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36회 유현덕이 계책을 써서 번성을 습격하고 서원직이 말을 달려와서 제갈공명을 천거한다

    한편, 조인이 분노해 크게 부하 병력을 일으켜 그날밤 강을 건너 신야를 깨뜨리려 한다.

    선복이 승전해 고을로 돌아와 현덕에게 말한다.

    "조인이 번성에 주둔해 지금 장수 둘이 죽은 걸 알아 필시 대군을 일으켜 싸우러 올 것입니다."

    "무슨 방책으로 막아야겠소?"

    "그가 병력을 모조리 끌어 와 번성이 공허할테니 이 틈에 그곳을 치면 됩니다. "

    현덕이 계책을 묻자 선복이 귓속말로 이러쿵저러쿵 말한다. 현덕이 크게 기뻐해 미리 준비를 마친다. 그런데 탐마가 달려와 알린다.

    "조인이 대군을 이끌고 도강합니다."

    선복이 말한다.

    "과연 제가 헤아린 대로군요."

    현덕에게 출병해 적을 맞이하라 청한다. 양쪽이 포진하자 조운이 출마해 적장을 불러 이야기한다. 조인이 명해 이전이 출진해 조운과 더불어 창칼을 부딪힌다. 수십합을 맞붙어 이전이 맞설 수 없다 여겨 말머리를 돌려 진으로 돌아간다. 조운이 말을 힘껏 내달려 뒤쫓자 양날개에 포진한 병사들이 사격해 제지한다. 결국 서로 병력을 거둬 영채로 돌아간다.

    이전이 돌아가 조인을 만나 이야기한다.

    "적군이 정예해 가볍게 맞서서 안 되니 번성으로 돌아가는 것만 못하오."

    조인이 크게 노해 말한다.

    "네놈이 출발하기 전부터 군심을 흐트려 놓더니 이제는 매진 賣陣까지 하는구나. 그 죄는 목을 베어야 마땅하다!"

    칼잡이들에게 소리질러 이전을 끌어내 처형하라 한다. 장수들이 애써 말려 겨우 죽음을 면한다. 이에 이전에게 후군을 맡으라 이르고 조 인 스스로 병력을 이끌어 앞장선다. 다음날 북을 울려 진군해 진세를 한바탕 펼쳐 사람을 보내 현덕에게 묻는다.

    "내 진세를 알아보겠냐?"

    선복이 높이 올라 관망을 마쳐 현덕에게 이른다.

    "이것은 팔문금쇄진 八門金鎖陣입니다. 8문이란 휴 休, 생 生, 상 傷, 두 杜, 경 景, 사 死, 경 驚, 개 開입니다. 생문, 경문, 개문으로 들어 가면 길 吉합니다. 상문, 경문, 휴문으로 들어가면 상 傷합니다. 두문, 사문으로 들어가면 망합니다. 지금 8문이 제대로 갖춰졌지만 가운 데에 주지 主持 (관리자, 주재자)가 없습니다. 동남쪽에서 생문으로 쳐들어가 정서쪽 경문으로 나오면 진이 반드시 어지러워집니다."

    현덕이 영을 돌려 병사들은 진각 陣角 (진의 맨앞)을 지키라 이르고 조운은 5백 군을 이끌어 동남쪽으로 쳐들어가 서쪽으로 곧장 나 오라 명한다. 조운이 명을 받아 창을 꼬나쥐어 말을 내달려 병력을 이끌어 곧장 동남쪽으로 함성을 질러 쳐들어가 중군에 쇄도하자 조인이 북쪽으로 달아난다. 조운이 뒤쫓지 않고 서문으로 돌출해 다시 서문에서 급히 동남쪽으로 치고 들어간다. 조인 군대가 크게 혼란 하자 현덕이 군을 휘몰아 충격해 조인 병력이 대패해 달아난다. 선복이 추격하지 마라 명해 군을 거둬 돌아간다.

    한편, 조인이 한바탕 지고서야 이전의 말을 믿는다. 그래서 이전을 불러 상의한다.

    "유비 군중에 필시 유능한 이가 있어 우리 진이 깨지고 말았소."

