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회
제50회 관운장이 화용도에서 조조를 풀어줄 것을 제갈량이 예측한다
한편 그날밤 장요가 화살 한 발을 날려 황개를 쏴 맞춰 물에 떨구고, 조조를 구해 강기슭을 올라, 마필 馬匹을 찾아 달릴 때, 병사들이 이 미 대혼란에 빠져 있다. 한당이 연기와 불길을 뚫고 와 수채를 공격하는데 사졸들이 알린다.
"뒷쪽 초타 梢舵 (선박 후미의 키) 위에 한 사람이 소리 높여 장군의 표자 表字 (본명 외의 이름)를 부르고 있습니다."
한당이 자세히 들으니, 소리 높여 부르는 게 들린다.
"공의 公義! 나를 구해주시오!"
한당이 말한다.
"황공복이다!"
급히 구해서 일으키라 지시한다. 황개는 화살을 맞아 크게 다쳐, 화살대를 물어 뽑아냈지만 화살촉이 살 속에 파묻혀 있다. 한당이 급히 젖은 옷을 벗겨, 칼을 써 화살촉을 발라내고, 깃발을 찢어 상처를 묶는다. 자기 전포를 벗어 황개에게 입혀, 먼저 다른 배에 태워 대채 大寨 (큰 진지)로 돌려보내 치료하게 한다. 원래 황개는 물의 성질을 잘 알아, 혹한에 갑옷을 입은 채 강물에 떨어지고도 목숨을 건진 것이다.
한편 그날 장강 가득 불바다를 이루고, 함성이 땅을 뒤흔든다. 왼쪽은 한당, 장흠, 2개 부대가 적벽 서쪽으로부터 쇄도한다. 오른쪽은 주 태, 진무, 2개 부대가 적벽 동쪽으로부터 쇄도한다. 정중앙은 주유, 정보, 서성, 정봉의 대규모 선단이 모두 몰려와, 불길 가는 대로 병력 이 따르고, 병력은 불의 위력에 기댄다. 삼강 三江에서는 수전 水戰을 벌이고, 적벽에서는 오병 鏖兵(격전)을 벌인다. 조조 병사들은 창 에 찔리고 화살에 맞고, 불에 타고 물에 빠진 자,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지경이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위, 오 쟁투해 자웅을 가려, 적벽 赤壁에서 누선 樓船들 한순간 타버렸네.
열화 烈火가 운해 雲海를 물들이니, 주랑이 일찍이 이렇게 조공을 격파했네
또한 다음 같은 1절도 있다.
산이 드높아 달은 작아 보이고 물은 망망하니, 옛 왕조 군웅들 어지러이 갈라선 일 떠오르네.
남쪽 강토는 위나라 무제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고, 동풍은 주랑 편에 설 뜻을 가졌다네.
강물 위의 격전은 말할 것 없고, 감녕이 채중에게 명해 조조 영채 깊숙히 안내하게 하더니, 감녕이 채중을 한 칼에 베어 낙마 시키고 , 바로 풀더미로 불을 놓는다. 여몽이 멀리 조조 군중에서 불길이 치솟아, 열 몇 군데 불이 붙는 것을 보고, 감녕을 접응한다. 반장, 동습 도 길을 나눠 방화하며 함성을 지른다. 사방에서 북소리가 크게 울린다. 조조가 장요와 더불어 1백여 기를 이끌고, 불바다 속을 달아나나 , 앞을 봐도 어디 한 군데 불 붙지 않은 곳이 없다. 달아나고 있는데, 모개가 문빙을 구하여, 십수 기를 이끌고 다다른다. 조조가 명을 내 려 탈출로를 찾게 한다. 장요가 길을 가리켜 말한다.
"오로지 오림만이 땅이 공활하니, 달아날 만합니다."
조조가 오림으로 부리나케 달아난다.
한창 달아나고 있는데, 등 뒤에서 1군이 쫓아와서 크게 외친다.
"조조 도적! 멈춰라!"
