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91회 한나라 승상이 노수에서 제사를 올리고 철군하고 , 무후가 중원을 정벌하고자 천자에게 출사표를 올린다

    한편, 공명이 군대를 거느리고 귀국하려는데, 맹획이 크고 작은 동의 우두머리들, 추장들, 여러 부락(야만족)을 인솔하여, 주욱 늘어서서 절을 올리며 환송한다. 선두 부대가 노수에 이르는데, 이 때가 9월 가을이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 병사들 이 강물을 건너지 못해, 공명에게 돌아가 알린다. 공명이 곧 맹획을 불러 묻자, 맹획이 말한다.

    “이 강물에는 원래부터 사나운 귀신이 있어, 오고가는 이들은 반드시 제사를 지내줘야 합니다.”

    “무엇을 제물로 바치오?”

    “옛날에는 나랏사람들이 이곳의 사나운 귀신에게 화를 입을 때마다, 칠칠(7곱하기7) 즉 마흔아홉 개의 사람 머리와 검은 소와 흰 양을 제 물로 바치면, 자연히 바람과 물결이 잠잠해지고, 아울러 해마다 풍년이 듭니다. “

    “내 이미 평정을 마쳤는데, 어찌 함부로 한 사람이라도 죽이겠소?”

    곧 몸소 노수 물가로 가서 관찰한다. 과연 으스스한 바람이 거세게 불고, 파도가 세차게 솟구쳐, 사람과 말이 모두 놀란다.

    공명이 몹시 괴이하게 여겨, 즉시 토인(원주민)을 찾아 물어보니, 토인이 고한다.

    “승상께서 지나가신 뒤 밤마다 물가에서 귀신들이 소리내어 우는 것만 들렸습니다. 황혼부터 새벽까지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독 한 안개 속에 음귀陰鬼(귀신)들이 무수한데, 이들이 재앙을 일으키니, 아무도 감히 강물을 건너지 못합니다.”

    “이것은 바로 나의 죄건罪愆(잘못/ 과실) 때문이오. 지난번에 마대가 촉병을 천여 명 거느리고 갔으나 모두 물에 빠져 죽었소. 아울러 남 인(남쪽 사람 즉 남만인)들을 죽여 모두 이곳에 내버렸소. 미친 혼백과 원통한 귀신들의 원한을 모두 풀어주지 못해 이렇게 된 것이오. 내 오늘밤 친히 제사를 지내러 오겠소.”

    “예전처럼, 마흔아홉 사람을 죽여 그 머리를 제물로 바치면, 원귀들이 저절로 흩어질 것입니다.”

    “본래 사람이 죽어서 원귀가 된 것인데 어찌 또 산 사람을 죽이겠소?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소.”

    곧 행주行廚(주방장/ 요리사)를 불러 소와 말을 도살하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사람 머리처럼 빚어, 그 속을 소와 양의 살코기로 대신 채 우고, 이름해 ‘만두饅頭’(남만 사람의 머리 ‘만두'와 음이 같다)라고 한다. 그날밤 노수의 물가에 향안香案(향로를 놓는 장방형 탁자)을 놓고, 제물들을 펼친다. 마흔아홉 개의 등잔불을 늘어서 켜놓고, 번幡(상주가 드는 좁고 긴 깃발/ 조기)을 휘날리며 혼백을 부르고 만두 를 비롯한 제물을 바닥에 벌여 놓는다. 3경 무렵에, 공명이 금관을 쓰고 학창의(하얀 베옷의 일종)를 입고, 몸소 제사에 임하고, 동궐董厥 로 하여금 제문을 읽도록 한다. 그 제문이 이렇다:

    대한 건흥 3년 가을 9월 1일, ‘무향후, 영익주목, 승상’ 제갈량이 삼가 제의祭儀(제물) 를 마련해, 왕사王事(국가대사)를 위해 죽어간 촉나 라 장졸들과 남인 망자들의 넋에게 바치며, 말씀드립니다.

    우리 대한의 황제께서, 위엄이 오패五霸(춘추시대 패권을 쥐었던 다섯 제후)를 뛰어넘으시고, 영명하심이 삼왕三王(중국 고대의 성군인 우왕, 탕왕, 문왕)을 이어받으셨습니다. 지난날 원방遠方(아주 먼 외진 곳)에서 국경을 침범하고, 이속異俗(풍속이 다른 외부 종족/ 오랑 캐)이 군대를 일으켰습니다. 전갈의 독으로 공격하고 요사스런 마법을 쓰며, 늑대 같은 마음으로 제멋대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왕명을 받들어, 그들의 죄를 묻고자 하황遐荒(멀리 외진 곳)까지 왔습니다. 비휴貔貅(표범 같은 맹수) 같이 용맹한 이들을 크게 모으고, 누의螻蟻 (땅강아지와 개미)처럼 쓸모없는 이들은 모두 제하였습니다. 이처럼 용맹스런 병사들이 구름처럼 모이자, 미친 도적들은 얼음 이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대나무를 쪼개는 형세로 진격하자, 놀란 원숭이들처럼 달아났습니다.