    "여기도 그렇지만 번성이 몹시 걱정스럽소."

    "오늘밤 적진을 쳐서 이기면 다시 의논하겠소. 이기지 못하면 군을 물려 번성으로 돌아가겠소."

    "불가하오. 유비가 반드시 대비할 거요."

    "그렇게 의심이 많아서야 어찌 용병하겠소?"

    결국 이전의 말을 듣지 않는다. 스스로 앞장서고 이전은 뒤에서 응하게 해 그날밤 2경 다시 적진을 친다.

    한편, 선복이 현덕과 더불어 영채 안에서 의사 議事 하고 있는데 광풍이 몰아친다. 선복이 말한다.

    "오늘밤 틀림없이 조인이 공격하러 옵니다."

    "어떻게 막겠소?"

    선복이 웃는다.

    "제가 벌써 헤아려놓았습니다."

    곧 세밀히 작전 계획을 마친다. 2경에 이르러 조인이 병력을 거느려 영채에 가까이 붙자 사방에서 불이 치솟아 채책 寨柵 (둘러싼 울타 리)을 불사른다. 조인이 적군이 준비한 걸 알아 서둘러 후퇴하라 명한다. 조운이 마구 치고 들어온다. 조인이 미처 병력을 거둬 영채로 달아나지 못해 북하 北河 쪽으로 허둥지둥 달아난다. 강가에 이르러 배를 구해 건너려는데 강둑에서 1군이 몰려온다. 앞장선 대장은 바로 장비다. 조인이 죽기살기로 싸우고 이전이 조인을 보호해 배에 올라 강을 건넌다. 조인 병사들 태반이 익사한다.

    조인이 강을 건너 강둑에 올라 달아나 번성에 이르러 사람들에게 문을 열라 외친다. 그러나 성 위에서 북소리 한차례 울리더니 한 장수 가 나와 크게 소리지른다.

    "내가 번성을 취한 지 오래다!"

    모두 놀라 바라보니 바로 관운장이다. 조인이 크게 놀라 말머리 돌려 달아난다. 운장이 서둘러 추격한다. 조인이 다시 많은 군마를 잃어 그날밤 허창으로 달아난다. 달아나는 길에 선복을 군사 軍師로 앉힌 걸 알아내어 계책을 꾸민다.

    조인이 패해 허창으로 돌아간 이야기는 그만하겠다. 현덕이 완전한 승리를 거둬 군을 거느려 번성에 들어가자 현령 縣令 유필 劉泌이 나와 맞이한다. 현덕이 백성들을 안심시킨다. 유필이란 사람은 장사 長沙 사람인데 역시 한실 종친이다. 현덕을 집으로 모셔 술자리를 베풀어 대접한다. 그런데 곁에 지켜 서 있는 사람을 현덕이 바라보니 됨됨이가 남달라 유필에게 묻는다.

    "이 사람이 누구요?"

    "제 생질인 구봉 寇封입니다. 본래 나후구씨 羅侯寇氏의 아들입니다. 부모가 모두 죽어 여기 맡겨졌습니다."

    현덕이 그를 사랑해 양아들로 삼아 대를 잇고자 한다. 유필이 기꺼이 받아들여 구봉에게 일러 현덕에게 절해 아버지로 섬기고 유봉 劉 封으로 개명한다. 현덕이 데리고 돌아와 유봉에게 운장과 익덕을 보고 절해 숙부로 섬기라 한다. 운장이 말한다.

    "형장께 아들이 이미 있는데 하필 명령 螟蛉 (양아들)으로 삼으시오? 뒷날 반드시 난리가 나고 말 것이오."

    "내가 아들처럼 챙기면 그도 아비처럼 모실텐데 무슨 난리란 말이냐?"

    운장이 기분이 안 좋다. 현덕이 선복과 토의해 조운에게 1천 군을 거느려 번성을 지키라 이른다. 현덕이 무리를 이끌어 신야로 돌아간 다.