불빛 속에 보이는 것은 여몽의 깃발이다. 조조가 병사들을 닥달해 앞으로 나아가고, 장요를 남겨 뒤를 끊어, 여몽을 막도록 한다. 그런데 앞에서 또 횃불이 보이고 계곡에서 1군이 몰려와, 크게 외친다.
"능통이 여기 있다!"
조조 간담이 모두 찢어진다. 그런데 옆에서 1군이 달려오며 크게 외친다.
"승상! 놀라지 마십시오! 서황이 여기 있습니다!"
피차 한바탕 혼전하여, 북쪽으로 길을 찾아 달아난다. 그런데 1군이 산비탈 앞에 주둔해 있어, 서황이 튀어나가 물으니, 바로 원소 밑의 항장 (항복한 장수) 마연과 장의가 북군 3천을 거느리고, 영채를 세워 거기 있다. 그날밤 하늘 가득 불이 치솟아, 감히 움직일 생각을 못하다, 마침 조조를 접하게 된 것이다. 조조가 두 장수에게 지시해 1천 군마를 이끌고 길을 뚫게 하고, 나머지는 신변을 보호하 게 하니, 조조가 이들 생생한 군마를 얻어, 마음이 조금 놓인다. 마연, 장의, 두 장수가 나는 듯이 말을 몰아 앞서는데, 10리를 못 가, 함성 이 울리더니 1군이 나온다. 앞장선 장수가 크게 외친다.
"나는 바로 동오의 감흥패다!"
마연이 창칼을 부딪히려 하나, 어느새 감녕의 한 칼에 베여져 말 아래 구른다. 장의가 창을 꼬나잡고 덤벼들자, 감녕이 큰 소리를 한번 질러, 장의가 미처 손 쓰지 못하는 새, 감녕이 한 칼 휘두르자, 말 아래 꼬꾸라진다. 뒤따르던 병사가 조조에게 급보한다.
조조가 이때 합비로부터 구원군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 손권이 합비로 가는 길목을 지키다가, 멀리 강물 가운데 불빛이 보이자, 아군이 승리한 것을 알아, 육손에게 지시해 불을 올려 신호하게 한다. 태사자가 그것을 보고, 육손과 더불어 병력을 한데 모아, 치고 들어온다. 조조가 어쩔 수 없이 이릉 쪽으로 달아난다. 길을 가다 장합을 마주쳐, 조조가 그에게 뒤를 끊게 명하고, 말을 내달 려 채찍을 가해, 5경까지 달아나, 되돌아보니 불빛이 점점 멀어져, 조조 마음이 그제서야 가라앉아, 묻는다.
"여기가 어디냐?"
"여기는 오림의 서쪽이자, 의도 宜都의 북쪽입니다."
수풀이 우거지고, 산천이 험준한 것을 보고, 조조가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어 그칠 줄 모른다. 장수들이 묻는다.
"승상께서 무슨 까닭으로 크게 웃으십니까?"
"내, 다른 사람을 비웃는 게 아니라, 다만 주유가 꾀가 없고 제갈량이 지혜가 모자라 비웃는 것이오. 만약 내가 용병한다면, 미리 저 속에 1군을 매복해 놓으면 어떻게 막겠소?"
말이 미처 끝나지 못해, 양 옆에서 북소리 크게 울리고, 불빛이 하늘을 찔러, 놀란 조조가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 뻔한다. 옆에서 한 무 리 군마가 쇄도해, 크게 외친다.
"나 조자룡이 군사의 장령을 받들어,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조조가 서황, 장합더러 함께 조운을 막게 하고, 자기는 연기와 불길을 뚫고 달아난다. 자룡이 더 뒤쫓지 않고, 다만 깃발들을 약탈할 뿐이 니, 조조가 탈출에 성공한다.
하늘은 어슴프레하고, 먹구름은 땅을 덮고, 동남풍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홀연히 비가 크게 내려, 옷이며 갑옷이 다 젖는다. 조조가 병사들과 더불어 비를 무릅쓰고 나아가, 병사들 모두 배고픈 기색이다. 조조가 명령해 병사들이 촌락으로 가서 식량을 약탈하고 불씨를 찾는다 . 막 밥을 지으려 하는데, 뒤쪽에서 1군이 뒤쫓아 오니, 조조 마음이 몹시 황망하다. 알고보니 바로 이전과 허저가 모사들을 보호해 온 것 이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군마들을 다시 가게 하며, 묻는다.
