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67회 조조가 한중을 평정하고 장요가 소요진에서 무위를 떨친다

    한편 조조는 병력을 일으켜 서쪽 정벌에 나서며 병력을 3대로 나눈다. 선봉은 하후연과 장합이 맡고 조조는 친히 여러 장수를 거느려 중앙에 거처한다. 후부는 조인과 하후돈이 군량 수송을 맡는데 어느새 세작이 한중으로 들어가 알린다.

    장로가 아우 장위와 더불어 적병을 물리칠 계책을 상의하니 장위가 말한다.

    “한중에서 가장 험준하기로 양평관만한 곳이 없습니다. 양평관의 좌우 산기슭 수풀에 십여 개의 채책을 세워 조병 曹兵을 요격해 야 합니다. 형님께서는 한녕에 계시면서 군량을 넉넉히 보내주십시오.”

    장로가 그 말을 따라 대장 양앙과 양임을 파견하며 그 아우 장위와 더불어 길을 떠나게 한다. 군마들이 양평관에 이르러 진지를 세운다. 하후연과 장합의 선두 부대가 그뒤 도착한다. 양평관에서 벌써 준비해 놓은 것을 전해들은 조조군이 양평관에서 15리 떨 어진 곳에 영채를 세운다.

    이날밤 병사들이 피곤해 각자 쉬고 있는데 후방에서 한줄기 불길이 치솟더니 양앙과 양임이 양쪽에서 병력을 이끌고 영채를 쳐들어온다. 하후연과 장합이 급히 말을 타지만 사방에서 대군이 몰려들어 조조군이 대패하여 조조를 만난다.

    조조가 노해 말한다.

    “너희 두 놈이 행군한 햇수가 허다하거늘 어찌해서 병력이 행군해 피곤할 때는 반드시 적병들이 영채를 습격하는 것을 방비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냐? 어떻게 해서 준비를 하지 않았냐?”

    두 사람을 참해 군법을 밝히려 하자 관리들이 살려주라 고한다.

    조조가 다음날 병력을 이끌고 선두를 맡는다. 보자니 산세가 험악하고 수풀이 빽빽하니 갈길도 모르겠고 복병이 있을까도 두려워 병력을 이끌고 영채로 돌아가 허저와 서황 2장에게 말한다.

    “이곳의 지형이 이렇게 험악한 줄 알았다면 틀림없이 병력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오.”

    허저가 말한다.

    “병력이 이왕 이곳에 왔으니 수고를 꺼리지 마옵소서.”

    다음날 조조가 말에 올라 단지 허저와 서황만 데리고 장위의 영채를 보러 간다.

    세 필의 말이 산비탈을 지나니 어느새 장위의 채책이 보인다. 조조가 채찍을 들어 멀리 가리키며 두 장수에게 말한다.

    “이처럼 견고하니 당장 함락하기는 어렵겠구려!”

    그 말이 미처 끝나지 못해 배후에서 한바�� 함성이 일며 화살이 빗발친다. 양앙과 양임이 양쪽으로 달려드니 조조가 대경한다. 허저가 크게 외친다.

    “내가 도적들을 막겠으니 서공명은 주공을 잘 지키시오.”

    말을 마치고 칼을 들고 앞으로 말을 내달려 힘껏 두 적장에게 맞선다.

    양앙과 양임이 허저의 용맹을 당하지 못해 퇴각하니 나머지도 감히 전진하지 못한다. 서황이 조조를 보호해 급히 산비탈을 지나는데 앞쪽에서 또다시 1군이 몰려온다. 바로 하후연과 장합 2장이 함성을 듣고 병력을 이끌고 도우러 온 것이다.

    이에 양앙과 양임을 물리쳐 조조를 구해서 영채로 둘아간다. 조조가 4장에게 큰상을 내린다. 이로부터 양측이 대치해 5십여 일이 흐르지만 교전이 없다. 조조가 퇴군하라고 전령한다.

    가후가 말한다.

    “도적들의 강약을 아직 모르는데 주공께서 무슨 까닭으로 스스로 물러나려 하시나이까?”

