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회
제65회 마초가 가맹관에서 크게 싸우고 유비는 스스로 익주목을 맡는다
한편 염포가 장로에게 유장을 돕지 말라는데 마초가 일어나서 말한다.
“제가 주공의 은혜에 감격하오나 아무 보답할 길이 없었습니다. 바라건대 1군을 거느려 가맹관을 빼앗고 유비를 사로잡은 뒤 유장에게 20주를 주공께 할양토록 하겠습니다.”
장로가 크게 기뻐하며 황권을 지름길로 먼조 보내고 뒤따라 2만대군을 마초에게 뽑아준다. 이때 방덕은 병이 나서 한중에 잔류한다. 장로가 하령하여 양백이 감군을 맡는다. 마초가 아우 마대와 더불어 날을 골라 출발한다.
한편, 현덕의 군마는 낙성에 머물고 있다. 법정이 글을 줘서 보냈던 사람이 돌아와 보고한다.
“정탁이 유장에게, 들판의 곡식과 곳곳의 곳간을 불사르고, 파서의 백성을 부수 서쪽으로 옮기고,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인 채 교전을 피하라고 하였습니다.”
현덕과 공명이 크게 놀라 말한다.
“이 말을 따르면 우리 형세가 위급해지겠소!”
법정이 웃으며 말한다.
“주공께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계책이 비록 독하지만 유장은 틀림없이 쓰지 못합니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유장이 백성을 옮기려 하지 않으며 정탁의 말을 듣지 않았음이 전해진다. 현덕이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공명이 말한다.
“어서 진병해 면죽을 취하십시오. 이곳을 얻으면 성도도 쉽게 취합니다.”
황충과 위연을 파견해 진군하게 한다. 비관은 현덕군이 오자 이엄을 출전시킨다. 이엄이 3천군을 이끌고 나가서 포진한다. 황충이 출마해 이엄과 4, 50합 싸우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 공명이 진중에서 징을 쳐서 병력을 거두니 황충이 돌아와 묻는다.
“이엄을 잡을 참인데 군사께서 무슨 까닭에 병력을 거두십니까?”
“이엄의 무예를 보니 힘으로 취할 수 없소. 내일 그대는 이기지 못하는 척 산골짝으로 유인하시오. 기습하여 이겨야겠소.”
황충이 계책을 받든다. 다음날 이엄이 다시 병력을 이끌고 오자 황충도 출전하지만 불과 10합에 이기지 못하는 척하며 병력을 이끌고 달아난다. 이엄이 구불구불한 산골짝까지 추격하다가 갑자기 깨닫는다. 황급히 돌아가려는데 앞에서 위연의 병력이 차단한다. 공명이 산꼭대기에서 부른다.
“공께서 항복하지 않으면 양쪽에 매복한 강노로써 방사원(방통)의 복수를 하겠소.”
이엄이 황망히 하마하여 갑옷을 풀고 투항하니 병졸 한명 상하지 않는다. 공명이 현덕에게 이엄을 데려가자 매우 후대한다. 이엄이 말한다.
“비관이 유익주의 친척이지만 저와 몹시 친밀하니 설득해보겠습니다.”
현덕이 즉시 이엄에게 성으로 돌아가 비관을 귀순시키라 한다.
이엄이 면죽성에 들어가 비관을 만나서 현덕이 이토록 인덕이 있다고 찬양한다. 이제 항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 화가 있겠다고 하니 비관이 개문하여 투항한다. 현덕이 면죽에 들어가서 병력을 분산하여 성도를 취할 것을 상의하는데 유성마가 달려와 급보한다.
“맹달과 곽준이 가맹관을 지키는데 동천의 장로가 마초, 양백, 마대를 보내어 병력을 이끌고 공격하니 몹시 위급합니다. 구원이 늦으면 요새를 잃겠습니다.”
현덕이 크게 놀라자 공명이 말한다.
“모름지기 장비와 조운 두 장수라야 대적할 수 있습니다.”
“자룡은 병력을 이끌고 바깥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소. 익덕이 여기 있으니 서둘러 보내야겠소.”
“주공께서 아무 말씀 마십시오. 제가 자극하게 놔두십시오.”