"앞쪽은 어느 곳이냐?"
누군가 아뢴다.
"한쪽은 남이릉 대로이옵고, 다른 쪽은 북이름 산길이옵니다."
조조가 묻는다.
"어디가 남군 강릉으로 가는 데 가깝냐?"
병사가 아뢴다.
"남이릉으로 가, 호로구 葫蘆口를 지나는 게 가장 편하옵니다."
조조가 남이릉으로 가라 지시한다. 호로구에 이르러, 병사들 모두 배고파, 더 걷지 못하고, 말들 역시 지쳐, 많이들 길에 쓰러진다. 조조 가 앞에서 잠시 쉬게 지시한다. 말 위에 나과 鑼鍋 (솥으로도 징으로도 쓰는 물건)를 싣고, 촌락에서 양식을 구해, 산기슭에서 마른 땅을 골라 솥을 올려 밥을 짓고, 말고기를 베어 굽고, 모두 젖은 옷을 벗어, 바람이 잘 부는 곳에 널어 말린다. 말들 모두 들에 풀어 풀뿌리를 뜯게 한다.
조조가 서소림 書疏林 아래 앉아 얼굴을 젖혀 크게 웃는다. 관리들이 묻는다.
"아까 승상께서 주유와 제갈량을 비웃다, 조자룡이 튀어나와서 다시 허다한 인마를 잃었는데, 지금 어찌해 다시 웃으십니까?"
"제갈량과 주유가 아무래도 지모가 부족하니 비웃는 것이오. 만약 내가 여기서 용병한다면, 1군을 매복하여, 편히 앉은 채 피곤한 적들을 맞이했을 것이오. 설령 우리가 목숨을 건져 달아나더라도, 중상을 면하지 못했을 테니, 저들이 여기를 오지 않은 것을 내가 비웃을 뿐이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앞뒤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조조가 깜짝 놀라, 갑옷도 안 걸치고 말에 오른다. 병사들이 미처 많은 말들을 거두지 못한다. 어느새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아 산 입구를 막고, 1군이 전개한다. 선두는 바로 연인 燕人 장익덕이다. 장팔사 모를 비껴들고 말을 타고, 크게 외친다.
"조조 도적! 어디로 달아나냐!"
병사들과 장수들이 장비를 보더니, 모조리 간담이 서늘하다. 허저가 안장도 못 얹은 채 장비에게 덤빈다. 장요, 서황, 두 장수도 말을 내달려 협공한다. 양쪽 군마들이 혼전해 한 덩어리가 된다. 조조가 먼저 말머리를 돌려 탈출하고, 장수들도 각각 몸을 빼어 달아난다. 장비가 뒤쫓는다. 조조가 쉬지않고 급히 달아나, 추격병이 점점 멀어져, 되돌아보니 많은 장수들이 상처를 입은 상태다.
한창 가고 있는 사이, 병사가 아뢴다.
"앞쪽에 길이 두 갈래이온데, 승상, 어느 길로 가야 할는지요?"
조조가 묻는다.
"어느 길이 가깝냐?"
"큰 길은 좀 평탄하나, 50여 리 더 멀고, 작은 길은 화용도로 통하는데, 50여 리 가깝습니다. 그러나 땅이 비좁고 길이 험하고, 울퉁불퉁 해 가기 어렵습니다."
조조가 명령해 사람들이 산에 올라 관망해, 돌아와 아뢴다.
"좁은 길이 있는 산기슭 몇군데에 연기가 피어 오릅니다. 큰 길은 아무 동정이 없습니다."
조조가 전군 前軍에 명을 내려 화용도 좁은 길로 가도록 지시하자, 장수들이 말한다.
"봉연 烽煙 (봉화불과 연기)이 피어 오르는 곳에, 반드시 군마가 있을 텐데, 무슨 까닭으로 도리어 그 길로 가라 하십니까?"