    한편, 조인이 이전과 더불어 허도로 돌아가 조조를 만나 눈물흘리며 땅에 엎드려 절해 처벌을 청한다. 아울러 장수를 잃고 병력이 꺾 인 걸 이야기한다. 조조가 말한다.

    "승부는 병가에서 늘 있는 일이오. 다만 누가 유비를 위해 획책하는지 모르겠소?"

    조인이 선복의 계책이라 알리자 조조가 말한다.

    "선복이 누구요?"

    정욱이 웃으며 말한다.

    "그는 선복이 아닙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격검(검술)을 익히기 좋아했습니다. 중평 말년에 일찍이 남의 원수를 갚고자 사람을 죽이고 머리를 풀어헤쳐서 얼굴을 가리고 달아나다가 관리에게 잡혔습니다. 관리가 성명을 물어도 답하지 않자 그를 수레 위에 결박해 북을 울리며 저잣거리를 돌아다녀 사람들에게 누군지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보복이 두려워 감히 말하지 못했습니다. 동료들이 그를 몰래 풀어주니 그가 이름을 바꿔서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고쳐 배움에 정진해 이름난 스승을 두루 찾아다녔습니다. 일찍이 사마휘와 담론했습니다. 그가 바로 영천 출신의 서서 '원직'입니다. 선복은 가짜 이름일 뿐입니다."

    "서서의 재주를 그대와 비교해 어떻소?"

    "저보다 열 배는 낫습니다."

    "애석하도다! 어진 선비가 유비에게 넘어갔구나! 유비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니 어찌해야겠소?"

    "서서가 거기 있더라도 승상께서 쓰시겠다면 불러오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를 넘어오게 하겠소?"

    "서서는 사람됨이 몹시 효성스럽습니다. 어려서 부친을 여의어 오로지 노모 홀로 있습니다. 지금 그 아우 서강도 벌써 죽어 노모를 아무 도 모시지 못합니다. 승상께서 사람을 보내어 모친을 꾀어 허창으로 부르십시오. 모친에게 일러서 아들에게 글을 써보내면 서서가 올 수밖에요."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사람을 시켜 그날밤 서둘러 서서의 모친을 데려오게 한다. 하루가 안 돼 데려온다. 조조가 그녀를 후대해 이른다.

    "듣자니 아드님 서원직이 바로 천하의 기재군요. 지금 신야에 있어 역신 유비를 도와 조정을 배반하니 마치 아름다운 옥구슬이 진흙탕 속에 있는 셈이라 참으로 애석하오. 지금 수고스럽겠지만 노모께서 글을 써서 허도로 불러주면 내가 천자께 천거해 크게 포상하겠소 ."

    좌우에게 문방사보를 가져오라고 하더니 모친더러 글을 쓰라고 한다. 모친이 말한다.

    "유비는 어떤 사람입니까?"

    "패군 출신의 소인배요. 제멋대로 황숙이라 일컫는데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게 이른바 겉으로는 군자요 속으로는 소인배요."

    모친이 성난 목소리로 말한다.

    "네가 거짓말로 속여도 너무 심하구나! 오래전부터 듣자니 현덕께서 중산정왕의 후예이시고 효경황제 각하의 현손이시다. 몸을 굽혀 선비들과 사귀시고 자기를 낮춰 남을 대하시니 어진 명성이 평소에도 현저하다. 천하의 어린이, 백발노인, 목동, 나뭇꾼 할것없이 그분의 이름을 아니 참으로 당세의 영웅이시다. 내 아들이 그를 보필하는 것은 제 주인을 만난 것이다. 네가 명색은 한나라 승상이지만 실제는 한나라의 역적 아니냐! 도리어 현덕을 역신이라 모함하여 내 아들에게 광명을 버리고 암흑을 찾으라는 글을 쓰라니 부끄럽지도 않냐!"

    말을 마치더니 돌벼루를 들어 조조를 때린다. 조조가 크게 노해 무사들에게 그녀를 끌어내라고 소리친다. 처형하려는 것을 정욱이 제지하더니 조조에게 간언한다.