    “내가 생각해보니 적병이 매일 방비해 급히 이기기 어렵겠소. 퇴군을 명분으로 적병을 해이하고 무방비하게 만들어 경기병으로써 배후를 기습하면 필승이오.”

    “승상의 신기 神機는 가히 예측할 수 없나이다.”

    이에 하령하여 하후연과 장합이 병력을 양쪽으로 갈라 각각 경기병 3천을 거느려 좁은길을 따라 양평관 배후를 치러 간다.

    조조도 한편으로 영채를 거두고 대군을 모조리 일으킨다. 양앙은 조조군의 후퇴를 듣고 양임과 상의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하려 한다.

    양임이 말한다.

    “조조는 속임수가 극히 많아 아직은 진실을 모르니 뒤쫓아선 안 되오.”

    “공께서 가지 않겠다면 내 스스로 가겠소.”

    양임이 애써 간언하지만 양앙은 따르지 않는다.

    양앙이 다섯 곳의 영채에서 군마를 총동원해 전진하고 단지 소수의 병력만 수비한다. 이날 안개가 자욱해 서로 얼굴도 못 알아볼 지경이다. 양앙의 군대가 도중에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잠시 정지한다.

    한편, 하후연의 1군은 산의 배후를 달려나온다. 짙은 안개가 가득한데 인마의 소리가 들리니 혹시 복병이 있을까 두려워 행군을 재촉한다. 그러다 짙은 안개 속에서 우연히 양앙의 영채에 당도한다.

    영채의 수비 병력은 말발굽 소리에 양앙군이 돌아오는 줄만 알고 개문한다. 조조군이 몰려들어가 텅빈 영채임을 알아채고 방화한다.

    5채의 병사들이 모두 영채를 버리고 달아난다. 안개가 걷히자 양임군이 구원하러 오다가 하후연과 싸우는데 몇합만에 배후에서 장합군이 몰려온다. 양임이 한줄기 살길을 뚫어 남정으로 달아난다.

    양앙이 되돌아오지만 하후연과 장합이 채책을 점령해 놓았다. 게다가 배후에서 조조의 대군이 추격하니 양쪽에서 협공을 받아 사방으로 갈길이 전혀 없다.

    양앙이 돌진해 탈출하려다가 장합과 마주친다. 둘이 맞붙어 장합에게 살해되고 만다. 패잔병들이 양평관으로 달아나 장위를 찾는다.

    알고보니 장위도 두 장수가 패주하고 영채들을 잃은 것을 알아 한밤에 양평관을 버리고 달아나 버린 뒤다. 조조가 마침내 양평관과 아울 러 여러 곳의 영채를 얻은 것이다.

    장위와 양임이 돌아가 장로를 만난다. 2장이 요충지를 잃어 양평관을 지켜낼 수 없었다라고 장위가 말하자 장로가 대노해 양임을 참하려 한다.

    양임이 말한다.

    “제가 일찍이 양앙에게 조조군을 추격하지 말라고 했으나 제 말을 듣지 않아 패전했습니다. 제게 1군을 내어주시면 앞장서서 조조를 참하겠습니다. 이기지 못하면 군령을 달게 받겠습니다.”

    장로가 그에게서 군령장을 받는다. 양임이 승마하여 2만대군을 거느리고 남정을 떠나 진지를 세운다.

    한편, 조조는 곧바로 진군한다. 먼저 명을 받은 하후연이 5천군을 거느리고 남정으로 가는 길을 정찰하다가 양임의 군마와 조우하여 양군이 전개한다.

    양임이 부수 창기를 출마시켜 하후연과 싸우지만 3합만에 한칼에 베여 낙마한다.

    양임 스스로 창을 꼬나잡고 출마해 하후연과 3십여 합을 싸우나 무승부다. 하후연이 거짓으로 패해 달아나서 양임이 뒤쫓자 하후연이 타도계 拖刀計(칼을 끌며 달아나다 갑자기 돌아서서 베어버리는 계책)를 써서 베어버리니 양임도 낙마한다. 병사들이 대패해 돌아간다.

    조조는 하후연이 양임을 참하자 남정으로 진군하여 영채를 세운다. 장로가 황망히 문무관리를 모아 상의한다.