한편, 장비는 마초의 가맹관 공격을 듣고 크게 외치며 들어온다.
“형님께 인사드리고 바로 마초와 싸우러 가야겠소!”
공명이 못 들은 척, 현덕을 마주해 말한다.
“마초가 요새를 침범하니 아무도 맞서지 못합니다. 형주의 관운장을 불러야 비로소 대적하겠습니다.”
장비가 말한다.
“군사께서 무슨 까닭에 업신여기시오? 일찍이 나 홀로 조조의 백만대군을 막았거늘 마초 일개 필부를 어찌 걱정하겠소?”
“익덕께서 물을 막고 다리를 끊은 것은 단지 조조가 허실을 몰라서요. 허실을 알았다면 장군이 어찌 무사했겠소? 이제 마초의 용맹, 천하가 알고 있소. 위교대전에서 조조를 무찔러 머리를 자르고 전포를 버려가며 달아나게 하였소.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게 만들어 범인과 견줄 게 아니니 운장도 꼭 이긴다고 못하겠소.”
“내 지금 바로 가서 마초를 이기지 못하면 군령을 달게 받겠소!”
“그렇다면 각서를 쓰고 선봉에 서시오. 주공께서도 몸소 가셔서 한번 조우하시지요. 저는 남아서 면죽을 지키며 자룡이 오기를 기다려 상의하겠습니다.”
위연이 말한다.
“저도 가겠습니다.”
공명이 명령해 위연이 5백의 정찰병을 거느려 선행하고 장비는 제2대를, 유비는 후대를 맡아서 가맹관으로 진발한다. 위연의 정찰병력이 가맹관 아래에서 양백과 마주친다. 위연이 불과 10합에 양백이 패주한다. 위연이 장비보다 앞서 전공을 세우고자 기세를 타고 추격하는데 앞쪽에서 1군이 가로막으니 바로 마대다. 위연은 그를 마초로 여기고 칼춤을 추며 말달려 맞이한다. 불과 10합에 마대가 패주하자 위연이 추격하는데 마대가 몸을 돌려 화살을 날려 위연의 왼팔에 명중한다. 위연이 급히 달아나니 마대가 가맹관까지 추격한다. 그러나 1장이 함성을 우뢰처럼 지르며 가맹관 위에서 나는듯이 말을 몰아 눈앞에 들이닥친다. 알고보니 장비가 가맹관에 오자마자 가맹관 앞의 교전을 듣고 바로 달려온 것이다. 마침 위연이 화살에 맞은 것이 보이자 말달려 관문을 내려가 위연을 구한다.
장비가 마대에게 외친다.
“너는 누구냐? 통성명하고 싸우자!”
“나는 서량의 마대다!”
“너는 그렇다면 마초가 아니구나! 어서 돌아가라! 결코 내 맞수가 아니니 마초 그 종놈더러 직접 오라 하거라! 연인 장익덕이 여기 있다고!”
마대가 크게 노해 말한다.
“어찌 감히 업신여기냐!”
창을 쥐고 말달려 덤비지만 불과 10합에 패주한다. 장비가 추격하려는데 가맹관 위에서 누군가 말달려 오면서 외친다.
“아우는 추격을 멈춰라!”
장비가 고개돌려 바라보니 바로 현덕이다. 장비가 추격하지 않고 함께 가맹관으로 올라간다. 현덕이 말한다.
“성질이 조급한 게 걱정돼 뒤따라 여기 왔다. 마대를 이겼으니 하루저녁 쉬고 내일 마초와 싸워라.”
다음날 날이 밝자 관 아래 북소리 크게 진동하니 마초군이 다다른다. 현덕이 관 위에서 바라보니 진문의 깃발 그림자 드리운 곳에 마초가 말을 몰아 창을 들고 나온다. 사자투구를 쓰고 짐승무늬 허리띠를 둘렀으며 은빛갑옷에 하얀전포를 입었다. 첫째는 차림새가 비범하고 둘째는 재능이 출중하니 현덕이 찬탄한다.
“사람들이 은마초 錦馬超라 부르더니 명불허전이구나!”
장비가 곧바로 아래로 내려가려 하자 현덕이 제지한다.
“우선 출전하지 말거라. 먼저 날카로운 기세를 피해야겠다.”
