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회
제112회 우전이 수춘성을 구원하다가 순절하고 강유가 장성을 공격하여 격전을 치른다
한편, 제갈탄이 오나라 군과 합류해 결전하러 다가오니, 사마소가 이를 듣고 적군을 격파할 계책을 상의하고자, 산기장사 비수, 황문 사랑 종회를 부른다. 종회가 말한다.
"오나라 군이 제갈탄을 돕지만, 실상은 이익 때문입니다. 이익으로 유인하면 반드시 이깁니다."
사마소가 그 말을 따라, 석포와 주태에게 2개 부대를 이끌고 석두성에 매복하라 하고, 왕기와 진건에게 정병( 정예 병력)을 거느리고 후 방에 있으라 한다. 또한 편장( 하급 장교의 일종 ) 성졸에게, 병사 수만 명을 이끌고, 먼저 가서 적군을 유인하라 한다. 또한 진준에게, 병사들을 포상할 물건들을 수레와 병장기, 소와 말, 나귀와 노새에 실어날라, 진중陣中의 사방에 쌓아놓고, 만약 적군이 오면 버리고 달아 나라 지시한다.
이날 제갈탄이 오나라 장수 주이를 좌측에, 문흠을 우측에 배치한다. 위나라 진중에 인마가 정돈되지 않은 것이 보이자, 제갈탄이 군대를 크게 몰아 돌진한다. 성졸이 달아나니, 제갈탄이 군대를 이끌고 엄습한다. 그런데 소와 말, 노새와 나귀가 들판 가득하자, 남병(오나라 병사)들이 앞다퉈 노획하느라, 싸울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런데 한바탕 포성이 울리더니, 양쪽에서 병사들이 달려든다. 왼쪽 은 석포요, 오른쪽은 주태다. 제갈탄이 크게 놀라 서둘러 퇴각하려는데, 왕기와 진건의 정병들이 쇄도한다. 제갈탄이 패병(패잔병)을 이 끌고 수춘으로 달아나, 성문을 닫고 굳게 지킨다. 사마소가 병사들에게, 사면을 포위해 힘을 모아 수춘성을 치라 명한다.
이때, 오나라 군은 안풍으로 물러나 주둔하고, 위나라 군주의 어가는 항성에 머문다. 종회가 말한다.
"이제 제갈탄이 비록 패전했지만, 수춘성 안에 식량이 아직 많은데다, 오나라 군이 안풍에 주둔해, 의각지세犄角之勢( 기각지세 / 사슴의 뿔과 뒷다리를 같이 잡음 / 협공하기 좋은 형세 )를 이룹니다. 이제 아군이 사면을 포위해 공격하지만, 적군은 공격이 느슨하면 굳게 지 키고, 급박하면 죽기로 싸울 것입니다. 오나라 군이 혹시라도 의각지세를 이용해 협공하면, 아군은 불리할 뿐입니다. 차라리 3면만 공격 해 남문의 대로를 열어주어, 적도들을 스스로 달아나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달아날 때 공격하면, 완승을 거둘 것입니다. 오나라 군은 멀 리 온지라 군량이 바닥날 것입니다. 우리가 경기輕騎( 가벼운 무장을 한 기마병 )를 이끌고 후방을 습격하면, 싸우지 않고도 적군을 격파 할 수 있습니다."
사마소가 종회의 등을 두드리며 말한다.
"그대는 참으로 나의 자방子房( 한나라 고조 유방을 보좌한 장량의 자 )이구려!"
이에 왕기에게 남문의 군대를 철퇴하라 한다.
한편, 오나라 군이 안풍에 주둔하고 있자, 손침이 주이를 불러 꾸짖는다.
"그깟 수춘성 하나 구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중원을 병탄하겠냐? 또다시 이기지 못하면 반드시 참하겠다!"
주이가 이에 본채로 돌아가 상의하니, 우전이 말한다.