    염포가 말한다.

    “제가 1인을 추천하는데 조조 수하의 제장을 대적할 수 있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장로가 묻는다.

    염포가 말한다.

    “남안의 방덕은 지난날 마초를 따라 귀순한 뒤 마초가 서천으로 갈 때 와병 중이라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주공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데 어찌 출전시키지 않겠습니까?”

    장로가 크게 기뻐하며 방덕을 불러서 크게 포상하고 1만군을 줘서 출전시킨다. 성에서 십여 리 떨어진 곳에서 조조군과 맞서 방덕이 도전한다.

    조조는 위교 전투에서 방덕의 용맹을 깊이 알았던지라 제장에게 당부한다.

    “방덕은 서량의 용장으로 마초 밑에 있었소. 이제 장로에게 의탁하고 있으나 아직 마음을 드러내지 않소. 이 사람을 얻고 싶으니 그대들은 모름지기 느슨히 싸워 힘을 빼놓고 사로잡으시오.”

    장합이 먼저 출전해 몇합 싸우고 바로 물러난다. 하후연도 몇합 싸우고 물러난다. 서황도 서너 합 싸우고 물러난다. 잠시 뒤 허저도 6십여 합을 싸우더니 물러난다. 방덕이 4장과 역전하여도 전혀 두려움이 없다.

    장수들마다 조조 앞에서 방덕의 무예가 뛰어남을 칭찬한다. 조조가 마음 속으로 크게 기뻐해 장수들과 상의한다.

    “어찌해야 이 사람의 투항을 받겠소?”

    가후가 말한다.

    “제가 알기로, 장로 수하의 모사로서 양송 楊松이란 자가 있사온데 뇌물을 극히 탐한다 하옵니다. 이제 가히 몰래 금백 金帛을 그에게 보 내 장로 앞에서 방덕을 헐뜯도록 만드시면 바로 도모하실 수 있사옵니다.”

    "어떻게 남정으로 사람을 들여 보내겠소?"

    "내일 교전해 거짓으로 패해 영채를 버리고 달아나서 방덕으로 하여금 우리 영채를 점거하게 하고서 우리가 도리어 깊은 밤 병력을 거느려 영채를 습격하는 것입니다. 방덕은 분명히 후퇴해 성으로 들어갈 것이오니 이때 말 잘하는 병사를 뽑아서 저들 병사로 꾸며 진중에 섞이면 입성할 수 있사옵니다."”

    이에 조조가 세심한 병사를 1인 뽑아서 크게 포상하고 황금엄심갑(가슴을 방어하는 갑옷)을 주며 몸속 깊숙히 숨기고 한중 병력의 호의 號衣( 번호가 적힌 옷)를 걸친 채 길에서 기다리게 한다.

    다음날 먼저 하후연과 장합의 2개 지대가 멀리 가서 매복한다. 서황이 지시 받은대로 도전하더니 불과 몇 합에 패주한다.

    방덕이 병력을 동원하여 공격하자 조조군이 모조리 퇴각한다. 방덕이 조조의 채책을 빼앗아보니 군량이 극히 많은지라 크게 기뻐하며 즉시 장로에게 소식을 전한다. 한편으로 영채 안에서 연회를 베풀어 경하한다.

    그날밤 2경 이후 홀연히 3로에서 불길이 치솟는데 중앙 서황과 허저, 좌 장합, 우 하후연이다. 3로 군마가 일제히 몰려와 영채를 공격한다

    방덕이 미처 방비치 못하고 할수없이 승마하여 혈로를 뚫고 성으로 달아난다. 방덕이 성문을 열게 하고 병사를 거느려 떼지어 들어간다.

    이때 조조의 세작이 성 안으로 혼입하여 양송의 부중으로 찾아가서 두루 말한다.

    “위공 조승상께서 오래전부터 성덕을 전해들으시고 일부러 저를 통하여 황금갑옷을 전하고 신표로 삼으라 하셨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밀서를 바치라 하셨습니다.”

    양송이 크게 기뻐하며 밀서에 쓰인 언어를 읽고 나서 세작에게 말한다.

    “위공께 마음 놓으시라 아뢰시오. 내게 좋은 계책이 있으니 갚아드리겠소”.