    사졸아랑士卒兒郎(병사)들은 모두 구주九州(중국의 별칭)의 호걸들이요 관료 장교들은 사해(천하)의 영웅들입니다. 무예를 익혀 종융從 戎(군에 들어옴)하고, 광명을 찾아 임금을 섬기니, 아무에게도 거듭 명령할 것 없이, 다 함께 진격해 일곱번 사로잡았습니다. 나라를 받 드는 정성을 다같이 굳게 하고, 임금께 충성하는 뜻을 다했습니다. 어찌 그대들이 우연히 병기兵機(군사상의 시의적절한 대책/ 기회)를 놓치고, 적들의 간사한 계략에 빠질 줄 알았겠습니까? 어떤 이는 눈먼 화살에 맞아, 그 넋이 저승에 묻히게 됐습니다. 어떤 이는 칼날에 베여서, 그 혼백이 끝없는 밤의 어둠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살아서는 용맹했고, 죽어서는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제 우리는 개가(승전가) 를 부르며 돌아가, 곧이어 종묘에 포로를 바치려 합니다. 그대들 영령은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서, 우리의 기도를 틀림없이 들을 것입니 다. 그대들은 우리의 깃발을 뒤따라, 우리의 부곡部曲(군대)을 뒤쫓아, 함께 상국上國(천자의 나라/ 서울)으로 돌아가, 제각기 고향을 찾 아서, 골육(피붙이)이 올리는 증상(겨울, 가을의 제사)를 받고,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제사를 지내게 하십시오. 절대로 타향의 귀신이 되 지 말고, 헛되이 이역의 혼백이 되지 마십시오. 저는 마땅히 천자께 아뢰어, 그대들의 집안마다 모조리 은로恩露(은혜/ 혜택)를 누리게 하고, 해마다 옷과 양식을 지급하고, 달마다 곡록廩祿(봉급으로 주는 식량)을 하사하게 하겠습니다. 이러한 수답酬答(보답)으로써 그대 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합니다. 본경本境(본토/ 이 땅)의 토신土神(토지의 신)과 남쪽 망자들의 귀신에 이르기까지, 혈식血食(귀신에게 피묻은 짐승 고기를 바치는 제사)이 때맞춰 있을 것이니, 빙의憑依(영혼이 옮겨붙어 의지함)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살아있는 이들은 천위(천자의 위엄)를 경외하고, 죽은 이들도 왕화(천자의 교화)를 받아들였습니다. 부디 영첩寧帖(안녕/ 평정)하시고, 더는 소리내어 울 지 마십시오. 부족하나마, 정성을 표하며, 제사를 올립니다. 오호라! 슬프도다! 바로옵건대 보잘것없는 제물이지만 받으소서!”

    제문을 읽기를 마쳐, 공명이 목놓아 크게 우는데 지극히 통절하다. 삼군의 병사들이 감동해, 눈물흘리지 않는 이가 없다. 맹획을 비롯한 무리도 모두 소리내어 운다. 갑자기 음산한 구름과 안개 속에서 은은히 몇천이나 되는 귀혼鬼魂(혼백)들이 모조리 바람을 따라 흩어진다 . 이에 공명이 좌우의 사람들을 시켜, 제물들을 모두 노수의 흐르는 물 속에 던져넣도록 한다.

    다음날, 공명이 대군을 이끌고 노수의 남쪽 물가에 이르니, 구름과 안개는 모두 걷히고, 바람과 파도도 멈추었다. 촉병들이 안심하고 모 두 노수를 건너니, 과연 ‘채찍으로 금등자(도금한 등자/ 의장儀仗의 한가지)를 치며, 사람들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네.’라는 말 과 같다. 행렬이 영창에 이르러 공명이 왕항王伉과 여개呂凱을 남겨두어 사군四郡(네 고을)을 지키게 한다. 맹획더러 사람들을 이끌 고 돌아가라고 조치하며, 그에게 어하馭下(부하/ 백성)들을 위해 열심히 정무에 임하고, 거민居民(거주하는 백성)들을 잘 보살피고, 농 무農務(농사)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맹획이 눈물흘리며 절을 올리고 떠난다.

    공명이 대군을 이끌고 촉나라 성도로 돌아온다. 후주後主(유현덕의 아들 유선)가 난가鑾駕(천자의 수레)를 타고 성곽 밖 3십 리까지 나 와서 영접하는데, 난가에서 내려 길가에 서서 공명을 기다린다. 공명이 황망히 수레에서 내려, 길에 엎드려 말한다.

    “신이 속히 남방을 평정하지 못해, 주상께 심려를 끼쳤사오니, 신의 죄입니다.”

