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앞 회

제88회 공명이 노수를 건너서 오랑캐왕을 두번째 사로잡고, 항복을 가장한 맹획을 세번째 잡는다

    한편, 공명이 맹획을 놓아주자 장수들이 군막으로 들어와 묻는다.

    “맹획은 바로 남만의 수괴입니다. 이제 다행히 잡아 남방을 곧 평정할 것인데 승상께서 무슨 까닭으로 풀어주십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내가 그를 잡는 것은 마치 주머니 속 물건을 꺼내는 것과 같을 뿐이오. 반드시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자연스럽게 평정될 것이오.”

    장수들 모두 그 말을 듣고도 아직은 기꺼이 믿지 못한다. 그날 맹획이 노수瀘水에 이르러, 수하의 남만 패잔병들을 마주치니 모두 그를 찾아온다. 병사들이 맹획을 보더니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절을 올리며 묻는다.

    “대왕께서 어떻게 쉽게 돌아오셨습니까?”

    “촉인들이 나를 가두었으나 내가 열 사람 남짓 죽이고 야음을 틈타 빠져나왔소. 도중에 보초를 서는 마군(기병)을 만나, 역시 죽이고 말을 빼앗았소. 이렇게 빠져나온 것이오.”

    모두 크게 기뻐하며 맹획을 호위해 노수를 건너, 채책(진지)을 세우고 각 고을에서 추장을 소집한다. 원래 풀려난 남만병들을 줄줄이 불 러모으니 10만 기 남짓이다.

    이때, 동도나와 아회남이 고을에 있었다. 맹획이 사람을 시켜 부르자 두 사람이 두려워하며 그제서야 고을의 병력을 이끌고 온다. 맹획 이 전령한다.

    “내 이미 제갈량의 계책을 알았소. 더불어 싸우지 말아야 하니 싸우면 속임수에 빠지오. 천병(서천과 양천의 병력)이 멀리 오느라 피로 한데다 이제 날씨까지 불볕더위니 어찌 오래 주둔하겠소? 이렇게 노수가 험준하니 배와 뗏목으로 모조리 남쪽 물가로 옮겨 그곳 일대 에 토성을 쌓고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게 쌓은 채, 제갈량이 어떤 꾀를 부리는가 보겠소!”

    추장들이 그 계책을 따를 뿐이다. 배와 뗏목으로 모조리 남쪽 물가로 넘어가 일대에 토성을 쌓아올린다. 산기슭과 절벽에 높이 적루(적 병을 감시하는 망루)를 쌓고 그 위에 궁노(활과 쇠뇌)와 포석(돌 포탄)을 잔뜩 올려 오래 머물 셈이다. 군량과 말먹이풀은 각 고을에서 함께 운반한다. 맹획이 만전萬全의 계책으로 여겨 마음 놓고 아무 걱정이 없다.

    한편, 공명이 병력을 거느리고 크게 나아가 선두 병사는 이미 노수에 이르렀는데 초마(정찰병)가 급보를 올린다.

    “노수 물 위에 아무런 배나 뗏목이 없고 게다가 물살이 몹시 빠른데 강 건너 일대에 토성을 쌓아 올리고 모두 남만병들이 지키고 있습니 다.”

    이때 5월이라 날씨가 불볕인데 남쪽의 땅은 유달리 불같이 더워 병사들이 옷이며 갑옷을 모두 입지 못한다. 공명이 몸소 노수의 물가에 이르러 관찰하더니 본채로 되돌아와 장수들을 군막 안으로 불러모아, 전령한다.

    “이제 맹획이 노수 남쪽에 주둔해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여 아군을 막으려 하오. 내 이미 병력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거늘 어찌 빈손 으로 돌아가겠소? 그대들은 각각 병력을 이끌고 산과 숲 가까이 나무가 우거진 곳을 골라, 인마들을 쉬게 하시오.”

    이에 여개를 노수에서 백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 그늘지고 서늘한 곳을 골라, 영채 네 곳을 따로 세운다. 왕평, 장의, 장익, 관색을 시켜 , 한 곳씩 지키고, 안팎으로 모두 풀로 지붕을 이어, 말들을 덮어주고, 장수와 병사들도 서늘한 곳에서 더위를 피한다.

    참군 장완이 이런 모습을 보더니, 들어와 공명에게 묻는다.

