얼굴 가득 처참해져 물러난다. 제갈근이 손권을 만나 선주에겐 통화通和(서로 왕래하며 우호를 가짐)할 뜻이 없다고 말한다. 손 권이 크게 놀라 말한다.

    “이렇다면 강남이 위급하오!”

    섬돌 아래 한 사람이 나와서 말한다.

    “제게 한 가지 계책이 있사오니 이 위기를 풀 수 있사옵니다.”

    누구인지 바라보니 바로 중대부中大夫 조자趙咨다. 손권이 말한다.

    “덕도德度(조자의 자)에게 무슨 좋은 계책이 있소?”

    “주공께서 표를 하나 쓰시면 바라건대 제가 사자로서 위나라 황제 조비를 만나러 가서 이해관계를 모두 말하겠습니다. 그로 하여금 한중을 습격하게 한다면 촉병은 저절로 위태로워집니다.”

    “이 계책이 최선이오. 다만 경이 이렇게 가더라도 동오의 기백을 잃지 마오.”

    “사소한 실수라도 범하면 즉시 강에 투신해 죽겠습니다. 무슨 면목으로 강남 인물들을 보겠습니까?”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표를 적어 스스로 신하라 칭하고 조자를 사신으로 보낸다. 한밤에 허도에 다다라 먼저 태위 가후 등 대소관 료를 만난다. 다음날 이른 아침 가후가 출반出班(궁정에 출근)해 주청한다.

    “동오에서 중대부 조자를 보내 표를 올린다 하옵니다.”

    조비가 웃으며 말한다.

    “이것은 촉병을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오.”

    즉시 불러들이니 조자가 단지丹墀(황궁으로 이어지는 붉은 계단)에 엎드려 절한다. 조비가 표를 읽고나서 조자에게 묻는다.

    “오후는 어떤 주공이오?”

    “총명하고 인자하고 지혜롭고 웅대하고 책략이 있는 주공입니다.”

    조비가 웃으며 말한다.

    “경의 칭찬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제가 과하게 칭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후가 범품凡品(세상의 평범한 사람) 가운데 노숙을 받아들이니 총명합니다. 우금을 잡고도 해 치지 않으니 인자합니다. 형주의 병사들을 취하며 칼날에 피를 묻히지 않으니 지혜롭습니다. 삼강을 점거해 천하를 호시하니 웅대합니 다. 폐하께 몸을 굽히니 책략이 있습니다. 이로써 따져보면 어찌 총명하고 인자하며 지혜롭고 웅대하며 책략 있는 주공이라 하지 않겠습 니까?”

    조비가 다시 묻는다.

    “오주는 제법 학문을 아오?”

    “오주는 강물 위에 만척의 배를 띄우고 대갑(갑옷을 갖춘 병사)이 백만입니다. 유능하고 덕망 있는 사람을 뽑아쓰고 잠시라도 여가가 있 으면 서전書傳(전적/ 저작)을 널리 읽고 사적史籍(역사책)을 두루 보며 그 대지大旨(대략의 뜻)를 알아내니 서생들이 글귀를 찾아 베끼 는 데 그치는 것은 따라하지 않습니다.”

    “짐이 동오를 정벌하려는데 괜찮겠소?”

    “큰 나라에 정벌할 병력이 있다면 작은 나라엔 방어할 계책이 있습니다.”

    “동오가 위나라를 두려워하오?”

    “대갑이 백만이고 장강과 한수를 해자로 삼는데 무슨 두려움이 있겠습니까?”

    “동오에 대부大夫와 같은 이가 몇이나 되오?”

    “총명하고 특달特達한 이가 8, 9십이요 저 같은 무리야 수레에 싣고, 되나 말로써 헤아려 그 수를 셀 수 없습니다.”

    조비가 찬탄한다.

    “옛말에, 사방 어디라도 사자로 가더라도 군주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경이 바로 그런 사람이구려!”

    이에 즉시 조서를 내려 태상경太常卿 형정邢貞을 시켜 조서를 가지고 가서 손권을 오왕吳王으로 책봉하고 구석九錫(황제가 제후나 대신 에게 내리는 아홉가지 기물로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것)을 더해주라 한다. 조자가 은혜에 사례하고 성을 나간다. 대부 유엽이 간언한다.

    “이제 손권은 촉병의 세력이 두려워 투항을 청해온 것입니다. 신의 못난 생각에, 촉과 오가 교병(교전)함은 곧 하늘이 오를 망하게 함입 니다. 이제 상장上將을 보내 수만 병력을 거느려 강 건너 습격하면, 촉은 바깥을 치고 위는 안을 치니 오가 망하는데 열흘이 안 걸립니다. 오가 망하면 촉도 고립됩니다. 폐하께서 어찌 조속히 도모하지 않으십니까?”