    후주가 공명을 부축해 일으키며 함께 수레를 타고 돌아가, 태평연회太平筵會를 베풀고, 삼군을 크게 포상한다. 이로부터 먼 나라에서 공 물을 바쳐 알현하는 것이 2백여 곳에 이른다. 공명이 후주에게 아뢰어, 왕사(국가대사)를 위해 숨진 장병들의 집안을 하나하나 넉넉히 돌보게 한다. 사람들이 기뻐하고, 조야(조정과 민간)가 모두 태평하다.

    한편, 위나라 임금 조비가 제위에 오른지 7년이니 촉한의 건흥 4년이다. 조비가 앞서 견씨를 부인으로 맞이했었는데 견씨는 원소의 둘째아들 원희의 부인이었다. 지난날 복성을 함락했을 때 얻은 것이다. 그뒤에 아들을 하나 낳았으니 조예 '원중'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조비가 몹시 사랑했다. 그뒤 조비가 안평 광종 출신인 곽영의 딸을 귀비로 맞이했는데, 미모가 몹시 뛰어났다. 그 아버지가 일찍이 "내 딸은 여자들 중에 왕이다" 라고 말해 여왕이라 일컬었다. 조비가 귀비로 맞아들인 뒤, 견씨가 총애를 잃자 곽귀비가 황후가 되고 싶은 욕심에 총애하는 장도와 상의했다.

    이때 조비가 병에 걸리자 장도가 견부인의 궁중에서 오동나무 인형을 파내었다고 거짓말하며, 인형에 천자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이 쓰여 있으니 조비의 병도 이러한 저주 때문이라고 모함했다. 조비가 크게 노해서 견부인에게 사약을 내리고 곽귀비를 황후로 책립했다. 곽 황후가 자녀를 낳지 못해 조예를 입양했다. 비록 그를 몹시 사랑하지만 후사로 세우지는 않았다. 조예가 15 세에 이르러 말달리기와 활쏘에 뛰어났다.

    그해 봄 2월, 조비가 조예를 데리고 샤냥을 나간다. 사냥 행렬이 산속 후미진 곳에 이르러, 새끼와 어미 두 마리의 사슴을 쫓아 조비가 화살 한발을 쏴서 어미 사슴을 쓰러뜨리고, 뒤돌아보니 새끼 사슴이 조예 앞으로 달려간다. 조비가 크게 외친다.

    “아들아 왜 쏘지 않느냐?”

    조예가 말 위에서 눈물흘리며 고한다.

    “폐하께서 이미 어미를 죽였는데, 차마 어찌 새끼를 죽이겠습니까?”

    조비가 듣더니 활을 땅에 내던지며 말한다.

    “내 아들은 참으로 인덕을 가진 군주가 되겠구나!”

    이에 조예를 평원왕으로 책봉한다.

    여름 5월, 조비가 한질 寒疾(독감 등의 질병)에 걸려, 치료해도 낫지 않아, 중군대장군 조진, 진군대장군 진군, 무군대장군 사마의를 침소로 불러들인다. 조예도 오자 조비가 조진 등에게 말한다.

    “ 이제 짐의 병이 침중하여 살아나기 어렵겠소. 이 애가 아직 어리니 경들 세 사람이 보필하고 짐의 뜻을 저버리지 마시오.”

    세 사람이 모두 고한다.

    “폐하께서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신들이 있는 힘을 다해 폐하를 천추만세 千秋萬歲까지 모시겠나이다.”

    “올해 들어, 허창의 성문이 저절로 무너졌으니 상서롭지 못한 징조였소. 짐은 이로부터 반드시 죽을 것을 알았소.”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내시가 아뢴다. 정동대장군 조휴가 문안하고자 입궁했다는 것이다. 조비가 불러들여 이른다.

    “경들은 모두 국가의 기둥과 주춧돌 같으니니, 한마음으로 짐의 아들을 보필한다면 짐은 죽더라도 편히 눈을 감겠소!”

    말을 마치고 눈물을 주루룩 흘리더니 훙서한다. 이때 나이 40세, 재위 7년째다.

    이에 조진, 진군, 사마의, 조휴 들이 장례를 치르면서 조예를 대위의 황제로 옹립한다. 아버지 조비의 시호를 문황제로 하고, 어머니 견씨의 시호를 문조황후로 한다. 종요를 태부, 조진을 대장군, 조휴를 대사마, 화 흠 태위, 왕랑을 사도, 진군을 사공, 사마의를 표기대장군에 임명한다. 기타 문무관료에게도 작위를 봉하거나 관직을 더한다. 천하에 대사면령을 내린다. 이때, 옹주와 양주를 지키는 관직이 비어 있자 사마의가 천자에게 자신이 서량을 비롯한 여러 지역을 지키겠다고 표를 올려 청한다. 조예가 윤허하여 옹주와 양주 등의 병마를 거느리도록 사마의에게 관직을 내리니 조서를 받들고 떠난다.