    “제가 보기에 여개가 만든 영채가 몹시 좋지 않습니다. 바로, 지난날 선제 폐하를 동오에게 패전하게 만든 지세地勢와 같습니다. 남만병 들이 몰래 노수를 넘어, 영채를 쳐들어와, 화공을 쓴다면, 어떻게 구원하겠습니까?”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공은 더 의심하지 마시오. 내게 묘책이 있소.”

    장완을 비롯해 모두 그 뜻을 깨닫지 못한다.

    그런데 촉나라에서 마대가, 더위를 풀어주는 약과 군량미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공명이 불러들이니, 마대가 인사를 마치고, 쌀을 네 곳 의 영채로 나눠 보낸다. 공명이 묻는다.

    “그대는 군대를 얼마나 거느려 왔소?”

    “병사 3천입니다.”

    “아군이 여러차례 싸워 피곤하니, 그대의 병사를 쓰고 싶은데, 기꺼이 앞으로 가겠소?”

    “모두 조정의 군마들인데, 어찌 너와 나를 가리겠습니까? 승상이 쓰고 싶으시면, 비록 죽더라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맹획이 노수를 막아, 건널 곳이 없소. 내 먼저 그들의 양도(식량 수송로)를 끊어, 적군을 저절로 혼란에 빠뜨리겠소.”

    “어떻게 끊으시겠습니까?”

    “여기서 150 리 떨어진 곳에, 노수 하류에 사구沙口(지명)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물살이 느리니, 뗏목으로 건널 수 있소. 그대는 휘하 의 3천 병사를 거느리고 노수를 건너, 곧바로 남만의 고을로 침입해, 먼저 그들의 양도를 끊고, 그뒤 동도나와 아회남 동주 두 사람을 만 나, 그들로 하여금 내응하게 하시오. 실수가 없도록 하시오.”

    마대가 흔쾌히 떠나, 병력을 이끌고 사구에 이르러, 병력을 내몰아 물을 건너게 한다. 물이 얕아 보여, 태반이 뗏목도 타지 않고, 옷만 벗 은 채 건너는데, 물을 반쯤 건너자 모조리 쓰러진다. 서둘러 구해, 물가로 데려오지만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죽는다. 마대가 크게 놀라 , 그날밤 공명에게 돌아가 알린다. 공명이 길앞잡이 토인(원주민)을 불러 물으니 토인이 말한다.

    “지금 불볕더위라, 독소가 노수에 쌓이는데 며칠새 몹시 뜨거워, 독기가 한창 피어오르니 누구라도 물을 건너면 중독되고 맙니다. 누구 라도 물을 마시면 반드시 죽습니다. 꼭 건너야 한다면 반드시 고요한 밤에 물이 차가워져 독기가 오르지 않기를 기다려, 배불리 먹고 건 너야 비로소 무사합니다.”

    공명이 토인에게 길을 안내하게 명하고, 정장精壯(몸과 마음이 튼튼함)한 병사 5, 6백을 뽑아, 마대를 딸려 보낸다. 노수의 사구로 가서 나무를 묶어 뗏목을 만들어, 한밤에 건너니 과연 무사하다. 마대가 튼튼한 병사 2천을 이끌고, 토인을 길앞잡이 삼아, 남만 고을의 군량을 모두 나르는 길이 있는 좁은 산골짜기를 쳐들어간다.

    이곳 협산夾山 골짜기는 양쪽이 산이고, 중간에 외길이 있는데 폭이 좁아 겨우 사람 하나와 말 하나만 동시에 지날 수 있다. 마대가 산골 짜기를 점령하고, 군대를 나눠 채책을 세운다. 동만洞蠻(남쪽 소수민족)이 아직 모르고 군량을 운반해 오는데 마대가 앞뒤를 끊어, 1백 수레 남짓의 식량을 빼앗는다. 남만인들이 맹획의 대채(본진)로 알리러 들어간다. 이때 맹획이 영채 안에서 하루종일 술을 마시고 음악을 즐기며 군무(군사업무)를 처리하지 않고, 추장들에게 말한다.

    “내가 만약 제갈량과 대적하면 반드시 간사한 꾀에 빠질 것이오. 이제 험한 노수에 의지해,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아 기다리 겠소. 촉인들이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달아나고 말 것이오. 그때 그대들과 더불어 추격한다면, 제갈량을 잡을 수 있소.”

    말을 마치고, 껄껄 크게 웃는다.

    그런데 자리에서 추장 하나가 말한다.

