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회
제75회 관운장이 뼈를 긁어내어 독을 치료하고 여자명이 흰옷을 입고 장강을 건넌다
한편, 조인은 관공이 낙마하자 즉시 병력을 이끌고 성 밖으로 돌격한다. 그러나 관평이 한바탕 물리쳐서 되쫓고, 관공을 구해서 영채로 돌아가, 팔뚝에 박힌 화살을 뽑아낸다. 알고보니 화살 촉에 독이 발라져, 이미 뼛속까지 침입해, 오른쪽 팔이 시퍼렇게 부어올라, 운동 運 動(여기서는 움직이다의 뜻) 할 수 없다. 관평이 황망히 뭇 장수와 상의한다.
“부친께서 이 팔을 다치셨으니, 어찌 능히 출전해서 대적하시겠소? 잠시 형주로 돌아가, 조리 調理(간호/ 치료/ 관리)하는 것만 못하겠 소.”
이에 뭇 장수가 장중으로 들어가 관공을 만난다.
관공이 말한다.
“그대들은 무슨 일로 왔소?”
장수들이 대답한다.
“저희가 군후의 오른 팔이 손상된 것을 보니, 적군을 만나 노하시면, 충돌해 싸우기 불편하실까 걱정스럽니다. 사람들이 의견은, 잠시 군 사를 거둬서 형주로 돌아가 조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관공이 노한다.
“내가 번성을 취하는 것이 바로 눈앞이오. 번성을 취하면, 마땅히 즉시 장구대진 長驅大進(멀리 병력을 이끌고 크게 진격함)해서 곧장 허 도에 다다라, 조적(역적 조조)을 소멸해, 한실(한나라 황실)을 안정시켜야 하오. 어찌 작은 상처 때문에 대사를 그르치겠소? 그대들이 감 히 우리의 군심을 흐트릴 뿐이구려!”
관평 등이 말없이 물러난다. 장수들은 관공이 퇴병할 뜻이 없는데다 상처도 낫지 않자 할수없이 사방으로 명의를 찾는다. 어느날 누군가 강남에서 작은배를 타고 영채로 찾아온다. 병사가 이끌고 관평을 만난다. 관평이 그를 보니 방건을 머리에 쓰고 활복을 입고 팔에 푸른 주머니를 찼다. 스스로 성명을 밝하니 패국의 초군 출신의 화타 '원화'이다. 천하영웅 관장군이 독화살을 맞은 것을 듣고서 치료하러 왔다고 하니 관평이 말한다.
“지난날 동오의 주태를 치료하신 분 아니시오?”
“그렇소.”
관평이 크게 기뻐하며 장수들과 함께 화타를 데리고 장중으로 관공을 만나러 들어간다. 이때 관공은 본래 팔이 아팠으나, 군심을 흐트릴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한가할 틈이 없다가 마침 마량과 더불어 바둑을 두는데, 의자(의사)가 왔다니 불러들인다. 관공이 옷을 벗어내려 팔을 뻗어서 화타에게 살펴보게 한다. 화타가 말한다.
“이것은 노전(쇠뇌로 쏘는 화살)에 다친 것인데, 그 속에 오두(맹독성 약초)의 독약이 들어 있어, 뼛속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어서 치료하 지 않으면, 이 팔은 못 쓰게 됩니다.”
관공이 말한다.
“무엇으로 고쳐야겠소?”
“제 나름 치법(치료법)이 있사오나, 다만 군후께서 두려워하실까 걱정입니다.”
관공이 웃는다.
“내가 죽는 것을 사는 것과 같이 여기는데, 무엇이 두렵겠소?”
“조용한 곳에 기둥을 하나 세워서, 그 위에 큰 고리를 못으로 박아, 청컨대 군후께서 팔을 고리 속에 끼워넣고, 줄로 묶어야 합니다. 그런 뒤에, 그 눈을 가리고, 제가 뾰족한 칼로써 피육(살갗)을 째서, 곧바로 뼈까지 칼을 넣어, 뼈의 화살독을 긁어내고, 약을 발라, 실로써 그 짼 곳을 꿰매야 무사합니다. “
관공이 웃으며 말한다.
“이처럼 용이하거늘, 무엇하러 기둥과 고리를 쓰겠소?”
술자리를 차려 화타를 대접하게 한다.