    재빨리 세작이 서천에 급보한다. 공명이 크게 놀라 말한다.

    “조비가 죽고 애숭이 조예가 즉위했으니 나머지는 걱정할 게 없소만 사마의가 모략이 뛰어난데 이제 옹주와 양주의 병마를 이끈다니 그가 훈련을 끝내면 촉중에 큰 환란이 생기겠소. 먼저 병력을 일으켜 토벌해야겠소.”

    참군 마속이 말한다.

    “이제 승상께서 얼마전에 남방을 평정하고 돌아오신지라 군마가 피폐하니 다만 존휼存恤(보살핌)해야 마땅한데, 어찌 다시 원정을 떠나겠습니 까? 제게 계책이 하나 있사오니, 사마의로 하여금 스스로 조예의 손에 죽게 만들 수 있는데, 승상의 균의(의견의 높임말)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공명이 무슨 계책인지 묻자 마속이 말한다.

    “사마의가 비록 위나라의 대신이지만 조예가 평소 그를 의기疑忌(의심하고 시기함)하고 있습니다. 몰래 사람을 낙양과 업군 등으로 보내어, 유언流言(유언비어)을 퍼뜨려 그가 반역을 꾀한다고 말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울러 사마의의 이름으로 방문 榜文을 천하 곳곳에 붙인다면 조예가 의심해서 그를 죽이겠지요.”

    공명이 이를 따라, 사람을 보내 은밀히 이 계책을 실행하게 한다.

    한편, 어느날 갑자기 업성의 성문 위에 ‘고시’가 한장 붙어 있는 게 발견된다. 문을 지키는 이가 뜯어서, 조예에게 아뢰러 온다. 조예가 살 펴보니 그 내용이 이렇다.

    '표기대장군 총령옹량등처병마사(옹주, 양주 등의 병마를 총지휘하는 군사령관) 사마의가, 삼가 신의를 걸고 천하에 포고하오. 지난날 태조 무황제(조조)께서 기업基業(사업 기초)을 창립하시고, 본래는 진사왕자 “건”을 사직의 주인(천자)으로 삼고자 하셨소. 불행하게도 간사한 참소(모함)가 교집交集(뒤얽힘)하여, 어쩔 수 없이 오랜 세월을 잠룡潛龍으로 지내셨소. 황손 조예는 평소 아무런 덕행이 없는데 도, 함부로 스스로 존엄한 자리에 올랐으니 태조의 유지를 저버린 것이오. 이제 나는 하늘의 뜻에 응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라서, 날을 맞춰 병력을 일으켜, 천하 만민의 소망에 부응하고자 하오. 고시가 당도하는 날에, 제각기 새로운 임금에게 귀명歸命(귀순)해야 할 것이 오. 따르지 않는 이는 곧 구족을 멸할 것이오! 먼저 이렇게 고해 듣게 하니, 마땅히 잘 알아야 할 것이오.

    조비가 다 읽고나서 크게 놀라 낯빛이 창백해져서 급히 신하들에게 물으니 태위 화흠이 아뢴다.

    “사마의가 표를 올려, 옹주와 양주를 지키겠다고 간청했던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날 태조 무황제(조조)께서 일찍이 신에게 이르시기를, ‘사마의는 응시낭고鷹視狼顧(매처럼 노려보고 이리처럼 엿봄)하니, 병권을 쥐어줘서는 안 되오. 결국은 반드시 국가 의 큰 재앙이 될 것이오.’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반란의 뜻이 싹트니, 어서 주살하셔야 하옵니다.”

    왕랑이 아뢴다.

    “사마의는 도략韜略(육도삼량의 병법)을 깊이 깨우치고, 병기兵機(용병에 있어서 시기적절한 대책)를 잘 아는데다, 평소 큰 뜻을 품고 있습니다. 어서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은 재앙이 될 것입니다.”

    조예가 이에 교지를 내려, 병력을 일으켜 친히 어가를 타고 정벌하려 한다.

    그런데 반부班部(반열/ 조정에서 신하들이 차례대로 자리잡은 것)에서 대장군 조진이 튀어나와 아뢴다.

    “아니 되옵니다. 문황제(조비)께서 신들 몇 사람에게 탁고(죽으면서 자신의 남겨진 자식을 부탁함)하셨으니 사마의야말로 다른 뜻이 없 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일은 아직 진위를 알 수 없는데, 갑자기 군대를 낸다면, 반발이 닥칠 뿐입니다. 혹시 촉나라나 오나라의 간사한 세 작(간첩)이 반간지계를 행한 것이라면, 우리의 군신 간에 자중지란을 일어난 틈을 타서 공격해 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폐하께서 아무 쪼록 살펴주소서.”

    조예가 말한다.

    “사마의가 정말로 모반을 꾀한다면 어찌하겠소?”