    “사구의 물이 얕아, 촉병이 몰래 넘어오면 몹시 해롭습니다. 마땅히 군대를 나눠 보내, 지켜야겠습니다.”

    맹획이 웃는다.

    “그대가 이곳의 토인인데 어찌 모른단 말이오? 촉병들이 그곳을 건너러 온다면 건너는 즉시 물 속에 빠져 죽게 되니 내가 마침 바라는 것이오.”

    추장이 다시 말한다.

    “토인이 밤에 건너는 법을 알려준다면 또다시 어떻게 막겠습니까?”

    “너무 의심할 것 없소. 우리나라 사람이 어찌 기꺼이 적인들을 돕겠소?”

    이렇게 말하는데 급보가 날라든다. 그 수를 알 수 없는 촉병들이 몰래 노수를 건너, 협산의 양도를 절단냈는데 ‘평북장군 마대’의 깃발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맹획이 웃으며 말한다.

    “그 따위 소인배쯔,는, 말할 가치도 없소!”

    즉시 3천 군을 이끌고 협산 골짜기로 가도록 부장 망아장을 보낸한다.

    한편, 마대는 남만병들이 오자 2천 병사를 협산 앞에 전개한다. 양쪽 진영이 둥글게 맞서자 망아장이 출마出馬해서 마대와 교전하나 1합 만에 한칼에 베여져 말 아래 나뒹군다. 남만병이 크게 져서 달아나, 맹획을 만나 그 일을 자세히 아뢴다. 맹획이 장수들을 불러 묻는다.

    “누가 감히 마대를 대적하러 가겠소?”

    말을 미처 마치기 앞서 동도나가 나오며 말한다.

    “제가 가겠습니다.”

    맹획이 크게 기뻐하며 3천 병사를 딸려 보낸다. 맹획은 다시 노수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을까도 두려워 즉시 아회남을 보내며 3천 병력을 이끌고 사구를 지키러 가라 한다.

    한편, 동도나가 남만병을 이끌고 협산 골짜기에 이르러 영채를 세우니 마대가 병력을 이끌고 요격한다. 부하 병사 가운데 동도나를 알아 보는 이가 마대에게 ‘이러이러하게’ 말한다. 마대가 말을 몰아 나오며 크게 욕한다.

    “의리도 없이 은혜를 저버린 놈아! 우리 승상께서 네 목숨을 덤으로 살려주셨거늘 이제 또다시 배반하다니 어찌 부끄럽지도 않냐!”

    동도나가 얼굴 가득 처참해져 아무 대답도 못하고 싸우지도 않고 물러난다. 마대가 한바탕 무찌르고 돌아간다. 동도나가 돌아가 맹획을 만나 말한다.

    “마대는 영웅이라 막을 수 없습니다.”

    맹획이 크게 노해 말한다.

    “네놈이 원래 제갈량의 은혜를 입더니 이제 싸우지도 않고 물러난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냐! 이것이 바로 매진지계賣陣之計(적군에게 매 수돼 일부러 패전하는 것)구나!”

    그를 끌고나가 베어버리라고 소리친다. 추장들이 거듭 애고哀告(탄원)하니 그제서야 죽음을 면해준다. 무사들에게 소리쳐 동도나에게 매질을 1백 대 가한 뒤 본채로 돌아가게 풀어준다.

    추장들 모두 동도나에게 와서 고한다.

    “우리가 비록 오랑캐 나라에 살지만 아직까지 감히 중국을 침범하지 않았거와 중국도 우리를 침략하지 않았소. 이제 맹획이 힘으로 핍박 해 어쩔 수 없이 반란을 일으켰소. 공명의 신기神機(신묘한 기략)는 아무도 헤아리지 못해 조조나 손권조차 두려워했거늘 하물며 우리 같은 오랑캐 나라가 어찌하겠소? 게다가 우리 모두 그에게서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입었으나 아무 보답도 하지 못했소. 이제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맹획을 죽이고 공명에게 투항해 고을의 백성들을 도탄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소.”

    동도나가 말한다.

    “그대들의 결심이 어떤지 모르겠구려.”

    이들 가운데 원래 공명이 풀어줬던 사람들이 있어 일제히 소리높여 응답한다.

    “함께 가고 싶소이다!”

    이에 동도나가 무쇠칼을 집어들고 1백 사람 남짓을 거느려 곧바로 대채로 쳐들어간다.