관공이 몇잔 마시고 나더니, 한편으로 다시 마량과 바둑을 두며, 팔을 뻗어 화타더러 그곳을 절개하게 한다. 화타가 뾰족한 칼을 손에 들 고, 소교(졸병)더러 큰 주발(그릇의 일종)을 받들고 팔 아래에서 피를 받게 한다. 화타가 말한다.
“제가 곧 손을 쓸테니, 군후께서 절대 놀라지 마십시오.”
“이미 그대에게 치료를 맡겼소. 어찌 세간의 속자 俗子(속인/ 속세의 사람)들처럼 아픔을 두려워하겠소?”
화타가 이에 칼을 써서, 피육을 절개해서 바로 뼈에 이르자, 뼈가 이미 시퍼렇다. 화타가 칼로써 뼈를 긁으니, 슥슥 소리가 난다. 장중의 상하 모든 사람이 얼굴을 가리고 아연실색한다. 그러나 관공은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바둑을 두나, 전혀 고통이 없 는 얼굴빛이다.
잠깐 사이에, 피가 흘러 넘친다. 화타가 화살독을 모조리 긁어내고, 약을 바르고, 실로 꿰맨다. 관공이 크게 웃으며 일어나, 뭇 장수에게 말한다.
“이 팔을 예전처럼 뻗어 펼 수 있고, 아무 통증이 없게 됐소. 선생은 참으로 신의 神醫요!”
“제가 의생이 되고서 아직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군후께서는 참으로 천신 天神이십니다!”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질병 치료는 반드시 내과와 외과를 나누지만
세간에 신묘한 재주는 참으로 많지 않구나
귀신 같은 무위는 관 장군을 따를 이 드물고,
신묘한 솜씨의 뛰어난 의생이라면 화타를 말하네
관공의 전창 箭瘡이 나은 뒤, 술자리를 베풀어 화타에게 사례한다. 화타가 말한다.
“군후의 전창이 비록 나았으나, 반드시 애호 愛護하십시오. 1백 일이 지나야, 예전과 같아집니다.”
관공이 황금 1백 냥으로 보답하자, 화타가 말한다.
“저는 군후께서 의기가 높은 것을 듣고 일부러 치료하러 온 것입니다. 어찌 보답을 바라겠습니까?”
한사코 사양하며 받지 않고, 약 1 첩을 남겨 상처에 바르게 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간다.
한편, 관공이 우금을 사로잡고 방덕을 참하니, 그 위명이 크게 울려, 화하(중원) 사람들 모두 놀란다. 탐마가 알리고자 허도에 당도한다. 조조가 크게 놀라 문무 관리를 불러모아 상의하며 말한다.
“내 평소 운장의 지혜와 용맹이 세상을 뒤덮음을 알았소만, 이제 형양을 점거하니 마치 호랑이가 날개를 단 듯하오. 우금은 잡히고 방 덕은 참수를 당하니, 우리 위병은 예기가 꺾였소. 만약 그가 병력을 거느려 곧장 허도로 온다면, 어찌하겠소? 고 孤는 도읍을 옮겨서 피 할까 하오.”
사마의가 간언한다.
“불가하옵니다. 우금 등이 수몰된 것은 싸워서 그런 것이 아니오니, 국가대계 國家大計에 있어서 본래 손실이 없습니다. 이제 손권과 유 비가 실호 失好(좋아하지 않음)하는데, 운장이 뜻을 이루니 손권은 필시 기쁘지 않을 겁니다. 대왕께서 가히 사자를 동오로 보내서 이해 득실을 자세히 말해, 손권으로 하여금 암암리에 병력을 일으켜 운장의 배후를 치게 하시며, 사태가 평정되는 날에 강남의 땅을 떼어내 손권을 봉할 것을 허락하시면, 번성의 위기는 저절로 풀릴 것입니다.”
주부 벼슬의 장제가 말한다.
“중달(사마의의 자)의 말씀이 옳습니다. 지금 즉시 사자를 동오로 보내시면 되는데, 도읍을 옮겨 사람들을 동요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조조가 의윤 依允하니 결국 도읍은 옮기지 않는다. 그리고 장수들에게 탄식한다.
“우금은 고를 30 년 동안 따랐는데, 어찌 뜻밖에도 위기를 맞아 도리어 방덕보다 못할 줄 알았겠소! 지금 한편으로 사신을 보내 동오에 서찰을 전해야겠지만, 한편으로 반드시 운장의 예기를 상대할 대장을 얻어야겠소.”