    “폐하께서 의심스러우시면, 한나라 고조의 위유운몽僞遊雲夢(한나라 고조가 운몽 호수로 가는 척해서 한신을 사로잡은 것)의 계책을 써 보소서. 어가를 타시고 안읍에 행차하시면 사마의가 반드시 영접하러 올 것입니다. 그의 동정을 살피다가 바로 앞에서 사로잡으면 될 것 입니다.”

    조예가 이를 따라, 곧 조진에게 감국監國(천자나 임금을 대신해 국정을 맡는 것)을 맡기고, 친히 어림군 십만을 이끌고 곧장 안읍으로 간 다.

    사마의가 그 까닭을 모르고, 천자에게 위엄을 보이고자, 병마를 정돈해, 갑사(갑옷을 입은 병사) 수만을 이끌고 맞이하려 한다. 조예를 가까이 모시는 신하가 아뢴다.

    “사마의가 과연 병사 십여 만을 이끌고 항거하러 오니 참으로 반역할 마음을 가진 것입니다.”

    조예가 황망히 조휴에게 명하여, 병력을 이끌고 맞이하게 한다. 병마가 몰려오자, 사마의는 천자가 친히 어가를 타고 오는 줄만 알고, 길 에 엎드려 맞이하는데, 조휴가 나와서 말한다.

    “중달(사마의의 자)은 선제로부터 탁고의 중임을 받고서도, 무슨 까닭으로 반역하는 것이오?”

    사마의가 크게 놀라 낯빛을 잃고, 식은 땀을 온 몸에 흘리며, 그 까닭을 묻는다. 조휴가 앞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자, 사마의가 말한다.

    “이것은 오나라 촉나라의 간사한 세작이 행하는 반간지계이니, 우리 군신들 사이를 갈라 서로 해치게 만들고, 그 빈 틈을 타서 습격하려 는 것이오. 제가 마땅히 직접 천자를 뵙고 말씀드리겠소.”

    곧 급히 군마를 물리고, 조예의 어가 앞으로 가서 고개 숙여 엎드려 눈물 흘리며 아뢴다.

    “신은 선제 폐하로부터 탁고의 중임을 받았거늘, 어찌 감히 다른 마음을 품겠습니까? 이것은 필시 오나라 촉나라의 간사한 계책입니다. 신이 청하옵건대 일려一旅(5백 인)의 병사를 주신다면, 먼저 촉나라를 깨뜨리고, 그 뒤 오나라를 정벌해, 선제와 폐하께 보답하고, 신의 마음을 밝히겠나이다.”

    조예가 머뭇거리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화흠이 아뢴다.

    “그에게 병권을 쥐어줘서는 아니 되옵니다. 즉시 파직하고 전리田里(시골/ 고향)로 돌려보내소서.”

    조예가 그 말을 따라, 사마의를 삭탈관직해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조휴에게 명하여, 옹주와 양주의 군마를 총독하도록 한다. 조예가 어가를 타고 낙양으로 돌아간다.

    한편, 세작이 이 일을 탐지해, 천중川中(서천과 동천 즉 촉나라)으로 들어가 알린다. 공명이 이를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내가 위나라를 정벌하려 한지 오래이나, 사마의가 옹주와 양주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소. 이제 계책에 빠져, 쫓겨났으니, 내가 무엇을 걱정하리오!”

    다음날 후주가 일찍 조회를 열어, 관료들을 크게 참석시키자, 공명이 자리에서 나와 ‘출사표’ 한 편을 올리니, 그 내용이 이렇다.

    ‘신 ‘량'이 말씀드립니다. 선제께서 대업을 개창하셨으나 절반도 못 이루고 중도에 붕조崩殂(황제의 죽음)하시고, 이제 천하가 셋으로 갈 라졌는데, 이곳 익주는 파폐罷敝(괴롭고 황폐함)하니, 이것은 참으로 죽느냐 사느냐 위급한 때입니다. 그러나 폐하를 지키는 신하들이 안에서 게으르지 않고, 충성스런 뜻을 지닌 인물들이 바깥에서 몸을 돌보지 않으니, 모두 선제의 수우殊遇(특별한 총애와 우대)를 되새 겨 폐하께 보답하려는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참으로 성덕聖聽을 널리 펼쳐서, 선제께서 남겨놓으신 은덕을 빛내고, 지사들의 기운을 널 리 북돋아 할 것입니다. 부당하게 스스로를 비하해서 (촉나라의) 세력이 약하다고 말하는 것은 대의를 저버리는 것이며 충성스럽게 간하 는 언로를 막는 것입니다. 궁중에 있든지 부중(조정)에 있든지 모두 한 몸이 되어야지, 잘잘못에 따라 포상하고 징벌하는 것이, (궁중과 부중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달라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약에 간사한 짓을 저질러 법령을 어기면서 또한 충성스럽고 선한 일을 하는 사람 이 있다면, 마땅히 유사有司(담당 관리)에게 넘겨서, 그 형벌과 포상을 논함으로써, 폐하의 공평하고 밝은 정치를 밝히셔야지, 편애하고 차별해서, 궁중의 안팎으로 법령을 다르게 하시면 아니 됩니다.