    세작을 먼저 보내고 양송은 그날밤 장로를 찾아가 말하기를, 방덕이 조조의 뇌물을 받아 이렇게 한바탕 싸움을 져준 것이라 한다.

    장로가 크게 노해 방덕을 불러 욕하며 꾸짖고 그를 참하려 한다. 염포가 애써 간언하자 장로가 말한다.

    “네가 내일 출전해 이기지 못하면 반드시 참하겠다.”

    방덕이 한을 품고 물러난다.

    이튿날 조병이 성을 공격하자 방덕이 병력을 이끌고 돌격한다. 조조가 허저에게 교전을 명하니 허저가 거짓으로 패해 달아나 방덕이 뒤쫓는다.

    조조가 말을 타고 산비탈에 올라서서 방덕을 부른다.

    “방영명은 어찌 빨리 항복하지 않는가?”

    방덕이 깊이 생각한다.

    “조조를 잡는다면 상장군 천 명을 잡는 것보다 나으리라!”

    곧바로 말을 내달려 산비탈을 오른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듯 큰 소리가 나더니 사람과 말이 함께 자빠져 함정 속으로 굴러 떨어진다.

    사방에서 갈고리 달린 줄이 일제히 날아와 방덕을 사로잡아 언덕 위로 압송한다. 조조가 말에서 내려 병사들을 꾸짖어 물리고 친히 결박을 풀어준 뒤 기꺼이 투항하겠는지 방덕에게 묻는다.

    방덕이 깊이 생각하니 장로는 어질지 못한지라 참으로 투항하기를 원한다. 조조가 친히 부축해 말을 태워 함께 영채로 돌아가며 일부러 성 위에서 보이도록 만든다.

    사람들이 장로에게 알리기를, 방덕이 조조와 나란히 말을 타고 간다고 한다. 장로가 더욱 양송의 말을 진실이라 여긴다.

    다음날, 조조가 세 방향에서 운제 雲梯(성을 공격하는 기구의 일종)를 세워 포를 쏘며 공격한다. 장로가 보니 형세가 이미 매우 위급해 동생 장위와 상의한다.

    장위가 말한다.

    “창름과 부고를 모조리 불살라 남산 南山으로 달아나 파중 巴中을 수비함이 옳습니다.”

    양송이 말한다.

    “성문을 열어서 투항함만 못합니다.”

    장로가 주저하며 결단하지 못하자 장위가 말한다.

    “불사르고 떠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장로가 말한다.

    “내 일찍이 국가에 귀순하고자 했으나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부득이하게 달아나지만 창름과 부고는 국가의 소유라 폐할 수 없 다.”

    결국 모조리 봉쇄한다.

    이날 밤 2경에 장로가 전 가족을 이끌고 남문을 열어 급히 나간다. 조조가 추격하지 말라 지시하고, 병력을 거느려 남정으로 들어간다.

    창고의 물건들을 온전히 봉쇄해둔 것을 보고, 몹시 어여삐 여겨 곧바로 사람을 파중으로 보내 투항을 권한다. 장로는 투항하려 하지만 장위가 불응한다.

    양송이 조조에게 밀서를 보내 알리기를, 곧 진병하시면 제가 내응하겠습니다, 라고 한다. 조조가 밀서를 받고 몸소 병력을 이끌고 파중 으로 간다.

    장로가 동생 장위더러 병력을 이끌고 나가서 대적하다가 허저와 교전해 결국 베여서 말 아래 뒹군다.

    양송이 말한다.

    “지금 만약 나가시지 않으면 앉아서 죽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제가 성을 지킬테니 주공께서 마땅히 친히 죽기살기로 한바탕 싸우셔야 합 니다. “

    장로가 이를 따르자 염포가 장로에게 간언해 출전하지 말라 한다. 장로가 들어주지 않고 마침내 병력을 이끌고 나가서 적병을 맞이한다. 미처 싸우기 앞서 뒤따르던 병사들이 벌써 달아난다.

    장로가 급히 물러나나 배후에서 조조군이 뒤쫓는다. 장로가 성 아래 이르나 양송이 문을 걸어잠그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장로에게 아무 달아날 길이 없는데 조조가 뒤따라 붙어서 크게 소리친다.