말을 미처 못 마쳐, 아래에서 한 장수가 소리 맞춰 나오며 말한다.
“바라건대 제가 가겠습니다.”
조조가 보니 바로 서황이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곧 정병 5 만을 뽑아서 서황을 대장으로, 여건을 부장으로 삼아, 날짜를 정해서 병력을 일으켜 양릉피 陽陵陂로 가서 주둔하게 한다. 동남(동오)의 호응이 있는가 살펴서 그 뒤에 진격하려는 것이다.
한편 손권은 조조의 서신을 접하고 읽기를 마친 뒤 흔연히 응윤한다. 즉시 글을 다듬어 써서 사자에게 줘서 먼저 돌려 보내고, 문무 관리 들을 불러모아서 상의한다. 장소가 말한다.
“요새 듣자니, 운장이 우금을 사로잡고, 방덕을 참하여, 그 위세가 화하를 진동하고, 조조는 도읍을 옮겨 그 예봉을 피하려 한답니다. 이 제 번성이 위급하니 사자를 보내서 구원을 요청하는데 사태가 평정된 뒤에 말을 뒤집을까 두렵습니다.”
손권이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사람들이 알린다. 여몽이 작은 배를 타고 육구에서 찾아오며, 무슨 일인가 면품 面稟 (직접 얼굴을 맞대고 여쭘)하겠다는 것이다. 손권이 불러들여서 물어보자, 여몽이 말한다.
“지금 운장이 병력을 이끌고 번성을 포위하니, 그가 멀리 간 틈을 타서, 형주를 습격해 빼앗아야 합니다. “
“고는 북쪽으로 서주를 취할까 하는데 어떻소?”
“지금 조조는 멀리 하북에 있는지라, 동쪽을 돌볼 틈이 없습니다. 서주의 수비 병력이 많지 않아, 간다면 저절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 나 그 지세가 육전에 이로우나, 수전에 불리해, 설령 얻더라도, 역시 지키기 어렵사옵니다. 차라리 형주를 먼저 취해서, 장강을 완전히 장 악해, 따로 좋은 계책을 세움만 못합니다.”
“고도 본래 형주를 취하고 싶소. 아까 말한 것은 일부러 경을 떠본 것뿐이오. 경은 어서 고를 위해 도모하시오. 고는 마땅히 뒤따라 바로 병력을 일으키겠소.”
여몽이 손권에게 작별하고, 육구로 돌아오니, 어느새 초마(정찰 기병)가 보고한다.
“강을 따라 상하류, 2십 리나 3십 리 간격으로 높은 언덕마다 봉화대가 있습니다.”
또한 듣자니, 형주의 군마가 정숙하고, 미리 준비를 갖추고 있다. 여몽이 크게 놀라며 말한다.
“이렇다면, 급히 도모하기 어렵구나. 내가 일단 오후 면전에서 형주를 취할 것을 권했지만, 지금 어떻게 처치하겠냐?”
깊이 생각해도 아무 계책이 없어,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않으며, 사람을 시켜 손권에게 알리게 한다. 손권은 여몽이 병을 앓는 것을 듣고, 마음이 몹시 앙앙 怏怏 하다. 육손 陸遜이 진언한다.
“여자명(여몽)의 병은 거짓이지 참으로 병을 앓는 것은 아닙니다.”
“백언 伯言(육손의 자) 이 그 거짓됨을 알고 있다면, 가서 살펴보시오.”
육손이 명을 따라, 그날밤 육구의 영채에 이르러, 여몽을 만나니, 과연 얼굴에 아무런 병색이 없다. 육손이 말한다.
“제가 오후의 명을 받들어, 삼가 자명(육손)의 귀양 貴恙(상대의 질병을 높여 부르는 말)을 살피러 왔소.”
“천구 賤軀(자신의 몸을 낮춰 부르는 말)에 병이 든들, 어찌 수고롭게 탐문하러 오시오?”
“오후께서 중임 重任을 공께 맡기셨는데, 공께서 기회를 노려서 움직이지 않으시며, 하릴없이 답답한 마음만 품고 계시니, 어찌된 것이 오?”
여몽이 육손을 바라보며 한참 말이 없으니 육손이 다시 말한다.
“제게 소방 小方(간단한 처방)이 있는데 능히 장군의 질환을 고칠 것이오. 미심쩍더라도 써보지 않겠소?”
이에 여몽이 좌우의 사람들을 물리치고, 묻는다.
