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110회 문앙이 필마단기로 웅병을 격퇴하고 강유가 배수진으로 적군을 대파한다

    한편 위나라 정원2년 정월에 양주자사 진동장군 영회남군마 관구검 '중문'은 하남의 문희 출신으로, 사마사가 조방을 폐하고 조모를 옹립하자 분노한다. 맏아들 관구전이 말한다.

    "부친께서 관직에 계시는데 사마사가 권력을 전횡해 군주를 폐하니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였습니다. 어찌 편안히 자리만 지키실 수 있습니까?"

    "내 아들의 말이 맞구나."

    곧 자사 문흠을 불러 상의한다. 문흠은 조상의 문하인데 그날 관구검이 부르자 즉시 달려와서 배알한다. 관구검이 후당으로 맞아들여 예 를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관구검이 눈물을 흘려 멈추지 않으니 문흠이 그 까닭을 묻는다. 관구검이 말한다.

    "사마사가 권력을 전제하고 주군을 폐해 천지가 뒤집히니 어찌 상심하지 않겠소?"

    "도독께서 방면方面( 비교적 큰 행정구역 )을 진수鎮守( 군대를 주둔해 수비함 )하고 계신데 만약 의를 앞세워 역적을 토벌하신다면 저 는 바라건대 목숨을 버리고 돕겠습니다. 저의 중자中子( 삼형제의 가운데 사람 ) 문숙은 소자小字( 어릴 때의 이름 )가 아앙阿鴦으로 만 부부당지용( 1만 명의 사내도 당할 수 없는 용맹 )을 가졌는데 늘 사마 형제를 죽여 조상의 복수를 하고자 합니다. 이제 그 아이를 선봉으 로 삼으십시오."

    관구검이 크게 기뻐하며 그때 술잔을 나누며 맹세한다. 두 사람은 태후의 밀조( 비밀 조서 )를 가졌다 사칭하고 회남의 대소 관병 장사( 장졸 )들에게 명해 모두 수춘성으로 들어오게 한다. 서쪽에 단을 하나 세우고 백마를 죽여서 삽혈歃血( 희생으로 바치는 동물의 피를 조금 먹거나 입술에 바르는 의식 )해 맹세한다. 사마사가 대역무도하기에 이제 태후의 밀조를 받들어 회남의 군마를 총동원해 의를 앞세워 역적을 토멸할 것을 선언하니 모든 사람이 열복悅服( 기쁜 마음으로 따름 )한다. 관구검은 병사 6만을 거느리고 항성項城에 둔병 하고 문흠은 병사 2만을 이끌고 성 밖에서 유병遊兵( 일종의 유격대 / 고정된 방어지점 없이 유동적으로 출격하는 소규모 군대 )이 되어 왕래하며 접응하기로한다. 관구검이 여러 고을에 격문을 보내니 이제 곳곳에서 군대를 일으켜 돕는다.

    한편, 사마사는 왼쪽 눈에 육류肉瘤( 혹 )가 생겨 불시에 아프고 가렵다. 이에 의관을 시켜 혹을 잘라내고 약을 써서 봉한 뒤 날마다 부중 에서 양병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남에서 위급하다 고하자 태위 왕숙을 불러 상의한다. 왕숙이 말한다.

    "예전에 관운장의 위세가 화하華夏( 중원 / 중국 )를 뒤흔들 때 손권이 여몽을 시켜 형주를 기습해 빼앗고 장사( 장졸 )들의 가속( 가족 )을 구슬러서 이 때문에 관공의 군세가 와해됐습니다. 이제 회남의 장사들의 가속이 모두 중원에 있으니 서둘러 이들을 무휼하고 아울러 군대를 동원해 그 귀로를 차단하면 틀림없이 흙이 무너지는 형세가 될 것입니다."

    사마사가 말한다.

    "공의 말씀이 지당하오. 다만 내가 눈의 육류를 자른 지 얼마 안 돼 직접 갈 수가 없구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보내자니 마음이 평온하 지 않겠소."

    이때 중서시랑 종회가 곁에 있다가 진언한다.

    "회초淮楚의 군대가 강하니 그 군세가 몹시 날카롭습니다. 만약 다른 이를 보내 군대를 지휘하게 하면 여러모로 불리합니다. 그가 실수한다면 곧 대사를 그르칠 것입니다."

    사마사가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역시 내가 직접 가지 않으면 역적들을 깨뜨릴 수 없겠구나!"