    “손권이 이미 예를 갖춰 짐에게 복종하니 짐이 그를 친다면 천하의 항복하려는 이들의 마음을 막는 것이오. 그를 받아들임이 낫소.”

    “손권이 비록 웅재雄才를 가졌으나 멸망한 한나라의 표기장군 남창후의 직위를 가졌을 뿐입니다. 관직은 보잘것없고 세력은 미미하니 아직 중원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게 왕위를 더하면 곧 폐하의 한 계단 밑일 뿐입니다. 이제 폐하께서 거짓 투항을 믿어 그 위호位號(작위와 명호)를 높이고 책봉해 그 세력을 불리니 호랑이에게 날개를 더해주는 격입니다.”

    “그렇지 않소. 짐은 오도 돕지 않고 촉도 돕지 않소. 오, 촉의 교병을 기다려, 한 나라를 멸하면 한 나라만 남게 되니 그 때 없애는 게 어찌 어렵겠소? 짐의 뜻이 정해졌으니 경은 여러 말 마오.”

    마침내 태상경 형정에게 명해 조자와 함께 책봉과 구석의 조서를 받들어 곧 동오로 가게 한다.

    한편, 손권은 백관을 불러모아 촉병을 막을 계책을 상의하는데 위제魏帝가 주공을 왕으로 책봉하니 예를 차려 멀리 영접하러 나오라는 보고를 접한다. 고옹이 간언한다.

    “주공께서 자칭 상장군 구주백九州伯(아홉고을의 우두머리)의 지위이신데 위제의 봉작을 받는 것은 부당합니다.”

    “지난날 패공(한고조)이 항우의 봉작을 받은 것도 당시 형세를 따라서요. 무슨 까닭으로 내치겠소?”

    곧 백관을 인솔해 성을 나가 영접한다. 형정이 스스로 상국上國의 천사(천자의 사자)라 으스대어 성문으로 들어오며 수레에서 내리지 않 자 장소가 크게 노해 소리높여 말한다.

    “예의란 존경하지 않음이 없고 법도란 엄숙하지 않음이 없거늘 그대는 감히 스스로 존대尊大할 줄은 알면서 어찌 이곳 강남에 방촌方寸( 가로세로 한치의 작은 것)의 칼날도 없다 여기시오?”

    형정이 황망히 수레에서 내려 손권을 만나 나란히 수레를 타고 입성한다. 그런데 수레 뒤 한 사람이 목놓아 울며 말한다.

    “저희가 몸을 내던지고 목숨을 버려 주공을 위해 위와 촉을 병탄하지 못한 까닭에 주공으로 하여금 남의 봉작을 받게 만드니 또한 욕되 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이 쳐다보니 바로 서성이다. 형정이 이를 듣더니 찬탄한다.

    “강동의 장상들이 이와 같으니 결국 남의 밑에 오래 있지는 않겠구나!”

    한편, 손권이 봉작을 받자 문무관료들이 삼가 경하를 드린 뒤 아름다운 옥과 빛나는 구슬 등 보물을 수습해 사람을 시켜 위나라로 가져 가 은혜에 사례한다. 어느새 세작(간첩)이 보고를 올린다.

    “촉주(촉의 군주)가 본국의 대병과 아울러 만왕(오랑캐 왕) 사마가沙摩柯의 번병 수만을 이끌고, 또한 동계洞溪의 한나라 장수 두로杜路 와 유녕劉寧의 두 갈래 병력이 수륙 양면으로 나란히 진격해 그 성세聲勢가 하늘을 뒤흔듭니다. 수군은 이미 무구巫口를 나오고 육군은 이미 자귀秭歸에 다다랐습니다.”

    이때 손권은 비록 왕위에 등극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위나라 군주가 기꺼이 접응하지 않아, 이에 문무관료들에게 묻는다.

    “촉병들의 성세가 대단한데 어떻게 대처해야겠소?”

    모두 침묵하니 손권이 탄식한다.

    “주랑(주유)의 사후에 노숙이 있었고 노숙의 사후에 여몽이 있었소. 이제 여몽이 이미 죽고 없는데 아무도 고의 근심을 풀어주지 못하는 구려!”

    그 말이 미처 못 끝나 홀연히 반열에서 어린 장수 하나 분연히 나와 엎드려 아뢴다.