“백언의 좋은 처방을 아무쪼록 어서 내려주시오.”
육손이 웃으며 말한다.
“자명의 질환은 아무래도 형주의 병마들이 정숙한데다 강을 따라서 봉화대가 준비돼서요. 내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강을 지키는 관리들 로 하여금 불을 피우지 못하게 만들 것이며, 형주의 병사들을 속수무책으로 투항하게 할 것이오. 괜찮겠소?”
여몽이 놀라며 사례한다.
“백언의 말씀은 마치 내 폐부를 들여다보는 듯하구려. 바라건대 그 좋은 계책을 듣고 싶소.”
“운장은 영웅이라 자부하며, 스스로 무적이라 여기지만, 오로지 걱정하는 이는 장군뿐이오. 장군은 이 기회를 틈타, 질병을 핑계로 사직 해서, 이곳 육구의 임무를 타인에게 양보하시오. 그 사람을 시켜서 비루한 언어로써 관공을 찬미해서 그 마음을 교만하게 만들면, 그는 형주의 병력을 모조리 철수해, 번성으로 향할 것이오. 만약 형주에 아무 방비가 없을 때, 일려 一旅( 병사 500 인의 집단)의 병력으로써 따로 기계 奇計(기발한 계책)를 내어서 습격하면 형주는 손 안에 들어올 것이오.”
여몽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참으로 양책이오!”
이에 여몽이 꾀병을 내어서 일어나지 않으며, 글을 올려 사직한다. 육손이 돌아가서 손권을 만나, 앞서 마련한 계책을 자세히 말한다. 손 권이 이에 여몽을 불러서, 건업으로 돌아와서 요양하게 한다. 여몽이 당도해서 손권을 만나자 손권이 말한다.
“육구의 임무는 지난날 주공근(주유)이 노자경(노숙)을 천거해서 자신을 대신하게 한 것이오. 뒷날 자경이 다시 경 卿(임금이 신하를 부 르는 호칭)을 추천해서 자신을 대신했소. 이제 경도 반드시 재주와 명성을 훌륭히 갖춘 인재를 추천해서, 경을 잘 대신하게 하시오.”
“만약 명망이 높은 사람을 쓴다면, 운장이 반드시 방비할 것입니다. 육손은 뜻과 생각이 깊고 장대하나, 아직 멀리까지 명성이 없으니, 운장이 꺼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를 써서 신의 임무를 대신케 하시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그날 즉시 육손을 편장군 우도독으로 임명해 여몽을 대신해 육구를 지키게 한다. 육손이 사양한다.
“저는 어리고, 배운 게 없어, 대임을 감당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손권이 말한다.
“자명(여몽)이 경을 천거하니, 틀림없을 것이오. 경은 사양하지 마시오.”
이에 육손이 삼가 인수를 받아 밤낮 없이 육구로 간다. 마군(기병), 보군(보병), 수군 3만의 교할 交割(인수/ 인도)을 마친 뒤, 즉시 서신 1 봉을 다듬어 쓰고, 명마, 진귀한 비단, 주례 酒禮 등의 물품을 마련한다. 사자더러 이들 물품을 가지고 번성으로 찾아가 관공을 만나게 한다.
이때 관공은 마침 화살에 맞은 상처로 휴양하며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누군가 알린다.
“강동의 육구를 수비하는 장수 여몽의 병세가 위급하자 손권이 불러들여 조리하게 했습니다. 얼마 전에 육손을 장수로 임명해 여몽을 대신해 육구를 수비하게 했습니다. 지금 육손이 사람을 시켜 서신과 예물을 갖춰 보내어 특별히 장군을 알현하고자 합니다.”
관공이 사자를 불려들여 말한다.
“중모(손권)의 견식이 짧고 얕아서 그따위 어린 놈을 장수로 삼는구나!”
찾아온 사자가 엎드려 고한다.
“육장군께서 서신을 드리며 예물을 마련해, 첫째는 군후께 축하를 드리고, 둘째는 양쪽의 우호를 구하고자 온 것이오니 아무쪼록 변변치 않더라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관공이 편지를 뜯어 살펴보니, 편지의 글이 극히 비루하고 조심스럽다. 관공이 읽기를 마쳐,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으며, 좌우에게 명하여 예물을 거두고 사자는 돌아가도록 발부 發付(증명서 등의 발급)한다. 사자가 돌아가 육손을 만나 말한다.