    곧 아우 사마소를 남겨 낙양을 지키고 조정을 섭정하게 한다. 사마사가 가마를 타고 병든 몸을 이끌고 동쪽으로 간다. 진동장군 제갈탄에게 명해 예주의 병사들을 이끌고 안풍진을 따라서 수춘을 공격하게 한다. 또한 정동장군 호준에게 명해 청주의 병사들을 이끌고 초송譙宋 방면으로 출격해 퇴로를 끊게 한다. 또한 예주자사 감군 왕기에게 선두 부대를 이끌고 진남 지역을 선취하라 한다. 사마사가 대군을 이끌고 양양에 주둔해 문무 관료를 불러들여 상의한다.

    광록훈光祿勳 정포鄭褒가 말한다.

    "관구검은 모략을 좋아하나 결단을 못하고 문흠은 용맹하나 지혜가 없는데 이제 군대를 크게 일으키니 예상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강초 江淮( 장강과 회하 지역 )의 군대의 예기가 한창 강성하니 함부로 대적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아 그들 의 예기를 꺾는 것이 그 옛날 아부亞夫( 주아부 / 칠국의 난을 평정한 옛 한나라의 장군 )의 장책長策입니다."

    감군監軍( 군대의 감독관 ) 왕기가 말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회남의 반란은 군대나 백성이 반란을 바란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관구검이 힘으로 핍박한 때문에 부득이하게 추종할 따름입니다. 대군이 가면 틀림없이 와해할 것입니다."

    사마사가 말한다.

    "이 말씀이 절묘하오."

    마침내 인수의 상류로 진군해 중군이 은수의 다리 옆에 주둔한다. 왕기가 말한다.

    "남돈南頓이 군대를 주둔하기에 절호의 위치이니 군을 이끌고 한밤에라도 취해야 합니다. 지체하면 관구검이 먼저 가고 말 것입니다."

    사마사가 곧 왕기에게 명해 선두 부대를 이끌고 남둔으로 가서 진을 치게 한다.

    한편, 관구검은 항성項城에 머물다가 사마사가 직접 오는 것을 듣고 사람들을 모아 상의한다. 선봉 갈옹이 말한다.

    "남돈의 지세는 산과 강을 끼고 있어 둔병하기에 극히 좋습니다. 위군이 선점하면 그들을 물리치기 어려우니 속히 점령해야 합니 다."

    관구검이 그 말을 따라 군대를 일으켜 남돈으로 간다. 가다보니 앞쪽에서 유성마( 통신병 )가 달려와 알리기를, 남돈에 이미 인마가 진을 쳤다고 한다. 관구검이 믿지 못하고 직접 군전軍前( 싸움터 / 전초 기지 )으로 가서 살펴보니 과연 깃발들이 들판을 가득 메우고 영채가 정연하다. 관구검이 군중으로 되돌아와 생각해보니 아무 계책도 쓸 수 없다. 그런데 초마( 정찰병 )가 급보한다.

    "동오의 손준이 군대를 거느리고 강을 건너 수춘을 습격하러 옵니다."

    관구검이 크게 놀라 말한다.

    "수춘을 잃으며 우리가 돌아갈 곳이 어디겠냐!"

    이날 밤 군을 이끌고 항성으로 퇴각한다.

    관구검의 군대가 물러가자 사마사가 많은 관리를 불러서 상의한다. 상서 부가가 말한다.

    "이제 관구검의 군사가 퇴각한 것은 오인( 오나라 시람 )들이 수춘을 습격할까 두려워서입니다. 틀림없이 항성으로 돌아가 군대를 나눠서 막을 것입니다. 장군께서 영을 내려서 1군은 낙가성을 취하고 다른 1군은 항성을 또 다른 1군은 수춘을 취하게 하십시오. 이러면 회남의 군대는 퇴각하고 말 것입니다. 연주자사 등애는 지모가 뛰어나니 그로 하여금 군대를 거느리고 낙가를 취하러 달려가라 하고 아울러 중병重兵( 대군 )으로 접응하면 적병을 격파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사마사가 이를 따라 급히 사자를 보내며 격문을 지니고 가서 등애로 하여금 연주의 군대를 일으켜 낙가성을 깨뜨리게 하고 사마사가 뒤 따라 군을 이끌고 그곳으로 가서 합류할 것이라 한다.