    “어찌 조속히 항복하지 않는가?”

    장로가 이에 말에서 내려 투항한다.

    조조가 크게 기뻐한다. 창고를 불사르지 않고 봉쇄한 마음을 생각해 그를 예우해 진남장군으로 봉한다. 염포 등도 모두 열후에 봉한다.

    이로써 한중이 모두 평정된다. 조조가 명령을 전해서 고을마다 태수를 두고 도위를 배치하고 사졸들을 크게 포상한다. 다만 양송은 주공을 팔아 영예를 구한 죄로 곧바로 저잣거리에서 참해서 사람들에게 보인다. 후대에 누군가 시를 지어 한탄했다.

    어진 이를 방해하고 주인을 팔아 기발한 공을 뽐내며
    금은보화를 가득 쌓았지만 모두가 헛것이 되었구나
    집안은 부귀영화를 못 누리고 몸은 살륙되니
    사람들이 천년이 지나도록 양송을 비웃게 만들구나

    조조가 동천을 얻자 주부 사마의가 진언한다.

    “유비가 속임수를 써서 유장에게서 빼앗았으나 아직 촉인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제 주공께서 한중을 얻으셨으니 익주가 동요하겠지요. 속히 진병하여 공격하시면 그들 세력은 와해될 것입니다. 지혜로운 이는 시기에 맞춰 움직이니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조조가 탄식한다.

    “사람이 괴로운 것은 만족을 몰라서라고 했소. 이미 농 隴을 얻었는데도 촉을 바라야겠소?”

    유엽이 말한다.

    “사마중달의 말이 옳습니다.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치국에 밝은 제갈량이 재상이 되고, 삼군에서 용맹이 으뜸인 관우와 장비 등이 장수가 되면, 촉민들이 안정되고 요로를 지켜 마침내 침범할 수 없게 돼버립니다."

    “사졸들이 멀리 원정하느라 노고가 많아 우선 쉬게 해야겠소.”

    마침내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다.

    한편 서천의 백성들은 조조가 이미 동천을 취한 것을 전해 듣고 틀림없이 서천을 취하러 오리라 여겨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놀라고 두려 워한다. 현덕이 제갈 군사를 불러 상의한다.

    공명이 말한다.

    “제게 계책이 하나 있사오니 조조가 스스로 물러갈 것입니다.”

    현덕이 무슨 계책인지 묻자 공명이 말한다.

    “조조가 병력을 나눠 합비에 주둔시킨 것은 손권을 두려워해서입니다. 이제 우리가 강하, 장사, 계양 세 고을을 동오에 돌려주고 달변가를 보내어 이해득실을 이야기하고, 이에 따라 동오가 출병하여 합비를 습격하면, 형세가 요동칠 테니 조조는 병력을 이끌고 남진할 것입니다.”

    “누구를 사자로 보내야겠습니까?”

    이적이 말한다.

    “제가 가겠습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글을 쓰고 예물을 마련하여 이적에게 준다. 그에게 형주로 가서 관운장에게 알린 뒤 동오로 들어가라고 한다. 이적이 말릉에 도착해 손권을 찾아가 자신의 이름을 전한다.

    손권이 이적을 불러들여 인사를 마치고 묻는다.

    “그대는 여기 무슨 일로 왔소?”

    “지난번에 제갈자유께 장사 등 세 고을을 돌려주는 것을 승인했으나, 제갈군사께서 부재하신 탓에 떼어드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문서를 전해드려 반환하고자 합니다. 함께 가지고 있는 형주의 남군과 영릉도 돌려드리려 했으나 조조가 동천을 점령하는 바람에 관장군께서 몸둘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합비가 공허하니 바라건대 군후께서 그곳을 출병하여 조조로 하여금 병력을 거둬 남쪽으로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우리 주께서 동천을 빼앗게 되신다면 형주의 전토를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대는 우선 관사로 돌아가시오. 내게 상의할 틈을 주시오.”

    이적이 퇴출하자 손권이 모사들에게 계책을 묻는다. 장소가 말한다.

