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92회 조자룡이 다섯 장수를 참하고 제갈량이 지략으로 세개 성을 빼앗는다

    한편, 공명이 병력을 이끌고 면현에 이르러, 마초의 분묘를 지나자, 아우 마대에게 상복을 입게 하고, 공명이 몸소 제사를 올린다. 제사를 마치고 영채로 돌아와 진병( 진군 )을 상의하는데 초마( 정찰병 )가 보고한다.

    “위나라 군주 조예가 부마 하후무를 보내며, 관중 각지의 군대를 일으켜 맞서러 옵니다.”

    위연이 들어와 계책을 올린다.

    “하후무는 고량자제膏粱子弟( 풍족한 집에서 자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자제 )이니 유약하고 무모합니다. 제가 바라건대 정병 5천을 얻 어, 포중으로 길을 골라, 주령 동쪽을 돌아, 자오곡으로 가 북쪽으로 진격하면, 장안까지 불과 열흘에 갑니다. 하후무는 제가 급습한 것을 알면, 틀림없이 성을 버리고, 횡문( 중국 지명 )의 저각( 군량 등의 물자를 모은 창고 ) 쪽으로 달아날 것입니다. 제가 동쪽에서 오고 승상 께서 군대를 크게 일으켜, 야곡( 종남산의 골짜기, 중국 섬서성 포성현 동북쪽에 위치 )에서 진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함양 서쪽은 한번에 평정합니다. “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이것은 만전의 계책이 아니오. 그대는 중원에 인물이 없는 줄 업신여기나, 누군가 진언해 깊은 산 속에서 공격하면 5천 병력만 해를 입는 게 아니라 전군의 예기가 크게 꺾일 것이니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겠소.”

    위연이 다시 말한다.

    “승상의 병력이 대로를 따라 진격하면 적들은 반드시 관중 병력을 모조리 일으켜 도중에 맞아 싸웁니다. 그렇게 질질 끌다 어느 세월에 중원을 얻겠습니까?”

    “농우( 농산 서쪽 지방 )를 따라 평탄한 큰 길로 병법대로 진격하는데 어찌 못 이길까 걱정하겠소?”

    마침내, 위연의 계책을 쓰지 않으니, 위연이 못마땅히 여긴다. 공명이 조운에게 사람을 보내 진격을 명한다.

    한편, 하후무는 장안에서 각지 군마를 소집한다. 이때, 서량의 대장 한덕은 개산대부開山大斧( 큰 도끼의 일종 )를 잘 쓰고 홀로 만 명을 당할 용맹을 가졌는데, 서강西羌( 강족 ) 각지 병력 8만을 거느리고 하후무를 찾아온다. 하후무가 큰 상을 내리고 선봉에 세운다.

    한덕에게 네 아들이 있으니 모두 무예에 정통하고 궁마弓馬( 말을 타고 달리며 활쏘기 )가 과인( 남을 뛰어넘은 )하다. 맏아들 한영, 둘째 한요, 셋째 한경, 넷째 한기다. 한덕이 네 아들과 아울러 서강병 8만을 거느리고, 봉명산으로 오다 촉병과 마주친다. 양쪽 진영이 대치하 자, 한덕이 출마하고 네 아들이 양쪽으로 늘어선다. 한덕이 소리높여 크게 욕한다.

    “반국지적( 국가에 반역하는 역적 )들이 어찌 감히 우리 땅을 침범하냐!”

    조운이 크게 노해 창을 꼬나쥐고 말 몰아, 한덕에게 달려든다. 맏아들 한영이 말 몰아 맞이하나 싸운지 3 합이 못 돼, 조운의 창에 찔려 말 아래 나뒹군다. 둘째 한요가 이를 보고 말 몰아 칼을 휘두르며 싸우러 온다. 조운이 옛날의 호랑이 같은 위엄을 다시 떨쳐 정신을 모아 맞아 싸운다. 한요가 당하지 못하자, 셋째 한경이 급히 방천극을 꼬나잡고 말을 몰아 협공하러 온다. 조운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창을 쓰는 법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넷째 한기가 두 형과 조운의 싸움이 끝 없자 역시 말 몰아 두 자루 일월도를 휘두르며 달려와, 조운을 에워 싼다. 조운이 중앙에서 홀로 세 장수와 싸운다. 잠시 뒤, 한기가 창에 찔려 낙마한다. 한덕의 진영에서 편장( 부하 장수 )이 나와 급히 구 출해 간다. 그런데 조운이 창을 내린 채 달아나는 척한다.