"이제 수춘 남문이 포위되지 않으니, 1군을 이끌고 남문으로 들어가, 제갈탄을 도와 성을 지키겠습니다. 장군께서 위나라 군에게 싸움을 걸 때 제가 성 안에서 달려나와 양쪽에서 협공하면 위나라 군을 격파할 수 있습니다."
주연이 그 말을 그럴 듯하게 여긴다. 이에 전택, 전단, 문흠 등도 모두 성으로 들어가고자 해서, 우전과 함께 병사 1만을 이끌고 남문을 통해 성으로 들어간다. 위나라 군이 장령將令( 장수의 명령/ 군령 )을 받지 못해, 감히 함부로 맞서지 못하여, 오나라 군의 입성을 지켜본 뒤, 사마소에게 알린다. 사마소가 말한다.
"이것은 주이와 더불어 안팎으로 협공해 아군을 격파하려는 것이오."
이에 왕기와 진건을 불러 분부한다.
"병사 5천을 이끌고 주이의 진로를 차단하고 배후를 습격하시오."
두 사람이 명을 받고 떠난다. 주이가 군을 이끌고 오는데, 갑자기 배후에서 함성이 크게 인다. 왼쪽은 왕기가, 오른쪽은 진건이 양쪽에 서 군을 이끌고 달려들어 오나라 군이 대패한다. 주이가 되돌아가 손침을 만나자, 손침이 크게 노한다.
"쓸모 없는 장수! 너 따위를 어디에 써먹겠냐!"
병사들에게 그를 끌어내어 처형하라고 호통친다. 또한 전단의 아들 전의를 꾸짖는다.
"위나라 군을 물리치지 못하면, 너희 부자는 나를 다시는 못 볼줄 알아라!"
그러고는 손침은 건업으로 돌아가버린다. 종회가 사마소에게 말한다.
"이제 손침이 물러가서 성 밖에 아무런 구원병이 없으니, 포위할 수 있습니다."
사마소가 이를 따라 병사들에게 포위 공격을 독려한다. 전의가 보니 위나라의 군세가 대단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진퇴양난이라 마침내 사마소에게 투항한다. 사마소가 전의에게 편장군의 직위를 내린다. 전의가 사마소의 은덕에 감동한다. 이에 부친 전단과 숙부 전역에게 드리는 가서家書( 가족 사이에 주고받는 서신 )를 써서, 손침이 어질지 않으니 위나라에 투항하는 것만 못하다고 한다. 서신을 화살에 묶어 성 안으로 쏘아 보낸다. 전역이 전의의 서신을 받더니 전단과 더불어 수천 명을 이끌고 성문을 나가서 투항한다. 제갈탄이 성 안에서 번민에 잠기니, 모사 장반과 초이 두 사람이 진언한다.
"성 안에 식량은 적고 병사는 많아서 오래 지킬 수 없습니다. 오초吳楚( 춘추시대 오나라와 초나라의 땅이었던 장강 중류와 하류 일대 )의 무리를 이끌고 위나라 군과 더불어 죽기를 각오하고 결전해야 합니다."
제갈탄이 크게 노한다.
"나는 지키겠다는데 너희는 싸우겠다니, 너희가 다른 마음을 품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또다시 이런 말을 꺼내면 참하겠다!"
두 사람이 하늘을 우러러 장탄식한다.
"제갈탄이 곧 망하겠구나! 우리가 어서 항복해 죽음이라도 면하는 것만 못하겠구나!"
이날 밤 2경 무렵 장반과 초이 두 사람이 성벽을 넘어 위나라에 투항하니 사마소가 이들을 중용한다. 이 때문에 성 안에 비록 결전을 감 행하려는 인물이 있더라도, 싸우자는 말을 감히 꺼내지 못한다. 제갈탄이 성 안에서 보니, 위나라 군이 사방에 토성을 쌓아올린다. 이에 제갈탄이 회수의 물길을 막아 그 물이 넘쳐서 토성을 허물어뜨릴 때 군대를 이끌고 공격하려 한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가을을 지나 벌써 겨울이 된데다 임우霖雨( 장기간에 걸친 큰 비 / 장마 )도 없어 회수가 범람하지 않는다. 성 안에 점점 식량이 떨어지데 문흠은 두 아들과 더불어 작은 성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병사들이 점점 굶어서 쓰러지자, 이를 보다 못한 문흠이 제갈탄을 찾아가서 고한다.