    이때 맹획은 군막 안에서 크게 취해 있다. 동도나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칼을 쥐고 뛰어들려는데 군막 앞에 장수 두 사람이 지키고 섰다. 동도나가 칼을 들어 가리켜 말한다.

    “너희도 제갈 승상이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받았으니 마땅히갚아야 할 것이다!”

    두 장수가 말한다.

    “장군께서 손 쓰실 것 없이 저희가 맹획을 사로잡아 승상께 바치러 가겠습니다.”

    이에 일제히 군막 안으로 들어가 맹획을 붙잡아 묶는다. 노수까지 압송해 배를 타고 북쪽으로 건너가 먼저 사람을 보내 공명에게 알린 다.

    한편, 공명은 이미 세작에게서 이 일을 듣고 몰래 호령(명령)을 전한다. 영채마다 장사들로 하여금 군기軍器(병장기)를 정돈하게 한 뒤 우두머리 추장에게, 맹획을 끌고 들어오라 한다. 나머지 추장은 모두 본채로 돌아가 기다리게 한다. 동도나가 먼저 중군으로 들어가 공 명을 만나, 자세히 말한다. 공명이 크게 상을 내리고 좋은 말로 위무한다. 동도나더러 추장들을 이끌고 떠나도록 한 뒤 도부수들에게, 맹 획을 끌고 들어오라 한다.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그대는 지난날 말하기를, 또다시 잡힌다면 바로 항복하겠다고 하였는데 오늘 어찌하겠소?”

    “이것은 그대가 잘해서가 아니라 내 수하들이 스스로 잔인하게 해치는 바람에 이렇게 됐소. 어찌 기꺼이 투항하겠소?”

    “내 이제 다시 그대를 풀어주면 어떻겠소?”

    “내 비록 오랑캐이지만 자못 병법을 알고 있소. 만약 승상께서 정말로 풀어줘 고을로 돌아가게 해주신다면 마땅히 병력을 인솔해 다시 승부를 겨루겠소. 승상께서 이번에 다시한번 나를 잡는다면 그때 경심토담傾心吐膽(진심을 다함)으로 투항하고 감히 다시는 바꾸지 않겠소.”

    “이번에 사로잡히고도 복종하지 않는다면 결코 가볍게 용서하지 않겠소.”

    좌우의 사람에게 명해 포박을 풀어주고 예전처럼 술과 음식을 내리고 윗자리에 나란히 앉게 한다. 공명이 말한다.

    “내가 오두막집을 나온 이래, 싸워서 이기지 못한 적이 없고, 쳐서 빼앗지 못한 적이 없었소. 그대 오랑캐 나라 사람이 어째서 복종하지 않소?”

    맹획이 묵묵히 대답하지 않는다.

    공명이 술을 마친 뒤 맹획을 불러 함께 말을 타고 영채를 나가 여러 영채에 쌓아둔 군량과 군장비를 둘러보게 한다. 공명이 가리키며 맹 획에게 말한다.

    “그대가 항복하지 않으면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오. 내게 이토록 정예한 병력과 용맹한 장수들과 군량과 병장기가 있는데 어찌 나를 이 기겠소? 어서 항복하지 않으면 내가 천자께 상주해 그대 왕위를 빼앗고 자자손손 영구히 오랑캐 나라를 복종시키겠소. 그대 의견은 어 떻소?”

    “제가 비록 항복하더라도 고을 사람들이 아직은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승상께서 풀어줘 돌아가게 해주시면 바로 부하 인마들을 달래어 마음과 뜻을 모아 귀순하겠습니다.”

    공명이 흔쾌히 다시 맹획과 함께 대채로 돌아온다. 술을 마시다 저녁이 되자 맹획이 작별을 고하고 떠난다. 공명이 몸소 노수 물가까지 전송하고 맹획에게 배를 내어줘 영채로 돌아가게 한다.

    맹획이 본채로 돌아오더니 먼저 도부수들을 군막 안에 숨기고 심복을 동도나와 아회남 영채로 보낸다. 공명에게서 사명(사자)이 왔다는 핑계로 두 사람을 속여 군막 안으로 오게 하더니 모조리 죽이고 시체를 골짜기에 버린다. 맹획이 미더운 측근을 보내 요충지를 지키고 스스로 군을 이끌고 협산 골짜기를 나와 마대와 싸우려 한다. 그런데 촉병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 토인들에게 물으니 모두 말하기를 , 어젯밤 군량과 마초를 모조리 싣고 다시 노수를 건너 대채로 돌아갔다고 한다.