"병법에서 말하는 허허실실 전술도 듣지 못했소? 제갈량은 꾀가 많아, 산구석에 불을 피워 올리고, 아군으로 하여금 감히 그 산길로 가지 못하게 만들어, 오히려 큰 길에 복병을 두어 기다릴 것이오. 내 이미 그걸 헤아려, 절대 그 계책에 빠지게 않도록 지시한 것이오!"
장수들 모두 말한다.
"승산의 묘산은 사람들이 따르지 못합니다!"
마침내 병력을 거느리고 화용도로 달아난다. 이때 사람들 모두 배고파 쓰러질 지경이고, 말들도 모조리 지쳤다. 머리털은 불에 그을리고 이마는 불에 데여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고, 화살에 맞고 창에 맞아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난다. 의복과 갑옷이 젖고, 어디 성한 게 없다. 무 기며 깃발이며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다. 태반은 이릉 길에서 쫓겨 달아나느라, 말들은 고삐도 못 매었으니, 안장이며 의복이며 모조리 내버리고 온 것이다. 이때 마침 융동엄한 隆冬嚴寒 (엄동설한)이라, 그 고통을 어찌 말로 다 이르리오.
조조가 보니 전군 前軍이 말을 멈춰 나아가지 않으므로, 무슨 까닭인가 묻는다. 돌아와 아뢴다.
"앞쪽 깊은 산 좁은 길이,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려, 갱참 坑塹 (깊고 긴 도랑)에 물이 차 고여, 진흙탕에 말굽이 빠져, 나아가지 못합니다 ."
조조가 크게 노해, 꾸짖는다.
"군려 軍旅 (군대)란 산을 만나면 길을 개척하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이어 놓는 법이거늘, 어찌 진흙탕이라고 가지 못할 리 있겠냐?"
호령을 내려, 노약자와 부상자들은 천천히 뒤따르게 하고, 건장한 자들은 흙과 나뭇더미를 짊어지고, 풀다발과 갈대를 날라, 도로를 메 우되, 힘을 다해 즉시 행동하라 한다. 영을 어기는 자는 참한다. 병사들이 어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길 옆으로 가 나무와 대를 잘라 베어 , 산길을 메운다. 조조는 적군이 뒤쫓을까 두려워, 장요, 허저, 서황에게 명하여, 1백 기를 거느려 칼을 손에 쥐고, 꾸물거리는 자들을 바 로 참하게 한다.
조조가 꾸짖어 명하니, 인마들이 잔도(여기서는 진흙탕 위에 임시로 가설한 도로)를 따라 가지만, 죽은 자들을 헤아릴 수 없다. 울부짖 는 소리, 길에서 끊이지 않는다. 조조가 노해 말한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인데, 왜 우는 것이냐! 또다시 우는 자는 바로 참한다!"
인마들을 3정 三停(3부분)으로 나눠, 1정은 뒤처져 오고, 1정은 구덩이를 메우고, 1정은 조조 곁에서 수행한다. 험준한 곳을 지나, 길이 조금 평탄해진다. 조조가 돌아보니 겨우 3백여 기가 뒤따르는데, 아울러 아무도 의복이며 갑옷을 제대로 갖춘 자가 없다. 조조가 어서 가 자 다그치자, 장수들이 말한다.
"말들이 지쳐, 잠시 쉬어야 합니다."
"형주에 도착해 쉬어도 늦지 않소."
다시 몇 리 못 가, 조조가 말 위에서 채찍을 치켜 들고 크게 웃는다. 장수들이 묻는다.
"승상! 어째서 또 크게 웃으십니까?"
"모두 주유와 제갈량이 지혜롭기 그지없고 꾀가 많다 말하지만 내가 보건대 아무래도 무능한 무리요. 여기 1군을 매복했으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포박 당했겠지."
말을 미처 못 마쳐, 호포소리 울리더니 양옆으로 칼잡이 5백이 늘어서고 선두대장은 관운장이다. 청룡도를 들고 적토마에 걸터앉아 갈길을 막아선다. 조조 병사들이 보더니 넋이 나가고 간담이 떨어져 서로 쳐다보며 어쩔 줄 모른다. 조조가 말한다.