가맹관 아래에서 마초 홀로 장비를 약올리며 나와서 싸우자 한다. 위에서 장비가 그를 잡아먹지 못해 한탄하지만 서너번 모두 현덕이 가로막는다.
점점 시간이 흘러 오후에 이른다. 현덕이 바라보니 마초 진영의 인마 모두 피로하다. 마침내 5백 기를 뽑아주니 장비를 따라 가맹관 아래로 돌진한다. 장비군이 다다르자 마초가 창을 들어 뒤쪽에 한번 지시한다. 화살의 사거리만큼 물러서니 장비의 군마들이 일제히 멈춰서 포진한다. 가맹관 위에서도 군마들이 속속 나온다. 장비가 창을 쥐고 출마해 크게 외친다.
“연인 장익덕을 모르겠냐!”
마초가 말한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공후(제후)이거늘 어찌 시골뜨기를 알아보겠냐!”
장비가 대노한다. 두 사람의 말이 일제히 튀어나와 두 사람의 창이 함께 들린다. 1백합을 넘게 싸워도 무승부이니 현덕이 탄식한다.
“참으로 호랑이 같은 장수로다!”
장비의 실수를 두려워해 서둘러 징을 쳐서 군을 거두니 두 장수가 각각 돌아간다.
장비가 진중으로 돌아와 말을 잠깐 쉬게 하더니 투구도 안 쓰고 두건만 두르고 승마하여 다시 진 앞에서 마초에게 도전한다. 마초도 다시 나와 교전한다. 현덕은 장비가 실수할까 두려워 스스로 갑옷을 걸치고 관을 내려가 진앞에 이른다. 장비와 마초가 다시 1백합 넘게 싸우고도 2인이 더욱 기력을 떨친다. 현덕이 징을 쳐서 군을 거두라 지시한다. 2장이 갈라져 각각 본진으로 돌아온다. 이날 이미 날이 저물어 현덕이 장비에게 말한다.
“마초는 영용하니 함부로 대적할 수 없다. 일단 가맹관으로 물러나 내일 싸우자.”
장비가 몹시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고 외친다.
“맹세코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소!”
“오늘 벌써 저녁이니 싸울 수 없다!”
“횃불을 밝혀 야전 夜戰을 안배하지요!”
마초도 말을 갈아타고 다시 진 앞으로 나와 크게 외친다.
“장비야! 감히 야전을 하겠냐?”
장비가 성이 나서 현덕에게 향하더니 말을 갈아타고 진 앞으로 돌진하며 외친다.
“네놈을 잡지 못하면 내 맹세코 관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네놈을 이기지 못하면 내 맹세코 영채로 돌아가지 않겠다!”
양군이 함성을 지르며 수많은 횃불을 들어 비추니 마치 대낮 같다. 두 장수가 또다시 진 앞에서 격전한다. 20합 남짓에 마초가 달아나자 장비가 크게 외친다.
“어디로 달아나냐!”
마초가 장비를 이길 수 없자 꾀를 내어 거짓으로 패해서 장비를 유인한 것이다. 몰래 구리추를 왼손으로 꺼내더니 몸을 비틀어 장비에게 던진다. 장비는 마초가 달아날 때부터 방비하고 있었던지라 날아오는 구리추를 번쩍 피하니 귓전을 스친다. 장비가 말머리를 돌리자 마초가 도리어 뒤쫓는다. 장비가 말을 잡아세워 활에 화살을 매겨 되돌아 마초를 쏘지만 마초가 민첩하게 피해서 두 장수가 각각 진영으로 돌아간다. 현덕 스스로 진 앞에 나와 외친다.
“나는 인의로써 사람을 대하지 간사히 남을 속이지 않소. 마맹기! 그대는 병력을 거둬서 쉬시오. 내가 그 틈을 타서 뒤쫓지는 않겠소.”
마초가 그 말을 듣고 스스로 뒤쪽을 막고 병력이 점차 물러난다. 현덕도 병력을 거둬 가맹관으로 오른다.
다음날 장비가 또 관을 내려가 마초와 싸우려 하는데 누군가 보고한다.
“군사께서 오셨습니다.”
현덕이 맞이하자 공명이 말한다.
