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회
제35회 현덕이 남장에서 숨어지내는 선비를 만나고 선복이 신야에서 주군을 만난다
한편, 채모 蔡瑁 가 성으로 돌아가려는데, 조운 趙雲 이 병사들을 이끌어 성을 나온 것이다. 원래, 조운이 술을 마시는데 인마들이 움직이는 게 보여, 서둘러 들어가 살펴보니 자리 위에 현덕이 보이지 않았다. 조운이 크게 놀라 관사로 달려가 사람들에게서, "채모 가 병사들을 이끌어 서쪽으로 뒤쫓아 나갔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그가 부리나케 창을 쥐고 말에 올랐다. 원래 따라온 3백 병사를 거느려 서문으로 달려나가 바로 채모를 마주쳐 서둘러 묻는다.
"우리 주공께서 어디 계시오?"
"사군께서 술자리를 피해 가시던데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겠소."
조운은 신중하고 세심한 사람이라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고 즉시 말에 채찍을 가해 앞으로 간다. 멀리 큰 냇물이 흐르는데 그것 말고 갈 길이 없어 다시 말을 돌려 채모를 꾸짖어 묻는다.
"자네는 우리 주공을 주연에 불러놓고 무슨 까닭으로 군마를 이끌어 뒤쫓았는가?"
"9군 42주현의 관료들이 모두 여기 왔으니 내가 상장으로서 어찌 지켜드리지 않겠는가?"
"자네가 핍박해서 우리 주공께서 어디로 가셨는가?"
"사군께서 홀로 말을 몰아 서문을 나가셨다기에 여기까지 왔으나 찾지 못했네."
조운이 놀라고 의심스러워 안절부절하다. 냇물가로 다시 달려와 바라보자 건너편 일대에 물 묻은 흔적이 있다. 조운이 속으로 헤아린다.
"설마 말을 타고 냇물을 건너신 건 아니겠지? ..."
3백 병사에게 사방 흩어져 찾으라 명하지만 종적을 찾지 못한다. 조운이 다시 말을 돌려갔지만 채모는 벌써 성에 들어간 뒤다. 이에 조운 이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을 붙잡아 추궁하자 모두 유 사군이 서둘러 말을 몰아 서문을 나섰다 말한다. 조운이 다시 성에 들어가려다 매 복이 있을까 두려워 서둘러 병사들을 이끌어 신야 新野 로 간다.
한편, 현덕이 말을 타고 냇물을 뛰어넘어 그 모습이 술 취한 듯도 하고 미친 것도 같다.
'이렇게 넓은 냇물을 한번에 뛰어넘다니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랴!'
쉬지않고 남쪽 장하 漳河를 향해 말 달려가는데 해가 곧 서녘으로 지겠다. 가다가 어느 목동이 소 등을 타고 입으로 단적 短笛 (짧은 피 리)을 불며 온다. 현덕이 탄식한다.
"내 모습과 비교가 안되는구나!"
말을 세워 바라본다. 목동도 소를 세우고 피리를 멈춰 현덕을 자세히 살펴 말한다.
"장군께서는 황건적을 격파하신 유현덕 아니십니까?"
현덕이 놀라 묻는다.
"너 같은 벽촌의 어린 아이가 어찌 내 이름을 아느냐?"
"제가 원래 몰랐지만 늘 스승을 모시다 어느날 손님이 와서 유현덕이라는 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키는 7척 5촌이요 손을 내려 무릎을 지나고, 눈을 돌려 자기 귀를 보는데 바로 당세의 영웅이라 하셨습니다. 지금 보니 장군께서 그 모양대로라 틀림없다 여겼습니다."
"네 스승이 누구시냐?"
"제 스승께서는 사마휘 '덕조'이고 영천 출신이십니다. 도호는 수경선생이십니다."
"네 스승께서 누구와 벗하시느냐?"
"양양의 방덕공과 방통을 벗하십니다."
"방덕공은 방통과 무슨 사이냐?"
"숙부와 조카입니다. 방덕공 '산민'은 제 스승보다 열살 많고 방통 '사원'은 제 스승보다 다섯살 어립니다. 하루는 스승께서 나무 위에서 뽕을 따다 마침 방통이 찾아와 나무 아래 앉아 함께 의논해 하루종일 싫증내지 않았습니다. 제 스승께서 방통을 몹시 아껴 그를 아우라 부릅니다."