"어차피 이리 되었으니, 죽기살기로 싸울 뿐이다!"
장수들이 말한다.
"사람들은 겁을 내지 않더라도, 말들이 이미 힘이 다해, 어찌 다시 싸우겠습니까?"
정욱이 말한다.
"제가 평소 알기에 운장은 윗사람에게 오만하나 아랫사람에게 차마 어쩌지 못하고 강자를 업신여기나 약자를 능멸하지 않습니다. 그는 은혜와 원수가 분명하고 신의가 평소 뚜렷합니다. 승상께서 지난날 그에게 은혜를 베푸셨으니 지금 그에게 고하시면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에 조조가 말을 내달려 앞으로 나아가 몸굽혀 운장에게 말한다.
"장군, 그간 무양하셨소?"
운장도 몸을 굽혀 답한다.
"관모 關某가 군사의 장령을 받들어, 승상을 기다린 지 오래요."
"이 조조, 싸움에 지고 형세가 위급해, 이제 갈 데가 없으니, 바라건대 장군께서 지난 날의 정을 중히 여겨 주시오."
"지난날 관모가 승상의 후은을 입었으나, 이미 안량을 참하고, 문추를 주살하여, 백마의 포위를 풀어, 보답하였소. 금일의 일은, 어찌 감 히 사사로운 정으로써 공무를 폐하겠소?"
"다섯 관문의 장수를 참한 것은 기억하지 못하시오? 대장부란 신의를 중히 여겨야 하오. 장군은 춘추를 잘 아시거늘, 어찌 유공지사 庾公 之斯가 자탁유자 子濯孺子를 뒤쫓던 일을 알지 못하시오?" (옛날 병이 들어 활을 못 쏘게 된 자탁유자를 유공지사가 쫓아 왔으나 유공지 사의 활쏘기 스승의 스승이 바로 자탁유자라 차마 쏘아 죽일 수 없어 살촉을 제거한 빈 화살만 쏘아 살려주었다)
운장은 의리가 태산처럼 무거운 사람이라, 지난날 조조의 허다한 은의를 떠올린데다, 오관참장의 일도 잇따라 생각나니, 어찌 마음이 흔 들리지 않겠는가? 게다가 조조 병사들 모두 황황히 눈물 짓고 있으니 더욱 마음 속으로 차마 어쩌지 못한다. 이에 말머리를 돌려, 병사들 에게 말한다.
"사방으로 전개하라!"
이것은 분명 조조를 풀어준다는 뜻이다. 운장이 말머리를 돌리자 조조가 장수들과 더불어 일제히 우당탕탕 지나간다. 운장이 몸을 돌 리니, 조조는 이미 장수들과 지나갔다. 운장이 큰 소리로 꾸짖자, 병사들 모두 말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울며 절을 올린다. 운장이 더욱 차마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장요가 말을 몰아 다다르니, 운장이 옛날의 정이 떠올라 길게 탄식을 한차례 하더니, 아울러 모두 놓아 지나가게 한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조만 曹瞞이 패전해 화용도로 달아나, 바로 관공과 좁은 길에서 만났네.
오로지 처음부터 은의를 중히 여겨, 금쇄 金鎖를 풀어 교룡을 놓아주었네.
조조가 화용도의 어려움을 벗어나, 골짜기 입구에 이르러, 따라오는 군병들을 되돌아보니, 겨우 27 기다. 저녁에 이르러, 남군에 접근하 자, 횃불이 일제히 올라, 한 무리 인마가 길을 막는다. 조조가 크게 놀라 말한다.
"내 목숨도 끝이구나!"
그런데 한 떼의 초마 哨馬 (정찰기병)가 몰려오는 것을 보니, 바로 조인의 군마들이다. 조조가 그제서야 마음을 놓는다. 조인이 찾아와 서 말한다.
"비록 패전한 것을 알았으나, 감히 멀리 떠날 수 없어, 부득불 이곳 부근에서 영접하게 됐습니다."
"하마터면 서로 못 볼 뻔했네!"