    한경이 방천극을 놔두고 서둘러 활과 화살을 꺼내어 쏜다. 잇달아 세 발을 쏘나, 조운이 모두 창으로 쳐 떨어뜨린다. 한경이 잔뜩 화가 나 방천극을 쥐고 말 몰아 뒤쫓는다. 그런데 도리어 조운이 화살 한 발을 쏴, 한경이 입에 맞고 말에서 굴러떨어져 죽는다. 한요가 말을 내달 려 보도를 들고 , 조운을 베려고 덤빈다. 조운이 창을 내던지더니 재빨리 보도를 피해, 한요를 사로잡아 촉나라 진영으로 돌아온다. 그리 고 다시 말 몰아 창을 가지러 달려간다. 한덕은 조운의 손에 네 아들 모두 죽거나 잡히자 간담이 찢어져 앞장서서 자기 진영 안으로 달아 난다. 조운의 명성을 평소 알던 서강병들은 그가 여전히 영용하자 아무도 싸우려들지 못한다. 조운이 말을 모는 곳마다 줄줄이 무너져 달아난다. 조운이 홀로 말 몰고 창 쥐고 왕복하며 충돌하니 마치 무인지경에 들어간 듯하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렸다.

    지난날 상산 조자룡을 돌이켜보면
    나이 일흔에도 기공奇功을 세웠네
    홀로 적장 넷을 베고 적진을 쳐들어갔으니
    옛날 당양에서 주공을 구한 웅자雄姿와 같네

    조운이 크게 이기자 등지가 촉병을 이끌고 쳐들어오니 서량병이 크게 져 달아난다. 한덕은 조운에게 사라잡힐까 갑옷을 벗고 말에서 내 려 걸어 달아난다. 조운과 등지가 군대를 거둬 영채로 돌아간다. 등지가 축하한다.

    “장군의 연세 이미 칠순, 여전히 영용하십니다. 오늘도 싸움터에서 적장 넷을 참하니 세상에 드문 일입니다!”

    “승상께서 나를 연로하다 여겨 기꺼이 쓰지 않기에 잠깐 보여준 것뿐이오.”

    사람을 시켜, 공명에게 한요를 압송하고 첩서捷書( 승전 보고서 )를 보낸다.

    한편, 한덕은 하후무에게 패잔군을 이끌고 가 울며 그 일을 고한다. 하후무가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조운을 맞이하려 한다. 탐마( 정찰 병 )가 촉 영채로 들어가, 하후무가 병력을 이끌고 온다고 알린다. 조운이 창을 쥐고 말에 올라 1천여 군을 이끌고, 봉명산으로 가서 진을 친다.

    이 날, 하후무가 황금 투구를 머리에 쓰고 백마를 타고 큰 감도砍刀( 베거나 써는 칼 )를 들고 문기門旗( 진영 앞의 문 ) 아래 섰다. 조운 이 말을 타고 창을 쥔 채 왔다갔다 말을 몰자, 하후무가 스스로 싸우려 한다. 이에 한덕이 말한다.

    “제 아들을 넷이나 죽인 원수, 어찌 복수하지 않겠소!”

    말을 몰아 개산대부를 휘두르며, 조운에게 달려든다. 조운이 분노해서 창을 꼬나쥐고 달려와 맞선다. 싸운지 3합이 안 돼, 조운이 한덕을 창으로 찔러 죽여 말 아래 떨어뜨린다. 이어서 조운이 하후무에게 말 몰아 달려드니, 하후무가 황망히 본진으로 들어간다. 등지가 병력을 내몰아 습격하자, 위나라 병력이 다시 한바탕 꺾여 십 리 밖으로 달아나 영채를 세운다.