    “이것은 조조가 서천을 취할까 두려운 유비가 세운 꾀입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조조가 한중에 있으니 이틈을 타서 합비를 취하는 것이 상책이지요.”

    손권이 이를 따라 이적더러 촉으로 돌아가라 발부한다. 즉시 출병해 조조를 칠 것을 의논해서 명령을 내린다. 이에 노숙은 장사, 강하, 계 양 3군을 취해 육구에 주둔하고 여몽과 감녕을 불러오게 한다. 다시 여항으로 가서 능통을 불러온다.

    하루가 안 지나 여몽과 감녕이 먼저 도착하고 여몽이 헌책한다.

    “요새 조조는 여강태수 주광을 시켜 완성에서 논밭을 크게 일궈 곡식을 합비에 거둬들여 군비를 충실하게 했습니다. 이제 완성을 선취한 뒤에 합비를 쳐야 합니다.”

    “바로 내 뜻이구려”

    이에 손권이 지시를 내려 여몽과 감녕은 선봉이 되고 장흠과 반장은 후방을 맡는다. 손권 스스로 주태, 진무, 동습, 서성을 거느려 중군을 맡는다. 이때 정보, 황개, 한당은 각처를 수비하느라 원정에 수행하지 못한다.

    한편, 군마들이 강을 건너 화주를 취해 곧장 완성에 다다른다. 완성의 태수 주광이 사람을 합비에 보내 구원을 요청하면서 성읍을 고수하고 성벽을 견고히 하며 출전하지 않는다.

    손권이 직접 성 아래로 가서 살피자 성 위에서 화살이 빗발쳐 손권의 깃발과 수레 덮개에 명중한다. 손권이 영채에 돌아가 뭇 장수에게 묻는다.

    “어찌해야 완성을 얻겠소?”

    동습이 말한다.

    “병사들을 보내 흙산을 쌓아올려 공격하십시오.”

    서성이 말한다.

    운제를 세우고 홍교 虹橋 (무지개 모양의 다리)를 만들어 성 안을 내려다보며 공격해야 합니다.

    여몽이 말한다.

    “이런 방법들은 시간이 걸리니 합비의 구원군이 몰려오면 도모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아군이 막 도착하여 사기가 바야흐로 날카로우니 날카로운 기세를 타고 힘껏 공격해야 합니다. 내일 해뜰녘에 진병해 오시에서 미시 사이에 성을 깨뜨려야 합니 다.”

    손권이 이를 따라 다음날 5경에 식사를 마쳐 삼군이 크게 진격한다. 성 위에서 화살과 돌이 일제히 쏟아진다. 감녕이 손에 철련 鐵鏈(쇠 사슬)을 쥐고 화살과 돌을 무릅써 올라간다.

    주광이 명령해 궁노수들이 일제히 사격하나 감녕이 화살 숲을 헤쳐나가 한번 쇠사슬을 휘둘러 주광을 쳐서 쓰러뜨린다. 여몽이 친히 북을 둥둥둥 치니 사졸들이 모두 빽빽히 올라가 난도질해 주광을 베어 죽인다.

    나머지 무리는 모두 항복해 완성을 얻으니 이때가 겨우 진시다. 장요가 구원군을 이끌고 오는 길에 초마 哨馬(정찰기병)가 되돌아와 완 성이 이미 함락된 것을 보고하자 장요가 즉시 병력을 이끌고 합비로 되돌아간다.

    손권이 완성으로 들어가자 능통도 군을 이끌고 당도한다. 손권이 위로를 마치고 삼군을 크게 먹인다. 또한 여몽과 감녕 등 여러 장수 를 크게 포상하고 연회를 베풀어 공적을 경하한다.

    여몽이 감녕에게 상좌를 양보하며 그 공로를 크게 칭송한다. 술이 거나해지자 능통은 감녕이 그 부친을 살해한 원수임을 상기한데다 여 몽이 그를 치켜 올리며 기리는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크게 노해 눈을 부릅뜨고 한참을 노려보더니 홀연히 옆 사람이 차고 있던 검을 뽑 아 들고 술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술자리에 아무 풍악이 없으니 제 칼춤이나 보시지요. “

    감녕이 그 뜻을 알아차려 탁자를 밀어젖히고 몸을 일으켜 양손에 양지극 兩枝戟을 쥐고 빠른 걸음으로 나오며 말한다.