    한편, 관구검은 항성에 머물면서 수시로 사람을 낙가성으로 보내 초탐( 정탐 )하게 한다. 적병이 올까 두려워 문흠을 군영으로 불러 함 께 의논하니 문흠이 말한다.

    "도독,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제 못난 아들 문앙과 함께 단지 병사 5천만 있으면 감히 낙가성을 지키겠습니다. "

    관구검이 크게 기뻐한다. 문흠 부자가 병사 5천을 이끌고 낙가성으로 간다. 선두 부대에서 보고한다.

    "낙가성 서쪽은 모두 위나라 군인데 약 1만 남짓입니다. 멀리 중군을 바라보니 백모白旄( 끝에 야크의 꼬리털소 장식한 깃발 / 전군의 지휘권을 상징 )와 황월黃鉞( 황금색 도끼 / 원래 천자의 의장 ), 조개주번皂蓋朱旛( 고관이 타던 수레의 장식으로 검은 색 지붕과 붉은 색 병풍 )이 보이고 호장虎帳( 장군의 군막 )을 병사들이 에워싸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 "수帥( 장수)" 자를 수놓은 비단 깃발이 세 워져 있으니 이것은 틀림없이 사마사입니다. 영채를 세우는 것을 아직 완비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문앙이 부친의 곁에서 채찍을 들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 부친에게 고한다.

    "그들의 영채를 아직 세우지 못한 틈을 타서, 군대를 둘로 나눠 좌우에서 치면 전승을 거둘 것입니다."

    "언제 가야겠냐?"

    "오늘 해질녘에 아버님께서 병사 2천5백을 이끌고 성의 남쪽으로 달려가십시오. 제가 또한 병사 2천5백을 이끌고 성의 북쪽으로 달려가 겠습니다. 3경 무렵에 위나라 영채에서 만나야 합니다."

    문흠이 이를 따라 그날 저녁 군대를 둘로 나눈다. 문앙의 나이 이제 18세이고 신장이 8척인데 전신에 갑옷을 두르고 허리에 구리채찍을 차고 창을 쥐고 말을 타더니 멀리 위나라 영채를 향해 나아간다. 이날밤 사마사의 병력이 낙가성에 당도해 영채를 세우고 아직 등애 가 오지 않아 이를 기다린다. 사마사가 눈 아래의 혹을 때어낸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잘라낸 자리가 아픈지라 군막 안에 눕고 수백 명의 갑 사甲士( 갑옷을 갖춰 입은 병사 )에게 명해 빙 둘러서서 호위하게 한다. 3경 무렵에 홀연히 영채 안에서 함성이 대진하고 인마들이 대 란해 사마사가 황급히 물으니 누군가 보고한다.

    "1군이 영채 북쪽에서 방어를 뚫고 돌입하였는데 앞장선 장수의 용맹을 당할 수 없습니다."

    사마사가 크게 놀라 마음이 마치 불타는 듯하다. 눈알이 혹을 잘라낸 자리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피가 흘러 바닥에 가득하고 아픔을 견디 지 못하겠다. 그러나 군심軍心( 군대의 사기 )을 흐트릴까 두려워 이불을 깨물고 참을 따름이라 결국 이불 천조각이 씹혀서 문드러진다.

    원래, 문앙의 군마가 먼저 도착해 일제히 진격했다. 영채 안에서 좌충우돌하니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감히 당하지 못한다. 혹시 누군 가 저항하더라도 문앙이 창으로 찌르고 구리채찍으로 때리니 죽지 않는 이가 없다. 문앙이 부친의 도착만 기다리며 부친의 외응外應을 기대하지만 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몇번이나 중군으로 돌격하지만 활과 쇠뇌의 사격을 받아 되돌아오고 만다. 문앙이 날 밝아 올 때까지 내리 싸우는데 북쪽에서 북소리가 하늘을 울린다. 문앙이 종자從者( 뒤따르는 사람 / 종복 )를 뒤돌아 보면서 말한다.

    "아버님께서 남쪽에서 돕지 않고 북쪽에서 오시다니 무슨 까닭이냐?"

    문앙이 말을 달려가서 바라보니 1군이 질풍처럼 달려오는데 선두의 대장은 바로 등애다. 그가 말을 몰아 칼을 비껴들고 크게 외친다.

    "반적( 역적 )은 거기 서라!"