    맹획이 다시 고을로 돌아와, 친동생 맹우와 상의한다.

    “이제 제갈량의 허실을 우리가 이미 모조리 알았으니 너는 가서 ‘이렇게저렇게’ 하여라.”

    맹우가 형의 계책을 따라 남만병 1백 남짓을 거느려 황금, 진주, 보패寶貝(진귀한 조개/ 보물), 상아, 코뿔소뿔 따위를 싣고, 노수를 건 너 곧바로 공명의 대채로 향한다. 강을 건너자 앞쪽에서 북소리 피리소리 일제히 울리며 1군이 가로막는다. 앞장선 대장은 마 대다. 맹우가 크게 놀라는데 마대가 그들에게 오는 까닭을 묻더니 바깥에 머물라고 명하고 사람을 보내 공명에게 알린다. 공명이 군막 안에서 마속, 여개, 장완, 비위 등과 더불어 남만 평정을 함께 의논하고 있는데 누군가 맹획의 아우 맹우가 보물을 진상하러 왔다고 알린 다.

    공명이 마속을 돌아보며 말한다.

    “저들이 온 뜻이 무엇이라 보오?”

    “감히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고 제가 종이 위에 몰래 써서 승상께 바칠 테니 승상의 균의鈞意(의견의 높임말)와 들어맞는지 보시지 않겠 습니까?”

    공명이 이를 따르니 마속이 써서 공명에게 바친다. 공명이 보고나서 손뼉을 치며 크게 웃으며 말한다.

    “맹획을 잡을 계책을 줘서 보내려던 참이오. 그대 생각이 나와 똑같소.”

    조운을 불러 귓가에 대고 ‘이렇게저렇게’ 분부한다. 위연도 불러 역시 목소리를 낮춰 부분한다. 다시 왕평, 마충, 관색을 불러 빠짐없이 분부한다. 제각각 계책을 받고 모두 명령대로 떠난 뒤 맹우를 불러들인다.

    맹우가 거듭 절을 올리며 말한다.

    “가형家兄(친형) 맹획이 승상의 살려주신 은혜에 감격하고도 아무 봉헌할 것이 없어 금주보패金珠寶貝(황금, 진주 등의 보물) 약간을 가지고 잠시 병사들을 포상하는 데 쓰라 했습니다. 뒤따라 따로 천자께 바칠 예물이 올 것입니다.”

    공명이 말한다.

    “그대 형은 지금 어디 있소?”

    “승상의 하늘 같은 은혜에 감격해 은갱銀坑(은 광산)이 있는 산속으로 보물을 수습하러 갔으니 곧 돌아올 것입니다.”

    “그대는 사람을 얼마나 데려왔소?”

    “감히 많이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겨우 백여 명이 수행하는데 모두 화물을 운반하는 이들입니다.”

    공명이 모조리 불러들여 보니 모두가 파란 눈에 검은 얼굴, 누런 머릿칼에 자줏빛 수염, 귀에 금 귀고리, 머리털은 헝클어지고 맨발인데, 키 크고 힘센 사람들이다. 공명이 자리에 앉도록 명하고 장수들에게 술을 권하며 부지런히 대접한다.

    한편, 맹획이 군막에서 회신을 기다리는데 누군가 두 사람이 돌아온다 알린다. 불러들여 물으니 자세히 말한다.

    “공명이 예물을 받고 크게 기뻐하며 수행하는 이 모두 안으로 불러들여 소와 양을 잡아서 잔치를 베풀어 대접했습니다. 이대왕二大王( 대왕의 동생)께서 저를 시켜 몰래 대왕께 아뢰라 했는데 오늘밤 2경 안팎으로 호응하면 대사를 이룰 것이라 했사옵니다.”

    맹획이 듣더니 몹시 기뻐하며 즉시 남만병 3만을 뽑아 3대로 나눈다. 맹획이 각 고을 추장을 불러 분부한다.

    “각 군은 모두 화구火具(불로 공격하는 데 쓰는 장비)를 휴대하게 하시오. 오늘 저녁 촉군 영채에 이르러 불 붙여 신호할 것이오. 내 직접 중군을 쳐들어가 제갈량을 잡겠소.”