    “신 비록 어리나 병서를 자못 익혔습니다. 바라건대 수만 병력을 주시면 촉병을 격파하겠나이다.”

    손권이 바라보니 손환이다. 손환의 자는 숙무이며 그 부친은 손하인데, 본래 성이 유俞씨인 것을 손책이 그를 아껴 손씨 성을 내려주었 다. 이 때문에 오왕의 종족으로 들어간다. 손하가 네 아들을 낳는데 손환이 그 중 맏이로 궁마弓馬에 숙한熟嫻(숙련)해 늘 오왕의 정벌에 따라다니며 거듭 기공奇功(비범한 공로)을 세워 벼슬이 무위도위武衛都尉에 이르렀다. 이때 나이 25세다.

    손권이 말한다.

    “네 무슨 계책으로 이기겠냐?”

    “제게 대장 두 사람 있으니 한 사람은 이이李異요 또 한 사람은 사정謝旌이온데 모두 만부부당지용萬夫不當之勇(1만명도 당할 수 없는 용맹)을 가졌습니다. 수만 명만 내려주시면 유비를 잡으러 가겠습니다.”

    “조카가 비록 영용英勇하나 아무래도 나이 어리니 반드시 한 사람이 도와야 되겠다.”

    호위장군虎威將軍 주연이 나오며 말한다.

    “신이 바라건대 소장군과 더불어 유비를 잡으러 가겠습니다.”

    손권이 허락해 곧 수군과 육군 5만을 뽑아 손환을 우도위로 주연을 좌도위로 봉해 즉일即日(당일/ 그날) 기병한다. 초마哨馬(정찰병) 가 촉병이 이미 의도宜都에 이르러 영채를 세운 것을 탐지하니 손환이 2만5천 군마를 이끌고 의도 입구에 주둔해 앞뒤 세 곳 영채로 나 눠 촉병을 막고자 한다.

    한편, 촉의 장수 오반이 선봉인先鋒印을 받들어 서천을 나온 이래 이르는 곳마다 바람 앞 풀처럼 항복한다. 무기에 피를 묻히지 않고 곧 장 의도에 이르러 손환이 그 곳에 영채를 세운 것을 탐지해 서둘러 선주에게 알린다. 이때 선주는 이미 자귀에 이르러 보고를 접하고 노 해 말한다,

    “그깟 어린 놈이 어찌 감히 짐에게 저항하냐!”

    관흥이 주청한다.

    “기왕 손권이 이런 놈을 장수로 보내니 번거롭게 폐하께서 대장을 보내실 것 없이 바라건대 신이 잡으러 가겠습니다.”

    “짐도 네 장한 기운을 보려던 참이다.”

    즉시 관흥에게 앞서라 명한다. 관흥이 인사를 올리고 떠나려는데 장포가 나오며 말한다.

    “이왕 관흥이 도적을 치러 간다면 바라건대 신도 동행하겠습니다.”

    선주가 말한다.

    “두 조카가 함께 가겠다니 절묘하구나. 다만 반드시 조심하고 서두르지 마라."

    두 사람이 선주에게 작별 인사를 올리고 함께 선봉에 서서 진격해 진세를 펼친다. 손환은 촉병이 몰려오자 여러 영채에서 크게 군대를 일으킨다. 양쪽이 전투 대형을 갖추자 손환이 이이와 사정을 거느리고 문기 아래 말을 세우고 촉의 진영을 바라보니 대장 두 사람의 깃 발이 잇달아 나오는데 앞에서 장포가 장팔점강모를 꼬나쥐고 뒤에서 관흥이 큰 칼을 비껴들고 있다. 장포가 크게 욕한다.

    "손환 더벅머리 어린 놈아! 네 죽음이 닥쳤거늘 아직도 감히 천병(천자의 군대)에게 항거하냐?"

    손환도 욕한다.

    "네 아비가 이미 머리 없는 귀신이 됐거늘 이제 너도 제 발로 죽으러 오다니 참으로 어리석구나!"

    장포가 크게 노해 창을 꼬나쥐고 곧장 손환에게 달려든다. 손환 뒤 사정이 말을 몰아와 맞선다. 두 장수가 3십여 합을 싸워 사정이 패주 하니 장포가 승세를 타고 추격한다. 사정이 패주하자 이이가 황망히 말을 몰아 잠금부蘸金斧(도끼머리를 도금한 도끼)를 휘두르며 붙어 싸운다. 장포가 2십여 합을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장포가 영용해 이이가 이길 수 없자 동오 군중에서 비장(하급장교) 담웅이 냉전( 몰래 쏘는 화살)을 날려 장포가 탄 말을 명중한다.