    문앙이 크게 노해 창을 꼬나 쥐고 맞이한다. 5십 합을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는데 그 사이에 위군이 크게 진격해 앞뒤로 협공 한다. 문앙의 부하들이 각자 달아나고 문앙만 필마단기로 위나라 병사들을 뚫고 남쪽으로 달아난다. 그 뒤로 몇백 명의 위나라 장수가 정신을 차리고 말을 몰아 뒤쫓는다. 낙가교樂嘉橋 주변에 다다를 즈음 거의 따라잡히는데 문앙이 돌연히 말머리를 돌리고 한소리 크게 외치더니 위나라 장수들 속으로 뛰언든다. 구리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 말들이 놀라서 ) 장수들이 분분히 낙마해 뿔뿔이 달아나니 문 앙이 다시 천천히 간다. 위나라 장수들이 한데 모여 놀라서 말한다.

    "이 자가 감히 아직도 우리를 물리치려 하다니! 힘을 합쳐서 추격합시다!"

    이에 위나라 장수 1백 명이 다시 뒤쫓으러 온다. 문앙이 버럭 크게 화를 낸다.

    "쥐새끼들이 목숨 아까운 줄 모르냐!"

    구리채찍을 쥐고 말을 몰아 위나라 장수들 속으로 뛰어들어 구리채찍으로 몇 사람을 타살하고 다시 말머리를 돌려 말고삐를 느슨히 잡 고 천천히 간다. 위나라 장수들이 잇달아 너댓 번을 추격하지만 그때마다 문앙 한 사람이 격퇴한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그 옛날 장판파에서 홀로 조조 군에 맞서니
    이로써 조자룡이 영웅호걸로 이름 났네
    낙가성 안에서 창칼 부딪히는 곳마다
    또한 문앙의 담력이 대단하구나

    알고보니, 문흠은 산길이 기구崎嶇( 가파르고 험함 )해 골짜기 안으로 잘못 들어가 한밤중까지 헤매다가 겨우 길을 찾아서 나왔지만 하늘이 이미 밝아버렸다. 문앙의 인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었고 위군이 크게 이긴 것으로만 보여서 문흠이 싸우지 않고 퇴각한 것이다. 위군이 그 기세를 타고 추격하니 문흠이 군을 이끌고 수춘으로 달아난다.

    한편, 위나라 전중교위 윤대목은 조상曹爽의 심복이었다. 조상이 사마사의 음모에 걸려 살해되어 이제는 사마사를 섬기고 있지만 늘 사 마사를 죽여 조상의 원수를 갚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또한 평소 문흠과 교분이 두터운데 이제 사마사가 눈의 혹이 돌출해 제대 로 움직이지 못하자 군막으로 들어가 고한다.

    "문흠은 원래 반심( 반역하려는 뜻 )이 없는데 이제 관구검에게 핍박을 받아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가서 설득하면 틀림없이 투항 할 것입니다."

    사마사가 이를 따르니 윤대목이 머리에 투구를 쓰고 몸에 갑옷을 걸쳐 말을 타고 문흠을 뒤쫓는다. 점점 가까워지자 소리 높여 크게 외 친다.

    " 문 자사! 여기 윤대목이 왔소이다!"

    문흠이 고개 돌려 바라보니 윤대목이 투구를 말안장 앞에 내려놓고 채찍으로 가리키며 밀한다.

    "문 자사 어찌 며칠을 참지 못하는 것이오?"

    이것은 윤대목이 사마사가 곧 죽을 것을 알고 문흠을 붙잡아 두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흠이 그 뜻을 깨닫지 못하고 성난 목소리로 크게 욕하고 곧 활을 잡아당겨 쏘려고 한다. 윤대목이 크게 소리내어 울며 돌아간다. 문흠이 인마들을 거두어 수춘으로 달아나지만 수춘은 이 미 제갈탄이 군을 이끌고 점령해버렸다. 다시 항성으로 돌아가려는데 호준과 왕기, 등애가 이끄는 3로( 3개 방면 )의 군대가 모두 온다 . 형세가 위급하자 문흠이 동오의 손준에게 귀순하러 간다.