“제가 듣건대 맹기는 천하의 호랑이 같은 장수이니 익덕과 죽기로 싸우면 그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다칩니다. 그러므로 자룡(조운)과 한승(황충)더러 면죽을 지키게 하고서 오늘밤 이곳으로 왔습니다. 제 작은 꾀를 쓴다면 마초가 주공께 투항할 것입니다.”
“내가 보니 마초가 영용해 몹시 아까운데 어찌 그를 얻겠습니까?”
“제가 듣건대 동천의 장로는 스스로 한녕왕이 되고 싶다 합니다. 그 수하의 모사, 양송은 몹시 뇌물을 탐하니 사람을 지름길로 보내 곧장 한중에 다다라서 먼저 금은보화로써 양송과 결호한 뒤 장로에게 글을 올리기를, ‘내가 유장에게서 서천을 쟁취하면 이는 곧 그대의 복수 이니 우리 사이를 이간하는 말을 듣지 않음만 못하오. 성사되면 그대를 한녕왕으로 보장하겠소.’ 라고 하게 합니다. 그가 마초의 병력을 철회하게 만들고, 그때를 기다려 계책을 써서 마초를 투항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글을 다듬어 손건더러 금주 金珠(황금과 진주/ 황금구슬)를 지니고 지름길을 따라 곧장 한중에 가게 한다. 양송을 만나게 부탁해서 이 일을 알리며 금주를 준다. 양송이 크게 기뻐하며 당장 손건을 데리고 장로를 만나 진언하도록 도와준다. 장로가 말한 다.
“현덕은 겨우 좌장군인데 어떻게 나를 한녕왕으로 보장하겠소?”
양송이 말한다.
“유비는 대한의 황숙이니 천자께 글을 올려 보장함이 꼭 들어맞습니다.”
장로가 크게 기뻐하며 곧 사람을 보내 마초더러 병력을 거두라 한다. 손건은 양송의 집에 머물며 회신을 기다린다.
하루도 안 돼서 사자가 돌아와 보고한다.
“마초가 말하기를, 아직 성공하지 못해 병력을 물리지 못하겠다, 라고 하옵니다.”
장로가 다시 사람을 보내 소환하지만 또다시 말을 듣지 않는다. 연달아 세차례에 걸쳐 그가 돌아오지 않자 양송이 말한다.
“그는 평소 언행이 믿음직스럽지 못한데다 기꺼이 병력을 거두려 하지 않으니 그 뜻은 틀림없는 반역입니다.”
마침내 사람을 시켜 말을 퍼뜨린다.
“마초는 서천을 탈취해 스스로 촉의 주인이 되어 부친의 복수를 하려 하는 것이지 결코 한중의 신하가 될 마음은 없다.”
장로가 이를 듣고 양송에게 계책을 묻자 양송이 말한다.
“한편으로 사람을 보내 마초에게 이렇게 말하게 하십시오. ‘네가 이왕 성공할 마음이라면, 네게 한달의 기한을 줄 터이니, 내가 제시하는 세가지 일을 따라야 한다. 이를 따르면 포상할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주살하겠다. 첫째 서천을 빼앗고, 둘째 유장의 수급을 거두 고, 셋째 형주 병력을 물리쳐라. 세가지가 성사되지 않으면 네 머리를 바쳐야 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 장위에게 군을 맡겨 관애를 지켜 마초의 반란을 방비하십시오.”
장로가 이를 따라 사람을 마초 진중으로 보내 세가지 일을 말하게 한다. 마초가 크게 놀라 말한다.
“어떻게 이토록 바뀔 수 있냐!”
이에 마대에게 상의한다.
“병력을 거둠만 못하겠다.”
양송이 다시 말을 흘린다.
“마초가 회군하지만 속으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
이에 장위가 7로로 병력을 분산하여 길목을 굳게 지켜 마초군의 진입을 막는다. 마초가 진퇴양난이요 아무 계책이 없다. 공명이 현덕에게 말한다.
“이제 마초는 진퇴양난이니 세치 못난 혀를 믿고서 마초의 영채를 찾아가 귀순을 설득하겠습니다. ”
“선생은 저의 팔다리와 같은 심복인데 만약 잘못되면 어떡하겠습니까?”