    하후무가 그날밤 장수들과 상의한다.

    “조운의 명성을 들은 지 오래이나 여태 본 적은 없었소. 오늘 비록 연로하나 여전히 영웅이라, 당양 장판에서 있었던 일( 조자룡이 홀로 조조 군중을 뚫고 유현덕의 아들을 구출한 일 )을 비로소 믿겠소. 이렇게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데 어찌해야겠소?”

    참군( 군사 참모 ) 정무는 정욱의 아들인데 이 때 진언한다.

    “조운은 비록 용맹하나 무모하니 걱정할 게 없습니다. 내일 도독께서 다시 군을 이끌고 나가시고 먼저 두 갈래 병사를 좌우에 매복하 십시오. 도독께서 임진臨陣( 싸움터에 나섬 )하셨다 먼저 물러나, 조운을 복병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시고 도독께서 산에 올라 사방 군마 를 지휘해 겹겹이 에워싸면, 조운을 잡습니다.”

    하후무가 이 말을 따라, 동희에게 3만 병사를 주어 왼쪽에 매복하고, 설칙에게 3만 병사를 주어 오른쪽에 매복하게 한다. 두 사람이 매복을 마친다.

    다음날, 하후무가 금고기번金鼓旗旛( 징, 북, 각종 깃발 )을 다시 정비해 병력을 통솔해 진군한다. 조운과 등지가 맞이한다. 등지가 말 위 에서 조운에게 말한다.

    “어젯밤 위병들이 대패해 달아났는데 오늘 다시 오니 틀림없이 속임수가 있습니다. 노장군께서 방비하셔야겠습니다.”

    “이 따위 젖비린내 나는 어린애를 어찌 입에 올리겠소! 내 오늘 기필코 그를 잡겠소!”

    곧 말을 몰아 나가니, 위나라 장수 반수가 나와 맞서 싸우더니 3 합이 안 돼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조운이 뒤쫓자 위나라 진영에서 장 수 여덟 사람이 일제히 나와서 맞이한다. 하후무가 먼저 달아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덟 장수도 줄줄이 달아난다. 조운이 승세를 타고 추격하고, 등지도 병력을 이끌고 잇달아 진격한다. 조운이 중지重地( 중요한 곳 )로 깊이 들어가자 사방에서 함성이 크게 울린다. 등지가 급히 군대를 거둬 돌아가려는데, 동희가 왼쪽, 설칙이 오른쪽에서 두 갈래 군을 이끌고 들이닥친다. 등지의 병력이 적어 구출하지 못 한다. 조운이 해심垓心( 포위의 중심 )에 갇혀 이리저리 충돌하나 위나라 병력은 더욱 두터워진다.

    이 때, 조운의 수하 겨우 1천여인데 산비탈 아래로 달려가니, 하후무가 산 위에서 3군을 지휘하는 게 보인다. 조운이 동쪽으로 가면 하후 무가 동쪽을 가리키고, 서쪽으로 가면 서쪽을 가리키니, 조운이 포위를 뚫지 못해 병력을 이끌고 산을 오르려는 것이다. 반쯤 오르자 적 병이 통나무를 굴리고 돌을 던져 산을 오를 수 없다. 조운이 진시辰時( 오전 7 ~ 9시 )에서 유시酉時( 오후 5 ~ 7 시 )까지 줄곧 탈출하지 못해 할 수 없이 말에서 내려 잠시 쉬며 달이 밝기 기다려 다시 싸우려 한다. 잠깐 갑옷을 풀고 앉는다.

    달빛이 막 비추자 갑자기 사방에서 불꽃이 하늘을 찌르고 북소리 크게 울리고 화살과 돌이 빗발치는 가운데 위병들이 몰려오며 모두 크 게 외친다.