    남만 장수들이 계책을 받고 황혼 무렵 각각 노수를 건너간다. 맹획이 심복 남만 장수 백여 사람을 이끌고 곧장 공명의 대채로 쳐들어가는데 도중에 아무 병사도 가로막지 않는다.

    영채 문 앞에 이르러 맹획이 장수들을 이끌고 말을 몰아 들어가니 영채가 텅 비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맹획이 중군中軍으로 돌입하나 군막 안에 촛불만 번쩍일 뿐이고 맹우와 번병番兵(오랑캐 병사)들 모두 취해 쓰러졌다. 알고보니 공명이 시킨 대로 맹우를 마속과 여개 가 접대하고, 악사들이 잡극雜劇(음악극)을 연주하며 부지런히 술을 권했다. 술 속에 약을 넣어 모조리 어지러워 쓰러져 술 취해 죽은 사람들 같다. 맹획이 군막 안으로 들어가 물으니 안에서 깨어난 이들도 손으로 입을 가리킬 뿐이다.

    맹획이 계략에 빠졌음을 알고 서둘러 맹우 등 패거리를 구출한다. 그러나 중대中隊로 달아나자 앞쪽에서 함성이 크게 일고 불빛이 갑자 기 치솟아 남만병들이 제각각 달아나 숨는다. 1군이 쇄도하니 촉나라 장수 왕평이다. 맹획이 크게 놀라 급히 좌대左隊로 달아 나나 불빛이 하늘을 찌르며 1군이 쇄도하니 앞장선 촉나라 장수는 위연이다. 맹획이 허둥지둥 우대右隊로 달아나도 불빛이 치 솟으며 1군이 쇄도하니 앞장선 촉나라 장수는 조운이다. 세 갈래 군사가 협공해 들이닥치니 사방 길이 끊긴다. 맹획이 군대를 버리고 필마단기로 노수 쪽으로 달아난다. 마침 노수 물 위에 남만병 수십 인이 작은 배를 타고 있어 맹획이 황급히 물가로 부른다. 병사들이 배에서 내리자마자 한 마디 신호와 함께 맹획을 붙잡아 묶는다.

    알고보니 마대가 계책을 받고 부하 병력을 이끌고 남만병으로 꾸며 이곳까지 배를 저어 맹획을 꾀어 잡은 것이다. 이에 공명이 남만병들을 초안(달래고 위로함)하니 항복하는 이가 무수하다. 공명이 일일이 위무하며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는다. 나머지 불길도 끄도 록 지시한다. 잠시 뒤 마대가 맹획을 잡아오고 조운이 맹우를 잡아온다. 위연, 마충, 왕평, 관색도 여러 고을의 추장을 잡아온다. 공명이 맹획을 가리키며 웃는다.

    “그대가 먼저 아우를 시켜 예물을 가져오며 항복하는 척했다만 어찌 나를 속여 넘기랴! 이번에도 잡혔으니 복종하지 않겠소?”

    “이것은 내 아우가 음식을 탐한 까닭에 실수로 그대의 독수毒手에 빠져 대사를 그르쳤소. 내가 직접 오고 아우가 병력을 가지고 호응했 다면 반드시 성공했소. 이것은 하늘이 패하게 한 것이지 내 잘못이 아니니 어찌 항복하겠소!”

    “이제 벌써 세번째인데 어찌 굴복하지 않겠소?”

    맹획이 고개 숙이고 아무 말이 없으니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내 다시 그대를 풀어주겠소.”

    “승상께서 우리 형제가 되돌아가도록 풀어주신다면 집안친척이라도 끌어모아 승상과 한바탕 크게 싸우겠소. 그때도 잡힌다면 비로소 사 심탑지死心塌地(모든 것을 포기함) 항복하리다.”

    “또다시 잡힌다면 반드시 가볍게 용서치는 않을 것이오. 그대는 생각을 조심하고 도략(육도삼략의 병법)을 갈고닦으며 미더운 사람들 로 재정비하고 좋은 계책을 어서 내어서 후회 없도록 하시오.”

    무사들에게 지시해 포박을 제거해, 맹획을 풀어 일으키고, 아울러 맹우와 각 고을의 추장도 일제히 모조리 풀어준다. 맹획 등이 작별 인 사를 올리고 떠나간다.