"네 스승께서 지금 어디 계시냐?"
목동이 멀리 가리켜 말한다.
"저 앞 숲속에 바로 장원이 있습니다."
"내가 바로 유현덕이니 나를 네 스승께 데려가 인사드리게 해라."
동자가 현덕을 이끌어 2리쯤 가 장원에 이르러 현덕이 말에서 내려 중문 中門 으로 들어간다. 거문고 소리 들리는데 몹시 아름다워 현덕이 동자더러 아직 알리지 말라 하고, 귀기울여 감상한다. 그런데 거문고 소리가 갑자기 멈춰 연주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웃으며 나 와 말한다.
"거문고 소리 그윽하다 갑자기 높아지니 필시 영웅이 엿듣나 보구나."
동자가 현덕에게 그를 가리켜 말한다.
"이분이 바로 제 스승 수경선생이십니다."
현덕이 바라보니 그는 소나무와 두루미처럼 맑고 가녀려 됨됨이가 남다르다. 현덕이 허둥지둥 앞으로 나아가 인사하는데 옷깃이 아직 젖은 채다. 수경이 말한다.
"공께서 오늘 큰 어려움을 다행히 벗어나셨군요."
현덕이 놀라 마지 않는다. 동자가 말한다.
"이분은 유현덕이십니다."
수경이 초당으로 불러들여 손님과 주인으로 자리를 정해 앉는다. 현덕이 보니 서가에 책들이 가득 쌓였고 창밖으로 송죽 松竹이 우거지 고 돌상 위에 바둑과 거문고가 놓여 맑은 기운이 흐른다. 수경이 묻는다.
"명공께서 어찌 오셨습니까?"
"어쩌다 이리 접어들었다가 동자가 알려줘 이렇게 존안을 뵙게 되어 기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수경이 웃는다.
"공께서 숨기실 것 없습니다. 지금 틀림없이 난을 피해 여기 오셨습니다."
현덕이 결국 양양에서 일어난 일을 고해 수경이 말한다.
"제가 공의 기색을 보고 벌써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덕에게 묻는다.
"제가 오래전부터 공의 큰 명성을 들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이제까지 곤궁하고 불우하십니까?"
"제 운명이 몹시 순조롭지 않아 이렇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무릇 장군 좌우에 인재가 없는 탓입니다."
"제가 비록 재주 없으나 문관에 손건, 미축, 간옹 등이 있고 무관에 관, 장, 조운 등이 있어 충성을 다해 보필해 그들에게 크게 의지합니다 ."
"관, 자아, 조운 모두 만사람을 맞설 수 있으나 그들을 활용할 사람이 없는 게 애석합니다. 손건, 미축 같은 사람이야 백면서생일 뿐 경륜을 갖고 세상을 구제할 인재는 아닙니다."
"저 역시 일찍이 몸을 굽혀 산골에 묻힌 유현 遺賢 (벼슬하지 않고 초야에 묻힌 인재)을 찾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 지 못했습니다!"
"공자께서, 열 집이 있는 마을이라도 반드시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사람이 있다, 라고 하신 걸 못 들으셨습니까? 어찌 사람이 없다 하십니 까?"
"제가 우매해 알아보지 못하니 바라건대 가르쳐 주십시오."
"공께서 형, 양 여러 고을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 노래는 이렇습니다.
8, 9년 사이에 기울기 시작해 13년에 혈유도 없겠네.
천명을 받아 따르니 진흙 속 반룡이 하늘을 오르겠네.
이 노래는 건안 초기에 나타났습니다. 건안 8년 유경승이 전처 前妻 를 잃어 집안이 어지러워졌습니다. 이것이 '기울기 시작해'입니다. ' 혈유도 없겠네'는 유경승이 곧 세상을 떠 문무 文武 모두 시들어 혈유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천명을 받아 따르니', '용이 하늘을 오르겠 네'는 장군을 두고 말하는 겁니다."
현덕이 그말을 듣고 놀라 사례해 말한다.
"제 어찌 감히 그런 일을 맡겠습니까!"
"지금 천하의 기재 奇才들은 모조리 여기 있으니 공께서 찾아보셔야 합니다."
현덕이 급히 묻는다.
"기재들이 어디 있습니까? 그들이 누굽니까?"
"복룡 伏龍과 봉추 鳳雛 가운데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복룡과 봉추는 누굽니까?"