    “조운은 어서 항복하라!”

    조운이 급히 말에 올라 적병을 맞이하나 사방팔방에서 적의 군마 점점 다가오고 노전弩箭( 쇠뇌로 쏘는 화살 )을 격렬히 교차 사격하니, 조운의 인마들 모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조운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내가 늙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다 이곳에서 죽겠구나!”

    그런데 동북쪽에서 함성이 크게 일더니 위병들이 분분紛紛히 흩어져 달아난다. 1군이 쇄도하는데 앞장선 대장은 팔점강모八點 鋼矛( 찌르는 창의 일종 )를 들었고 말머리에 사람 머리 하나 달았다.

    조운이 보니 바로 장포. 장포가 조운을 만나 말한다.

    “승상께서 노장군이 잘못될까 특별히 저를 보내 5천 군을 이끌고 도우라 하셨습니다. 노장군이 포위됐다 듣고 두터운 포위를 뚫고 자 달려왔습니다. 오다가 위나라 장수 설칙과 마주쳐 제가 죽였습니다.”

    조운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장포와 더불어 서북쪽으로 탈출한다. 그런데 위병들이 무기를 버리고 달아난다. 1군이 바깥쪽에서 함성을 지르며 몰려오는데 선두 대장은 언월청룡도를 들고 손에 사람 머리를 들었다. 조운이 보니 바로 관흥. 관흥이 말한다.

    “승상의 명을 받자와 노장군께서 잘못되실까 걱정스러워 특별히 5천 군을 이끌고 도우러 왔습니다. 오다가 마침 위나라 장수 동희와 마주쳐 한 칼에 베어 이렇게 효수했습니다. 승상께서 뒤따라 도착하실 것입니다.”

    조운이 말한다.

    “두 장군이 벌써 기공( 비범한 공로 )을 세웠으니 어찌 오늘 이 틈에 하후무를 사로잡아 대사를 매듭짓지 않겠소?”

    장포가 이 말 듣고 곧 군을 이끌고 가니 관흥이 말한다.

    “저도 공을 세우러 갑니다.”

    역시 병력을 이끌고 간다. 조운이 좌우를 돌아보며 말한다.

    “저 두 사람은 내 아들이나 조커 뻘인데 앞다퉈 공을 세우려 하오. 나는 국가의 상장上將( 고위 장군 )이요 조정의 오랜 신하인데 오히려 이들 젊은이보다 못하겠소? 내 마땅히 늙은 목숨을 버려서라도 선제( 돌아가신 황제 곧 유현덕 )의 은혜를 갚겠소!”

    이에 병력을 이끌고 하후무를 잡으러 간다. 이날 밤 이들 세 갈래 병력이 협공해 위군을 한바탕 대파한다. 등지도 병력을 이끌고 도우니 시체가 들판을 덮고 피가 흘러 강을 이룬다. 하후무는 무모한데다 나이도 어려서 여태 전투를 경험하지 못했다. 병사들이 크게 혼란하자 휘하의 효장驍將( 사납고 날랜 장수 ) 1백여를 이끌고, 남안군 쪽으로 달아난다. 이렇게 주장( 지휘관 )이 사라지자 병사들이 모조리 달아난다. 관흥과 장포 두 장수는 하후무가 남안군 쪽으로 달아난 것을 듣고 그날밤 뒤쫓는다.

    하후무는 성 안으로 들어가 성문을 굳게 닫고 병력을 동원해 방어한다. 관흥과 장포 두 사람이 뒤쫓아 와 성을 포위한다. 조운이 뒤따라 도착해 세 곳에서 공격한다. 얼마 뒤, 등지도 병력을 이끌고 온다. 잇달아 열흘 동안 포위 공격하나 함락하지 못한다. 그런데 누군가 알리 기를, 승상이 후군後軍을 면양에, 좌군左軍을 양평에, 우군右軍을 석성에 주둔하고, 직접 중군中軍을 이끌고 온다고 한다. 조운, 등지, 관 흥, 장포 모두가 공명을 찾아와 절하고 매일 성을 공격했으나 함락하지 못한 것을 이야기한다. 공명이 작은 수레를 타고 직접 성 주위를 쭈욱 살펴보고 영채로 돌아와 막사 안에 앉는다.