    시중과 시랑 벼슬의 곽유지郭攸之, 비위, 동윤 들은 모두가 믿음직하며, 뜻과 생각이 충성스럽고 순수하니, 이 때문에 선제께서 뽑아올 려 폐하께 남겨주셨습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궁중의 일들은 크건 작건 가리지 말고, 모두 그들에게 물어본 뒤에 시행하셔야, 반드시 부 족함을 보충할 수 있고, 널리 이로움이 있을 것입니다. 장군 상총向寵은 사람됨과 행실이 착하고 올바르며, 군사軍事에 통달했습니다. 예전에 그를 써보시고, 선제께서 그를 뛰어나다고 칭찬하셨으며, 이로써 사람들이 의논해 향총을 중도독中都督으로 천거했습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군대의 일들은 크건 작건 모두 그에게 물어보면, 틀림없이 장졸들이 화목하고, 우열에 따라 적절히 배치될 것입니다.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시고, 소인배를 멀리 하시는 것, 이것이 선한先漢(한고조 유방이 세운 전한)이 흥륭했던 까닭입니다. 소인배를 가 까이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 하는 것, 이것이 후한後漢(왕망이 전한을 멸망시킨 것을 광무제 유수가 부흥한 것)이 기울어진 까닭입니다. 선제께서 계실 때, 언제나 이 일을 소신과 더불어 의논하시며, 환제와 영제 두 황제를 두고 탄식하고 통탄하지 않으신 적이 없었습니다. 시중, 상서, 장사, 참군 이들 모두는 충성스럽고 믿음직스러우려며 목숨을 바쳐 절개를 지킬 신하들이오니, 폐하께서 가까이 두고 신임 하시면 곧 한나라 황실이 부흥할 날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신은 본래 포의(평민)로서, 남양에서 스스로 농사 지으며, 어지러운 세상에서 구차히 목숨을 보전할 뿐, 제후에게 문달聞達(유명해짐 / 명성을 얻음)을 구하지 않았슺니다. 그러나 선제께서 신을 비루하다 여기지 않으시고, 외람되게 스스로 몸을 굽혀서, 저를 찾아 초려草 廬(초가)로 세번이나 오셔서, 신에게 당세의 일을 물으시니, 이로부터 감격하여, 곧 선제께 허락하고 구치驅馳(달리는 말처럼 충성을 다 함)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그 뒤 조조에게 경복傾覆(기울어져 엎어짐/ 장판파에서 조조에게 격파 당한 것)을 당하여, 패전의 시기에 임 무를 받아, 위난의 순간에 명을 받들었우니 그로부터 20년 하고도 1년이 되었습니다. 선제께서 신의 삼가고 조심함을 아시고, 위기에 처 하였을 때 신에게 큰 일(유비가 죽으며 공명에게 후주 유선을 부탁한 것)을 맡기셨습니다.

    명을 받은 이래, 밤낮으로 우려했으니 선제의 부탁을 다 받들지 못하여, 선제의 밝음을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므로 5월에 (남 만을 정벌하러)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이제 남방이 평정되고, 갑병甲兵(갑옷과 무기/ 병사)이 충분하니, 마땅 히 3군(전체 군대)을 격려하고 이끌어, 북쪽으로 중원을 평정할 때이니, 바라옵건대 비록 느린 말이나 무딘 칼날 같은 재능이라도 다하 여, 저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물리쳐 없애서, 한실(한나라 황실)을 부흥해, 옛 도읍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신이 선제께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하는 직분職分입니다. 손해와 이익을 고려해서 충언을 올리는 것은 곧 곽유지, 비위, 동윤의 책임입니다. 바라옵건 대 폐하께서 신에게 역적의 토벌과 한나라 부흥을 맡기소서. 성과를 얻지 못하면, 곧 신의 죄를 다스려, 선제의 영전에 고하소서. 한실의 부흥을 말하지 않는다면, 곧 곽유지, 비위, 동윤 들의 잘못을 꾸짖고, 그들의 태만을 밝히소서. 폐하께서 또한 스스로 살피셔서,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 신하들에게 물으시고, 참된 말을 잘 살펴서 받아들이시고, 선제께서 남기신 조서를 깊이 따르신다면, 신은 폐하의 은덕에 감격해 마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멀리 떠나야 하기에, 표를 올리며 눈물흘리오니, 무엇이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후주가 표를 읽고 나서 말한다.

    “상부(공명을 높여 부르는 말)께서 남쪽을 정벌하시며, 먼 길을 다니느라 간난艱難(괴로움/ 고생)을 겪으셨소. 이제 막 도읍으로 돌아와 서, 미처 편안한 자리에 앉지도 못하셨소. 그런데 이제 다시 북쪽을 정벌하신다니, 심신이 지칠까 걱정이오.”