    그 말이 부상을 입고 본진으로 되돌아 달리다 문기 가까이 이르러 땅을 들이받으며 거꾸러지자 장포가 땅 위에 튕겨 오른다. 이이가 서 둘러 큰 도끼를 휘두르며 장포의 머리를 베러 온다. 그런데 한줄기 붉은 빛이 번쩍이며 이이의 머리가 땅에 굴러 떨어진다. 알고보니 관흥이 장포의 말이 돌아오자 접응을 기다리다 갑자기 장포의 말이 넘어지고 이이가 뒤쫓아오는 것을 본 것이다. 관흥이 대갈일성과 함께 이이를 쪼개어 말 아래 떨궈 장포를 구하고 그 기세로 엄습하니 손환이 대패한다. 각자 징을 쳐 군대를 거둔다.

    다음날 손환이 다시 군을 이끌고 오니 장포와 관흥이 일제히 출마한다. 관흥이 진 앞에 말을 세워 오로지 손환에게 싸움을 건다. 손환 이 크게 노해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관흥과 3십여 합을 싸워 기력이 따르지 못해 크게 패해 본진으로 달아난다. 두 소장小將(어린 장 수)이 추격해 적진으로 쇄도하는데 오반이 장남과 풍습을 이끌고 병력을 보내 엄살한다. 장포가 용맹을 떨치며 앞장서 오군 속으로 뛰어 들어 사정과 마주쳐 한번에 찔러죽인다.

    오군이 사방으로 달아나 촉군 장수들이 승리를 거둬 병력을 불러들이는데 관흥이 보이지 않는다. 장포가 크게 놀라 맣한다.

    “안국安國(관흥)을 잃는다면 나 홀로 살 수 없다!”

    창을 집어들고 말에 오른다. 몇 리 못 찾아 관흥이 왼손에 칼을 들고 오른 손으로 어느 장수를 사로잡아 온다. 장포가 묻는다.

    “이 사람은 누구냐?”

    관흥이 웃으며 답한다.

    “제가 난군 가운데 있다가 마침 원수를 만나 사로잡아 오는 길이오.”

    장포가 보니 바로 어제 냉전을 쏜 담웅이다. 장포가 크게 기뻐하며 함께 본영으로 돌아가 목을 베고 피를 흘려, 죽은 말을 제사 지낸다. 표를 써서 선주의 거처로 보내 승첩을 알린다.

    손환이 이이, 사정, 담웅 등 허다한 장사를 잃고 힘은 다하고 세력은 고립돼 적병을 막을 수 없자 이윽고 사람을 동오로 보내 구원을 청한 다. 촉의 장수 장남과 풍습이 오반에게 말한다.

    “현재 오병의 세력이 무너졌으니 그 틈에 영채를 쳐야 합니다.”

    “손환이 비록 허다한 장사를 잃었으나 아직도 주연의 수군이 강물 위에 포진한 채 손상을 받지 않았소. 오늘 영채를 치러 갔다가 도리어 적 수군이 상륙해 아군의 귀로를 끊으면 어찌하겠소?”

    장남이 말한다.

    “이런 일은 아주 쉽습니다. 관, 장 두 장군에게 일러 각각 오천 군을 이끌고 산골짜기에 매복해, 주연이 구원하러 오기를 기다려 좌우 양군이 일제히 협공하면 반드시 승리를 거둡니다.”

    “먼저 소졸(졸병)을 보내 거짓으로 항복해 오히려 주연에게 영채 습격을 알려야겠소. 불이 치솟으면 반드시 구하러 올 것이니 이때 복병 으로 치면 대사가 이루어질 것이오.”

    풍습 등이 크게 기뻐하며 계책에 따라 떠난다.

    한편, 주연은 손환이 병력과 장수를 잃은 것을 전해듣고 구원하려는데 길가에 숨어 있던 소졸 몇 사람이 배에 올라 투항한다. 주연이 묻 자 소졸들이 말한다.

    “저희는 풍습의 부하 사졸이온데 상벌이 불명치 않아 일부러 투항하러 왔는데 기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알릴 일이 무엇인가?”

    “오늘밤 풍습이 빈 틈을 노려 손 장군 영채를 습격하려는데 불을 올려 신호하기로 정했습니다.”

    주연이 듣자마자 사람을 보내 손환에게 알리라 하는데 그 사람이 가다가 관흥에게 피살된다. 주연이 병력을 이끌고 손환을 구원하려 고 상의하자 부하장수 최우崔禹가 말한다.