    뭇 장수가 둘러 서서 군령을 듣는다. 공명이 말한다.

    “이곳은 호( 해자 - 성 둘레에 파놓은 방어용 물길 )가 깊고 성이 높아 쉽게 공략할 수 없소. 이 성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만약 그대들이 공격을 오래 끌다가 위병들이 길을 나눠 출격해, 한중을 빼앗는다면 아군이 위험해지오.”

    등지가 말한다.

    “하후무는 위나라 부마입니다. 그를 잡으면 장수 백 사람을 참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어렵다고 어찌 포기하고 가겠습니까 ?”

    공명이 말한다.

    “내게 계책이 있소. 이곳에서 천수군이 서쪽으로 잇닿았고, 안정군이 북쪽으로 붙었소. 이 두 곳 태수는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겠소.”

    탐졸( 정찰병 )이 답한다.

    “천수 태수는 마준이고, 안정 태수는 최량입니다.”

    공명이 크게 기뻐하며, 위연을 불러 계책을 주며 이러이러하게 지시한다. 다시 관흥과 장포를 불러 이러이러하게 지시한다. 다시 심복 병사 두 사람을 불러 계책을 주며 이러이러하게 행하도록 한다. 장수마다 명령을 따라 군을 이끌고 간다. 공명은 남안성 밖에서 병사들을 시켜 풀을 계속 날라 성 아래 쌓아놓고 성을 불사를 것이라고 떠들게 한다. 위나라 병사들이 듣고 모두가 크게 비웃으며 두려워하 지 않는다.

    한편, 성 안에 있던 안정 태수 최량은 촉병들이 남안성을 포위해 하후무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몹시 놀라고 두려워 즉시 약 4천 병사를 동원해 성지城池( 성읍, 도시 )를 지킨다. 그런데 한 사람이 정남쪽에서 오며 기밀을 요하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최 량이 불러 묻자 그가 답한다.

    “저는 하후 도독 밑의 심복 장수 배서라고 하는데, 이제 도독의 명령을 받들어, 특별히 천수, 안정 두 고을에 구원병을 요청하러 왔습니 다. 남안성이 몹시 위급하여, 날마다 성 위에서 불을 놓아 신호를 삼으며 두 고을 구원병이 오기만 기다리나 어느 곳도 오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저를 다시 보내, 두터운 포위를 돌파해 이렇게 위급을 알리러 왔으니 한밤이라도 병력을 일으켜 바깥에서 도와야 합니다. 도독께서 두 고을 병력이 도착하는 것을 보면 성문을 열고 접응할 것입니다.”

    최량이 말한다.

    “도독의 문서를 가져 왔소?”

    배서가 품 속에서 문서를 꺼내는데 문서가 이미 땀에 젖었다. 배서가 잠깐 명령을 전하더니 급히 수하에게 말을 끌고 오라 시켜 성문을 나가 천수군으로 떠난다.

    이틀이 안 지나 다시 보마報馬( 소식을 보고하는 사람 )가 도착해 천수 태수가 벌써 병력을 일으켜 남안성을 구하러 갔으니 안정군도 접 응하라 한다. 최량이 부관들과 상의한다. 많은 관원이 이야기한다.

    “도우러 가지 않아 남안성이 함락되고 하후 부마를 잃는다면 모두 우리 두 고을의 죄입니다. 구원하러 가야 합니다.”

    최량이 즉시 인마를 동원해 성을 떠나가며, 문관들만 남겨 성을 지키게 한다. 최량이 병력을 이끌고, 남안군 쪽으로 크게 진발進發( 진군 )하는데 멀리 불빛이 하늘을 찌르니 병사들을 다그쳐 그날밤 전진한다. 남안군에서 5십여 리 떨어진 곳에 이르자 갑자기 앞뒤에서 함성이 크게 울리는데 초마( 정찰병 )가 알린다.