    이때 촉병들이 이미 노수를 건넜다. 맹획 등이 노수를 건너보니 길 어귀에 병사와 장수들이 늘어섰고 깃발들이 분분하다. 맹획이 영채 앞에 이르자 마대가 높은 곳에 앉아 검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이번에 사로잡으면 절대 가볍게 풀어주지 않겠다!”

    맹획이 자기 영채 앞에 이르니 조운이 벌써 이곳 영채를 습격해 병마들이 포진했다. 조운이 큰 깃발 아래 앉아 검을 매만지며 말한다.

    “승상께서 이토록 대우하시는데 큰 은혜를 절대 잊지 말라!”

    맹획이 ‘네, 네’를 연발하며 떠난다. 길 어귀의 산비탈을 나가려는데, 위연이 정병 1천을 거느리고 산비탈 위에 포진해 말을 세워놓고 소 리높여 말한다.

    “내 벌써 너희 소굴을 깊숙히 쳐들어가 너희 험요(요충지/ 요새)를 빼앗았다. 네가 일찍이 미련하게 대군에 항거했다만 이번에도 사로 잡힌다면 네 시체를 만 조각으로 찢어버릴 것이니 결단코 가볍게 용서하지 않겠다!”

    맹획 무리가 머리를 감싸쥐고 쥐새끼처럼 달아나 본거지로 떠난다. 훗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5월에 병력을 동원해 불모지에 들어오니
    달 밝은데 노수의 독안개 높이 피어오르네
    웅대한 전략으로 삼고초려를 보답하겠다 맹서했으니
    어찌 남만을 정벌하는 7종7금의 수고를 꺼리리오

    한편, 공명이 노수를 건너 영채를 세운 뒤 3군을 크게 위로하고 뭇 장수를 군막 안으로 불러모아 말한다.

    “맹획이 두번째로 잡혀오자 나는 그로 하여금 각 영채의 허실을 두루 살펴보게 하였으니 영채를 습격하러 오게 만들 셈이었소. 나는 맹 획이 병법을 제법 깨우친 것을 알고 일부러 그에게 병마와 군량을 자랑했소. 진짜 속셈은 맹획으로 하여금 우리의 파탄破綻을 보고 반 드시 화공을 쓰도록 만드는 것이었소. 그가 아우를 거짓으로 항복시켜 안에서 응하게 한 것이오. 내가 세번째로 ��를 잡고도 죽이지 않 은 것은 참으로 그 마음을 복종시키려 함이니 그 무리를 멸망시키고 싶지 않소. 이제 그대들에게 똑똑히 말하니 노고를 마다하지 말고 마음을 다 바쳐 국가에 보답하시오.”

    뭇 장수가 엎드려 절하며 말한다.

    “승상께서 지智、인仁、용勇 삼자를 족히 가지셨으니 자아子牙(주나라 강태공)나 장량張良도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내 이제 어찌 감히 고인들을 넘보겠소? 모두 그대들 덕분이니 함께 공업을 이루기를 바랄 따름이오.”

    부하 장수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한편, 맹획은 세번 사로잡힌 수모를 당하고 속으로 부글부글 끓으며 은갱이 있는 고을로 돌아온다. 즉시 심복을 시켜 금은보화를 가지고 , 8번 93전 八番九十三甸 ( 여덟 곳의 오랑캐 나라와 아흔 세 곳의 지역)과 남만의 각 부락을 돌아다니며, 방패와 칼, 오랑캐 장정, 병졸 수십만을 빌려서 날짜를 맞춰 일제히 준비해 각 대열의 인마들이 구름이 밀려오고 안개가 끼듯이 모여 모두 맹획의 명령을 듣는다. 잠복하던 병사가 이 사실을 탐지해 공명에게 알리러 오니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나도 마침 오랑캐 병사들 모두 오게 해서, 내 능력을 보일 참이었다.”

    곧 작은 수레를 올라타고 길을 떠난다.

    남만 동주의 위풍이 맹렬하지 않다면,
    어찌 제갈 군사의 수단이 뛰어남을 보이랴!

    승부가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다음 회

"무릇 천리마 하루 천리를 가지만 느린 말도 열흘이면 역시 간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 (순자 荀子)
나관중 羅貫中이 쓰고 모종강 毛宗崗이 개수한 삼국연의 三國演義 원본을 한문-한글 대역 對譯으로 번역해봤습니다.
2009년부터 7년간 번역해 제 블로그에 올린 걸 홈페이지로 만들었습니다.

정만국(daramzui@gmail.com)