“관공이 매우 기뻐하며, 다시는 우리 강동의 저의를 걱정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육손이 크게 기뻐하며, 몰래 사람을 보내 염탐하니, 과연 관공이 형주의 병력 태반을 철수해서 번성으로 가서 지시를 기다리게 했다. 관 공의 전창이 낫기를 기다려, 곧 진병하려는 것이다. 육손이 이러한 자세한 정황을 알아내어, 즉시 사람을 보내 한밤에 손권에게 알린다. 손권이 여몽을 불러 상의한다.
“지금 운장이 과연 형주의 병력을 철수해서 번성을 공취하러 가니, 곧바로 계책을 세워서 형주를 습격해야겠소. 경은 내 아우 손교와 더불어, 대군을 이끌고 가는 것이 어떻겠소?”
손교는 숙명이라 불리는데손권의 숙부 손정의 둘째 아들이다. 여몽이 말한다.
“주공께서 저를 쓰시려면 저만 홀로 쓰시고, 만약 숙명을 쓰시겠다면 숙명만 쓰십시오. 어찌 듣지 못하셨습니까? 지난날 주유와 정보가 좌우의 도독이 돼서, 비록 주유더러 군사를 결정하게 했으나, 정보는 스스로 오랜 신하인데도 주유 밑에 있다고 여겨서, 자못 서로 화목 하지 못했습니다. 뒷날 주유의 재능을 보고서야, 비로소 존중하며 따르지 않았습니까? 이제 저의 재주가 주유보다 모하고, 숙명은 주공 과 친하기가 정보보다 더한데, 아무래도 서로 협조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손권이 크게 깨닫고, 결국 여몽을 대도독으로 삼아, 홀로 강동의 여러 갈래 군마를 통제하게 한다. 손교에게 명하여, 후방에서 양초(식량 과 말먹이풀)를 보급하도록 한다. 여몽이 절을 올려 사례하고, 병력 3만을 뽑아, 쾌선 快船 8십여 척에 태운다. 물에 익숙한 이들을 골라 서 상인들로 꾸미고, 모두 흰 옷을 입고, 배 위에서 노를 젓게 하고, 정예병력은 구록선 안에 숨는다. 이어서 한당, 장흠, 주연, 주태, 서성 , 정봉 등 입곱 대장을 뽑아서, 잇달아 전진하게 한다. 나머지는 모두 오후를 뒤따라 합후 合後(선봉과 반대로 군대의 후미를 담당하는 것)를 맡아 돕도록 한다. 한편으로 사자를 보내 조조에게 서신을 전해서, 병력을 진격시켜 운장의 배후를 습격하라 한다. 또 한편으로 육손에게 알려서, 뒷날 흰 옷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면, 빠른 배를 타고서 심양강으로 가라고 한다. 밤낮으로 행군을 다그쳐서, 곧바로 북 쪽 강둑에 다다른다. 강변의 봉화대 위에서 수비하는 병사가 캐묻자 오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저희는 모두 떠돌이 장사치들인데 강물 위에서 풍랑을 만나 이곳으로 피한 것입니다.”
이어서 재물을 봉화대 수비 병사들에게 준다. 병사들이 믿고서, 그들을 강변에 정박하도록 한다.
약 2경(밤 9-11시)에 이르자 배 안에서 정병들이 일제히 나와서 봉화대의 관군들을 묶어서 넘어뜨린다. 암호를 외치자, 8십여 척에서 정병들이 모두 일어나, 중요 거점들의 돈대 수비병사들을 모조리 배 안으로 잡아 들이니, 한 곳도 놓친 적이 없다. 이에 장구대진 長驅大進해서 곧장 형주를 취하러 가는데,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형주에 이르러, 여몽이 강변을 따라 세워진 돈대를 지키던 관군들을 좋은 말로써 달래고, 각각 크게 상을 내린 뒤, 수비 병사를 속여서 성문을 열고 불을 놓아 신호하도록 시킨다. 병사들이 받아들이니, 여몽 이 그들에게 앞장서도록 한다. 한밤이 되자, 성 아래 이르러 문을 열라고 외친다. 문을 지키는 관리는 이들을 형주 병사들이라 여겨서, 문을 열어버린다. 병사들이 크게 함성을 지르며, 성문 안으로 들어가 불을 놓아 신호한다. 오병들이 일제히 들어가 형주를 습격한다. 여몽이 군중에 명령을 전한다.
“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죽이거나 민간의 재물을 하나라도 취하는 자는, 군법에 따라 다스리겠다!”