    “신이 선제로부터 탁고(홀로 남겨진 자식을 맡김)의 중임을 받아, 밤낮으로 아직껏 태만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남방을 이미 평정해, 안쪽을 돌볼 걱정이 없는데, 이 때를 놓친다면 역적을 토벌해 중원을 회복하는 것은 다시 언제까지 기다려야겠습니까?”

    그런데 반부班部(조정 신하들이 서열대로 자리 잡은 것)에서 태사太史(천문과 역법을 담당하는 장관) 초주가 나오며 아뢴다.

    “신이 밤에 천상(천문현상)을 관찰하니, 북쪽의 왕성한 기운이 한창이고, 별빛이 더욱 밝아, 아직은 도모할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공명을 돌아보며 말한다.

    “승상께서 천문을 깊이 아실 텐데, 무슨 까닭으로 강행하십니까?”

    “천도(하늘의 도)도 바뀌어 일정하지 않거늘 어찌 그것에 얽매이겠소? 내 이제 우선 군마를 한중에 주둔하고, 저들의 동정을 살핀 뒤 떠 나겠소.”

    초주가 애써 간언하지만 공명이 듣지 않는다.

    이에 공명이 곽유지, 동윤, 비위 들을 시중(임금의 좌우에서 보좌하던 관직, 후대에는 재상 급으로 올라감)으로 남겨서, 궁중의 일을 모 두 맡긴다. 또한 상총을 대장으로 남겨서, 어림군마(황제의 친위대)를 총지휘하게 한다. 진진을 시중으로, 장완을 참군으로, 장예를 장사 長史(승상 등 고위관료의 보좌관)로 삼아, 승상부丞相府(승상의 집무관청)의 일을 맡도록 한다. 두경을 간의대부諫議大夫(임금의 잘못을 간하는 관직)로, 두미와 양홍을 상서尚書(궁전 내의 문서 담당 관리)로, 맹광과 내민을 제주祭酒(박사 등의 우두머리 직급)로, 윤묵과 이선을 ‘박사’로, 극정과 비시를 비서秘書(기밀문서를 맡은 관직)로, 초주를 ‘태사’로 삼는다. 궁궐 안팎의 문무관료 1백여 명이 함께 촉나라의 정사를 처리한다. 공명이 천자의 조서를 받아 승상부로 돌아가, 장수들을 불러 지시한다.

    ‘전독부(선두 부대의 대장) 진북장군 영승상사마 양주자사 도정후’ 위연, ‘전군도독前軍都督(선두부대 지휘관) 영부풍태수(부풍을 다 스리는 태수)’ 장익, ‘아문장牙門將 비장군裨將軍’ 왕평, ‘후군령군사 안한장군 영건녕태수' 이회, ‘부장 정원장군 영한중태수' 여의, ‘ 겸관운량좌군영군사 평북장군 진창후' 마대, ‘부장 비위장군' 요화, ‘우군영군사 분위장군 박양정후' 마충, ‘무융장군 관내후' 장의, ‘ 행중군사 거기대장군 도향후' 유염, ‘중감군 양무장군' 등지, ‘중참군 안원장군' 마속, ‘전장군 도정후’ 원림, ‘좌장군 고양후' 오의, ‘우장군 현도후' 고상, ‘후장군 안락후' 오반, ‘영장사 수군장군綏軍將軍’ 양의, ‘전장군 정남장군' 유파, ‘전호군 편장군 한성정후' 허윤, ‘좌호군 독신중랑장' 정함, ‘우호군 편장군' 유치, ‘후호군 전군중랑장' 관옹, ‘행참군 소무중랑장' 호제, ‘행참군 간의장군' 염안, ‘행참군 편장군' 찬습, ‘행참군 비장군' 두의, ‘무로중랑장' 두기, ‘수융도위' 성발, ‘종사 무략중랑장' 번기, ‘전군서기' 번건, ‘승상영사' 동궐, ‘ 장전좌호위사 용양장군' 관흥, ‘우호위사 호익장군' 장포.

    위와 같은 모든 관원이 다함께 ‘평북대도독 승상 무향후 영익주목 지내외사' 제갈량을 따라간다.

    이렇게 배치를 정하고, 다시 이엄 등에게 격문을 돌려, 천구川口(촉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켜 동오를 막도록 한다. 건흥 5년 봄 3월 병 인일丙寅日을 골라, 군대를 내어 위나라를 정벌하려 한다. 그런데 군막 안에서 어느 늙은 장군이 나오며 성난 목소리로 말한다.

    “내 비록 늙었지만 아직 염파(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의 이름난 장군)의 용맹과, 마원(한나라 복파장군)의 기백을 갖고 있소. 이 고인 두 사 람은 모두 늙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무슨 까닭으로 나를 쓰지 않는 것이오?”