공명이 뜻을 굽히지 않지만 현덕이 거듭 말린다.
그렇게 주저하는데 조운의 추천장을 지닌 서천의 1인이 귀순했다고 한다.
현덕이 불러들이니 건녕 유원 출신의 이회 '덕앙'이다. 현덕이 말한다.
“지난날 듣자니 공께서 유장에게 고언했다던데 이제 어찌 귀순하시오?”
“제가 듣건대,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살고, 어진 신하는 주인을 골라서 모신다고 하였습니다. 지난날 유장에게 간한 것으로써 신하의 마음을 다했사오나 그가 쓸 줄을 모르니, 반드시 패망할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 장군께서 인덕을 촉에 베푸시니 반드시 성공하실 것이라서 귀순할 뿐입니다.”
“선생께서 이렇게 오시니 반드시 저에게 유익하겠습니다. “
“이제 듣건대 마초가 진퇴양난입니다. 제가 지난날 농서에서 일면식이 있었기에 마초를 찾아가 귀순을 설득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공명이 말한다.
“마침 저를 대신해서 누군가를 보낼 참이었소. 공께서 무슨 말로 설득하시겠소?”
이회가 공명에게 귓속말로 자세히 말하자 공명이 크게 기뻐하며 파견한다. 이회가 마초의 영채를 찾아가 사람을 시켜 통성명하자 마초가 말한다.
“이회는 변사라고 알고 있소. 이제 설득하러 오는구나.”
칼잡이 스물 남짓을 막사 안에 숨기며 지시한다.
“베라고 명하는 즉시 육젓으로 만들어라!”
잠시 뒤 이회가 당당히 들어온다. 마초가 막사 안에서 단좌한 채 이회를 꾸짖는다.
“그대가 왜 왔는가?”
“세객으로 왔소.”
“칼집에 보검을 새로 갈아서 넣어두었다. 허튼소리를 한다면 보검을 쓰겠다!”
이회가 웃는다.
“장군이 머지않아 재앙을 맞겠소! 새로 갈아놓은 보검으로 내 머리를 베기는커녕, 자해할까 걱정이오!”
“대체 무슨 재앙이 닥친단 말이냐?”
“듣건대, 월나라의 서시를 아무리 헐뜯어도 아름다움을 가릴 수 없었고 제나라 무염의 종리춘 鍾離春 (추녀)를 아무리 치켜세워도 추함을 숨길 수 없었소. 하늘의 해도 기울고 보름달도 이지러지니 천하의 변하지 않는 이치요. 이제 장군은 조조와는 부친을 죽인 원수를 졌고 농서에는 절치부심의 원한을 가졌소. 앞으로는 형주군을 물리쳐 유장을 구하지도 못하고, 뒤로는 양송을 제어해 장로를 만날 수도 없소. 이제 사해(천하)는 장군을 용납하지 않고, 장군에게는 따를 만한 주공도 없소. 위교의 패전과 기성의 실패를 되풀이한다면
무슨 낯으로 천하사람들을 보겠소?”
마초가 고개숙여 사례한다.
“말씀이 극히 훌륭하오. 저는 갈 곳이 없소.”
“공께서 제 말씀을 받아들이면서 장막에 왜 칼잡이들을 숨겼소?”
마초가 몹시 부끄러워 칼잡이들에게 모조리 물러가라 소리친다. 이회가 말한다.
“유황숙은 어진 선비를 예우하니 반드시 성공하실 것이라서 유장을 버리고 귀순하였소. 공의 부친께서 지난날 유황숙과 약속하여 역적을 함께 토벌하자 약속하셨소. 그런데도 공께서 어찌 어둠을 버리고 밝음을 찾아가서 위로는 부친의 복수를 도모하시고 아래로는 공명을 세우시지 않겠소?”
마초가 크게 기뻐하며 양백을 부르더니 한칼에 벤다. 그 수급을 들고 이회와 함께 가맹관으로 올라가서 현덕에게 투항한다. 현덕이 몸소 맞아들여 상빈으로 예우하니 마초가 고개숙여 사례한다.
“이제 밝은 주인을 만나니 마치 구름과 안개를 걷어내고 푸른 하늘을 보는듯 하옵니다.”