이에 무리를 이끌고 남군으로 들어가 휴식한다. 뒤이어 장요도 도착해, 운장의 은덕을 이야기한다. 조조가 장교들을 점검하니 다친 자가 극히 많아 모두 쉬도록 명한다. 조인이 술을 내어 조조와 더불어 해민 解悶(답답함이나 고민을 풀음)한다. 모사들이 함께 자리 잡는 다. 조조가 갑자기 하늘을 우러러 크게 통곡한다. 모사들이 말한다.
"승상께서 호랑이 굴에서 어려움을 헤쳐나오실 때도 전혀 겁내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성중에 이르러, 사람들은 밥을 얻고, 말들은 먹이 를 얻어, 바로 군마들을 정돈해 복수해야 할 때이거늘, 어찌 도리어 통곡하십니까?"
"내, 곽봉효(곽가) 때문에 우는 것 뿐이오! 봉효가 살아 있었다면, 결코 나로 하여금 이렇게 크게 실패하도록 만들지 않았을 것이오!"
마침내 가슴을 치며 크게 울부짖는다.
"슬프다! 봉효! 괴롭구나! 봉효! 애석하구나! 봉효!"
모사들 모두 묵묵히 부끄럽다.
다음날, 조조가 조인을 불러 말한다.
"내 이제 잠시 허도로 돌아가, 군마를 수습해, 반드시 복수하러 올 것이오. 그대는 남군을 보전하시오. 내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위급한 때가 아니면 열어 보지 마시오. 계책에 따라 행하면, 동오가 감히 남군을 바로 노리지 못할 것이오."
"합비, 양양은 누가 지켜야겠습니까?"
"형주는 그대에게 맡기겠소. 양양도 내 이미 하후돈을 뽑아 지키게 했소. 합비는 가장 긴요한 곳이라, 내가 장요를 주장으로, 악진, 이전을 부장으로 삼아 그 곳을 지키게 하겠소. 위급한 일이 생기거든, 급히 보고하시오."
조조가 배치를 마치고, 말에 올라 무리를 이끌고 허창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형주에서 원래 항복했던 문무 관리들은 그대로 허창으로 데려가 뽑아 쓴다. 조인은 조홍을 보내 이릉, 남군을 지켜 주유를 방어하게 한다.
한편 관운장은 조조를 놓아 주고, 군을 이끌고 돌아간다. 이때 여러 방면의 군마들이 모두 마필, 기계, 전량(재물과 양식)을 노획해, 이미 하구로 돌아와 있었다. 오로지 운장만이 사람 하나, 말 한 필 빼앗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가 현덕을 만난다. 공명이 마침 현덕과 더불어 축하를 나누다가 운장이 왔다는 보고를 받는다. 공명이 황망히 자리를 떠나, 술잔을 들고 맞이해 말한다.
"다행히 장군께서 이토록 세상을 덮을 공을 세운데다 널리 천하를 위해 큰 해로움을 제거했구려. 마땅히 멀리서 영접해 경하할 일이오."
운장이 말이 없자 공명이 말한다.
"혹시 장군께서 우리가 멀리 나가서 영접하지 않아, 기쁘지 않은 것이오?"
좌우를 돌아보며 말한다.
"자네들은 어찌 미리 알리지 않았는가?"
운장이 말한다.
"관모 關某가 다만 죽을 죄를 청할 뿐이오."
"설마 조조가 화용도로 오지 않은 것이오?"
"그곳으로 왔지만, 관모가 무능하여, 그가 달아나버렸소."
"그들 장수나 병사는 몇이나 잡아왔소?"
"아무도 잡지 못했소."
"그렇다면 운장이 조조의 옛 은혜를 생각해, 고의로 놓아준 것이오. 여기 군령장을 써놓은 게 있으니, 부득불 군법을 따르겠소."
마침내 무사들에게 호통쳐 그를 끌어내 참하라 한다.
목숨 걸고 싸운 장수 죽음으로써 지기 知已에게 보답하니, 천추에 이르도록 그 의로운 이름 우러르네.
운장의 목숨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