    사람들이 바라보니 바로 조운이다.

    공명이 말한다.

    “내가 남쪽을 평정하고 서울로 돌아오니 마맹기(마초)가 병으로 세상을뜨니 내 몹시 슬퍼하고, 마치 한 팔을 잃은 듯이 여겼소. 이제 장군께서 이미 고령이신데, 혹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일세의 영명英名(탁월한 사람의 명성)이 흔들리고, 촉군의 날카로운 기세가 꺾일 것이오 .”

    조운이 소리높여 말한다.

    “내가 선제 폐하를 따라다닌 이래, 싸움에서 물러난 적이 없고, 적병을 만나면 앞장섰소. 대장부가 싸움터에서 죽을 수 있다면, 다행이거 늘, 내 무엇을 한스러워하겠소? 바라건대 전부선봉(선두부대의 선봉)이 되겠소!”

    공명이 거듭 애써 말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조운이 말한다.

    “만약 나를 선봉으로 삼지 않는다면 이 섬돌 아래 부딪혀 죽겠소!”

    “장군께서 기어코 선봉이 되시겠다면, 반드시 한 사람과 같이 가시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한 사람이 응해 말한다.

    “제가 비록 재주 없으나, 바라건대 노장군을 도와서 선봉에서 1군을 이끌어, 적병을 깨러 가겠나이다.”

    공명이 바라보니 바로 등지鄧芝다. 공명이 크게 기뻐하며 곧바로 정예병력 5천과 부장 열 사람을 뽑아, 조운과 등지를 뒤따르게 한다. 공 명이 출사出師(출병)하니 후주가 백관을 이끌고 북문 밖 십 리까지 나와서 환송한다. 공명이 후주에게 작별 인사를 올리고 떠난다. 온갖 깃발이 들판을 뒤덮고, 창칼이 숲을 이루어, 군을 이끌고 한중으로 쉴 새 없이 출발한다.

    한편, 위나라 변경의 관리가 이것을 탐지해서, 낙양에 보고가 들어간다. 이날, 위나라 황제 조예가 조회를 열었는데, 측근 신하가 아뢴다.

    “변경의 관리가 보고하기를, 제갈량이 3십만이 넘는 대병력을 이끌고, 한중으로 출병하고, 조운과 등지를 전부선봉으로 삼아, 병력을 이 끌고 우리 경내로 침입케 한다고 하옵니다.”

    조예가 크게 놀라 뭇 신하에게 묻는다.

    “누가 장수가 되어, 촉병을 격퇴하겠소?”

    갑자기 한 사람이 대답하며 나온다.

    “신의 부친이 한중에서 전사해, 이를 갈며 한스러워했으나, 여태 복수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촉병이 국경을 침범하니, 바라건대 신이 휘 하의 맹장들을 이끌고, 또한 폐하께서 관서 병력을 내려받아서, 촉병을 격파하러 가겠습니다. 위로 국가를 위해 힘을 다하고, 아래로 부 친의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신은 만번 죽어도 한스럽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보니 바로 하후연의 아들 하후무夏侯楙다. 하후무의 ‘자'는 ‘자휴'인데 성격이 몹시 급하고 몹시 인색하다. 어려서 하후돈 의 대를 잇고자 그의 양자가 되었다. 그 뒤 하후연을 황충이 참하자, 조조가 불쌍히 여겨서, 딸 청하공주와 짝지어 그를 부마로 삼았다. 이 때문에 조정 안에서 흠경欽敬(기뻐하며 존경함)을 받았다. 비록 병권을 가지긴 했으나, 아직까지 전장에 나간 적이 없었다. 그 때 출 정을 자청하자, 조예가 즉시 대도독으로 임명해, 관서 지역 여러 방면 군마를 동원해 적병을 맞이하러 가게 한다.

    그런데 사도 왕랑이 간한다.

    “ 아니 되옵니다. 하후 부마께서 아직까지 싸움터에 나간 적이 없는데, 이제 큰 임무를 맡기시는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닙니다. 게다가 제갈량은 지혜가 넘치고 꾀가 많으며, 도략(병법)에 깊이 통달했으니, 함부로 맞설 수 없습니다.”

    하후무가 꾸짖는다.

    “사도는 제갈량과 연결해 내통하는 것 아니오? 내 어려서부터 부친을 따라, 도략을 학습하고, 병법에 깊이 통달했거늘, 그대는 어찌 나를 어리다고 업신여기오? 내가 제갈량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맹세코 돌아와 천자를 뵙지 않겠소!”

    왕랑을 비롯한 사람들 모두 감히 더 이야기하지 못한다. 하후무가 위나라 군주에게 작별하고, 그날밤 장안에 도착해, 관서 지역의 여러 방 면 군마 2십여 만을 동원해, 공명과 싸우러 간다.

    백모 깃발 휘날리며 장사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어린 아이에게 병권을 쥐어 주다니.

    승부가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