"군량이 모조리 바닥나서 병사들이 굶어 죽으니, 차라리 북방의 군대를 모조리 성 밖으로 내보내, 그들이 먹는 군량이라도 줄여야겠소 ."
제갈탄이 크게 노한다.
"네가 나더러 북방 군대를 모조리 떠나 보내라 하다니, 나를 어찌해 볼 셈이구나!"
그를 끌어내서 처형하게 한다.
문앙과 문호는 부친이 피살되자 각각 단도를 뽑아들고, 곧바로 수십 인을 죽이고 몸을 날려 성벽을 오르더니, 한번에 뛰어내려 해자를 넘어 위나라 영채로 가서 투항한다. 지난날 문앙이 단기필마로 위나라 군을 격퇴한 것 때문에, 사마소가 원한을 품어 문앙을 참하려 한 다. 종회가 간한다.
"죄는 문흠에게 있는데 이제 문흠은 죽고 두 아들은 쫓겨서 귀순했습니다. 항장( 항복한 장수 )을 죽인다면 성 안의 인심을 굳게 만들 뿐 입니다."
사마소가 이를 따라 문앙과 문호를 군막 안으로 불러들여 좋은말로써 위무하고 준마와 비단옷을 하사하며 편장군의 벼슬을 더하고 관내 후의 작위에 봉한다. 두 아들이 절을 올려 사례하고 성으로 가서 크게 외친다.
"우리 두 사람은 대장군으로부터 죄를 사면받고 작위를 하사받았거늘 너희는 어찌 어서 항복하지 않냐!"
성 안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상의한다.
"문앙은 사마 씨의 원수인데도 중용되었으니 하물며 우리는 어떻겠소?"
이에 모두 투항하려 한다. 제갈탄이 듣고 크게 노해 밤낮으로 직접 성을 돌아다니며 처형함으로써 위엄을 세운다. 종회가 성 안의 민심 이 이미 변한 것을 알고 군막으로 들어가 사마소에게 고한다.
"이 때를 틈타 성을 공격해야겠습니다."
사마소가 크게 기뻐하며 삼군을 독려해 성의 사방에 구름처럼 모여 일제히 공격하게 한다. 성을 지키는 장수 증선이 북문을 열어서 위 나라 군이 성 안으로 받아들인다. 위나라 군이 이미 들어온 것을 알아차린 제갈탄이 황망히 수백 명을 이끌고 직접 성 안의 지름길로 탈 출하다가 적교吊橋( 해자를 사이에 두고 성과 바깥을 잇는 다리 ) 근처에 이르러 호준과 마주친다. 호준이 한칼에 제갈탄을 베어서 말 아 래로 떨구고 그를 따르던 수백 명도 모두 사로잡힌다. 왕기가 군을 이끌고 서문으로 달려가 오나라 장수 우전과 마주친다. 왕기가 크 게 꾸짖는다.
"어찌 어서 항복하지 않냐!"
우전이 크게 노한다.
"명을 받고 사람들을 위해 어려움을 구하러 와서 결국 구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항복하는 것은 의롭지 못하다!"
이에 투구를 땅에 내던지며 크게 외친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전장에서 죽게 됨은 다행이다!"
급히 칼을 휘두르며 죽을 각오로 3십여 합을 싸우다가 말도 사람도 지쳐 난전 중에 살해된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기린다.
사마소가 그때 수춘성을 포위하니
항복한 병사들이 무수히 *거진車塵 앞에 엎드리네
동오에 비록 영웅들이 있다 한들
그 누가 우전처럼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겠는가?
사마소가 수춘을 들어가 제갈탄의 노소( 식솔 / 가족 )을 모조리 효수해 삼족을 멸한다. 무사들이 제갈탄의 부하 장졸 수백 명을 포박해 끌고 온다. 사마소가 말한다.