수경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한다.
"좋습니다! 좋아요!"
현덕이 되묻자 수경이 말한다.
"지금 날이 벌써 늦었으니 장군께서 잠시 여기서 하룻밤 묵으십시오.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즉시 소동더러 음식을 가져오게 하고, 말은 뒷뜰로 끌어가 먹인다.
현덕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초당 옆방에서 잔다. 현덕이 수경이 꺼낸 말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밤이 깊은데 누군가 문을 두들겨 들어오자 수경이 말한다.
"원직 元直은 무슨 일로 왔는가?"
현덕이 일어나 그 사람이 답하는 것을 엿듣는다.
"오래전부터 듣자니 유경승께서 착한 사람을 좋아하고 악한 사람을 미워하신다 하여, 일부러 찾아뵈려 했소. 그러나 그를 만나보니 헛된 명성일 뿐이라 착한 사람을 좋아해도 쓸 줄 모르고, 악한 사람을 미워해도 버릴 줄 모르오. 그래서 글을 남겨 작별하고 여기 찾아왔소."
"그대는 왕좌지재 (왕을 보좌할 재주)를 가져 마땅히 사람을 가려 모셔야 하오. 어찌 함부로 경승을 찾아갔소? 게다가 영웅호걸이 바로 눈앞에 있거늘 그대 스스로 알아보지 못할 뿐이오."
"선생의 말이 옳소."
현덕이 듣고 크게 기뻐해 속으로 이 사람이 틀림없이 복룡이거나 봉추라 여긴다. 즉시 나가서 만나고 싶지만 한편으로 너무 서두르는 것 인가 걱정한다. 동이 트기를 기다려, 현덕이 수경을 만나기를 청해 묻는다.
"간밤에 온 사람은 누굽니까?"
"제 친구입니다."
현덕이 인사시켜 달라 청하자 수경이 말한다.
"이 사람은 밝은 군주를 찾아가고 싶어 벌써 다른 곳을 찾아갔습니다."
현덕이 그 성명을 묻자 수경이 웃는다.
"좋습니다! 좋아요!"
현덕이 되묻는다.
"복룡과 봉추 가운데 누굽니까?"
수경이 역시 웃기만 한다.
"좋습니다! 좋아요!"
현덕이 수경에게 산을 떠나 자신을 도와 함께 한실을 바로잡아줄 것을 청하자 수경이 말한다.
"산야에서 한가히 지내는 사람이라 세상에 쓸 만하지 못합니다. 저보다 열배는 나은 사람이 공을 도우러 제 발로 찾아올 것이니 공께서 그를 만나십시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장원 밖에서 사람과 말 소리가 요란하다. 동자가 와서 알린다.
"어느 장군이 수백 인을 거느려 장원으로 왔습니다."
현덕이 크게 놀라 서둘러 나가 살피니 바로 조운이다. 현덕이 크게 기뻐한다. 조운이 말에서 내려 들어와 말한다.
"제가 밤에 고을로 돌아가 주공을 찾았으나 계시지 않아 오늘밤 물어물어 여기를 찾았습니다. 주공께서 어서 고을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적들이 고을을 덮칠까 걱정입니다."
현덕이 수경에게 작별해 조운과 함께 말에 올라 신야 新野 로 간다. 몇리 못 가 한떼의 군마가 몰려오니 바로 운장과 익덕이다. 서로 만나 크게 기뻐한다. 현덕이 말을 타고 단계를 뛰어넘은 일을 이야기하자 모두 감탄하고 놀라워 한다. 고을에 다다라 손건 등과 더불어 상의 한다. 손건이 말한다.
"어서 유경승께 글을 보내 이 일을 알리십시오."
현덕이 그 말을 따라 즉시 손건에게 글을 갖고 형주로 갈 것을 명한다. 유표가 그를 불러들여 묻는다.
"내가 현덕더러 양양 모임에 가라 했는데 왜 자리를 피해 가버렸소?"
손건이 서찰을 바쳐, 채모가 음모를 꾸며 현덕을 해치려 해 그가 말을 타고 단계를 뛰어넘어 벗어난 것을 낱낱이 이야기한다. 유표가 크게 노해 급히 채모를 불러 몹시 나무란다.
"네놈이 감히 내 아우를 해치려 하냐!"