이때는 손건이 돌아온 뒤다. 현덕이 곽준과 맹달에게 가맹관의 수비를 맡기고, 병력을 차출하여 성도를 치러 간다. 조운과 황충이 면죽으로 맞아들인다. 누군가 알린다.
“촉창수 유준과 마한이 군을 이끌고 왔습니다.”
“제가 두 사람을 잡아오겠습니다!”라고 조운이 말하고 말에 올라 군을 이끌고 출전한다. 현덕이 성 위에서 마초를 환대하고 음주한다. 아직 자리에 앉기도 전에 자룡이 두 사람의 머리를 베어 술자리에 바친다. 마초도 놀라서 더욱 공경한다. 마초가 말한다.
“주공께서 싸울 것 없이 제가 유장을 투항시키겠습니다. 기꺼이 항복하지 않으면 제 아우 마대와 더불어 성도를 빼앗아 두손으로 봉헌하겠습니다.”
현덕이 몹시 기뻐하며 즐겁기 그지없다.
한편, 패잔병들이 익주로 되돌아가 유장에게 알리자 크게 놀라 성문을 걸어잠그고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 성의 북쪽에 마초군이 왔다고 하자 유장이 성을 올라 내다본다. 마초와 마대가 성 아래에서 외치는 게 보인다.
“유계옥께서 대답해주시오!”
유장이 성 위에서 물어보자 마초가 채찍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제가 본래 장로의 병력을 거느려 익주를 구하러 왔사오나 누가 알았으리오? 장로가 양송의 참언을 듣고 저를 해치려 하기에 이제 유황숙께 귀순하였소. 공께서 선비의 말을 듣고 투항하여 생령들의 수고를 면해주시오. 고집을 피우고 헤맨다면 내가 앞장서 공격하겠소!”
유장이 놀라 얼굴이 흙빛이더니 성 위에서 기절한다. 관리들이 깨우자 유장이 말한다.
“내가 명민하지 못하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소! 차라리 성문을 열고 성안에 가득한 백성을 구해야겠소!”
동화가 말한다.
“성중의 병력 아직 3만이 넘고 재물과 군량이 1년을 버티겠거늘 어찌 바로 투항하겠습니까?”
“우리 부자가 촉에서 20년 남짓 있었으나 아무런 은덕을 백성에게 베풀지 못했소. 3년을 싸워 백성의 피와 살이 들판에 나뒹구는 것이 모두 내 죄인데 마음이 어찌 편하겠소? 투항하여 백성을 편히 해줘야겠소.”
사람들이 듣고서 눈물흘리는데 누군가 진언한다. 서서충국 출신의 초주 '윤남'이다. 평소 천문에 밝았다. 유장이 묻자 초주가 말한다.
“제가 간밤에 천문을 살피니 별들이 촉군에 모이고 중앙의 큰별이 밝은달처럼 빛나니 제왕의 조짐이었습니다. 게다가 한해 앞서 아이들이 노래하기를, 새 밥을 먹으려거든 선주께서 오시기를 기다려야지, 라고 했사오니 그것이 징조였습니다. 하늘의 도를 거스름은 불가합니다.”
황권과 유파가 듣고 크게 성나�� 참하려는데 유장이 제지한다. 이때 누군가 알린다.
“촉군태수 허정이 성 밖으로 나가 투항했습니다.”
유장이 크게 곡하더니 부중으로 돌아간다.
다음날 누군가 알린다.
“유황숙께서 막빈 간옹을 보내서 성 아래에서 문을 열라 합니다.”
유장이 성문을 열어 맞아들인다. 간옹이 수레 안에서 몹시 거들먹거리자 갑자기 누군가 칼을 뽑아들고 크게 꾸짖는다.
“소인배가 뜻을 이뤘다고 방약무인하구나! 감히 우리 촉의 인물들을 깔보냐!”
간옹이 황망히 수레에서 내려서 그를 우러러본다. 그는 광한의 면죽 출신의 진복 '자칙'이다. 간옹이 웃으며 말한다.
“형님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행여 책망하지 마십시오.”