"너희는 항복하지 않겠냐?"
모두 크게 외친다.
"바라건대 제갈 공과 함께 죽을지언정 결코 네놈한테 항복하지 않겠다!"
사마소가 크게 노해 무사들에게 소리쳐 그들 모두를 성 밖으로 끌고 가더니 한사람 한사람 다시 한번 물으며 말한다.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주마."
그렇지만 아무도 항복하겠다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다 죽일 때까지 한 사람도 항복하는 사람이 없다. 사마소가 깊이 탄식해 마지 않으며 모두 매장하게 한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어 탄식한다.
주군에게 충성하며 뜻을 세워 달아나지 않으니
제갈공휴의 부하장병들이 그러하였구나
해로가*를 함께 부르던 소리 아직 그치지 않는데
발자취 남기며 전횡*의 옛일을 계승하려 했구나
한편, 오나라 병사의 태반이 위나라에 항복하니 비수가 사마소에게 고한다.
"오나라 병사의 노소( 가족 )가 모두 동남의 강회에 있으니 이대로 두면 훗날 틀림없이 변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들을 생매장해버리 는 것만 못합니다. "
종회가 말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옛부터 군대를 부릴 때 나라를 온전히 하는 것을 상책으로 여겨서 그 원악元惡( 원흉 )만 죽였을 뿐입니다. 그들을 모조리 생매장하면 어질지 못한 것입니다. 차라리 그들을 강남으로 돌려보냄으로써 중국( 중원 곧 위나라 )의 관대함을 보여주는 것만 못 합니다."
사마소가 말한다.
"이야말로 훌륭한 의견이오."
그리해 오나라 군을 모두 풀어줘 본국으로 돌려보낸다. 당자는 손침을 두려워해 감히 귀국하지 못하고 다시 위나라에 귀순한다. 사마소가 모두 중용해 삼하三河( 하동, 하남, 하내의 세 지역 )를 맡아서 지키게 한다. 사마소가 철병하려는데 급보가 전해지니 강유가 군대를 이끌고 장성을 공격해 식량과 마초 ( 말먹이풀 )를 빼앗으러 온다는 것이다. 사마소가 크게 놀라 여러 관리와 더불어, 적병을 물리 칠 방책을 상의한다.
이때가 촉한의 연희 2십 년인데 경요 원년으로 개원한다. 강유가 한중에 머물며 촉나라 장수 두 사람을 뽑아 매일 인마를 조련한다. 한 사람은 장서蔣舒이고 또 한 사람은 부첨傅僉인데 �� 사람이 자못 담력과 용맹을 갖춰 강유가 몹시 아낀다. 그런데 급보가 전해져, 회남의 제갈탄이 군대를 일으켜 사마소를 토벌하려 하고, 동오의 손침도 이를 돕자, 사마소가 양회兩淮( 회남과 회북 지역 )의 군대를 크게 일으켜 위나라 태후와 황제를 다 같이 모시고 출정했다 한다. 강유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내가 이번에는 대사를 이루겠구나!"
그래서 후주에게 표를 올려 아뢰며 군대를 일으켜 위나라를 정벌하겠다 한다. 중산대부 초주가 이를 전해듣고 탄식한다.
"근래에 들어 조정은 주색에 탐닉하고 중귀中貴( 권세를 가진 내시 ) 황호를 신임해 국사를 돌보지 않고 오로지 환락을 찾을 뿐이오. 백 약( 강유 )이 누차에 걸쳐 정벌에 나서려 하며 병사들을 돌보지 않으니 국가가 장차 위태롭겠소!"
이에 '수국론讎國論'이란 글을 1편 써서 강유에게 보낸다. 강유가 뜯어서 읽어보니 내용이 이렇다.