    한편, 관구검은 항성에 있는데, 수춘이 이미 함락되고 문흠의 군세가 무너진데다 3로의 군대가 성 밖에 온 것을 알고, 성 안의 군대를 총 동원해 싸우러 나온다. 등애와 마주치자 관구검이 갈옹을 출마시킨다. 그러나 갈옹이 1합을 넘기지 못하고 등애의 한칼에 베인다. 등 애가 군을 이끌고 돌진하니 관구검이 결사 항전하지만 강회江淮 병사들이 크게 흐트러진다. 호준과 왕기가 군을 이끌고 사방으로 협공한다. 관구검이 대적하지 못하고 십여 기를 이끌고 길을 뚫어 달아난다. 진현성에 이르니 현령 송백이 성문을 열고 맞아들여 연회를 베풀어 대한다. 관구검이 크게 취하자 송백이 사람들을 시켜 살해하고 그 머리를 위나라 군에 바친다. 이에 회남이 평정된다.

    사마사가 병석에 누워 일어나지 못해 제갈탄을 군막으로 불러들여 인수를 하사하며 정동대장군으로 임명해 양주의 제로( 여러 방면 ) 군마를 지휘하게 한다. 그러면서 사마사가 군대를 거두어 허창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사마사가 눈의 동통이 그치지 않고 매일 밤 이풍, 장집, 하후현이 침대 앞에 서 있는 환영에 시달린다. 사마사가 심신이 황홀恍惚(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릿함 )하니 아무래도 더 버티기 어렵다 생각해 곧 낙양으로 사람을 보내 사마소를 불러 오게 한다. 사마소가 곡하며 침대 아래에서 절한다. 사마사가 유언을 남긴다 .

    "내 이제 권한이 막중해 비록 어깨에서 벗으려 해도 그럴 수 없구나. 네가 나를 대신하고 절대 대사를 타인에게 맡겨 스스로 멸족의 화 를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하라."

    말을 마치고 인수를 주면서 얼굴 가득히 눈물을 흘린다. 사마소가 뭔가 물어보려는데 사마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눈동자가 튀어나 오며 죽는다. 이 때가 정원 2년 2월이다. 이에 사마소가 발상發喪하고 위나라 군주 조모에게 이를 상주한다. 조모가 사자에게 조서를 주 어 허창으로 보내 즉시 사마소에게 허창에 주둔해 동오를 막으라 명한다. 사마소가 마음 속으로 머뭇거리며 결단하지 못하니 종회 가 말한다.

    "대장군께서 막 돌아가셨으니 인심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만일 조정에 변고가 생긴다면 후회한들 어쩌겠습니까?"

    사마소가 이를 따라 즉시 군대를 일으켜 낙수의 남쪽으로 돌아가 주둔한다.

    조모가 이를 듣고 크게 놀란다. 태위 왕숙이 아뢴다.

    "사마소가 이미 형을 이어서 대권을 장악했으니 폐하께서 그에게 작위를 봉해 안심시키소서."

    조모가 곧 왕숙에게 조서를 주어, 사마소를 대장군 녹상서사로 봉한다. 사마소가 조정으로 들어와 은혜에 감사한다. 이로부터 안팎의 크 고 작은 일들이 모두 사마소에게 넘어간다.

    한편, 서촉의 세작( 첩자 )이 이 일을 탐지해 성도로 들어가서 보고한다. 강유가 후주에게 상주한다.

    "사마사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고 사마소가 처음으로 중권( 대권 )을 잡은지라 분명코 감히 낙양을 함부로 떠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이 청컨대 이 틈을 노려 위나라를 정벌하면 중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후주가 이를 따리 곧 강유에게 명해 군대를 일으켜 위나라를 정벌하라 한다. 강유가 한중으로 가서 인마를 정돈한다. 정서대장군 장익 이 말한다.

    "촉나라는 협소하고 전량( 재물과 식량 )은 부족하니 원정을 떠나서는 안 되오. 험요( 요충지 )에 의지해 수분守分( 본분을 지킴 / 여기서는 삼국으로 갈라진 땅을 지킴의 뜻 )하며 병사들을 돌보고 백성을 아끼는 것만 못하오. 이것이 국가를 보전하는 계책이오."

    강유가 말한다.

    "그렇지 않소. 지난날 승상께서 아직 모려茅廬( 움막 / 초가집 )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도 이미 천하가 셋으로 나뉘는 것은 정해진 일이었 소. 그래서 기산으로 여섯 번 나가서 중원을 도모해야 했소. 불행히 도중에 돌아가셔서 공업功業( 큰 공로 )을 이루지 못하게 됐소. 이제 내가 승상의 유명을 승계했으니 마땅히 충성을 다해 국가에 보답해 그 뜻을 이을 것이니 비록 죽더라도 아무 한이 없소. 이제 위나 라가 틈을 보이니 이를 틈타야지 이때 정벌하지 않고 다시 언제까지 기다려야겠소?"