    “소졸 말을 아직은 깊이 믿을 수 없습니다. 잘못하면 수륙 양군 모두 끝장입니다. 장군께서 수채(수군 영채)를 그대로 지키시고 바라건대 제가 대신해 가겠습니다.”

    주연이 이를 따라 최우로 하여금 1만 군을 이끌고 전진하게 한다. 이날 밤 풍습, 장남, 오반이 세 갈래로 병력을 나눠 손환 영채 안으로 들이닥쳐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오병이 크게 혼란해 길을 찾아 달아난다.

    한편, 최우가 가고 있는데 불길이 치솟으니 서둘러 병사들을 다그쳐 나아간다. 산을 돌아나오는데 산골짜기에서 북소리 크게 울리고 왼 쪽에서 관흥, 오른쪽에서 장포가 양쪽에서 협공한다. 최우가 크게 놀라 달아나려다 장포를 만나 겨우 1합만에 장포에게 사로잡힌다. 주 연이 위급을 전해듣고 장강 하류쪽으로 5십리 물러난다.

    손환이 패잔병을 이끌고 도주하며 부장에게 묻는다.

    “가는 길에 어디가 성벽이 튼튼하고 양식이 많소?”

    “이리 가다보면 정북쪽에 이릉성彝陵城에 있는데 둔병할 만합니다.”

    손환이 패잔병을 이끌고 서둘러 이릉으로 달아난다. 이릉성을 얻자 오반 등이 따라붙어 곧 사면을 포위해버린다. 관흥과 장포 등이 최우 를 압송해 자귀로 돌아온다. 선주가 크게 기뻐하며 곧 최우를 참하고 3군(전군)을 크게 포상한다. 이로부터 위풍이 진동해 강남의 장수 들이 간담이 서늘하지 않은 이 없다.

    한편, 손환은 사람을 오왕에게 보내 구원을 청한다. 오왕이 크게 놀라 즉시 문무관료를 불러 상의하며 말한다.

    “이제 손환이 이릉에서 포위되고 주연은 장강에서 대패해 촉의 병세가 대단한데 어찌해야겠소?”

    장소가 주청한다.

    “지금 비록 장수들이 많이 물고物故(죽임)를 당했으나 아직도 열 명 남짓 남았는데 어찌 유비를 걱정하겠습니까? 가히 한당을 정장正將 으로, 주태를 부장으로, 반장을 선봉으로, 능통을 합후合後(선봉의 반대)로 삼고, 감녕으로 하여금 구응救應하게 하며, 십만 병력을 일으 켜 막아야 하옵니다.”

    손권이 그 주청을 따라 즉시 장수들에게 속행을 명한다. 이때 감녕이 때마침 이질에 걸려 병에 걸린 채 싸움터로 간다.

    한편, 선주는 무협과 건평(두 곳 모두 현재 중경(충칭) 시 동부의 무산 현에 위치)로부터 출병해 곧장 이릉의 경계에 닿으니 7십여 리에 걸쳐 4십여 곳의 영채가 이어진다. 선주는 관흥과 장포가 거듭 큰 공을 세운 것을 보고 찬탄한다.

    “지난날 짐을 따르던 장수들 모두 노매老邁(노약/ 연로)해 쓸모 없게 됐소. 그런데 다시 두 조카가 이토록 영웅이니 짐이 어찌 손권을 걱 정하겠소!”

    이렇게 말하는데 한당과 주태가 병력을 이끌고 도래하는 것을 보고한다. 선주가 장수를 보내 적병을 영격하려는데 측근 신하가 아뢴다.

    “노장 황충이 5, 6십 인을 거느리고 동오로 투항하러 갔사옵니다.”

    선주가 웃으며 말한다.

    “황한승은 반역할 사람이 아니오. 짐이 늙은이들은 쓸모없다고 실언하자 그가 틀림없이 늙은 것을 인정치 못하고 힘을 떨쳐 맞서러 간 것이오.”

    즉시 관흥, 장포를 불러 말한다.

    “황한승이 이렇게 가서는 반드시 그를 잃을 것이니, 조카들은 수고롭겠지만 도우러 가라. 약간이라도 공을 세웠으면 어서 돌아오라 해야 지 절대 그를 잃어선 안 된다.”

    두 소장이 선주에게 인사하고 부하 병사를 이끌고 황충을 도우러 간다.

    늙은 신하는 늘 임금의 뜻을 따를 것을 맹서하고
    젊은 신하는 능히 나라의 은혜를 갚을 공을 세우네

    황충이 이렇게 가서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