"누군가 묻습니다. 옛날에 능히 약함으로써 강함을 이긴 이는 그 방법이 무엇이었는가? 큰 나라에 처해 재앙이 없는 이는, 언제나 몹시 태만한 반면에, 작은 나라에 처해 근심이 있는 이는 언제나 개선할 방도를 찾는다 합니다. 몹시 게으름을 피우면 어지러워지지만, 개선할 방도를 찾으면 다스려지는 것은, 불변의 이치입니다. 그러므로 주나라 문왕께서 인민을 잘 양육했기에 소수의 무리로써 큰 무리를 이겼습니다. 월나라 왕 구천은 그 무리를 잘 돌봤기에 약한 무리로써 강한 무리를 무찔렀습니다.이것이 그들의 방법입니다.
지난날 ( 항우의 ) 초나라가 강하고 ( 유방의 ) 한나라가 약하니 홍구를 경계로 천하를 나누기로 약속했습니다. ( 유방의 모사 ) 장량이 민 심이 안정되어 좀처럼 동요하지 않을 것을 안 뒤에 군대를 거느리고 항우를 추격해 마침내 항 씨를 죽였습니다. 그래도 어찌 꼭 문왕과 구천을 본받아야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상나라와 주나라 시절에는 왕후는 대대로 존숭 받고 임금과 신하는 오랫 동안 안정되었으니 그런 때라면 비록 한나라 고조라도 어찌 능히 검을 잡고 천하를 취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진나라가 왕후를 폐지하 고 군현을 설치한 뒤 백성들이 진나라의 노역에 시달리고 천하가 흙이 무너지듯하니 이에 호걸들이 떼지어 일어났습니다. 이제 우리와 저들은 모두 전국傳國( 국가를 자손이나 타인에게 전해줌 )과 역세易世( 시대가 바뀜 / 임금이 바뀜 )가 일어나서 이미 진나라 말기의 솥 이 끓는 듯한 때가 아니라 참으로 육국( 중국 전국시대의 주요 여섯 개 나라 )이 병립하던 형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주나라 문왕이 될지언정 한나라 고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시기가 오기를 기다린 뒤 움직이고, 알맞은 운수가 찾아온 뒤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 므로 탕왕과 무왕은 다시 싸울 것도 없이 한번의 싸움만으로 이겼으니 참으로 백성의 노고를 중시하고 적절한 시기를 헤아린 것입니다. 극무極武( 무력의 남용 )와 독정黷征( 정벌의 남발 )을 행해 불행히도 어려움에 처하면 비록 지혜로운 이라도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됩 니다."
강유가 읽고 크게 노한다.
"이것은 썩은 선비가 떠드는 것이다!"
바닥에 내던지고 촉나라 군을 이끌고 중원을 치러 간다. 강유가 부첨에게 묻는다.
"공이 보기에 어디로 나가야겠소?"
"위나라가 저장하는 군량과 마초는 모두 장성에 있으니 이제 바로 낙곡으로 가야 합니다. 침령을 넘어 장성으로 직행해 먼저 군량과 마 초를 불사른 뒤 진천으로 가면 중원도 모지않아 장악할 수 있습니다."
"공의 견해와 내 계획이 딱 맞는구려."
즉시 군대를 거느리고 낙곡으로 가서 침령을 넘어 장성으로 간다.
한편, 장성을 지키는 장군 사마망은 사마소의 족형族兄이다. 성 안에 군량과 마초가 매우 많지만 인마는 오히려 적었다. 촉나라 군이 오 는 것을 듣고 사마망이 급히 왕진과 이붕 두 장수와 함께 군을 이끌고 성 밖 2십 리에 영채를 세운다. 다음날 촉나라 군이 오니 사마망 이 두 장수를 이끌고 출진한다. 강유가 출마해 사마망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제 사마소가 임금을 군중에 끌고 온 것은 틀림없이 이각과 곽사와 같은 뜻을 가져서다. 내 이제 조정의 밝은 명을 받들어 죄를 물으러 왔으니 너는 어서 항복하라. 만약 어리석게 군다면 온집안을 주륙하겠다!"
사마망이 큰 소리로 답한다.