    "서서의 어미가 승상을 도발하는 것은 죽기를 바라서입니다. 어미를 죽이시면 의롭지 못하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어미의 덕을 완성하게 됩니다. 어미가 죽어버리면 서서는 반드시 죽을힘으로 유비를 도와 복수하려 할 것입니다. 어미를 살려둬 서서의 심신이 두군데로 나뉘어 비록 유비를 도와도 힘을 다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잠시 어미를 여기에 두시면 제가 계책을 세워 서서를 이리로 꾀어서 승상을 돕게 하겠습니다."

    조조가 받아들여 서서의 모친을 죽이지 않고 별실에서 돌보게 한다. 정욱이 매일 문안하고 일찍이 서서와 의형재를 맺었다고 속이고 친어머니처럼 대한다. 자주 선물을 보내고 번번이 글을 적어 보낸다. 서서의 모친도 답신을 보낸다. 정욱의 서서의 모친을 본떠서 거짓으로 서찰을 적는다. 심복에게 신야로 달려가서 선복의 행막을 찾게 한다. 병사가 서서에게 데려간다. 서서가 모친이 서찰을 보낸 걸 알고 급히 불러들여 물으니 그가 답한다.

    "저는 관청의 심부름꾼인데 노부인의 말씀을 받들어 서찰을 가져왔습니다."

    서서가 서찰을 뜯어서 읽어본다. 서찰은 이렇다.

    '얼마전 내 아우가 죽어 눈을 들어 둘러봐도 친척이 없었다. 한창 슬퍼하고 있는데 뜻밖에 조 승상께서 사람을 보내 허창으로 나를 꾀어 불렀다. 그리고는 네가 반역해 나를 결박해 하옥한다 하였다. 정욱 등이 구해 아직은 살아 있다. 네가 넘어온다면 내가 죽음을 면하겠 다. 서찰을 받으면 너를 낳은 어미를 생각해 쉬지 않고 찾아와 효도를 다해라. 그뒤 천천히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면 큰 재앙을 면 하겠구나. 내 지금 목숨이 실 끝에 달린 듯 위태로워 오로지 네 구원만 기다린다! 달리 더 부탁하지 않겠다.'

    서서가 읽고나서 눈물이 샘솟아 서찰을 지녀 현덕을 찾아가 말한다.

    "저는 원래 영천 사람으로 원직이라 불리는 서서입니다. 난을 피해 선복이라 개명했습니다. 지난날 유경승이 어진이와 선비들을 불러모은다기에 일부러 찾아갔었습니다. 더불어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는 쓸모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글을 써서 작별하고 한밤에 사마수경의 장원에서 그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수경이 몹시 꾸짖으며 제가 주인을 알아볼 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유예주께서 여기에 계신데 어찌 모시지 않냐고 하였습니다. 제가 일부러 미친 척 노래를 저잣거리에서 불러서 사군을 움직였습니다. 다행히 저를 버리시지 않는 은혜를 베푸시고 중용하셨습니다. 어쩌다보니 지금 조조가 노모를 허창에 꾀어서 잡아가두고 해치려 합니다. 노모께서 글을 써서 저를 부르시 차마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견마지로를 다해 사군께 보답하려 했으나 자친께서 사로잡히니 힘을 다할 수 없습니다. 이제 돌아갈 것을 고하니 뒷날 만나게 해주십시오."

    현덕이 통곡하며 말한다.

    "모자는 하늘이 내린 혈육이니 원직이 나를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오. 노부인을 만난 뒤라도 언젠가 다시 가르쳐주기를 바라오."

    서서가 사례하고 가려는데 현덕이 말한다.

    "하룻밤만 더 머물러서 내일 작별에 앞서 술과 밥을 함께합시다."

    손건이 은밀히 현덕에게 말한다.

    "서원직은 천하의 기재이고 신야에 오래 머물러서 아군의 허실을 모조리 압니다. 지금 조조에게 보내면 반드시 그를 중용할 테니 우리가 위태로울지도 모릅니다. 주공께서 붙잡야지 절대로 보내지 마십시오. 원직이 오지 않으면 조조가 틀림없이 노모를 죽이겠지요. 노모가 죽으면 서원직이 노모의 원수를 갚고자 전력으로 조조를 공격할 것입니다."