    “앞에서 관흥이 우리 갈 길을 끊고 뒤에서 장포가 달려듭니다!”

    안정군 병력이 사방으로 달아난다. 최량이 크게 놀라 수하 백여 사람을 이끌고, 좁은 길로 가 죽기살기로 탈출해, 안정군으로 달아난다. 안정성 해자에 이르자 성 위에서 화살이 빗발친다. 촉나라 장수 위연이 성 위에서 외친다.

    “내 이미 성을 취했다! 어찌 어서 항복하지 않냐!”

    알고보니, 위연이 촉병을 안정성 병사로 변장시켜 한밤에 성문을 열게 해, 촉병이 모조리 들어왔다. 이렇게 안정성을 빼앗았다.

    최량이 황망히 천수군으로 달아난다. 길을 다 가기 전에 앞쪽에서 1군이 늘어선다. 큰 깃발 아래 한 사람이 윤건을 쓰고 우선( 깃털 부채 )을 들고 학창의를 입은 채, 수레 위에 반듯이 앉았다. 최량이 보니 바로 공명이라 급히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관흥과 장포 가 양쪽에서 병력을 이끌고 뒤쫓아 와 외친다.

    “어서 항복하라!”

    최량이 보니 사방이 모두 촉병이라 부득이하게 항복해 함께 대채( 큰 영채 )로 돌아간다. 공명이 그를 상빈으로 예우한다. 공명이 말한다 .

    “남안 태수와 족하( 상대를 높여 부르는 말 )는 교분이 있소?”

    최량이 말한다.

    “그 사람은 양부의 족제族弟 양릉입니다. 저와 이웃한 고을이라 교분이 몹시 두텁습니다.”

    “이제 수고롭겠지만 족하가 성으로 들어가 양릉을 설득해 하후무를 잡을 수 있겠소?”

    “승상께서 저에게 가라고 명하신다면 잠시 군마를 물려 제가 성으로 들어가 설득하게 해주십시오.”

    공명이 이를 따라 즉시 전령해 사방의 군마는 각각 2십 리 물러나 진을 치게 한다.

    최량이 홀로 말 타고 성 가에 이르러 성문을 열라 외쳐, 부중으로 들어가, 양릉과 인사를 마치고, 그 일을 자세히 말한다. 양릉이 말한다.

    “우리는 위주( 위나라 임금 )의 큰 은혜를 받았는데 어찌 차마 배반하겠소? 장계취계將計就計(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함 )를 행하는 것이 좋겠소.”

    곧 최량을 데리고 하후무를 찾아가 낱낱이 이야기해 알린다. 하후무가 말한다.

    “어떤 계책을 써야겠소?”

    양릉이 말한다.

    “제가 성문을 열어준다고 한 뒤, 촉병을 유인해 성으로 들어오게 꾀어 성 안에서 죽이는 것입니다.”

    최량이 계책대로 행하려 성을 나가 공명을 만나 이야기한다.

    “양릉이 성문을 열어준다니 대군을 성 안으로 들여보내 하후무를 잡을 수 있습니다. 양릉이 본래 스스로 하후무를 잡고 싶으나 수하에 용사가 많지 않아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이런 일이야 지극히 쉽소. 이제 족하에게 원래 함께 항복한 병사가 백여 사람 있으니 그들 속에 촉나라 장수를 몰래 숨겨 안정성 병사로 가장해 함께 성으로 들어가 하후무의 부중에 먼저 매복시키시오. 그리고, 양릉과 몰래 약속해 한밤이 되기를 기다려 성문을 열어주고 안 팎에서 호응하시오.”

    최량이 생각한다.

    ‘촉나라 장수를 데려가는 데 응하지 않으면 공명에게 의심 받을까 두렵구나. 우선 데리고 들어가, 안에서 먼저 베고, 불을 피워 신호 삼아 , 공명을 꾀어 불러들여 죽여야겠다.’