함께 들어가 유장을 만나서 현덕이 넓은 도량으로 아무도 해칠 뜻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유장이 투항을 결단하고 간옹을 후대한다. 다음날 몸소 인수와 서류를 지니고 간옹과 함께 수레를 타고 성을 나가서 투항한다. 현덕이 영채를 나와서 맞이해 손을 붙잡고 눈물흘리며 말한다.
“제가 인의를 행하지 않음이 아니오라 사세가 부득이해서요!”
함께 영채로 들어가서 인수와 서류를 주고받고 말머리를 나란히 성에 들어간다.
현덕이 성도에 들어가자 백성들이 향기로운 꽃을 바치고 등불과 촛불을 들고 성문 앞에서 영접한다. 현덕이 공청에 이르러서 당으로 올라가서 좌정한다. 촉군의 관리들이 당 아래에서 절하는데 황권과 유파만 문을 닫고 나오지 않는다. 장수들이 크게 성나서 그들을 죽이려 하자 현덕이 황망히 전령한다.
“두 사람을 해치는 자는 삼족을 멸하겠다!”
현덕이 몸소 문으로 찾아가서 두 사람에게 관직을 맡을 것을 청한다. 두 사람이 현덕의 은혜와 예우에 감격하여 비로소 나온다. 공명이 청한다.
“서천을 평정했는데 주군이 둘이 있을 수 없습니다. 유장을 형주로 보내십시오.”
“방금 촉군을 얻어서 아직 유계옥을 멀리 보낼 수 없습니다.”
“유장이 기업을 잃은 것은 너무 유약해서입니다. 주공께서 아낙네 같은 인자함으로써 결단하지 못하시면 이 땅을 오래 지키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현덕이 이를 따라 한바탕 큰 잔치를 열고, 유장에게 재물을 챙겨서 진위장군의 인수를 걸치고 가족과 하인들을 데리고 남군의 공안으로 떠나기를 청한다. 현덕 스스로 익주목을 맡고 항복한 문무관리 모두에게 큰 상을 내리고 명예와 작위를 정해준다. 엄안은 전장군,법정은 촉군태수,동화는 장군중랑장,허정은 좌장군 겸 장사,방의는 영중사마,유파는 좌장군,황권은 우장군이 된다.
기타 오의,비관,팽양,탁응,이엄,오란,뇌동,이회,장익,진복,초주, 여의,곽준,등지,양홍,주군 ,비위,비시,맹달 등의 투한한 문무관원들 모두 60여 사람을 모조리 뽑아서 쓴다.
제갈량은 군사 軍師,관운장은 탕구장군 한수정후,장비는 정원장군 신정후, 조운은 진원장군,황충은 정서장군,위연은 양무장군,마초는 평서장군이 된다.
손건,간옹,미축, 미방,유봉,관평,주창,요화,마량,마속,장완,이적과 옛날 형양의 문무관원들도 모조리 승진하고 포상한다. 사자를 보내어 황금 500근, 백은 1천근, 동전 5천만, 촉나라의 비단 1천필을 운장에게 하사한다. 기타 관원도 차등을 두어 하사한다. 소와 말을 죽여 사졸들에게 크게 나눠주고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도우니 군민이 크게기뻐한다.
익주를 평정한 뒤, 현덕이 성도의 이름난 전택 田宅을 관리들에게 나눠주려 하자 조운이 간언한다.
“익주의 인민들이 거듭 병화 兵火를 만나 전택이 모조리 비었습니다. 이제 귀환하는 백성들이 편안히 거주하고 생업에 복귀하여야 민심이 안정될 것입니다. 그것을 빼앗아 사사로이 포상함은 옳지 않습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따르고 제갈군사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조례를 제정하게 한다. 그 형법이 제법 무겁자 법정이 말한다.
“지난날 고조께서 약법삼장을 시행해 백성들이 모두 은덕에 감격했소. 바라건대 군사께서 형량을 너그럽게 하고 법을 간소히 하여 백성의 소망을 들어주시오.”
공명이 말한다.