    하후패가 말한다.

    "장군의 말씀이 맞소. 경기輕騎( 경기병 / 무장이 가볍고 빠른 기마병 )를 이끌고 포한枹罕( 현재 감숙성에 위치 )으로 출격해야 하오. 도 서洮西와 남안을 점령하면 나머지 여러 군도 평정할 수 있소."

    장익이 말한다.

    "지난 번에 이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모두 출병이 몹시 지체되었기 때문이오. 병법에 이르기를,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가고 예상하 지 못한 곳으로 나가라 했소. 이제 화속火速(부리나케) 진병해 위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제방提防(방비)하지 못하게 만들면 틀림없이 전승 全勝을 거둘 것이오."

    이에 강유가 병사 5만을 이끌고 포한으로 진군한다. 촉군이 도수에 이르니, 변방을 지키는 병사가 옹주자사 왕경과 부장군 진태에게 보고한다. 왕경이 먼저 마보병( 기마병과 보병 ) 7만을 이끌고 영격한다. 강유가 장익에게 이렇게저렇게 분부하고 하후패에게도 이 렇게저렇게 분부한다. 두 사람이 계책을 받고 떠나자 강유가 대군을 이끌고 도수를 등지고 포진한다. 왕경이 아장 몇 사람을 이끌고 나 와서 강유에게 묻는다.

    "위나라와 오나라, 촉나라는 이미 정족지세를 이루었거늘 너는 누차에 침범하니 도대체 무슨 까닭이냐?"

    "사마사가 아무 까닭 없이 임금을 폐하니 이웃나라가 그 죄를 묻는 것이 도리이다. 게다가 너희 나라는 우리의 원수이자 적이지 않냐?"

    왕경이 장명, 화영, 유달, 주방 네 장수를 뒤돌아보며 말한다.

    "촉군이 배수진을 쳐서 패전하면 물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강유가 효용驍勇( 날래고 용맹함 )하니 너희 네 장수가 그와 씨우라. 그 가 퇴각하면 바로 추격하라."

    네 장수가 좌우로 나누어 출진해 강유와 싸우러 온다. 강유가 몇 합 싸우더니 말머리를 돌려 본영( 본진 ) 쪽으로 달아난다. 왕경이 사 마士馬( 병마 / 군대 )를 크게 몰아 일제히 뒤쫓는다. 강유가 군을 이끌고 도수의 서쪽으로 달안다. 강물에 다다를 즈음에 장사들에게 크게 외친다.

    "사세가 위급하구나! 제장諸將( 여러 장수)은 어찌 노력하지 않는가!"

    뭇 장수가 일제히 힘을 떨쳐 거세게 반격하니 위나라 군이 대패한다. 장익과 하후패가 위나라 군의 배후를 기습해 두 갈래로 나누어 달려들어 위나라 군을 포위한다. 강유가 무위를 떨치며 위나라 군중으로 돌입해 좌충우돌하니 위나라 군이 대란해 서로 짓밟혀 죽 은 이가 태반이고 쫓기다가 도수에 익사한 이가 무수하다. 위나라 병사의 목을 벤 것이 1만을 넘어 시체가 몇 리에 걸쳐 쌓인다. 왕경이 패잔병 1백 기( 기마병 )를 이끌고 사력을 다해 탈출해 곧장 적도성狄道城으로 달아난다. 성 안으로 달려들어가서 성문을 닫고 지킨 다.

    강유가 완전한 승리를 크게 거두고 병사들을 호궤한 뒤 곧 군을 이끌고 적도성을 공타( 공격 )하려 하자 장익이 간한다.

    "장군의 공적을 이미 세웠고 위엄과 명성을 크게 떨쳤으니 여기서 멈춰야 하오. 이제 만약 전진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마 치 뱀을 그리고 거기에 다리를 덧붙이는 셈이오."

    강유가 말한다.

    "그렇지 않소. 지난날 패전했을 때도 마음만 계속 전진해 중원을 종횡으로 누비고 싶었소. 오늘 도수에서 일전을 벌여 위나라 사람들 의 간담이 깨졌을 테니 내가 보기에 적도성은 마치 손에 침 뱉듯이 쉽게 점령할 수 있소. 절대 그 뜻을 스스로 무너뜨리지 마시오."

    장익이 거듭 간언해도 강유가 듣지 않고 군대를 지휘해 적도성을 치러 간다.