    이래서 받아들인다. 공명이 부탁한다.

    “내가 친신親信( 가까이 여기고 믿음 )하는 관흥과 장포를 족하에게 딸려 먼저 보낼 테니 구원군이 성 안으로 몰려오는 것이라고 하후무 를 안심시키시오. 불을 피워 올리면 내 직접 앞장서 성으로 들어가 그를 잡겠소.”

    황혼 무렵, 관흥과 장포가 공명의 밀계( 비밀 계책 )를 받아 갑옷을 걸치고 말에 올라 각각 병기를 가지고 안정 병사들 사이에 섞여 최량을 뒤따라 남안성 아래 이른다. 양릉이 성 위에 있다가 현공판懸空板( 성의 해자 위에서 내리고 올리는 가동식 다리 )을 걷어 올리고 호 심란護心欄( 전쟁 시에 성 위에 설치된 방호용 널빤지 )에 기대어 묻는다.

    “어디에서 오는 군마들인가?”

    최량이 말한다.

    “안정성의 구원군입니다.”

    최량이 먼저 호전( 신호를 전하는 화살 )을 성 위로 쏜다. 이 화살에 밀서가 달렸으니 이렇다.

    ‘이제 제갈량이 두 장수를 보내, 성 안에 매복시켜, 안팎으로 호응하려 하오. 우선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오. 계책이 새어나갈까 걱정이 오.”

    양릉이 밀서를 하후무에게 보이며 자세한 이야기를 하니 하후무가 말한다.

    “이렇게 제갈량이 우리 계책에 빠졌으니 우선 도부수( 칼과 도끼를 쓰는 병사 ) 백여 인을 부중에 매복시켜야겠소. 두 장수가 최 태수를 따라 부중으로 들어오면 문을 닫고 베시오. 그리고 성 위에 불을 피워 올려 제갈량을 성 안으로 꾀어 들이시오. 복병들이 일제히 나오면 제갈량을 잡을 수 있소.”

    이렇게 안배를 마치고 양릉이 성벽 위로 되돌아가, 말한다.

    “안정성 병사가 맞다면 어서 성 안으로 들여라.”

    관흥이 최량 곁에 바짝 붙어 앞서고 장포가 뒤따른다. 양릉이 성벽에서 내려와 문 가에서 영접한다. 갑자기 관흥이 칼을 내리쳐 양릉을 베어 말 아래로 떨군다. 최량이 크게 놀라 급히 말 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최량이 조교( 성문에서 해자 너머 걸치는 다리 ) 가까이 이르자 장포가 크게 외친다.

    “도적놈은 거기 서라! 너희가 속임수로 어찌 승상을 기만한단 말이냐!”

    창을 쳐들어 최량을 찔러 말 아래로 떨군다. 관흥이 재빨리 성 위로 올라가 불을 피워 올리니 사방에서 촉병이 몰려든다. 하후무가 어쩔 줄 모르고 남문을 열고, 있는 힘을 다해 탈출하는데 1군이 앞을 가로막는다. 선두 대장은 왕평이다. 싸운지 겨우 1 합만에 말 위 의 하후무를 사로잡고 나머지는 모두 살해한다.

    공명이 남안성으로 들어가 병사와 백성을 달래고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 장수들이 제각기 헌공獻功( 공로를 바치고, 포상을 바람 ) 한다. 공명이 하후무를 수레 안에 가두게 한다. 등지가 묻는다.

    “승상께서는 최량이 속이는 것을 어찌 아셨습니까?”