“그대는 하나는 아시나 아직 둘은 모르시오. 진나라는 법률운용이 포학하여 만민이 원망하므로 고조께서 너그러움으로써 민심을 얻었소. 이제 유장은 어리석고 줏대없어, 덕으로 다스리지도 못했고 위엄과 형벌도 엄숙하지 못하오. 임금과 신하의 도리가 이 때문에 점차 쇠하였소. 벼슬을 줘서 총애하니 벼슬이 다하면 사나워졌소. 은혜를 줘서 순종시키니 은혜가 다하면 오만해졌소. 폐단은 참으로 이런 데에서 말미암았소. 이제 법으로써 위엄을 세워서 법을 행하면 은혜를 알 것이며, 벼슬을 함부로 주지 않아야 벼슬을 받았을 때 영광을 알 것이오. 은혜와 영광으로 다스리면 위아래로 절도가 있게 되오. 다스리는 도리가 여기에서 드러날 것이오.”
법정이 머리숙여 탄복한다. 이로부터 군과 백성이 안정된다. 41 주의 곳곳에 병력을 나눠서 수습하니 모두 평정된다. 법정이 촉군태수가 되어, 평소 한끼라도 얻어먹은 은혜를 입거나, 한번이라도 눈을 흘겨본 원한만 있어도 되갚는다. 누군가 공명에게 고한다.
“법효직이 제멋대로이니 말려주세요.”
“지난날 주공께서 형주를 힘들게 지키면서 북쪽으로 조조가 두렵고 동쪽으로 손권이 두려웠소. 효직이 도와준 덕분에 마침내 이렇게 비상한 것이라 다시 제지할 수는 없소. 이제 어떻게 효직의 행동을 금지하여, 그가 뜻대로 하는 것을 줄이겠소?”
그래서 마침내 캐묻지 않는다. 이를 전해듣고 법정이 자제한다.
하루는, 현덕이 공명과 더불어 한담을 나누는데 관운장이 관평을 보내어 그가 받은 황금과 비단에 대해서 사례하러 왔다다. 현덕이 불러들이자 관평이 인사를 마치고 서신을 바치며 말한다.
“부친께서 마초의 무예가 남다른 것을 아시고 서천에 들어와 누가 나은지 가리겠다고 백부께 아뢰라 하셨습니다.”
현덕이 크게 놀란다.
“운장이 촉에 들어와 마맹기와 겨룬다면 양립할 수 없다!”
공명이 말한다.
“괜찮습니다. 제가 회신하겠습니다.”
현덕은 운장이 성급한 것을 알아 공명에게 글을 쓰게 해서, 관평에게 형주로 달려가서 전하라 한다. 관평이 형주로 돌아가자 운장이 묻는다.
“내가 마맹기와 겨룰 것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냐?”
“군사께서 주신 서찰이 여기 있사옵니다.”
운장이 뜯어보니 그 서찰은 이렇다.
“제가 듣건대 장군께서 마맹기와 누가 나은지 가리겠다고 한다지요. 제가 헤아리건대 마맹기가 남다르게 용맹이 있어도 경포나 팽월의 무리에 불과하오. 장익덕과 선두를 다툴지 몰라도 미염공처럼 무리에서 우뚝 솟은 것은 아니오. 이제 관공께서 형주를 맡으셨으니 책무가 무겁지 않을 수 없소. 서천으로 들어와 형주를 잃는다면 죄가 막대하리다. 밝게 살피시기 바라오. “
운장이 읽고나서 수염을 어루만지며 웃는다.
“공명이 내 마음을 아네.”
서찰을 빈객들에게 자랑하고 서천으로 들어갈 마음을 거둔다.
한편, 동오의 손권은 현덕이 서천을 병탄하여 유장을 공안으로 내쫓은 것을 알고서, 장소와 고옹을 불러 상의한다.
“유비가 우리 형주를 빌려갈 때, 서천을 취하는대로 돌려주겠다고 하였소. 이제 이미 파촉의 41 주를 얻 었으니 반드시 한상의 여러 군을 찾아야겠소. 돌려주지 않으면 즉시 간과 干戈(무기)를 움직이겠소”
장소가 말한다.
“오중이 이제야 안정되어, 출병은 불가합니다. 제게 계책이 있사오니 유비가 두손으로 형주를 바치게 하겠나이다.”
서촉에서 방금 새로운 일월 日月을 열자 동오에서 옛 산천 山川을 되찾으려 하는구나.
그 계책이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