    “술자리에서 제가 극을 다루는 법을 보여드리겠소.”

    여몽이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좋은 뜻이 없음을 알아채 곧 한 손은 방패를 끌어 잡고 한 손은 칼을 쥔 채 그들 중간에 서서 말한다.

    “두 분께서 능숙한들 모두 제 솜씨보다 못할 것이오!”

    말을 마치고 칼과 방패를 들어 춤추니 곧 두 사람이 양쪽으로 떨어진다.

    어느새 누군가 손권에게 이를 알리니 손권이 황망히 말을 몰아 바로 술자리에 도착한다. 손권이 달려온 것을 본 장수들이 비로소 제각기 무기를 내려놓는다.

    손권이 말한다.

    “내 늘 두 사람에게 옛 원한을 잊으라 했거늘 오늘 또다시 어찌 이럴 수 있소?”

    능통이 통곡하며 엎드려 절한다. 손권이 거듭 그만둘 것을 권한다. 다음날 병력을 일으켜 합비로 진격해 빼앗고자 삼군을 총동원한다.

    장요가 이미 완성을 빼앗겨 합비로 되돌아가 마음 속으로 고민하는데 조조가 설제 薛悌를 파견해 나무상자 하나를 보내온다. 그 겉을 조조가 봉해놓고 써놓기를, 적병이 오거든 열어보시오, 라고 했다.

    이날 사람들이 보고를 올린다.

    “손권 스스로 십만 대군을 이끌고 합비를 공격하러 옵니다.”

    장요가 곧 상자를 열어 읽어본다.

    그 안의 글은 이렇다.

    “만약 손권이 오면 장 장군과 이 장군이 출전하고 악 장군은 성을 지키시오.”

    장요가 그 서첩을 이전 李典과 악진 樂進에게 주어 읽어보게 한다.

    악진이 말한다.

    “장군의 뜻은 어떻소?”

    장요가 말한다.

    “주공께서 원정을 떠나 외지에 계시니 오병 吳兵은 반드시 아군을 깰 수 있다 여길 것이오. 이제 병력을 내보내 적군에 맞서 힘껏 싸워 그 예봉을 꺾어버려 사람들의 마음을 놓이게 해야 하오. 그런 뒤에야 지켜낼 수 있소.”

    이전이 평소 장요와 화목하지 못해 장요의 이런 말을 듣고도 묵묵히 답하지 않는다. 이전이 말하지 않자 악진이 이야기한다.

    “도적들은 많고 아군은 적으니 나가서 맞서기 어렵소. 견고히 수비함만 못하겠소.”

    장요가 말한다.

    “공들은 모두 사사로운 뜻을 말할 뿐 공무를 돌아보지 않고 있소. 내 이제 몸소 출전해 대적해 죽기로 한바탕 싸워보겠소.”

    이전이 개연히 일어나며 말한다.

    “장군께서 이러시다면 제가 어찌 감히 사사로운 마음으로 공무를 망각하겠소? 바라건대 장군의 지휘를 따르고 싶소이다.”

    장요가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기왕에 늦게나마 서로 돕게 됐으니 내일 1군을 거느려 소요진 북쪽에 매복하시오. 오병이 몰려오기를 기다려서 먼저 소사교 小師橋 를 끊어놓고 내가 악문겸 樂文謙과 함께 공격하겠소.

    이전이 명령을 받들어 병사를 동원해 매복하러 간다.

    한편 손권은 여몽과 감녕에게 명해 선두 대열을 맡도록 하고 자신은 능통과 더불어 중군에 거처한다. 나머지 장수들도 속속 출발해 합비를 향해 온다.

    여몽과 감녕의 선두 부대가 진격해 바로 악진과 맞닥뜨린다. 감녕이 출마해 악진과 맞붙어 불과 몇합을 못 싸워 악진이 거짓으로 패주한 다. 감녕이 여몽을 불러 일제히 추격한다.