    한편, 옹주의 정서장군 진태가 군대를 일으켜 왕경과 합세해 이번 패전을 복수하려는데 연주자사 등애가 군을 이끌고 당도한다. 진 태가 등애를 영접해 서로 인사를 마치자 등애가 말한다.

    "이제 대장군의 명을 받들어 특별히 장군을 도와서 적병을 격파하러 왔소."

    진태가 등애에게 계책을 묻자 등애가 말한다.

    "강유가 도수에서 승리를 거두었는데 만약 강인들의 대군을 불러서 동쪽으로 관농( 지금의 관중과 감숙성의 동주 지역 )을 쟁탈하고 4군 郡에 격문을 보낸다면 우리 군대의 커다란 우환이오. 이제 그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적도성을 도모한다면 그 성벽이 견고해 다급히 몰아쳐도 쉽게 공략하기 힘들어 헛되이 병사들을 지치게 하고 힘을 소모할 뿐이오. 내 이제 항령項嶺에 포진하고, 그 뒤에 진군해 공 격하면 촉나라 군이 틀림없이 패할 것이오."

    진태가 말한다.

    "절묘한 말씀이오!"

    곧 2십 개 대오의 병사를 먼저 뽑아 각 대오마다 5십 인을 두어 모두 각종 깃발과 고각( 북과 피리 ), 봉화烽火 따위를 가지고 낮에는 숨 고 밤에는 행군한다. 그리해 적도성 동남쪽의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 매복한다. 적병이 오기를 다려 일제히 북을 울리고 피리를 불어 응하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포를 쏴서 적군을 놀라게 하려고 한다. 준비를 마치고 촉나라 군의 도착만 기다겠다는 계책인데 진태와 등애가 각자 병사 2만을 이끌고 잇달아 진발한다.

    한편, 강유는 적도성을 포위하고 병사들을 시켜 8면으로 치게 하지만 잇달아 며칠을 공격해도 함락시키지 못한다. 마음 속으로 우울하고 괴롭지만 아무 계책도 쓸 것이 없다. 이날 황혼 무렵에 갑자기 서너 차례 유성마( 전령 )가 달려와서 급보한다.

    "양로( 2개 방면 )로 병사들이 몰려오고 깃발에 크게 뚜렷하게 쓰여 있는 것을 봐서 1로는 바로 정서장균 진태이고 또다른 1로는 연주자 사 등애입니다. "

    강유가 크게 놀라 곧 하후패를 청해 상의하니 하후패가 말한다.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등애는 젊어서부터 병법에 몹시 밝고 지리를 잘 이용하오. 이제 그가 군대를 거느리고 오니 자못 경적勁敵( 강한 적수 )이 될 것이오."

    "적군이 멀리서 오니 아군이 적군에게 영채를 세울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쳐야겠소."

    그리고 장익을 남겨서 계속 적도성을 공격하고 하후패를 시켜 군을 이끌고 진태를 영격하게 한다. 강유도 직접 군을 이끌고 등애를 영격하러 간다.

    5리를 못 가서 홀연히 동남쪽에서 한바탕 포성이 울리고 북과 피리 소리가 땅을 뒤흔들고 불빛이 하늘을 찌른다. 강유가 말을 몰아 살피 러 가보니 주위가 모두 위나라 깃발이다. 강유가 크게 놀라 말한다.

    "등애의 계략에 빠졌구나!"

    곧 하후패와 장익에게 군령을 전해 각각 적도성을 포기하고 퇴각하라 한다. 이에 촉나라 군이 모두 한중으로 돌아간다. 강유가 직접 후미를 엄호하는데 배후에서 북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강유가 후퇴해 검각을 들어갈 때 비로소 위나라 군의 횃불이 타오르고 북소리 울리던 스무 곳 남짓이 모두 텅 빈 곳임을 알게 된다. 강유가 군대를 거두어 퇴각해 종제에 주둔한다.

    한편, 후주는 강유가 도서에서 전공을 세웠다 해 조서를 내려 강유를 대장군으로 봉한다. 강유가 대장군 직을 받고 천자에게 표를 올 려 은혜에 감사 드리며 다시 군대를 일으켜 위나라를 정벌할 것을 의논한다.

    공을 이루는데 구태여 사족을 달지 않는 법인데
    역적을 토벌해 호랑이 같은 위엄을 떨치려 하구나

    이번 북벌이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