    "불가하오. 남의 모친을 죽게 만들고 그의 아들을 쓰다니 어질지 못하오. 붙잡아서 모자의 도리를 끊다니 의롭지 못하오. 차라리 죽을지언정 어질지 못하고 의롭지 못한 짓은 못하겠소."

    모두 감탄한다. 현덕이 서서를 불러서 음주하자 서서가 말한다.

    "지금 노모께서 잡혀 계시니 아무리 좋은 술도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하네요."

    "그대가 간다니 마치 두 손을 잃는 것 같소.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맛을 모르겠소."

    두 사람이 마주보고 눈물흘리며 뜬눈으로 밤샌다. 장수들이 벌써 성밖에 술자리를 마련해 전별한다. 현덕이 서서와 더불어 성을 나가 장정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작별한다. 현덕이 잔을 들어 서서에게 말한다.

    "내가 연분이 천박하여 선생과 함께하지 못하니 새 주인을 잘 모셔서 공명을 이루시오."

    "재주도 보잘것없고 지혜도 얕으나 은혜를 깊이 입어 사군께서 중용하셨습니다. 지금 불행히 도중에 헤어지니 참으로 노모 때문입니다. 비록 조조가 다그쳐도 저는 평생 한가지 꾀도 내놓지 않겠습니다."

    "선생이 가버리면 나도 산림에 숨어버리겠소."

    "사군과 더불어 왕패지업을 도모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마음을 믿어서입니다. 지금 노모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워진 탓에 여기에 머물러봐야 아무런 보탬이 못 됩니다. 사군께서 마땅히 고현 高賢(매우 어진 사람)을 구해 보좌케 하셔야지 어찌 이토록 마음을 태우십니까?"

    "천하의 고현이라도 선생보다 뛰어날 사람이 없소."

    "저는 저력용재 樗櫟庸材(열등하고 쓸모없는 사람)라 어찌 감히 그런 큰 칭찬을 받겠습니까?"

    헤어질 때 서서가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여러분께서 사군을 훌륭히 모셔서 사서에 이름을 남기고 청사에 공적을 드러내시오. 저처럼 시종이 없는 짓을 되풀이하지 마시오."

    장수들이 감정이 북받쳐 슬프다. 현덕이 차마 헤어지지 못하고 한참을 배웅한다. 그리고 다시 한참을 배웅한다. 서서가 작별해 말한다.

    "사군께서 멀리까지 수고롭게 배웅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제 고별합니다."

    현덕이 말 위에서 서서의 손을 잡아 말한다.

    "선생이 가면 서로 하늘의 구석에 멀리 떨어지니 언제 다시 만나겠소!"

    말을 마치고 눈물이 비오듯하다. 서서도 눈물흘려 헤어진다.

    현덕이 숲가에 말을 세워 바라보니 서서는 종자와 더불어 총총히 떠나간다. 현덕이 곡하며 말한다.

    "원직이 가버렸구나! 나는 어찌할꼬?"

    눈물을 멈추고 바라보니 수풀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현덕이 채찍으로 가리켜 말한다.

    "이곳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고 싶구나."

    사람들이 왜냐고 묻자 현덕이 말한다.

    "서원직을 보려는데 숲이 막아서요."

    그런데 서서가 말에 박차를 가하여 돌아온다. 현덕이 말한다.

    "원직이 되돌아오니 떠나지 않을 마음 아니겠는가?"

    기꺼이 말에 박차를 가하여 전진하여 묻는다.

    "선생이 이렇게 돌아오니 무슨 생각이 있겠군요."

    서서가 말고삐를 당겨 멈춰 현덕에게 말한다.

    "제 마음이 난마처럼 얽혀서 한마디 말씀드릴 걸 잊었습니다. 이곳에 정말 비범한 선비가 있으니 양양성 밖 20리 융중에 있습니다. 사군께서 어찌 찾아가시지 않겠습니까?"

    "번거로워도 원직이 나를 위하여 불러주시오."