    “나는 벌써 그가 전혀 항복할 마음이 없음을 알고, 일부러 성 안으로 들여보냈소. 그는 틀림없이 있는 대로 하후무에게 알려줘, 우리 계 책을 거꾸로 써먹으려 할 것이었소. 내가 내정來情( 사정, 내막 )을 살피니, 그 속임수를 알 만했소. 그래서 두 장수를 함께 데려가게 시 켜, 마음을 떠보려했소. 진심이라면, 틀림없이 저당阻當( 저지, 가로막음 )할 것이나, 그가 기꺼이 같이 가겠다 한 것은, 내가 의심할까 두려워서요. 그는 마음 속으로, 두 장수를 데려가, 성 안으로 꾀어 들여 죽여도 늦지 않다 생각한 것이오. 게다가, 내가 우리 군대를 부탁 하자, 마음놓고 간 것이오. 내 벌써 두 장수에게 몰래 당부해, 성문 아래에서 그들을 도모하라 했소. 성 안에서 틀림없이 아무 준비가 없 어, 우리 병사들이 뒤따라 바로 들어갔으니 이것이 바로 출기불의出其不意( 적들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출격함 )요.”

    장수들이 탄복한다. 공명이 말한다.

    “최량을 꾀어낼 때, 내 심복을 위나라 장수 ‘배서’라고 속였소. 또한 천수군에도 사람을 보냈는데, 아직까지 오지 않으니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소.”

    이에 오의에게 남안군을, 유염에게 안정군을 지키도록 명하고, 그들 대신에 위연의 군마를 보내 천수군을 빼앗게 한다.

    한편, 천수군의 태수 마준은 하후무가 남안성 안에서 포위된 것을 듣고, 문무 백관을 불러모아 상의한다. 공조功曹( 인사 배치와 정무에 간여하는 관직 ) 양서, 주부主簿( 문서, 사무 등을 맡은 관직 ) 윤상, 주기主記( 문서와 기록 등을 담당하는 관직 ) 양건 등이 말한다.

    “하후 부마는 금지옥엽金枝玉葉인데 자칫 잘못되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만 했다는 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태수께서 어찌 휘하 의 병력을 모두 일으켜 구원하지 않으십니까?”

    마준이 머뭇거리며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후 부마가 심복 ‘배서’라는 사람을 보냈다고 한다. 배서가 부중으로 들어와, 공문을 꺼내 마준에게 주며, 이야기한다.

    “도독께서 안정과 천수 두 고을 병력으로 밤을 새어서라도 구원하러 오라 요청하셨습니다.”

    말을 마치더니, 총총히 떠난다.

    다음날, 누군가 말을 달려와서 보고한다.

    “안정성의 병력이 떠났으니 태수께서도 화급히 합류하러 오랍니다.”

    마준이 병력을 일으키려는데 누군가 들어오며 말한다.

    “태수께서 제갈량의 계책에 빠진 것입니다!”

    사람들이 보니 천수군의 기冀 출신의 강유 '백약'이다. 아버지 강경은 일찍이 천수군의 공조였다. 강족이 반란했을 때 순국했다. 강유가 어려서부터 여러가지 책을 읽고 병법과 무예에 통달하고 모친에게 효성이 지극하므로 고을 사람들이 존경했다. 그뒤 중랑장이 되어 본부군사의 참모가 되었다.

    이날, 강유가 마준에게 말한다.

    “요새 듣자니 제갈량이 하후무를 격파하고 남안성을 포위하요 물샐틈도 없거늘 어찌 누가 포위를 뚫겠습니까? 게다가 배서는 이름없는 하급장수로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안정성에서 말을 달려 보고한지만 아무런 공문도 안 가져왔습니다. 살펴보건대, 촉장이 위장 魏將으로 사칭한 것입니다. 태수를 성밖으로 꾀어내어 성안이 무방비할 때 근처의 복병이 천수성을 빼앗으려는 것입니다!”

    마준이 크게 깨닫고 말한다.

    “백약이 아니었으면 간계에 빠졌겠소!”

    강유가 웃으며 말한다.

    “태수께서 마음놓으십시오. 계책이 하나 있으니 제갈량을 사로잡고 남안성을 구하겠습니다.”

    계책을 쓰려는데 다시 고수를 만나다니
    지혜를 겨루다가 뜻밖의 사람을 만나네

    그 계책이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