    손권은 제2대에 있다가 선두 부대가 승리를 거둔 것을 전해듣고 행군을 재촉해 소요진 북쪽에 다다르는데 홀연히 연주포 소리 들리더니 좌변은 장요의 1군이, 우변은 이전의 1군이 내달려 온다.

    손권이 크게 놀라 서둘러 사람을 시켜 여몽과 감녕더러 돌아와 구원하라 하지만 장요의 군대가 먼저 이른다. 능통의 수하들은 겨우 3백 여 기병이라서 산을 뒤덮은 조군 曹軍의 세력을 당하지 못한다. 능통이 크게 외친다.

    “주공! 어찌 속히 소사교를 건너지 않으십니까!”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장요가 1천여 기병을 이끌고 앞장서 내달려 온다. 능통이 몸을 돌려 죽기로 싸우고 손권은 말을 내달려 다리에 오 르지만 다리 남쪽이 이미 한길 넘게 잘려 나가 판자 한 조각도 없다. 손권이 놀라 손발을 가누지 못한다.

    아장 牙將(부장) 곡리 谷利가 크게 외친다.

    “주공! 잠시 말을 물린 뒤 다시 내달려 다리를 건너 뛰십시오!”

    손권이 말을 서너 길 뒤로 물렸다가 말고삐를 풀고 채찍을 가하니 그 말이 한번에 다리 남쪽으로 건너뛴다. 뒷날 누군가 시를 남겼다.

    현덕이 타고 있던 적로 的盧가 그날 단계 檀溪를 뛰어넘더니
    이제 동오의 제후가 합비에서 패주하는구나
    물러난 뒤 채찍을 잡고 준마를 내달리니
    소요진 위로 옥룡이 날아오르네

    손권이 다리 남쪽으로 건너가자 서성과 동습이 배를 저어와 맞이한다. 능통과 곡리가 장요를 저지한다. 감녕과 여몽이 군을 이끌고 돌 아와 구원하지만 도리어 악진에게 배후를 추격당하는데다 이전도 가로막고 쳐부수니 오병 태반이 꺾인다.

    능통이 거느린 3백여 사람은 모조리 살해된다. 능통의 몸도 여러 군데 찔려 다리 주변으로 내달리나 다리가 이미 끊겨버려 강을 따라 달 아난다. 손권이 배 안에서 멀리 바라보고 급히 동습에게 명령을 내려 배를 저어 그를 맞이한 뒤에야 건너서 돌아간다.

    여몽과 감녕 모두 죽을 힘을 다해 강 건너 남쪽으로 달아난다. 이렇게 한바탕 무찌르니 강남 사람들마다 두려워한다. 장요의 이름만 들 으면 어린 애라도 밤에 보채거나 울지 않는다.

    장수들이 손권을 보호해 영채로 돌아간다. 손권이 이에 능통과 곡리에게 크게 상을 내리고 군을 거둬 유수 濡須로 돌아가 선박을 정돈 해 수륙 양면으로 나란히 진군할 것을 상의한다. 한편으로 강남으로 사람을 돌려보내 인마들을 일으켜 싸움을 도우라 한다.

    한편 장요는 손권이 유수에 머무는 것을 듣고 곧바로 병력을 일으켜 쳐들어가려 하지만 아무래도 합비의 병력이 적어 맞서기 어려울까 걱정된다. 서둘러 그날밤 설제 薛悌를 한중으로 보내 조조에게 구원병을 청한다.

    조조가 관리들과 의논한다.

    “지금은 서천을 거둬들여야 할 때가 아니겠소?”

    유엽이 말한다.

    “촉은 이제 바야흐로 안정돼 이미 준비를 마친지라 공격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철병해 합비의 위급을 구하러 강남으로 바로 내려감만 못하옵니다”.

    조조가 이에 하후연을 남겨 한중의 정군산 定軍山 요충지를 지키게 하고 장합을 남겨 몽두암 蒙頭巖 등의 요충지를 지키게 한다. 나머 지 군병들은 영채를 거둬 모조리 일어나 유수의 성채를 향해 몰려온다.

    철기들이 막 농우를 평정하자
    깃발이 또다시 강남을 가리키구나

    그 승부가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