끌어내 처형하라 명한다. 채 부인이 나와 울고 불며 그를 살려달라 매달리나 유표는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다. 손건이 고한다.
"채모를 죽이면 황숙께서 여기 편안히 못 계실까 걱정입니다."
이에 유표가 그를 꾸짖고 풀어준다. 맏아들 유기더러 손건과 함께 현덕을 만나 사죄하라 시킨다.
유기가 명을 받아 신야에 이르자 현덕이 맞이해 주연을 베풀어 대접한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유기가 갑자기 눈물흘린다. 현덕이 까닭을 묻자 유기가 말한다.
"계모 채 씨가 늘 저를 해칠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제가 그 재앙을 벗어날 아무 계책이 없으니 숙부께서 가르쳐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조심해서 효를 다하면 자연히 재앙이 없게 될 것이네."
라고 현덕이 권했다.
다음날 유기가 눈물흘리며 작별한다. 현덕이 말을 타고 성곽을 나가 유기를 배웅한다. 현덕이 말을 가리켜 유기에게 말한다.
"이 말이 아니었으면 나는 벌써 저승 사람이었네."
"그것은 말의 힘이 아니라 바로 숙부의 홍복입니다."
이야기를 마쳐 서로 헤어져 유기가 눈물흘리며 떠난다. 현덕이 말을 돌려 입성하는데 저잣거리에서 누군가 갈건 葛巾에 베옷, 검은 끈에 검은 신 차림으로 목청껏 노래 부르며 오고 있다. 그 노래는 이렇다.
천지가 뒤집어지니 불이 꺼지려 하는구나
큰집이 무너지니 나무 하나로 지탱하겠는가
산골에 어진이 있으니 밝은 주인을 찾네
밝은 주인 어진이 찾으나 나를 모르네
현덕이 노래를 들어 속으로 생각한다.
'이 사람이 바로 수경이 말한 복룡이나 봉추가 아니겠는가?'
말에서 내려 그를 만나 현아로 불러들여 성명을 물었다. 그가 답한다.
"저는 영상 潁上 사람으로 이름이 선복 單福 입니다. 오래전부터 사군께서 선비들과 어진 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을 전해듣고, 찾아오고자 했으나 감히 쉽게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잣거리에서 노래를 불러 공께서 들으시게 하였을 뿐입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상빈으로 대우한다. 선복이 말한다.
"사군께서 타신 말을 다시 살펴보고 싶습니다."
현덕이, 안장을 제거해 당 아래 끌고 오라 명한다. 선복이 말한다.
"이것은 적로마 아닙니까? 비록 천리마지만 도리어 주인을 해칠테니 타선 안 됩니다."
"벌써 시험해봤소."
단계를 뛰어넘은 일을 낱낱이 이야기한다. 선복이 말한다.
"그것은 주인을 구한 것이지 주인을 해친 게 아닙니다. 결국 틀림없이 주인을 해치겠지만 제게 물리칠 방법이 있습니다."
"물리칠 방법을 듣고 싶소."
"공께서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말을 주시면 됩니다. 그 사람을 해치기를 기다린 뒤 타시면 저절로 무사합니다."
현덕이 말을 듣고 낯빛을 바꿔 말한다.
"그대가 여기 오자마자 내게 정도를 가르치지 않고 도리어 나를 이롭게 하고자 남을 해칠 일을 가르치니, 나는 감히 가르침을 듣지 못하 겠소."
선복이 웃어 말한다.
"일찍이 사군의 인덕을 듣고도 아직 감히 믿지 못하여, 그렇게 말씀드려 시험해봤을 뿐입니다."
현덕 역시 태도를 바꿔 일어나 사례해 말한다.
"내 어찌 인덕이 남에게 미치겠소. 선생이 가르쳐주시오."
"제가 영상에서 여기 와서 듣자니 신야 사람들이 이렇게 노래하더군요. '신야를 다스리는 유황숙 여기 오신 뒤 백성들 풍족하네.' 사군의 인덕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현덕이 선복을 군사 軍師에 앉혀 휘하 인마들을 조련한다.
한편, 조조가 기주에서 허도로 돌아와 늘 형주를 취할 뜻을 가져 특별히 조인 曹仁 과 이전을 보내 항장 여광 呂曠 및 여상과 함께 번성에 주둔해 형, 양을 호시탐탐 노려, 그 허실을 알아본다. 이때 여광과 여상이 조인에게 아뢴다.