    "그는 몸을 굽혀서 오지 않을 것이니 사군께서 몸소 찾아가 부탁하십시오. 그를 얻으면 옛날 주공이 태공망을 얻고 한고조가 장량을 얻은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를 선생의 재주와 견줘 어떻소?"

    "노마를 기린과, 까마귀를 난새나 봉황과 비교하는 것이지요. 그는 일찍이 늘 스스로 관중과 악의에 견줬습니다. 제가 보기에 관중이나 악의도 미치지 못합니다. 천지를 주름잡을 재주를 가진 천하유일의 사람입니다."

    현덕이 기뻐하며 말한다.

    "그 성명을 듣고 싶소."

    "그는 낭야 양도 출신으로 제갈량 '공명'입니다. 한나라 사예교위 제갈풍의 후예로 부친은 제갈규 '자공'이고 태산군의 승을 지냈으나 요절해 제갈량이 숙부 제갈현을 따랐습니다. 제갈현이 형주의 유경승과 사귀어 그에게 몸을 맡기자 양양으로 집을 옮겼습니다. 뒷날 제갈현이 죽어 제갈량이 아우 제갈균과 더불어 남양에서 스스로 땅을 갈고 씨뿌려 일찍이 양부음을 즐겨 읊었습니다. 살고 있는 땅에 언덕이 있는데 이름이 와룡언덕이라 스스로 와룡선생이라 부릅니다. 그는 절세의 기재이니 사군께서 서둘러 왕림하여 만나보십시오. 그가 보좌한다면 어찌 천하를 평정치 못할까 걱정하겠습니까?"

    "지난날 수경선생이 일찍이 내게 복룡과 봉추 두 사람 가운데 하나를 얻으면 천하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고 하셨소. 지금 이르는 사람이 복룡이나 봉추 아니겠소?"

    "봉추는 양양의 방통입니다. 복룡이 제갈공명입니다."

    현덕이 좋아 펄쩍 뛴다.

    "오늘 비로소 복룡과 봉추의 뜻을 알았소. 대현 大賢이 눈앞이 있을 줄 어찌 기대했겠소. 선생의 말이 아니었으면 나는 눈뜬 장님이었겠소!"

    뒷날 누군가 시를 지어 서서가 말달려 제갈공명을 천거한 것을 기렸다.

    어진 이를 다시 못 만날까 애달파 갈림길에서 눈물흘리니 두 사람 정이 깊구나
    그러나 그의 한마디 봄날 천둥소리 같이 남양에 누워 있던 용을 일으켜세우네

    서서가 공명을 추천하고는 현덕과 헤어져 말에 채찍을 가한다. 현덕이 서서의 말을 듣고서야 사마덕조의 말을 깨달아 마치 술에서 깨어난 듯하고 꿈에서 벗어난 듯하다. 사람들을 이끌어 신야로 돌아온 뒤 후한 폐물을 마련해 관, 장과 더불어 남양으로 공명을 모시러 간다.

    한편, 현덕과 작별한 뒤 현덕의 차마 보내지 못하던 정에 감동한 서서는, 공명이 산을 나와서 현덕을 보좌하기를 꺼릴까 걱정한다. 그가 말을 타고 와룡언덕으로 달려가 초가집에 들어가 공명을 만난다. 공명이 그에게 찾아온뜻을 묻자 그가 말한다.

    "본래 유예주를 섬기려 하였으나 노모가 조조에게 잡혀서 글을 보내어 부르니 어쩔수없이 그분을 떠나오. 떠날 때 그대를 천거했소. 현덕이 며칠 안에 찾아오면 절대 거절하지 마시오. 평소의 큰 재주를 펼쳐서 그를 도운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소."

    공명이 낯빛을 바꿔서 말한다.

    "나를 제사에 올리는 희생으로 여기오?"

    말을 마치고 옷깃을 털고 들어간다. 서서가 처참한 마음으로 물러나 말을 달려 허창에서 모친을 만난다.

    벗에게 한마디 부탁한 것은 주공을 아껴서요
    천리를 달려서 집을 찾음은 모친을 위해서네

    뒷일이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