그리고 원래 직위에 있던 관리들을 다시 옛 직위를 갖도록 한다. 관공의 가속(집안식구)을 별택 別宅(별장)에서 따로 돌보며 쓸데없이 아무나 들어가서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한다. 한편으로 사람을 보내서 손권에게 알린다.
하루는 크게 비가 내리는데, 여몽이 말을 타고 몇 기를 이끌고 네 곳의 성문을 점검한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백성의 삿갓을 빼앗아 갑옷 위에 걸친 것이 보인다. 여몽이 좌우의 사람들에게 소리쳐서, 그를 잡아들여 문초하니 바로 여몽의 고향 사람이다. 여몽이 말한다.
“네가 비록 나와 동향이라도, 일단 내 호령이 나왔거늘 고의로 범했으니, 마땅히 군법대로 처리하겠다.”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고한다.
“저는 다만 나라에서 하사한 갑옷이 비에 젖을까 걱정해서, 그것을 쓴 것이지, 사사로이 쓰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제발 장군께서 동향 사람의 정을 생각해 주십시오.”
“내 이미 네가 갑옷을 덮은 까닭은 알지만, 어쨌든 명령을 따르지 않고 민간의 재물을 취한 것이다!”
좌우에게 소리쳐서 그를 꿇어앉혀 참한다. 효수 梟首해 돌아가며 보인 뒤 시신을 거둬서 울며 장례 지낸다. 이로부터 삼군이 떨며 삼간다.
하루가 안 지나, 손권이 사람들을 거느려서 온다. 여몽이 성곽을 나가서 영접해서 관아로 들인다. 손권이 노고를 위로한 뒤, 반준을 다시 치중으로 임명해서 형주의 사무를 맡게 한다. 감옥에서 우금을 방출해서 조조에게 돌려보낸다. 백성을 안심시키고 병사들을 포상 하고 연회를 베풀어 경하한다. 손권이 여몽에게 말한다.
“이제 형주를 얻었으나, 다만 공안은 부사인이, 남군은 미방이 있으니, 이 두 곳을 어떻게 수복하겠소?”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서며 말한다.
“활을 당겨 화살을 쏠 것도 없이, 제가 세 치 못난 혀를 놀려, 공안의 부사인을 항복하도록 설득할까 하온데, 어떻겠습니까?”
사람들이 그를 보니, 바로 우번 虞翻이다. 손권이 말한다.
“중상 仲翔(우번의 자)에게 무슨 좋은 계책이 있어서, 부사인을 귀순시킬 수 있소?”
“저는 어려서부터 사인과 교분이 두텁습니다. 이제 이해득실로써 설득하면, 그는 필시 귀순할 것입니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우번에게 병사 5백을 줘서 곧장 공안으로 가도록 한다.
한편, 부사인은 형주를 이미 잃은 것을 전해듣고, 서둘러 성문을 닫고 굳게 지킬 것을 명한다. 우번이 와보니, 성문이 굳게 닫혀 있어, 글을 써서 화살에 묶어서 성 안으로 쏘아 보낸다. 부사인이 뜯어서 읽어보니, 항복을 권하는 내용이다. 읽기를 마쳐, 관공이 지난날 그를 미 워한 것이 떠올라, 아무래도 어서 항복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즉시 성문을 크게 열라고 명령하고, 우번을 성으로 불러 들인다. 두 사람이 인사를 마쳐, 서로 옛정을 나눈다. 우번이, 오후 吳侯는 너그럽고, 도량이 크며 어진 이들과 선비들을 예우한다고 이야기한다. 부 사인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우번과 함께 인수를 가지고 형주로 가서 투항한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다시 공안으로 가서 지키라 한다.
그런데 여몽이 은밀히 손권에게 말한다.
“지금 운장을 아직 잡아들이지 못했는데, 부사인을 공안에 남겨두면, 결국 변고가 있을 것입니다. 차라리 남군으로 보내서, 미방을 귀순 시키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이에 손권이 부사인을 불러서 말한다.
“미방이 경과 교분이 두터우니, 경이 불러서 귀순시키면, 고가 마땅히 크게 포상하겠소.”
부사인이 흔쾌히 받아들여, 십여 기를 이끌고, 곧장 남군으로 미방을 초안 招安하러 간다.
오늘날 공안은 아무 지킬 뜻이 없으니
종전에 왕보가 한 말이 옳구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