"지금 유비가 신야에 주둔해 병사와 말들을 모우고 양초를 쌓아 그 뜻이 작지 않습니다. 어서 그들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두 사람, 승상께 항복한 뒤 손톱만한 공도 없습니다. 바라건대 정병 5천을 청해 유비의 목을 취해 승상께 바치고 싶습니다."
조인이 크게 기뻐해 여씨들에게 5천 병력을 줘 신야로 전진해 싸우게 한다. 탐마(정찰기병)가 현덕에게 급보한다. 현덕이 선복을 불러 상의한다. 선복이 말한다.
"적병이 오게 됐다면 그들이 경계를 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관공은 1군을 이끌고 왼쪽에서 나가 침입군의 중로 中路를 막고, 장비는 1 군을 이끌고 오른쪽에서 나가 침입군의 후로 後路를 막게 하십시오. 공께서는 조운을 데리고 출병해 전로 前路를 막으면 적군을 깰 수 있습니다."
현덕이 그 말을 따라 즉시 관, 장 두 사람을 떠나보낸다. 그런 뒤 선복, 조운 등과 함께 2천 인마를 거느려 관을 나가 맞이한다. 몇리 못 가 산 뒤에서 먼지구름이 일더니 여광, 여상이 군을 이끌어 다다른다. 양쪽이 화살을 일제히 쏴 멈춘 뒤 진을 갖춘다. (고대 전쟁에서 일 제 사격으로 적의 진격을 일단 막은 뒤 서로 진을 쳤다.) 현덕이 기문 旗門 아래 출마해 크게 외친다.
"누군데, 감히 내 땅을 침범하냐!"
여광이 출마해 말한다.
"내가 바로 대장 여광이다. 승상의 명을 받들어 특별히 너를 잡으로 왔다!"
현덕이 크게 노해 조운을 출마시킨다. 두 장수가 맞붙어 몇합 안 돼 조운이 한창에 여광을 찔러 낙마시킨다. 현덕이 군을 휘몰아 쳐들 어가자 여상이 막지 못해 병사들을 이끌어 달아난다.
한창 달아나는데 길 옆에서 1군이 돌출, 앞장선 장수 바로 관운장이다. 한바탕 무찌른다. 여상이 병력 태반을 잃고 길을 뚫어 달아나 벗 어난다. 10리를 못 가 다시 1군이 갈 길을 막아 앞장선 대장이 장팔사모를 들어 크게 외친다.
"장익덕이 여기 있다!"
곧장 여상에게 달려들어 여상이 손 쓰지 못해 장비에게 한번에 찔려 몸이 뒤집힌 채 낙마해 죽는다. 나머지 모두 사방 달아난다. 현덕이 군을 합쳐 뒤쫓아 대다수가 사로잡힌다. 현덕이 군을 거둬 고을로 돌아와 선복을 크게 대우하고 3군을 호궤하고 포상한다.
한편, 패잔병들이 조인을 만나 여씨들이 죽고 많이들 사로잡혔다 알린다. 조인이 크게 놀라 이전과 더불어 상의한다. 이전이 말한다.
"두 장수가 적을 업신여겨 죽었소. 지금 병력을 움직이지 말고 관망해, 승상께 아뢰어 크게 병력을 일으켜 그들 근거지를 치는 게 상책이 오."
"지금 두 장수가 전사한데다 허다한 병마를 잃어 이 원수를 어서 갚지 않을 수 없소. 신야는 탄환지지 彈丸之地 (아주 작은 땅)이거늘 어찌 승상의 대군을 수고롭게 하겠소?"
"유비는 인걸이라 가볍게 볼 수 없소."
"그대는 어찌 겁을 내오?"
"병법에 이르길,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오. 내가 싸움을 겁내는 게 아니라 다만 필승을 거두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뿐이오."
조인이 노한다.
"그대가 딴 마음을 먹었소? 내 반드시 유비를 사로잡겠소!"
"장군께서 가신다면 나는 이곳 번성을 지키겠소."
"네가 같이 가지 않는다면 참으로 딴 마음을 먹은 게 된다!"
이전이 어쩌지 못해 조인과 더불어 2만 5천 군마를 뽑아 강을 건너 신야를 향해 진군한다.
부하장수가 여시 輿尸의 치욕을 당하자 주장이 크게 출병해 갚으려 하구나
승부가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