"너희가 무례하구나. 상국을 몇 차례나 범하다니. 어서 물러가지 않으면 네놈들 갑옷 쪼가리 하나 못 돌아가게 하겠다!"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사마망의 배후에서 왕진이 창을 꼬나 쥐고 출마하니, 촉나라 진영에서 부첨이 튀어나와 맞이한다. 싸움이 십 합을 넘기지 못해 부첨이 일부러 허둥대는 척하니 왕진이 창을 꼬나 쥐고 찌르러 달려든다. 부첨이 재빨리 피하며 왕진을 말 위에서 사로잡아 본진으로 돌아온다. 이붕이 크게 노해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구하러 온다. 부첨이 일부러 방심한 척하며 이붕이 다가오기를 기다려 힘껏 왕진을 바닥에 내던지고, 몰래 사릉철간四楞鐵簡( 무기의 일종 / 네모난 쇠막대기 종류 )을 손에 쥔다. 이붕이 뒤따라붙어 칼을 들어 베려는데, 부첨이 몸을 빼서 뒤돌아보며, 이붕의 얼굴을 사릉철간으로 타격한다. 이에 이붕의 눈알이 터져나오며 말 아래 떨 어져 죽는다. 왕진 역시 촉나라 병사들이 창으로 마구 찔러 죽인다. 강유가 군대를 몰아 크게 진격한다. 사마망이 영채를 버리고 성으로 들어가 성문을 닫은 채 나오지 않는다. 강유가 영을 내린다.
"병사들은 오늘밤 우선 하룻밤을 쉬고, 예기를 길러, 내일 입성하겠다.”
다음날 평명平明( 새벽 / 여명 )에 촉나라 군이 앞다퉈 크게 진격해 성 아래로 몰려간다. 불화살과 화포를 써서 성 안을 공격하니, 성 위 의 초옥草屋( 풀로 지붕을 인 집/ 초가 )들이 한꺼번에 불붙어 위나라 군이 저절로 혼란에 빠진다. 강유가 다시 사람들을 시켜 마른 장작 더미를 성 아래 가득 채워, 일제히 방화하니, 불꽃이 하늘을 찌른다. 성이 곧 함락될 지경에 이르자, 위나라 병사들이 성 안에서 크게 울 부짖으며 통곡하니, 그 소리가 사방에 들린다.
한창 공타( 공격 )하는 사이에 갑자기 배후에서 함성이 크게 일어, 강유가 말을 멈춰 세워 뒤돌아보니, 위나라 군이 북을 두드리고 깃발을 흔들며, 호호浩浩( 한없이 넓고 큼 )하게 몰려온다. 강유가 후대( 후미 부대 )를 전대( 선두 부대 )로 삼아, 스스로 문기( 군문에 세우는 큰 깃발 ) 아래에서 기다린다. 그런데 위나라 진중에서 일개 소장( 젊은 장교 )이 완전무장을 하고, 창을 꼬나 쥔 채 말을 몰아 나오는데, 나이가 스무 살 남짓이고, 얼굴이 마치 분칠을 한 듯하고, 입술이 흡사 붉은 먹을 바른 듯하다. 그가 소리 높여 크게 외친다.
“등 장군을 알아보지 못하겠냐?”
강유가 ‘이 자는 틀림없이 등애구나!’라고 생각하며, 창을 꼬나 쥐고 말을 몰아 달려간다. 두 사람이 정신을 집중해, 3, 4십 합을 싸우지만 , 승부를 내지 못한다. 소장의 창을 쓰는 솜씨가 전혀 빈틈이 없어, 강유가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이 계책을 쓰지 않으면, 어찌 승리를 거두랴?’
곧 말머리를 돌려 왼쪽의 산길로 달아난다.
소장이 곧 말을 몰아 뒤쫓는다, 강유가 강창鋼槍( 강철로 만든 창 )을 걸어놓고 몰래 조궁雕弓( 꽃무늬 등을 아로새긴 고급 활 )에 우전羽 箭( 화살 )을 매겨서 쏜다. 소장이 눈이 밝아, 이것을 재빨리 발견해, 활 시위 소리가 울리자마자, 몸을 앞으로 엎드려 화살을 피한다. 강 유가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소장이 엎드린 채 창을 꼬나 쥐고 찌르러 달려온다. 강유가 몸을 숙여서 피하며, 옆구리를 비껴가는 창을 잡 아채니, 소장이 창을 포기하고, 본진으로 달아난다. 강유가 “아깝구나! 아까워!”, 라고 탄식한다. 다시 말머리를 돌려 뒤쫓아, 진문 앞에 이르자, 한 장수가 칼을 들고 나오며 말한다.
“강유, 필부놈아! 내 아이를 쫓지 마라! 등애가 여기 있다!”
강유가 크게 놀란다. 원래, 소장은 바로 등애의 아들 등충이다. 강유가 마음 속으로 등충을 칭찬한다. 등애와 싸우고 싶지만, 말이 지친 것이 걱정돼, 등애에게 둘러댄다.
“내가 오늘에야 너희 부자를 알아봤다. 우선 각자 군대를 거둬, 내일 결전하자.”
등애가 보니, 전장 상황이 불리해, 역시 말을 멈춰 세우고 응한다.
“그렇다면 각자 군대를 거두자. 암산暗算( 음모 )을 하는 자는 대장부가 아니다.”
이에 양군이 모두 물러난다. 등애는 위수渭水에 의지해 영채를 세우고, 강유는 양쪽의 산에 영채를 세워 주둔한다. 등애가 촉나라 군의 지리地理가 유리한 것을 보고, 사마망에게 서신을 써서 보낸다.
“아군은 절대 싸우지 말고, 오로지 굳게 지켜야 하오. 관중의 군대가 오고, 촉나라 군의 군량과 마초가 모두 떨어지기를 기다려, 3면에서 공격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소. 이제 저의 장자 등충을 보내 수성守城을 돕겠소.”
동시에 사마소가 있는 곳으로 사람을 보내 구원을 요청한다.
한편, 강유가 사람을 시켜 등애의 영채로 전서戰書( 도전장 )를 보내, 내일 크게 싸우자 하니, 등애가 응하는 척한다. 다음날 5경( 새벽 3시 ~ 5시 )에 삼군이 식사하고, 평명平明( 새벽 / 여명 )에 포진해 대기한다. 그러나 등애의 진영은 언기식고偃旗息鼓( 깃 발을 누이고, 북을 쉼 )하며, 마치 아무도 없는 듯하다. 강유가 저녁까지 기다리다 돌아간다. 다음날 다시 사람을 시켜 전서를 보내, 기 한을 맞추지 않은 죄를 꾸짖는다. 등애가 술과 음식으로 대접하며, 답한다.
“몸이 좀 아파서, 싸우러 나가지 못했소. 내일 회전會戰하겠소.”
다음날 강유가 군을 이끌고 오지만, 등애는 또다시 출전하지 않는다.
이렇게 대여섯 차례 반복되자, 부첨이 강유에게 말한다.
“이것은 틀림없이 음모가 있는 것입니다. 마땅히 방비해야겠습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관중의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지체하다가, 3면에서 아군을 협격하려는 것일 따름이오. 내가 이제 사람을 시켜 서찰을 가지고 동오의 손침을 찾아가게 하겠소. 우리와 힘을 합쳐 공격하게 만들 것이오.”
그런데 탐마( 정찰병 )가 달려와 보고한다.
“사마소가 수춘성을 공타하여, 제갈탄을 죽이고, 오군은 모두 항복했습니다. 사마소가 군대를 거둬 낙양으로 돌아갔는데, 곧 군대를 거느리고 장성을 구원하러 올 것이라 합니다.”
강유가 크게 놀란다.
“이번의 위나라 정벌도 그림의 떡이 되고 말겠구나. 우선 회군하는 것만 못하겠다.”
이미 네번의 출병에서도 공적을 아뢰기 어려웠는데,
또다시 다섯번째 출병도 성공하지 못하는구나
어찌 군대를 물릴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